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1999년 기사]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18-04-20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 DOHC 디럭스가 주력모델※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A Calmly Gliding Eagle in a Crystalline Sky`. `수정 같은 하늘 위를 조용히 활강하는 독수리`란 뜻의 매그너스 개발 슬로건이다. 여기에 정숙성(Calmly), 승차감(Gliding), 스타일(Eagle), 환경(Crystalline), 세계지향(Sky)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모두 담았다. 매그너스는 힘든 상황에 놓인 대우자동차의 살 길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 새차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연식이 되어버리는 불리한 상황인 연말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여서 대우가 매그너스에 거는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12월 2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부평공장에서 열린 보도발표회를 통해 대우의 야심작 매그너스를 만났다.​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외모 개성적 형 최대의 실내는 고급감 넘쳐 매그너스는 애초 레간자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아직 1.8 엔진이 없기 때문에 레간자는 1.8 모델만으로 계속 생산하고, 지금 르노와 개발중인 1.8, 엔진이 양산되면 매그너스에 얹을 계획이다. 그리고 대우가 독자개발중인 직렬 6기통 2.5 엔진(모델명 XS6)은 2001년부터 매그너스에 얹혀 북미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매그너스는 XS6가 나올 때까지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레간자와 함께 중형차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그너스는 국내시장을 위해 차체 크기와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중형차급 최고로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고려해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EF 쏘나타 플랫폼을 쓴 크레도스 후속모델에 대비해 7월쯤 스포츠팩 모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매그너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해 레간자와 뿌리가 다르다. 레간자가 중형이라면 매그너스는 준대형에 가깝다. 과거 준대형을 기치로 나왔던 마르샤가 실패했던 원인은 쏘나타를 베이스로 해 중형차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그너스는 결국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형차급 차체가 다소 커지고 있어 흐름에 맞추는 한편 한 급 위의 품질력으로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커진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썼으면서도 무게가 가볍다.​디자인은 쥬지아로 최초의 에지 디자인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가티까지 쥬지아로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했다. 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론트 그릴은 비로소 완숙된 느낌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단면과 단면의 연결이 절묘하다. 앞모습은 그야말로 개성이 뭉쳐 있다. C필러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은 시원스럽게 뻗었다. 미쓰비시 디아망떼를 닮은 모습이다. 디아망떼는 일본차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차로 꼽힌다. 16인치 타이어를 감싼 두툼한 휠 아치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이드 캐릭터나 몰딩 등은 EF 쏘나타와 너무 흡사하다. 또 개성이 강한 스타일에 비해 휠 디자인이 밋밋하다.​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로 이어지는 대우차들은 키가 크다. 매그너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키 큰 차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키 큰 차는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 세단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실내크기는 중형급에서 최고다.​널찍한 실내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대우의 디자인 포럼에서 맡았는데 디자인이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대시 패널은 검정과 베이지색의 투톤 컬러로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고급차의 맥을 잇는다. 도어까지 연결된 패널은 주름이 깊어 고급스럽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바느질이나 마무리가 만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다. 3개의 구멍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페라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하다. 단순화시킨 스위치류도 돋보인다. ​​ 정확한 핸들링과 절제된 움직임 2.0ℓ 엔진에 스텝게이트식 기어 1차 시승장소는 대우 부평공장 내 간이 주행시험장이었다. 출고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장으로 직선길이 1km 정도에 양쪽 끝에 선회로가 마련되어 있다. 폭이 좁고 규모도 작아 제한된 시승이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직진가속과 제동, 선회성능 정도를 체크했다. 출발은 가볍고,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감각은 토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에 도달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감각을 알기는 힘들었다.​​​​​헤어핀에 가까운 선회로에서는 탄탄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세차게 감아 나가도 몸의 쏠림이 거의 없다. 레간자와 마찬가지로 로터스가 손본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브레이킹 감각이다. 묵직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이어서 매그너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일반도로를 달려보기 위해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승차는 2.0 DOHC 디럭스로 매그너스의 주력모델이다. 레간자용을 손본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5천400rpm, 최대토크 19.6kgm/4천rpm으로 경쟁차인 EF 쏘나타(147마력/6천rpm, 19.4kgm/4천500rpm)보다 수치에서 약간 앞선다. 예전에 닛산이 자사의 특징처럼 사용하던 진주색 펄 컬러는 매그너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색상이다.​​​ ​​도로로 올라서자 공장에서보다 훨씬 조용한 느낌이 전해진다. 용량을 키운 머플러는 3중 구조(보통 2중 구조) 시스템을 써 배기소음을 한 단계 더 걸러낸다. 배기음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차를 다루기 쉽게 하고 신뢰감도 준다. 스티어링 휠을 위 아래로 이동시키는 틸트 폭이 상당히 커 운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어쪽 윈도 라인이 높아 듬직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문득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외기(공기흡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매연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될 것이다. 선바이저의 수납식 익스텐션은 햇볕 차단공간을 늘려 주는 것으로 국산차에는 처음 쓰였다. 2단 암레스트, 컵과 카드 홀더, 핸드폰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신호대기를 위해 차를 멈췄는데 옆 차선에 선 미니밴 오너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손짓한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대뜸 `그 차 얼마요?`하며 말을 툭 던진다. 한국사람다운 용건이다. 값을 말하자 별로 비싸지 않다며 `차가 멋있다`고 한다. 그 사람 외에도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시승차를 몰고 나가 이렇게 관심을 끌기는 처음이다.​달리는 차들 사이를 헤쳐가는 추월가속은 가볍게 이루어진다. 동작이 큰 추월 다음에 자세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로터스 손길이 닿은 핸들링은 유럽차 감각의 정확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벤츠의 특허였던 스텝게이트식 자동기어는 이제 여러 차종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매그너스 역시 체어맨에 썼던 ZF제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차이는 체어맨이 자동 5단이고, 매그너스는 4단이라는 점이다. 파워와 홀드 모드, TCS 버튼을 갖춘 기어박스는 조작감이나 품질감이 나무랄 데 없다. 스텝게이트 기어는 급발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프트 록 장치를 달고, 오조작을 막기 위해 페달 간격을 넓혔다. 실제 페달 간격의 넓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해 보인다.단단한 하체, 풀가속에는 아쉬움 중형차시장 다시 불붙을 전망 매그너스의 최대토크는 4천rpm에서 나와 중속에서부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차들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높여 본다. rpm 바늘이 4천을 넘어 5천에서 비틀거린다. 계기판 바늘이 시속 150, 160km를 가리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배기음에 날카로움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지 않고, 타이어는 노면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철봉대에 목을 올려 놓고 넘어서기 아슬아슬한 순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살표를 그리면 수직상승 중간에 잠깐 머무르는, 그런 폭발력이 부족한 아쉬움이다. 아무래도 엔진의 한계로 보이는데. 2.5 엔진이라면 기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다.​매그너스는 여유있게 즐기는 차다. 개성으로 뭉친 디자인과 고급스런 실내, 정확한 핸들링까지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매그너스 오너층을 40대로 잡은 대우는 타겟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속성을 연계하는 `제너레이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4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매그너스라는 상품으로 해소하는 감성적 마케팅`이란 설명이다.​  ​ ​​매그너스의 차값은 중형 경쟁차보다 30~50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준대형에 속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레간자가 걱정될 정도로(레간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 선보였던 스포츠 모델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매그너스의 가치는 커 보인다. 국내 중형차시장은 96~97년 30여만 대 규모에서 98년 이후 10여만 대로 줄었다. 2000년 예상규모가 17만 대라 해도 예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력 높은 새 모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과연 매그너스는 불안한 40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까?​​​ 
[1999년 기사] 85년형 포르쉐 911 2018-04-18
85년형 포르쉐 911 가장 매력적인 포르쉐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포르쉐 911은 언제나 나의 드림카였다.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한 꿈의 자동차였다. 너무 멋지고, 너무 비싸고, 가까이 하기에 너무 완벽했다. 내가 911을 타보기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드림카는 요즘 911이 아니다. 이제는 구형이 된, 공냉식 엔진의 오리지널 911이다. 97년 발표된 신형 911(코드네임 996)은 안전과 환경문제 등 어쩔 수 없는 시대변화에 따르기 위해 포르쉐 본래의 매력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 살찐 보디는 오리지널의 완벽한 균형에 비할 수 없다. 새로운 수냉식 엔진은 공냉식의 터프한 매력이 사라졌다. 64년 데뷔해 35년 동안 지켜온 모습 역대 최고 포르쉐 911은 84년형 모델 포르쉐는 35년 동안 생산한 911을 대신할 차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78년에 처음 나왔던 928이 911을 대신하는데 실패한 뒤에야 회사 경영진은 포르쉐는 911 모양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911을 건드릴 수 없었다. 신형 911은 구형의 모양을 따랐지만 진정한 911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금의 차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구형의 완벽한 모습은 결코 흐트러뜨릴 수 없다. 911의 헤드램프는 신형 같은 달걀 프라이(?)가 아니라 구형과 같은 동그란 모양이어야 한다는 골수 911 팬들의 냉혹한 지적이다. 911은 1964년 데뷔했다. F. 포르쉐의 주도 아래 356의 진화 모델로 선보인 911은 F. 피에히가 설계한 수평대향 공냉식 6기통 엔진을 얹었다. 보디 디자인은 부치 포르쉐의 손으로 그려졌다. 911은 포르쉐 가족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처음 2.0ℓ 130마력으로 시작된 차는 매년 배기량을 키우며 개선을 거듭해 84년에 이르러 3.2ℓ 200마력 엔진을 얹는다. 바로 오늘 시승한 차가 이 모델이다. 이때의 포르쉐가 역대 911 가운데 제일 좋았다. 다부진 보디는 마치 한 덩어리 무쇠조각 같고, 경쾌한 동력성능은 가장 빠른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911은 아무도 닮지 않고, 아무도 닮으려 하지 않는다. 겉모습을 보면 2도어 쿠페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911이다. 어느 곳 하나 손댈 곳 없는 보디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현재 포르쉐 디자인을 이끄는 부치 포르쉐는 911만을 설계해왔다. 911의 스타일이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너무나 완벽한 차를 그린 그가 더 나은 차를 디자인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퀴를 감싼 펜더는 동그란 헤드램프를 담으며 보네트 가장자리로 튀어 올라 차폭을 가늠하게 하고, 드라이버에게 분명한 진행방향을 알린다. 납작한 보네트는 충분한 다운포스를 이끌어낼 듯하다. 곧게 선 앞 유리창은 911만의 큰 매력이다. 수퍼카의 영역을 넘나드는 911은 비교적 키가 큰 편이다. 덕택에 운전자에게 안락한 운전자세를 제공하고, 어느 정도의 스릴을 더해준다. 911만의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 왼쪽의 시동키는 르망 통해 얻은 노하우 시승차는 터보가 아니지만 84년부터 911에 제공된 `터보 룩` 옵션으로 치장했다. 또 930 터보에서 시작된 911만의 유명한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를 가졌다. 나치 독일군의 휘장을 떠올리게 하는 5스포크 휠은 단단함과 완벽한 디자인을 돕는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포르쉐만의 메시지가 강하다. 눈으로 직접 대하는 시승차의 탄탄한 보디는 감동을 자아낸다. 911은 보기만 해도 좋다. 앞뒤가 다른 타이어 사이즈는 뒤에 엔진이 달린 911의 운동성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다. 911은 이때만 해도 극한 상황에 몰리면 오버스티어 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속도로를 돌아나가는 인터체인지마다 깨진 테일램프 조각은 모두 911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 정도다. 911은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었다. 911을 타기 위해서는 노련한 운전기술을 갖추어야 했으므로 운전자에게 프라이드를 더해주었다.  실내 역시 겉모습만큼 전설이 되었다. 64년에 디자인된 대시보드는 세월을 잊은 채 97년까지 계속되었다. 신형 911의 대시보드는 구형보다 못하다. 가운데 타코미터를 크게 한 5개의 동그란 계기는 군용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멋이 넘친다. 속도계는 270km까지 표시되고, 맨 오른쪽에는 커다란 시계가 달렸다. 두 사람이 앉기에 넉넉한 공간은 충분한 헤드룸으로 편한 자세를 찾게 한다. 파워시트는 쿠션만 수동으로 움직인다. 누군가 앉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지닌 뒤쪽 시트는 트렁크가 좁은 911에 보조 화물공간의 의미가 크다. 911은 어린이를 뒤에 태우고 달릴 차는 아니다.  왼손으로 돌리는 시동키는 르망 경기를 통해 얻은 노하우다. 시동키를 돌리는 동시에 1단 기어를 넣어 빨리 출발할 수 있다. 공냉식 엔진의 깡마른 소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은, 911만의 매력적인 사운드다. 아, 나는 이 정도 큰 소리가 좋다. 신형에서 느낄 수 없는 오리지널 911의 사운드다. 911의 달리기는 많은 독일차들이 그랬듯 단단하고, 강하고, 조금은 조작이 힘겹다. 무쇠덩어리를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강하다.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움찔하는 반응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폭발적인 배기음과 함께 뛰쳐나가는 기세가 기대한 그대로다. 자연흡기 200마력 엔진의 911은 0→시속 100km 가속을 5초대에 해낸다. 차 바닥에서 튀어나온 페달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클러치 페달은 상당히 무겁다. 강한 스프링이 밀어내는 듯하다. 기어변속 역시 거친 편이라 조작에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차에 익숙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911만의 특성이다. 힘든 조작은 여성이 모는 911이 그려지지 않게 한다. 그래도 그게 좋다는 911이다. 15살 나이를 생각하면 시승차의 엔진은 쌩쌩하다. 포르쉐는 영원히 존재할 듯 하다. 조작 힘든 클러치와 기어는 911의 특성 시속 220km 넘게 달린 15년된 시승차 포르쉐는 천천히 달려도 과속하는 차로 오해받는다. 911로 천천히 달린다면 그 또한 못할 짓일 것이다. 그래서 911은 언제나 경찰의 표적이었다. 그나마 시승차가 눈에 안 띄는 검은색인 것은 다행이다. 가장 포르쉐다운 컬러이기도 하다. 섹시 포르쉐…. 변속감각을 익히며 가속을 더해 나간다. 아, 나는 911로 달리고 있다. 왠지 모를 감회가 크다. 자유로를 내달린 차는 최고속에 도전했다. 도로사정상 최선의 노력을 못했지만 시속 220km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차 15년된 차 맞아? RR차의 특성인지 시속 200km 부근에서 앞머리가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다루는 느낌이 조심스럽다. 바람소리? 소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시끄러울수록 나는 좋다. 포르쉐 사운드에 내 가슴은 터질 듯하다. 구불거리는 시골길로 들어섰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마음껏 내몰려는 기세를 꺾어 놓지만 911의 이름만큼 경쾌한 달리기다. 시승차는 파워 스티어링에 문제가 있어 조작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차를 극한까지 내몰지 못해 오버스티어를 느낄 기회는 없었다. 어차피 일반도로에서 모험할 이유는 없다. 코너마다 충분히 밀어주는 힘과 통쾌한 배기음이 스포츠카로 달린다는 궁극적인 희열을 전해준다. 변속하는 순간마다 터질 듯한 배기음 속에 가속을 더하는 박진감은 911로만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타보고 싶었던 오리지널 911이었다. 나는 이 차를 원한다.  
