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벤츠 뉴 S500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1999-07-29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벤츠 뉴 S500 ​​​ ​​돈도 없는 처지에 벤츠에 집착하며 살아온 나의 반평생은 미국 유학시절 1957년형 벤츠를 본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무렵이 내게는 하루의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던 시절이었는데도 검은색의 위풍 있는 벤츠가 큰 덩치의 미국차보다도 단연 멋있어 보였다.벤츠는 캐딜락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고 했지만 `나도 기어코 저 벤츠를 언젠가는 소유해 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늘날까지 분투해온 것이었다. 생활에 약간 여유가 생긴 30년 후인 1987년, 비록 아직도 벤츠를 살 능력은 없었지만 드디어 1972년형 벤츠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감격은 제대로 여기에 표현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대학교수가 벤츠를 처음 갖게 된 감회는 남다른 점이 있었다. 그 이후 79년형, 85년형으로 S클래스만 골라 진급해 왔다. 대형화에 집착한 구형 S클래스 혹평 과거의 실수 인정하고 신형 개발해 벤츠는 외형이 주는 위엄뿐 아니라 운전해 봐야만 진가를 알 수가 있었지만 90년대 들어와 큰 실수를 범했다. 마치 성냥갑을 그대로 키워 놓은 것 같은 초대형화(엔진도 12기통 6.0l 395마력)가 되어 나는 벤츠에 대한 애착심을 잃었고, 그것으로 나와 벤츠와의 인연은 끊어졌다. 90년대 벤츠는 전세계 카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벤츠 애호가로부터도 혹평을 받았다. 때마침 일어난 환경보호문제까지 무시한, 산덩어리 같은 크기의 추한 모습으로 위엄만을 고집했던 벤츠는 매스컴으로부터 비난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았다. 이것은 시대착오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 틈을 타서 항상 라이벌의식을 불태웠던 BMW는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매끈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운전감각을 내세워 대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나도 BMW 740iL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벤츠 뉴 S클래스는 과거의 실수를 반성한 기반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 벤츠의 개발담당책임자인 U.푸베르트 박사는 신차 발표회에서 `바로 이전 모델을 타고 있을 때는 비판적인 눈총을 받았었겠지만 이제 여러분은 안심해도 좋습니다. 새로운 S클래스를 타고 달리면 사람들이 선망의 시선을 보내올 것이니까요`라고 했다. 자동차에 관해서는 세계 제1을 자랑하는 벤츠가 이렇게 공식석상에서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새로 내놓은 차에 대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우선 크기로 보자면 S500L의 경우 5천158×1천855×1천444mm로 구형보다 길이가 55mm 짧아지고 넓이가 31mm 좁아지고 높이가 41mm 낮아졌다. 휠베이스도 55mm 짧아졌다. 물론 5m 넘는 거구가 5cm쯤 짧아졌다 해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지만 바로 전 모델까지 그저 호화롭고 크게만 만들어 오던 벤츠가 이제부터 군살을 빼기 시작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호화롭던 구형에서 군살 없앤 모습 인생의 여유를 즐기도록 돕는 차 사실 나도 이 차 앞에 섰을 때 실제 크기보다 휠씬 작아 보여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산더미 같은 크기로 군림해온 90년대 모델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이 뉴 S클래스는 자기자신의 성공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던 구형 모델과는 달리, 이제는 인생에 여유를 즐기게끔 하는 디자인으로 바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날렵하게 앞으로 뻗은 펜더 끝에 달린 라이트와 앞그릴의 모습이 경쾌한 리듬을 준다. 운전대 유리창이 뒤로 크게 누워 있어 공기저항계수(Cd) 0.27이라는, 양산차로는 최저값을 자랑하게 만들었다. 이것만 해도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효과를 더욱 올리기 위해 차 전체의 경량화에도 힘썼다. V6 3.2ℓ엔진을 쓴 S320은 구형보다 300kg 이상 가벼워졌고 전 모델의 평균값을 보아도 210kg의 군살빼기에 성공했다. 이런 군살빼기는 차체의 소형화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것이다. 구형의 이중유리를 없애고 알루미늄을 엔진 덮개, 앞뒤의 서브 프레임 그리고 차체 앞의 충격을 흡수하는 크래시 박스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연비를 13~17% 정도 높이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오늘 타본 뉴 S500L은 306마력/5천600rpm 엔진을 얹은 모델로 최대토크는 46.9kg.m/2천625rpm이다. 엔진의 스트로크는 84.0mm 그대로지만 보어를 97mm로 늘렸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전 모델에 비해 너무나도 조용했다. 배기개스의 온도를 높이 유지해 촉매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기통당 3밸브의 레이아웃, 그리고 엔진에 걸리는 부담과 회전수에 따라 두 개의 스파크 플러그에 미묘한 시간차를 두면서 점화해 연소효과를 높이는 이중점화 시스템은 벤츠 특유의 장점이다. 그밖에 S500에만 옵션으로 마련된 새로운 장비가 하나 있다. 이른바 실린더 컷아웃(Cylinder Cut-Out)이라는 장치로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는 엔진의 8기통 가운데 4기통은 연료분사가 멈춘다. 그래서 시속 120km에서는 13%, 시속 90km에서는 15%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어 앞서 소개한 경량화로 인한 연료개선과 합치면 무려 30%나 연료가 절약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와 같이 휘발유값이 비싼 곳에서 30% 절감은 1년에 2만km를 달린다고 하면 12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는 효과다. 트랜스미션은 5단 AT로 AT 셀렉터는 D의 위치에서 좌우로 흔들면 D1, D2, D3으로 변속된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승차감 뛰어나고 직접 운전해야 즐거움 느낄 수 있어 이 차의 빼어난 특징 중 하나는 앞서 말한 조용한 엔진과 함께 새로 설계한 AIR(Adaptive Intelligent Ride Control) 매틱(matic) 시스템이다. 에어 서스펜션과 4단계 전자제어 가변댐퍼를 조합시킨 것인데, 스트럿에 달린 고무통 속에 있는 공기가 스프링 작용을 한다. 이것이 핸들을 꺾는 각도, 차의 속도, 앞뒤 액슬에 작용하는 차체의 흔들림에 미묘하게 대응, 조정된다. 실제로 차를 타본 사람 외에는 느끼기 힘든,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승차감이다. 튀어나온 장애물을 뛰어 넘거나, 웅덩이를 통과하거나, 급커브를 꺾을 때 언제나 승객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주었다. 동행한 <자동차생활> 김사장과는 이 차의 우수성에 대해 첫 번째로 승차감, 두 번째로 조용한 엔진을 꼽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을 정도니 말이다. 뉴 S클래스는 벤츠의 기함이다. 없는 것이 없는 장비에 놀랬다. 우선 가죽시트의 앉는 부분에는 무수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을 통해 겨울에는 가열장치로 엉덩이를 따스하게 해준다. 또한 에어컨 스위치를 누르면 서늘한 바람이 치고 올라온다. 김사장이 `겨울에는 좋지만 여름에 방귀라도 한방 뀌면 그 냄새가 콧구멍으로 곧바로 올라올 터이니 조심해야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 ​  계기판의 숫자들이 환하게 보인다. 너무나도 밝게 보여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정말로 값진 것이다. ABS, ESP와 ASR 같은 능동적인 안전장치는 물론이고 앞에는 두 개의 에어백, 전후에 4개의 사이드 에어백에다 승차한 사람의 머리를 보호하는 창문 에어백까지 달려 있다. 컵홀더가 곳곳에 달렸고 뒷좌석 사람들을 위해 조명되는 화장용 거울 두 개가 천장에 달려 있다. 에어컨은 네 개의 좌석 모두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선루프도 이중으로 되어 있고, 유리판으로 된 부분은 뒷면만 올릴 수 있다. 채광과 통풍을 위해 소리 안나게 루프를 열 수 있다. ​ ​​앞좌석은 이전 모델과는 아주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마치 운전자와 조수석의 사람을 에워싸는 듯한 프론트 패널은 과거의 비즈니스 타입 분위기하고는 전혀 다른 친화감을 느끼게 해준다. ​ ​​이 차에는 스피드 트로닉(Speedtronic)이라는 주행 조정장치가 표준장비로 달려 있다. 옵션으로 달린 데이스트로닉(DTR)은 아주 재미가 있는 장치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그냥 유지한 채로 달릴 수 있는 장치로 앞 그릴 안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에서 발신된 밀리미터파가 앞차와의 상대속도를 계산하고, 동시에 앞차와의 거리도 계산한다. 계산된 거리 이내로 내 차가 접근하면 필요에 따라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어 있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설정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40~160km다. 그 이하 또는 이상의 속도로 달리면 이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벤츠 S클래스라고 하면 큰 회사 사장이 뒷좌석에 않아 달리는 차라는 인상이 짙지만, 뉴 S클래스는 그와 반대로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로 변신했다. 너무나도 미끄럽게 나가는 차다. 이 미끄러움도 구형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출발부터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다. 