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캠리 하이브리드 VS 어코드 하이브리드 2018-09-17
CAMRY HYBRID VS ACCORD HYBRID땅끝에서 확인한 실력달리면 달릴수록 아낀다는 두 대의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장거리를 얼마나 편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달리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반도 최남단 해남 땅끝으로 향했다.“하이브리드 어때?”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어오는 질문이다. 그러면 기자는 보통 말리고 본다.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아낀 기름값으로 비싼 찻값 회수하기도 힘들 테니까. 캠리 하이브리드를 기준 삼아 계산해보면 일반 모델과의 차액 650만원을 기름값만으로 5년 안에 상쇄하려면 연간 3만7,547km(복합 연비, 8월 13일 전국 평균 유가 기준)를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하이브리드 구매 혜택 최대 310만원 적용 시 연 1만9,639km). 결국 하이브리드는 차를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을 위한 차라는 얘기. 우리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끌고 한반도 최남단 땅끝까지 달려 장거리 투어러로서의 실력을 확인한 이유다.시승 코스는 경기도 하남에서 해남 땅끝까지 약 430km 거리. 정숙성과 승차감을 확인하는 건 물론, 기름을 가득 넣고 출발해 도착 후 소모된 기름을 측정하는 풀-투-풀 방식으로 연비도 계산할 계획이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을 가정해 고속도로에서는 상황에 따라 시속 100~120km로 달리기로 하고 주행 모드는 ‘일반’으로 고정한 후 출발했다.두 차는 각각 한 개의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를 맞물린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시스템 출력은 캠리 211마력, 어코드 215마력으로 비슷하다(왼쪽부터 캠리, 어코드)  적극적인 어코드자연스럽게 어코드에 먼저 손이 갔다. 둘 다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이지만, 대왕고래처럼 그릴을 쩍 벌린 캠리보단 어코드가 보기에 더 준수했으니. 특히 A필러를 뒤로 당겨 만든 길쭉한 보닛과 쿠페에 가까운 지붕선이 어우러진 실루엣이 마음을 이끈다. 실내 역시 간결한 배치에 무거운 색감의 나무 무늬 장식 등 차분한 분위기다. 고급스러운 어코드의 실내. 통풍 시트는 없다드디어 남쪽을 향해 출발. 어코드에 앉아 운전대를 돌리는 감각은 스포츠카 탄 듯이 낮다. 새로운 ACE 바디로 운전석 높이를 2.5cm나 낮춘 까닭. 그런데 운전대 텔레스코픽(앞뒤로 당김) 거리가 다소 짧다. 페달에 맞춘 거리만큼 운전대가 당겨지지 않아 시트를 앞으로 움직여야 했다. 운전석 높이가 낮을수록 다리가 펴진다는 걸 모르는 걸까? 일본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중형차가 이러면 안 되는데….오후 네 시경 하남을 떠나는 길은 제법 막혔다. 덕분에 EV모드가 부지런히 켜져 가솔린 엔진을 잠재웠다. 저속으로 정체된 흐름을 뒤따르는 정도는 두 개 전기모터의 184마력으로 충분했다. 진동하나 없이 매끄럽게 달리니 저속 정숙성은 웬만한 대형 세단 부럽지 않다.남쪽으로 향하면서 점차 교통 흐름이 빨라진다. 자연스레 가속이 이어져 2.0L 145마력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 최신 하이브리드답게 계기판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 만큼 동력 연결이 자연스럽다. 엔진이 켜진 후에도 전자식 무단 변속기가 충격 없이 변속을 이어가기 때문에 주행 중 몸이 울컥거리는 일은 전혀 없다. 승차감은 예상외로 폭신하다. 도로의 너울을 지난 후 흡수한 충격을 다시 내뱉으며 연이어 흔들릴 만큼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휠베이스까지 2,830mm로 동급 세단 중 가장 길어 움직임에 여유가 뱄다. 생김새만 보면 스포츠 세단 같은데, 하체는 영락없는 미국 취향이다.2,830mm 길쭉한 휠베이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널찍한 어코드의 뒷좌석  재밌는 건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에서도 EV모드가 켜진다는 점이다. 보통 이 정도 속도를 넘어서면 PHEV나 전기차가 아닌 이상 가솔린 엔진이 꺼지지 않기 마련인데, 심심찮게 EV모드 아이콘이 계기판에 켜지며 연비가 쭉쭉 올라간다. 물론 시속 100~120km 사이에서 항속하거나 감속할 때 얘기다. 페달을 조금만 밟아 가속하려 하면 곧바로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누적 주행거리 100km를 돌파해 운전이 슬슬 질릴 때 즈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을 켰다. 이 두 개만 있으면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오늘날 장거리 운행에 없어선 안 될 필수 기능. 어코드 역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을 만큼 차간거리나 차선을 안정되게 유지한다. 다만 정체 시 앞차가 가까워지면 차선 인식장치가 먹통이 되는 건 흠이다.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중간 지점인 군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정속주행으로 느긋하게 203.1km를 달린 어코드의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19.8km. 뒤이어 따라온 캠리는? 헐레벌떡 달려가 확인해보니 L당 17.3km가 찍혔다. 어코드와 캠리 공인연비 차이만큼 정직한 결과다. 참고로 두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어코드 18.9km/L, 캠리 16.7km/L다.중간 지점에서 연비는 어코드가 훨씬 높게 나왔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내공 높은 캠리공정한 연비 측정을 위해 이번엔 캠리로 옮겨 탔다. 캠리에 앉은 첫인상은 역시 어코드처럼 좌석 높이가 낮다는 것. 무게중심을 낮춘 차세대 TNGA 플랫폼을 바탕으로 빚어, 이전보다 2cm 가량 좌석을 낮췄다. 이 정도면 차세대 중형 세단 트렌드는 저중심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다만 캠리는 시야 확보를 위해 벨트라인(옆 창문 아래쪽 철판과 만나는 선)도 함께 낮추어 차 안에 폭 파묻힌 듯한 어코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캠리 실내는 토요타가 늘 그렇듯 도전적이다. 요란하지만 쓸모는 좋다. 통풍 시트는 없지만  운전 자세는 한결 낫다. 어코드와 달리 운전대 텔레스코픽 범위가 넓어 맘껏 시트를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무게가 엉덩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산돼 착좌감도 좋다. 정통적인 기어 노브와 큼직한 버튼은 어코드보다 투박하지만 인체공학적인 설계에선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캠리 뒷좌석은 소파에 앉은 듯 폭신하다  캠리 역시 출발은 EV모드다. 그러나 페달을 밟는 순간 2.5L 178마력 가솔린 엔진이 금세 깨어난다. 어코드의 EV모드가 파리 목숨이라면, 캠리는 모기 목숨처럼 가냘프달까. 어코드보다 약한 120마력 모터 출력이 실감 난다. 때문에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에서 항속하거나 감속할 때마저 EV모드는 감감무소식이다. 모터는 그저 엔진을 보조할 뿐. 그런데도 트립컴퓨터 속 연비는 어코드 못지않게 쭉쭉 오르니 신기할 따름이다.시속 100km 정도로 항속할 때 정숙성은 두 차가 비슷한 수준이다. 졸음이 없는 2.5L 가솔린 엔진이 항시 깨어있음에도 조용하고 진동이 적어 주행 중 존재감은 거의 없다. 서스펜션은 더 말랑해 노면 충격을 운전자 모르게 삼켜버린다. 그만큼 큰 충격을 만난 후 꿀렁이는 시간도 더 길다. 빠른 속도에서라면 불안했겠지만, 정속주행 상황에선 기분 좋게 흔들리는 수준이다.그리고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차이가 바로 운전석 사이드미러다.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문제. 캠리는 넓게 비추는 볼록 거울이 달렸고, 어코드는 크게 비추는 평평한 거울이다. 개인적으로 사각지대 없는 볼록 거울을 선호하는 기자에겐 어코드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어코드 오른쪽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를 카메라로 보여주는 레인와치 기능이 있어 더욱 대비됐다. 정작 필요한 건 왼쪽인데 말이다.   고창 고인돌 휴게소를 지날 무렵 슬슬 하품이 나오기 시작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과 차선이탈경고(LDA) 기능을 켰다. 다른 차처럼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조합. 그러나 캠리는 어코드처럼 차선 가운데로 달리지 못했다. 차선을 이탈하기 직전까지 간 후 운전대를 살짝 반대로 틀어주는 진짜 이탈 방지 수준에 그친다. 차선 사이를 마치 ‘핑퐁’ 공처럼 왕복하니 그냥 운전대 꼭 잡고 가는 게 낫다.  오후 11시경 장장 7시간을 달려 해남 땅끝 선착장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 밤바다엔 고요함만이 감돌 뿐, 아무도 없었다. 내려서 서로 트립컴퓨터를 확인하는데 430km가량을 달렸음에도 연료 게이지가 두 차 모두 절반이 넘게 남았다. 이 정도면 주유 없이 다시 하남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바로 풀-투-풀 계측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주유소가 모두 문을 닫아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어코드는 효율을 위해 17인치 휠에 친환경 타이어를 끼운 반면, 캠리는 18인치 휠에 일반 타이어를 달아 멋과 성능을 챙겼다  뒤집힌 결과이른 아침. 후다닥 땅끝 바위 앞에서 촬영 후 바로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 전 확인한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캠리 18.5km/L, 어코드 18.7km/L다. 중간지점에서 앞섰던 어코드를 캠리가 많이 따라잡았다. 누적 주행거리는 433.1km다.이어 한 대씩 주유를 시작했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 출발 전 주유구 목구멍까지 가득 채웠고,반전이다. 캠리 주유량이 더 적었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이번에도 목구멍이 넘실대도록 한가득 채워 넣었다. 먼저 넣은 어코드는 24.495L가 들어갔다. 433.1km를 달렸으니 L당 17.681km 연비가 나온 셈. 이어 캠리는 23.408L가 들어갔다. 계산하면 L당 18.502km다. 트립컴퓨터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다. 0.2km/L 낮았던 캠리의 연비가 실제로는 0.8km/L가량 높았으며, 433.1km를 달리며 캠리가 1.087L 약 4.4% 기름을 아꼈다. 그리고 놀랍게도 캠리는 트립컴퓨터 연비와 실제 풀-투-풀 계측 결과가 정확히 일치했다. 연비 비교 결과는 토요타 캠리의 승리로 끝났다.두 차 모두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좌석 아래에 넣어 트렁크가 넓고 뒷좌석을 접을 수 있다. 용량은 어코드 473L, 캠리 427L다(위쪽부터 어코드, 캠리)  다만 이는 참고용으로 봐주길 바란다. 최대한 정확한 결과를 위해 해남 땅끝까지 장거리를 달리고 중간에 운전자 교대도 했으며, 에어컨 온도는 24도로 똑같이 맞췄다. 그러나 고속 주행 비율이 너무 높았다는 점, 두 운전자가 교대 후 닥친 주행 상황이 각기 달랐다는 점 등 적잖은 변수가 있었다.하남에서 해남까지 달려 확인한 두 차의 실력은 장거리 투어러로서 손색없었다. 승차감이 부드러워 피로가 적은 건 물론, 효율은 두말할 것 없이 좋다. 다만 거의 비슷한 가운데 성격은 살짝 다르다. 어코드는 비교적 단단한 하체로 안정적인 주행을, 캠리는 폭신한 서스펜션으로 더 나긋한 주행을 지향한다. <자동차생활>이 확인한 효율은 L당 2.2km 복합연비 차이를 극복하고 캠리가 높게 나왔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두 차의 가격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4,190만원,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4,470만원(하이브리드 기본 모델 4,180만원). 쉴 틈 없이 달려야 한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현대 코나 일레트릭,배터리 걱정없이 무공해 질주 2018-09-14
HYUNDAI KONA ELECTRIC 배터리 걱정 없이 무공해 질주찔끔찔금 용량을 늘리던 전기차들 사이에서 코나 일렉트릭은 단연 돋보인다. 한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달리는 넉넉한 배터리 용량 덕분에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벗 삼아 쾌적한 운전을 즐겼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탈 만해?”라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초의 양산 전기차라는 GM EV1이 등장한지도 어언 20년이 넘은 지금 시장에는 각종 EV가 넘쳐난다. 하지만 전기차를 구입해 타고 다니는 것은 아직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한동안 개발자들은 일반적인 자동차 오너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그리 길지 않다면서 한번 충전에 160km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많이 얹을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반면에 차체 무게와 가격이 증가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용량은 전기차 개발의 무척이나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요소였다. 대용량 배터리를 얹은 콤팩트 SUV 전기차 기자의 출퇴근 거리는 50km 남짓.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본 전기차는 전혀 여유가 없었다. 일단 에어컨이나 히터를 켠 상황에서는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는 데다 충전할 곳 찾는 일도 만만찮았다. 그렇다고 출근할 때마다 대형 마트에 들러 쇼핑(일부 마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다)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출퇴근길 3배가 넘는 배터리 용량이 사실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실제 전기차를 구입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에어컨이나 히터를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고 하니,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코나 일렉트릭 시승차를 받고 나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 역시 계기판의 주행가능 거리였다. 무려 400km 가까운 수치를 보니 우선 안심이 된다. 시승 기간 내내 촬영 장소와 출퇴근 동선 그리고 어느 충전소를 들러야 하는지 복잡했던 머릿속이 순간 말끔해졌다.전기차 오너들의 불만을 확인한 메이커들은 배터리 용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60Ah 배터리를 얹었던 BMW i3가 90Ah 배터리로 바꾸었고, 닛산 리프는 24kWh였던 1세대를 2016년에 30kWh로 개량한 후 2세대는 40kWh로 키워 주행가능 거리를 243km(EPA)로 늘려 잡았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현대 코나 일렉트릭은 콤팩트 SUV 첫 EV라는 점보다도 64kWh 용량의 배터리팩을 얹어 확보한 406km의 주행가능 거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28kWh, 200km)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수치. 대신 배터리 용량을 줄인 라이트 패키지에 비해 145kg이나 무겁다. 라이트 패키지는 344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대신 주행가능 거리는 254km로 줄어든다. EV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 디자인코나 일렉트릭의 외형은 전형적인 EV의 공식을 따른다. 엔진과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만큼 앞부분을 덮어 공기저항을 절감하고, 헤드램프와 에어 스커트 흡기구 부근도 매끈하게 다듬었다. 코나가 도심에 적응한 야수라면 코나 일렉트릭은 물속을 잘 헤집도록 진화한 물고기 같은 인상이다. 보닛 경계선을 따라 주간주행등에도 가로로 장식을 넣어 인상을 차별화했다. 휠하우스를 두른 플라스틱 재질은 여전히 SUV 풍이지만 휠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 배터리를 채워줄 충전 커넥터는 그릴 오른쪽에 배치했다.충전 커넥터를 앞쪽에 달았다실내 공간에 이르기까지 일반 코나와 거의 다르지 않다. 