[1999년 기사] 88년형 포르쉐944 2018-04-18
88년형 포르쉐944 터보 창업자 일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차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포르쉐사―정식이름은 명예박사 F. 포르쉐 주식회사(Dr. Ing.hc. F. Porsche AG)다―의 창설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교수는 1875년 9월 3일, 아연판을 가공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 안톤 포르쉐의 셋째 아들로 체코의 알트 하르츠돌프에서 태어났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정식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릴 때부터 전기기기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만지는 것을 좋아해 야간기술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가 베라 엑가재단의 실습생이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18세. 베라 엑가제단은 전기기구와 큰 규모의 전기기계를 만들고 있었는데 페르디난트는 이곳에서 6년간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25세 때, 그는 자신이 설계한 `로나 포르쉐`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고 속도기록에 도전했다. 이 차는 당시로는 혁신적인 전기자동차였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도 출품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1906년 31세 때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스트로 다임러사에 기술부장으로 초빙되었다. 여기서 1.1ℓ의 소형차 삿샤, 5.7ℓ급의 프린츠 하인리히 트라이알 등을 설계했고 이것들을 몰고 직접 자동차경주에 출전했다.  다임러사 등에서 차 설계하다 30년에 독립 히틀러 요청으로 국민차 만들어 감금되기도 그후 그는 독일로 가서 다임러사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1926년 벤츠사와 합병해 다임러-벤츠사가 되었는데,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여기서도 여러 가지 작품을 남겼고 비엔나대학은 그의 공을 인정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페르디난트에게 이것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큰 영예였다.  다시 슈타이아사로 이적한 그는 여기서 아주 색다른 구조의 차들을 설계하다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 1930년 12월 1일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슈투트가르트에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연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포르쉐사의 전신으로 당시 직원 중에는 아우스트로 다임러사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칼 라베, 차체 디자이너 엘빈 코멘더가 있었고, 젊어서부터 자동차 설계에 재능을 보였던 그의 21살짜리 아들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포르쉐―애칭을 페리라고 불렀다―도 있었다. 이들은 2차대전 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포르쉐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1933년 1월, 나치 독일의 총통이란 권좌에 앉아 있던 아돌프 히틀러는 `1천 마르크 이하로 살 수 있는 국민차`를 개발해 달라고 포르쉐에 의뢰했다. 포르쉐는 기꺼이 이 요청에 응했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차가 훗날 폴크스바겐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생산차다.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는 화근이 되었다. 독일이 패하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국민차 개발이란 명목으로 히틀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감금당했다.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고자 아들인 페리가 이태리의 치시탈리아사를 위해 그랑프리 경주차를 설계해준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수평대향 12기통 1.5ℓ 엔진을 얹은 이 머신은 치시탈리아의 재정난 때문에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혁신적인 설계의 그랑프리카로 잘 알려져 있다.  부친을 보석으로 빼낸 아들은 점차 아버지를 대신해 포르쉐사를 경영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페리는 1948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인 그뮌트에서 최초로 자신이 설계한 차 포르쉐356을 탄생시켰다. 이 차는 2차대전 때 썼던 군용 폴크스바겐의 부품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인데 엔진을 차체 중심에 달았다. 폴크스바겐과 계약을 맺은 페리는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특허값을 받는 대신 다른 회사를 위해 이같은 대중차의 설계를 일체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페리는 이 차의 부품을 써서 스포츠카도 만들었다. 차체 뒤쪽에 엔진을 얹는 356 스포츠카는 1948년 겨울에 양산되었는데, 알루미늄 차체를 가진 50대가 만들어져 판매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포르쉐는 1950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로 공장을 옮겨 1952년 1월 30일 356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76세의 생애를 마감했다. 그가 죽기 직전에 포르쉐사는 356으로 처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356의 외형은 오늘날까지 거의 40년간이나 이어지고 있다. 55년 10월 이후 대폭 개량되어 356A가 되었고 다시 59년부터 356B로 진화했다. 엔진은 배기량 1천600cc 한 가지에 최대출력 60, 75, 90마력이 나오는 세 종류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많은 레플리카가 만들어지고 있다. 포르쉐 집안의 전통과 사상 3대째 이어지고 911과 928, 944를 중심으로 라인업 갖춰 페리의 장남인 알렉산더―애칭은 부치―도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가 되어 포르쉐904, 911, 914 등의 차체를 디자인했고 지금은 포르쉐 디자인사를 창설해 독립된 디자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현재 폴크스바겐/아우디 그룹 회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포르쉐 일가는 직접적인 경영에는 손을 떼고 이사회에만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3대에 이르는 집안의 전통과 사상은 충실하게 계승되어 왔다. 포르쉐의 라인업은 911계와 928 및 944의 흐름을 가진 세 기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함인 911은 초기모델부터 최신형까지 외형은 물론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악착같이 고수하고 있다. 실내도 앞 스크린의 각도와 크기, 대시보드의 조형, 각종 계기의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911의 특징이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911을 10년 전에 타보고 지난해에도 탔는데 드라이빙 느낌, 특히 가속 때의 인상이 똑같았다. 가속판을 밟으면 `팍`하며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을 덮치는 순간처럼 축적했던 힘을 한꺼번에 해방시키는 기분으로 가속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차의 매력이다. 엔진도 이른바 `포르쉐 사운드(노트)`라는 특유의 금속성 소리를 내는데, 포르쉐 매니아들은 그 소리에 영원히 사로잡히는 것 같다. 928은 911계의 후계차로서 77년에 등장한 새 세대 포르쉐다. 조정성, 안전성과 승차감의 세 요소를 철저히 조사해 만든 모델로 V형 수냉식 8기통 엔진을 앞에 놓고 뒷바퀴를 굴린다(FR). 결과적으로는 재규어 XJ-S, 애스턴마틴 V8, 벤츠 500SEC 등 라이벌과 엇비슷한 그랜드 투어링카 같이 되고 말아 포르쉐의 순수한 맛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연약해진 차라 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생산을 마쳤다. 차체 모양도 `순종 포르쉐`답지 않은 것이 탈이었다.  1964년에 등장한 911과 그 발전형은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1억 원이 넘는 차라 보통사람들의 손은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포르쉐 입문차`로 만들어진, 911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 팔릴 모델이 등장했는데 바로 81년에 나온 944다. FR인 포르쉐944는 `반값의 순종 포르쉐`를 표방하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한 뒤 1992년 968이라는 후계모델이 나올 때까지 10년간 생산된 차다.  나는 포르쉐 모델 중 이 944만은 타보지 못했다. 독일 포르쉐연구소에 갔을 때나 국내에서나 최신모델만 타게 되니 81∼91년에 만들어진 944를 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생활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양에 있는 한 중고차시장에 88년형 944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 말 않고 안양으로 달려가 보기로 했다. 확실히 944는 그곳에 있었다. 겉모양은 거의 새차다. 미국서 페인트를 수입해 보디를 새로 칠했다고 하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크림슨 레이크(crimson lake) 색으로 칠한 944는 수냉식 직렬 4기통 OHC 엔진을 얹은 터보형 모델이었다. 2천479cc 배기량에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3.6kg·m를 내고 새차인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6.3초에 끝낸다고 한다. 무게가 1천350kg으로 이런 종류의 스포츠카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강력한 토크 덕분에 다른 차가 감히 못 쫓아오는 힘을 갖고 최고시속이 245km까지 나온다. 911에 비하면 상대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는 갖춘 셈이다. 더구나 이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총알같이 달리는 차임에 틀림없다.  여름 햇살을 맞은 944의 실내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내장이 모두 검은색이어서 분위기도 어두웠다. 그러나 944를 한국에서 보았다는 감격 때문에 나는 서슴치 않고 더운 실내로 들어가 앉았다. 스티어링 휠이 포르쉐의 독특한 모습 그대로이고 10년 이상 된 모델이지만 내부도 제법 깨끗했다.  나는 944를 안양에서 인천 쪽으로 끌고 갔다. 경인고속도로는 평일에도 제법 차가 많은 편이지만 기동성과 가속성능을 시험해 보기에는 알맞은 코스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판을 밟아보니 역시 새차를 몰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우선 rpm이 올라가는 데 따르는 가속감에서 힘부족이 느껴진다. 가속판을 밟은 뒤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르쉐인지라 시간차만 약간 길 뿐 출력은 `액면 그대로` 나왔다. 중고차라 가속감 더디지만 출력은 충분해 시속 120km에서 터보 터지며 빠르게 가속 이 944도 포르쉐 특유의 금속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차들을 이리저리 추월해 보았다. 추월할 때 가속판을 힘껏 밟은 발바닥에 느껴지는 반응과 손으로 전해지는 스티어링 휠 감각의 일치감은 역시 포르쉐다웠다. 타이어도 땅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다. 직진성은 최고다.  터보 엔진을 단 시승차는 시속 120km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속판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시차 끝에 `붕∼` 하니 터보가 터지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시속 140, 160, 180km가 그야말로 직선적으로 가속된다. 바로 이 맛 때문에 포르쉐에 한 번 미치면 일생 동안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회전기능은 아직도 새차 그대로다. 인천 송도 로터리에서 다른 차들을 제끼면서 여러 번 커브를 돌아 봤는데 서스펜션의 안정감은 새차와 다름이 없었고 운전자의 중심을 잘 유지시켜 주었다. 좌석도 여유 있고 편안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냉방장치다. 냉방장치가 어떻게 세팅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속도가 늘어남에 따라 실내온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시속 180km에 이르면 거의 냉방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하기야 고속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치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다. 이 정도의 작은 차라면 브레이크를 밟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 944는 한 번 멈추려면 발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가 마모된 것 같은 인상이다. 왜냐면 힘껏 밟아도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10년 노장인 포르쉐944를 타보았다. 이 차는 약간 정비만 하면 한국의 유일한 944로 오랫동안 포르쉐의 진면목을 만끽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랜드 로버 디스커버리 SD4 SE, 본질을 향하다 2018-04-17
