볼보 S90 T8 엑설런스, E 세그먼트의 낭중지추
2019-08-09  |   8,243 읽음

VOLVO S90 T8 EXCELLENCE

E 세그먼트의 낭중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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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크기는 F 세그먼트에 들어가도 손색없지만, 가격은 E 세그먼트다. 그런데 S90의 전체적인 품질과 마감 수준은 E 세그먼트의 강자들을 전부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지만 경쟁자 틈에서 점점 그 존재감이 도드라지고 있다. T8 심장을 품은 S90 엑설런스의 고고한 가치는 ‘사일런스(silence)’다. 


북유럽의 실요성

S90의 수직형 그릴은 잔뜩 웅크린 요즘 차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캐릭터 라인은 일직선으로 쭉 그어져 시원스럽다. 길죽한 차체와 자세만 놓고 보았을 때는 전통적인 후륜 세단이지만 사실 구동계는 FF 기반이다. 창문 둘레에 크롬 몰딩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했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었다. 크롬은 유광-무광 중간쯤에 위치한 적당한 광택으로 고급스럽다. S60에도 들어가는 C자형 리어 램프는 다소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눈에 익으면 그다지 거슬리지는 않다. 다만 번호판이 범퍼에 달려 있어 균형미에서는 S60 쪽이 나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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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방식으로 럭셔리를 표현한 실내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았다. 문을 닫았지만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도어 소프트 클로즈가 들어있지 않아 조금 의외다. 관점의 차이지만 기자는 소프트 클로즈 모듈이 달린 문짝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데 이 옵션을 삭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1억 안팎의 차가 어떻게 이런 기능이 없냐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유용한 기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복잡해지면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나중에 수리할 일이 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차의 운행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아니라면 적당히 단순한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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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릴 수가 없는 T자형 DRL LED와 수직형 그릴은 요즘의 둥근 차들 사이에서 더욱 돋보인다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조작도 맘에 드는 수동식이다. 전동식은 동작이 느려 차를 바꿔 탈 때 답답하다. 게다가 작동 소리도 거슬린다. 북유럽 방식의 실용적인 구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수동 방식은 전혀 번거롭지 않다. 손 한번 까딱하기 싫어 전동 기능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귀차니즘은 우리의 삶에 지나치게 만연해있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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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포스와 협업한 기어노브는 만듦새가 훌륭하다 


전기모터를 후륜 축에 더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기본 심장은 전형적인 볼보 직렬 4기통 2.0L다. 이 엔진은 190마력에서 시작해 모터를 더하면 400마력이 넘는 출력까지 만들어 낸다. 볼보의 가솔린 트림은 T4, T5, T6, T8 등이 있다. 터보차저만 달면 T4(190마력)와 T5(250마력), 터보차저와 수퍼차저가 결합되면 T6(310마력), 여기에 전기모터를 더하면 T8(405마력)이 된다. S90은 국내에서 인스크립션(T5)과 엑설런스(T8)만 판매하고 있다. 시승차는 T8로 엔진(터보차저+수퍼차저)이 앞바퀴를 담당하고, 전기 모터는 후륜만 돌린다. 엔진만으로는 앞바퀴 굴림이다가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네 바퀴 굴림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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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 세단의 프레스티지 디스턴스를 갖고있지만 구동계는 FF. 게다가 EV모드로 가까운 거리는 충전하면서 다닐 수 있다 


시트 포지션은 꽤 낮은 편이다. 바닥까지 내릴 경우 웬만한 스포츠 세단에 필적한다. 시동을 거니 전기차 수준으로 정숙하다. 창문을 열자 적당한 엔진 소음이 유입된다. 다시 닫으니 2중 접합 유리의 차음 덕분에 실내는 다시 조용해진다. 액셀 페달을 밟자 차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정차 시에도 아이들링이 정숙해 시동 on/off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로 고정하고 뻥뚫린 직선로에서 풀 스로틀 하니 너무 쉽게 시속 230km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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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Bowers & Wilkins)의 사운드 시스템은 2열 시트에서 들을 때 더 황홀하다 


리미터가 작동해 더 속도를 낼 수는 없지만 4기통 2.0L에서 체감할 수없는 가속감에 놀랐다. 190마력의 엔트리 버전도 시속 200km까지는 쉽게 도달하지만, 중속 이상에서의 속도 상승은 아무래도 더딘 편이다. 그런데 이 차는 웬만한 스포츠카 수준의 가속 성능을 갖고 있다. 실내는 외부의 소음을 적당히 차단해 모터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정숙하다. 마치 벤틀리 뮬산에 탑재된 L410 엔진처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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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보다 길어진 휠베이스로 2열 레그룸이 확장되었다 