한 세대 전 양산차 베이스 EV는 배터리를 추가로 얹기 트렁크 공간을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코나와 스토닉 등 최신 플랫폼은 개발 단계부터 EV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이 차 역시 배터리팩을 바닥에 넓게 펼쳐 배치함으로서 무게중심을 낮추고 거주공간도 희생하지 않았다. SUV에 굳이 EV 구동계를 얹은 이유는 SUV 인기가 워낙 높기 하지만 세단이나 해치백에 비해 배터리 공간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EV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준비되었다실내 공간은 배터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깐 덕분에 화물 공간도 넉넉하다계기판은 완전 모니터 식으로 바뀌어 주행 모드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진다. 에코 모드에서 초록색이던 미터는 스포츠 모드에서 붉은색 파워 게이지로 바뀐다. 그 오른쪽에 에너지 흐름도가 모터와 배터리, 회생 제동장치 간 에너지의 이동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바뀌는 계기판 디자인기계적인 변속기가 없는 만큼 변속 레버는 스위치로 대체했다. 내비게이션도 충전소의 위치나 배터리 용량에 따른 주행가능 거리 등 EV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센터 모니터와 플로팅 방식의 센터 터널 디자인은 기본형 코나와 많이 다른데, 수소차인 넥쏘를 간략화시킨 인상이다. 불볓 더위 속에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시트 통풍 기능을 갖추었으며, 전기를 아껴 써야 하는 EV답게 에어컨 기능을 운전석에만 집중시키는 드라이버 온리 스위치도 있다. 전기차인 만큼 엔진 소음은 없고 급가속 때 위잉~ 하는 모터 소리가 조금 들릴 뿐. 대신 타이어와 노면 등 다른 소리가 두드러지지만 실내 유입되는 소음의 총량은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코나 일반형과는 계기판과 모니터, 센터 터널 디자인이 다르다시프트 레버 대신 버튼으로 변속한다넘치는 토크로 강력한 가속운전 감각은 EV만의 이질감이 많이 중화되었다. 이 차는 코나 가운데서 가장 무거운 1.6 터보 4WD 풀옵션과 비교해도 200kg 이상 무겁다. 하지만 일단 오른발을 살짝 밟으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 나간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고, 기어를 바꾸고 클러치를 조작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 없이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덕분이다. 최고출력 204마력에 40.3kg·m의 토크가 에코 모드에서조차 즉각적이고 강력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에코 모드에서조차 슬립이 일어날 만큼 토크가 강력하다에코 모드에서도 충분히 빠를 뿐 아니라 스포츠 모드에서는 타이어(넥센 N프라이즈)가 슬립이 계속된다. 딱히 에코카 전용 타이어가 아님에도 트랙션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도심에서만 타기에는 분에 넘치는 출력과 토크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믿고 고속도로에 오르면 비로소 그 위력과 존재감을 실감하게 된다. 이 정도 토크임에도 토크스티어는 없다.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 시프트는 변속이 아니라 회생제동용이다. 액셀 페달을 떼었을 때 회생 제동 효과를 3단계로 제어할 수 있는데, 마치 엔진 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 있다. 3단에서는 감속이 꽤 강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닛산은 2세대 리프에서 아예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하나로 모은 e페달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조작 방식은 어느 정도 숙련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무척이나 편하다. 회생 제동으로 앞바퀴에 살짝 하중을 걸면서 방향을 바꾸면, 의외로 경쾌한 코너링 감각에 놀라게 된다. 공기저항을 줄인 EV 전용 휠 디자인이 차의 가격표는 5천만원을 넘지만 하이브리드에 비해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생각만큼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삼아도 세제 혜택과 정부 보조금, 지자체 보조금을 더한다면 실 구매가는 3천만원 대 초반까지 떨어진다. 보조금은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빨리 사는 편이 유리하다. 시승을 마치고 반납하기 전,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니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아 있다. 급가속은 물론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꾸준히 틀었음에도 말이다. 물론 이 차의 장점이 배터리 용량만은 아니다. 전기차로서, 그리고 자동차로서도 코나 일렉트릭은 높은 기본기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전기차에 비교적 미온적이었던 한국에서 이정도의 EV가 출시된 것을 보니 전기차 시대가 생각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BMW M5, 가장 현명한 진화 2018-09-11
BMW M5가장 현명한 진화여섯 번째 M5가 등장했다. 농익은 파워트레인과 뛰어난 네바퀴굴림으로 무장한 가장 강력한 M5다.BMW 퍼포먼스 세단의 역사는 1985년 M5(E28)로부터 시작한다. 레이싱 혈통 수퍼카 엔진(M88)을 얹은, 당대 최고의 고성능 세단이었다. 이어진 후속 모델들도 특별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빠른 엔진 반응과 균일한 출력 상승을 돕는 독립스로틀 보디를 고수했고, 전용 V10 자연흡기 엔진도 선보인 바 있다. 어디 그뿐이랴. 수동에 기반한 자동화 변속기를 빠르게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V8 4.4L 직분사 트윈 터보와 토크컨버터 8단 자동변속기를 함께 맞물린 신형(F90)은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인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경쟁자에게 앞길을 내주려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기계적 신뢰도가 높은 파워트레인이 만든 역대 최강의 성능을 네 바퀴를 통해 도로 위로 뿜어낸다. 성능을 고려한 외관 변화외관은 흉포한 성격을 과시하고 성능 지향적인 퍼포먼스 세단의 기능을 따르는데 충실하다. 더욱 넓어진 에어 인테이크 홀은 트윈 터보 엔진과 브레이크 시스템의 원활한 냉각을 돕기 위한 변화. 냉각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에어 인테이크 홀 면적을 넓혔다여기에 굵직한 주름을 더해 인상도 더욱 과격하다. 넓어진 앞 펜더는 측면 에어 아웃렛과 만나 풍만한 볼륨감을 만든다. 카본 리어 디퓨저와 좌우 양쪽의 트윈팁 머플러로 뒤차에게 고성능 차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M 전용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미러로 일반 5시리즈와 차별화한 멋을 만든다. BMW를 상징하는 모델답게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레이시한 감성에 젖었다. 최고급 가죽으로 감싼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카본 트림과 세미 버킷 타입 M5 전용 시트가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냉각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에어 인테이크 홀 면적을 넓혔다두툼한 사이드 볼스터와 함께 어깨를 감싼 등받이 상단부는 신체를 견고하게 지지한다. 새로운 기어노브도 눈에 띈다. 기어 상단부에 변속 시점을 조절하는 버튼을, 아래쪽에 파킹 버튼을 배치한 이 디자인은 M5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그 주변에는 차체 자세제어, 변속 패턴, 댐퍼 감쇠력, 스티어링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각기 다른 드라이빙 설정(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을 조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놓인 두 개의 빨간 버튼(P1, P2)은 운전자가 조합한 드라이빙 설정으로 바로 전환하는 단축키다. 기계적 신뢰도가 높은 파워트레인갈수록 엄해지는 환경규제로 인해 내연기관의 세대교체가 빨라졌지만, 신형 M5는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났다. 기존 5세대(F10)에서 선보인 V8 4.4L 트윈 터보를 다시금 사용했다. 대신 새롭게 개발한 터보차저와 350바 직분사 인젝터가 더 날카로운 엔진 반응과 효율적인 연소를 이끌고, 주행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오일 펌프가 서킷에서도 충분한 윤활 성능을 보장한다. 최고출력은 608마력에 이르며, 76.5kg·m의 최대토크가 1,800rpm부터 5,600rpm까지 폭넓게 발휘되는 덕분에 어느 속도, 어느 회전수에서나 고르게 속도가 붙는다. 강력한 출력에 걸맞은 제동 시스템은 금색 캘리퍼로 칠해진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다. 프론트 6피스톤, 대용량 리어 1피스톤의 구성은 무게 2t에 육박하는 육중한 무게를 감안하면 결코 과하지 않다. 흉포한 성능을 자랑하는 V8 4.4L 직분사 트윈 터보 수동에 기반한 자동화 변속기를 사용하던 이전 모델 E60 M5(SMG), F10 M5(DCT)와 달리, 전통적인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를 사용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강력한 출력을 도로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거기에 맞는 변속기가 따라붙은 결과다. 기존 ZF 8단 자동을 M5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듀얼클러치가 아쉽지 않을 만큼 변속 속도가 빠르다. 즉 파워트레인을 새롭게 개발하기보다는 노하우가 많은 기존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변속 패턴, 가변 댐퍼, 스티어링 휠을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3단계로 변속 시점을 조절하는 기능은 다른 M모델과 마찬가지. 1단계는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2단계는 스포츠 주행을 위한 조금 높은 엔진 회전에서, 3단계는 높은 엔진 회전수로 서킷 주행에 알맞은 변속을 한다. 여기에 3단계로 조절 가능한 가변 댐퍼와 결합하면 차의 성격이 극단을 오간다. 드라이브 로직 1단계에 컴포트 서스펜션을 조합하면 안락하기 그지없는 고급 비즈니스 세단이지만, 드라이브 로직 1단계에 스포트 플러스 서스펜션을 조합하면 절도 있는 스포츠카와 다름없다. 시종일관 뻣뻣한 경쟁 모델보다 변신의 폭이 훨씬 큰 덕분에, 혈기 왕성한 20대부터 편안함을 추구하는 70대 운전자까지 모두가 만족스럽게 운전할 수 있겠다. 다만 서스펜션 특성이 스포트 플러스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까닭에, 부드러운 컴포트에서는 피칭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M 최초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섀시 튜닝은 프랑스 남부의 미라마스(Miramas)와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시속 300km로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 원형 서킷과 극한의 고저차를 포함한 코너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것이다. 더블 위시본 구조 프론트 서스펜션은 M5를 위해 새롭게 제작했다. 차폭이 35mm 넓어진 덕분에 코너링 성능이 증대되었고 더 단단한 고무 마운트를 사용해 조종 안정성을 높였다. 이를 차체에 고정하는 스트럿 타워와 벌크헤드도 강화했다. 또한 차체 하부는 X자 브레이스와 리어 액슬에 추가적인 구조물을 덧대어 강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 증가는 최대한 억제했다. CFRP 지붕, 배기 시스템과 브레이크(브레이크에서만 23kg을 감량했다) 등 다양한 경량화 설계가 더해진 덕분이다. 보통 130kg 이상 나가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체 무게는 큰 감량을 이뤘다. 지붕은 CFRP로 무게를 덜어냈다정교한 조향 성능을 무너뜨리지 않고 강력한 출력을 능동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이야말로 M5의 핵심. 시리즈 최초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M5를 위한 맞춤형이다. BMW는 이를 M Drive라 부른다. 차체자세제어 장치를 해제하면 구동 배분에 따라 뒷바퀴굴림(2WD), 네바퀴굴림(4WD), 네바퀴굴림 스포츠(4WD Sport)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후륜구동에 가까운 핸들링과 차의 움직임이다. 뒷바퀴 굴림에서는 앞바퀴에 가는 동력을 끊고 오로지 뒷바퀴로만 출력을 쏟아낸다. 또한 전자식 LSD의 도움으로 드리프트도 가능하다. 이때는 ABS만 개입하며,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조금 가벼워진다. 4WD에서는 자세제어 장치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일정량의 뒷바퀴 미끄러짐을 허용하며, 4WD Sport는 뒷바퀴에 보다 많은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 상황에서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트랜스퍼 케이스의 다판 클러치가 작동하면서 구동력을 네 바퀴에 유연하게 배분한다. 이처럼 영리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도움으로 구동 손실 없이 가속 할 수 있는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3.4초,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 도달하는데 11.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참고로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되며 드라이버스 패키지를 선택하면 시속 320km까지 달릴 수 있다.  기어레버 상단의 드라이브 로직 버튼으로 변속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코너를 돌아나갈 때 가속하더라도 스티어링 휠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저항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구동력 배분이 감쪽같고, 조향 감각도 정교하다. 여기에는 중립구간 기어비가 더욱 촘촘한 스티어링 기구가 칼날 같은 조종감에 한몫한다. 한편 뒷바퀴를 조향하는 인테그랄 스티어링은 탑재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최소회전 반경은 조금 늘었지만, 인테그랄 스티어링의 이질적인 조향감에 불만 있던 기자는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20인치 더블스포크림 휠 속에 자리 잡은 카본 세라믹 디스크시대를 따른 변화, 그럼에도 변치 않는 매력예전 같았으면 네바퀴굴림 M5는 상상도 못 했을 일. 출력 경쟁이 심화되면서 높아진 출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변화지만, 그럼에도 뒷바퀴굴림에 가까운 몸놀림을 최대한 유지해 변함없는 매력을 지켰다. 아울러 부드럽고 빠른 자동변속기와 가변댐퍼의 도움으로 비즈니스 세단과 스포츠카 사이의 극단적인 성격도 거머쥔다. 농익은 파워트레인을 정교하게 다듬어 강력한 성능을 구현한 M5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진화 방법을 따랐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기아 K7 LPI 2018-09-10
