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카에 필적하는 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
2019-10-04  |   8,966 읽음

 하이퍼카에 필적하는 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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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카메라계의 명품 라이카가 만든 디지털 보디 M-10D가 등장했을 때, 필름 카메라도 아닌데 디스플레이가 없고 수동 초점을 고수한다고 온갖 조롱을 당했다. 라이카 유저에게는 그것마저도 예스러움을 담아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비난의 대상일 뿐이다.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일이 많다. 아벤타도르 S같은 수퍼카마저 최신식 기어박스와 직분사 엔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품의 가치는 안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비자리니의 유산 탈출

시승차는 아벤타도르 S. 이 차는 12기통 미드십 모델로 미우라, 카운타크,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를 잇는 람보르기니 플래그십을 담당하고 있다. 아벤타도르 이전까지 람보르기니의 초석을 다졌던 지오토 비자리니가 만든 엔진이 무려 반세기 동안 사용되었다. 비자리니가 빚은 V12 엔진은 람보르기니 최초의 모델 350GT의 심장이었다. 


V12 3.5L를 지속적으로 개량시켜 무르시엘라고 LP640-4부터 배기량 6.5L에 이르게 된다. FR이었던 350GT 이후 미우라는 이 엔진을 미드십에 가로로 배치한다. 후속 카운타크는 세로 배치로 바뀌어 최후기형(5000 QV)에 이르러 배기량을 5.2L까지 늘렸다. 현행 람보르기니 레터링 뒤에 달리는 LP가 바로 세로배치 엔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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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디자인은 각도 빨이 없다. 다음 세대는 이 차를 뛰어넘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이 될정도다 


여러 모기업을 거치다 폭스바겐 그룹에 안착한 람보르기니는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아벤타도르에서 드디어 완전히 새로운 섀시와 심장을 사용했다. 기존보다 실린더 보어 사이즈는 7mm 늘고 스토르크는 12.6mm 짧아지면서 더욱 고회전형 엔진이 되었다. 무르시엘라고 최후기형이 최고출력 670마력이었던 반면에 아벤타도르는 700마력, 아벤타도르 S는 740마력을 쏟아냈다. 이 차의 섀시와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한정판 시안(Sian)은 785마력까지 높아졌다. 게다가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 800마력 이상을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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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사용한 비자리니가 조율한 엔진이 아닌 새로운 심장 


자연흡기 예찬

현행 아벤타도르 S(이하 S)의 최고 매력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디자인만 봤을 때 하이퍼카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는 차 사이에서 이 정도 아우라를 뽐낸다는 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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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콕핏처럼 버튼이 큼직해 장갑을 껴도 모든 조작이 편하다 


파워트레인은 다소 구식이지만 그렇다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V12 엔진은 뱅크각 60°, 배기량 6.5L의 MPI 방식이다. 게다가 싱글 클러치 기어박스는 극적인 변속 충격을 날것 그대로 온몸에 전달한다. 기술 발전으로 DCT가 수퍼카 영역까지 침투했지만 이 차에 들어간 변속기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단순히 빠르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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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 도어를 열때마다 카본 배스터브의 골격이 눈에 들어온다 


전기형 아벤타도르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민첩한 회두성의 부재와 변속기 이질감은 S에 와서 완벽하게 개선되었다. 무르시엘라고 LP 640-4와 비교했을때 거의 환골탈태 수준이지만 F12 베를리네타와 비교했을 때는 다소 아쉬웠던 퍼포먼스는 S에 들어서 수퍼카 시장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수준으로 진화했다. 변속기는 개선형 로직이 들어간 덕분에 스트라다와 코르사 사이 갭이 커서 살살 달래가며 탔던 기존과는 다르게 주행모드와 상관없이 직결감을 보장한다.


아울러 파워트레인의 열관리도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최근에 시승했던 우라칸 에보가 수퍼카의 레퍼런스라면, S는 정통 람보르기니 플래그십 DNA를 계승하고 진화시킨 결과물이다. 요즘 차에서 결코 느껴볼 수 없는 원초적인 감동과 감성의 향기가 짙게 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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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가 매우 낮아서 사람에 따라 머리가 천장에 닿는 경우도 있다. 헤드룸은 기자 기준 주먹 3개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어서 쾌적했다 