시속 150km에서도 조용한 엔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쉬는 기분 시승하던 날은 비가 많이 쏟아졌지만 와이퍼도 조용하고 엔진도 조용하고 방음장치도 잘되어 있어서 차바퀴가 빗물을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틀어 놓은 에어컨도 조용해 시속 150km로 달리는데도 옆에 앉은 김사장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어 다른 차로 시속 70km 정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차 길이는 짧아졌지만 실내 크기는 구형보다 37mm나 길어져 뒷좌석에 앉아보니 발을 놓는 공간이 마치 운동장 같은 기분이다. 구형 S클래스는 실내 분위기가 품질 좋은 사무실 가구처럼 차가운 맛을 주었다. 그와 달리 뉴 S클래스는 어깨의 힘을 빼고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쉬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뒷좌석에 앉아 권위를 자랑하기보다는 운전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으로 변신한 뉴 S클래스는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 ​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좌석과 암레스트에 사용된 가죽의 촉감이 이 차의 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것 같은 질감이 옥의 티같이 아쉬웠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그저 편안하다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고급 국산차도 뒷좌석 중간의 암레스트 뚜껑을 열면 라디오, 이동전화, 심지어 안마장치까지 달려 있는데 몇 억대의 이 차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앞좌석 뒤에 신문을 꽂아두는 주머니 하나가(이것은 딴 싸구려차에도 모두 있는 것이다) 덜렁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런 불만 말고는 편안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달렸다. 빗길이어서 고속시험은 못해 보았지만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의 안정감과 쾌적성은 딴 차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우수하다. 시속 220km로 달리면서도 시내를 달릴 때와 똑같은 오디오 볼륨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빗길의 접지감각도 최고였다. 이 뉴 S클래스 때문에 BMW로 떠난 내 마음이 다시 벤츠로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 1999-07-29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이생진의 시(詩)가 생각나는 유월의 제주도, 옥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끝간 데 없는 지평선과 함께 기자를 아득함에 취하게 했다. 해안 일주도로를 함께 달린 캐딜락 세빌 STS는 멋진 풍광만큼 기막힌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출렁이는 것은 바다뿐 세빌 STS는 미국차답지 않은 단단한 하체로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휘몰아쳤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 진가가 더 빛났다. GM 코리아의 선봉으로 국내 상륙 제주에서 시승 겸한 보도발표회 열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처럼 죽기 전에 꼭 한번 타고 싶다 는 미국인들의 열망을 담아온 차도 드물다. 최근에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록킹 온 헤븐스 도어 를 보면 시한부 생을 남겨 놓은 주인공이 마피아의 돈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자 마지막 소원의 하나로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주는 장면이 나온다. 캐딜락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GM 코리아는 캐딜락 세빌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세빌은 전통 세단인 드빌과 달리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강하다. 날렵하고 컴팩트한 스타일이 덩치만 큰 대형차가 아님을 보여준다. 차체길이는 4천995mm로 에쿠스(5065mm)보다 작다.  시승을 겸한 보도발표회가 열리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세빌은 예전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면을 깊게 파고든 헤드램프와 각진 뒷모습은 사브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화려한 치장은 사라졌지만 웅장한 그릴과 전통의 엠블럼이 여전한 캐딜락의 권위를 말해준다. ​ ​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이다.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고대 프랑스 궁정에서 쓰이던 것으로 귀족을 상징한다. 4등분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의 전통을 말한다. 한편 컴비내이션 헤드램프는 각기 5개의 램프가 작동하지만 국내용은 코너링 램프를 뺀 4개다. 트렁크 리드에 스톱 램프를 달았고, 크롬 도금 알루미늄 휠이 스포티하다. ​ 실내는 고급스러우면서 담백하고 제블라 우드 그레인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일체형 대시보드에서는 미국차의 특징이 드러나지만 센터 페시아에서는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그만큼 마무리가 깔끔하다. 2도어 쿠페인 엘도라도와 같은 섀시를 쓰기 때문에 실내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전용 에어컨과 컵홀더를 갖춘 뒷좌석 공간은 쇼퍼 브리븐에 부족하지 않게 널찍하다. 넉넉한 트렁크 룸은 크게 열리고, 스키 구멍이 버튼으로 작동되는 점이 특이하다. ​   차에 올라 시동키를 꽂자 미리 입력된 메모리로 시트와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내릴 때는 시트가 완전히 물러나고, 풋 브레이크에는 별도의 해제버튼이 없다. P에서 다른 레인지로 이동하는 순간 풋 브레이크가 해제되고 주행 후 다시 P에 넣으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지는 방식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이채롭다. 디지털 모드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 위로 아날로그 계기가 나타나는 모양이 하이테크 감각이다. 미국차 특징에 유럽차 감각 응용해 편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 즐겨 세빌 STS는 1.8톤이 넘는 차체를 아주 가뿐하게 내몬다. 여유로운 힘은 미국차의 특징이다. 그런데 하체가 단단하고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은 유럽차 감각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차와 유럽차의 장점을 두루 응용한 인상이다. 세계시장에 나서는 신세대 캐딜락의 변모를 느낀다. 핸들은 적당한 무게로 움직인다. 캐딜락이 개발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인 매그나스티어(Magnasteer™)는 유압, 전자, 자기 제어방식을 독특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차의 속도와 핸들에 가해지는 힘에 관계없이 늘 최적의 핸들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차로가 많은 도로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승합차나 트럭 등을 추월할 일이 많아진다.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재빠른 추월을 시도해 보니 추월가속성능이 놀랍게 민첩하다. 치고 들어가는 각도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V8 DOHC 4.6ℓ 304마력 엔진으로 최고시속 240km를 내는 세빌 STS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7초대로 가속성이 뛰어나다. ​  앞바퀴굴림은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해 준다. 시속 160km를 넘는 고속주행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다. 가볍게 뻗어나가는 차체가 탄력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해 운전자는 안정된 핸들링을 즐긴다. 브레이크 감각은 무거운 편이다. 급제동을 걸자 ABS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스태빌리트랙이 있어 코너가 이어지는 길도 자신있게 내몰 수 있다. 과격한 코너링에서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는다. 스태빌리트랙은 스티어링의 각과 요잉, 횡가속도를 감지하는 센서에서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저속회전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작동을 줄여준다. ​ ​​세빌 STS의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으로 서브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으며 CVRSS라 불리는 액티브 제어방식을 썼다. 또한 알루미늄 블록 엔진이 비스커스 컨버터 클러치(VCC)를 통해 4단 AT에 연결되어 있다. VCC는 토크 컨버터의 엔진토크 변화를 감지, 엔진작동을 부드럽게 해주고 구동계의 소음을 줄여준다. 따라서 AT의 변속감각이 상당히 매끄럽다. 세빌 STS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고급차시장에는 7천만 원대라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현대 에쿠스가 7천만 원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대우 아카디아가 국내 최고인 4천만 원대로 수입차와의 가격격차를 줄이더니, 이번에는 재규어 S타입, 캐딜락 세빌 등이 에쿠스와의 가격격차를 줄이고 있다. 가격 대비 가치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잴 수 없는 것도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이다.  