DISCOVERY SD4 SE본질을 향하다4기통 디스커버리를 탔다. 6기통 모델과 비교해 엔진 크기뿐 아니라 편의사양과 안전기능 등에서 많은 부분을 덜어냈다. 좋게 말하면 좀 더 본질에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랜드로버는 지난해 5세대 디스커버리를 선보였다. 랜드로버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했던 각진 보디를 벗어 던지고 지난 4세대에서 그러했듯, 레인지로버와 유사한 생김새로 패밀리룩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굴곡이 생긴 건 마냥 오프로더의 성격만 추구할 수 없었기 때문. 레인지로버 라인업이 점점 치열해지는 럭셔리 SUV 경쟁에 집중하게 되면서 브랜드의 살림살이를 도맡을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전반적인 5세대 디스커버리의 인상을 다루는 대신, 4기통 모델 SD4와 6기통 모델 TD6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역시 파워트레인만 달라진 건 아니었다.  TD6 범퍼 하단에서 밝게 빛나던 안개등을 SD4에서는 볼 수 없다. 까만 플라스틱 조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4기통 디스커버리에 없는 몇 가지SD4의 운전석에 앉았다. 랜드로버가 요즘 선보이고 있는 깔끔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구성은 여전했다. 그런데 왠지 센터패널 버튼 조작부와 센터콘솔이 휑하다 싶을 정도로 단출해 보인다.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6기통 디스커버리 TD6는 센터패널 위에 있는 공조버튼부가 통째로 회전하도록 한 것. 동시에 숨어 있던 수납공간이 ‘짠’ 하고 나타난다. 4기통 모델에서까지 그런 기능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심지어 품격 있는 랜드로버가의 일원이라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센터콘솔, 컵홀더 덮개마저 과감히 생략했다. 있어야 할 게 있어야 할 자리에 없어서인지 습관처럼 센터콘솔 쪽으로 뻗은 손은 허공을 헤매게 된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BMW처럼 제스처 컨트롤이라도 있는 줄 알 거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랜드로버의 디자인 언어를 따른 무난한 모습이다기능성과 고급감을 쏙 뺀 센터콘솔 랜드로버의 과감한 원가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D6에서는 질 좋은 가죽으로 혼 버튼(스티어링 휠 중앙부)을 부드럽게 감싸며 중후한 멋을 풍기지만, SD4는 플라스틱 덮개만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장점으로 내세운 대화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빠졌다. SD4에 달린 아날로그 다이얼은 TD6의 풀 TFT 디스플레이에 비해 예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는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운전석과 보조석 헤드레스트에 달려 2열 탑승객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엔터테인먼트 모니터가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플라스틱 플레이트가 들어가 고급감은 다소 떨어진다.  풀 TFT 디스플레이 대신 아날로그 다이얼이 양쪽에 배치된 계기판의 모습 친절하게도 랜드로버는 외관에서 6기통 디스커버리와 구분지을 수 있는 힌트를 마련했다. TD6는 테일램프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들어오는 데 반해, SD4는 방향지시등이 들어오는 부위를 기점으로 윗부분만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테일램프로서 최소한의 기능만 남긴 것이다. 6기통 모델에 기본 탑재되던 루프레일도 빠졌다. 또한 스티어링 방향에 따라 갈 곳을 미리 비춰주던 어댑티브 헤드램프 대신 일반 LED 헤드램프로 교체되었다.  테일램프가 반쪽짜리로 변했다 본질을 이야기하다그렇다면 4기통 디스커버리, SD4는 사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이것저것 빠진 게 많긴 하지만 랜드로버답게 힘찬 질주본능은 여전하다. SD4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TD6 대비 1L 가량 배기량이 줄었음에도 출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레인지로버 벨라에도 들어가는 인제니움 2.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는 61.2kg·m로 TD6보다 불과 18마력, 10kg·m 남짓 낮은 수치를 보인다.  SD4에 들어간 인제니움 2.0 터보 디젤 엔진 초반 가속시에는 엔진회전수를 넉넉하게 가져가며 풍채 좋은 2.4톤 SUV를 힘 있게 끌어준다. 그러다 어느 정도 중속 구간에 접어들면 꾸준히 1,000~1,200 rpm 사이의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며 차체를 부드럽게 이끈다. 안정감 있고 야무지게 속도를 올리는 디스커버리를 보니 더 이상 아쉬움이란 단어를 입에 담긴 힘들었다. 물론 6기통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4기통으로 이 정도 넉넉한 힘과 주행질감을 뽑아낸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지난달 소형 SUV 특집 촬영 당시 구난용으로 탔던 6기통 디스커버리의 부드러운 주행감이 벌써부터 잊혀져가고 있었다. 지나간 옛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기보단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에 열중하는 게 백번 옳은 것처럼. 촬영을 위해 해안가의 다소 거친 모래자갈길에 올랐다. 서서히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디스커버리인 만큼 댐핑 스트로크가 그다지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노면 상황을 몸으로 읽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포장도로를 주로 달릴 신형 디스커버리에 적합한 설계다. 실내 정숙성은 어떨까? 아이들링, 가속, 정속 주행 상황에서 체크한 결과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의 소음과 진동을 보였다. 혹시나 내가 디젤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스마트폰으로 제원을 다시 찾아볼 정도였다. 아주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충분히 아늑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주행성능 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SD4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배기량 엔진답게 연비절감 효과까지 누린다. 6기통과 비교해 연료소비량이 약 27% 가까이 줄어들었다(복합연비 기준 SD4 12.8km/L, TD6 9.4km/L).1,000만원 남짓 싸다지만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안전 관련 주요 편의기능이 많이 빠진 데 대해선 어찌 변론할 도리가 없다. 실제 판매량을 봐도 SD4가 차지하는 볼륨은 전체 디스커버리 판매량 중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2018년 1월 판매량 기준). 그렇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본질에 가까워진 ‘진짜’ 디스커버리를 저렴하게 탈 기회가 왔다고 말이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1999년 기사] 캐딜락 세빌 STS 2018-04-16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이생진의 시(詩)가 생각나는 유월의 제주도, 옥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끝간 데 없는 지평선과 함께 기자를 아득함에 취하게 했다. 해안 일주도로를 함께 달린 캐딜락 세빌 STS는 멋진 풍광만큼 기막힌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출렁이는 것은 바다뿐 세빌 STS는 미국차답지 않은 단단한 하체로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휘몰아쳤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 진가가 더 빛났다. GM 코리아의 선봉으로 국내 상륙 제주에서 시승 겸한 보도발표회 열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처럼 죽기 전에 꼭 한번 타고 싶다 는 미국인들의 열망을 담아온 차도 드물다. 최근에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록킹 온 헤븐스 도어 를 보면 시한부 생을 남겨 놓은 주인공이 마피아의 돈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자 마지막 소원의 하나로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주는 장면이 나온다. 캐딜락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GM 코리아는 캐딜락 세빌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세빌은 전통 세단인 드빌과 달리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강하다. 날렵하고 컴팩트한 스타일이 덩치만 큰 대형차가 아님을 보여준다. 차체길이는 4천995mm로 에쿠스(5065mm)보다 작다. 시승을 겸한 보도발표회가 열리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세빌은 예전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면을 깊게 파고든 헤드램프와 각진 뒷모습은 사브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화려한 치장은 사라졌지만 웅장한 그릴과 전통의 엠블럼이 여전한 캐딜락의 권위를 말해준다.​ ​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이다.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고대 프랑스 궁정에서 쓰이던 것으로 귀족을 상징한다. 4등분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의 전통을 말한다. 한편 컴비내이션 헤드램프는 각기 5개의 램프가 작동하지만 국내용은 코너링 램프를 뺀 4개다. 트렁크 리드에 스톱 램프를 달았고, 크롬 도금 알루미늄 휠이 스포티하다.​ 실내는 고급스러우면서 담백하고 제블라 우드 그레인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일체형 대시보드에서는 미국차의 특징이 드러나지만 센터 페시아에서는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그만큼 마무리가 깔끔하다. 2도어 쿠페인 엘도라도와 같은 섀시를 쓰기 때문에 실내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전용 에어컨과 컵홀더를 갖춘 뒷좌석 공간은 쇼퍼 브리븐에 부족하지 않게 널찍하다. 넉넉한 트렁크 룸은 크게 열리고, 스키 구멍이 버튼으로 작동되는 점이 특이하다.​   차에 올라 시동키를 꽂자 미리 입력된 메모리로 시트와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내릴 때는 시트가 완전히 물러나고, 풋 브레이크에는 별도의 해제버튼이 없다. P에서 다른 레인지로 이동하는 순간 풋 브레이크가 해제되고 주행 후 다시 P에 넣으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지는 방식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이채롭다. 디지털 모드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 위로 아날로그 계기가 나타나는 모양이 하이테크 감각이다. 미국차 특징에 유럽차 감각 응용해 편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 즐겨 세빌 STS는 1.8톤이 넘는 차체를 아주 가뿐하게 내몬다. 여유로운 힘은 미국차의 특징이다. 그런데 하체가 단단하고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은 유럽차 감각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차와 유럽차의 장점을 두루 응용한 인상이다. 세계시장에 나서는 신세대 캐딜락의 변모를 느낀다. 핸들은 적당한 무게로 움직인다. 캐딜락이 개발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인 매그나스티어(Magnasteer™)는 유압, 전자, 자기 제어방식을 독특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차의 속도와 핸들에 가해지는 힘에 관계없이 늘 최적의 핸들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차로가 많은 도로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승합차나 트럭 등을 추월할 일이 많아진다.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재빠른 추월을 시도해 보니 추월가속성능이 놀랍게 민첩하다. 치고 들어가는 각도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V8 DOHC 4.6ℓ 304마력 엔진으로 최고시속 240km를 내는 세빌 STS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7초대로 가속성이 뛰어나다.​  앞바퀴굴림은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해 준다. 시속 160km를 넘는 고속주행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다. 가볍게 뻗어나가는 차체가 탄력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해 운전자는 안정된 핸들링을 즐긴다. 브레이크 감각은 무거운 편이다. 급제동을 걸자 ABS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스태빌리트랙이 있어 코너가 이어지는 길도 자신있게 내몰 수 있다. 과격한 코너링에서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는다. 스태빌리트랙은 스티어링의 각과 요잉, 횡가속도를 감지하는 센서에서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저속회전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작동을 줄여준다.​ ​​세빌 STS의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으로 서브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으며 CVRSS라 불리는 액티브 제어방식을 썼다. 또한 알루미늄 블록 엔진이 비스커스 컨버터 클러치(VCC)를 통해 4단 AT에 연결되어 있다. VCC는 토크 컨버터의 엔진토크 변화를 감지, 엔진작동을 부드럽게 해주고 구동계의 소음을 줄여준다. 따라서 AT의 변속감각이 상당히 매끄럽다. 세빌 STS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고급차시장에는 7천만 원대라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현대 에쿠스가 7천만 원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대우 아카디아가 국내 최고인 4천만 원대로 수입차와의 가격격차를 줄이더니, 이번에는 재규어 S타입, 캐딜락 세빌 등이 에쿠스와의 가격격차를 줄이고 있다. 가격 대비 가치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잴 수 없는 것도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이다.  
