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ar Museum of Japan, 일본 최대 자동차 박물관
2020-02-14  |   9,039 읽음

Motorcar Museum of Japan

일본 최대 자동차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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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 서쪽 끝 소도시 고마츠에는 일본 최대 자동차 박물관인 일본 자동차 박물관이 있다.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이 곳은 방대한 전시품들과 갖가지 사연으로 가득하다.자동차 메이커라면 가리지 않고 바퀴가 달린 것을 모아 국가와 메이커 별로 전시한 소장품은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둘러 볼만한 곳이다. 


일본 최대 규모의 자동차 박물관의 존재를 알게 된 지는 생각 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정보도 거의 없고 국내에서 이 곳을 방문한 사람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 열도의 서쪽 끝, 그러니까 우리나라 동해와 가까운 지역인 이 곳은 교통이 불편하고 대도시로부터 거리도 만만치 않다. 후쿠이현과 도야마현의 중간에 있는 이시카와현 고마츠시에 가기 위한 여정을 짜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자동차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마침 나고야에 갈 일이 있어 경로를 조사해 보니 하루에 다녀올 수 없는 거리다. 나고야에서 약 200km.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하는 가장 빠른 경로다. 한국 기준으로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일본 국도는 생각보다 속력을 많이 낼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편도 시간만 약 4시간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박물관만 덜렁 보고 오기 아깝기도 해서 지인을 통해 물어 보니 쓰루가시에서 시작해 후쿠이현 해안을 끼고 있는 해안도로가 유명하다고 한다. 8월의 일본은 매우 뜨겁고 습도도 높고 여행을 즐기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다. 오전 8시. 기온은 이미 25℃를 넘었고 빵빵한 에어컨에 도움을 받으며 도로에 나섰다. 나고야부터 고마츠까지의 거리는 약 240km. 가장 가까운 길 대신 선택한 해안도로는 생각보다 길었다. 대략 50km 정도를 돌아가는 코스지만 운전이 지루하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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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는 일본에서도 운전이 험하기로 유명하다. 나고야 출신 지인에 따르면 ‘나카지마 사토루(일본 출신으로는 처음 F1에 풀시즌 출전했다)’를 배출한 곳이라 그렇다고 하는데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확실히 거친 부분이 많다. 복잡한 도시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쓰루가시에서 올라탄 305번 국도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적한 바닷가는 생각보다 고요하다. 매번 다니던 태평양쪽 해안도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좀더 한적하고 여유가 있으며, 통행량도 많지 않다. 305번 국도는 쓰루가부터 타카스 해변을 거쳐 미쿠니초 신보까지 이어진다. 미쿠니초 신보에서는 7번 국도를 타고 도진보를 거쳐 고마츠에 도착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305번 국도를 타고 가는 여정은 매우 즐거웠다. 국도 특성상 속력을 낼 수 없지만 그 덕에 바다는 실컷볼 수 있었다. 산을 끼고 있는 해안도로는 유유자적 경치를 즐기기 좋다. 왼쪽으로는 머나먼 수평선이, 오른쪽에는 울창한 산림이 있었다. 중간 기착지는 에치젠 케이프. 해안가의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에치젠 케이프에서 보는 여름 바다는 가까이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해안도로에 진입하니 이번에는 작은 어촌 마을이 나타났다. 사람 사는 거 어디가도 비슷하다는 말이 있듯 뛰어 노는 어린 아이도 보이고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아름다운 해안도로는 도진보까지 이어졌고, 미쿠니초 신보에서 갈아탄 7번 국도를 타고 목적지인 일본 자동차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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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카페 옆의 이층버스는 포토존과 특별 이벤트 전시를 알리는 곳이다


일본 최대 규모의 자동차 박물관

해안도로를 빠져나와 내륙 국도로 약 한 시간. 여느 일본의 지방 소도시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마츠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다. 고마츠의 외곽에 있는 일본 자동차 박물관은 멀리서도 알아 볼 수있을 정도로 건물이 화려했다. 외곽이라고 해봐야 역이 있는 중심가와의 거리는 10km 내외다.