이 차의 뼈대 역시 저 중심 설계 모듈러 플랫폼(SPA)이 채용되어 차체 몸놀림이 가뿐하다. 스티어링 휠을 격하게 돌려도 운전자가 예측하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일치시킨다. 섀시는 단단하면서 충격과 잔 진동을 억제하여 오랜 시간 캐빈룸에 있어도 피로하지 않다. 게다가 뒤쪽에 에어 댐퍼가 들어가 2열 탑승객의 몸을 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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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레스트는 경추를 잘 잡아준다. C필러 깊숙이 파고든 시트는 VIP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준다 


브레이크 페달의 초반 답력은 가벼운 편으로 조작은 쉽지만 다소 예민하다. 어떠한 속도에서도 바로 제동이 가능하며 가혹하게 차를 몰아붙이고 제동을 반복해도 브레이크 페이드 현상은 경험할 수 없었다. 다만 보통의 독일차 다루듯 운전하면 동승자가 심한 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차를 부드럽고 정교하게 다룰 수만 있다면 VIP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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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콘솔은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에 필적할 만한 소재와 마감을 보여준다


VIP를 위한 세단

시승차는 엑설런스 트림으로 고급 소재가 대거 들어갔다. 시트의 두께는 F 세그먼트의 세단과 비슷할 정도로 두꺼운 편이다. 몇몇 메이커는 두께를 줄여 레그룸을 확보하려 하지만, 이 차는 정직한 사이즈의 시트가 들어갔다. 가죽 역시 북유럽 최고의 가죽을 사용했다. 모기 한 마리 없는 추운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죽을 까다롭게 선별해 부드러운 질감으로 완성했다. 특히 한국 기후는 가죽에게 매우 가혹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혹독한 테스트를 완료해 변형 문제는 안심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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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호불호가 있는 리어램프는 적응되면 이 차에 제법 잘 어울리는 편이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전형적인 볼보의 디자인 언어로 채워졌다. 글로브 박스와 센터 콘솔은 최고급 가죽으로 덮었고 상단은 직사광선에 잘견딜 수 있는 단단하면서 변색에 강한 질긴 가죽이 들어갔다. 투톤 컬러 스티어링 림은 안쪽과 바깥 가죽을 나누는 방식으로 림은 더 작아 보이게해 운전석이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가 있다. 다소 단조로운 기어노브 주변은 반짝이는 오레포스(Orrefors)제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백미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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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프레임 전체를 크롬으로 입혔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련미가 넘친다 


실내 곳곳에 있는 우드 그레인은 사선의 결이 눈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2열의 가운데에 위치한 우드그레인은 완벽한 대칭을 이뤄 냉장고 문을열 때마다 그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냉장고의 소음은 느낄 수 없으며, 안은 꽤 서늘해서 샴페인이나 음료를 보관하기 알맞다. 콘솔 커버를 여니 접이식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을 펼치니 금속의 힌지 소재와 마감을 보고 감탄의 연속이었다. 금속은 오돌토돌함 없이 연마를 잘해 손이 다칠 위험이 없다. 힌지는 두껍고 고밀도의 금속으로 사용하다가 구부러지거나 부러질 일이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접고 넣을 때는 관절의 동작이 부드럽고 정교해 VIP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피크닉 테이블의 면적은 책이나 태블릿을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상판은 가죽으로 덮여 있어 책을 보면서도 그 질감이 훌륭해 계속 매만지게 된다. 2열의 가죽 시트는 굽은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돌아나갈 때도 쏠림이 없을 정도로 몸을 잘 고정시켜 VIP의 품격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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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심장은 최고출력 318마력을 낸다. 후륜에 전기 모터가 더해지면 시스템 출력 405마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인생의 풍류

믿음직한 쇼퍼를 바라보면서 라운지 콘솔에 보관되어 있는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을 오레포스제 크리스탈 잔에 담아 마시는 삶이란 얼마나 선택받은 자들의 것일까. 리클라이닝 시트에 몸을 맡기고 와인을 마시면 풍류(風流) 그 자체다.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들어오는 빛이 가죽과 우드를 감싸면서 실내는 오묘한 색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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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와인 한 병을 비워 몸이 노곤하다. 이 차는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을 잘 억제해 취했지만 머리가 어지럽지 않다. 멋진 크롬을 감싼 터치스크린을 만져 에어컨 온도를 내렸다. 온도를 낮추었는데도 바람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1열 조수석을 앞으로 밀어 다리를 쭉 펴니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몸이 빨려 들어가듯 파묻힌다. 세상 그 어떤 자율 주행도 구현하지 못할 최고의 쇼퍼가 있기에 이내 마음 놓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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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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