마세라티 222 4V 럭셔리함과 레이싱 필드의 야성이 살아 있는 1999-07-29
이태리차 하면 스포츠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알파로메오, 란치아, 데토마소, 치제타 모로도 등 이태리차들은 하나같이 라틴의 열정을 담고 있다. 대중적인 차에 주력해왔던 피아트조차 쿠페 피아트, 바르케타 등 경쾌한 성능을 가진 스포츠 모델을 내놓는 나라가 이태리다. 그런 이태리 명문 중 우리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메이커가 마세라티일 것이다. 레이싱 컨스트럭터로 출발해 레이스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성능 스포츠카와 그란투리스모(GT)만을 만들어왔던 마세라티는 1926년 이태리 스포츠카의 본고장 모데나에서 마세라티 형제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페라리 역시 마세라티의 역사를 뒤쫓은 것이다. 이태리 명문으로 페라리의 경쟁자 강력한 성능, 고급스런 분위기 지녀 마세라티의 상징은 고향인 모데나의 수호신 넵튠(그리스신화의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 trident, 삼지창)를 형상화했다. 쥬피터(제우스)의 번개와 더불어 가장 강한 신의 무기였던 트라이던트를 상징으로 삼은 것은 마세라티의 강함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세라티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고성능 스포츠카들을 만들어왔다. 60년대 초반까지 그랑프리를 중심으로 하는 레이스에서 페라리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60년대 이후부터는 레이스를 떠나 로드카 분야에서 페라리의 경쟁자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강력한 성능의 엔진과 고급스런 분위기로 독자적인 세계를 지켜왔던 마세라티의 역사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마세라티는 2차 세계대전 뒤 창업자 형제의 손을 떠나 20여 년의 침체기를 거쳐 1968년에 프랑스 시트로엥의 품으로 넘어갔다. 이 시기에 마세라티는 시트로엥의 최고급 고성능 쿠페였던 SM의 심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8년 뒤 마세라티는 다시 이태리로 돌아와 아르헨티나 레이서 출신인 알레한드로 데 토마소가 세운 데토마소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다시 93년 5월 피아트그룹으로 넘겨졌고, 피아트그룹에서도 왕년의 라이벌이었던 페라리의 산하로 들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6년 전 스위스에서 84년식 콰트로포르테를 잠시 타보았고, 4년 전 마세라티 스파이더를 몰고 이태리 토리노와 밀라노를 오간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벤츠 S클래스에 버금가는 고성능 고급차였던 콰트로포르테는 시승 당시 10년이나 된 84년식 낡은 모델이어서 벤츠보다 더 고급스럽구나하는 느낌뿐이었다. 마세라티 스파이더는 이태리 스포츠카로는 너무도 평범한 스타일링이었지만 엄청난 파워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마세라티를 시승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무척이나 마음이 설레었다. 2도어 중고차라는 말만 듣고 어떤 모델을 시승하게 될지 추측해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일본에서 등록된 차라니 85년 이후에 나온 모델일 것 같았지만 2도어로 비투르보 2.5부터 222, 228, 카리프, 샤말과 기블리까지 6종류의 모델이 있고, 엔진에 따라 E, ES, SR, 4V 등이 더 있었으니 어떤 모델일지 궁금했다. 시승 전날 <자동차생활>에서 시승차가 마세라티의 주력모델이었던 222라고 알려주었다. 파워 스티어링 고장나 핸들 무거워 비투르보의 최종형이자 최고모델 자유로에서 만난 마세라티는 93년형 마세라티 222 4V 수동기어 모델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222 4V의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파워 스티어링 펌프가 고장나 파워 스티어링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파워 스티어링이 작동하지 않는 차의 스티어링 휠은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진다. 게다가 마호가니로 된 마세라티의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손에서 자주 미끄러지기 때문에 무척 신경 쓰였다. 80년대 초까지 세계적인 수퍼카 붐을 타고 이른바 이그조틱카를 내놓았던 마세라티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섀시와 엔진을 바탕으로 만든 차가 81년 등장한 비투르보(Biturbo)였다. 양산차로는 최초로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데토마소그룹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비투르보는 그간의 마세라티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2도어 노치백 쿠페 보디는 당시 유행하던 웨지 스타일이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마세라티답지 않게 평범한 스탕일링이었다. 당시 비투르보는 V6 2.0ℓ SOHC 엔진에 트윈 터보를 달아 정지->시속 100km 가속시간 8초, 최고시속 200km를 넘는 고성능을 자랑했다. 이 비투르보는 83년 2.5ℓ로 배기량을 키워 비투르보 2.5가 되었고, 84년에는 2천515mm였던 휠베이스를 2천600mm로 늘인 4도어 모델 425가 등장했으며, 85년에는 인테리어를 더욱 고급스럽게 꾸미고 서스펜션을 보다 단단하게 세팅한 비투르보 E가 등장했다. 87년에는 인터쿨러를 더하고 인테리어를 더욱 고급스럽게 꾸민 비투르보 ES로 바뀌었고 휠베이스를 2천400mm로 줄인 2인승 오픈모델 스파이더가 더해졌다. 비투르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더한 마세라티는 89년 배기량을 2.8ℓ로 키워 250마력을 냈다. 이때부터 2도어 모델은 222 E, 4도어 모델은 430, 그리고 스파이더는 스파이더 자가토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이와 함께 430의 섀시에 2도어 보디를 얹은 228이 추가되었고 스파이더 자가토에 하트톱 모델인 카리프가 더해졌다. 222 E는 다시 여러 가지 장비를 더해 90년에 222 SE로 발전했고 92년에는 에어로파츠를 더한 222 SR로 발전했다. 한편 배기량 2.0ℓ를 고비로 세금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이태리 국내시장을 겨누어 V6 2.0ℓ DOHC 엔진으로 245마력을 내는 224V를 내놓기도 했다. 222 4V는 마세라티 비투르보의 최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94년 새로운 보디를 얹은 기블리가 등장하고 비투르보의 숏 휠베이스(2천400mm) 섀시에 326마력의 V8 3.2ℓ엔진을 얹은 샤말 등도 있지만 비투르보의 섀시와 기본 보디를 그대로 쓴 모델로는 222 4V가 최종형이자 최고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너는 일본인 스포츠카 매니아 실내는 고급스러움으로 넘쳐흘러 시승차의 오너는 도쿄에서 정밀 전자기기의 플라스틱 몰드를 생산하는 50대의 기타무라 시게타다(北村重忠)씨였다. 캐주얼한 차림의 군살 없는 그의 몸매에서는 젠틀한 이미지가 풍겼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자동차와 친숙한 분위기에서 자랐다고 한다. 시승차는 그의 세 번째 마세라티이고, 이 차를 처분하는 대로 마세라티 3200GT를 살 예정이라고 했다. 시간만 나면 스즈카 서키트를 찾는다는 그는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스포츠카 매니아 같았다. 그의 222 4V는 서스펜션이 낮은 이태리 내수모델이어서 유난히 차체가 낮았다. 키를 받아 차를 살펴보았다. 쥬지아로의 간결하고 균형 잡힌 스타일링에 레이싱카에 달릴 법한 거친 에어로파츠가 융화를 이룬 222 4V의 실루엣은 평범한 3박스 쿠페같이 보인다.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해 휠과 센터 페시아, 사이드 스텝, 시프트 노브 등 많은 부분에 달린 트라이던트가 마세라티임을 강조하고 있다. 보네트를 열자 드러나는 엔진룸은 예술품의 자태다. 빨간 헤드커버에는 메탈 컬러의 트라이던트가 빛나고 트윈터보에서 이어지는 크롬광택의 에어 인테이크 파이프가 대칭으로 자리잡아 280마력의 고성능과 마세라티라는 카리스마를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222 4V는 최고출력 280마력/5천500rpm, 최대토크 43.9kg·m/3천750rpm라는 엄청난 수치를 자랑한다. 이처럼 고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좌우 두 개의 터빈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모아 상호유도효과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비범함은 인테리어에서도 드러난다. 가죽과 우드라는 같은 소재로 치장되었지만 여유와 고급스러움이 배어나는 영국차와 달리 마세라티에서는 스포츠카의 긴장감 넘치는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온다. 센터 페시아 가운데 자리한 금장시계는 명문 라 살(La Salle)의 것이고, 가죽 내장은 피혁제품으로 이름 높은 미소니가 손보았다. 바느질 한 뜸 한 뜸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세미 버켓 타입 시트가 안정된 자세를 만들어 준다. 계기판이나 센터 페시아의 디자인이 고급스런 대신 스위치의 배열은 약간 혼란스럽다. 이태리 디자인의 특기처럼 같은 모양의 스위치를 길게 늘어놓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트윈터보 엔진이 빚어내는 그르렁거림은 레이싱 머신이 내는 불규칙한 아이들링음과 흡사하다. 