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의 진화, FERRARI SF90 .. 2019-07-02
페라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의 진화FERRARI SF90 STRADALE페라리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퍼카가 등장했다. 이름과 달리 F1 머신의 도로형은 아니지만 F1에서 유래된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1천 마력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네바퀴를 굴리며 피오라노 서킷에서 라페라리보다 빠른 랩타임으로 사상 최강 페라리에 등극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것은 페라리에도 해당되는 말인 듯하다. EV 시대로의 전환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수퍼카 브랜드조차 앞다투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페라리도 이런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강렬한 배기음과 가솔린 냄새 풍기는 수퍼카가 제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날로 까다로워지는 배출가스 규제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포르쉐와 코닉세그, 맥라렌에서는 이미 하이브리드를 출시했고, 람보르기니도 하이브리드 신차를 개발 중이다. 이미 라페라리를 선보인 페라리는 최근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를 공개하며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2010년 등장했던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 599 HY-KERS F1에서 축적된 하이브리드 기술페라리는 2009년부터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라 불리는 회생제동 장치와 모터를 활용한 파워 어시스트, 그러니까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F1에 도입했다. 규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이미 10년 가까이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온 셈이다.하이브리드 페라리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모터스포츠 기술을 꾸준히 양산차에 적용해 온 메이커이기에 자연스런 추측이었다. 페라리는 F1용 KERS 기술을 활용한 599 HY-KERS를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했다. 599GTB 피오라노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100마력 모터를 조합한 이 차는 프로토타입에 머물렀다. 진짜 도로용 하이브리드 페라리는 그로부터 3년 후인 2013년, 엔초 페라리의 뒤를 잇는 한정생산 수퍼카 라페라리가 첫 타자였다. V12 6.3L 엔진에 163마력의 HY-KERS를 조합해 시스템 출력 963마력을 냈다.SF90은 올 시즌 페라리 F1 머신의 이름이다 라페라리에 이은 두 번째 도로형 하이브리드 페라리이자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되는 SF90 스트라달레는 올 시즌 F1 머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페라리팀(Scuderia Ferrari) 90주년을 뜻하는 SF90에 도로형(Street)을 뜻하는 이태리어 스트라달레를 붙였다. 이름대로 F1 머신의 도로형 버전은 아니지만 F1에 뿌리를 둔 다양한 기술이 투입되었다.모니터식 계기판과 터치패드 등 첨단 이미지 속에 시프트 레버는 클래식 요소를 담았다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사이즈로 보면 얼마 전 공개된 F8 트리뷰토와 비슷해 488GTB의 후속처럼 보인다. 휠베이스도 F8 트리뷰토와 동일한 2,650mm. 하지만 구동계는 많이 다르다.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라는 점 말고도 모터를 3개나 갖추어 네 바퀴를 굴린다. 미드십 뒷바퀴 굴림이면서 변속기에 모터를 조합했던 라페라리와는 완전히 다른 구성이다. 앞바퀴 2개의 모터로 토크 벡터링을 구사하는 방식은 혼다 NSX와 닮았다. 지금까지의 페라리 전통에서 벗어나는, 상당히 이질적인 모델인 셈이다.디자인에서는 J50과 SP38 등의 특징이 보인다 디자인은 일본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던 스페셜 모델 J50을 쿠페로 개조한 듯한 느낌이다.얇은 헤드램프와 측면 흡기구의 위치, 투명 엔진 커버의 형상 등이 닮았다. 그밖에 F8 트리뷰토와 원오프 모델인 SP38의 디테일도 발견할 수있다. 디자이너들은 지난 20년간 페라리 미드십 베를리네타의 형태를 새롭게 진화시켜 새로운 하이브리드 페라리를 빚어냈다.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신기술로 태어난 페라리 양산형 수퍼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했다. 짧아진 노즈와 곡면을 이루는 콤팩트한 콕핏, 사각형 브레이크 램프 등이이 차의 진화를 상징하는 특징들이다.운전석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시보드 레이아웃 자체는 F8 트리뷰토와 비슷하다.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F8 트리뷰토와 닮았다 하지만 계기판을 풀 모니터 방식으로 바꾸었으며 공조 스위치와 오디오 등 조작계는 터치식으로 바꾸었다. 스티어링 휠에도 터치패드가 달려 보다 다양한 기능을 다룰 수 있다.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디자인 측면 뿐 아니라 운전에 보다 집중할 수있도록 돕기 위한 일환이다. 눈은 노면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 둔다는 레이싱카 설계 사상을 철저히 도입해 왔던 페라리다운 모습. 아날로그 타코미터는 사라졌지만 중앙에는 여전히 원형 타코미터가 있으며, 양쪽으로 내비게이션과 드라이브 모드 등 다양한 정보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이밖에 기존의 동그란 시프트 레버는 레버 3개로 바꾸었는데, 알루미늄 게이트에 은색 레버를 배치한 모습이 수동 변속기 시절의 시프트 게이트를 떠올리게 한다.FCA의 새로운 회장으로 페라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존 엘칸. 피아트 창업자 가문 출신이다1천 마력으로 네바퀴 굴려최신 페라리에 널리 쓰이는 F154 계열의 V8 트윈터보 엔진은 F8 트리뷰토의 3902cc에서 3990cc로 배기량을 키워 페라리 V8 중 가장 강력한 780마력을 낸다. 350바 직분사 시스템과 전자제어식 웨이스트게이트, 완전히 새로 디자인한 흡배기 덕분에 L당 출력이 195마력에 이른다. 소규경 플라이휠과 인코넬 배기 파이프로 무게중심은 끌어내렸다.SF90 스트라달레에는 페라리의 과거와 미래가 담겼다 신형 듀얼 클러치식 8단 변속기는 고성능과 연비를 모두 잡았다. 도로 주행에서 효율이 8% 좋아졌고 서킷 주행에서도 약간의 개선 효과가 있다. 후진 기어를 없앤 덕분에 구형 7단보다 콤팩트하고 7kg 가볍다. 후진은 모터를 역회전시켜 대신한다. 1200Nm(122.4kg·m)까지 견딜 수 있는 고성능 클러치는 새로운 유압 시스템으로 200ms만에(488 피스타는 300ms) 변속을 마친다.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SF90 스트라달레 S90 스트라달레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를 3개나 갖추어 시스템 출력 1천 마력을 낸다. 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하나 배치해 F1의 MGUK(Motor Generator Unit, Kinetic)처럼 작동한다. 나머지 두 개는 좌우 앞바퀴를 독립적으로 구동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7.9kWh 용량으로 엔진 없이 25km 주행이 가능하다. 이 때는 앞쪽 모터만으로 달리며 최고시속 135km까지 가능하다. 네바퀴 굴림도 눈길을 끈다. 페라리 FF와 GTC4룻소의 4RM 시스템은 상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앞바퀴에 동력을 배분한다. 반면에 SF90 스트라달레는 모든 속도 영역에서 네바퀴 굴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토크 벡터링이 가능하다. 페라리에서는 이것을 RAC-e(Regolatore Assetto Curva Elettrico)라 부른다.등장과 함께 사상 최강 페라리의 자리에 올라섰다사상 최강의 양산형 페라리주행관련 어시스트 장비들 역시 새로워졌다. 이제는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디퍼렌셜 뿐 아니라 배터리와 모터까지 통합 제어하기 위해서다. eSSC(electric Side Slip Control)와 트랙션 컨트롤(eTC)은 하이브리드 네바퀴 굴림용으로 개발되었다. ABS와 EBD는 모터에 의한 회생제동과 기존 기계식 브레이크를 통합 관리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를 회수하고, 급제동 시에는 기계식 브레이크가 제동력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특유의 브레이크 감각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토크 벡터링(RAC-e)은 좌우 브레이크 대신 앞바퀴 모터를 독립적으로 작동시켜 코너링 성능을 끌어올린다. 강력한 출력과 모터의 반응성, 네바퀴 굴림은 이차의 가속 능력을 높여준다. 스펙에 따르면 0→시속 100km 가속 2.5초, 시속 200km까지 6.7초로 라페라리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피오라노 스트 트랙 랩타임은 1분 19초로 라페라리에 0.7초 앞선다. 역대 양산 페라리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근육질의 라인과 납작한 브레이크 램프 등 뒷모습도 매력적이다 사상 유래 없이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동력원을 손에 넣은 SF90 스트라달레는 이를 적절히 활용할수 있도록 다양한 드라이브 모드를 준비했다. e드라이브 모드는 말 그대로 EV 모드다. 앞쪽 2개 모터만 작동하기 때문에 최초의 앞바퀴 굴림 페라리가 되는 셈이다. 주택가 골목을 은밀하게 빠져나갈 때 유용할 뿐 아니라 PHEV이기 때문에 외부 충전을 통해 엔진을 켜지 않고 최대 25km 거리를 움직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엔진과 모터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한다. 일상적인 주행상황을 위한 모드이기 때문에 효율 우선으로 작동하며 상황에 따라 엔진을 자동으로 꺼 연료 소모를 줄인다. 물론 운전자가 액셀 페달을 깊게 밟으면 자동으로 최대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완전히 새로 개발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랫폼. 엔진과 3모터로 네바퀴를 굴린다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와 달리 V8 엔진을 최대한 사용하며 배터리를 언제든 활용할수 있도록 최대한 충전해 둔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한 모드다. 마지막으로 퀄리파이 모드가 있다. 서킷 주행 등에 사용하기 좋은 이 모드는 엔진과 3개의 모터가 가진 능력까지 최대한 쥐어짜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상황에 따라 공기 흐름 제어하는 리어윙차중은 1,570kg로 F8 트리뷰토에 비해 135kg 무겁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늘어난 무게만 270kg에 달하기 때문에 엄청난 경량화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시스템 출력이 1천 마력에 달해 마력당 하중은 1.57kg에불과하다. 카본 파이버 벌크헤드, 고강성의 7000 시리즈 알루미늄 합금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섀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4WD 구동계를 고려해 전용 설계되어 구형 플랫폼 대비 휨 강성 20%, 비틀림 강성 40%를 개선하면서도 무게는 줄였다. 다운포스와 공기저항을 양립시키는 문제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로 해결했다. 최신 페라리는 다양한 방식의 능동형 공력장비를 도입해 왔다.새로운 파워트레인은 무려 100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SF90 스트라달레의 경우 셧오프 거니(Shut-off Gurney)라 불리는 리어윙이 눈길을 끈다. 고정식 윙처럼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날개 아래로 흐르는 공기를 막을 수 있다. 코너링이나 제동 때는 윙앞부분이 밑으로 내려가며 중간 통로를 막으면 공기를 위쪽으로 밀어내 다운포스가 늘어난다. 통로를 막았을 때 거니 플랩(미국 출신 드라이버댄 거니가 개발한 것으로 윙 끝단에 수직으로 작은립 스포일러를 붙인 형태)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평평한 차체 바닥에는 공기를 차체 양옆으로 밀어내는 에어로핀이 앞뒤로 달려 다운포스 증가와 함께 공력 밸런스를 조절한다. 아울러 동력계의 효율적인 냉각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시스템 출력 1천 마력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V8 엔진 냉각용 라디에이터 외에도 모터 전용 라디에이터를 갖추었으며 브렘보와 협력한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전용 공기 통로를 갖고 있다. 앞쪽 브레이크를 위한 공기는 헤드램프 아래에서, 뒷바퀴용은 차체 바닥에서 흡입한다. 5스포크 단조휠은 회전하면서 공기를 뿜어내도록 디자인해 프론트 디퓨저의 효과를 증가시키고 공기저항은 낮추어 준다.얼굴에서는 원오프 모델인 SP38이 보인다고성능 옵션 아세토 피오라노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페라리 처음으로 준비된 고성능 옵션이다. 아세토 피오라노(Assetto Fiorano)라는 옵션은 GT 레이싱카에 쓰이는 멀티매틱 댐퍼와 경량화 패키지, 전용 스포일러 등으로 구성된다. 도어와 언더 패널을 카본으로 바꾸고 배기관과 스프링을 티타늄으로 교체해 무게를 30kg 덜어낸다. 카본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250km에서 39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아울러 서킷과 마른 노면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2 타이어가 달린다. SF90 스트라달레는 F8 트리뷰토와 라페라리 사이에 위치한다. 덩치는 F8 트리뷰토와 비슷하지만 성능은 라페라리를 위협한다. 점점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을 고집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F1에서 배양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해 강력한 성능을 확보했다. 지금까지의 페라리와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지극히 페라리다운 모델임을 부정할수 없다. 엔진과 모터를 갖추고, 네 바퀴를 굴리는 페라리가 왠지 SF90 스트라달레 한 대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페라리