기아 K7 LPI 정부의 수송용 연료 정책이 달라지면서 경유값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찻값이 비싸고 소음과 진동이 큰 디젤차를 구태여 구입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LPG 세단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소형차 수준의 유류비로 중형~준중형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디젤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디젤게이트 여파로 제조사 신뢰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수송용 연료 정책도 달라진다. 사실 디젤차의 주된 인기요인이 바로 경제성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정부는 경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디젤차 운행수요를 줄이고자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LPG차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가솔린차보다 유류비 부담이 덜하다는 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반인도 5년 이상 된 중고 LPG차(자가용, 사업용 이력 포함)를 구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구매를 가로막는 장벽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초기형의 실내는 딱히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지못한다소형차 수준의 유류비로 타는 준대형 LPG 세단특히 진동과 소음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6기통 LPG 세단을 고려해봄직하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과 큼직한 배기량이 만들어낸 넉넉한 출력은 중형 세단과 확실히 차별화된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중형 LPG 세단보다는 연비 성능이 조금은 떨어지지만, 유류비 부담은 여전히 소형차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오너들의 평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만원으로 보통 70~100km 주행한다고(LPG 910원 기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그랜저 HG와 K7 1세대다. 일반인에게 이전 가능한 연식의 차종 중에서 가장 최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5,000mm에 육박한 차체 길이와 1850mm가 넘는 너비, 기다란 휠베이스(2845mm)에서 비롯된 크고 여유로운 덩치가 확실한 존재감과 넓은 실내공간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이 덕분에 LPG 봄베를 탑재하면서 트렁크 공간이 좁아지는 단점도 중형 세단보다는 나은 편이다. 무드등을 품은 대형 실내등은 지금도 보기 드물다푹신한 착좌감의 뒷좌석, 공간도 광활하다만약 K7을 눈여겨보는 예비 구매자라면 연식에 따라 차의 구성이 달라지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생산한 K7은 그랜저 TG와 같은 뮤 2.7L LPI를 탑재했다. 따라서 그랜저 TG에서 드러난 엔진 밸브 리프터 결함(택시형 제외)을 똑같이 갖고 있다. 한편 기본형 모델인 ‘디럭스’는 ABS조차 없는 경우가 더러 있으므로 구매에 주의해야 한다. 디럭스는 운전석 시트가 수동이고 다이얼식 공조기를 탑재했으므로 이를 통해 상위 트림과 구분된다. 그랜저TG LPI나 동시대의 K5 LPI보다는 트렁크 공간 사정이 훨씬 나은 편 2011년 말에 나온 ‘더 프레스티지 K7’부터는 람다 3.0 LPI 엔진을 얹었다. 현대가 같은 해에 3.0 LPI를 얹은 그랜저 HG를 새롭게 출시했기 때문이다. 최고출력 235마력의 3.0 LPI는 165마력의 2.7 LPI 보다 무려 70마력이나 증가했지만, 함께 맞물린 6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연비효율은 이전과 비슷하다. 따라서 구입비용이 조금 높더라도 3.0 LPI를 선택하는 편이 두고두고 만족스러운 결정이 될 것이다. 파워스티어링 기구는 유압식에서 EPS(전동식)로 달라졌다. EPS는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 되었던 것과 달리 실제 조작감이 크게 엉성하지 않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과 컬럼을 연결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플렉시블 커플링이 마모되며 생기는 고질병을 갖고 있다. 만약 구입하러간 중고차의 스티어링휠에서 딸각거리는 소음과 유격이 느껴진다면, 수리비용만큼 금액을 흥정하는 편이 좋다.이처럼 커버가 엔진 전체를 가리면 3.0L LPI,앞쪽 절반만 가리면 2.7LPI다.상위 트림에는 스티어링 열선과 시트 통풍 기능도 탑재되었다 3.0 LPI는 1,000만~1,70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그래도 앞서 말한 것을 제외하면 굵직한 결함이나 다른 잔고장은 없는 편이다. 현재(2018년 8월 기준) 기아 K7의 시세는 2.7 LPI(09년~11년)가 800만~1,100만원, 3.0 LPI(11년~12년)가 900만~1,300만원 사이다. 반면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K7’(12년~13년) 3.0 LPI는 1,400만~1,700만원으로 시세가 훨씬 높다. 이는 구형 느낌이 적게 나는 외관 디자인 덕분에 아직도 많은 소비자가 찾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이인주 
르노 삼성 SM5, 노장의 마지막 카드 2018-09-10
RENAULT SAMSUNG SM5 노장의 마지막 카드변화에 굴하지 않은 SM5에게 남은 건 이제 단 하나뿐이다.SM6 등장은 사실상 SM5에겐 사망선고였다. 지난 1998년 삼성자동차 시작과 함께했던 20여 년 짧지 않은 역사의 마침표를 찍을 때. 그런데 촛불은 꺼지기 전이 가장 밝다고 했던가. SM5가 월 800~1,000대가량 꾸준한 인기로 제품 주기 마지막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썩어도 준치비결은 두말할 것 없이 ‘가성비’다. SM5값은 2,155만원. ‘옵션이 하나도 없겠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이래 봬도 있을 건 다 있다. 웬만한 준중형 세단 값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중형 세단이라니, 준중형차 찾던 사람들이 한 번씩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첫인상은 예상대로다. 우리가 2010년부터 질리도록 보아온 그 모습 그대로다. 분명 새 차인데 너무 익숙해 중고차 리뷰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어찌 됐든 차가 커 풍채는 좋다. 길이가 SM6보다도 35mm 긴 4,885mm로 한결 여유롭고, 검은색 페인트를 둘러놓아 준중형차 타는 기자에겐 중후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이제 영락없는 보급형 중형 세단이지만 17인치 휠과 앞뒤 풍부히 두른 LED 램프(15만원 어치 선택사양)가 ‘싼 차’ 이미지를 지운다.점점이 빛나는 LED가 화려하다17인치 휠이 기본!실내 역시 마찬가지. 덤덤하지만 넓다. 플라스틱 범벅 센터패시아엔 SM6가 내세우는 감성은 눈곱만큼도 없고 스타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우레탄 감촉은 상용차가 아닌가 싶을 정도. 하지만 넓다. 운전석과 동반석 시트 사이가 넓고 뒷좌석 무릎 공간은 널찍이 벌어졌다. 뒷좌석에 부모님 모시는 상황을 상상하면 예쁘장한 최신 준중형 세단보다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 오래됐어도 중형차는 중형차다.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다. 그럼 어때 넓으면 됐지부모님은 예쁜 뒷자리보다 넉넉한 뒷자리를 원하신다오래된 실내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전동 조절은 물론 열선 및 통풍 기능이 들어간 가죽시트를 비롯해 좌우 독립 풀오토 에어컨, 전자식 룸미러(ECM) 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모두 기본이다. 첨단 기능은 없지만 당대에 있던 건 다 들어간 실내다. 과거 철 지난 고급 세단 타는 기분이 딱 이랬었는데.요즘 경차에도 없다는 우레탄 운전대가 여기 있다열선·통풍 시트, 좌우 독립식 풀 오토 에어컨이 모두 기본이라니!마음을 여유롭게이 값에 화끈한 성능을 기대한 건 아니겠지? 한창 시절 SM5는 V6부터 1.5L 터보와 디젤까지 화려한 파워트레인 구성을 자랑했지만 이제 2.0L 가솔린 엔진 하나로 정리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저렴하고 무난하니까. 시동을 걸어도 역시 무난하다.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정숙한 가운데 은은하게 진동과 소리를 전한다. 한 세대 전 중형 세단답다. 속도를 올리는 감각은 매우 부드럽다. 토크 곡선이 자연스레 오르는 자연흡기 엔진에 토크컨버터로 출력을 전하는 무단변속기가 맞물린 덕분이다. 대신 그만큼 가속은 먹먹하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그저 나긋하게 속도를 높일 뿐이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19.8kg·m 성능을 내는 엔진이 1,420kg 차체를 호쾌하게 쏘아붙일 리 만무하고, 무단변속기는 엔진 회전수를 6,000rpm 부근에 고정한 채 속도를 높인다. 다른 최신 무단변속기처럼 단계적으로 변속해 일반 변속기 흉내 내는 기능은 없다. 수동으로 조정해 봐도 마치 수동변속기 클러치를 반쯤 누른 채 변속하는 듯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변속기도 시간의 흐름을 비껴갈 순 없었다.최고출력 141마력을 내는 2.0L 엔진. 플라스틱 엔진 덮개도 가죽 운전대와 함께 사라졌나 보다차분히 속도를 높이다 보면 그래도 시속 160km까지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쯤 되면 페달을 모두 밟으나 적당히 밟으나 차이가 없을 만큼 힘이 빠진다. 페달을 끝까지 밟을 때마다 에어컨이 꺼지는 게 부족한 힘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 그래도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썩 나쁘지 않다. 무게중심이 높지 않아 바닥에 제법 잘 달라붙고, 적당히 무거워지는 속도감응형 파워스티어링도 만족스럽다. 단지 페달에 올려놓은 발만 조급할 뿐이다.그래서 SM5는 적정 속도로 달릴 때 가장 만족스럽다.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달리는 건 물론 힘도 적당히 남기 때문. 역시 묵직하게 항속하는 중형 세단 특유의 감각이 매력적이다. 지난 3월호 닛산 알티마와 SM6 비교 시승에서 알티마의 강점으로 드러난 중후한 주행감이 SM5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참고로 큰 의미는 없지만 알티마(4세대 L32, 5세대 L33)와 SM5(L43)는 르노-닛산 D 플랫폼을 일부 공유하는 관계다.그렇다고 SM5를 고갯길에서 알티마처럼 날카롭게 쏘아붙일 수는 없다. 운전대 감각이 느슨해 어색하고, 연속되는 코너에선 앞뒤가 허둥대기도 한다. 141마력 중형 세단에 무얼 기대했나. 그저 마음을 여유롭게 먹고 편히 달릴 때 가장 만족스러운 패밀리 세단이다. 야속한 시간SM5엔 ‘최신’이라는 단어가 어디에도 없다. 요즘 인기인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내세울 만한 건 30여 년 전 소나타에도 있던 크루즈컨트롤 정도가 전부다. 더욱이 순정 내비게이션도 고를 수 없어, 시승차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애프터마켓 제품(출고 시 액세서리로 판매)이 달려있었다. 차라리 깔끔하게 내비게이션 빼버리고 스마트폰을 거치해 쓰는 게 나아 보일 정도. 최신 장비를 향한 열망은 가격을 떠올리며 참아야 한다.준중형차 보던 사람들이 망설일 또 다른 이유는 유지비다. SM5 공인 연비는 11.3km(도심-고속 복합). 2.0L 중형 세단다운 효율로 요즘 준중형 세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실제 시승 중 380km를 달리는 동안 표시된 연비는 고작 리터당 9km에 불과했다. 또 2.0L 자동차세가 1.6L 준중형 세단보다 연간 약 23만원 높은 것도 생각해야 한다. 값은 준중형을 넘보더라도 유지비는 어쩔 수 없는 중형이다.전륜 중형 세단의 강점은 역시 공간. 트렁크도 널찍하다SM6도 부러워할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평소 이런 차가 한 대쯤 있으면 했다. 세월이 흘러 매력이 줄어든 만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새 차. 중고차처럼 부담 없는 가격으로 더 높은 급을 노릴 수 있으면서도, 새 차이니 품질에 대한 불안함도 적을 테다. SM5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그 길을 성공적으로 열고 있다. 비록 2,155만원 가격만큼 곳곳에 원가절감 흔적이 엿보이지만, 중형 세단의 공간과 여유로운 승차감, 풍부한 편의장치는 그대로다. SM5의 역사는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글 윤지수 기자사진 최진호
수입 콤팩트 SUV 열전 -下 2018-09-05
VOLKSWAGEN TIGUAN심기일전한 베스트셀링 SUV글 김현준 프리랜서 만약에 회사가 그 난리 통에 휩쓸리지 않았더라면 2016년은 폭스바겐에 꽤 행복한 시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었다. 폭스바겐 그룹의 차를 모두 아우를 모듈러 플랫폼 MQB 바탕의 첫 SUV 티구안이 그 해 시판되었고, 이후 같은 플랫폼을 확장한 아틀라스 같은 SUV가 차근차근 발매되며 모든 세그먼트를 빈틈없이 채워 나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이 계획은 폭스바겐의 대표적인 중장기 플랜중 하나다. 모듈러 플랫폼을 통한 제조공정의 혁신과 전세계적인 SUV붐의 편승, 게다가 거대 양산 브랜드로서 폭스바겐의 계획은 틀린 데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디젤게이트의 여파로 그들의 계획 대부분이 수정되어야만 했다. 당장 우리부터가 발매 2년이 지난 차를 이제야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콤팩트 같지 않은 공간감의 콤팩트 SUV그렇다고 이 차의 신선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신형 티구안은 2020년대를 보내기에 모자람이 없는 외형으로 빚었다.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폭스바겐의 최신 마스크와 차체를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골프와 가족임을 강조하는 리어램프를 만나게 된다. 전형적인 SUV의 높이를 가지고 있던 구형과 달리, 신형 티구안은 껑충한 키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실제로 전 세대에 비해 전고가 35mm 낮아졌지만, 이걸 뺀 나머지는 다 커졌다. 폭은 30mm, 휠베이스는 75mm 늘어나 그대로 차의 볼륨이 커졌다. 4.5m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길이는 목표시장이 요구하는 목표에 충실한 탓. 그러나 실내 공간만큼은 넉넉하지 않은 조건을 딛고 이미 차급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뒷좌석에 앉을 때마다 무릎 공간이 빠듯하던 구형과 달리, 신형은 놀라울 정도의 여유로움을 과시한다. 오늘 모인 다섯 대의 차 중 가장 넓다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 비밀은 슬라이딩이 가능한 뒷좌석에 있다. 이동 거리는 약 180mm이며 여기에 등받이의 각도도 함께 조절된다. 트렁크는 615L로, 뒷시트를 접으면 1655L까지 확장된다. 이 정도로도 충분치 않다면, 휠베이스를 더욱 늘려 중형급을 넘보는 티구안 올스페이스도 선택할 수 있다.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넉넉한 공간의 뒷좌석. 트레이도 달려 있다넓은 트렁크 공간은 최소 615L에서 최대 1655L까지 늘어난다실내 품질은 전형적인 폭스바겐이다. 가격의 한계가 명확한 대중 모델이지만, 가능한 품질감을 끌어내려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스티어링 버튼을 통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도 마음에 든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명확한 피드백,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대화면 센터 콘솔, 헤드업 디스플레이 같은 운전 환경은 한등급 위의 차를 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충분하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풀 LCD 계기판인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가 빠져 있는 정도. 구글맵으로 대표되는 국내 지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계기판의 길 안내 정보 통합은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폭스바겐의 모습정상급의 운전 감각호된 시련을 겪은 폭스바겐인 만큼, 그들의 디젤엔진은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RDE조건을 도입한 최신 유로6+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요소수를 쓰는 SCR기반의 배기정화 시스템을 사용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환경과 엔진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없는 확실한 시스템이다. 배기량 2,000cc급 디젤이 어렵지 않게 최고출력 200마력 언저리를 발휘하는 요즘에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5kg·m을 발휘하는 티구안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용 영역에서 언제든 필요한 토크를 냉큼 꺼내 주는 출력 특성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지체 없는 변속 스피드의 도움으로 한 치의 아쉬움 없이 그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한다. 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엔진 회전수는 1700rpm 내외. 엔진이 돌고 있는 느낌 정도만 아련하게 전해질 뿐이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1.4t의 차를 움직이는데 모자람이 없다. 탄탄한 하체의 움직임에서 자꾸만 골프를 떠올리게 된다. 순정 타이어의 훌륭한 접지력과 더불어 앞바퀴의 움직임을 따라 달리는 차의 움직임은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명료하다. 적어도 온로드에서 만큼은 티구안의 달리기에 불만을 표시할 구석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단 이 차는 어디까지나 온로드에 집중한 차다. 시승차는 앞바퀴만 굴리는 전륜구동 모델. 짧은 험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정도로도 차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오프로드를 달릴 것이라면 상시 사륜구동 옵션을 추가하는 게 낫겠다. 동급 최고 수준의 주행보조기능시승한 차는 가장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탑재되어 있다. 