시동을 건 후 약 3분 동안은 엔진회전이 안정되지 못하고 흔들린다. 엔진반응을 높이기 위해 얇고 가벼운 플라이 휠을 쓴 스포츠 엔진에서는 가끔 일어나는 반응이다. 일반 승용차처럼 엔진회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무거운 플라이 휠을 쓰면 순발력이 떨어진다. 28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감당해야 하는 클러치여서 상당히 무거울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가볍다. 출발하기 전에 댐퍼의 강도를 조절했다. 222 4V의 댐퍼 감쇄력은 4단계로 조절된다. 이른바 메커니컬 액티브 서스펜션으로 222 모델 중 222 4V에만 갖춰져 있다. 8기통 2.8ℓ트윈터보 엔진 280마력 내 엄청난 성능과 환상적인 핸들링 지녀 엔진도 워밍업 시킬 겸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달려보았다. 부드럽게 달려간다. 워낙 큰 토크를 가진 차여서 낮은 회전영역에서도 여유롭고 부드러운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조용히 달릴 때까지 222 4V는 단지 고급스런 승용차일 뿐이다. 이 고급스런 차가 스포츠카로 변신하는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액셀 페달을 힘껏 밟기만 하면 280마력의 힘과 43.9kg·m라는 엄청난 토크가 분출되면서 로켓이 되어버린다. 급가속은 그리 오래 할 수 없다. 순식간에 터보 부스터가 레드존을 가리키기 때문에 빠르게 시프트업을 계속해야 한다. 0→시속 100km 가속에 6.5초라는 믿기 힘든 실력을 보여준다. 최고속도는 시속 260km라지만 시승중에는 시속 210km 정도만 낼 수 있었다. 이런 엄청난 동력성능은 환상적인 핸들링과 이어진다. 파워 스티어링이 고장난 상태였지만 고속 코너링에서는 레일 위를 달리듯 드라이버가 그린 궤적대로 움직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상태를 운전자가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93년이라면 ABS나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이 대중화되었을 시점이지만 222 4V에는 이같은 장비들이 없다. 그래서 고속 코너에서 트랙션을 잃으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222 4V는 운전자가 차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어 안전하다. 그러나 마세라티 222 4V는 운전자의 실수를 너그러이 눈감아 주는 차는 아니다. 요즘 스포츠카들은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지만 마세라티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이 드라이버를 가린다. 자신을 다룰 줄 아는 드라이버는 멋진 스피드의 세계로 인도하지만 어설픈 드라이버에게는 엄청난 출력과 토크가 버겁게만 느껴질 뿐이다. 222 4V는 페라리에 버금가는 운동성능과 중형차에 가까운 공간, 그리고 애스턴 마틴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움을 가진 독특한 스포츠카다. 만약 제임스 본드가 이태리인이었다면 엄청나게 비싼 애스턴 마틴 대신 마세라티를 탔을 것이다. 세련된 무드로 거친 야성을 감추고 있는 마세라티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차 중 하나다. 지난해 마세라티의 판매대수는 800대에도 못 미쳤다. 그만큼 마세라티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다. 마세라티는 비싼 차다. BMW M5처럼 실용성과 스포츠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M5의 메카트로닉스 대신 귀족주의와 멋을 지닌 매력적인 존재다.
현대 베르나 SV - 소형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1999-07-29
현대 베르나 SV - 소형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엑센트 후속모델의 코드네임이 LC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올랐다. 요즘 현대차의 이름이 EF 쏘나타, 그랜저 XG로 이어지고 있으니 엑센트 LC가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엑센트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베르나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외국에서는 잘 팔리는 차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 흔치 않다. 새차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은 우리만의 강박관념이기도 하다. 베르나를 대할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고급스러움, 소형차의 한계 넘어서 세계적 추세에 따르는 직선 디자인 베르나는 포니Ⅰ과 포니2, 엑셀, 엑센트로 이어지는 현대의 소형차 계보에 오를 새 이름이다. 앞선 모델이 모두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베르나 개발팀은 부담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차를 처음 대하는 순간 이전에 갖고 있던 소형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크롬장식을 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경쟁차 라노스의 것보다 한 차원 높은 품격을 나타낸다. 뒷모습은 쏘나타Ⅲ와 닮았지만 누비라Ⅱ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테일램프 윗부분이 꺾어진 모습은 크라이슬러 300M과도 비슷하다. ​​​​소형차를 이 정도로 고급스럽게 꾸민 것은 현대가 치밀한 시장분석을 한 결과다. 아토스, 마티즈의 등장과 경제난이 겹치면서 소형차 수요자가 경차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많아졌다. 반면 소형차의 주 수요층이 되어야 할 20대 후반~30대 초반 운전자들은 준중형차와 중형차를 선호했다. 그 사이에서 소형차는 갈 곳을 잃고 판매량이 떨어지는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엑센트는 처음 등장할 때 신세대를 위한 차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를 경차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후속모델은 고급화가 개발 컨셉트가 되었다. 그래서 프리미엄 세단임을 주장한다. ​​그랜저 XG를 닮은 차체의 옆주름은 직선을 살리는 세계적 추세를 따랐다. 획일적으로 통일시키기보다는 차종마다 부분적으로 변형시켜 일치감을 주는 현대의 디자인은 디자인을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숨은그림 찾기 같은 방식이다. 실내 분위기도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시트의 질감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어설펐던 엑센트의 컵홀더는 크기에 맞게 조절되는 타입으로 바뀌었다. 커진 도어포켓, 센터콘솔에 마련한 동전함, 그리고 운전석 쪽에도 있는 글로브 박스 등 수납공간이 많아진 것도 마음에 든다. 운전석 암레스트와 좋은 질감의 도어 핸들은 국산 소형차 중 최초다. ​​  ​ ​ ​​하지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암레스트보다 콘솔박스를 더 좋아한다. 운전하면서 암레스트에 팔을 기대보니 기어변속하기가 불편하다. 수동이나 자동변속기 모두 마찬가지다. 소형차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부분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도어트림에 달린 도어핸들은 부드러운 질감이 고급차 수준이다.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손을 잡는 듯한 기분을 주어 자꾸만 잡고 싶어진다. 가족을 생각하는 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뒷좌석에 분리형 헤드레스트를 달았다. 이 차의 수요층을 중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으로까지 넓혔다는 의미다. 반면 이전 모델에 달려 있던 뒷좌석 접힘장치는 없어졌다. 공간활용보다는 안전을 택한 것이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은 것은 옥의 티다. 도어스텝을 플라스틱으로 덮은 부분이 들떠 있고 트렁크 안쪽의 철판이 날카롭게 드러나 있다. 짐을 안쪽으로 싣다가 손을 벨 수도 있겠다.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불만 가속력과 핸들링 뛰어난 수준 시승차는 베르나의 주력모델인 SV로 1.5 SOHC 3밸브 96마력 엔진을 얹었다. 엑센트에 얹었던 α엔진은 고회전에서의 소음과 진동이 문제였다. 베르나에는 새 엔진이 아니라 이것을 개량해 얹었다고 해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예감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과 진동이 확실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여도 엔진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이 차 SOHC 엔진 맞아? 할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나다.​​​더 놀란 것은 베르나의 핸들링이다. 슬라럼 주행을 해보니 준중형차보다 나은 수준이다. 시속 70km로 코너링할 때도 타이어 소음만 귀에 거슬릴 뿐이다. 코너링은 같은 급에서는 비교할 차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차의 성능을 감안하면 175/70R 13 사이즈는 어울리지 않는다. 185/60R 14 정도는 되어야 제 성능을 충분히 낼 것이다. 