캐딜락 CT6,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차가 정말 좋은.. 2019-07-01
CADILLA CT6, 아는 사람은 안다.이 차가 정말 좋은 차라는 걸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고급 메이커 캐딜락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리타분하고 올드한 이미지였다.그런데 CT6를 내놓으면서 한층 세련되고 건강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플래그십에 걸맞게 캐딜락의 모든 노하우를 담았다. 그리고 이번 부분 변경 신형에서 비로소 완성형에 도달했음을 실감했다.독일차가 주류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근래까지 미국차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미국차가 갖고 있는 헐렁함 때문이다. 멀미를 유발하는 출렁거리는 승차감과 꼼꼼하지 못한 마감 품질, 자동변속기의 잦은 슬립으로 효율 역시 떨어졌다. 일본차가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값은 싸고 고장이 적은데다 마감 품질까지 좋은 일본차에 비해 미국차가 좋은 평가를 받을 리가 없었다.모노코크 보디와 MRC 댐퍼의 조화는 S클래스 부럽지 않은 승차감을 손에 넣었다 GM에 속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은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다. 오일쇼크 이전까지 최고의 호황기였던 캐딜락은 호화로움과 각종 첨단 기술을 집약시켜 전성기를 구가했다. 엘도라도 3세대는 50년대 출시했는데 놀랍게도 당시 양산차 최초의 에어 서스펜션, 메모리 시트, 파워윈도우, 자동 트렁크 개폐 기능이 들어갔을 정도로 자동차 역사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메이커로 늘 입에 올랐다. 하지만 오일쇼크 이후부터는 섀시 공용화(GM J 플랫폼)와 풀사이즈 세단에 느닷없는 앞바퀴 굴림 도입 등 그간 쌓아온 명성을 조금씩 갉아먹고 말았다.대시보드 레이아웃이 정말 예쁘다. 좋은 소재도 아낌없이 썼다. 시트의 용적은 넓고 레그룸 역시 여유 있어 도심 속 정체 구간에서도 편하다 늘어난 프레스티지 디스턴스캐딜락은 2012년에 풀사이즈 세단 XTS를 선보이더니 4년만인 2016년, 새로운 기함 CT6를 공개했다. CT6는 XTS보다 길고 넓을 뿐 아니라 플릿우드 이후 무려 20여년 만에 등장하는 뒷바퀴 굴림 캐딜락 세단이었다.이번 시승차는 플레티넘 트림으로 외관은 기존과 비슷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다. 크레스트 그릴, 작아진 엠블럼, 선명하게 굴곡진 후드, 스포티한 범퍼, 와이드 슬림 램프 등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도 군더더기 없는 좋은 디자인을 보여줬지만, 부분 변경된 이 차는 F 세그먼트 최고의 디자인이 되었다. CT6가 등장하기 전 캐딜락 세단은 한 동안 앞바퀴 굴림 기반 플랫폼이었다. 덩치만 컸을 뿐 비율과 성능 등 아우라가 다소 부족했다. 이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판매 부진까지 이어져 CT6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린 후륜 기반의 CT6가 출시되면서 F 세그먼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F 세그먼트에서 가장 잘생긴 듯한 크레스트 그릴. 엠블럼을 섬세하게 다듬어 기존보다 더 세련되었다 이 차의 최고 장점은 1억 안팎으로 대형 세단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은 라이벌 대비 저렴하지만 성능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소재는 뛰어나다. 실내는 손닿는 대부분이 최고급 가죽으로 덮였다. 알칸타라도 눈에 보이는 부분만 쪼가리로 덧입히는 게 아닌 천장과 필러를 뒤덮었다. 아마 이 가격대에서 가죽과 알칸타라를 이만큼 많이 사용하는 건 CT6가 유일하지 않을까.기존보다 얇고 가늘어진 헤드램프. 전면 팬더를 감싸는 수직형 주간주행등을 달아 전폭이 넓어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캐딜락 모델 중 가장 예쁘다. 일부 촌스럽다고 평가받는 우드 그레인은 실제로 보면 그런 생각이싹 사라진다. 브라운 계열 우드는 화사한 실내 색상과 제법 잘 어우러지며 시간대별 햇빛에 따라 달라지면서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V6 자연흡기, MRC, 하이드라매틱시동을 거니 V6 3.6L 직분사 엔진이지만 정숙하게 깨어난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떨림이나 진동은 느낄 수 없었다. 노말 모드에서 회전수를 상승시켰다. 이 차에 들어간 자연흡기 엔진은 배기 통로가 터보에 막혀있지 않아서인지 사운드가 일품이다. 최고출력 334마력을 내는 심장은 6900rpm까지 빠르게 도달하면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후륜 조향 지원으로 3m가 넘는 긴 휠베이스와 5m를 넘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유턴과 코너 탈출이 쉽다. 다소 오버스티어의 성향이지만 극적이지 않아 다루기는 어렵지 않다. 시승차는 AWD 시스템이 탑재되어 상시 앞바퀴에도 토크를 배분해 안정적인 트랙션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1/1000초 단위로 반응하는 MRC 댐퍼가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 편안함을 준다. 이댐퍼는 에스컬레이드에서 이미 최고의 승차감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MRC 댐퍼와 모노코크 보디를 결합하니 S 클래스, 플라잉 스퍼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거친 노면을 저속으로 달릴 때는 약간 꿀렁이는 느낌이지만 조금이라도 속도를 올리면 낭창낭창하면서도 자세를 제어한다.천장과 각 필러 모두 알칸타라를 입혀 고급감을 담았다. 1-2열 모두 헤드룸이 여유 있어 답답하지 않고 개방감까지 뛰어나 쾌적하다과거 롤스로이스-벤틀리에 반세기 넘게 공급했던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는 가히 전통적인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 중에서 최고라고 할만하다. 다단 변속기의 단점은 너무 부지런하게 변속을 해서 예민한 사람의 경우 거슬리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CT6는 해당되지 않는다. GM 하이드라매틱은 완성형에 가까운 변속기다. 기존의 8단도 상당히 좋았는데, 굳이 바쁘게 움직이는 10단을 얹은 것은 조금이라고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CT6 시트의 부드러운 가죽은 몸을 잘 잡아준다. 의외로 꽤 괜찮은 성능의 안마는 운전 중 뭉친 근육을 풀 때 요긴하다 가볍고 정교한 알루미늄 섀시와 똑똑한 변속기 덕분에 큰 덩치에도 좋은 연료 효율을 보여준다. 게다가 적극적인 실린더 휴지 기능(Active Fuel Management)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고속도로에 올라 달려보았다. 150~180km 속도로 타력 주행을 했을 때 L당 14.1km의 연비가 나왔다. 메이커가 표기한 10.9km/L(고속도로)보다 높은 수치다.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 자칫 ‘뻥 연비’로 막대한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 마진을 둔 것 같다. 최근에 타본 F 세그먼트 가솔린 차 중 배기량 대비 상당히 뛰어난 연비다. 실린더 휴지 기능과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가 제 역할을 한 것 같다.고급 가죽을 입힌 전자식 기어 레버.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가죽을 사용했다 스포츠 모드로 넣고 수동으로 1단부터 10단까지 순차적으로 변속했다. 패들 시프터는 고급스러운 메탈 재질로 질감이 훌륭해 계속 조작하고 싶어진다. 1억이 훌쩍 넘는 모델 중에는 플라스틱 패들 시프터를 단 차도 있다. 적정 회전수에서 수동 변속을 하니 감쪽같이 변속되는데 충격이나 이질감이 없다. 연비는 과격하게 몰아붙여도 L당 8km 대 아래 떨어지지 않는다. 넉넉한 배기량을 활용하는 엔진 특성상 운전이 쾌적해 장시간 운전에 피로감이 덜하다. 서스펜션까지 잘 움직이니그 뛰어난 운전 질감에 감탄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고속 주행에서도 정숙성이 뛰어나 2열에 있는 사람과도 아주 편하게 대화가 가능했다. 쇼퍼 드리븐카로 손색이 없다.정직하고 안정적인 자연흡기 엔진 오랫동안 개선한 전자장비야간 운전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특히 외곽 지역이나 가로등이 없는 도로는 취객이나 야생 동물 등 돌발 상황까지 발생한다. 캐딜락 CT6는 이와 같은 야간 사고를 줄이기 위해 모든 트림에 ‘나이트 비전(Night Vision)’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나이트 비전은 열 감지 장비로 전방 상황을 클러스터를 통해 실시간 화면으로 제공한다. 사람 또는 동물이 있으면 화면에 노란색 마크로 표시한다.보스의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막귀를 갖고 있는 기자가 들어도 감동받을 정도다. 34개 스피커는 넓은 CT6 캐빈에서 들을 때 풍성함이 배가 된다 제아무리 시력이 좋아도 빛이 없는 야간에는 전방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CT6는 이런 문제를 기술로 해결했다. 화면의 넓은 화각은 도로 가장 자리까지 잘 잡아낸다. 시승하는 동아 야생동물이 갑자기 이 차를 덮치는 일은 없었지만, 높은 속도에서도 온기만 감지되면 곧바로 포착하는 능력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군용 기술에서 발전한 나이트 비전은 캐딜락이 업계 최초로 도입해 꾸준한 개량으로 지금 수준까지 발전시켰다. 뛰어난 열 감지 기능은 야간 운전 부담과 사고의 위험을 낮추어 준다. CT6를 약 1,000km 가까이 달리면서 단한 번의 오류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저 신기한 기술이 아니라 오랫동안 개선한 결과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능동적인 전후방 자동 제동장치 역시 타인과 나의 생명을 지켜준다.억대 차들 중 아직도 플라스틱 패들 시프터를 채용하는 메이커가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패들 시프터 소재만으로 차의 고급스러움을 더 끌어올리게 된다. 메탈 재질을 사용한 CT6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럭셔리, 디자인, 성능, 안전 등 모든 부문에서 CT6는 F 세그먼트의 레퍼런스로 삼을 만하다. 캐딜락 플래그십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T6 같은 차만 꾸준히 만들어 준다면 1960년대 롤스로이스,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그 시절로의 복귀가 절대 꿈은 아닐 것이다.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맥라렌 GT, 라인업 확장의 끝은 어디인가? 2019-06-28