[1999년 기사] 마세라티3200GT AT 2018-04-16
마세라티 3200GT AT포르쉐 911에 도전한 마세라티의 기함​​※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세계 각국의 이름난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이태리 포르테 델 마르미에 모였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완전 신형으로 새출발한 마세라티 3200GT의 새 버전 3200GT 오토매틱이었다. 우리는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 베르실리아-라스페지아를 잇는 고속도로, 그리고 포르토피노 남쪽 지중해안의 꼬부랑길에서 오토매틱을 마음껏 몰아보았다.​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 넘쳐 포르쉐 911 팁트로닉과 맞서는 4단  마세라티는 지난해 9월 페라리 산하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공개행사를 열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 3200GT 매뉴얼(MT)을 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때 필자는 마세라티가 페라리 산하에서 어떻게 탈바꿈할지 불안과 기대가 엇갈렸다.다행히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개성을 담아낸 3200GT를 자랑스럽게 우리 앞에 내놓았다. 세계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디자인)가 빚어낸 새 마세라티는 세계 저널리스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 담긴 품질과 성능은 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다.​​​​​페라리 전무이며 마세라티 3200GT의 대부인 파올로 마린세크는 그 사정을 이번에 털어놓았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페라리의 21세기형 모델 360 모데나를 내놓기 전에 서둘러 3200GT를 내놓았던 것이다.`페라리 360 모데나가 나오기 전에 3200GT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시판 시기에 몇 달의 간격이 생기고, 파리 모터쇼를 거쳐 겨울에 홍보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를 통해 세계시장에 뛰어든 매뉴얼 버전은 성능이 설익었었다는 고백이다. 어쨌든 3200GT 매뉴얼은 시장을 착실히 파고들어 이미 250대가 나갔고, 1천여 명이 대기중이다.마세라티가 3200GT의 오토매틱 버전을 내면서 다시 국제적인 시승회를 연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오토매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장에 도전하려는 야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마린세크는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적어도 2 대 1, 또는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시승회장에는 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주지아로 디자인으로 몸을 감싼 3200GT의 겉모습은 작년 9월의 첫 시승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꼬부랑길을 달리는 오토매틱은 매뉴얼과는 차원이 달랐다. 장소를 바꿀 때마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 시승회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비로소 마세라티가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2 대 1 이상으로 잡은 이유를 실감했다.3200GT의 라이벌 포르쉐 911, 벤츠 CLK55 AMG, 재규어 XKR은 유럽시장에서 AT의 비중이 아주 높다. 재규어는 AT 일색이고, 포르쉐 팁트로닉은 40%를 넘는다. 벤츠도 예외가 아니다. 오토매틱이 수동 6단보다 훨씬 편하고 운전의 재미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마세라티는 3200GT 개발 초기부터 전자식 AT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다만 V8 트윈터보 엔진의 엄청난 토크(49.7kg·m)를 소화할 수 있는 AT를 찾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마세라티는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해답을 찾았다. 보그-워너 오스트레일리아를 바탕으로 태어난 BTR은 포드의 신형 팰컨 오스트레일리아에 정교한 개량형 트랜스미션을 공급하고 있다. 한해 1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AT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다. 기후와 도로조건이 나쁜 이 나라에서 입증된 기어박스의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 토마소 시대와 4WD 콰트로 포르테 초기에 겪은 신뢰성의 위기를 되풀이할 이유는 전혀 없다.3200 GT의 4단 기어는 5단인 포르쉐 911 팁트로닉이나 재규어 XKR보다 뒤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V8 터보 엔진의 토크대가 아주 넓어 문제가 없었다. 출력과 토크는 피크에 이를 때까지 매끈하게 올라갔다. 최고출력의 엔진회전대는 매뉴얼보다 250이 내려가 6천rpm이었다. 토크 컨버터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레드라인은 매뉴얼의 6천800rpm에서 300rpm 떨어진 6천500rpm으로 내렸다.3200GT의 매끄러운 성능과 힘찬 가속력은 엄청난 토크에서 우러나왔다. 2천700~5천500rpm에서 최대토크에 육박하는 44.8kg·m가 나왔다. 기어비가 넓은 4단 트랜스미션을 다루고 남을 힘이었다.​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스포츠 모드 조작 수동과 비슷한 값에 훨씬 편리하고 세련  AT의 셀렉터에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 대신 콘솔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이용해 서스펜션의 가변식 댐퍼와 센서를 조절한다. 정상모드에서는 기어를 내릴 때 시간이 걸리고, 액셀을 콱 밟아야만 킥다운이 가능하다. 전력질주할 때에는 5천rpm에서 시프트다운 한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가면 3200GT의 성능이 달라진다. 시프트다운이 훨씬 빨라지고, 중간 기어에서 오래 머물 수 있으며, 액셀을 한껏 밟았을 때에는 6천100rpm에서 기어 단수를 올릴 수 있다. 중간단계의 액셀 조작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V8은 터보의 잡음을 누르고 힘차고 상쾌한 음악을 들려주었다.​​​3200GT의 T형 손잡이가 너무 투박해 실망했다. 아울러 마세라티는 매니아 지향적인 모델인데 수동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팁트로닉을 달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기어박스를 공급하는 BTR은 포드를 위해 핸들 버튼식 기어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마세라티는 페라리 360 모데나형 페달이나 핸들 버튼형 AT를 3200 스파이더에 달려고 한다. 스파이더는 2000년 말 시장에 나온다.     드라이버가 정상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오갈 때 착각하지 않고 콘솔의 버튼을 조작한다면 3200GT 오토매틱은 다루기 쉬운 준마로 손색이 없다. 3200GT는 잠들어 있다가도 건드리기만 하면 얼른 깨어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6초가 느린 5.7초, 0→시속 1마일(약 1.609km) 도달시간은 13.8초여서 수동식보다 0.5초가 뒤진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전 F1 드라이버 이반 카펠리가 핸들을 잡고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8초 길었다고 한다.    액셀은 매뉴얼과 같은 모델이다. 오토매틱은 클러치가 없는 2 페달식이어서 매끈한 운전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드라이빙 매니아가 아닌 마세라티 팬들에게는 값이 비슷하면서 훨씬 편리하고 세련된 오토매틱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평하는 시승자들이 많았다.유럽에서 3200GT의 라이벌인 포르쉐 911은 6기통 3.4ℓ 296마력의 엔진을 얹고 값은 약 1억2천400만 원이다. 드라이버에게 인기 있는 차종이고 GT에서 스포츠카로의 변신이 자유자재다. 중형 고성능 쿠페인 벤츠 CLK55 AMG는 V8 5.4ℓ 349마력에 값은 1억1천330만 원으로 실내공간이 넓다. C클래스 섀시에 강력 버전인 E55 V8을 얹었다. 재규어 XKR은 V8 4.0ℓ 370마력에 차값은 1억1천400만 원으로 힘들이지 않고 느긋하게 고속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실내공간이 약간 좁지만 스포츠 드라이빙보다는 세련된 운전에 알맞다. 마세라티 3200GT 오토매틱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이들을 상대로 운명을 건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롱 텀 시리즈 2회] 내겐 너무 낯선 그대, 디젤 2018-04-16
내겐 너무 낯선 그대, 디젤   “우리집에 디젤차는 처음이네 ” 아버지의 무심한 한마디가 새삼 와 닿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털 나고 우리집에 디젤차가 들어온 건 처음이다. 줄어들지 않는 기름과 경쾌한 가속력은 대만족이지만, 생전 겪어보지 못한 낯선 부분도 적지 않다. 디젤과 친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고백컨대 나는 가솔린 예찬론자다. 아니, 예찬론자‘였’다. 태어나서 지금껏 우리집 차는 매번 가솔린이었다. 어렸을 때는 RV나 SUV라면 질색하는 아버지가 늘 가솔린차를 선택했고, 그 영향을 받은 나도 디젤에는 좀처럼 정이 붙지 않았던 까닭이다. 으레 대다수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우렁찬 배기음, 치솟는 회전수에 대한 로망을 늘품고 살았다.그런 내가 디젤차를 사겠다고 했으니 주변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리 터보가 득세해도 자연흡기 대배기량의 감성은 따라올 수 없다며 4리터가 넘는 8기통 차를 타던 녀석이 208 구매를 선언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디젤게이트 이후로 디젤차는 고등어구이와 함께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낙인까지 찍히지 않았던가  이틀이 멀다하고 전기차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에 디젤차라니, 철 지난 유행을 따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프랑스에 다녀온 후배가 샹젤리제 거리의 푸조 에버뉴에서 208 다이캐스트를 사다줬다. 꼭 닮아 앙증맞다. 클린 디젤 더티 디젤  제대로 알고 타기 흔히 디젤차의 배출가스에 관해 문제되는 부분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다. 언론에서는 뿌연 서울 하늘이 모두 디젤 탓인 것처럼 몰아가곤 하지만, 최신 디젤차들은 미세분진 필터가 탑재돼 있으니 그런 혐의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차를 살 때 마음에 걸렸던 건 질소산화물 쪽이었다. 1급 발암물질이, 그것도 가솔린차보다 몇 배나 많이 나온다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선뜻 208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SCR(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 덕분이다. SCR은 쉽게 이야기하면 질소산화물이 대기로 방출되기 전 질소와 산소를 분해해주는 장치다.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뛰어난 대신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주로 중대형 모델이나 상용차에서만 쓰여왔다. 하지만 푸조는 유로6 적용 이후 출시된 모든 모델에 SCR을 기본 장착했다. 1.6L급 디젤 엔진이 탑재된 소형차에 SCR이 달린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만큼 배출가스 저감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니 지구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덜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를 타야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그런 차를 불편 없이 탈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깨끗한 차를 타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디젤차를 산 데 후회는 없다.재미있게, 가끔은 엉뚱하게  거창한 환경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디젤차를 운전하는 건 썩 재미있는 일이다. 운전재미는 208을 살 때 고려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99마력짜리 차 갖고 무슨 운전재미냐고  천만의 말씀, 제한된 출력 내에서 나 혼자 재미있는 걸로도 충분하다.  주말에 종종 타는 540i는 이틀 만에 208의 2주치 기름을 들이마시는 대식가다 208의 최대토크는 25.9kg·m으로, 토크만 놓고 보자면 비슷한 배기량의 가솔린 터보 엔진이나 2.5L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다. 