전방 추돌상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는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같은 액티브 세이프티 기술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장착되어 있다. 특히 시속 60km 이하의 속도로 주행할 때 활성화되는 트래픽잼 어시스트는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정지와 출발까지 지원한다. 전혀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아직 동급 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4,400만원의 차값에 이 모든 기능이 담긴 티구안의 경쟁력은 준수하다. 옵션을 모두 걷어낸 3,800만원 트림과 가격대 중간에 위치한 4,000만원 트림, 그리고 광활한 공간을 제공하는 올스페이스까지. 촘촘한 라인업을 구성한 티구안는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 대성공의 기미마저 느껴진다. 티구안이 한국에서 폭스바겐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남은 것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일뿐이다. 각종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JAGUAR E-PACE SUV는 잘 달리면 안돼? 글 이수진 편집장SUV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 보니 고성능 차 브랜드조차 SUV 라인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아니, 이제는 분위기라는 표현이 부족해 ‘광풍’이라고 해야겠다. 포르쉐와 람보르기니에 이어 페라리까지도 SUV를 개발한다니 말이다.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왜 SUV나 세단을 타느냐며 타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취향과 선택기준은 의외로 복합적이다. 제아무리 달리기가 좋다고 가족 모두를 태우기 힘든 쿠페를 선 듯 구입할 가장이 있을까? 용도에 따라 서너 대의 차를 구입할 수 있다면 또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오프로더에서 시작된 SUV와 스포츠카가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이날 모인 다양한 콤팩트 SUV 가운데 재규어 E패이스가 튀어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SUV 보디에 담아낸 스포츠 감성남다른 E패이스의 컨셉트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비슷한 차종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눈에 띄기 위한 전략적 선택 말이다. 고출력 엔진을 얹은 SUV가 희귀하지는 않다. GLA만 해도 무려 381마력짜리 엔진을 얹은 GLA45 AMG가 있다. 그래도 E패이스는 외모부터 남다르다. 프론트 그릴과 램프,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물론 운전석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재규어의 스포츠카인 F타입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콤팩트 SUV의 동글동글한 보디에 F타임의 얼굴과 엉덩이, 인테리어를 가져다 붙인 셈이다. 특히나 뒷모습은 단연 두드러지는데, 낮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최대한 눕힌 뒷창 때문에 D필러도 가장 얇고, 뒤창과 짐칸을 나누는 칸막이는 둘로 나누어 달았다. F타입 쿠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운전석E패이스의 디자인은 나쁘게 말해 이안 칼럼의 지나친 자기복제지만 SUV로는 파격적인 시도다. 전형적인 쿠페와 콤팩트 SUV는 매칭이 안 될 것 같은데도, 결과물만 놓고 보면 어색한 구석 없이 깔끔하다. 이런 선택을 한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다섯 대의 콤팩트 SUV 가운데 세워두니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인다. 제아무리 시장이 넓어졌다 해도 프리미엄 콤팩트 SUV 시장은 빠르게 레드오션화되고 있다. 독일 3사는 물론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매력적인 신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레인지로버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는 피해야 하는 상황. 이보크가 동급보다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다면 결국 재규어가 고를 수 있는 카드는 온로드 퍼포먼스다. 재규어 SUV의 성격은 사실상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던 셈이다. 다만 전고는 1,638mm로 이날 모인 차들 중에서 높은 쪽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이보크보다도 키가 크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넘치지는 않아도 다이내믹한 달리기인테리어 역시 윗급 F패이스가 아니라 F타입의 특징을 따랐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야 거의 전 모델 공통이라고 해도 재규어의 새로운 상징이 된 로터리식 시프트 노브가 아니라 막대형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동승자용 손잡이나 인터치 모니터, 3련식 공조 스위치까지도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에 센터패시아 부근은 그야말로 F타입을 복사한 수준이다. 차체 크기의 한계로 실내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볼록한 루프 덕분에 헤드룸은 넉넉하다. 인테리어의 디테일과 마감은 상당히 훌륭하다. 다만 한 가지,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차의 성격상 중요한 스위치임에도 조작감이 서걱거려 조금 아쉬웠다.   공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지만 실내는 전반적으로 고급스럽다뒷창을 날렵하게 눕히느라 트렁크는 그리 여유롭지 않다E패이스의 파워트레인은 원래 가솔린과 디젤을 각기 출력 별로 두 가지씩, 네 가지 엔진이 있다. 다만 국내에는 가솔린 P250 AWD 자동뿐. 현재 라인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심장이다. 디젤 엔진에 대한 국내 인증이 워낙 까다로워지기도 했거니와 E패이스의 성격을 생각하면 가장 어울리는 엔진이기도 하다. 실제 가속력은 기대만큼 강력한 수준은 아니다. P250은 AMG나 M에 대항하는 모델이 아니다 보니 고성능이되 밸런스형에 가깝다. 그래도 실제 주행은 스포츠 감성이 넘친다. 다이내믹 모드로 맞추면 액셀 반응이 보다 민감해지며, 엔진과 변속기, 네바퀴 굴림의 토크 배분이 더해져 더욱 강렬한 코너링을 선사한다. 이런 와중에도 재규어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여전하다. 댐퍼가 단단해진 상태에서도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250마력이라는 출력으로 0→시속 100km 가속 7초인 것은 4WD와 각종 장비를 싣느라 무게가 늘어났기 때문. 미국 스펙 기준 1.8톤이 넘는다. 그래도 중고속 영역까지 꾸준한 가속감을 제공하기에 어떤 길도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달린다. 오프로드에 뛰어들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극단적으로 그립이 낮은 상황이라면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가 있다. 진흙탕이나 얼어붙은 길에서도 알아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니 운전자를 스티어링 휠만 조심해서 돌리면 된다.  회전식 노브가 아니라 시프트 레버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이다또래 가운데서 개성 드러내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출력을 뽑아내다 보면 연비의 극적인 개선은 한계가 있다. 최근 신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타트/스톱 기능을 다는 이유다. 재규어는 액셀 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성을 둔하게 세팅했다. 물론 페달을 깊게 밟으면 금세 시프트 다운하면서 가속 태세에 들어가지만 그 이전까지 딜레이가 있어 조금은 답답하다. 이런 느낌은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연비 개선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개발진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요즘 자동차계의 화두인 연결성과 주행보조 장비 등은 평균 수준. 360° 주차보조 시스템과 후방 차량 감시, 주차 보조 기능 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보조 등이 들어간다.  SUV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랜드로버)를 가족으로 둔 재규어는 SUV 라인업 확충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플랫폼이나 기술의 혜택이야 고마운 일이지만 모델 성격이 겹치면 안되니 말이다. F패이스와 E패이스의 시도가 재규어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비슷비슷한 라이벌 가운데서 남다름을 자랑하는 E패이스의 탄생만으로도 재규어의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PEUGEOT 3008 GT이유 있는 변신글 이인주 기자자동차도 거짓말쟁이가 적지 않다. SUV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장르를 속이는 차들 말이다. 이들은 지상고를 높이고 플라스틱 장식물을 덧대고선, 자신을 SUV로 봐줬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품는다. ‘푸조 최초의 SUV’라 등장한 1세대 3008도 그런 차 중 하나였다. 패키징과 주행 장비를 비롯한 차체 전반은 1.3박스 유럽형 MPV 그 자체. 그나마 앞·뒤 범퍼에 달린 스키드 플레이트와 높직한 시트 포지션이 SUV를 닮은 유일한 구석이었다. 여기에 리어 오버행을 연장한 7인승 5008(1세대)은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오펠 자피라와 함께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했다. 사실상 한 가지 모델이 여러 시장을 두루 공략한 셈이다. SUV라 보기에는 그 성격이 애매했지만, 어쨌거나 흥행에는 성공했다. 2009년부터 2016년에 단종할 때까지 전세계 누적 판매 대수는 67만대를 넘겼다.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2세대 3008달콤한 수익을 맛본 푸조는 2세대 3008을 ‘진짜 SUV’에 더 가깝게 만들기로 한다. 이미 SUV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뒤다. 달라진 성격은 외관에서 먼저 드러난다. 2세대 3008은 길이(88mm)와 휠베이스(62mm)를 크게 늘려 동급 C세그먼트 SUV와 비슷한 덩치가 되었고, 늘어난 보닛 비율과 낮아진 지붕 덕분에 기존 미니밴의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뿐만 아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펜더, 그리고 한 것 주름 잡은 보닛과 전면부는 더없이 늠름한 SUV 모습에 한 발짝 다가섰다. 고급스런 소재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3008의 가장 큰 매력이다프리미엄 대중차를 지향하는 푸조의 고급화 전략도 빠지지 않는다. 범퍼, 도어, 사이드 윈도우 주변 등 차체 곳곳을 수놓은 대형 크롬 몰딩이 “나 고급차야”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주변부를 한 덩어리로 검게 물들여 다른 차에서 보지 못한 세련된 멋스러움을 강조했다. 실내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으로 가득하다.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대시보드 각 부위의 형태와 위치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대시보드는 원래 이렇게 생겼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부수었다. 위·아래가 눌린 팔각형 스티어링 휠, 전방 시야를 고려해 슬림하게 빚은 LCD 계기판, 자연스레 감싸 쥐도록 앞으로 굽은 기어 레버까지,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특히 센터 모니터와 결합한 센터페시아는 처음 타는 운전자도 쉽게 쓸 만큼 직관성이 좋다. 공조기,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 등 각 기능이 그려진 토글스위치를 누르면, 센터 모니터에 뜬 세부설정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이다.시트의 단단한 착좌감은 호불호가 갈린다  쥐는 맛이 좋은 기어레버와 직관성이 뛰어난 센터페시아 인터페이스최상위 트림인 GT 시승차는 내장재도 범상치 않다. 어지간한 고급차가 아니고서야 쓰기 힘든 값비싼 알칸타라와 부드러운 촉감의 새틴 직물로 과감하게 실내를 뒤덮었다.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과 같이 손이 자주 가고, 눈에 잘 띄는 넓은 면적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 공간은 동급 평균 수준이다. 무릎과 머리 공간이 충분한 뒷좌석과 590L에서 1,670L(2열 시트 폴딩)까지 늘어나는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착좌감이 단단한 시트는 일장일단이 있다. 두 시간까지는 쾌적한 반면 그 이상 운전하면 어떤 자세로 앉더라도 불편함이 밀려온다. 트렁크 용량은 590L기본,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670L까지 늘어난다 도심 운전에 최적화한 크로스오버 SUV3008을 몰면 C세그먼트 크로스오버가 왜 유럽에서 인기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주행성능과 실용성을 모두 고려한 차체 크기를 갖췄기 때문이다. 주행 감각은 도심형 크로스오버라는 본연의 성격에 충실하다. 단단하게 조율한 섀시와 서스펜션,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은 기동성이 중요한 유럽의 도심 주행 환경에 최적화했다. 아울러 뛰어난 핸들링 성능에선 오랜 세월 차를 만들어온 푸조의 내공이 느껴진다. 다만 한 가지 성격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오프로드와는 비교적 거리가 생겼다. 특히 리어 서스펜션을 조합한 하체 구성은 SUV로서 근본적인 한계가 또렷하다. 또한 서스펜션이 수축하고 늘어나는 길이가 매우 짧은 탓에 불규칙한 노면에 대응하는 능력 역시 취약한 편. 그나마 한쪽 바퀴에 최대 100%의 구동력을 전달하는 그립컨트롤이 사륜구동의 부재를 어느 정도 보완한다. 저 그립 노면에서 트랙션을 확보해 주는 발전된 트랙션 컨트롤이다. 2.0L 디젤은 진동이 적고 회전 질감이 부드러워 여느 가솔린 엔진이 부럽지 않다. 효율성도 뛰어나다. 시승하는 동안 장거리 주행을 포함한 평균 연비는 15km/L 내외를 기록했다. 기온이 섭씨 40℃까지 오르는 날에 하루 종일 시동을 켜놓은 채 촬영한 조건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좋은 편이다. 역시 디젤 엔진에 노하우가 많은 푸조답다. 1.5t의 가벼운 차체를 이끄는 180마력의 엔진은 충분한 가속을 보여준다. 물론 시속 160km를 넘어가면 기세가 한풀 꺾이며 맥이 빠지는 점은 다른 디젤과 마찬가지. 최신 추세에 맞춰 자동 긴급 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조향 보조, 하이빔 어시스트, 사각지대 경고 등 다양한 ADAS 장비도 빠짐없이 챙겼다. 참고로 차선 이탈 조향 보조는 차로 가운데를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며, 이탈이 예상될 때 차선 안쪽으로 차 머리를 슬쩍 밀어 넣는 수준에 그친다. 이렇듯 풍부한 각종 사양과 고급스러운 내장재를 품은 2.0GT의 차값은 4,931만원. 대중 브랜드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이보다 저렴한 1.6L 디젤 트림도 마련하여 대중성을 확보했다.  업 마켓, 푸조의 방향을 이끌다 2세대 3008은 1세대의 조심스러운 행보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춰 이유 있는 변신을 거쳤다. 말로만 SUV라 외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동급 크로스오버 SUV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신체조건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한 프랑스 방식의 프리미엄 한 꾸밈새로 브랜드 이미지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2세대를 처음 출시한 2017년에는 16만 8,356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1세대 모델을 생산했던 전년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같은 해에 제네바 모터쇼에서 유럽 올해의 차에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한 단계 높은 자리를 바라보는 푸조의 견인차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덩치만 비슷할 뿐 성격은 제각각.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수입 콤팩트 SUV 열전 2018-09-05