감춰지지 않는 존재감

인터컨티넨탈 호텔 한켠에 S를 주차했다. 미팅 후 다시 차로 가는데 주변 남녀노소(외국인 포함) 구분 없이 열심히 셔터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시선이 부담되어 관중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에 타려고 했으나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담담히 시저도어를 열어 콧핏에 앉았다. 시동버튼을 누르니 고밀도의 꽉 찬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시끄러운 배기음이 자못 부담스러워 바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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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페이스로 타고나면 시동을 꺼도 알아서 윙을 올려 쿨링 효과를 높인다


운전석에 앉은 기분은 마치 전투기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한껏 눕혀진 윈드실드와 두꺼운 A필러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시야는 일반 양산차에서는 볼수 없는 광경이다. 지붕 끝단도 머리 한참 앞에 있어서 차로 선두에 있으면 몸을 숙여야만 신호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전혀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으니 신기하다. 그냥 이 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영동대로에서 칼럼식 고정 패들 시프터로 1단을 넣고 액셀 페달을 밟으니 지금까지 탔던 스포츠카들과는 다른 차원의 파워가 느껴졌다. 미드십 스포츠카를 타다가 밸런스를 잃으면 전손각이지만 S는 정교한 세팅 탓에 그리 겁나지는 않았다. 디아블로와 무르시엘라고가 이보다 낮은 출력으로 더 거친 느낌인 반면에 S는 고출력이면서도 비교적 다루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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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등장만으로 예스러운 곳이 21세기가 된다 


고속도로에 올라 서서울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발급받자마자 코르사 모드로 바꾸었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선호하지 않지만 이 차의 코르사 모드는 좋아한다. 스트라다나 스포츠에서도 충분히 강력한 엔진이지만 이 차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전방 1-2차로가 비어진 틈을타 오르발을 끝까지 밟았다. 8400rpm까지 너무 빠르게 도달하기 때문에 8000rpm을 넘기기 전에 변속을 해야만 퓨얼 컷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 긴구간이 아니었는데도 금세 6단에서 시속 320km에 도달한다. 전방 멀리 차들이 보여 더 이상 속도를 내지 않았지만 7단에서 350km/h까지는 너끈히 도달할 듯하다. 그 정도로 이 차의 섀시와 파워트레인이 주는 안정감은 실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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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타도르 S는 새로운 디자이너가 손을 댔다. 기본형보다 세련미가 넘친다 


그린 헬에서의 남다른 입지

몇 년 전, 아벤타도르 SV가 뉘르부르그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전기모터 도움 없이 마의 6분대를 마크했었다. 하이브리도 모델 918 스파이더 다음가는 기록이었다. 당시 기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의심을 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기자 역시도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운전하는 것 이상으로 차가 알아서 해주는걸 보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출력 미드십 모델은 코너에서 스로틀 열기가 겁이 나지만 S는 정교하게 조율된 파워트레인과 전자 장비의 도움으로 쉬우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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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리니어 한 제동 성능은 운전자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예전 람보르기니는 외모만 화려하고 최고속도에만 관심 있는 메이커로 조롱을 당했지만, 아벤타도르 이후부터 트랙에서도 빠른 기록을 낼 정도로 달라졌다. 게다가 아벤타도르 SVJ는 뉘르부르그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여전히 양산차(991 GT2RS MR 제외) 최고 랩타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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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눕힌 윈드실드와 A필러는 독특한 시야각을 제공해서 더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폭스바겐 그룹 내 아우디 산하로 들어간 후부터 모터스포츠 관련 기술들이 람보르기니에 속속 이식되고 있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의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모든 전자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LDVA와 후륜 조향까지 더해 경량 스포츠카 못지않은 몸놀림을 만들어 낸다.


달릴 곳이 없다는 진부한 얘기는 이제 그만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고 공도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차를 경험하는 순간 자적자(자신의 적은 자신)임을 인정하게 된다. 오히려 넉넉한 출력과 엄청난 제동 성능 덕분에 S는 시도 때도 없이 관성을 거스른다. 게다가 엔진 브레이크만으로도 속도를 빨리 줄여 굳이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될 정도다. 300km 영역에 발을 들였다가 그저 오른발을 떼고 다운 시프트하는 것만으로 금세 시속 110km까지 속도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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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간단속구간이 많아져 스포츠카는 더 이상 달릴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수퍼카 오너가 300km/h로 계속 달리는 것은 아니다. 단시간 혹은 짧은 거리에서도 빠르게 최고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수퍼카의 매력이다. 게다가 예전처럼 최고속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뛰어난 섀시와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제동 그리고 똑똑한 전자 장비 덕분에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이다. 또한 외모는 하이퍼카로 보일만큼 매력과 개성이 넘친다. 여기에 V12 자연흡기 엔진까지 있으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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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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