게다가 최대토크 발휘 지점은 1,750rpm.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약간 딜레이가 느껴지지만 조금만 회전수가 올라가면 힘껏 노면을 박차고 나간다. 덕분에 출력이 낮아도 전혀 답답함이 없다. 오히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도 경쾌하게 힘을 낼 수 있다. 고속주행 중 추월을 할 때도 힘이 부치지 않는 건 물론이다. 출퇴근에 최적화된 이 엔진은 4m도 되지 않는 208의 작은 차체, 수동 기반의 MCP 변속기와 궁합이 좋다. 제한속도 내에서도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는 건 매일 차로 출퇴근해야 하는 내겐 큰 메리트다.  평창에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사온 수호랑 인형. 차가 점점 소녀풍이 되어간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연비가 좋고 손맛이 나쁘지 않다 해도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키긴 어렵다. 덜덜거리는 소음과 진동은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가도 가끔은 엄청나게 거슬린다. 특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월에는 잡소리가 많이 났다. 시트, 암레스트, 유리창, 도어트림까지 한 번씩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당일치기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특히나 엔진 소리마저 약간 거칠어지고 진동도 커진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은 1만km 정기점검 때 제대로 진단을 의뢰할 생각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달아놓은 장치들이 간혹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루는 퇴근길에 문득 엔진 소리가 커졌다고 느꼈다. 신호대기 중에도 스톱 앤 스타트가 작동하지 않아 룸미러로 뒤를 보니,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하얀 연기가 나왔다. 말로만 듣던 ‘신차 뽑기’에 실패한 건가  깜짝 놀라 수소문을 해 보니 미세분진을 걸러주는 DPF가 일정 주기마다 재생 작업을 할 때 그럴 수 있단다. 디젤차는 처음 타 보니 그런 걸 본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출근길 기온이  19˚C까지 떨어진 날 아침에는 집을 나서자마자 트렁크 쪽에서 사이렌 소리 비슷한 요란한 소음이 났다. 요소수가  11˚C에 얼어버려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요소수 펌프로 추정되는 부위에서 굉음이 난 것. 조금 뒤 차에 온기가 돌면서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생전 처음 운행하는 디젤차에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음을 느꼈다.   심심한차에약간의포인트를주기위해안개등에PPF를붙여줬다.이제좀랠리카같나 그럼에도 디젤을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연비의 영향이 컸다. 고속주행이 90% 이상인 환경은 208의 효율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스테이지다. 날이 풀리면서 연비는 이전보다도 더 좋아졌다. 적당히 막히는 통근길 연비는 아무렇게나 운전해도 23km/L 정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집을 나서면서 트립컴퓨터를 리셋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27.7km/L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생전 본 적 없는 숫자다. 물론 막히는 시내에서 연비를 재면 15km/L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나의 주 무대는 고속도로인데. 내 필요에 맞으면 그만이다. 필요에 약간의 취향을 가미해 통근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쓸 수 있는 차가 바로 208이다.  별 생각 없이 주행한 출근길에 ‘인생연비’를 찍었다. 30km/L도 해볼 만하겠는데 동네 친구의 티코 옆에선 208이 대형차가 된다 글, 사진  이재욱
[2000년 기사] 볼보 S80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2018-04-13
볼보 S80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볼보를 타보는 기회를 가졌다. 2000년형 볼보 S80은 대변신을 하고 있었다. 외형 디자인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처음 보는 순간 “이것이 정말 볼보냐?”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나의 볼보에 대한 생각도 꽤나 낡은 것이었음이 틀림없었다. 이 기회에 볼보의 역사를 약간만 소개하기로 한다. 볼보는 1926년 아사 가브리엘슨과 구스다브 라르슨에 의해 창설되었다. 볼보라는 이름은 그 이전에 볼 베어링을 만들고 있던 스웨덴의 SKF라는 회사가 사용하던 상표다. 볼보라는 말은 라전??어의 `volvere`에서 유래된 `돈다`는 뜻이다. SKF의 재정적인 도움으로 위의 두 사람은 1호차 1천 대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조업은 1927년 4월에 시작되었다. 볼보 1호차의 이름은 OV4였고 후에 자코브(Jacob)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4기통 엔진을 얹은 대형차로 최고시속 60km를 냈다. 이어서 PV4라는, 네바퀴 모두 브레이크가 달린 차가 1927∼1929년 동안 770대 만들어졌다. 6기통짜리 차도 내놓았는데 이것은 1950년까지 생산되었다. 1933년에 생산된 PV36은 카리오카라고도 불렀는데 처음으로 독립 서스펜션을 썼다. 1938년에 이르러 차 생산능력은 연간 3만5천 대로 늘어났다. 1944년에는 PV444가 나와 1958년까지 생산되고, 1956년에 등장한 아마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P121과 22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박스형 디자인, 상징으로 변해 견고한 차체에 내구성도 좋아 내가 처음 미국에서 본 볼보는 1961년에 소개된 소형승용차 P130과 1962년에 내놓은 P130V 스테이션 왜건이었다. 두 차 모두 4기통 1780cc 85마력 엔진을 썼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약간 둥그런 곡선을 가진 모습과 탁월한 실용성 때문에 스웨덴의 국민차 구실을 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크게 호평받았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66년부터 144라는 모델로 되면서 마치 4각형 성냥곽 모양으로 변신한다. 이 스타일은 악착같이 지켜지면서 볼보의 상징이 되었다.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계란을 억누른 것 같은 전세계의 자동차 디자인과는 달리 볼보는 고집스럽게 계속 자신의 상징을 내놓았다. 세계시장에서 볼보는 안전을 앞세운 성능 좋은 차를 내놓는 메이커로 유명하다. 볼보는 약진을 거듭해 스웨덴의 에너지, 식품가공, 각종 공학분야 및 항공산업에까지 참여해 명실 공히 스웨덴 최대의 기간산업체로 성장했다. 종업원수도 10만 명에 이르는 대가족을 거느리다 보니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자동차업계도 재정비를 해 400, 800 및 900 시리즈를 정돈했는데 특히 850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것은 다시 1998년에 S70으로 변신했다. 나는 900시리즈 중 940을 7∼8년 전에 시승한 적이 있고 오늘은 960이 변신한 S80을 시승하게 된 것이다. S80은 볼보 중에서는 제일 큰, 이른바 볼보의 기함이라 할 수 있다. 볼보의 가장 뛰어난 톡징은 견고한 차체의 안전성이다. 10년 전 볼보의 광고사진은 참으로 특이했다. 10대 정도의 볼보를 차례로 쌓아 올려놓고 튼튼한 모습을 자랑하던 장면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약 35년 전에 미국의 신문과 잡지에 실린 볼보의 광고문구는 다음과 같다. “스웨덴 도로의 80%가 비포장 도로인데 볼보는 그 위를 10년 동안 달려도 끄떡없이 진동을 이겨내는 차입니다”라는 구절까지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 만큼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볼보는 외부 모습은 그렇다 치고,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90년대 후반기의 최고모델이라는 960을 보더라도 너무나 검소하게 차려져 있다. 나에겐 볼보의 내부치장에 그리 정이 들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물론 이것은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기한다는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이 만든 것이겠지만 자동차가 세계적인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고급 모델인 960의 내부가 값에 비해 빈약하다는 사실은 더 많은 고객을 끌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1999년 모델부터 달라졌다. 그것도 아주 혁신적으로 달라졌다. 새롭고 독특한 스타일 돋보여 내용 면에서 다른 차보다 앞서 내 눈앞에 드디어 볼보 S80이 나타났다.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 날렵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실물은 육중한 인상이었다. 그 옛날 특유의 박스형과는 정반대로 달라진 모습이어서 나는 정말로 놀랬다.“이것이 정말로 볼보냐?”하고 한 번 더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앞 그릴도 헤드라이트도 각진 옛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주 자연스런 곡선으로 멋지게 다듬어졌다. 옆으로 흐르는 곡선이 멋지게 차체를 스치고 지나면서 뒤로 흘러가더니 트렁크에 와서 직선으로 끊어진다. 여기서는 다시 커다란 테일 라이트가 선을 가로막는다. 트렁크의 뚜껑도 90°로 예리하게 깎아 세워져 있는데 이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앞과 옆면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내가 이 차에서 받은 첫 인상은 마치 양쪽으로 커다란 로켓 분사구를 지닌 것 같은 느낌이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거기엔 깜짝 놀랄 만큼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차의 대항마인 BMW 5시리즈의 트렁크 용량은 460ℓ인데 이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인 1천106ℓ이니 말이다. 시승에 동행한 <자동차생활>의 기자인 K군이 “제 생각에는 이 차에서 볼보다운 맛은 없어진 것 같은데요”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야, 볼보의 새로운 스타일 감각이 아주 마음에 들어!”라고 즉시 반박했다. 차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도 옛 960 모델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미끈한 곡선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여러 편의장비가 효과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것 참, 위대한 변신인데...”하고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시동을 걸었는데 시동키를 돌리자마자 바로 움직이는 반응이 다른 차와 상대도 안 될 만큼 빨랐다. 시동 때 보여주는 즉각적인 반응은 정말로 이 차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임을 특기하고 싶다.    이 차는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와 경합한다. 값을 따져보면 오늘 내가 타보는 볼보 S80 2.4와 BMW 520ⅰ는 6천490만 원으로 똑같다. 이보다 약간 비싼 벤츠 E240은 7천260만 원이다. 서로간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S80의 2.4ℓ는 차체 길이가 4천822mm이고 5기통 2.4ℓ DOHC 엔진으로 170마력(최대토크 21.5kgㆍm)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15km이고 세 차종 중 유일하게 16인치 휠을 쓰고 있다. BMW 520ⅰ는 길이가 4천755mm이고 6기통 2.0ℓ DOHC 엔진에서 150마력(최대토크 19kgㆍm)의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20km다. 이 차는 15인치 휠을 달고 있다. 또 하나의 대항마인 벤츠 E240은 길이가 4천795mm로 V6 2.4ℓDOHC 엔진을 얹고 170마력을(최대토크 22.5kgㆍm)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23km다. 이 차의 휠도 15인치다. 이러한 숫자를 나열하고 보니 값이 거의 비슷한 차종에서 볼보가 벤츠보다 27mm 그리고 BMW보다는 47mm 더 길다. 요것이 아주 사소한 차이 같지만 실제로 보는 느낌에는 볼보가 훨씬 길어 보인다. 게다가 유일하게 16인치 휠을 쓰고 있어 차 전체가 아주 시원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 외관상의 우위를 자랑할 뿐 아니라 볼보는 같은 값의 BMW 520ⅰ보다는 출력에서 20마력이나 앞서고 최대토크에서 4.5kgㆍm나 더 강하다. BMW라는 브랜드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 한, 볼보가 외관이나 성능 면에서 한 수 앞선다는 뜻이다. 