McLAREN GT맥라렌, 라인업 확장의 끝은 어디인가? 어느덧 수퍼카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맥라렌은 꾸준히 신차를 선보이며 모델 라인업을 확장해 왔다. 최신작 GT는 브랜드 최초로 시도하는 본격 그랜드 투어러. 섀시와 파워트레인은 기존 모델과 상당부분 공유하면서도 안락한 승차감과 다재다능함을 더했다. F1 명문팀 맥라렌이 양산차 부문 맥라렌 카즈를 설립한 것이 1985년. 첫 작품 수퍼카 F1을 선보였을 때나 메르세데스와 손잡고 SLR 맥라렌을 완성했을 때도 지금 같은 수퍼카 브랜드로 성장할지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명을 2010년 맥라렌 오토모티브로 바꾸고 이듬해 MP4-12C를 출시한 후에도 꾸준히 신모델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보강해 이제는 엔트리급 540S부터 수퍼카 720S와 세나, 하이브리드 수퍼카 스피드테일까지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맥라렌은 트랙25라는 장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7년간 18대의 신차를 예고했다. GT는 그 중 네 번째 모델로, 브랜드 최초로 시도하는 본격 그랜드 투어러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브랜드 최초의 본격 그랜드 투어러스포츠카 브랜드에게 있어 그랜드 투어러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모델이다. 퓨어 스포츠카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면 그랜드 투어러는 실질적으로 널리 사랑을 받는 캐시카우 같은 존재. 페라리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250GTO나 F40이 널리 알려진 대표 모델이지만 정작 북미 시장을 발판으로 브랜드가 크게 성장하는 데 기여한 것은 캘리포니아나 수퍼아메리카 같은 GT 계열이었다. 페라리 그랜드 투어러 혈통은 550 마라넬로와 612 스칼리예티를 거쳐 오늘날 812 수퍼패스트와 GTC4루쏘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퓨어 스포츠카라 해도 높아진 기술을 통해 수준 높은 안락성을 제공한다. 기존 맥라렌 일부 모델들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GT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신차는 기획 단계부터 그랜드 투어러로 만들어졌다. 칼날 같은 스포츠성을 조금 둥글려 안락함을 확보하면서도 여전히 빠르고 동시에 실용적이다. 현재 맥라렌의 스포츠와 수퍼 스포츠, 얼티미트 시리즈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의 등장이다.운전석 레이아웃은 다른 맥라렌과 다르지 않지만 한층 고급스럽고 안락한 느낌이다 GT만의 개성이 넘치는 리어 펜더와 흡기구 새 차는 철저히 맥라렌이면서도 새롭고, 클래식 그랜드 투어러의 특징까지 담아냈다. 디자인 디렉터인 롭 밀벨은 기존 맥라렌에 비해 시각적으로덜 강렬하게 디자인했으며, 성능 목표나 공력 요구사항이 비교적 덜 까다로워 깔끔한 디자인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GT에 원한 것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대담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얼굴은 하이브리드 수퍼카인 스피드테일을 닮았다. 측면 실루엣 자체는 570S 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길이가 4,683mm로 늘어나고 전고가 살짝 높아졌다. 측면 흡기구도 새롭다. 길쭉한 삼각형의 기존 흡기구와 달리 거의 수직에 가까운 형태.뒷모습도 기존 맥라렌들과는 차별화된다 여기에 맞추어 리어 펜더를 부풀리고 날카롭게 각을 잡았다. 한편 연장된 리어 오버행 위쪽으로 고정식 윙을 더했다. 측면 실루엣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노즈 각도다. 쿠페에 비해 평평하게 바뀌어 한층 길고 늘씬해 보인다. 덕분에 차별화된 그랜드 투어러만의 우아한 실루엣으로 탈바꿈했다.노즈가 평평하고 리어 오버행이 길어졌다공력 요구조건은 조금 완화되었다 일상적인 주행을 고려해 최저지상고를 110mm로 높였을 뿐 아니라 리프트 모드에서는 130mm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진입각 13°가 확보된다. 주차장이나 속도 방지턱에 차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준다.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540, 570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모니터식 계기판과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스위치 레이아웃도 빼어 닮았다. 굳이 다른 부분을 찾자면 센터 터널의 변속 버튼 앞쪽 패널이 평평하게 바뀌었다는 것 정도. GT 전용으로 디자인한 전동 파워 시트는 열선이 들어갔고, 장거리 여행에서의 안락함과 스포츠 주행에서의 홀드 성능에 균형을 잡았다. 여전히 고성능이면서도 장거리를 안락하게 이동할 수 있다홀드성과 안락함의 균형을 잡은 전용 시트 글라스 루프가 개방감을 제공한다실내는 나파 가죽과 알칸타라 등 고급 소재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알루미늄 장식과 시프트 패들을 가지고 있다. 스위치에도 정교하게 가공된 알루미늄 파츠를 사용해 블랙 하이글로시 트림과 대비시켰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미디어 스트리밍, DAB 오디오, 시리우스와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한다. 옵션으로 준비된 B&W 오디오 시프트 버튼 주변의 디자인이 약간 달라졌다 아울러 B&W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준비했다. 미드십 레이아웃이지만 앞 150L 포함 570L의 수납공간도 확보했다. 뒤창은 해치 게이트처럼 열 수 있어 엔진룸 위 공간에 골프백이나 185cm짜리 스키 플레이트 같은긴 물건을 실을 수 있다. 전동식 파워 시스템이 옵션이다.앞뒤 합계 570L의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출력은 줄었지만 토크밴드는 넓어져 M840TE 엔진은 맥라렌의 기본 심장인 M838T의 발전형. 모든 맥라렌은 한 뿌리의 심장을 사용한다.4.0L 배기량의 이 엔진은 720S에서 72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GT에서는 터보차저를 작은 것으로 바꾸어 출력을 620마력으로, 토크는 64.3kg·m로 줄이는 대신 보다 넓은 토크밴드를 확보했다. 최대 토크의 95%를 3000~7250rpm 사이에서 발휘한다. 어느 회전수에서나 토크감 넘치는 엔진은 그랜드 투어러의 기본 소양 중하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엔진 마운트 강도를 낮추어 소음과 진동을 억제했다. 덕분에 컴포트 모드에서는 역대 맥라렌 중 최고의 정숙성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변속기는 7단 시퀸셜 타입이다.기존 맥라렌과 비교하면 살짝 무겁고 엔진도 토크 위주 세팅이지만 성능은 여전히 강력하다. 최고시속 326km, 0→시속 100km 가속 3.2초에 시속 200km까지 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뼈대는 맥라렌 특유의 모노셀Ⅱ를 투어링카용으로 개조한 모노셀Ⅱ-T. 카본 배스터브 섀시를 바탕으로 카본 상부 구조물을 더한 모노코크 구조다. 알루미늄이나 스틸 섀시를 쓰는 동급 GT에 비해 한결 가볍고 높은 강성을 자랑한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스티어링도 GT 성격에 맞추었다. 알루미늄제 더블 위시본 서스페션은 프로액티브 댐핑 컨트롤 기술로 승차감과 고성능을 모두 잡았다. 서스펜션을 통해 노면 정보를 읽어 들여 순식간(2ms)에 감쇠력을 바꾼다.컴포트와 스포츠, 트랙의 세 가지 모드가 제공되는데,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과 함께 제어된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협력을 얻어 전용 피렐리 P제로를 완성했다.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하드코어 주행 뿐아니라 도심에서의 일상적인 주행 상황을 고려했다.GT는 16만3천 파운드(2억4천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새로운 매력을 지닌 맥라렌이라는 말은 새로운 라이벌과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페라리, 포르쉐는 물론 벤틀리와 애스턴마틴까지 상대해야 한다. 럭셔리 시장에서 명성이 자자한 존재들이다. 서킷과 수퍼 스포츠 분야에서는 높은 명성을 가진 맥라렌이지만 럭셔리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맥라렌의 브랜드 파워가 어디까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맥라렌
[올드뉴스] Volvo S40 T5 볼보다운, 그러나 .. 2019-06-26
Volvo S40 T5 볼보다운 그러나 볼보답지 않은2004년에 발행 된 기사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볼보의 가장 아랫급 모델이 새 모습으로 바뀌었다. 뼈대고 심장이고 껍질이고 할 것 없이, S40이라는 이름 말고는 구형에서 이어받은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포드 계열의 유럽 포드와 마쓰다, 볼보가 나누어 쓰는 새 뼈대는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비용을 줄이려고 이런 식으로 차를 개발하는 것이 대세이긴 하지만, 문제는 각 브랜드들의 맛이 얼마나 잘 살아있는가에 있다.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구형 S40과 비교한다면 신형 쪽이 볼보의 색깔을 많이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시승차와 만났다.  실내의 전체적 조화는 볼보 명성 그대로 센터스택의 느낌은 강렬하기보다 은은해 컴팩트라는 단어에 압축의 의미가 담겨있던가? 컴팩트카인 S40의 겉모습은 S60과 S80의 길이와 너비만 줄여놓은 느낌이 든다. 볼보 특유의 스타일과 실내공간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타협점을 노린 개발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고민의 결과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크게 달라서,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가 망설여진다. 다만 차가 실제 크기에 비해 커 보인다는 것만큼은 뚜렷하다. 짧은 보네트와 트렁크 때문에 탑승공간이 강조되어 보이는 것은 최근 나오는 많은 세단들의 공통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날렵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볼보는 S40의 각 모서리를 깎고 다듬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직렬 5기통 엔진을 얹으면서도 뒤 범퍼 아래 양쪽 끝으로 빠져 나온 배기구는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한 멋진 속임수다. 실내는 선과 양감이 단순하고 차분해서, 온기와 습기가 적당한 늦가을 날씨와 같은 분위기다. 크기에 비해 내장재는 고급스럽지만 호화롭지는 않다. 그러나 디자인에서 내장재, 스위치의 조작감각에 이르는 실내의 전체적인 조화는 볼보의 명성 그대로다. 맵 포켓이나 글로브 박스 등 수납공간의 여유가 부족한 것이 약간 의외일 뿐이다. 고성능 모델 T5인 만큼 스포티한 실내장식을 기대했는데, 짙은 회색 톤의 내장재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시보드에서 센터터널을 잇는 알루미늄 빛 센터스택이다. 이것은 새 S40에서 볼보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다. 센터스택이 주는 충격은 강렬하기보다는 은은하다. 센터스택 뒤에 손가방 하나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사용자가 기술적 진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인 만큼, 센터스택이 인터페이스 차원의 새로운 혁신이라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4개의 다이얼과 세로로 길게 놓인 버튼들은 보기 좋고 쓰기 편한 신선한 접근이다. 상단의 다기능 도트 매트릭스 화면은 단색에 위아래로 좁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알아보기 쉽고 조절하기 편하다. 앞뒤를 오가며 좌석에 앉아보니 약간 높이 앉는 자세가 절로 만들어진다. 앞쪽의 머리 위 공간은 선루프가 달려있으면서도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 때문에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은 약간 부족하다. 차의 폭이 좁다는 것은 앞좌석 등받이의 여유가 적다는 점을 빼면 느끼기 힘들다. 앞 뒤 모두 무릎공간은 비교적 넉넉하다. 공간은 한정되어있지만, 쿠션이나 각도 모두 편안한 좌석설계는 윗급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더블폴딩 기능이 있는 뒷좌석은 트렁크와 이어지는데, 접힌 등받이가 트렁크 바닥과 깔끔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트렁크는 차 크기에 비해 깔끔하고 여유 있는 공간이 놀랍긴 하지만, 조금 부족함이 엿보이는 마무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예전 볼보의 날렵함은 약간 무뎌져 고른 토크로 시원한 가속성능 보여 계기판 옆에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힘있는 시동에 차체가 부르르 떤다. 둔한 듯한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반응에 ‘좀 더 밟아줘야겠는걸’ 하며 오른발에 힘을 주는 순간 터보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가속이 시작될 2천rpm 부근에서 차가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가려하니, 몸은 저절로 움찔하고 차는 잠깐 울컥거린다. 이런 차를 부드럽게 몰려면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굽이치는 도로에서 핸들링을 즐기려면 5단 기어트로닉 자동변속기의 수동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새 5단 변속기는 S60이나 S80의 4단 변속기와 특징상 큰 차이가 없다. 기어 레버는 작고 짧아 스포티한 기분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터보의 과급압을 유지하며 신나게 달리려면 운전자의 몸이 차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기어를 윗단으로 올릴 때에는 1/2박자, 아랫단으로 내릴 때에는 1/4박자 빠른 손짓이 필요하다. 차의 움직임도 운전자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볼보답게 머리는 가볍게 움직이지만 뒤따르는 몸은 약간 무겁다. 끈적끈적한 접지력이 안정감을 주지만 말초적인 부분에서 예전 볼보의 날렵함은 무뎌졌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인 DSTC가 애매한 시점에 은근히 개입하는 탓도 적지는 않다. 차가 박력있게 꼬리를 흔드는 동안, 등받이가 옆구리를 좀더 받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직선도로에서의 가속은 4천rpm까지 고른 토크 덕분에 제법 시원스럽다. 기어비는 초반가속에 신경을 쓰고 고속영역을 폭넓게 잡아 놓은 구성이다. 터보가 터진 직후부터 날래지지만 약간 묵직한 가속감이 실용주행영역 내내 이어지면서 오른발을 자극한다. 속도를 높이는 동안에도, 꼼꼼한 방음처리 덕분에 스트레스 없이 차분한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 220마력의 힘은 시속 180km에서도 여차하면 속도를 더 낼 기세다. S40 T5는 성능이나 편의성,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예측했던 딱 그 수준의 볼보다. 든든하고 안전한 섀시에 씌워진 볼보 특유의 모습은 개성과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맛있는 스테이크는 훌륭한 고기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S40 T5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안에 침을 돌게 할 만큼, 볼보 브랜드라는 소스의 향을 조금 더할 필요가 있다. 