수입 콤팩트 SUV 열전COMPACT SUV '5'콤팩트 SUV가 대세다. 작은 덩치의 감각적인 스타일과 실용성, SUV 광풍이 더해져 세계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너도나도 콤팩트 SUV를 쏟아내는 이유. 그러나 크기는 같을지언정 방법은 제각각이다. 여기 대표적인 다섯 가지 방법을 한자리에 모았다.VOLVO XC40 T4 AWD그득한 감성글 윤지수 기자 “XC40 타봤어? 탈 거면 나 좀 불러줘. 구경하게.” 대학 동기 모임에서 현역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들이 이구동성 꺼낸 말이다. 과거 ‘실용적이지만 투박한 차’라며 외면받던 볼보가 젊은 디자이너의 관심을 끌다니, 요즘 볼보 디자인에 물이 오르긴 올랐나 보다. 기자가 다섯 대 콤팩트 SUV 중 XC40을 주저 없이 고른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남다르게 이날 모인 5대 SUV 가격은 대략 4천~5천만원 대. 길이 겨우 4,400mm 수준 올망졸망한 차들이 브랜드 하나 앞세워 아주 기고만장이다. 그렇다고 성능이 짜릿하지도,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닌 고작해야 각 브랜드 입문형 SUV인데 말이다. 이 차들이 내세우는 건 빤한 국산 SUV에 없는 개성과 수입 브랜드의 감성. XC40은 그런 점에서만큼은 윗급 모델 부럽지 않다.스타일부터 색다르다. 당돌한 막내가 S90부터 시작된 패밀리룩을 살짝 비틀어 변화를 꾀했다. 둥글둥글한 다른 볼보와 달리 잘 다린 셔츠처럼 각을 잡았고, 망치라기보다는 두 개의 하키 스틱으로 바뀐 주간주행등과 역슬렌트 노즈(포드 머스탱처럼 그릴 위쪽이 더 튀어나온 디자인)로 인상도 확 바꾸었다. 90인지 60인지 분간이 어려운 형님들과는 다르다. 특히 세련된 그래픽이 컨셉트카 느낌을 물씬 풍긴다. C필러에서 치솟는 벨트라인(옆 유리창 아래 철판과 맞닿는 선)과 깔끔하게 그은 파팅라인, 바닥 쪽 기교를 부린 검은색 플라스틱까지. 작은 SUV를 감싼 독특한 그래픽이 신선하다. 비록 시승차는 검은색 도장이 이런 강점을 모두 묻어버렸지만. 볼보다운 정갈한 분위기를 지킨 채 새로움을 탐한 디자인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북유럽 가구처럼실내는 볼보답다. 운전석에 앉아 바라보면 차분한 스타일에 마음이 편하다. 세로형 모니터를 중심으로 버튼을 없앤 간결한 구성은 둘째 치고, 검은색 대시보드 위 회색빛 수공 드리프트 우드(유목, 流木) 장식이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여기에 광을 줄인 금속 소재 손잡이와 네모난 송풍구, 하만카돈 스피커 덮개가 단조로운 실내에 은은히 멋을 더한다. 딱 필요한 만큼 꾸민 모양새. 빛을 발하는 크리스탈 기어 노브마저 매끈하게 다듬어 과하지 않다. 곳곳에 붙은 스웨덴 국기가 증명하듯 깔끔한 북유럽 감성이 진득이 뱄다. 은은하게 고급스러운 북유럽풍 감성이 담긴 실내물론 공간은 좁다. 길이 4,425mm의 콤팩트 SUV에 무얼 바랐나. 1열 동승자간 거리는 너비가 넓어 넉넉하지만, 2열은 쿠션이 짧고 등받이 각도가 꼿꼿이 섰다. 성인 네 명이 어깨 비비지 않고 탈 수는 있어도 편하다고 할 수는 없을 수준. 딱 콤팩트 SUV 답다. 그래도 노트북이 쏙 들어가는 큼직한 도어 포켓이나 갑 티슈를 꿀꺽 삼키는 콘솔박스 등 작은 공간을 크게 쓰려는 노력은 돋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60L,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1,336L다.등받이 각도가 방금 전입 온 이등병을 보는 듯하다460L(최대 1,336L) 트렁크는 칸을 나눌 수도 있다폭신한 SUV의외로 시동 버튼은 다른 볼보와 달리 일반적인 스티어링 칼럼 오른편에 붙었다(다른 볼보는 센터콘솔 위 로터리 방식). 역시 좁은 실내를 조금이나마 넓게 쓰기 위한 설정.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도 차분한 실내 분위기는 그대로다. 가솔린 엔진답게 진동을 가볍게 전할 뿐이다.가속은 가뿐하다. 민첩한 회전 질감과 함께 1,400rpm부터 일찍이 30.6kg·m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싱글터보가 1,740kg 무거운 차체를 가벼이 이끈다.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의 가속도 제원상 0⟶100km/h 가속 8.5초에서 엿보이듯 부족함 없다. 다만 아이신제 8단 변속기가 굼뜬 게 흠이다. 변속 충격이나 변속 시점은 나무랄 데 없으나, 항속 중 고단 기어에서 저단 기어로 바꿔 무는 속도가 한참 걸린다. 앞 차를 추월하려 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늦어 당황스러울 정도. 급가속 시엔 수동 조작으로 미리 저단 기어를 물려놓는 게 속 편하다.100km/h 이후 가속은 시속 180km 부근까지 거침없이 이어지며, 다소 더디지만, 시속 190km를 넘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빠른 속도에서 안정감은 유럽차답게 준수한 편. 운전대가 적당히 무겁고 잔진동도 효과적으로 거른다. 다만 서스펜션이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워, 너울을 만나면 앞뒤로 연이어 흔들린다. 충격 후 자세를 추스르는 시간이 짧진 않다.그만큼 승차감은 폭신하다. 고급을 지향하는 ‘인스크립션’ 시승차는 ‘R-디자인’ 보다 서스펜션이 무르게 조율됐다. 덕분에 정속 주행하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한결 부드럽고, 특히 노면 진동을 거르는 솜씨가 좋다. 여기에 동급 최장 2,702mm 길쭉한 휠베이스가 어우러져 전체적인 거동이 여유롭다. 하긴 적당한 출력의 콤팩트 SUV는 이런 성격이 더 어울린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기본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볼보를 탔는데 첨단 기능을 안 써볼 수 없었다. 운전대 왼쪽 버튼을 만져 파일럿 어시스트를 켜자 금세 차선을 읽고 속도 맞춰 달린다. 그런데 운전대를 놓을 새가 없다. 손을 떼자마자 10초 이내에 경고가 들어오고, 그래도 안 잡으면 망설임 없이 기능을 꺼버린다. 운전대 놓고 딴짓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자율주행을 즐기더라도 운전대엔 손을 꼭 올려놔야 한다. 그게 원래 맞기도 하고.믿음직스러운 파일럿 어시스트. 모든 XC40에 기본이다차선 인식률이나 앞차와 간격을 조정하는 실력은 자율주행 개발에 열 올리는 볼보답게 안정적이다. 이 외에도 안전상 실험은 못 했으나 직접 운전대를 돌려 충돌을 피하는 충돌 회피 기능, 교차로 사고를 줄이는 교차로 제동 기능 등이 들어갔다. 이 모든 기능이 동급 유일 기본이다.약 330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L당 9.7km. 고속주행이 많았지만 다소 격하게 달린 주행환경을 생각하면 10.3km/L 공인 연비만큼 나왔다. 실시간 연비 추이를 살펴보면 부드럽게 달릴 땐 효율이 높게 솟지만, 페달을 밟을 때 그 이상을 까먹는다. 정속주행 효율이 높고 급가속 시 대 배기량처럼 기름을 부어 넣는 가솔린 터보 엔진답다.  XC40은 감성을 자극한다. 영락없는 작은 SUV지만, 감각적인 스타일 아래 북유럽풍 실내를 오롯이 담았다. 남들처럼 독일차를 쫓지도, 눈에 띄려고 안달 나지도, 어설프게 꾸미지도 않는다. 작지만 개성 강한 고급차 같달까. 마음 놓이는 안전 사양 역시 모두 기본.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XC40 중 가장 비싼 인스크립션 시승차 가격은 5,080만원이다. MERCEDES-BENZ GLA 220너도 SUV니?글 김민겸 기자이날 모인 수입 컴팩트 SUV 중에서 이름값으로 치면 가장 고급스러워야 할 차가 뭘까? 열에 아홉은 GLA를 꼽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GLA는 여러모로 가장 보급형 SUV에 가까웠다. 다섯 대 중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SUV가 되고 싶었던 크로스오버이젠 좀 그만 할 때도 된 것 같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여전히 분간이 안 가는 포지셔닝 얘기다. 기자가 몰고 있는 해치백과 다를 게 뭔가 싶을 정도로 차체가 낮다. A클래스 플랫폼이 기반이라지만 최저지상고만 띄워놓은 데 그쳐 보인다. 함께 자리한 다른 컴팩트 SUV들은 높이 1,600mm를 가볍게 뛰어넘는 데 반해 GLA는 1,500mm 대를 턱걸이로 겨우 진입한 수준이다. 그나마 띄워놓은 최저지상고 덕분에 이게 혹시 SUV인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는 한다. 그럼에도 벤츠는 GLA를 크로스오버가 아닌 SUV라 고집한다. 놀랍게도 꽤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평상시 421L의 트렁크 용량은 2열 등받이를 접으면 1,235L로 늘어난다GLA가 A클래스와 다른 이유를 찾아본다. 차체 앞뒤로 쓴 매트한 질감의 은색 가니쉬가 우선 눈에 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가드에 공기구멍을 송송 뚫어놓아 박력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디테일을 추가했다. 앞뒤좌우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가드를 둘러놓아 확실히 해치백보다는 거친 도로도 가볍게 주파할 것 같다. 빨리 어른이 되어 하지 말란 것만 챙겨 하고 싶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 누구보다 SUV가 되고 싶었지만, 그만큼 발육이 따라주지 못한 크로스오버의 지난날이 오버랩 됐다.정체를 궁금하게 만드는 일체형 헤드레스트퀀텀 점프를 기다리는 인테리어분간 안 가는 포지셔닝은 운전석에 앉으면 보다 확실해진다. 키가 큰 편이 아닌데도(177cm), 앉은 키 역시 평균 수준임에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까 말까 한다. SUV가 아닌 크로스오버로 불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정수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살펴본다. 이번 GLA는 작년 초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그 사실이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다들 첨단을 향해 가는 마당에 홀로 역행하는 듯한 다이얼 패드는 물론, 베젤 두께가 상당한 팝업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실내에서 이 차가 벤츠란 사실을 알게 해주는 장치는 운전대에 붙은 삼각별과 송풍구 디자인 정도다. 실내 소재 역시 전체적으로 무난한 듯 보이지만 센터 콘솔과 센터패시아에서는 벤츠 냄새를 맡기 어렵다. 차라리 차체와 엔진 등 상당 부분을 공유하면서 보다 세련된 실내를 갖춘 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인피니티 Q30이 낫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협업으로 되려 벤츠가 못나보이게 됐다. 역시 벤츠 감성을 제대로 느끼려면 미드사이즈 이상으로 가야 하나보다. 그래도 GLA 체급을 갈구한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신형 A클래스가 하극상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퀀텀 점프를 해내며 잘 빠진 내적 아름다움을 갖추게 됐으니 말이다. 내후년 즈음 얼굴을 비칠 GLA에도 이런 아름다움이 담기지 않을까?벤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내는 절대 흡족할 수 없다할 만큼만 하는 이성주의자시승차를 받으면 보통 데미지 여부를 체크한다. 외관에 흠집 같은 게 없는지 미리 확인해 나중에 반납할 때 불필요한 얘기가 나오는 걸 미연에 막기 위함이다. GLA야 새로울 거 없는 디자인인 데다 바로 촬영 장소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감상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검수 후 차에 올라탔다. 한두 해 전만 해도 도로 위를 달리는 GLA는 AMG를 빼면 거진 200d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승차 역시 엔트리 디젤임에도 벤츠라서 정숙성은 끝내준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디젤보다는 가솔린에 가까운 변속 타이밍을 보고는 가솔린 모델임을 뒤늦게 알아챘다. 초반 가속에서는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인지라 꽤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다고 디젤보다 월등한 수준의 민첩함은 아니다. 컴팩트 SUV의 본분을 지키면서 벤츠라는 출신 성분에서 오는 무게감을 적당히 지킨 정도랄까. 급박한 전개의 일상보다는 도심 속 여유로운 일상이 어울리는 GLA답게 한 박자 빨리 변속하며 힘쓰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 두면 엔진회전수를 조금 더 높게 활용하면서 짐작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 적당히 운전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수준이다.촬영 중 다소 험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봤다. 불안하지만 제법 달리는가 싶던 차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만나자 이내 자신의 영역이 아님을 몸소 어필한다. 경사가 완만함에도 접지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길을 만나자 금세 버거움을 드러낸 것. 생활 반경에 조금이라도 비포장도로가 걸쳐 있다면 네바퀴굴림 모델인 250 4MATIC을 고르는 게 현명해 보인다. 그래도 최저지상고가 높은 만큼 요철이 심한 포장도로 정도는 부드럽게 넘실거리며 넘어간다. 그 느낌이 꽤 괜찮아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만 같아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확실히 해치백에서는 느낄 수 없는 주행감이다. 아쉬운 구석이 없진 않지만 벤츠는 입문형 SUV, 또는 크로스오버로서 부족하지 않을 딱 그만큼의 실력을 GLA 안팎에 부여했다.국내 수입 콤팩트 SUV 시장은 티구안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3008과 GLA, XC40, E페이스가 뒤를 쫓는 양상이다. 지난 7월 티구안은 무려 1,208대를 판매했지만, 다른차는 200대도 넘지 못했다. 콤팩트 SUV 주력 시장인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구안이 지난 상반기 약 16만대를 판매하면서 굳건히 1위를 지켰다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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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이슈, 시너지가 필요할 때 2018-09-04
BMW 이슈, 시너지가 필요할 때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터졌다. 책임 소관 운운하며 방관할 일이 아니다. 관련 기관 모두가 팔 걷고 나서야 한다.유례없는 화재의 연속이다. 물론 한낮 기온이 40℃를 웃돌 정도의 폭염에서 BMW 차량만 불이 난 건 아니다. 차량 외부의 온도가 워낙 높아 엔진 열 발산이 원활하지 못한 탓에 많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렇다 해도 BMW의 경우는 다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발생하는 차량 화재가 이를 증명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늦었지만 운행 자제 권고를 넘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BMW 역시 24시간 서비스센터를 풀가동하며 차량 안전진단에 여념이 없다. 정말 이 정도로 괜찮은 걸까?리콜과 운행정지로 끝날 일 아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다. BMW에서 내놓은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리콜의 의미도 희석될 가능성이 아주 높고 추후 올여름과 같은 폭염이 나타날 시 또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제조사조차 발화 원인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린 리콜 결정은 누가 봐도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국토부 역시 BMW의 리콜이 찜찜하다. 그렇기에 무조건적인 리콜보다는 명확하고 신속한 원인 분석과 조치가 필요하다. 연일 화재가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 최장 10개월간 지속될 리콜 조사는 너무 길고 개인적, 사회적으로 피해가 누적될 수 밖에 없다.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 연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여기엔 환경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환경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물론 이번 화재의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국토부의 소관임이 명백하다. 일반적인 리콜 사안과 달리 의문점이 많고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부처는 국토부 뿐이다. 다만, 이번 화재는 유해물질 감축을 위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EGR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배기가스 문제가 관련된 만큼 환경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몇 년 전 폭스바겐으로부터 촉발된 디젤게이트 당시 핵심 기술 문제 역시 EGR이었기에 환경부에는 상당한 관련 노하우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이 함께 해야 이번 문제 해결이 수월해진다. 