정말로 이 당당한 모습을 지닌 볼보 S80에 나는 반해 버렸다. 시속 200km에도 실내는 조용해 믿음직한 안전 보호장비 갖추고 자! 출발이다. 우선 의자에 앉았을 때 기분이 좋다. 넓은 실내와 안락한 의자, 그리고 아주 넓게 만든 앞뒤 유리 덕에 시야가 탁 트여서 심리적으로 안도감이 생긴다. 중요한 운전장치와 편의시설이 대부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트립 컴퓨터와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시스템의 강약까지도 운전대를 잡은 채 조절할 수 있다. 속도계 왼쪽 아래의 계기판 구석에 디스플레이가 달려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 보통 때는 남아있는 연료로 몇 km를 더 달릴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문이 잘 닫히지 않았을 경우에는 문이 열려 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게다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시끄러운 경고음이 계속 울린다. 다른 차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 소리가 끊기는데 이 차는 악착같이 벨트를 맬 때까지 울려대는 것이 특징이다. S80은 기동성과 접지감각이 최고다. 스티어링 휠에 전달되는 안정감은 역시 볼보 특유의 멋이었고 특히 접지감각이 좋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커브길을 도는 과정에서 특히 오른쪽으로 꺾이는 커브길을 따라갈 경우 초보자는 약간의 불안을 느낀다. 이것은 심리적인 현상이지만 자신이 몰고 있는 차의 접지능력이 부족한 차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차는 그러한 불안감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가속판을 밟는 그대로 참으로 잘 반응해 준다. 비록 배기량 2.4ℓ의 차지만 보통 시속 120km에서 더욱 가속하려고 힘껏 밟으면 엔진이 한숨 쉬었다가 힘을 내는 현상도 없이 그대로 미끄러지듯 가속된다. 120, 140, 160, 180 그리고 드디어 시속 200km까지 밟아 봤지만 엔진은 큰 고함소리도 내지 않고 그대로 속도를 올려 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방음장치가 잘 되어 그리 들리지 않아 고속으로 달려도 실내는 조용하기만 하다. 더욱이 놀란 것은 이 차의 서스펜션이다. 물론 앉은 의자가 안락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장애물을 넘어도 충격흡수가 잘되어 차 전체의 안정도가 마치 미국차를 탄 기분이다. 독일차는 일부러 서스펜션을 약간 딱딱하게 만들어 이른바 스포츠카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졸음이 오는 것을 막기도 한다지만 역시 서스펜션은 안락한 것이 나는 좋다.자동차의 우열을 가리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지난달에도 지적했듯이 기동성 가운데서 최소회전반경을 중요시한다. 도로상에서 급히 U턴을 하려고 할 때 회전반경이 긴 차는 참으로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S80은 큰 중형차인데도 최소회전반경이 불과 5.8m밖에 안 된다. 이것 하나만 하더라도 이 차는 돈값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회전반경이 짧을 뿐 아니라 급커브를 돌 때의 안정감도 월등하다. 안정된 서스펜션과 함께 가볍고 짧게 도는 이 차의 능력에 나는 찬사를 보낸다. `안전도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볼보지만 이 S80에는 다른 차에 없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가 있다. ABS, 운전석과 조수석에 달린 에어백은 상식이지만 여기에는 측면 충돌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SIPS(측면보호 시스팀)이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커튼형 에어백 IC(Impact Curtain)가 추가로 달려있다. 이것은 볼보만의 보호장치로써 차 천장의 모서리를 따라 눈에 보이지 않게 안쪽에 내장되어 있고 앞좌석과 뒷좌석 탑승자 모두를 보호해준다. 이 커튼은 옆면이 부딪히면 커튼형 에어백이 수천 분의 1초만에 팽창하게 되어 있다. 이 정도의 차라면 역시 수입차가 좋고, 볼보 S80이 더욱 좋겠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단 한 가지 S80에 불만이 있는데 브레이크를 밟으면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약간 깊숙이 빠진 다음에야 작동해서 초보자뿐 아니라 운전에 익숙한 사람도 약간 당황하게 된다. 나도 그랬으니 이 점은 수정해 줬으면 한다. 볼보 S80은 정말로 멋있는 차다. 나도 돈만 있으면 같은 클래스의 BMW나 벤츠 대신 이 차를 사겠다.   볼보 S80의 주요 제원크 기길이*너비*높이4822*1832*1434mm휠베이스2791mm트레드 앞/뒤1582/1560mm무게1580kg승차정원5명엔 진형식직렬 5기통 DOHC굴림방식앞바퀴굴림보어*스트로크83.0*90.0mm배기량2435cc압축비10.3 : 1최고출력170마력/5700rpm최대토크23.5kg*m/4500rpm연료공급장치전자식 연료분사연료탱크 크기70L트미랜스션형식자동5단기어비①/②/③4.69/2.94/1.92④/⑤/ⓡ1.30/1.00/3.18최종감속비4.25보새디와시보디형식4도어 세단스티어링랙 앤드 피니언서스펜션 앞/뒤멀티링크/5링크브레이크 앞/뒤V디스크/디스크타이어 앞/뒤모두 215/55R 16성 능최고시속215km0 →시속 100km 가속9.9초시가지 주행연비8.9km/L값6천490만원 
[1999년 기사] 누비라II, 다른 차원으로 변신한 .. 2018-04-13
 ​다른 차원으로 변신한 패밀리카 준중형차 값으로 고급차의 품질을 즐긴다※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대우는 요사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빅딜의 일환으로 자동차공업도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지만 대우측의 삼성자동차 인수문제도 거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쌍용도 합병한지라 명실공히 현대와 함께 한국 자동차산업의 쌍벽을 이루는 거두(巨頭)로 거듭나고 있다. 대우는 특히 경차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 티코로 한국시장을 잡은 뒤 마티즈의 성공으로 한때 총매출대수에서 현대를 누르고 제1위를 자랑했던 일도 있었다.   4년만에 대우차 시승할 기회 얻어 쭉 뻗은 외형, 널찍한 실내에 놀라 나도 티코가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자동차생활사가 기증해준 것을 8년째 굴리고 있는데 놀랍게도 아직 고장이 한 번도 나지 않고 있다. 와이퍼와 배터리, 그리고 타이어를 두 번씩 바꾼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니까 정말로 대단한 티코가 아닐 수 없다.나는 이 차를 끌고 국회에도 가고 큰 호텔 현관 앞에도 간다. 부산, 강릉처럼 긴 여행에도 이 차를 이용한다. 민첩한 기동성, 주차, 연비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점이 없어 친구에게도 많이 권했고 ‘경차를 탑시다’라는 TV 캠페인에도 티코를 끌고 3~4차례 출연했다.​페인트칠이 낡아 작년에(이 차의 시세는 지금 20~30만원도 안하겠지만) 60만원을 던져 새로 칠했을 정도로 나는 티코를 사랑한다. 티코 홍보를 위해 8년을 노력한 대공신(?)이기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우에서 차 한 대쯤 줍디까?” 하는 말을 여러 번 듣지만 나는 티코의 후속차인 마티즈의 신차발표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대우(待遇)를 대우(大宇)로부터 받았으니, 이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티코와의 인연과는 달리 대우차는 시승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다. 94년 아카디아와 95년 달라진 티코의 시승기를 쓴 뒤 4년만에 다시 대우차를 타게 되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차의 이름은 누비라Ⅱ, 오랜만에 대우차를 타고 도로를 누비라는 뜻인 것 같다. 누비라니까 누벼볼 수밖에 없어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누비라를 기아 세피아, 현대 아반떼급의 준중형차, 대학생이나 대학을 갓나온 사회인, 젊은 주부들이 타는 차로 알고 있던 나는 연구소 건물 앞으로 온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차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누비라가 아니었다. 시원하게 커진 헤드라이트며 쭉 뻗은 차체 뒤에 달린 테일 라이트가 눈부시게 커보였다. 차 전체의 폭과 길이도 아주 커진 인상이다. 대우 특유의 앞그릴 크롬도금이 이 누비라Ⅱ에게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와, 이것이 누비라야? 이전의 누비라하고는 완전히 다른걸” 하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언뜻 보기에는 이 차보다 한 급 위인 레간자와 혼동할 정도로 차체 크기와 앞 뒤 라이트 디자인이 비슷하다.​차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앉는 순간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실내공간이 대단히 넓다. 현대 아반떼나 기아 세피아Ⅱ보다 넓이가 5cm 가량 크고 높이도 아반떼보다 3cm나 더 높단 말이다. 실내공간에서는 길이보다 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차폭이 5cm나 넓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좌석을 옆으로 넓게 잡을 수 있어 널찍한 인상을 준다. 그러고 보니 이 차는 패밀리카로도 적당하다. 좌석이 넓고 높이도 충분하니 가족을 거느리고 여행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으리라.​​​​운전자를 배려한 레이아웃 돋보이고 경제적인 운전 돕는 이코노존 달아 운전자에게 세심한 배려는 여러 면에서 베풀어져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자신의 체구와 운전자세에 꼭 맞게 좌석을 조절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고급차 외에는, 특히 중소형차의 경우는 그저 좌석과 등받이를 앞 뒤로 조정하는 기능밖에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누비라Ⅱ에는 좌석의 높이를 그것도 앞 뒤쪽을 따로 오르내리게 하는 듀얼식 조절장치가 달려 있다.그것만이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파워일 뿐 아니라 좀더 완벽한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5단계로 조절되는 틸팅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것도 고급차에만 제공되는 장치다. 게다가 내부를 보면 인테리어 디자인이 참으로 잘 되어 있다. 운전자의 왼팔이 편안하게 놓여질 수 있게 암레스트가 딴 차보다 잘 되어 있고, 센터 콘솔은 우드 그레인으로 감싸 베이지색 실내와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스럽다.​​​​운전석 앞의 계기판은 한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정돈되었고, 특히 타코미터의 1천500∼2천500rpm 구간을 녹색으로 칠해(이코노존) 이 구간에서 차를 굴리면 연료절감은 물론 자동차에 무리가 안가는 쾌적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사소하지만 좋은 착안이다.​시동을 걸었다. 아주 미끄럽게 나간다. 백미러를 통해 보는 뒤쪽 시야도 넓어 좋다. 누비라Ⅱ에 쓴 전자식 ZF변속기는 독일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하는데 외형상으로는 제법 고성능장치 같았다.​특히 이 변속기에는 기어 변속을 강제로 늦춰 단번에 힘을 내게 하는 파워 모드가 있어 도로사정에 맞춰 아주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이 ZF변속기가 이른바 ‘파워노믹스(Power+Economy)엔진’이라는 대우가 개발한 고성능 엔진에 접속되어 엔진의 파워를 조화롭게 미션으로 전달한단다.​​​​파워노믹스 엔진에 대해서는 약간 더 설명이 필요하다. 현대가 개발한 자랑거리 엔진이 린번 엔진인데, 이 린번 엔진은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출력을 희생시켰고 린번기능도 일정한 구간에서만 발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파워노믹스는 가변흡기 시스팀으로 흡기관의 길이를 높은 rpm에서는 짧게, 낮은 rpm에서는 길게 해 공기를 안정되게 흡입시켜 고른 출력을 내게 한다.그뿐 아니라 녹 센서(knock sensor)를 엔진블럭에 더해 노킹을 방지하므로 이상폭발 없이 출력이 유지된다. 연비면에서도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개스 재순환장치) 밸브를 달아 휘발유 소모를 줄인다. 고른 출력 내는 파워노믹스 엔진 가속시간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 저속에서의 주행감각은 아주 좋다. 핸들의 굵기도 이 차의 성격에 맞는 것 같다. 약간 굵게 만들어져 있는데 고속으로 달릴 때도 놓칠 염려가 없어 좋다.올림픽도로를 거쳐 자유로로 빠져 보기로 했다. 그런데 올림픽도로로 진입하면서 가속하려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으나 엔진이 제대로 호응해 주질 않는다. 다시 말해 순발력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하기야 1천500㏄급 차에 남자 세 사람이 탔으니 힘은 들겠지만 약간 답답하다는 인상이다. 타코미터의 회전수는 올라갔는데 그것에 맞는 속도는 빨리 얻을 수가 없단 말이다.    