[올드뉴스] 혼다 NSX-R, 섬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 2019-06-21
혼다 NSX-R, 섬세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스포츠카토치기 프루빙 센터의 제동성능과 핸들링을 테스트하는 종합 코스에서 혼다의 최신기술이 쓰인 차들을 시승하게 되었다. 참석한 기자단이 조를 나누어 연료전지차인 FCX, 추돌할 때 충격을 줄여주는 CMS가 달린 인스파이어를 시승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스포츠카인 NSX-R과 S2000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스포츠카 체험을 위해 준비된 공간은 고속주회로의 남쪽 뱅크 바로 안쪽에 마련된 와인딩 코스. 원래 혼다는 두 차를 테스트 팀의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고 기자단은 동승만 하도록 준비했지만, 혼다코리아 담당자의 배려로 소수의 기자들은 직접 운전을 해 볼 수 있었다. 기자 시승은 일정에 쫓겨 코스 중 동쪽 절반만 두 바퀴를 도는 것으로 짧게 진행되었다. S2000은 이미 본지에 시승기가 실렸기 때문에 NSX-R을 몰아보기로 했다. NSX-R은 NSX의 최고모델로, 경량화에 주안점을 두고 세심하게 튜닝한 차다. 혼다 양산 스포츠카의 정점에 있는 차인 만큼, 큰 기대를 하며 시동이 걸려있는 아이보리색 NSX-R의 도어를 열고 빨간 직물소재가 씌워진 일체형 버킷시트에 몸을 집어넣었다.  예민한 차체 반응, 운전에 집중하는 즐거움 실내는 91년 데뷔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시트는 거리조절만 할 수 있었는데, 전동식 조절장치를 쓴 것이 특이했다. 페달과 허벅지가 거의 같은 높이에 자리를 잡는 자세는 경주용 차에 오른 듯한 전투적인 긴장감을 자아냈다. 반발력이 크지 않은 클러치 페달이 의외였고, 왼손으로 조작하는 기어 레버는 S2000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움직임이 매력적이었다. 몇 차례 기어 단수별 레버 위치를 확인한 다음 클러치를 이으며 코스를 향해 나갔다. 여기까지 느낀 페달의 조작감은 일반적인 승용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코스에 들어서니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없어도 커브가 끊임없이 이어져있어 차의 스티어링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심스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나갔다. VTEC 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이 쓰인 V6 3.2X 280마력 엔진의 소리가 등 뒤에서 빠르게 높아졌다. 코너를 하나하나 돌아나가는 동안 차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면서, 엔진의 실력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변속직전까지의 최고회전수를 조금씩 높여보았다. 회전수를 높일 때마다 소리가 주는 자극이 목 뒤에서 머리 끝으로 계속해서 치고 올라갔다. 꾸준히 오른쪽 왼쪽으로 커브를 드나드는 동안,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의 조작은 차체의 움직임으로 빠르고 치밀하게 옮겨졌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 덕분에 호흡이 가빠졌지만, 미드십 엔진 차만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가슴속에 흐뭇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감속과 가속으로도 차의 움직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충분한 포용력을 가진 서스펜션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없이 안심하고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짧은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 때에는 출발 전의 긴장감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깔끔하고 정교한 맛이 있고 섬세한 운전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NSX-R은 일상적으로 쓰기에도 부담없을 만큼 편안함이 공존하는 차였다. 잠깐동안의 경험이었지만 NSX를 왜 수퍼카 입문자들을 위한 차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NSX-R이야말로 가장 혼다다운 차라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올드뉴스] GM대우 라세티5, 해치백 불모지에 불어닥.. 2019-06-14
올드뉴스 - 라세티5 시승기 기사는 2004년 5월에 발행된 기사 입니다.GM대우 라세티5해치백 불모지에 불어닥친 새 바람 미운 오리새끼의 방황은 끝날 것인가? 유난히도 해치백이 박대 받는 우리나라에서 소형차도 아닌 준중형 해치백은 미운 오리새끼와 다름없다. 괴롭고 슬픈 과거를 꿋꿋하게 버텨낸 동화 속 미운 오리새끼는 자신이 우아한 백조임을 알게 된 뒤 행복을 되찾는다. 하지만 국내 현실 속의 해치백은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은 둘째치고 아직 자신이 백조인지도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이라 하면 세단의 트렁크만 싹둑 잘라낸 변종 모델이라는 누명을 썼던 것이 사실. 하지만 라세티 해치백(라세티5)은 환골탈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굳이 라세티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세티5가 해치백 붐의 진원지가 될지, 또 다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할지는 시간이 흐르면 결판나겠지만 ‘당리당략과 정파’를 초월해 좋은 결과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스포티한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스타일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낸 라세티 해치백은 해치백의 낙원인 유럽을 겨냥한 모델. 대단한 각오라도 한 듯 디자인을 확 뜯어 고쳤다. 좀더 새로운 모습을 필요로 했는지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친 세단과 달리 이탈디자인 쥬지아로에게 스타일을 맡겼다. 아몬드 모양의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의 식상함을 의식한 듯 둘레만 살짝 검은색으로 둘러 귀여운 팬더 이미지가 난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은 크롬 라인과 엠블럼으로 마무리한 역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미 칼로스에서 선보인 것으로 GM대우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되었다. 앞모습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과 날렵함에 역동성이 살아 있지만 욕심 같아선 개성을 더 뚜렷이 할 과감한 터치가 아쉽다. 옆모습으로 넘어가면 대우차의 개성으로 자리잡은 돌출형 휠아치와 함께 그립식 도어 핸들이 눈에 띈다. 해치백 스타일의 백미는 아무래도 뒷모습. 지금까지의 대우차가 그래왔듯이 라노스나 칼로스에서 보여준 탱탱한 엉덩이는 라세티5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 직선과 곡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자칫 뭉툭해 보일 수 있는 해치백 뒷모습에 입체감을 살렸다. 비상하는 날개를 닮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한껏 위로 치켜올렸고 네 개의 서클로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범퍼 밑단의 가느다란 붉은색 반사판도 포인트를 준 부분. 스포티한 분위기로 엮어낸 인테리어도 변화의 핵심이다. 동그란 송풍구와 대시보드 위쪽 가운데에 마련한 디지털 시계가 앙증맞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돋보이고 검정과 회색, 실버 메탈릭의 조화로 젊은 감각을 물씬 풍긴다. 힘이 넘치는 곡선으로 처리한 도어트림에도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 있지만 실버 패널로 포인트를 줬음에도 회색 일변도라 조금 심심하다. 품질감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소재는 차급으로 보나 수출전략 모델인 점을 감안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길이가 20cm 정도 줄었지만 기본이 준중형인지라 실내공간은 여유 있다. 뒷좌석의 레그룸은 932mm, 헤드룸은 964mm로 동급 최고 수준. 세단보다 트렁크 공간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치백 기준으로는 넉넉하고, 6:4 분할 폴딩으로 뒷좌석을 희생하면 최대 1천X 이상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5명이 몸을 부대끼고 다니지 않는 한 짐 공간은 걱정 없는 셈. 정숙성·고속안정성·제동성능 뛰어나 엔진은 세단과 같은 1.5X DOHC E-텍Ⅱ. 6천rpm에서 106마력의 힘을 내고 4천200rpm에서 14.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유난히 소음에 민감한 국내 운전자들의 입맛에 맞을 정도로 조용하다. 경제적인 운전영역이라 할 수 있는 2천rpm 전후에서도 아이들링 못지않은 정숙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더 스포티하게 몰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거나 높은 rpm 영역에서는 거친 울부짖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국내 모든 준중형 모델이 그렇듯 1.5X 엔진으로 ‘스트레스 없는’ 가속성능을 바라기는 무리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한 수 접고 평가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꾸준한 가속력을 보인다. 시속 150km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힘이 한결같고 그 이후에는 바늘 움직임이 무거워진다. 최대토크 부근에서는 나름대로 가속력이 느껴지지만 rpm 게이지의 그린 존을 넘어버린 바늘을 바라보기 부담스럽다. 일본 아이신의 스텝게이트식 4단 AT는 변속충격이 크지 않고 동력 전달도 무리 없이 해낸다. 3단 레인지가 없고 홀드 스위치만 있어 혼자서 척척 해낼 것 같지만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위해서는 뭔가 부족하다. 가속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고속에서의 안정적인 달리기가 믿음을 준다. 제동성능도 만족할 만한 수준. 고속에서 급제동을 해도 ‘두두둑’하는 믿음직스런 ABS 작동 소리와 함께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라세티5의 언론 시승회가 진행된 제주도의 해안도로는 완만하고 급격한 코너가 적절히 섞여 있어 코너링 성능을 확인해보기에는 제격이었다. 게다가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 ‘아웃 인 아웃’ 같은 기본적인 테크닉보다는 코너를 정확히 따라가는 것이 급선무. 운전자의 빠른 스티어링 조작에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정확히 코스를 밟아나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리 급하지 않은 코너에서도 살짝 돌아가는 꽁무니는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다. 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지만 스포츠 주행 감각은 평균점을 약간 웃도는 정도. 진정한 경쟁자는 유럽 C세그먼트의 해치백 니치마켓에 가까운 국내 준중형 해치백 시장의 특성상 라세티5의 경쟁 상대는 세단과 해치백을 아우르게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한 국내 준중형 시장은 이미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상태. 그럼에도 라세티5는 스타일과 인테리어, 동력성능과 편의·안전장비 등 모든 면에서 그 기준을 넘어서는 ‘기대 이상의 매력적인 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국산 경쟁차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얘기다. 라세티5가 뛰어들 유럽 본무대 C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7, 도요타 카롤라 등…… 예쁘장하고 잘 달리고 실용적인 만능 재주꾼들이 수두룩하다. 쟁쟁한 경쟁자들 틈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국산 해치백 승용차의 발자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의 역사는 소형차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7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현대 포니가 국산 해치백의 원조.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포니는 독립된 트렁크 공간을 가진 패스트백이기 때문에 진정한 첫 모델은 그 뒤를 이어 82년에 나온 포니2라 할 수 있다. 국산차 중 해치백으로 가장 성공한 모델은 86년에 나온 기아 프라이드. 현대 포니2와 달리 포니 엑셀, 대우 르망과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갖춰진 후에 얻은 성공이었고 더구나 ‘꽁지 빠진 닭’이라는 초기의 곱지 않은 시선들을 극복한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포니 이후에도 해치백은 간간이 나왔지만 유별난 세단 선호 경향 때문에 대부분 노치백이 주를 이루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노치백이 먼저 나오고 3/5도어 해치백이 뒤를 잇는 패턴이 자리잡았다. 현대 엑셀 5도어와 대우 넥시아로 명맥이 이어졌고, 90년대 중반 현대 유로/프로 엑센트와 대우 라노스 로미오/줄리엣, 기아 아벨라가 새로운 해치백 시대를 열었다. 99년 현대 베르나 센스에 이어 2002년에는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 모델인 현대 클릭과 대우 칼로스가 등장했다. 대우 티코를 비롯해 마티즈와 아토스, 비스토 등 경차는 작은 실내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 해치백으로 선보였다.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기아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피아 해치백 버전인 레오는 기본형이 등장한 지 4년이나 지난 96년에 말에 나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1년 뒤 세피아Ⅱ의 해치백 버전인 슈마에 자리를 물려주었다. 98년 대우가 누비라 D5를 선보여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경쟁체제에 들어갔고 2000년 기아 스펙트라 윙과 현대 아반떼 XD 5도어가 나와 누비라 D5와 함께 준중형 해치백의 3강구도를 만들었다. 올해는 라세티 해치백 등장과 함께 세라토 해치백도 데뷔를 앞두고 있어 준중형 해치백 시장도 곧 세대교체를 이룰 전망이다. 해치백이란? 자동차를 구조로 분류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해치백과 노치백. 둘 사이의 가장 큰 구분 기준은 승차공간인 캐빈룸과 트렁크룸의 분리 여부다. 노치백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세단 형태를 가리킨다. 노치(notch)는 사전적 의미로 단(段)을 의미한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이어지는 모양이 계단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 엔진룸과 캐빈, 트렁크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3박스 형태라고도 한다. 해치백에서 해치(hatch)는 갑판의 통로나 천장, 지붕 등에 만든 출입구의 뚜껑을 뜻한다. 차 뒷부분에 달린 뚜껑은 대부분 위쪽에 힌지가 달려 위로 열리는 형태인데, 그 모습이 해치와 닮아 해치백으로 부르는 것. 캐빈룸과 트렁크룸이 하나로 통해 있기 때문에 2박스라고도 부른다. 또한 베르나 센스처럼 뒤꽁무니가 살짝 튀어나와 겉모습만 세단처럼 생긴 테라스 해치백도 있다. 유럽에서는 해치와 도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해치를 도어와 같은 개념으로 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3/5도어라고 하면 해치백이라 받아들이지만, 유럽에서는 2/4도어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해치백과 비슷한 형태로는 패스트백과 플레인백이 있다. 패스트백은 포르쉐처럼 루프라인이 뒷유리를 거쳐 트렁크라인까지 매끈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해치백은 해치 도어에 뒷유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패스트백은 뒷유리가 고정되어 있고 트렁크만 열리는 것이 차이점. 플레인백은 패스트백에 비해 뒷부분이 높은 형태로 고성능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GM대우 라세티5 MAX의 장단점장점 ·확 바뀐 스타일 ·고속 안정성 단점 ·품질 낮은 내장재 ·불안한 코너링  
[올드뉴스] 쌍용 로디우스, 컨셉트는 독특하나 결과물은.. 2019-06-13