일본 자동차 박물관은 1978년 도야마현 오야시의 벽돌공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에서 처음 개장했다. 이후 전시품 종류가 다양해져 현재의 위치인 이시카와현 고마츠시로 옮겨 1995년 재개장 했다. 설립자인 마에다 쇼소 씨는 집안의 가업을 3대째 이은 사업가로, 주로 벽돌 생산과 판매, 시멘트, 목재, 토목 등건설업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었다. 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마에다 가문의 사업은 1893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수집한 시기는 1968년쯤이라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용차가 주였으나 본격적으로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무려 800여대의 자동차를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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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생한 추억이 가득한 상용차는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중의 하나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박물관은 원래 저택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시기 설립된 박물관은 홍보만을 위한 다른 자동차 박물관과는 설립 취지가 다르다. 자동차 메이커를 가리지 않고 각 메이커들의 시대별 흐름과 변천사를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은 이곳이 유일하며, 경제 성장과 함께 등장한 자동차를 통해 과거를 보존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상용차가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설립자인 마에다 씨가 ‘함께 땀 흘려 일 하면서 쌓은 추억’을 보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박물관에는 승용차 외에도 많은 상용차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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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와 2000GT가 일본 자동차 문화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대부분은 실제 운용하다 새 모델에 밀려 폐차를 기다리던 차들이다. 1997년 세상을 떠난 마에다 씨는 2004년 일본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일본 자동차 박물관 취재는 사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박물관 측에 여러번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홈페이지에 있는 메일 주소로 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에는 거의 알려진 정보가 없어서 무작정 찾아 가기로 했는데 다행히 안내 데스크에서 필자가 보낸 메일을 확인할수 있었다. 담당자인 다카하시 씨는 여러 가지 자료를 전달해 주며 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전시품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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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E타입의 구조를 보여주는 전시품


전체 전시 규모는 상시 500대 정도라고 한다. 수장고 보관 소장품을 포함하면 이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동차는 무려 800여대. 여기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모델과 마에다 씨가 생전에 소장했던 물품, 일본 최고의 자동차 칼럼니스트라 불리는 도쿠다이지 아리쓰네(?大寺 有恒, 1939~2014)의 서재까지 포함하면 전시품목 자체의 규모가 상당하다.

고풍스러운 빨간 벽돌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자동차로 둘러싸인다. 3층 구조의 저택을 개조해 꾸민 박물관은 각 층별로 약 12개의 테마로 꾸며졌다. 대부분은 자동차 메이커의 거리 혹은 특별 기획 등으로 이름이 붙어 있는데 배치상 전면과 측면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1층과 2층은 복합층 구조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전체 구조는 5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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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당시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페어레이디Z와 스카이라인 GT-R 특별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일본 자동차 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차는 드 디옹 부통으로 무려 1899년 생산된 모델이다. 이 외에도 란치아 람다, 1948년식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 전 세계에 단 한 대만 존재하는 1938년식 토요타 ABR 페이톤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포드, BMW, 로버, 볼보, 오스틴, 모리스, 시트로엥, 재규어 등을 연대별로 정리해 놓았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는 해외 메이커에 비해 보다 자세하고 다양한 모델을 전시 중이다. 토요타와 닛산을 필두로 미쓰비시, 다이하츠, 마쓰다, 히노, 이스즈, 프린스의 대표 모델을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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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왕이라 불리는이 공간에는 특별한 차들만 올라올 수 있다.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1948년), 란치아 람다(1930년), 벨리에 V-G22(1922년)가 대표주자. 특히 벨리에 V-G22는 이곳에 있는 것이 일본에서 유일하다


일본 자동차 박물관까지 가는 여정은 생각 보다 험난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공부하거나 업계 종사자라면 한 번쯤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다. 너무 많은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차근차근 한 대씩 관람하고 각각에 얽힌 사연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사양인 GTi를 비롯해 최고급 버전 등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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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치아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용한 V4 엔진