[1999년 기사] 고성능, 실용성, 경제성 특징인 삼.. 2018-04-12
고성능, 실용성, 경제성 특징인 삼색 4WD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아우디 A8 콰트로 성공의 바탕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승용 4WD의 대명사인 콰트로는 아우디의 개척정신이 잘 담겨 있는 모델이다. 승용차에 과연 4WD는 필요한가 라는 의문에 대해 콰트로는 두바퀴굴림으로는 가기 힘든 길을 갈 수 있다는 매력, 눈길을 달릴 때 미끄러질 걱정보다는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운동성능이나 승차감 등이 지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얘기한다. 콰트로의 가치는 랠리용 버전이나 한때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아우디의 대표차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콰트로의 무대는 랠리를 벗어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94년 봄에 등장한 아우디 A8은 그 해 판매목표였던 5천대를 불과 4개월만에 모두 팔아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르고, 세계시장에 적극 나섰다. A8의 라인업은 2.5 TDI 디젤 터보 2.8, 2.8 콰트로, 3.7, 3.7 콰트로 4.2 콰트로로 나뉘며 알루미늄 보디를 통한 차체 경량화로 연료소모를 줄인 고성능 프레스티지 세단을 추구한다.V6 2.8ℓ 174마력 엔진, 강한 토크 내 미끄러짐 없는 달리기, 제동력 뛰어나 A8 2.8은 `경제적 고성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V6 2.8ℓ174마력 엔진은 동급 경쟁차들보다 출력 면에서는 약간 떨어지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앞바퀴굴림(FF)인 A8 2.8은 수동기어로 최고시속 228km와 0→시속 100km 가속 9.1초의 성능을 낸다. 또한 시속 120km 정속주행 때 11.24km/X 로 연비가 좋다. 풀타임 4WD 방식인 2.8 콰트로도 주행성능은 똑같고, 연비만 10.53km/X 로 조금 떨어진다.​​​ ​​시승차로 나온 A8 2.8 콰트로는 다이내믹 변속 프로그램(DSP, Digital Shift Program)이 달린 4단 AT를 얹고 있다. A8의 스타일은 A6나 A4에 비해 아우디의 보수적인 이미지 그대로지만, 공기저항계수 0.28의 매끄러운 보디를 지녔다. 실내는 독일차 특유의 다소 딱딱한 분위기로 고급장비는 빠짐이 없다. 선루프와 뒷좌석 선블라인드, 시트, 미러 등은 모두 전동식으로 간단히 조절되고 B필러쪽 환풍기, 수납식 옷걸이 등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시동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계기판 가운데 자리한 주행정보계기의 붉은 활자가 OK 사인을 내며 강력한 출발을 이끈다. 엔진 반응은 부드럽지만 조금 예민하다. 액셀을 깊숙이 밟지 않아도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놓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튕겨 나간다. 3천rpm에서 최대토크(25.5kg·m)가 나와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순간가속력이 강력하다.​2.8 콰트로는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완전 자동식 다판 클러치 방식을 쓴 4.2 콰트로와 달리 아우디 고유의 토센(torsen) 센터 디퍼렌셜을 쓴다. `토센`은 토크감지(torque-sensing)를 뜻하고 과도한 토크가 한쪽 휠에 전달될 때 이를 다른 액슬에 나눠 휠 스핀을 막는 장치다. 또한 까다로운 노면에서 출발할 경우를 대비해 전자제어 차동장치(EDS)를 기본장비로 달았다. 한쪽 바퀴가 미끄러운 노면에서 헛돌기 시작하는 순간 EDS는 ABS를 이용해 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건다.​네바퀴에 항상 구동력이 걸려 있다는 느낌은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4WD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빙판길을 찾았다. 슬라럼을 하듯 S자 모양으로 차를 몰았지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되게 달린다. 특히 돋보인 것은 제동력이다. 눈길이나 빙판에서 두바퀴굴림의 약점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콰트로는 일반도로에서처럼 정확한 제동력을 보여 주었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승용 4WD의 매력이다.​ ​​볼보 V70 X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왜건으로 꼽히는 볼보 에스테이트가 오프로더로 변신했다. 단지 예뻐 보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실용적인 왜건 보디에 정평이 난 안전성, 여기에 험로주파성까지 보완한다면 레저카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볼보는 차이름도 크로스컨트리(XC)라고 붙였다. V70 XC의 전신인 850 에스테이트는 95년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단을 능가하는 스포츠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이제 V70 XC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실용성 바탕으로 한 오프로더 왜건 고속 및 험로에서 뛰어난 안정감 보여 V70 XC는 850의 각진 모서리를 둥글려 부드러워졌지만 견고한 인상은 그대로다. 험로주행을 고려해 지상고를 50mm 높였고, 튀어나온 범퍼와 보디 옆면의 고무몰딩으로 차체손상을 막았다. 루프 캐리어는 크로스바를 대 스키 등 레저용품을 싣기 좋게 했다.​실내는 호두나무 장식으로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추운 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열선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커 보이는 뒷좌석 암레스트는 가운데를 열어 젖히면 어린이 시트가 된다. 또 뒷시트를 앞으로 젖히고 안전그물을 치면 상당히 넓은 짐칸이 마련된다. 적재함 덮개가 있어 짐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도 있다.​​​​V70 XC는 직렬 5기통 DOHC 터보 2.5ℓ193마력 엔진을 얹었다. 작은 출력은 아니지만 1천720kg의 둔중한 무게를 이끌기에 그리 넉넉한 힘도 아니다. 직렬 5기통 엔진은 V6처럼 부드럽게 돌아가지만 차체의 움직임은 다소 둔중한 느낌이다. V70 XC는 세단보다 260kg이나 늘어난 무게가 부담이 된다.​​​​그러나 속도를 높이자 금세 탄력적인 몸놀림을 보인다. 저압터보를 달아 1천800에서 5천rpm까지 넓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차들 사이를 헤치고 쭉 뻗어 나가는 가속력은 처음의 기우를 말끔히 지우게 만든다. 터보가 터지는 배기음과 함께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치솟는다.​차체의 흔들림은 상당히 억제되어 속도감이 그리 크지 않다. 고속주행은 폭발적이기보다 안정감이 큰 데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지상고가 높아진 덕에 차에 오르내기기는 쉬워졌지만 무게중심의 이동이 커 급한 코너링에서는 강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비포장도로로 들어서자 V70 XC는 곧 오프로더가 된다. 차체의 휘청거림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고, 속도를 높여도 불안하지 않다. 비스커스 커플링식 센터 디퍼렌셜은 앞 뒤 토크를 95:5에서 50:50까지 자동으로 나눠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 준다. 웬만큼 몰아쳐도 타이어는 어느 한 쪽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경사진 둔덕을 오르는 데도 거침이 없다. 충격흡수력이 커 거친 노면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한몫 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팀은 시속 40km 미만에서 작동하고, 뒷바퀴에는 디퍼렌셜 록과 함께 하중을 감지해 높이를 자동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시스팀을 썼다.​오프로드 주행을 통해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값을 확인했다. 볼보 V70 XC의 가치는 왜건의 가치를 실용성에 한정시키지 않고 스포츠성과 험로주행성능을 모두 담아낸 RV로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장거리 가족여행의 듬직한 동반자라는 매력이 크게 다가오는 차다.​​​​피아트 판다 4×4 간소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으로 현대판 시트로엥 2CV로 불리는 피아트 판다는 4WD가 고성능차에만 어울리는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모델이다. 79년 데뷔 때의 판다는 2기통 652cc의 `판다30`과 4기통 903cc의 `판다45` 두 차종이었다. 83년에 파트타임 4WD를 얹은 4×4가 추가되었는데 FF 베이스의 4WD 시판차로는 세계최초였다.​86년에는 2기통 엔진이 없어지고, 4기통도 새로운 설계의 769cc, 999cc FIRE(Fully Integreted Robotized Engine, 완전 로봇 조립 엔진) 엔진으로 바뀌었다. 삼각창을 없애고 일반적인 시트를 쓰며 계기와 패널의 대형화 등 각 부분이 현대화되었다. 현재의 판다는 이 때쯤 거의 완성되었다. 91년 후지중공업의 무단자동변속기(ECVT)를 추가하는 등 부분적인 변경이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판다의 생산량은 약 350만 대에 달한다.​​​파트타임 4WD, ㄱ자 레버로 전환 경쾌한 달리기, 험로도 문제 없어 국내에서 판다는 89년 소개되어 93년까지 50대 정도가 팔렸고, 그 이후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흔치 않은 판다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시승차는 90년식으로 9만5천km를 뛴 상태지만 판다의 특성을 체험하기에 충분할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판다라는 이름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그 귀여운 판다를 뜻한다. 초기의 판다는 범퍼 아래가 검은 색이고, 그 위는 아이보리색이었는데 이 조화가 동물 판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승한 판다의 보디컬러는 이름도 아름다운 모나코 블루다.​프라이드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차체는 쥬지아로 디자인의 특징이 느껴지는 직선이 기조를 이룬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화시켜 실내공간을 넓혔다. 계기판은 타코미터가 없는 대신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그래픽 모니터가 달린 점이 특징이다. 또 대시 패널 위에 지프처럼 경사계를 마련해 4WD 모델임을 알려준다.​​​​듀얼 선루프처럼 앞 뒤 따로 열 수 있는 캔버스톱이 또하나의 특징이다. 간단히 접어 수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수동식 윈도와 백미러 등은 옛날차 그대로고, 스페어 타이어가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판다 4×4는 직렬 4기통 999cc 45마력 엔진을 얹고, 수동 5단 기어를 쓴다. 카뷰레터 엔진의 투박한 시동음을 오랜만에 듣는다. 시트는 보기보다 편하지만 페달류가 너무 조밀하게 붙어 있어 발놀림은 불편하다. 클러치를 밟을 때 브레이크가 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액셀을 건드리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기어도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 힘주지 않고 살짝 넣어야 제 위치에 정확하게 들어간다.​​​​역시 주행소음은 크다. 타코미터가 없어 rpm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하다. 기어비가 높게 설정되어 있어 조금 낮은 속도에서 기어를 바꿔 주어야 한다. 시속 70km를 넘으면 5단으로 올려야 엔진이 안정을 찾는다. 가속은 꾸준하게 이루어진다. 가속력은 아토스와 비슷한데 시속 80km 주변에서 멈칫거림이 없는 점은 더 낫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125km지만 130km를 넘을 수 있었다.​판다 4×4의 진가는 눈길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승날은 날씨가 쾌청해 비포장길 주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트타임 4WD는 기어레버 아래 있는 ㄱ자 레버로 간단히 구동바퀴를 바꾼다. 시속 80km까지 달리는 중에도 레버를 살짝 올리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 이때 액셀에서 발을 떼야 한다. 험로 달리기는 지프와 비슷한 감각을 보여준다. 거친 노면을 따라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판다 4×4는 승용 4WD보다 경지프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렇게 작은 체구에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재미를 가진 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싼 유지비와 연료비 등 경제성이 좋아 우리 실정에도 잘 맞는 차다.​​​ 
기아 K3 G1.6 , 차가운 선택 2018-04-12