잘 튜닝하면 참가자가 적어 존폐위기에 놓인 국내 자동차경주 투어링 B카로도 인기를 끌 듯하다.​시승차로 수동과 자동, 두 가지를 준비한 일은 잘한 것 같다. 자동변속기의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음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일 때 울컥 하던 변속충격이 많이 줄었고 4→2단, 3→1단으로 직접 변속되는 스킵 시프트 기능이 더해져 동력성능과 연비를 함께 높였다. 좋아진 차를 타고나니 기분도 좋다. 베르나는 성능만 보자면 아주 기분을 좋게 해주는 차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베르나에게 특별한 느낌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엑셀보다 크기를 줄이고 신세대라는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 만들었던 엑센트와 달리, 베르나는 아버지와 아들이 번갈아 타도 어색하지 않게 누구나 좋아하는 차가 되고자 했다. 따라서 개성이 강하지 않아 일정한 계층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게다가 우연히 본 베르나 3도어와 5도어는 이런 걱정을 더 크게 했다. 유로/프로 엑센트에 비해 디자인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분위기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세단의 꽁무니를 잘라 놓은 듯해 누비라 D5를 보는 느낌이었다. ​​일본차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새삼 놀란 것은 뛰어난 성능 못지 않게 다양한 차종이었다. 그들은 소수를 위한 모델도 빠짐없이 내놓고 간혹 선보이는 스페셜 모델까지 더해 선택을 자유롭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실정에서는 지금 엑센트나 아벨라를 타던 사람들이 고를 차가 마땅치 않다. 경차는 싫고 준중형차를 살 능력은 안되는 사람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족을 생각해 베르나를 사야 한다. 수요가 많은 시장을 목표로 한 현대의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요즘 같은 개인주의시대에 가족이라니. 혼자 탈 차를 찾는 사람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베르나가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벨라 후속모델인 B-Ⅲ는 베르나의 아랫급으로 나온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베르나가 가족을 생각 하고 만든 차라면 앞으로 나올 소형차는 나와 애인을 위한 차이길 바란다. 
기아 카렌스 - 작고 귀여운 외모에 큰 실속 갖추어 1999-07-29
기아의 카니발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지난해 초 카니발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운전석은 어찌 그리 넓은지 답답한 느낌이 하나도 없어 마음까지 편했고, 좌석수가 많아 두세 가족이 함께 놀러 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액셀 페달을 밟을 때는 감동이 물밀듯했다. 디젤에다 자동기어(AT)였는데 밟으면 밟는 대로 신나게 내달렸고, 연비는 소형차보다 좋게 나왔다. 그렇게 쓸모 있고 경제적인 차를 중형차 값 정도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첫눈에 반했던 기자는 아직도 카니발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차값도 값이지만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카니발의 덩치가 너무 컸다. 크기가 조금만 작아도 타고 다니기 좋고 주차하기 편할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카니발에 대한 관심을 접어야 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소형 미니밴 뛰어난 실용성 지녀 유럽에서 인기 카스타와 카렌스. 최근 나온 기아의 새 RV들은 그렇게 접어 두었던 RV 소유욕에 불을 당기는 차들이다. 특히 지난달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카렌스는 기자가 바라던 크기와 똑같은 덩치를 지녀 몇 번이고 설레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카렌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소형 미니밴이다. 카니발은 물론 싼타모나 카스타보다 작고, 준중형차인 세피아를 베이스로 만들어 차체 길이가 중형 세단보다 짧다. 이 같은 소형 미니밴이 등장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96년 나온 르노 메가느 세닉을 시작으로 피아트 물티플라, 오펠 자피라, 도요다 입섬, 미쓰비시 스페이스 스타 등 여러 모델이 선보였다. 유럽시장에서 태어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형 미니밴의 가장 큰 미덕은 합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실용성과 경제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렌스의 국내 등장은 한 단계 성숙된 모터리제이션의 확인으로 보여 반갑다. 시승차는 LPG 기본형(GX)과 고급형(LX) 두 가지가 준비되었다. 모두 1.8ℓ 108마력 엔진을 얹었고, 고급형은 네바퀴 ABS와 뒷바퀴 디스크 브레이크, CD 플레이어, 알루미늄 휠, 안개등, 열선내장형 백미러, 트렁크 콘솔박스, 보조 브레이크등, 투톤 보디컬러 등이 더해져 있다. 앞모습은 카니발과 비슷해 낯이 익지만 크기가 작아 다부져 보이고 헤드램프가 커 귀여운 느낌도 든다. 옆모습은 D필러의 디자인이 튄다. 도요다 입섬, 벤츠 A클래스 등에서 보았던 역방향 디자인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고, 개방감도 더하는 효과를 낸다. 사이드 미러는 고급형과 기본형 모두 실용적인 검은색을 썼고 고급형에 달린 알루미늄 휠 디자인은 슈마의 것과 같다. 카렌스가 세피아를 베이스로 한 차이긴 하지만 준중형차용인 195/65R 14 타이어는 늘어난 몸무게와 커진 차체를 받치기에 작다는 생각이다. 휠하우스 공간이 좁아 보여 인치업에도 한계가 있을 듯하다. 도어는 앞 뒤 모두 여닫이다. 미닫이 도어는 주차하고 내릴 때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여닫이 도어는 힘들이지 않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승용 감각의 여닫이 도어가 마음에 든다. 뒷모습은 유리창이 크고 양 옆 기둥이 보이지 않아 시원시원하다. 깔끔한 아우트 라인에 단정한 콤비램프가 포인트다. 뒷문은 크고 넓게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며 여닫기 좋도록 문 안쪽에 손잡이도 달려 있다. 카렌스의 겉모습은 새롭기보다 친근하다. 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이미지를 지녔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게 느껴지는 모습은 새로운 차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준다. 밝은 색 시트로 화사한 느낌 주는 실내 센터 페시아는 카본 그레인으로 치장해 실내는 밝은 색 시트가 화사한 느낌이다.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지만 불편하지 않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걸친 다음 발만 옮겨 놓으면 되므로 승용차보다 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시보드 역시 미적인 감각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한 것 같다. 오디오가 센터 페시아 맨 위쪽에 달려 있어 조작하기 편하고 로터리식 공조장치 스위치는 기아차에서 많이 보던 모양이다. 시승차 중 고급형 모델에는 옵션인 AV 시스템이 달려 있었다. AV 시스템에는 햇빛이 비출 때도 시야를 방해받지 않도록 3단계로 기울일 수 있는 화면과 CD 플레이어, 이퀄라이저, 속도감응형 자동볼륨조절기능, 글라스 내장형 안테나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160만 원이나 내고 이 옵션을 선택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센터 페시아는 흔한 우드 그레인 장식 대신 카본 그레인으로 치장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차의 성격을 고급스러움보다는 개성에 맞추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에어백을 달지 않은 모델은 조수석 에어백 공간에 넓은 사물함이 서비스된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놓은 형상이다. 구멍을 뚫기보다는 글로브 박스의 크기를 더 키우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쓰기는 편하겠지만 먼지가 많이 쌓일 것이고, 흔치 않은 모양이어서 우습기도 하다. 공조장치 바로 밑에 있는 두 개짜리 컵홀더는 수납되어 있다가 누르면 튀어나오므로 쓰임새가 좋다. 자동변속기는 칼럼 시프트 타입으로 국산차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시프트 레버가 핸들 옆에 달려 있어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2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수동변속기는 플로어식이어서 워크스루가 안 된다. 이래저래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고객이 많을 것 같다. 2열에 3명, 3열에 2명이 탈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3열 시트는 어른 두 명이 타기에 비좁다. 