응당 그래야만 한다. 더욱이 하드웨어 EGR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ECU 맵핑과 같은 소프트웨어 문제 의혹도 무시할 수 없어 시스템 전체를 검사할 수 있는 환경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위신 회복을 위한 기회다이 외에도 환경부 산하 국립 환경연구소와 환경공단이 국토부 산하 기관과 공조를 펼친다면 최장 10개월이 예상되는 조사 기간이 2~3개월로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문제 차종의 배기가스와 EGR 밸브 및 쿨러의 동작과 역할은 물론 다른 차종의 정상 동작 여부를 확인한다면 문제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될 스모킹 건 여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이미 4개월 전에 BMW 차종의 EGR 일부를 질소산화물 문제로 리콜한 부분과 지금의 문제 차종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측면에서 배기가스 문제만 검토하고 이는 간과했던 환경부의 위신 회복도 가능하다. 국토부도 이전의 전조현상을 무시하고 이제야 대책 마련에 나선 데 대해 책임이 있는 만큼 두 부처에는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각 부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들여 하루 속히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 두 부처 간 업무상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 건 덤이다. 국민의 안전이 걸렸다더불어 자동차 화재는 국토부 소관이지만 EGR 자체의 정상적인 동작 여부는 대기환경보전법상 환경부의 소관에 해당한다. 부처 간 이기주의로 서로 미룰 일이 아니란 뜻이다. 아마도 이번 사안은 정부부처 상호간 협조체제가 약한 우리나라로서는 후일 긍정적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문제가 그 어떤 때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조치가 필수적인 사안이라는 점이다. BMW 코리아측도 차량 결함 관련 사안으로 빠르고 원만한 해결을 바랄 것이고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심각한 위해가 되는 만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리콜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미 국토부는 외부 자문을 공식화하여 다양한 전문가가 포함된 민관 조사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며, 국민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마음의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한다.글 김필수
[롱텀 시승기 1회] 현대 벨로스터 N, 뉴비인 나에게.. 2018-08-31
「롱텀 시승기 제1회」HYUNDAI VELOSTER NNewbie인 나에게 N은 Nebulous다오랜 기다림 끝에 벨로스터 N을 손에 넣었다. 현대차는 ‘랠리에서 일상으로’라며 연신 데일리카 성격을 강조한다. 마침 나도 이 차를 매일 탈 차로 샀다. 가끔 서킷을 누비고 대부분 시간은 일반 도로를 달리면서 느낄 데일리카로서의 벨로스터 N을 장기 연재를 통해 샅샅이 풀어볼 계획이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지난 6월 11일 사전예약 후 무려 51일이 지나서야 벨로스터 N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 1세대 제네시스(현 G80), 최근 출시된 신형 싼타페 못지않은 대기일수다. 필자의 차는 팬텀 블랙 ‘풀-옵션’ 중 1순위, 사전 예약 전체 순위 49등이었다. 현대 담당자에 따르면 까다로운 검수 때문에 인도가 늦어졌다고. 그런데 웬걸, 출고장에서 차를 받았을 때 누적 주행거리가 37km다. 타이어 솜털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였다.퍼포먼스 블루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빨간색 포인트 때문에 팬텀 블랙으로 결정했다계약금을 걸고 신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의 시간과 버금간다. 51일간 도산대로와 고양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연일 방문하는가 하면 먼저 차를 타본 선수들의 시승기까지 빠짐없이 정보를 긁어모았다. 마침 시승행사도 마련돼 너무 타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신청했으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 차를 산 사람도 참석할 수 없는 행사엔 구입과는 무관해 보이는 블로거들이 초청돼 신나게 서킷을 누볐다.6만 6천원 상당의 티셔츠까지 받아 가는 걸 보니 배가 안 아플 수 없었다. 아픈 배를 움켜잡고 쏟아져 나오는 시승 영상을 감상했다. 다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현대가 미쳤다’, ‘장난 아니다’, ‘팝콘 소리!’ 등등 똑같은 평가만 내렸다. 신나게 달릴 참이니 'N' 모드로 인제 서킷을 요리한 모양. 내가 찾는 정보는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곳곳에 N 로고가 숨어있다. 찻값 대비 만듦새가 나쁘지 않아 맘에 쏙 든다. 사진으론 다 못 담았지만, 바깥에 4개, 실내에 5개 총 9개의 N 로고가 박혀있다. 기어가 중립일 때 계기판에 표시되는 N은 제외하고 말이다벨로스터 N은 총 다섯 가지의 주행 모드가 있다. 데일리 주행을 위한 알버트 비어만 사장의 배려다. 평소에 출퇴근을 하다가 주말엔 서킷에서 신나게 기름을 태우라는 깊은 뜻. 운전대 양옆으로 파란색 버튼이 하나씩 있는데 왼쪽 버튼으로 노멀, 스포츠, 에코를, 오른쪽 버튼으로 N, 커스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단순히 주행 모드 가짓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모드별 주행 감각 차이도 매우 크다.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새로운 ECU로 전달돼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감쇠력을 조절하는 쇼크 업소버는 물론, 스티어링 휠과 LSD까지 모두 전자제어된다. 여기에 특제 소스 가변배기시스템이 추가된다. 후연소 배기음, 일명 ‘팝콘’ 소리는 작정하고 만들었다. 양산차 임에도 최고 110dB을 넘어선다.실내는 벨로스터 터보만 못하다. 색상은 둘째 치고 HUD, 스마트폰 무선충전, ISG 등 편의장비가 대폭 빠졌다여러 주행모드 중 필자는 현재 ‘에코’와 ‘커스텀’ 모드 위주로 주행 중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달리거나, 화끈하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거나 둘 중 하나다. 에코 모드는 기본적으로 가속페달에 고무줄 붙인 듯 스로틀 움직임을 제한한다. 바짝 긴장했던 서스펜션은 차체를 놓아주며, 배기음은 옆자리 승객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사그라든다. 그럼에도 N은 N이다. 아무리 긴장을 풀었다지만 여전히 튜익스 튠이 빠진 아반떼 스포츠보다 하체가 단단하며, 속력을 높이면 잠들었던 배기음이 다시 깨어난다. 여느 국산차보다 우렁차다. 에코 모드라 해서 높은 연비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조금은 속도를 즐기는 필자의 트립컴퓨터 상 최고 연비는 12.8km/L. 고속도로서 적당히 1차선 추월과 2차선 복귀를 반복하며 주행하니 L당 13km조차 힘들다. 게다가 시내 주행 연비는 내가 ‘N’이 아닌 ‘M’을 산 게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온다. 출퇴근길 지독한 정체 구간 위에 서 있으면 L당 6km도 기대하기 힘들다. 주행가능거리가 말도 안 될 속도로 쭉쭉 떨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커스텀 모드로 기름 걱정은 접고 주행을 즐기고 있다. N 모드가 아닌 커스텀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반 도로에서 쓰기엔 서스펜션이 너무 딱딱해서다. N 모드는 일괄적으로 모든 파츠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노면이 말끔한 서킷에서는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출퇴근길에선 블랙박스만 요란하게 울릴 뿐이다. 커스텀 모드에서 서스펜션만 노멀로 바꾸면 적당한 승차감으로 스포츠 주행을 맛보기 좋다. 필자의 경우 처음엔 경제적인 운전과 후연소 배기음을 듣고자 커스텀 모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파바박!’ 하는 소리는 엔진과 배기 시스템 모드가 ‘스포츠 플러스’로 선택돼야만 들을 수 있다. 결국 연비 운전과 후연소 배기음은 공존하기 힘들다. 팝콘 소리는 통상 4,000rpm 부근에서 크게 들리기 시작하며, 만약 레드존 근처에서 다운시프트를 했다면 가속 페달을 온/오프 하는 것만으로도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사실 고성능 해치백을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잖아 있다. 신진대사가 원활한 운동선수가 식사량이 많다고 지적할 수 없고, 락밴드 공연을 보고 시끄러웠다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단점을 감수해가며 데일리카로 써야 할까 의문이 들다가도 본격적으로 코너를 공략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명밖에 못 앉는 뒷자리에 타본 동료 왈 “폐소공포증 걸릴 것 같아요”비대칭 도어는 그만 포기하고 문짝 두 개로 나왔으면 어땠을까?필자는 스포츠 주행에 있어선 ‘뉴비’, 즉 신입생과 다를 바 없다. 벨로스터 N까지 총 4대 째 수동변속기 차를 몰았기에 파워트레인에 대한 어색함은 없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정밀하게 밟으며 차량의 하중을 옮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초보자에게 이 차는 실력을 웃도는 코너링을 선사한다. 프로 선수라면 모를까 나와 같은 일반인은 아직까지 이 차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뉴비’인 나에게 ‘N은 어때?’라고 물으면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그래서 다음 주 TCR 개막전에 맞춰 영암 F1 서킷을 방문해 제대로 달려볼 예정이다. 다음 호에는 트랙 위에서의 벨로스터 N에 대해 써보려 한다.호불호 갈리는 뒷모습. 쏘나타 뉴라이즈 같은 테일램프 그래픽 빼곤 다 맘에 든다 글, 사진 이병주
[롱텀 시승기 7회] 푸조 208, 아기 사자가 응급실.. 2018-08-31
「롱텀 시승기 제7회」아기 사자가 응급실을 찾다운전을 하면서 나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릴 일은 하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래도 사고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당황스러움 속에서, 한 편으로는 푸조 서비스센터의 사고대응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사고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9년간 운전하면서 지금까지 겪은 사고는 총 세 번. 운전 미숙이 빚은 단독 사고가 두 번이었고, 가만히 서 있다가 뒤에서 받힌 사고가 한 번이다. 어느 한 번도 ‘아, 오늘은 사고가 나겠구나’라는 예상은 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에 겪은 네 번째 사고도 그랬다.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지만, 아침부터 이유 없이 한쪽 눈이 따끔거려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점심밥을 포기하고 안과를 다녀오기로 하고, 차를 몰고 나선 게 화근이었다. 욱신거리는 눈을 끔뻑거리며 병원으로 가던 중, 대로 한복판을 굴러다니는 새까만 무언가를 발견했다. 강한 햇빛과 불편한 눈 탓에 처음에는 비닐봉지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그것이 사람 팔뚝만 한 새까만 돌덩어리라는 걸 알아챈 건 불과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였다. 아뿔싸 싶어 급히 운전대를 꺾었지만,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 들썩거렸다. 속으로는 ‘뭣 됐다….” 싶은 탄식만 내뱉을 뿐이었다.낙하물로 인한 타이어 파손은 보상받을 길도 없다. 마음도 아프고 통장도 아프다뜻밖의 펑크, 뜻밖의 견인당장 차가 멈추어 서진 않았지만, 차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차를 세웠다. 역시나 타이어가 터졌다. 그것도 돌을 피하면서 타이어 옆구리를 찍어, 숄더에서 요란한 바람 소릴 내며 공기가 빠지고 있었다. 그나마 사이드 월이 두툼한 섬머 타이어라 한 방에 주저앉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우선 스페어타이어를 찾아봤다.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도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트렁크 밑에는 타이어 리페어 킷 뿐이었다. 연비 향상을 위해 스페어타이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리페어 킷은 유감스럽게도 아주 작은 구멍이 트레드 면에 난 경우에만 유용할 뿐, 지금의 필자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젠장, 대체 이런 건 누가 만든 거야?! 208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템퍼러리 타이어 정도는 의무화돼야 하는 것 아닌가. 괜스레 심술이 났다.푸조에서 제공하는 견인 서비스는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운행이 불가능 할 때만 무상 견인을 제공한다. 타이어 펑크는 예외다. 하는 수 없이 보험사 견인차를 불렀다. 신차 구입 7개월만에 견인차 신세라니. 타이어가 터진 곳은 인천 서구. 남동구에 있는 인천 서비스센터와 부천에 있는 부천 서비스센터 중 더 가까운 후자를 택했다. 섭씨 38℃의 폭염 속에서 208은 처음으로 견인차에 끌려 서비스센터에 입고됐다.친절함과 애정이 돋보이는 부천 서비스센터견인차가 서비스센터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나와 마중했다. 담당 직원이 차의 상태를 살펴보고 입고한 뒤 타이어를 주문해 곧바로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한 뒤 리셉션 데스크로 안내했다. 그런데 터진 것은 앞 동승석 쪽 타이어인데, 차를 앞뒤로 한참이나 둘러본다. 208이 그렇게 희귀한 차는 아닐 텐데, 무슨 까닭일까? 그리고는 직원이 내게 다가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알고 보니 필자의 <자동차생활> 롱텀 시승기와 SNS 사진을 많이 봤단다. 뒷유리에 붙인 작은 동호회 스티커와 해외직구로 구입한 리어 스포일러만으로 필자의 차를 알아봤다는 데에 깜짝 놀랐다. 이곳 서비스센터를 하루에도 십수 대의 차가 방문할 텐데,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일과 취미는 다른 영역이므로 매일 푸조를 다룬다고 해서 반드시 푸조에 애정이 있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곳 서비스센터의 직원들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였다. 자신도 208을 몬다며, 리어 스포일러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묻기도 하고 앞서 롱텀 5회에서 다뤘던 오렌지색 206 매물을 봤다며 다음에 꼭 그 차를 구경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차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서비스센터라면 당연히 차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부천 서비스센터는 최근 확장 이전한 곳이어서 그런지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경정비는 물론 사고수리와 도색까지 가능하다. 정비역량 확보를 위해 저렴한 중국산 공구가 아닌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입한 공구와 장비를 비치했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메이저 수입차 브랜드처럼 서비스 베이가 수십 개씩 마련된 대형 정비공장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입고에도 곧장 서비스를 받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부천 서비스센터는 최근 확장 이전해 시설이 깨끗한 편이다도색용 도료는 계속 섞어 굳지 않는 환경을 유지 중이다출고용 타이어 수급은 아쉬워다만 타이어 교체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출고용 타이어와 같은 제품을 구할 수 없는 것. 208 GT라인의 순정 타이어는 205/45R17 규격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PS)3. GT라인답게 출력 이상으로 강한 접지력의 섬머 타이어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소매 판매가 중단된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PS3가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그 후속 모델인 PS4만 판매 중이다. 이 때문에 PS3를 직접 수입해 재고로 확보하지 않고, 타이어 판매상을 통해 수시로 교체용 타이어를 공급받는 푸조 시스템에서는 순정과 동일 규격의 타이어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다른 섬머 타이어도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운 까닭에, 결국 접지력이 떨어지는 사계절 타이어를 구입했다. 좌우 접지력이 다른 건 차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반대쪽 타이어도 탈거해 여분으로 보관하고, 두 짝을 사계절 타이어로 교체하기로 했다. 타이어를 결정한 뒤에는 제품을 받아 바로 교체, 휠밸런스를 확인한 뒤 차량을 출고했다.새 타이어는 승용 사계절 타이어인 금호 마제스티 솔루스를 택해야 했다수입차 서비스센터는 비싼 공임과 부품값으로 사설 정비소보다 훨씬 비싸다는 게 통념이지만, 예상외로 이번 타이어 교체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무리했다. 타이어 값과 장착 공임을 합친 총 비용은 일반 타이어 판매상에서 구입해 장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 어쨌거나 뜻밖의 지출은 속이 쓰렸다.또한 서비스센터에서 순정과 동일한 타이어를 장착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출고용 타이어는 제조사에서 그 차의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타이어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타이어를 바꿀 수는 있겠지만, PS3의 성능에 만족했던 입장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타이어를 끼운 게 영 아쉽다. 실제로 와인딩 로드에서 이전보다 ESP(전자제어장치)의 개입이 잦아졌다. 윈터타이어로 겨울을 난 뒤 내년 봄에는 다시 섬머 타이어를 구입해서 장착할 예정이다.어쨌거나 뜻하지 않게 방문한 서비스센터의 서비스 품질은 이번에도 퍽 만족스러웠다. 작업 중인 차가 많았음에도 입고부터 출고까지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친절하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직원들의 응대도 좋았다. 3008 같은 SUV 모델 판매가 크게 늘면서 푸조 서비스센터도 앞으로 계속 확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BMW 화재 이슈와 더불어 수입차의 서비스 역량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푸조만큼은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사진 이재욱