올드뉴스 : 2004년에 발행 된 기사 입니다 쌍용 로디우스컨셉트는 독특하나 결과물은 애매하다한국의 독특한 시장환경이 낳은 또 하나의 물건(?)이 등장했다. 로디우스는 이스타나의 단종으로 승합차가 없던 쌍용이 개발한 MPV다. 아니 미니밴이나 SUV 혹은 단순한 승합차 같기도 한 복합적인 성격의 차다. 쌍용이 내세운 ‘신개념 프리미엄 MPV’라는 슬로건 가운데 적어도 ‘신개념’이란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승합차인 이스타나를 단종시킨 쌍용은 새로운 MPV에 쓸 만한 대형 섀시가 없어 새 플랫폼을 개발하거나(혹은 들여오거나) 이미 갖고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야 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던 쌍용은 체어맨의 플랫폼을 새 MPV에 활용했고, 뉴 체어맨과 렉스턴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새 MPV에 쏟아 부었다. 코란도 밴이나 무쏘 7인승, 무쏘 스포츠 등 세제혜택을 받은 틈새 모델로 재미를 본 쌍용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승용차 세금을 내야 하는 10인승 이하 미니밴 대신 세제혜택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11인승 MPV에 욕심을 낸 것도 한편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데 모아 만든 결과물인 로디우스는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 가운데 한 가지쯤은 과감하게 버릴 용기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윙 도어 달아 SUV 같은 이미지 강조 렉스턴 타는 느낌이 들 만큼 힘 뛰어나 로디우스를 처음 보면 엄청난 크기와 독특한 스타일에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길이×너비×높이는 5천125×1천915×1천820mm로, 기아 카니발은 물론 현대 스타렉스 점보(12인승)보다 크다. 언뜻 보면 덩치 큰 SUV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 대신 스윙 방식을 써 SUV 느낌이 더 짙다. 해외 모델 중에는 구형 혼다 오디세이나 르노 에스파스, 포드 갤럭시 등이 스윙 도어를 달았다. 얼굴을 매끈하게 다듬고 렉스턴의 것과 모양과 색이 거의 같은 짙은 회색 범퍼가드와 가니시를 붙인 것도 SUV 느낌을 주는 데 한몫 한다. 스타일의 좋고 싫음을 떠나 일단 고급스럽게 보이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운전석에 앉는 느낌 역시 SUV에 가깝다. 대시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 위쪽에 달린 계기판. 푸조 807이나 시트로엥 C8 등의 미니밴도 이 같은 센터미터를 쓰고 있다. 옅은 색의 우드그레인은 베이지색 시트와 잘 어울리고, 센터페시아에 쓰인 펄이 들어간 플라스틱도 색감이나 질감이 만족스럽다. 글로브 박스 위쪽에 자리한 서랍식 CD수납함과 조그마한 사물함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다. 지붕 위에 자리한 시계와 평균속도, 방위 등을 나타내는 표시창은 보기에는 좋지만 운전할 때 시선을 돌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승차는 DVD체인저가 들어있는 고정식 센터콘솔을 갖추고 있지만, CD체인저나 DVD체인저를 선택하지 않으면 떼어서 캐리어나 야외에서 간이 테이블로 쓸 수 있는 탈착식 센터콘솔이 달린다.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아이디어 장비이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들은 이보다 더 재치 있는 장비들을 실내에 가득 담고 있다. 로디우스는 렉스턴에 쓰인 직렬 5기통 2.7X 165마력 엔진과 5단 자동기어를 얹고 있다. 힘은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소음 또한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다. 엔진의 최대토크가 34.7kg·m/1천800∼3천200rpm이나 되기 때문에 렉스턴보다 135kg 늘어난 무게는 가속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터보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에는 답답할 만큼 액셀 반응이 더디지만 2천rpm 이상에서는 시원스럽게 가속할 수 있다. 시승 당일 내본 최고시속은 180km이고, 빠르면서 편안하게 달리기에 적당한 속도는 150km 정도(5단 3천200rpm)인 것 같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지나치게 가벼워 고속에서는 좀 불안하다. 시원스럽게 달리다보면 문득 SUV를 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차선변경이나 코너링 때의 몸놀림은 확실히 더디다. 특히 급차선 변경이나 급코너링을 하면 서스펜션이 물러 차체가 심하게 출렁인다. 또한 165마력의 고성능을 뒷바퀴로만 굴리다보니 코너링에서 종종 차체 뒷부분이 옆으로 흐른다. SUV와 같은 감각으로 몰아붙이다가는 허둥대는 차체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 십상이다. 벤츠의 기술이 녹아있는 5단 AT의 응답성은 뛰어난 편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은 센터미터는 보기에는 좋지만 달릴 때는 속도를 곁눈질로 확인해야 하므로 꽤나 불편하다. PSA와 피아트 그룹이 함께 선보인 미니밴 4총사와 닛산이 선보인 퀘스트 등도 센터미터를 쓰고 있지만, 푸조 807이나 란치아 페드라, 닛산 퀘스트는 속도계를 최대한 센터미터 왼쪽에 놓아 운전하면서 쉽게 볼 수 있다. 과속단속 카메라 앞에서 제한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계를 쳐다보는 일이 많은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열 놓느라 3열 시트와 트렁크 공간 희생 틈새시장 공략에 발목 잡힌 애매한 컨셉트 로디우스는 지나치게 틈새시장 공략에 집착하다 보니 애초 내세운 프리미엄 MPV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먼저 5m가 넘는 커다란 고급 MPV의 실내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최근 선보인 미국과 유럽의 미니밴, MPV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실내활용성을 높이는데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로디우스는 그저 실내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11인승에 집착하다보니 4열 시트를 억지로 집어넣었고, 이 때문에 4열은 물론 3열 시트의 거주성까지 피해를 입었다. 9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를 접거나(폴딩) 바닥까지 접을 수 있지만(더블 폴딩), 11인승은 4열 시트의 등받이만 접을 수 있고 트렁크 공간을 키우려면 3∼4열 시트의 등받이를 모두 접어야 한다. 문제는 4열 시트를 접더라도 짐 공간은 넉넉하지 않고 이때 2∼3열 시트의 무릎공간도 좁아진다는 데에 있다. 7~8인승만 되었어도 거주성과 짐 공간은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겉은 고급스럽게 보이는 SUV 스타일의 MPV이면서 속은 평범한 미니밴이나 원박스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로디우스의 큰 약점이다. 4열 시트를 떼어낸 다음 3열 시트만 얹고 다니면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국내 법규는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시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규를 탓하기 이전에 접었을 때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시트를 개발하지 않고 덩그러니 보통 시트를 4열에 집어넣은 쌍용의 처사도 성의가 없다.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 높이와 같게 평평해지는 등(닷지 캐러밴, 도요타 시에나) 최근 선보이는 미니밴과 MPV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내공간을 넓게 쓰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스윙 도어 역시 실용성 면에서는 의심이 간다. 올해 선보인 뷰익 테라자나 새턴 릴레이는 SUV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뒤 도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이들 차는 3열 승객의 편의를 위해 과감하게 스윙 도어를 포기했는데, 쌍용은 3열뿐만 아니라 4열 시트를 갖추고도 스윙 도어를 달았다. 4열에 앉으려면 2∼3열 시트 사이 좁은 공간으로 엉덩이를 쭉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드나들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만들지 않고 겉만 잘 꾸며 놓은 차를 진정 프리미엄 MPV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올드뉴스] 푸조 607 3.0 샹송처럼 부드럽고 코냑.. 2019-06-11
푸조 607 3.0 샹송처럼 부드럽고 코냑처럼 짜릿하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시장을 떠났던 푸조가 5년여만에 다시 돌아왔다. 장년층에게는 기아에서 조립·생산하던 푸조 604의 우아한 이미지로, 신세대에게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석권한 강인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푸조. 곧 시판될 푸조 607의 등장은 새로운 수입차를 갈망해온 이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우아한 보디 눈길 늘씬하면서 독특한 이미지의 곡선 루프 607은 89년 605가 데뷔한 이후 꼭 10년만인 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605가 고급차 분야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에, 607에 거는 푸조의 기대는 남달랐다. 607은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 룩 스타일을 가장 먼저 쓴 모델이다. 405와 605로 대표되는 각진 스타일에서 벗어나 곡선을 많이 썼고, 605에 비해 커진 차체가 우아하면서도 당당하다. 푸조는 604와 605, 그리고 중형차 405 등 대부분의 간판 차종의 디자인을 피닌파리나에 맡겨왔다. 그러나 95년 데뷔한 406을 비롯해 이후에 선보인 206과 307 등은 모두 푸조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최근 푸조가 선보인 차들이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차들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특히 605는 405를 조금 크게 늘려놓은 듯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형차답지 않게 가벼운 느낌이었다. 607은 307과 206 등 최근 푸조 모델과 디자인 흐름을 공유하고 있으나 대형차다운 품격이 살아있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린 푸조 라이언 엠블럼과 날카로운 삼각형 헤드램프는 푸조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반면 테일램프는 상대적으로 개성이 떨어져 보인다. 실제 발광 면적과 반사판이 거의 비슷해 크기만 부풀린 듯한 인상이고,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검은색 플라스틱 몰딩을 더한 앞뒤 범퍼는 사소한 접촉으로 인한 흠집을 막아주어 실용적이다. 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진 곡선형 루프는 607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또한 늘씬한 차체는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비해 한 급 위의 차라는 인상을 준다. 겉모습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긴 차체 안에는 600ℓ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트렁크 룸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 한 개의 골프 백을 가로로 놓을 수 있고, 세로로 담으면 4개까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다. 휠베이스는 2천800mm로 605와 같지만 실내는 훨씬 넓어졌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시승차는 블랙 톤으로 꾸며져 있으나 좁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시보드를 최대한 앞쪽으로 밀어 실내 공간을 덜 차지하기 때문이다. 윈드실드가 보네트 쪽으로 깊숙이 자리잡는 캡 포워드 디자인처럼 대시보드 위쪽이 휑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센터페시아가 뒤쪽으로 조금 누워있어 운전자가 스위치를 조작하기에 불편하지 않다. 이런 효율적인 설계 덕분에 앞좌석 레그룸이 넉넉하다. 라운드 타입 대시보드는 부드러운 재질로 덮여 있어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605의 투박한 대시보드를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는 정보 전달기능이 구형보다 크게 강화되었다. 센터페시아 위에 달린 온보드 컴퓨터는 오디오와 공조장치, 트립 컴퓨터 기능을 갖춰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다. 유럽형 모델에 달리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수입모델에 없는 점은 아쉽다. 어린아이가 있거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운전자라면 안심해도 된다. 깜빡 잊고 자기 혼자만 차에서 내렸더라도 열 감지 센서가 실내에 사람이나 동물이 남아있음을 알려주기 때문. 앞 유리에는 열전도 방지 기능이 있어 적외선을 반사하고 실내로 전달되는 열을 차단해준다. 또한 도어 유리에는 라미네이트 필름이 들어 있어 소음 차단효과가 높다. 607의 리모트 컨트롤 키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도어나 선루프를 열고 잠금 장치를 누르면 열린 부분이 자동으로 잠겨지고, 사이드미러도 자동으로 접힌다. 또한 도어가 잠겨져 있을 때 잠김 버튼을 누르면 비상등이 들어오고 실내등이 켜진다. 시동키는 잭나이프를 펼치듯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온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실내 완벽에 가까운 주행안전성에 감탄 수입되는 607은 2.2ℓ와 3.0ℓ 두 가지. 시승차는 3.0ℓ모델로 V6 210마력 엔진을 얹었다. 아이들링은 매우 조용하고 진동도 잘 억제되어 있다. 혼잡한 도심을 지나 길이 트이자 액셀 페달에 힘을 주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은 BMW의 박진감보다는 렉서스의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607에서 새롭게 선보인 팁트로닉 변속기는 수동모드를 갖춘 자동 4단이다. 예전에 406을 타보았을 때 무단변속기처럼 부드러웠던 주행감각에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607 역시 변속감각이 비단결 같다. 스포티한 주행을 원할 때는 수동 4단에서 3단으로 다운 시프트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경쟁모델들이 자동 5단 기어를 다는 추세인 것을 감안한다면, 푸조의 기함 모델인 607도 자동 5단 기어를 다는 것이 좋을 듯하다. 승차감은 자동 기어의 감각만큼이나 부드럽다. 만약 너무 부드럽다고 생각되면 전자식 가변 댐핑 시스템 모드를 ‘오토’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렇게 부드러운 차가 급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 때 거의 완벽하리만큼 안정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코너를 돌았으나 607은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조차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갔다. 이번에는 코너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접근했다가 의도적으로 차체 뒤쪽을 미끄러뜨려 보았다. 그러나 607은 이런 시도가 무색하게 균형을 잃지 않았다. 이는 주행안정장치(ESP)가 차체의 흔들림을 감지하고 오버 스티어나 언더 스티어가 일어나면 토크를 늘리거나 줄여 차체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이다. 607의 숨겨진 장점 중에 하나는 제동성능이다. 비상제동장치(EBA)를 갖춰, 운전자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를 감지하고 브레이크 압력을 높인다. 급제동할 때는 자동으로 비상 경고등을 작동시키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프랑스를 ‘화장품 잘 만드는 예술의 나라’ 정도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완벽함이 쉽게 이해되지 않겠지만, 푸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1891년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휘발유 자동차로 선보인 푸조 1호차는 1895년 파리-보르도 왕복 경주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끌었다. 1912년 프랑스 그랑프리에 복귀한 푸조는 처음으로 DOHC 4밸브를 쓴 경주차 L76으로 잇따라 우승하고 미국 인디아나 폴리스 500마일 레이스까지 석권했다. 1차대전 후 실용적인 차에 주력하던 푸조는 84년에 고성능 소형차 205GTI를 내놓으면서 폴크스바겐 골프 GTI와 당당히 경쟁한다. 그 이듬해에는 205GTI를 바탕으로 만든 205 터보16이 세계랠리선수권(WRC)에서 종합우승하고, 푸조는 이런 상승세를 발판으로 5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금도 푸조는 WRC에서 매년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고성능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607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엔진 배기량으로 보면 벤츠 E320이나 BMW 530i와 비교가 되겠지만, 차체크기나 실내공간은 벤츠 S280이나 BMW 735i와 비교될 정도로 넉넉하고 고급스럽다. 그러면서도 차값은 5천500만 원(2.2X)~6천400만 원(3.0ℓ)으로 경쟁모델보다 싸다. 210마력의 최고출력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엔진과 자동 4단 팁트로닉 기어의 매칭이 완벽에 가깝기에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만약 고출력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선보인 400마력의 컨셉트카 607 페스카를로가 양산되기를 기다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607은 지금의 성능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어느 이동통신 회사의 광고처럼, 607에게 있어 출력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푸조 607은 때론 부드러운 샹송처럼, 때론 짜릿한 코냑처럼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는 멋진 차다.  