시트와 바닥의 거리가 가까워 발 뻗을 공간이 거의 없고 별도의 에어덕트가 마련되지 않아 여름과 겨울에는 특히 괴로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세금혜택을 위한 형식적인 좌석에 가깝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트의 활용도는 뛰어나다. 특히 3열 시트를 두 번 접어 2열 시트의 등받이에 붙이면 아주 넓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또 트렁크 바닥에 별도로 마련해 놓은 보조 트렁크(고급형)는 자투리 공간을 쓸모 있게 변화시킨 좋은 아이디어다. 카렌스는 폭이 좁지만 실내 앞 뒤 길이는 넉넉한 편이다. 5명 정도가 여행을 떠난다면 많은 짐을 싣고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7인승이지만 5명 정도 타면 적당해 고속주행 때는 부족한 출력 아쉬워 카렌스의 시승은 여의도와 자유로를 오가며 진행되었다. 액셀 페달의 감각은 부드럽고 AT의 셀렉트 레버는 조작하기 편하다. 와이퍼 조작 레버와 헷갈려 두어 번쯤 실수했지만 오너가 되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아이들링은 조용하고 출발은 여유롭다. 차가 많은 시가지를 달리는 동안 불편한 점을 찾기 힘들다. 중형차가 부럽지 않은 승차감과 정숙성이 돋보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출렁이는 느낌이 거의 없고 제동성능도 깨끗하다. 조금 커 보였던 스티어링 휠은 조작하기에 알맞고, 기름을 바른 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유로에 들어서서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았다. 차체가 조금 움찔하는 듯하다가 튀어나간다. 변속이 될 때마다 약간의 충격이 전해지고,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는 기대치보다 약한 편이다. 고속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진다. 한적한 코스에서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 보았는데 5천rpm에서 시속 150km 정도를 기록하고는 바늘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rpm을 많이 쓸수록 엔진음도 거칠게 들려온다. 기자는 곧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지 말자 고 생각을 바꾼다. 카렌스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출퇴근용으로 쓰거나 여가를 함께 하기에 좋은 소형 미니밴일 뿐이다. 카렌스 LPG는 윗급인 카스타보다 배기량이 200cc 작지만 최고출력은 108마력으로 오히려 높다(카스타 82마력). 이 정도면 몸무게를 감당하기에도 충분하고, 일상적인 주행 때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성능이다. 카렌스는 코너링 실력도 뛰어나다. 작은 타이어가 불안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시속 60∼70km 정도로 급코너를 돌아나가도 몸쏠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넓은 트레드와 개스식 쇼크 업소버, 든든한 서스펜션이 믿음을 준다. 카렌스는 카스타에 비해 200만 원 이상 싸다. 차체가 크고 값이 비싸 미니밴 사기를 망설이던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할 수 있는 모델인 셈이다. 바로 기자 같은 잠재고객을 향해 날리는 직격탄이다. 휘발유차만큼 조용하고 디젤만큼 연료비가 적게 드는 차, 휘발유차에 버금가게 잘 달리고, 이제는 1차로도 마음대로 누빌 수 있는 차. 좌석을 일곱 개나 갖췄지만 출퇴근용으로 써도 될 만큼 아담한 미니밴. 직격탄에 맞은 기자 마음은 또다시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브 9-3 컨버터블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진짜 맛을 보여준 1999-02-23
30년만의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는 미국은 기자에게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북미 오토쇼 취재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디트로이트까지 직항편이 없어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시카고에 내려보니 폭설 때문에 디트로이트행 비행기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소식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 보라”는 공항 관계자 말에 10시간이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은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진짜 맛 체험 200마력을 내는 고출력 터보 엔진 얹어 철도와 대중교통수단까지 완전히 끊긴 가운데 고속도로에는 간간이 차들이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뷰익 리갈을 빌려타고 디트로이트로 달렸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눈발이 휘몰아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히터를 가장 세게 틀어도 얼어붙은 유리창은 녹지 않았고, 차는 눈바람의 방향을 따라 예측불허로 휘청거리며 이리저리 미끄러졌다. 장장 8시간의 목숨을 건 야간주행 끝에 디트로이트에 도착했다. 바쁘게 오토쇼를 취재하고 프레스 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프레스 센터에는 수많은 차들이 시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단연 눈길을 끄는 차는 사브 9-3 컨버터블이었다. 이런 추위에 왜 하필 컨버터블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현듯 “컨버터블은 겨울에 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혹한 속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차를 끌고 시내로 나섰다. 경비원은 이런 날씨에 뚜껑을 벗기고 차를 타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말렸지만 `컨버터블의 제 맛`을 알기 위해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나섰다. 3마일 남짓한 거리에 공원이 있고 차로 달리면 10분 정도 걸린다는 말에 용감히 차를 몰고 복잡한 길로 나섰다. 하지만 길을 나선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이 제 맛이라고 말한 선배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은 `얼어죽을 맛`이었다. 사브 9-3은 지난해 사브900의 후계차로 태어났다. 쿠페, 5도어, 컨버터블의 세 가지 모델이 있고 에코파워 터보와 고출력 터보 두 가지 엔진이 있다. 에코파워 엔진이 기본이고 5도어와 컨버터블은 고출력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사브에서 새로 개발했다는 푸른색 미카 메탈릭(mica-metallic)으로 칠한 보디는 신선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보인다. 프론트 그릴을 약간 다듬고 안개등, 립 스포일러를 범퍼에 달아 젊은 느낌을 준다. 뒤쪽 범퍼도 디자인을 바꾸고 새로운 브레이크등을 달았다. 휠은 3스포크 15인치(기본형)와 5스포크 16인치의 밝은색 알루미늄을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15인치 휠이 달려 있지만 오히려 16인치보다 사브의 스포티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듯하다. 시승차인 9-3 SE 컨버터블은 2.0ℓ고출력 엔진을 얹었다. 5천500rpm에서 2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2천300부터 4천600rpm까지 28.9kg·m의 최대토크를 꾸준히 내도록 만들어졌다. 트랜스미션의 기어비도 바꿔 중간속도에서의 액셀 반응과 가속력이 좋아졌다. 메이커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5단 65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데 5.9초, 80에서 120km까지는 9.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터보가 움직이기까지는 약간의 타임래그가 느껴지지만 터보가 작동한 후의 가속력은 한마디로 일품이다. 실내에는 `겨울의 나라`에서 온 차답게 열선이 내장된 전동식 시트가 달려 있다. 시트는 쿠션과 사이드 서포트를 손봐 장거리여행을 할 때도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만들었다. 컨버터블에는 없지만 5도어 모델에는 운전석 옆으로 접을 수 있는 암레스트도 달려 있다.나이트 패널이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사이드 에어백과 SAHR 시스팀 달아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나이트 패널로 되어 있어 속도계를 제외한 모든 계기판의 불빛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눈의 피로를 덜어 준다. 속도계는 비대칭형으로 만들어 운전자가 시속 140km 이하에서의 속도상황을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실내에는 자동온도 조절장치(ACC, Automatic Climate Control)가 달려 항상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앞좌석에는 요즘 미국에서 한창 유행하는 사이드 에어백이 달려 있다. 듀얼 사이드 에어백(25X)은 옆에서 충격을 받으면 0.005초만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 0.015초만에 완전히 펼쳐진다. 