네이키드 카 시승기 2018-08-17
NAKED CAROPENERS바람을 맞이하는 세 가지 방법.PORSCHE 718 BOXSTER GTS후련한 오픈카글 윤지수 기자 상상해보자. 오픈카 뚜껑 열고 고갯길을 휘젓는 기분을. 그런데 그 차가 포르쉐다. 운전대엔 황금빛 슈투트가르트 방패 문장이 반짝이고 코너링은 마치 도로에 레일 깔린 듯 정교하다. 이 정도면 방금 부부싸움 하고 뛰쳐나온 상황이라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을 거다. 오픈카, 포르쉐, 고성능 꿈의 세 단어가 녹아는 718 박스터 GTS에 스트레스가 함께할 자리 따윈 없다.뚜껑을 열다날씨가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어젯밤 포르쉐 탈 생각에 설레는 맘으로 잠들었건만 도로는 젖었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당장 기청제(비가 멎기를 비는 제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 덕분에 오전 내내 ‘툭툭’ 소프트톱을 때리는 묵직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야만 했다.특히 고급스러운 실내가 그 감성을 돋운다. 곳곳에 들어간 알칸타라는 서늘한 날씨에 포근함을 더하고, 진짜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실내 장식엔 플라스틱이 흉내 낼 수 없는 무게감이 뱄다. 물론 가장 만족스러운 건 운전대 가운데 자리 잡은 포르쉐 엠블럼이지만.GTS 자수가 박힌 알칸타라 시트는 자꾸만 실내를 열어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뒤쪽 알루미늄-스틸 합금 소재 롤오버 보호 장치는 그 마음에 든든함을 더한다  알칸타라와 붉은 재봉선이 어우러진 실내이런저런 감상에 빠져있을 즈음 기자의 염원이 하늘에 닿아 날씨가 갰다. 축제 시작이다. 일단 뚜껑부터 열자, 단 9초 만에 검은 장막을 걷어내고 머리 위 하늘이 펼쳐진다. 겨우 지붕 하나 걷었을 뿐인데 왜 하늘을 처음 올려다보는 것처럼 황홀한 걸까? 아마 차에서 만나는 하늘은 여전히 생소하기 때문일 터. 도로 위에서 납작한 시트에 파묻혀 머리 위만 드러낸 기분은 안정적이면서도 짜릿해 오묘하다.가까워진 하늘만큼 배기음도 생생하다. 4기통 엔진의 배기음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718 GTS는 저속에선 할리데이비슨처럼 ‘두둥~ 두둥~’거리고, 고속에선 포르쉐 특유의 시원스러운 소리를 쏟아낸다. 포르쉐에 따르면 엔진 헤드 두 개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누운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음색이라고. 묵직한 소리를 들으며 유유히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검게 처리된 헤드램프와 20인치 휠이 역동적인 분위기다검은색으로 마무리한 배기구. 4기통이라고 믿기 어려운 멋진 소리를 낸다마음을 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오픈카의 매력. 박스터의 진가는 지금부터다. 차를 조금만 좋아한다면 알 거다. 수평대향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은 박스터는 태생부터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라는 걸. 게다가 이 차는 일상을 아우르는 선에서 최고의 성능을 지향한다는 GTS 엠블럼이 붙은 차가 아닌가.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꾼 후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한층 소리를 키우며 우렁차게 튀어나간다. 초반 가속은 0⟶100km/h 가속 4.1초 제원에서 볼 수 있듯 순식간이고, 시속 220km까지도 거침없다. 단지 열려있는 앞 유리창 끝에서 찢어지는 바람 소리가 무서울 뿐이다. GTS만을 위해 인테이크 덕트(공기 흡입 터널)를 키우고 과급압을 1.1bar(718 S)에서 1.3bar로 높여 최고출력을 365마력으로 높인 효과. 최고속도는 2.5L 배기량이 무색하게 시속 290km에 달한다. 특히 7단 PDK 변속기가 인상 깊다. 여태까지 타본 스포츠카 중 가장 빠를 정도로 고단에서 저단을 바꿔 무는 속도가 빠르고, 시프트업 속도도 엄청나다. 직결감까지 뛰어나 4단 기어로 시속 204km로 끌어올린 후 5단으로 변속할 때마저 뒤통수를 때린다. 런치 컨트롤을 2,000번 보증할 만큼의 내구성도 갖췄으니 오늘날 듀얼클러치 변속기 기술의 정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주행풍에 이마가 얼얼할 만큼 달리고 달려 경기도 안성 한 고갯길에 도착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7분 40초 만에 돌파한 718 GTS를 타고 직진만 할 순 없었으니. 높낮이 차가 심하고 헤어핀 코너가 연속되는 코스라 난도는 높더라도 그만큼 718 GTS의 성능을 맘껏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주행모드 다이얼 가운데 ‘스포츠 리스폰스(약 20초간 반응속도를 끌어올리는 기능)’ 버튼을 누르고 출발하니 43.8kg·m 최대토크를 즉각 뽑아내 오르막을 공략한다. 이어 코너를 향해 앞머리를 틀자마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 일반 차만 타다 F1 경주차로 갈아탔을 때 느껴지는 가뿐함이랄까? 무게중심을 엉덩이 뒤편에 두고 코너에 차를 내던지는 느낌은 날렵하면서도 안정적이다.너무나 가뿐한 움직임에 다음 코너에서 속도를 더욱 높여봤지만 718 GTS는 웬만해서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코너 중심에서도 ‘수평으로 달린다’는 생각이 들 만큼 롤링이 없다시피 하고, 과욕을 부려 빠르게 진입해도 언더스티어가 나는가 싶다가도 마법같이 앞머리가 코너 안쪽을 향한다. ‘신의 핸들링’이라며 극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718 GTS의 놀라운 성능은 탄탄한 기본기에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다. 선회 시 수평으로 달릴 수 있었던 건 스테빌라이저를 비틀어 쏠림을 줄이는 '포르쉐 스테빌리티 매니지먼트(PSM)'와 전자제어 댐퍼가 작동했기 때문. 그리고 빠른 속도에서 선회가 가능했던 건 코너 시 안쪽(후방) 바퀴엔 제동을, 바깥쪽 바퀴엔 동력을 보내 관성을 이겨내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이 있어서다. 물론 수평대향 엔진을 가운데 얹은 미드십 구조와 일반 718보다 10mm 높이를 낮춘 서스펜션으로 기본기를 높인 건 당연하고.총 316km를 주행한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7.4km. 마음껏 내달린 대가치고는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쉽지 않겠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달렸다면 훨씬 높은 연비가 나왔을 테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리터당 8.9km다.포르쉐 718 박스터 GTS는 후련한 오픈카다. 뚜껑 열고 수평대향 엔진 배기음과 함께 단 4.1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거나, 시속 290km로 질주하면 머리뿐 아니라 가슴 속까지 뻥 트일 거다. 특히 고갯길을 공략할 때의 짜릿함이 압권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포르쉐 상사병이 도질 만큼.JEEP WRANGLER(JK)원초적 본능글 이인주 기자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이던 1940년대. 군대는 아직 차량화가 덜 된 상태였다. 이때 실전에 처음 투입된 윌리스 MB는 어떤 지형이든 돌파하는 험지 주파성과 빠른 기동력으로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지프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차를 만들던 윌리스-오버랜드는 1944년 민수용으로 개수하고선 CJ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장에서 발휘한 뛰어난 성능을 발판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물론이며, 여러 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까지 이루어졌다. 1986년 단종할 때까지 45년간 판매된 대수는 총 150만대. 또한 미쓰비시 파제로, 쌍용 코란도 등 유수의 오프로더가 CJ의 직계후손이었을 정도로 그 영향력도 대단했다.원초적 모습 간직한 차, 랭글러1987년에는 후속인 지프 랭글러(YJ)가 등장했다. 현대적인 설계의 첫 번째 랭글러 시리즈였다. 이후로 1997년 랭글러(TJ), 2007년 랭글러(JK)로 10년마다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며 가장 지프다운 지프가 어떤 모습인지를 입증해왔다. 다른 SUV가 편의성과 실용성을 더해가며 승용차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랭글러는 원조 지프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오로지 오프로드 성능에만 집중한 차로 남아왔던 것이다. 한결같은 외관을 고수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다. 접근각과 이탈각을 고려한 높은 최저지상고와 짧은 오버행, 차체 밖으로 뻗은 휠하우스 등 전장에서의 요구조건을 반영해 만들어진 초대 지프의 특징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1940년대 차의 클래식한 멋을 오늘날에도 간직한 유일무이한 차가 된 셈이다. 한편,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가 수십년 째 그대로일지 몰라도, 랭글러의 상품적인 위치는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농업용 트럭과 승용차에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오프로더 마니아가 찾는 아이템이자 이러한 멋을 즐기려는 이들의 패션카로서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는 차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체격이 훨씬 커졌다. 2007년 랭글러(JK)는 처음으로 롱보디 5도어 모델을 출시하여 뒷좌석 탑승객의 편의성과 운전자의 추가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이보다 더한 개방감을 주는 차는 드물다 510mm나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오프로드 성능이 떨어졌지만, 고객이 생활 속에서 랭글러를 즐기기 위해서는 넉넉한 공간이 꼭 필요했다. 또한 문짝과 지붕을 손쉽게 탈거 할 수 있도록 고려한 설계는 오리지널 CJ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오프로더 마니아의 취향을 공략한 패션카 다운 발상이다. 네이키드라는 오늘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다. 분해와 조립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드라이버로 고정된 나사를 풀고 조이면 로봇처럼 뚝딱 변신한다. 파워 윈도우 스위치는 센터 페시아에 위치했다. 문짝 무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이를 구현한 지프의 아이디어도 무척이나 재밌다. 도어는 힌지가 외부에 자리 잡고 있어 사용자가 차 외부에서 나사를 조이고 풀 수 있고, 나사선도 아래쪽으로 파놓아 풀고 조인 흔적이 밖에서 쉽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 문짝은 성인 남자 혼자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이는 창문 스위치를 차체 중앙에 배치해 스위치 뭉치와 배선의 무게를 문짝에서 덜어낸 덕분이다. 하드톱 지붕은 실내에 위치한 세 개의 잠금장치와 지붕에 있는 2개의 나사, 그리고 3열에 위치한 6개의 나사만 풀면 분리된다. 다만 무게가 만만치 않은 까닭에 성인 남자 셋은 있어야 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피커 역시 대시보드 전면과 천장에 위치했다문짝은 성인 남자 혼자서도 분리할 수 있다원초적 즐거움 간직한 본격 오프로더운전자를 감싸는 모든 외피를 벗어 던지자 원초적인 즐거움이 전해져 온다. 고개를 돌리면 땅을 내려다볼 수 있고, 뻥 뚫린 지붕과 차체 옆을 통해 햇볕과 바람이 신체를 두드린다. 태어나 처음인 이 생경한 경험은 머리 위만 뚫려있는 컨버터블과 또 다르다. 사람에 따라 약간 무서울 수도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복에 대비한 롤케이지 프레임이 차체를 든든히 보호하며, 신체를 잡아 줄 안전벨트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비포장도로에서 더욱 생생히 살아난다. 차체 옆으로 날리는 흙의 모습과 바퀴 한쪽이 뜨는 휠 트레블도 고개만 내밀면 바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차의 발진감은 예상보다 부드럽고 묵직하다. 최고출력 284마력을 내는 V6 3.6L 가솔린 엔진이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덕분이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동력은 5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굵직한 형태의 DANA 44 리어 액슬과 DANA 30 프론트 액슬로 전달되어 네 바퀴를 굴린다. 여기에 오프로드 성능을 더욱 강조한 루비콘 사양의 경우, 프론트 액슬이 리어와 같은 DANA 44이며, 버튼 하나로 프론트 스태빌라이저를 분리해 휠 트레블 성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앞뒤 모두 록킹 디퍼렌셜을 기본 탑재해 막강한 트랙션을 발휘한다. 주행 감각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게중심이 높은 까닭에 속도를 붙이기가 부답스럽다. 역시 도심보단 천천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알맞은 차다. 다른 불만도 있다. 스티어링 컬럼이 틸트만 지원하는데다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이 멀게 배치된 까닭에 스티어링휠 위치에 맞추어 시트를 조정하면 발이 페달에 제대로 닿지 않아 운전 자세가 곤혹스럽다. 신장이 170cm 내외의 운전자라면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이제 랭글러(JK)는 이번 달을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신형 랭글러(JL)가 채울 예정이다. 최신 기술을 동원한 신형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섀시가 더욱 단단하고 가벼워졌으며, 48V 전장 시스템으로 효율성도 챙겼다. 그럼에도 최대 44˚에 이르는 접근각과 수심  76cm의 도강능력 등 험로 주파 능력은 더욱 증가했다. 기본 소프트 탑과 하드탑 외에도 새롭게 추가한 캔버스 탑으로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 더욱 똑똑하고 현명한 랭글러의 등장이 기대된다.RENAULT TWIZY탈거의 미학글 김민겸 기자트위지는 많은 것을 덜어냈다. 탈거(脫去)의 미학이다. 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탈 것의 미학이다. 출시 후 1년이 한참 지났음에도 도로 위 시선은 어김없이 트위지로 향한다. 하루에도 족히 서너 명은 멀리서 훑다가 이내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엔 이름도 한몫한다. 트위지 스펠링을 봤을 때 충분히 ‘튀지(TWIZY)’로도 발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위지는 테일램프 위에 박아넣은 레터링을 통해 뒤차 운전자에게 “(나) 튀지?”