가장 우아하고 과격한, FR 컨버터블 포르토피노 2019-06-10
가장 우아하고 과격한FR 컨버터블청담동에서 페라리 타고 인제 서킷까지, 포르토피노와의 초고속 데이트.자동차 기자로서 가장 흥분될 때는 언제일까? 분명 페라리를 타고 있을 때일 것이다. 페라리 콕핏에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아슬아슬해지는 느낌이다. 누구나 마음속으로만 흠모했던 뮤즈를 직접 대면한 기분이다. 짧지 않은 하루를 함께 보내고 나니, 보내줘야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만큼 페라리가 주는 감동은 대단했다. 뼛속까지 레이스 혈통인 창업주 엔초의 스토리와 모터스포츠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지닌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관심 갖기 시작한다면 누구든지 로쏘(rosso:붉은색) 마니아로 거듭나게 된다. GT 컨버터블의 마스터피스21세기 페라리 중 가장 저평가된 모델이 캘리포니아 T라고 생각한다. 형제보다 유순한 외모지만 타보면 의외의 강력한 성능에 놀란다. 아울러 멋진 실내 레이아웃과 시트의 편안함으로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았다. 포르토피노 엔진의 초기 버전인 F154BB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엔진은 2008년 출시된 자연흡기 버전 캘리포니아보다 여러모로 나았었다. 과급기를 달았음에도 배기는 세상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사운드를 제공했다. 터보가 달렸다고 해서 자연흡기 대비 배기음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지만 막상 주행을 해보면 정말 터보 엔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잘 다듬은 과급기는 저회전대에서도 강한 토크 펀치를 선사한다. 더욱이 페라리 특유의 고 rpm에서 패들 시프터의 변속 질감은 운전자 손끝에 그대로 전달되는 맛이 일품이다. 자극이 극에 달하지 않다는 저평가가 있었을 뿐 페라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다른 차원의 GT 컨버터블이다.페라리의 에어 덕트는 폼이 아니다. 철저히 계산된 공력 시스템이다 기존 캘리포니아 T 자체도 완성도가 워낙 높았지만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에서 작정하고 만든 모델이다. GT 컨버터블임에도 불필요한 가짜 덕트 따위는 없는 순수한 공력 설계와 강한 심장은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이미 검증받은 심장을 잘 다듬어 출력 및 연비까지 높였다.하드톱 컨버터블 특성상 트렁크 공간은 거의 포기해야 하지만 트렁크와 뒷좌석까지 캘리포니아 T보다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하드톱 컨버터블 중 가장 넓은 트렁크 공간을 자랑한다. 극단적인 롱 노즈와 숏데크 스타일이 아님에도 페라리 특유의 프로포션을 잘 살려 우아함은 유지하면서도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페라리 본연의 화끈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헤드램프는 살아있는 맹수의 눈매를 보여준다. 공도의 운전자들이 백미러만 보고도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알아챌 정도다.하드톱이지만 완벽히 트렁크에 감춘다포르토피노의 전면 그릴에 박혀 있는 카발리노(뛰는 말 엠블럼), 앞 팬더 덕트, 뒤 팬더의 풍만함은 흡사 250 GT 캘리포니아 스파이더를 연상케 한다. 만약 포르토피노가 개발되지 않았으면 페라리의 충성심 있는 VIP 고객이 250 GT를 오마주한 컨버터블이 필요하다며 원-오프 모델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하드톱을 닫았을 때는 영락없는 쿠페다. 현존하는 모든 컨버터블 중 지붕을 닫았을 때 가장 이질감 없는 완벽한 하드톱 모델이 아닐까.600마력의 우아한 컨버터블을 탄다는 건600마력 컨버터블을 만드는 메이커는 흔치 않다. 몇 개 브랜드가 연상이 되지만 가격대와 메이커의 위상을 따졌을 때 페라리와 견주기는 힘들다. 포르토피노의 시동을 거니 아주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골목을 1단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영동대로를 타고 액셀러레이터를 푹 밟자 rpm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두터운 토크와 진동이 몸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오른 발을 다시 힘껏 밟으니 타코미터가 7000rpm을 가리켜 바로 2단으로 변속을 했다. 적막한 빌딩 숲 사이를 달리는 사이 묵직한 사운드가 캐빈을 감싼다. 자기 PR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단지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것만으로 아주 쉽게 존재감을 알리는 걸 보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런 허탈감은 금세 잊혔다. 올림픽대로에 오르자 예상외로 차들이 별로 없어서 속도를 높였다. 과급기 엔진임에도 7000rpm 이상까지 회전이 가능해서 자연흡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회전수를 높이면 귓가를 파고드는 진동과 묵직한 고음 사운드로 자연스레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단순한 서클 테일램프조차 포스를 풍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V12만이 진정한 페라리이고 V6와 V8을 보급형 페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대 스페셜 모델 중 V8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 적지 않다. 정작 페라리에서 V12형이 아닌 모델에 보급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적은 없다. 그저 라인업을 더 늘렸을 뿐이다. 포르토피노는 코드네임 F154BE(이하 F154)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다.F154 엔진은 2013년에 등장했는데, 범용성, 내구성, 확장성이 좋아 캘리포니아 T, 488 GTB, GTC4 루쏘 T, 488 피스타, F8 트리뷰토에도 사용되었다. 그러면서 2016년~18년 3년에 걸쳐 올해의 엔진 상(engine of the year award) 대상을 연속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올해의 엔진 상 20주년을 기념하여 신설된 ‘Best of Best’상에서 지난 20년을 통틀어 최고 엔진으로 뽑혔을 정도다. 아마 2019년 올해의 엔진 상 역시 곧 국내에 출시될 F8 트리뷰토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성능 세단과 맞먹는 안락함운전석 레그룸은 의외로 공간에 여유가 있다. 알맞은 위치에 자리 잡은 풋레스트가 운전의 피로를 줄여준다. 아울러 훌륭한 댐퍼는 불규칙한 노면을 잘 받아준다. 458 이탈리아 이전의 페라리를 탔을 때는 정말 딱딱한 승차감이었지만 이제는 세단형 스포츠카와 맞먹을 정도로 안락한 느낌이다.기존 림에 달려있는 호른 버튼은 스티어링 중앙으로 옮겨져 더 편하다 게트락제 7단 DCT는 어떤 상황에서도 직결감이 최상이다. 오토에서도 충분히 재밌고 편안하지만 페라리의 패들 시프터를 만지고 있자니 오토 해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 수동 모델이 아님에도 그에 준하는 패들 시프터의 손맛은 운전자를 미치게 만든다. 더군다나 F1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패들 시프터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날씨가 좋지 못해 벚꽃이 만개했음에도 오픈 에어링은 만끽하지 못했다.그런데 하드톱을 씌우고 달리니 이 차가 컨버터블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전동식 하드톱이지만 내장재 몰딩 부분 등이 타이트해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론 신차 한정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한참을 달려 인제 서킷에 도착했다. 페라리를 타고 왔으니 당연히 페라리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TV로만 접했던 페라리 패독 라운지와 비슷했다. 이것마저도 감동이다. 안에는 캡슐 커피 머신과 트랙에서의 체력 고갈을 막아줄 초코바와 바나나가 있었다. 특히 에스프레소는 8샷을 마셨을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었다. 순간 페라리 오너들과 함께 이런 멋진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페라리를 타며 추억과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쿼드 파이프가 유유자적 타는 차가 아니란 걸암시한다트랙에서의 포르토피노레이스 모드가 없는 포르토피노라서 자극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큰오산이다. 캘리포니아 T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이라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트랙에서의 파워풀한 주행은 운전자로 하여금 주눅을 들게 할 수 있지만 포르토피노는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멋진 페라리로 트랙에서 극적인 운전을 했다고 해서 꼭 운전을 잘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은 똑똑한 전자 장비가 적극 개입하여 운전자가 의도하는 데로 잘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포르토피노는 초보자도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쾌적하다. 과거 페라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운전 감각이면서도 페라리 DNA는 온전히 품었다. 사운드, 변속 직결감, 날카로운 조향감, 아름다운 보디는 역시나 페라리라는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다만 비가 쏟아지는 탓에 ESC를 꺼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악천후에서 후륜구동 600마력 차를 다룬다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으니 말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이미 충분히 자극적인 포르토피노는 트랙에서 그 어떤 차보다 빠르면서도 우아했다. 봄 날씨에 오픈 에어링이라도 한다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개선된 윈드 디플렉터가 오픈 에어링의 단점인 소음과 바람을 줄여 오너의 품위까지도 지켜준다. 여기에 멋진 배기 사운드가 더해지면 매력은 절정에 달한다. 전동식 하드톱을 트렁크에 접어 넣고 거침없이 질주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글 맹범수 기자 사진 페라리
[올드뉴스] BMW Z4 과격한, 그러나 우아한 2019-06-07
BMW Z4 과격한, 그러나 우아한 지난 1995년 등장한 BMW Z3는 유노스 로드스터(마쓰다 미아타)가 개척한 경량 2인승 오픈카 시장을 노린 모델이다. 이전 세대의 3시리즈(E36) 플랫폼을 이용했고, 수요의 중심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에 건설한 전용공장에서 지금까지 29만여 대가 생산되었다. 이러한 성공을 베이스로 BMW는 완전히 새로운 로드스터를 지난해 가을 파리 오토살롱에서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고급 로드스터 수요가 커진 데 발맞추어 프리미엄 로드스터를 모토로 개발된 Z4는 Z3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며 연간 4만5천 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Z3의 후속모델이지만 그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사진으로 먼저 본 Z4는 전체적인 조형이 이해되지 않았다. 신형 7시리즈 이후 디자인이 너무 막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그보다는 낫고 매우 다이내믹한 인상이다. 인테리어 또한 너무 단순해 처음에는 어딘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신형 7시리즈의 디자인 요소를 따온 대시보드도 과격한 외관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물론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자리에 있는 디자인이지만······. Z3보다 보디 사이즈와 엔진 키우고 소프트톱 원터치로 10초만에 열려 Z3의 후속모델은 다른 시리즈처럼 코드명을 붙인 1세대, 2세대 식으로 진화하는 대신 아예 숫자를 키워 Z4라 이름 붙였다. 단순한 후속타가 아닌 한 급 위의 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타일이나 인테리어도 최근 BMW가 보여주고 있는 에지 효과가 두드러진다. 아무튼 뉴 7시리즈처럼 싫고 좋음이 분명한 개성적인 디자인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최근 BMW의 디자인은 첫눈에 쉽게 익숙해지던 전통과 달리 낯설다. 익숙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익숙한 것은 특유의 엠블럼과 키드니 그릴 뿐이다.롱 노즈 숏 데크, 짧은 오버행 등 Z3와 같이 고전적인 로드스터의 디자인 구성은 그대로 가져왔다. 클래식과 모던의 융합을 강조하지만 마치 클레이 모델에 칼질을 한 듯한 과격한 사이드 보디는 Z3의 유려한 라인과 너무 대조적이다. 인테리어도 외관과 같이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를 주제로 했다. T자형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 콘솔 등으로 고전적인 로드스터의 이미지를 주면서, 속도계와 타코미터 등에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Z4 전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컴팩트한 3개 스포크를 가지는 직경 38cm 크기다. 이것은 BMW 모델 중 가장 직경이 작은 핸들이라고 한다. Z4는 현행 3시리즈(E48)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리어 서스펜션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새로 설계되었다. 포르쉐 복스터급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어 실내 거주성과 품질도 향상시켰다. 