뒤에서 충격을 받았을 때는 사람의 무게와 움직임에 의해 동작하는 적극적 머리보호받침대(SAHR, Saab Active Head Restraint)가 움직여 목의 충격을 덜어준다. 소프트톱은 앞유리 위에 달린 고리를 풀고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고리는 다른 컨버터블과 달리 손잡이 하나만 움직이면 되므로 편리하다. 두께 6mm의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소프트톱은 바람 가르는 소리와 외부소음을 잘 막아내 실내를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톱의 뒷유리는 구형보다 커져 뒤쪽을 살피기 쉽고 후진할 때 편하다. 시승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사건이 하나 생겼다. 차가 미끄러져 눈구덩이 속 으로 밀려들어간 것이다. 차를 꺼내기 위해 기어를 2단에 넣고 서서히 출발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힘이 넘치는 엔진 때문에 바퀴가 헛돌고 있었다. 넘치는 힘이 좋아 선택한 차 때문에 이런 곤경을 겪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십여 분을 고생한 끝에 지나가는 트럭으로 끌어당겨 겨우 차를 빼냈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맛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겠지만, 윈드 디플렉터를 달고 옷을 잘 갖춰 입으면 나름대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폭설 속에서 타본 사브 9-3 컨버터블은 기자의 `갖고싶은 차 리스트` 한 칸을 채울 만큼 매력적이었다. 서버 9-3E 컨버터블의 주요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 4630×1712×1423mm 휠베이스 2606mm 트래드 앞/뒤 1452.9/1442.7mm 무게 1474kg 승차정원 4명 엔 진 형식 4기통 DOHC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0.0×78.0mm 배기량 1985cc 압축비 9.2 최고출력 200마력/5500rpm 최대토크 28.9kg.m/2300~4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4ℓ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5단 기어비①/②/③ 3.380/1.760/1.180 ④/⑤/ⓡ 0.890/0.660/- 총종감속비 4.05 보디 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스트럿 서스펜션 뒤 리지드 브레이크 앞/뒤 모두디스크(ABS) 타이어 205/50ZR 16 성 능 최고시속 - 0→시속 100km가속 - 시가지 주행연비 - 값 -
고성능, 실용성, 경제성 특징인 삼색 4WD 1999-02-23
아우디 A8 콰트로 성공의 바탕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승용 4WD의 대명사인 콰트로는 아우디의 개척정신이 잘 담겨 있는 모델이다. 승용차에 과연 4WD는 필요한가 라는 의문에 대해 콰트로는 두바퀴굴림으로는 가기 힘든 길을 갈 수 있다는 매력, 눈길을 달릴 때 미끄러질 걱정보다는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운동성능이나 승차감 등이 지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얘기한다. 콰트로의 가치는 랠리용 버전이나 한때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아우디의 대표차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콰트로의 무대는 랠리를 벗어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94년 봄에 등장한 아우디 A8은 그 해 판매목표였던 5천대를 불과 4개월만에 모두 팔아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르고, 세계시장에 적극 나섰다. A8의 라인업은 2.5 TDI 디젤 터보 2.8, 2.8 콰트로, 3.7, 3.7 콰트로 4.2 콰트로로 나뉘며 알루미늄 보디를 통한 차체 경량화로 연료소모를 줄인 고성능 프레스티지 세단을 추구한다. V6 2.8ℓ 174마력 엔진, 강한 토크 내 미끄러짐 없는 달리기, 제동력 뛰어나 A8 2.8은 `경제적 고성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V6 2.8ℓ174마력 엔진은 동급 경쟁차들보다 출력 면에서는 약간 떨어지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앞바퀴굴림(FF)인 A8 2.8은 수동기어로 최고시속 228km와 0→시속 100km 가속 9.1초의 성능을 낸다. 또한 시속 120km 정속주행 때 11.24km/X 로 연비가 좋다. 풀타임 4WD 방식인 2.8 콰트로도 주행성능은 똑같고, 연비만 10.53km/X 로 조금 떨어진다. 시승차로 나온 A8 2.8 콰트로는 다이내믹 변속 프로그램(DSP, Digital Shift Program)이 달린 4단 AT를 얹고 있다. A8의 스타일은 A6나 A4에 비해 아우디의 보수적인 이미지 그대로지만, 공기저항계수 0.28의 매끄러운 보디를 지녔다. 실내는 독일차 특유의 다소 딱딱한 분위기로 고급장비는 빠짐이 없다. 선루프와 뒷좌석 선블라인드, 시트, 미러 등은 모두 전동식으로 간단히 조절되고 B필러쪽 환풍기, 수납식 옷걸이 등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시동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계기판 가운데 자리한 주행정보계기의 붉은 활자가 OK 사인을 내며 강력한 출발을 이끈다. 엔진 반응은 부드럽지만 조금 예민하다. 액셀을 깊숙이 밟지 않아도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놓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튕겨 나간다. 3천rpm에서 최대토크(25.5kg·m)가 나와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순간가속력이 강력하다. 2.8 콰트로는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완전 자동식 다판 클러치 방식을 쓴 4.2 콰트로와 달리 아우디 고유의 토센(torsen) 센터 디퍼렌셜을 쓴다. `토센`은 토크감지(torque-sensing)를 뜻하고 과도한 토크가 한쪽 휠에 전달될 때 이를 다른 액슬에 나눠 휠 스핀을 막는 장치다. 또한 까다로운 노면에서 출발할 경우를 대비해 전자제어 차동장치(EDS)를 기본장비로 달았다. 한쪽 바퀴가 미끄러운 노면에서 헛돌기 시작하는 순간 EDS는 ABS를 이용해 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건다. 네바퀴에 항상 구동력이 걸려 있다는 느낌은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4WD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빙판길을 찾았다. 슬라럼을 하듯 S자 모양으로 차를 몰았지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되게 달린다. 특히 돋보인 것은 제동력이다. 눈길이나 빙판에서 두바퀴굴림의 약점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콰트로는 일반도로에서처럼 정확한 제동력을 보여 주었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승용 4WD의 매력이다.볼보 V70 X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왜건으로 꼽히는 볼보 에스테이트가 오프로더로 변신했다. 단지 예뻐 보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실용적인 왜건 보디에 정평이 난 안전성, 여기에 험로주파성까지 보완한다면 레저카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볼보는 차이름도 크로스컨트리(XC)라고 붙였다. V70 XC의 전신인 850 에스테이트는 95년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단을 능가하는 스포츠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이제 V70 XC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실용성 바탕으로 한 오프로더 왜건 고속 및 험로에서 뛰어난 안정감 보여 V70 XC는 850의 각진 모서리를 둥글려 부드러워졌지만 견고한 인상은 그대로다. 험로주행을 고려해 지상고를 50mm 높였고, 튀어나온 범퍼와 보디 옆면의 고무몰딩으로 차체손상을 막았다. 루프 캐리어는 크로스바를 대 스키 등 레저용품을 싣기 좋게 했다. 실내는 호두나무 장식으로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추운 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열선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커 보이는 뒷좌석 암레스트는 가운데를 열어 젖히면 어린이 시트가 된다. 또 뒷시트를 앞으로 젖히고 안전그물을 치면 상당히 넓은 짐칸이 마련된다. 적재함 덮개가 있어 짐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도 있다. V70 XC는 직렬 5기통 DOHC 터보 2.5ℓ193마력 엔진을 얹었다. 작은 출력은 아니지만 1천720kg의 둔중한 무게를 이끌기에 그리 넉넉한 힘도 아니다. 직렬 5기통 엔진은 V6처럼 부드럽게 돌아가지만 차체의 움직임은 다소 둔중한 느낌이다. V70 XC는 세단보다 260kg이나 늘어난 무게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자 금세 탄력적인 몸놀림을 보인다. 저압터보를 달아 1천800에서 5천rpm까지 넓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차들 사이를 헤치고 쭉 뻗어 나가는 가속력은 처음의 기우를 말끔히 지우게 만든다. 터보가 터지는 배기음과 함께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치솟는다. 