KIA K3 G1.6 NOBLESSE차가운 선택 기아차가 위기의 돌파구를 준중형 세단 본질에서 찾았다.  소형 SUV 인기에 직격탄을 맞은 건 다름 아닌 준중형 세단 시장이다. 아반떼는 여전히 굳건했지만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한 K3와 그 시기가 한참 지난 SM3, 그리고 못난 가격 크루즈는 떠나는 고객을 잡지 못했다. 아니 오는 고객도 밀어냈다고 봐야 할 만큼 매력이 부족했다. 결국 준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5%에서 2016년 이후 1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신형 K3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세단 진영의 첫 반격. K3는 진지하다. 소형 SUV가 작은 SUV라는 흥미로운 감성으로 어필했다면, 계산기를 두드린 차가운 이성으로 이에 맞선다.      준중형 세단이란K3는 주특기에 집중했다. 중형차를 넘보는 거주성과 소형차급 경제성이 준중형 세단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길이를 무려 4,640mm로 이전보다 80mm 늘려 중형차의 여유를 품었고, 효율에 집중한 파워트레인으로 경제성까지 챙겼다. 덕분에 K3는 ‘아반떼 아류’라는 오명을 벗은 모양이다. 이전 세대는 아반떼(MD)가 겹쳐 보일 만큼 비슷했는데 신형은 실루엣부터 딴판이다. 보닛과 트렁크가 길쭉하게 늘어나 세단 특유의 시원스런 맛이 살아났다. 더욱이 좌우를 이은 테일램프와 납작하게 내리 깔린 헤드램프를 통해 보다 넓어 보이도록 유도한 건 물론, 검은 장식으로 범벅 진 앞뒤 범퍼로 시각적 무게중심까지 끌어내렸다. 풀 LED 헤드램프. X자로 퍼진 디테일은 K3만의 특징이다화살 모양을 본뜬 테일램프 다만 늘어난 크기의 혜택이 실내에 미치진 않았다. 기자도 당연히 ‘커진 차체만큼 실내도 넓어졌겠군’ 하고 기대하며 문짝을 열었건만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 모두 아반떼(AD)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하다. 그 이유는 숫자로 짐작할 수 있다. K3의 휠베이스와 너비는 아반떼와 같은 2,700mm와 1,800mm. 늘어난 길이는 모두 앞뒤 오버행에 집중돼 실내공간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신 트렁크용량이 동급 최대인 502L로 늘어나 기껏해야 400L 수준인 소형 SUV를 큰 차이로 앞선다.아반떼보다 나은 건 차라리 공간보단 스타일이다. 최신 기아차의 흐름을 따라 가로로 길쭉한 모양 대시보드가 달렸고, 층층이 나뉜 스타일로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했다. 좌우 끝에 달린 항공기 터빈 모양 송풍구도 눈길을 끄는 특징. 쓰기 편하지만 지루한 아반떼와는 달리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입체적인 스타일의 송풍구좌우로 길쭉한 스타일 대시보드는 실내를 널찍해 보이도록 한다   출력을 낮추다눈으로 보는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키를 받아 시승차에 올랐다. 신형 K3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새로이 얹은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 연료분사 방식을 기존 직분사(GDI) 대신 실린더당 두 개의 인젝터를 흡기 포트에 붙인 듀얼포트 분사(DPFI)로 바꾼 엔진과 무단변속기 IVT를 맞물린 현대-기아차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다. GDI를 버리면서 123마력(기존 132마력)으로 낮아진 출력, 오랜만에 현대-기아차가 다시 내놓은 무단변속기 완성도 등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의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자 나긋하게 엔진이 깨어난다. 실내에서 조용한 건 물론 보닛을 열어도 ‘틱틱’ 소리 없이 조용한 게 MPI(*DPFI는 기본적으로 MPI 구조) 엔진답다. 무단변속기지만 일반 변속기처럼 토크컨버터로 동력을 연결하는 덕분에 출발도 매끄럽다. 그런데 변속이 특이하다. 보통 무단변속기는 부드러운 가속 상황에서는 단수를 나누지 않고 끊임없이 변속을 이어가는데, K3는 이런 상황에서도 rpm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한다. rpm 게이지를 안 보면 모를 만큼 변속 충격은 거의 없지만, 저속에서까지 단계적으로 변속하는 건 의외다.하체는 젊은 취향을 따랐다. 노면의 충격을 둥글리되 솔직하게 전달한다. 무른 초기 반응을 지나면 팽팽하게 굳는 담백한 스타일로,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떠받든다. 대중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행 성능을 쫓은 모양새다.본격적으로 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았다. 무단변속기가 재빨리 기어비를 조정해 회전수를 끌어올려 힘을 짜낸다. 가속력은 제원표에서 엿볼 수 있듯 그저 평범한 수준. 오감으로 느끼는 가속감은 이보단 낫다. rpm을 높이면 좋지 않은 소리를 냈던 이전과 달리 새 엔진은 높은 rpm에서도 안정된 소리를 들려준다. 게다가 무단변속기가 일반 변속기처럼 절도 있게 기어비를 바꾸는 덕분에 약간의 변속 충격이 더해져 체감 가속이 더 빠르다. 동승한 다른 기자는 “이전 세대보다 출력이 낮아진지 모를 정도로 가속감이 나쁘지 않다”고 감상을 표했다.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회전수는 1,750rpm 정도를 유지했다. 1.6L급 준중형차로서는 꽤 낮은 수준으로, 무단변속기 강점이 오롯이 드러난다. 수동 모드로 조작할 때 가상 기어는 8단. 잘게 쪼갠 기어비도 강점이지만, 조작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해 제법 운전 재미를 돋운다. 아마 사전에 무단변속기란 걸 몰랐다면 일반 변속기로 착각했을 만큼 자연스럽다.아반떼가 그랬듯 빠른 속도에서의 안정감은 흠잡을 데 없다. 무난한 서스펜션과 차체가 작은 충격은 잘 걸러내고 너울에서 허둥대지 않게 중심을 잡는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게중심을 낮출 때도 된 게 아닌가 싶다.총 82km를 시승한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5.8km였다. 고속도로 위주로 코스가 짜였지만 서서히 달리지도 않았고 때때로 최고속도로 내달렸던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다. 참고로 17인치 휠이 달린 시승차의 공인연비는 14.2km/L. 덩치가 커졌음에도 이전과 같은 무게와 효율 좋은 무단변속기가 맞물린 파워트레인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신형 K3는 위기의 돌파구를 준중형 세단 본질에서 찾았다. 준중형 클래스가 내걸었던 ‘중형차만큼 넓은 차체와 소형차 수준의 경제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차체를 키우고 효율을 높였다. 혹자는 2.0L급 성능을 냈던 GDI 엔진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준중형 구매층에겐 정비성 좋고 효율 높으며 값싼 신형 엔진이 더 매력적일 터다. 게다가 세련된 외모와 차선유지 보조장치까지 갖추는 등 최신 유행도 착실히 따랐다. 차값은 소형 SUV보다 저렴한 1,590만~2,220만원. 과연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K3는 감성적인 SUV를 이길 수 있을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기아자동차
[1999년 기사] 볼보S80 2018-04-11
​​볼보 S80 T6조종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자동차 기술은 성능, 안전, 연비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시대변천과 함께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호황일 때는 성능이, 불황일 때는 연비가 중요하게 취급되었고, 안전이라는 목표는 차가 고성능화되어감에 따라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 왔다. 안전이 전제된 고성능만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 하면 떠올리게 되는 볼보는 다른 메이커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왔다. 출고되는 생산라인에서 매주 2대씩을 충돌시험에 사용하고, 자체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차에 대한 원인분석 결과를 설계에 재반영하기 때문이다. 튼튼한 반면 디자인이 투박하고 시대감각도 조금 뒤떨어지는 스타일, 그것이 그동안의 볼보 이미지였다. 파격적으로 변신한 디자인 통합 에어백 시스팀 돋보여 그러나 새 모델 S80은 볼보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보수적인 박스형의 각진 차체를 과감하게 벗고 볼보로는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변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개념의 창조라 할 만하다. 납작한 헤드램프, 앞으로 튀어나온 프론트 그릴과 옆창 아래로 튀어나온 사이드 보디라인, 독특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조화로 차를 위에서 보면 뒤끝이 일자인 유선형 보트를 연상케 한다.​ ​실내공간은 상당히 여유롭다. 엔진이 직렬 6기통이면 성능이 좋은 반면 공간활용이 불리한데 볼보는 가로배치로 실내공간을 넓혔다. 볼보 전통의 뒷바퀴굴림 방식을 버리고 앞바퀴굴림을 택했고, 멀티링크 방식 뒷 서스펜션도 차체가 안정되고 조종하기 쉽도록 세팅했다. 또한 엔진과 트랜스미션, 에어백 시스팀의 센싱과 컨트롤 기능을 한데 합친 멀티플렉스 전자장비로 한 발 앞선 시스팀 통합을 이루었다.​ ​ ​볼보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라는 신형 S80은 경추보호시스팀 WHIPS(whiplash protection system), 측면보호시스팀(SIPS;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커튼형 에어백(IC;inflatable curtain) 등의 충돌안전 메커니즘이 만일의 사고를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에어백에 대한 아이디어는 1958년 최초로 특허를 땄는데 당시의 기술로는 시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 80년대에 비로소 자동차에 달게 되었는데 특허 획득 당시의 자료를 보면 에어백에 대한 발명자의 의도에 가장 충실하게 현실화시킨 것이 지금 볼보 S80에 달리는 통합 에어백 시스팀이라고 한다.상품의 완성도는 의외로 작은 것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S80의 에스코트 라이팅은 운전자가 차로 접근하거나 차에서 떠날 때 30초간 길을 밝혀준다. 시동키 리모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실내등, 차폭등, 미등과 사이드 미러 아래쪽의 조명등이 켜진다. 어두운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걸어갈 때 도움되는 서비스 기능으로 섬세한 배려다.여의도에서 S80의 키를 건네받아 시승장소인 자유로로 향했다. 운전자세는 최적의 위치와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계기판의 트립 컴퓨터는 평균속도, 주행거리, 순간연비, 평균연비,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등을 알려준다.​ ​​트윈 터보로 여유 있는 파워 내 핸들가볍지만 고속에서 묵직해 시원한 직선구간에서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힘의 여유로움이 충분한 가속감으로 다가온다.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이 멈춘 곳은 230km를 넘어선 지점, 새차 특유의 뻣뻣함 때문에 속도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카탈로그에 나타난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250km, 벨로드롬 주행시험장에서는 충분히 낼 수 있는 속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승은 235km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사실 아우토반도 아닌 국내 도로에서 최고속도, 최대출력이 큰 의미가 있겠는가. 제원비교에는 필요할 지 모르나 실제 달리기에는 모든 운전상황에서 폭넓게 적용되는 효율적인 출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시승차인 S80은 T6형으로 2.8X 에 터보가 2개인 트윈 터보 방식, 272마력의 고출력이고 2천~5천rpm의 넓은 영역에서 39.8kg·m의 높은 토크를 낸다. 스포츠카에 쓰는 소형 트윈 터보방식을 채택해 터보 래그를 최소화한 덕분에 달릴 때 배기량보다 여유 있는 구동파워를 느낄 수 있다.​​​순간가속력을 알아보기 위해 0→시속 100km 도달시간을 테스트했다. 여러 차례 시도해 평균으로 측정한 결과 8.3초를 기록했다(카탈로그엔 7.2초). 중형급 이상의 세단으로는 빠른 편이지만 급출발 때 잠시 시간지연이 생긴다. 스핀방지 시스팀(ST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이 그 이유인 듯하다.구동바퀴가 도로의 접지력을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힘만을 전달하기 때문에 정지에서 급출발, 급가속 때 바퀴가 제자리에서 스핀하면 일시적으로 엔진 토크가 감소되고 바퀴가 접지력을 회복한 후 출발되기 때문에 운전자 감성으로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핸들링을 평가해 본다. 좋은 핸들링이란 차의 움직임이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안정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것은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 조타력, 조타복원력, 센터 포인트 필링 등의 조향감각에서 출발해 차의 운동 즉 피칭, 롤링, 요잉의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운전자의 통제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 감각 특성이다.S80은 이전의 볼보와 같이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가벼운 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BMW와 같은 묵직함에 길들여져 있어 그 가벼움이 불만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이 가볍다고 고속주행에서 꼭 불안한 것은 아니다. 속도가 붙을수록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함이 신뢰를 느끼게 해준다. 볼보의 속도감응식 파워 스티어링 휠은 정속주행 때 노면의 상태를 즉시 전달해 주므로 주차 때의 조작도 쉽다. 조종성과 안정성 동시에 만족 전자식 컨트롤, 운전재미 줄여 또 다른 재미는 4단 기어트로닉(geartronic) 자동변속 레버. 수동과 자동 두 가지 변속기가 하나로 조합된, 운전의 편리성과 경제성 모두를 고려한 스마트한 변속기다.​ ​​조종성과 안정성이라는 상대적인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급코너링(Step steering 일명 J-Turn)과 슬라럼(slalom), 연속 이중차선변경(double lane change)을 시도했다. S80은 조종하기 쉬운 조향특성과 변속시스팀, 이를 뒷받침하는 탄력 있는 동력으로 뛰어난 주행안정성을 보여준다.​급코너링과 같은 동적인 상태에서는 앤티스키드 시스팀인 DSTC(dynamic stability & traction control)가 바로 작동한다. 또 비스커스 커플링으로 접지력이 가장 좋은 구동바퀴에 동력이 가장 많이 전달되어 주행안정성이 좋다.무엇보다 17인치 휠에 폭 225mm, 50시리즈 광폭, 속도지수 Z인 미쉐린 타이어는 볼보 S80을 위한 절묘한 매칭이다. 로드홀딩과 그립이라는 타이어의 기본 소임 외에 코너링 파워와 코너링 포스도 탁월하다.​ ​​차가 미끄러지는 경향을 보이면 브레이크가 각 바퀴에 필요한 만큼 작동해 조종성을 유지시켜 주고, 급제동 때는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EBD(electronic brake distribution)의 도움으로 각 바퀴의 제동력을 최적 분배한다. 또한 전자동 레벨링 기능은 차를 수평으로 유지시켜 부하가 많이 걸린 상태에서도 핸들링이 안정되도록 돕는다. 이 기능은 변함없는 지상고를 유지시키기 위해 급제동 때 차 앞쪽이 인사하듯 숙여지는 다이브 현상이나 반대로 급출발 때 차 앞쪽이 들려지고 뒤쪽이 가라앉는 스쿼트 현상을 최대한 억제한다.최근에는 동역학적인 안정범위내의 전자 컨트롤로 운전이 쉬워지고 있지만 그만큼 다이내믹함이 줄어 운전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종합적으로는 최고시속 250km를 내고, 연비 또한 동급 중 좋은 편이어서 가격 경쟁력과 제품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된다.S80의 경쟁상대는 BMW 5시리즈와 이를 벤치마킹한 사브 9-5,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정도다. 각기 취향과 개성이 다양하지만 볼보 S80은 안전이라는 전통과 뛰어난 성능, 디자인 변신의 성공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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