마지막 세대 풀비아는 스트라토스, 랠리 037, 델타 S4, 델타 인테그랄레로 이어지는 란치아 랠리 레전드의 시초격인 모델이다. 풀비아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V4 엔진을 사용했는데, 뱅크각이 좁은 협각 구조의(13°) V4 엔진은 한 개의 헤드를 사용하며 생각보다 높은 출력을 뽑을 수 있었다. HF 버전은 1.6L 엔진으로 132마력을 냈을 정도로 성능이 좋았다. 안타깝게도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서 효율성과 채산성 문제로 사라지긴 했지만 가장 궁금한 엔진 중의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포드와 사브, 자즈 외에 포르쉐가 최신 르망 경주차 919 하이브리드에서 V4 엔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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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 로드페이서 AP

1977년부터 1979년까지 799대가 생산된 마쓰다의 플래그십이다. 닛산 프레지던트, 토요타 센추리 등과 경쟁할 목적으로 개발된 로드페이서 AP는 홀덴과 부품 제휴로 완성된 차이다. 특이하게 로터리 13B 로터리 엔진을 탑재했는데 시장에서 반응은 좋지 못했다. 마쓰다는 월 100대의 판매를 기대했지만 극악의 연비와 경쟁 차종 대비 비싼 가격으로 수명이 길지 못했다. 로드페이서 뒤에 붙는 AP는 anti pollution의 약자로 마쓰다가 사용하던 배기가스 절감 장치 이름에서 따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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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 로드스터

유럽 자동차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은 경량 로드스터 사랑이 각별하다. 트라이엄프를 비롯해, MG, 오스틴힐리 등이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페어레이디 Z의 원형인 페어레이디도 경량 로드스터였으며, 혼다의 첫 승용차인 S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엔진과 가벼운 차체에서 오는 경쾌함, 천정이 열리는 구조의 경량 로드스터는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차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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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성장을 함께한 상용차

전 세계 자동차 박물관에서 빠지지 않는 테마 중의 하나가 소방차나 경찰차이다. 다분히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인데 이 곳에는 사용차가 즐비하다. 전후 일본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상용차는 일반적인 승용차나 스포츠카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경제 성장의 동반자라는 이름을 붙여 상용차 전시에큰 공간을 할애했다. 설립자인 마에다 씨 역시 함께 일하고 추억을 쌓았던 상용차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일반 자동차에 비해 주목도는 낮지만 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다양한 종류의 상용차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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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프라우디아

에쿠스가 웬 말이냐 할지 모르지만 이 차는 미쓰비시의 고급 세단인 프라우디아다.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가 마지막으로 함께 개발한 차로 일본에서 프라우디아, 한국에서는 에쿠스로 팔렸다. 전륜구동인 프라우디아는 실내 공간이 넓은 대형 세단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미쓰비시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탈피하지는 못했다.

일본 내 생산은 1,228대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미쓰비시 중역들 외에 일반인에게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반면 에쿠스로 팔렸던 한국 시장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2008년까지 생산되었다. 세계 최초의 GDI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점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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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다이지의 작업실

일본 자동차 저널리즘의 개척자라 불리는 자동차 평론가 도쿠다이지 아리쓰네의 업적을 기리는 상설 전시이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던 도쿠다이지의 서재 일부를 옮겨와 그대로 재현했다. 2014년 74세로 사망한 도쿠다이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평론가로 수많은 저서와 자동차 관련 컨텐츠를 남겼다. 지금도 일본의 자동차 기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을 만큼 그가 일본 자동차 저널리즘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2015년 9월 20일부터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박물관 3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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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롤스로이스 실버스퍼Ⅱ

3층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롤스로이스 실버스퍼Ⅱ가 전시 중이다.

영국 대사관에서 관용차로 사용했던 이 차는 1997년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 비가 일본에 방문 때 사용했던 차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다아애나 비가 사용했던 차인 만큼 그 의미는 우리가 상상하는것 이상이다. 이 차를 기증한 영국 대사관은 기증 조건으로 한 가지를 내세웠는데 바로 ‘펜스가 없이 전시해 누구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할 것’ 이었다. 이 차가 전시된 공간은 자동차 외에도 다이애나 비의 사진과 활동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d1304a94f9e9c762a193a9479867fad3_1581659695_4131.jpg글,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d1304a94f9e9c762a193a9479867fad3_1581659695_4506.jpg 자동차생활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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