또한 소프트톱의 리어 윈도는 수지제품이 아니고 열선이 들어간 유리를 달아 완전 자동으로 한 번에 열리고 닫힌다. 다른 조작 없이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단 10초만에 지붕이 열린다. 그리고 접혀진 소프트톱은 트렁크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렁크는 골프백 2개를 넣을 만큼 넉넉하다는 것이 자랑이다.   Z4의 보디 사이즈는 전체 길이×너비×높이가 4천091×1천781×1천299mm,휠베이스 2천495mm다. Z3와 비교하면 각각 66mm×89mm×11mm 크고, 휠베이스는 49mm 길어졌다. 전반적인 사이즈가 커졌고, 그동안 허약하다고 지적받았던 엔진도 파워를 키웠다. 엔진은 2.5X와 3.0X 2종류의 직렬 6기통. 이미 신형 3, 5시리즈 등에 쓰여 친숙한 유닛이다. 2.5X는 최고출력 192마력/6천rpm과 최대토크 25.0kgm/3천500rpm을 낸다. 3.0X는 231마력/5천900rpm과 30.6kgm/3천500rpm을 낸다. 모두 전자제어 엔진 매니지먼트나, 더블 바노스(VANOS)라는 흡배기 쌍방의 밸브 컨트롤 시스템을 달았다.  트랜스미션은 2.5i에 5단 MT와 스텝트로닉 5단 AT, 3.0i에 새로 개발한 6단 MT와 스텝트로닉 5단 AT가 조합된다. 그리고 시퀀셜 자동 6단 기어박스(SMG)가 추가될 예정이다. 가속 세차고 차체 균형감각 돋보여 장거리 위한 쾌적성과 실용성도 갖춰 시승차는 3.0i로, 자동 5단 스텝트로닉을 얹었다. 차체의 약간 뒤쪽에 자리하는 드라이빙 포지션은, 마차를 조종하는 마부와 같은 분위기. 강력한 파워를 가지는 엔진에 드로틀의 채찍을 날린다. 페달에 대한 반응은 민감하고 배기 사운드는 박력이 넘친다. 타코미터의 바늘이 한계치인 6천rpm까지 눈 깜짝할 순간에 솟구친다. 자동 모드에서 5단으로 시속 200km 부근은 편하게 도달한다. 직진 안정성에 문제는 없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약 6.2초로 포르쉐 복스터 S(5단 AT 팁트로닉 6.4초)에 맞먹는 성능이다. 그런데 셀렉터를 앞뒤로 움직여 기어 체인지를 할 수 있는 스텝트로닉 AT는 감속 모드(-)가 위에 있어 조금 헷갈린다. 습관적으로 기어를 내릴 때는 아래로 손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동 조작을 할 때는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으로 모두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를 달았다. 형식은 3시리즈와 같지만 표준으로 ‘M스포츠 서스펜션’이 달린다. 타이어는 앞 225/40 R18 뒤 255/35 R18로 강력하고 크다. Z4 역시 최근 추세에 맞추어 드라이빙을 지지하는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우선 한계영역에서의 차체안정성을 높여주는 DSC(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를 표준으로 얹었다. Z3와 같이 앞뒤 50:50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실현했다고 한다. 게다가 엔진의 반응이나 출력 특성을 변화시키는 DDC(다이내믹 드라이브 컨트롤) 시스템을 갖춘 것도 새롭다. 실내 기어박스에 달린 ‘스포츠’ 스위치를 누르면, 보통 때보다 빠른 타이밍에 최고출력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드로틀 반응이 향상된다. 이와 동시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EPS)의 제어도 즉각적으로 스포티 제어로 바뀐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가도 거동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이다. 빈틈없는 핸들링은 정말 운전자를 즐겁게 해 준다. 헤어핀 코너에 돌진해도 그 흔한 타이어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지면에 그대로 밀착되어 회전하는 느낌이 놀랍다. 코너에서의 접지력과 안정감은 M시리즈를 능가할 정도다. 하나 더 Z4에는 DTC(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라고 하는 새로운 기구가 채용되어 있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드리프트를 허용하도록 프로그램되어 달리기의 질적 수준을 높여준다. 과격하지만 허둥대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는 자태는 귀족적인 본성에 충실하다. 결론적으로 Z4는 Z3의 진화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로드스터다. 어디에서도 Z3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새롭고 강력하다. 마침 주차장에 세워진 Z3와 비교해보니 이전과 달리 Z3가 왜소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강해졌고, 수준 높은 달리기를 보여준다. 사이즈 또한 적당해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쾌적성과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BMW의 브랜드 파워가 권력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그동안의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희가 따라오라’는 식의 우격다짐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할까. 불만의 소리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완벽하지만 정감이 부족하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세상에서 가장 변태적인 GOAT SUV, 마세라티 르반.. 2019-06-07
세상에서 가장 변태적인GOAT SUV현존하는 후륜 기반 플랫폼 중 최강의 수퍼 SUV를 만났다. 600마력에 육박하는 SUV를 공도에서 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실용적인 5도어에 페라리의 심장이 필요하다면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만이 대안이다. 트로페오만 허락된 코르사 모드는 럭셔리 변태의 끝을 보여줄 것이다.기자가 마세라티 르반떼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배기음. 두 번째는 짧은 프런트 오버행이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의 프리미엄 SUV에 정이 안 가는 이유는 폭스바겐 그룹의 MLB 플랫폼이 한 몫 한다. 뭇사람들은 후륜 쪽 분배가 높으면 그게 후륜 플랫폼이라고 주장을 하겠지만 세로 배치 엔진을 탑재했어도 전륜 축 앞에 위치한 엔진 때문에 고급 SUV라 해도 전형적인 후륜의 ‘자세’가 안 나온다. 그런 점에서 마세라티 르반떼는 확실히 전통적인 고급차 실루엣을 갖고 있다. 이것은 정말 큰 장점이다. 엔진을 앞차축 뒤에 배치한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이 주는 심미적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가? 고급차일수록 그 비중은 높다고 생각한다. 곧 출시될 3세대 벤틀리 플라잉스퍼도 포르쉐 파나메라의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을 채용한다는 소문이다. 아우디의 플래그십 A8이 상당히 잘 만들었음에도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의 아성을 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전통적 후륜 프로포션의 부재’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성능 이미지를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오버 엔지니어링이라는 수식이 붙는 독일 메이커 고성능 디비전의 레터링이나 배지는 엔트리 모델에도 붙일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진짜 AMG, M은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순정 배지를 달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런 감성 옵션은 당장의 매상은 좋아질지 몰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이미지 소비로 식상함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과거의 독일 고성능 디비전 모델은 정말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반전과 특별함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과격한 모습으로 차이를 만드는데만 고심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점점 고성능 디비전을 어필하는 게 쉽지 않게 될 것이다.르반떼 레터링 밑줄처럼 그어진 ‘창’과 C 필러에 위치한 TROFEO 엠블럼이 보이면 추월차로를 내주는 게 상책이다 마세라티 르반떼 중 가장 비싼 하드코어 퍼포먼스카 트로페오(trofeo)를 만났다. 트로페오는 영어로 ‘트로피(trophy)’를 뜻한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퍼포먼스 모델임에도 외모는 요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반전이 있으니까. 첫인상은 우아하다, 아름답다는 말만 연거푸 나온다. 이탈리아 메이커만 다룰 수 있는 유려한 선의 시작점과 끝점을 유심히 보고 있자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세상 그어떤 SUV도 르반떼처럼 아름답지 못한다. 이탈리아의 날씨, 건축물, 지중해와 위대한 조상들의 찬란한 예술적 감각의 수혜 받은 그들이 부러울 뿐이다. 심미안(審美眼)의 풍요로움에 있어서 다이아 수저인 셈이다. 이탈리아가 정치를 비롯해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미(美)’를 다루는 데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퍼포먼스 모델답지 않게 외관에서 티를 내지 않는 고고함도 이탈리아 자동차의 특징이다.하이 퍼포먼스 모델이지만 요란한 티를 내지 않아 좋다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이 온 실내를 덮고 있다. 문을 열자마자 가죽 냄새가 풀풀 난다. 싸구려 염료를 써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가죽과는 차원이 다른 향이다. 두께가 상당하지만 질감은 부드럽다. 정말 좋은 가죽을 썼다는 증거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레이스, 던의 가죽보다도 질감, 향, 텐션에서 피에노 피오레가 압도한다. 과거 롤스로이스 크루 공장에 공급되던 코널리(conolly) 가죽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죽을 좋아하는 기자로서는 실내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싸구려 염료를 써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가죽과는 차원이 다른 향이다. 과거 롤스로이스 크루 공장에 공급되던 코널리(conolly) 가죽과 비슷하다 이 차는 밀도 있는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 천장과 필러를 감싼 알칸타라, 하드코어를 상징하는 드라이 카본 등을 실내 곳곳에 사용했다. 2억 3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수긍이 간다. 트로페오보다 더 비싸고 성능 좋은 SUV는 있지만 좋은 소재와 페라리의 심장, 후륜 기반의 플랫폼만으로도 이 차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게다가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성까지 제공한다. “같은 후륜 기반의 롤스로이스 컬리넌은?”이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다.트로페오는 그냥 수퍼카다.이 각도에서 보면 후륜 기반 차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곳곳에 드라이 카본이 들어가 모터스포츠 감성까지 더했다 오직 트로페오만 있는 코르사 모드과급기 사용으로 배기음이 심심할 것 같다는 진부한 얘기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적어도 마세라티와 페라리는 논외로 해야 한다. 콕핏에 앉아 있으면 자연흡기, 과급기 똑같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더욱이 트로페오라면 오디오 브라켓을 뜯어 버리고 싶을 정도다. 이 사운드에 빠져서 3일 동안 900km를 달렸다. 영등포를 빠져나와 인천공항까지 노멀 모드로 약 50km 탔다. 웬만한 400마력 대 SUV 스포츠 모드보다도 트로페오의 노멀 모드가 파워, 속도, 조향감에서 모두 낫다. 영종도에서 용무를 마치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3가지 주행 모드는 노멀-스포츠-코르사. 스포츠 버튼을 누르고 다시 길게 누르면 코르사(corsa) 모드로 변경된다.기어 노브를 D에서 왼쪽으로 밀면 수동모드다 경주, 레이스를 뜻하는 코르사로 고정하니 에어 댐퍼가 차체를 낮춘다. 코르사는 오직 트로페오만 존재하는 주행 모드다. 주행 환경에 따라 에어로1, 에어로2 댐퍼의 감쇄 레벨 정보를 클러스터에서 실시간 확인할수 있다. 배기 사운드는 노멀에서도 충분히 세련되고 강한 톤이지만 코르사는 스포츠보다 더 예민하고 앙칼지다. 노멀이 힘 좋고 스포티한 SUV라면, 코르사는 수퍼카급 응답성에 당장 트랙에 나가 모든 차를 다 집어삼킬만한 야수성을 품고 있다. 현존하는 SUV의 왕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궁극의 코르사 모드. 부유한데다 운전 실력까지 좋다면 트로페오를 살 수밖에 없다시속 110km를 달리는 도중에 콘솔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밀어 넣어 매뉴얼 모드로 고정했다. ‘철컹’하는 것이 기계식 느낌이다. 6단에 물려있던 단수를 2단까지 내리고 풀 스로틀을 했다. 관성을 거스르는 맹렬한 가속이 시공간을 잠시 비틀어 놓는 듯하다. 눈앞에 보이던 장면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재빨리 3단으로 업 시프트.회전 상승이 너무 빨라 저단 고단할 것 없이 7000rpm까지 한달음에 도달한다. 2500rpm부터 74.85kg·m의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고회전을 쥐어짤 필요는 없지만 워낙 환상적인 배기 사운드 탓에 괜히 레드존 부근까지 올리게 된다. 자연흡기와 같은 반응이면서 풍부한 토크감까지 선사한다. 2.3톤의 차체를 시속 0→100km까지 3.9초 만에 밀어부치고, 최고속도는 304km에 이른다. 2세대 후기형 포르쉐 카이엔 터보 S를 압도하는 가속성능이다.코너를 지배하는 수퍼 SUV시승차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아니지만 제동성능은 강력하다. 가혹한 주행에서도 페이드는 없었다. 