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유니크함을 확인한다. 르노 본사 작명팀에 한국인 직원이 있는 게 분명하다.사진이 잘 나왔다. 실제로 보면 정가 1,500만원의 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시원하게 헐벗다트위지는 간단명료하다. 자동차에 꼭 필요한 것만 담아서 만들었다. 지난번 부산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시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떠오르게 하는 단출한 구성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차 구조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 탓에 자동차 강의 시 교보재로 써도 무방할 정도다. 트위지에는 차창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없으면 안 될 기본 옵션(?)이 빠진 셈. 그렇기에 비닐 또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창을 순정 부품으로 제공한다. 다만 바깥에 손잡이가 없기 때문에 차 문을 열려면 창을 열고 안에 있는 손잡이를 당겨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서스펜션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 동그랗게 말려 있는 스프링과 댐퍼에서 그래도 이게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프링 굵기가 너무 가느다란 탓에 제 역할을 할지는 의문. 자동차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나머지 에어컨과 오디오 시스템도 없다. 마침 시승이 장마와 겹쳤기에 망정이지 뙤약볕 아래 달렸다면 분명히 탈진 증세가 왔을 거다. 손바닥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트위지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오디오다. 시승 중에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피해 가야 했기에 시간과 거리가 한참 더 걸린 점이 심심함을 가중시켰다. 나도 모르게 이따금 들려오는 옆 차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2인승이다. 좁지만 키 180에 표준체중 남성이라면 탑승 가능하다  문짝 하단부에는 불투명한 차창이 들어가 도로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운전은 오롯이 나의 몫원가 절감과 체중 감량을 위해 트위지는 논파워 스티어링(Non-Power Steering)을 선택했다. 요즘 시대에 논파워 스티어링이라니! 자동차가 아니라 카트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트위지의 가벼운 몸무게(400kg대)에도 불구하고 정차 시 조향 때는 약간 버겁다. 나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 관리 중인데도 그렇다. 다만 출발 이후엔 부하가 크게 줄고 타이어의 폭 역시 좁기에 조향이 부담스럽지 않다. 파워 어시스트 없는 차를 운전한 여파는 원래 타던 차로 갈아타면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트위지 촬영을 마친 날 저녁, 마트에 가기 위해 차의 시동을 걸면서 무심코 트위지 타던 버릇이 나왔다. 낮의 뻑뻑한 스티어링 감각을 떠올리며 광배근부터 상완근까지 순간적으로 파이팅 넘치게 힘을 주고 만 거다. 너무나도 무력하게, 아무런 저항 없이 운전대가 휙 돌아가 깜짝 놀랐다. 가입 후 처음으로 자차보험처리 받을뻔한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트위지는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단출하다. 직경 작은 솔리드 타입 디스크는 앙증맞은 차체에 충분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달려보면 꽤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트위지에게 한 장짜리 디스크는 다소 버겁다. 개발진은 트위지를 타고서 디스크가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격한 주행을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게 분명하다. 페달 밟는 힘을 증폭시키는 진공 부스터도 빠졌다. 오직 운전자의 힘만으로 차를 멈춰 세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속도를 냈다가 감속이 생각만큼 되지 않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번 브레이크의 한계를 깨닫고 나니 그때부터는 웬만해선 60km 위로 속도를 올리기 힘들었다. 트위지 출시 직후, 일각에선 시속 80km 이상으로 주행 가능한데 왜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위지는 강변북로를 탔다간 목숨을 걸고 운전해야 하는 차다. 운전자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트위지의 자동차전용도로 운행 규제는 몇 번을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다.까탈스러움의 끝고속 주행에서는 여러 가지로 그 한계가 분명한 트위지이지만, 일반도로에서의 기동성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반해서 구매를 결정했다 해도 트위지는 품에 안기까지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다. BMW i3를 비롯한 현대 아이오닉 일레트릭, 르노삼성 SM3 Z.E. 등 전기차는 메이커 특유의 방식대로 충전이 이뤄진다. 따라서 전원 공급 장치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전기차 활성화의 일환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마트나 공공기관 등의 주차장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는 물론 기존 아파트에도 확충되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이랄 수 있는 220V 방식을 채택한 트위지를 위한 충전소는 찾기 힘들다. 220V 콘센트만 필요한 만큼 말 그대로 아무 데나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수 있지만, 적법한 범위에서 이용하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다. 설사 지하주차장 벽면에 콘센트가 있다 해도 단지 내 공용 전기라 사용 허가가 어려울뿐더러 추후 전기 이용료 지불 과정도 복잡하다. 한마디로 인프라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220V 플러그가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좌측 통엔 워셔액이 담겨 있다기자 역시 긴 설득 끝에 아파트 관리사무실의 협조를 얻어 시승 동안 하루 2시간씩 충전하는 걸 겨우 허락받았다. 전기료는 추후 고지서상으로 청구받기로 약속했다. 이는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일부 트위지 구매자 중에는 충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와대에 인프라 확충 및 관련 행정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을 넣었을 정도다.트위지가 매력적인 이동수단이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인프라는 한참 부족하다. 지금은 트위지 구매에 있어 적당한 때가 아니다. 2박 3일 시승을 통해 단점은 단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트위지의 매력을 깨달았다. 그래서 차마 트위지를 품지 못하는 국내 충전 인프라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아쉽다.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사진 최진호
지프 컴패스 갈피 잃은 나침반 2018-08-10
JEEP COMPASS갈피 잃은 나침반아무리 SUV가 대세여도 경쟁력이 없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FCA는 세계적인 추세를 연구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SUV가 대세인 세상이다. 이제는 기사에서 SUV의 인기를 설명하는 게 민망한 일이 되었을 정도다. 저유가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대적으로 연료 소모가 많은 SUV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빅3는 이러한 상황에 맞춰 제품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들은 세단의 후속 모델 계획을 취소하거나 출시를 미루면서 승용차 라인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세단을 대체한 크로스오버GM은 이미 대형세단 임팔라의 단종을 예고했고, 캐딜락을 포함한 전체 세단 라인업을 대폭 조정할 예정이다. 포드는 중형세단 퓨전의 후속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긴다. FCA 역시 마찬가지다. 중형세단 200을 출시 3년 만에 단종했으며 대형세단 300도 후속 모델 소식이 없다. 여기에는 앞으로 세단을 타던 기존 고객이 SUV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공고해질 거란 판단이 깔려있다. 세단의 빈자리를 채운 건 대부분 도심형 SUV다. 세단에 익숙한 고객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뱃바닥과 무게중심을 낮추는 한편, 차체 무게를 감량하여 효율을 높였던 게 인기의 비결이다. 오프로더로 명성을 쌓은 SUV 전문 브랜드 지프도 이를 지켜볼 수만 없었다. 그들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속속 출시했다. 2006년 등장한 지프 컴패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작은 차체와 저렴한 찻값을 무기로 고객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지프의 특징적인 스타일은 고스란히 담아 브랜드 성격을 지켰다. 이 덕분에 레니게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지프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새로운 2세대 컴패스 역시 이러한 특징을 계승한다. 자기복제에 머무른 패밀리룩컴패스는 그랜드 체로키를 꼭 닮은 외관으로 시선을 끈다. 헤드램프 아랫면을 한번 꺾은 형태에서 지프 고유의 마름모꼴 휠하우스까지 전체적으로 형님의 체취가 짙게 스몄다. 차체는 1세대에 비해 길이는 같고 폭만 60mm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이전의 볼륨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했다. 콤팩트한 차체 비율에 맞춰 그랜드 체로키의 얼굴을 적용했다A필러부터 지붕까지 검은색을 사용해 플로팅 루프처럼 보이도록 했다실내에는 얼마 전 시승한 체로키 부분변경과 똑같은 디자인의 대시보드가 놓였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좌우 송풍구와 그 아래에 위치한 공조기, 다른 지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행설정 다이얼과 USB 포트까지 그대로 옮겼다. 다른 지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행 다이얼과 그 주변부센터콘솔 뒤에는 230V 파워 아웃렛과 USB 포트를 마련했다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2018년에 나온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실내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점이다. 대시보드 윗면을 깎고 플로팅 타입 센터 모니터를 배치하는 요즘 유행과는 ‘최소’ 10년 이상의 격차가 있다. 컴패스 외관에 반해서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실내를 보자마자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겠다. 그랜드 체로키와 비슷한 리어램프와 측면 윈도 크롬 몰딩실내는 2018년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촌스럽다그나마 전체적인 실내 품질이 동급 평균은 된다는 사실에 위안으로 삼는다. 표면이 고르지 못한 하이글로시 내장재를 제외하면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트렁크를 포함한 전체 실내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편이다. 뒷좌석은 충분한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을 확보했고, 기본 770L의 트렁크 용량은 2열 폴딩을 통해 최대 1,693L까지 늘어난다. 2열 공간은 비교적 충분하다트렁크 용량은 기본 770L, 최대 1,693L세대교체가 시급한 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도 체로키와 똑같은 최고출력 177마력의 2.4L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 조합이다. 덩치에 비교해 큰 배기량 덕분에 시원한 가속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한편 지난번 체로키 시승에서 드러났던 엔진과 변속기의 부조화는 컴패스에서도 여전했다. 문제의 원인도 똑같다.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가 부족하다 보니, 엔진 회전수를 낮춰 연비효율을 끌어올리는 다단 변속기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변속 동작이 느리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겹쳐진 결과, 평소보다 가속 페달을 한 박자 빠르게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밟으며 운전해야 한다. 이 탓에 연료 게이지 바늘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공인연비는 9.3km/L로 기어 단수가 3개나 적은 동급 토요타 RAV4(2.5L+6단 자동+AWD)보다 0.1km/L 낮다. 사실 컴패스가 탑재한 타이거샤크 멀티에어 2.4L는 2004년 현대가 개발한 세타 블록에 기반하고 있다. 여기에 피아트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와 리프트를 더해서 개량했지만, 블록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최신 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피아트가 현대 블록에 자사의 각종 기구를 덧붙여 만든 타이거샤크 멀티에어 2.4L 엔진운전 감각은 일반적인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전형이다. 앞바퀴에 구동력을 더 많이 배분하는 AWD 시스템에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을 조합했다. 따라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승용차와 다를 바 없는 몸놀림을 보인다. 그러나 노면에서 오는 큰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리어 서스펜션과 급제동 할 때 차체 뒤가 가벼워지면서 자세가 불안해지는 모습은 최신 SUV 평균에 못 미치는 주행 품질과 완성도다. 그래도 같은 플랫폼에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레니게이드보다는 그 증상이 훨씬 덜하다. FCA의 현주소를 되짚는 지프 컴패스컴패스는 FCA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게 한다. 모델 간 차별화가 또렷하지 않은 패밀리룩은 의미 없는 자기복제에 머물러있고, 시류에 뒤떨어진 인테리어는 풀모델 체인지를 거친 2018년 신차라 보기 어려웠다. 평균에 못 미치는 주행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예전 소비자는 높직한 운전석 하나만으로 부족한 주행성능을 눈감아 주었을지 몰라도, 평균 수준이 크게 오른 요즘 크로스오버 사이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아울러 2.4L 9단 자동 변속기 사양을 수입한 FCA코리아도 이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2.4L+9단 자동 변속기는 같은 사양의 체로키와 정비 부품과 인프라를 함께 공유하는 장점 외에 소비자에게 딱히 이득이랄 게 없다. 또한 9단 자동 변속기는 언덕이 많은 국내 도로 환경에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차라리 연비 성능이 좋은 2.0L 앞바퀴 굴림이나 2.4L 엔진에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앞바퀴 굴림 사양을 함께 들여왔으면 어땠을까? 이쪽이 고객의 실제 사용 환경에 더 알맞았을 게다. 한국에서 레니게이드와 고객층이 겹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성격과 사이즈가 또렷하게 차이가 나는 두 차지만, 웬일인지 가격표 상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교한 상품 전략이 필요하다. 신형 컴패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저렴한 도심형 크로스오버, 그 장점 하나만으로 일정 이상의 고객 확보가 가능한 차다. 그러나 신차효과는 금방 사라진다. 또한 비슷한 가격에 더 나은 경쟁자가 등장한다면 컴패스를 찾는 고객은 빠르게 줄 것이다. 이제는 차 자체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글 | 이인주 사진 |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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