굳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가지 않아도 엔진 브레이크만으로 빠르게 속도를 줄여줘 쾌적한 타력 주행이 가능하다. 롱 휠베이스는 코너에 불리한 핸디캡이지만 적어도 이 차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공도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코너에서 어떠한 차보다도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로 탈출할 수 있다.버킷 시트는 아니지만 가혹한 주행에서도 몸을 잘 잡아준다 페라리와 협업한 Q4 AWD 시스템은 리어 그립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전륜을 구동하여 어느 상황에서도 그립을 유지시켜 운전자에게 신뢰를 준다. 페라리의 SSC 같은 장치는 없지만 코르사는 후륜을 의도적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 LSD가 개입하면서 파워풀한 속도로 코너를 공략할때 잘 버텨주는 횡 그립은 “SUV가 뭐 이래!” 이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전고가 높은 차로서는 변태적인 몸놀림이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긴휠베이스는 연속 코너에서 불리할 것 같지만 어지간한 와인딩에서도 BMW M3 CS 정도는 압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저가 심해 시속 80km 이상이 힘든 코너조차 그 이상의 속도로 깨끗하게 돌아간다. 한적한 공도에서 만난 M3, M4가 기자의 트로페오를 앞지르려 시도하다 실패했다. SUV가 와인딩에서 불리하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똑똑한 섀시와 저중심 설계, 강력한 파워트레인으로 수퍼카 부럽지않은 성능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이 차에는 488 피스타, F8 트리뷰토와 같은 계열의 심장이 얹혀 있다. 올해의 엔진 대상을 3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이미 완성된 엔진이다. 타이어 사이즈로도 이 차가 터무니없는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SUV에서 흔히볼 수 없는 편평비다. 거대한 22인치 후륜 타이어는 812 수퍼패스트 보다도 사이드월이 납작해 노면을 많이 타지 않을까 걱정했다. 보통은 편평비가 낮을수록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지만 이 차는 에어 댐퍼 덕분에 거친 노면에서도 진동과 충격을 잘 걸러준다. 스마트한 댐퍼는 시종일관 여진을 잘잡아주면서도 롤 제어 역시 뛰어나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이 차에서 내릴 때가 가장 아쉽다. 계속 머물고 싶다 오직 수동모드로만 타고 싶다ZF제 8단 자동변속기는 트로페오와 궁합이 잘 맞는다. 가혹한 주행에서도 최적의 단수를 찾아 재빠르게 작동한다. 노멀 모드일 때 꽤 준수한 수준의 연비가 나온다. 하지만 스티어링 칼럼에 달려 있는 고정식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가 자꾸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코르사 모드를 한번 경험하고 나면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노멀, 스포츠 모드에는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엑셀러레이터와 패들 시프터에 익숙해지면 운전자가 가장 듣고 싶은 음색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코르사 수동의 매력이다. 연료 식성이 좋아지는 정도는 감수하게 만든다. 몇몇 메이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액티브 사운드와는 깊이와 질감에서 차원이 다르다. 태생부터 꾸밈없이 본질에 집중하여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사운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이자 마약과 다름없다. 그래서 일단 중독되고 나면 어느새 코르사 모드로 바꾸고 패들 시프터를 조작하게 된다. 자동변속기 기반임에도 시프터 반응속도는 즉각적이어서 수동에 뒤지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트랙에서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기계식 키보드의 손맛보다 더 위에 있는 알루미늄 패들 시프터의 조작감은 황홀 그자체다. 코르사 수동 모드를 경험하면 오토에 손이 가지 않는다최고의 존재감양산차면서 이만큼 시선 끄는 차도 드물다. 섹시한 외관과 배기음이 사람의 감각을 건드려서일까? 지금까지 타본 시승차 중 손가락에 꼽을 만큼 트로페오는 강렬한 존재였다. 가는 곳마다 남녀노소 다 쳐다본다. 셀프 주유소에서조차 “이차 얼마예요?” 물어보는 게 예사다. 물론 가격을 들으면 흠칫 놀라는 반응도 한결같다.트로페오는 기본 르반테와는 가격, 성능, 사운드, 소재 등 모든 면에서 큰차이가 있다. 수퍼 SUV 타이틀에 어울리는 차는 트로페오가 유일무이하다. 고성능 SUV의 홍수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존재감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륜 기반 플랫폼을 고집한다는 점도 참 좋다.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마세라티가 전륜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디자인 완성도에 끼치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차는 마라넬로 페라리 공장에서 제조되는 엔진을 넣고도 2억 3천만원에 불과하다. 넓은 거주성에 골프백을 잔뜩 실을 수있는 트렁크는 덤.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전천후 수퍼카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올드뉴스] 기아 봉고3 시승기 2019-06-05
기아 봉고Ⅲ 1톤 트럭 산뜻한 스타일에 담긴 경쾌한 달리기봉고’는 기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모델이다. 80년대 초 국내 자동차 메이커 강제통폐합 조치로 위기를 겪은 기아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승합차와 소형 트럭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고, 그때 나온 모델이 봉고 승합차와 트럭이었다. 당시 기아 직원들은 “안녕하세요” 대신 “봉고 팝시다”라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했고, 이렇게 똘똘 뭉친 기아 직원들이 회사를 일으켰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산뜻한 외모에 밝은 컬러로 분위기 일신 계기판 시인성 좋고 스위치 조작 편리해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 시승차로 만나는 봉고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론 트럭에서는 계속 봉고라는 이름을 써 왔지만, 97년부터는 프론티어라는 이름이 더 강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아는 트럭과 함께 선보인 봉고 코치/밴으로 다시 한번 ‘봉고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트럭 운전자들은 차 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봉고Ⅲ은 승용차에 익숙한 이들도 호감을 느끼게 하는 산뜻한 외모를 지녔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고, 버티컬 타입 헤드램프를 단 모습은 커다란 박스 같았던 봉고 프론티어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특히 ‘띄우기 위한’ 이미지 컬러로 택한 밟은 연두색과 연미색은 소형차나 경차에서 보던 색상이어서 신선하다.  달라진 실내가 SUV에 앉은 느낌을 준다면 과장일까? 핸들은 위 아래로 틸트되는 폭이 넓어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기어 레버의 위치도 적당하다. 계기판은 웬만한 승용차보다 시인성과 디자인이 좋고,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공조장치는 스위치가 큼직해 조작하기 편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의 거리가 조금 먼 것은 아쉽다. 운전자와 동승객이 실내에서 자리를 바꿔 탈 일은 거의 없으므로 센터페시아를 조금 더 돌출시켜도 괜찮을 듯하다.  시트 뒤에 마련된 공간은 1톤 트럭 운전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장거리 운행에 나설 때 짐을 놓아두거나 시트를 뒤로 젖혀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기 때문. 이 공간 가운데에 넓은 포켓을 두어 작은 물건을 흔들리지 않게 놔둘 수 있고, 위쪽에는 좌우 양쪽에 2개의 옷걸이를 두어 운전자와 동승객이 모두 옷을 걸 수 있도록 했다. 고속도로 통행 영수증이나 작은 수첩 등은 천장 앞쪽에 마련된 그물망 안에 두면 되고, 시트 가운데를 접으면 얇은 공책이 들어갈 정도의 사물함이 나온다. 이만하면 1톤 트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잘 활용한 셈이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시트 뒤 포켓에 잠금장치를 갖춘 덮개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장거리 운전 때 귀중한 물건을 차안에 두고 싶다면 글로브 박스만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비 편의성은 어떤가. 봉고 프론티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틸팅캡으로 만들어 정비하기가 매우 편리했다. 그러나 봉고Ⅲ은 현대 포터Ⅱ와 공동으로 개발되면서 틸팅캡이 없어져 이런 장점이 사라졌다. 대신 보네트를 열고 와이퍼 모터와 에어필터를 교환할 수 있고, 에어컨 냉매와 냉각수, 워셔액을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보네트는 봉고 프론티어처럼 위쪽으로 열리는데, 아래쪽으로 열리는 포터Ⅱ에 비해 여닫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실수로 덮개를 눌러 망가뜨릴 염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가속력 뛰어난 2.9X 123마력 엔진 얹어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부드러운 느낌 적재함은 얼마나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봉고Ⅲ은 봉고 프론티어에 비해 길이와 너비가 20mm씩 작아졌으나 적재함 높이가 낮고 넓어 쓰기 편리하다. 특히 적재함 양쪽 커버 잠금장치의 디자인을 단순화해 여닫기가 훨씬 편해졌다.  현대 포터Ⅱ와 함께 쓰는 2.9X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현대 테라칸의 메커니즘을 1톤 트럭에 맞게 손질한 것으로, 올해부터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이 엔진은 파워 면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트럭용 기어가 출력을 감당하기 힘들어 출력을 123마력으로 낮췄다. 그래도 과거 봉고 프론티어가 쓰던 J3 3.0X 85마력 엔진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하다. J3 엔진은 타이밍 기어를 써 소음이 크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던 터라 봉고Ⅲ 1톤 트럭에서는 타이밍 벨트로 바꾸었다.  달라진 파워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마자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짐을 실어야하는 트럭은 저회전에서 토크가 높아야 유리한데, 봉고Ⅲ은 2천rpm부근에서 시작해 4천rpm까지 저돌적으로 치고 나간다. 짐을 거의 싣지 않은 상태였지만 짐을 가득 싣더라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것 같다. 수동 기어는 변속감을 높이는 멀티 싱크로 나이저를 갖추었고, 자동 기어는 전자제어식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달리기가 한층 즐거워졌다.  기아는 승차감에 불만을 갖는 구형 모델 오너들이 꽤 많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봉고Ⅲ 1톤 트럭의 승차감을 부드럽게 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달라진 서스펜션 세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로지 ‘부드러움’에만 맞춘 듯한 서스펜션은 가속과 감속 때 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 현상이 심하다. 그러나 다행히 ‘하드 서스펜션’ 옵션이 있으므로, 부드러운 승차감이 싫은 이들은 반드시 이 옵션을 선택하기 바란다. 대부분의 국산차에서 지적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엔진과 서스펜션을 따로 세팅해서는 안 된다. 출력을 감당하는 서스펜션으로 만들어야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기 때문이다. 하드 서스펜션을 갖추면 앞, 뒤 서스펜션이 적당히 단단해져 짐의 양에 따라 주행감각이 달라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봉고Ⅲ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성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대형 트럭이나 승용차에 쓰였던 사이드 크로스 멤버를 캐빈 룸 아래에 넣었고, 도어 임팩트바를 강화해 측면 충돌 안정성을 높였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완전히 멈추는데 필요한 거리는 봉고 프론티어가 35.5m였는데 봉고Ⅲ은 32.7m로 줄었다. 8+9인치 탠덤 부스터와 직경 26.99mm의 마스터 실린더를 다는 한편, 3채널 3센서의 ABS를 갖춰 제동안정성이 확실하다.  두 개의 모델을 차별화해 개발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고, 실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봉고Ⅲ 트럭은 상용차 부문에서 기아와 현대의 첫 합작품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제는 두 집이 한 식구가 되어 과거 봉고와 포터가 벌였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모델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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