차체의 흔들림은 상당히 억제되어 속도감이 그리 크지 않다. 고속주행은 폭발적이기보다 안정감이 큰 데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지상고가 높아진 덕에 차에 오르내기기는 쉬워졌지만 무게중심의 이동이 커 급한 코너링에서는 강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 비포장도로로 들어서자 V70 XC는 곧 오프로더가 된다. 차체의 휘청거림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고, 속도를 높여도 불안하지 않다. 비스커스 커플링식 센터 디퍼렌셜은 앞 뒤 토크를 95:5에서 50:50까지 자동으로 나눠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 준다. 웬만큼 몰아쳐도 타이어는 어느 한 쪽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경사진 둔덕을 오르는 데도 거침이 없다. 충격흡수력이 커 거친 노면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한몫 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팀은 시속 40km 미만에서 작동하고, 뒷바퀴에는 디퍼렌셜 록과 함께 하중을 감지해 높이를 자동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시스팀을 썼다. 오프로드 주행을 통해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값을 확인했다. 볼보 V70 XC의 가치는 왜건의 가치를 실용성에 한정시키지 않고 스포츠성과 험로주행성능을 모두 담아낸 RV로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장거리 가족여행의 듬직한 동반자라는 매력이 크게 다가오는 차다.피아트 판다 4×4 간소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으로 현대판 시트로엥 2CV로 불리는 피아트 판다는 4WD가 고성능차에만 어울리는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모델이다. 79년 데뷔 때의 판다는 2기통 652cc의 `판다30`과 4기통 903cc의 `판다45` 두 차종이었다. 83년에 파트타임 4WD를 얹은 4×4가 추가되었는데 FF 베이스의 4WD 시판차로는 세계최초였다. 86년에는 2기통 엔진이 없어지고, 4기통도 새로운 설계의 769cc, 999cc FIRE(Fully Integreted Robotized Engine, 완전 로봇 조립 엔진) 엔진으로 바뀌었다. 삼각창을 없애고 일반적인 시트를 쓰며 계기와 패널의 대형화 등 각 부분이 현대화되었다. 현재의 판다는 이 때쯤 거의 완성되었다. 91년 후지중공업의 무단자동변속기(ECVT)를 추가하는 등 부분적인 변경이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판다의 생산량은 약 350만 대에 달한다. 파트타임 4WD, ㄱ자 레버로 전환 경쾌한 달리기, 험로도 문제 없어 국내에서 판다는 89년 소개되어 93년까지 50대 정도가 팔렸고, 그 이후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흔치 않은 판다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시승차는 90년식으로 9만5천km를 뛴 상태지만 판다의 특성을 체험하기에 충분할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판다라는 이름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그 귀여운 판다를 뜻한다. 초기의 판다는 범퍼 아래가 검은 색이고, 그 위는 아이보리색이었는데 이 조화가 동물 판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승한 판다의 보디컬러는 이름도 아름다운 모나코 블루다. 프라이드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차체는 쥬지아로 디자인의 특징이 느껴지는 직선이 기조를 이룬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화시켜 실내공간을 넓혔다. 계기판은 타코미터가 없는 대신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그래픽 모니터가 달린 점이 특징이다. 또 대시 패널 위에 지프처럼 경사계를 마련해 4WD 모델임을 알려준다. 듀얼 선루프처럼 앞 뒤 따로 열 수 있는 캔버스톱이 또하나의 특징이다. 간단히 접어 수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수동식 윈도와 백미러 등은 옛날차 그대로고, 스페어 타이어가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판다 4×4는 직렬 4기통 999cc 45마력 엔진을 얹고, 수동 5단 기어를 쓴다. 카뷰레터 엔진의 투박한 시동음을 오랜만에 듣는다. 시트는 보기보다 편하지만 페달류가 너무 조밀하게 붙어 있어 발놀림은 불편하다. 클러치를 밟을 때 브레이크가 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액셀을 건드리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기어도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 힘주지 않고 살짝 넣어야 제 위치에 정확하게 들어간다. 역시 주행소음은 크다. 타코미터가 없어 rpm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하다. 기어비가 높게 설정되어 있어 조금 낮은 속도에서 기어를 바꿔 주어야 한다. 시속 70km를 넘으면 5단으로 올려야 엔진이 안정을 찾는다. 가속은 꾸준하게 이루어진다. 가속력은 아토스와 비슷한데 시속 80km 주변에서 멈칫거림이 없는 점은 더 낫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125km지만 130km를 넘을 수 있었다. 판다 4×4의 진가는 눈길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승날은 날씨가 쾌청해 비포장길 주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트타임 4WD는 기어레버 아래 있는 ㄱ자 레버로 간단히 구동바퀴를 바꾼다. 시속 80km까지 달리는 중에도 레버를 살짝 올리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 이때 액셀에서 발을 떼야 한다. 험로 달리기는 지프와 비슷한 감각을 보여준다. 거친 노면을 따라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판다 4×4는 승용 4WD보다 경지프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렇게 작은 체구에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재미를 가진 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싼 유지비와 연료비 등 경제성이 좋아 우리 실정에도 잘 맞는 차다. 아우디 A8 2.8 콰트로, 볼보 V70 XC, 피아트 판다 4×4의 주요 제원 구분 차 종 아우디 A8 2.8 콰트로 볼보 V70 XC 피아트 판다 4×4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5034×1880×1440 4720×1760×1500 3435×1500×1468 휠베이스(mm) 2882 2650 2159 트레이드 앞/뒤(mm) 1579/1586 1520/1470 1254/1258 무게(kg) 1570 1720 805 승차정원(명) 5 ← ← 엔 진 형식 V6 직렬 5기통 DOHC 터보 직렬 4기통 굴림방식 4WD ← ← 보어×스트로크(mm) 82.5×86.4 83.0×90.0 70.0×64.9 배기량(cc) 2771 2435 999 압축비 10.3 9.0 ← 최고출력(마력/rpm) 174/5500 193/5100 45/5250 최대토크(kg m/rpm) 25.5/3000 27.5/1800~5000 7.4/325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 연료탱크 크기(ℓ) 80 73 30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 수동5단 기어비①/②/③ 2.580/1.407/1.000 3.610/2.060/1.370 3.902/2.056/1.344 ④/⑤/ⓡ 1.742/-/2.882 0.890/-/3.950 0.978/0.780/3.727 최종감속비 4.330 2.556 - 보디 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4도어 왜건 4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 피니언(파워) ← 랙 & 피니언 서스펜션 앞 4링크 스트럿 ← 뒤 멀티링크 ← 리프 스프링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 디스크/드럼 타이어 앞/뒤 225/55R 17 205/55R 16 145/R13(겨울용) 성 능 최고시속(km) 225 210 125 0→시속 100km가속(초) 10.2 9.1 17.5 시속 60km정속 주행연비 6.9 8.1 12.7 값 (만원) 9천350 6천350 -
99년형 체로키 2.5 - 좋아진 품질, 믿음직한 주행성능 (1999년 04월호) 1999-04-27
프랑스 영화 ‘파파라치’에서 두 명의 파파라치가 타고 다니는 차는 체로키다.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고 움직여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기동력은 필수. 그렇다면 이들이 스포츠카를 놔두고 체로키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답은 간단하다. 체로키가 그만큼 다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장비처럼 많은 짐도 거뜬히 싣고 험한 길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데다 기동력도 뛰어나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체로키와 랭글러가 MPV(Multi Purpose Vehicle)로 분류된다.이 시장에서 체로키의 적수는 많다. 도요다 랜드크루저, 이스즈 로데오, 미쓰비시 파제로, 포드 익스플로러, 시보레 타호/서버밴 등 쟁쟁한 차들이 버티고 있다. 경쟁은 고급화로 치달아 벤츠 M클래스, BMW X5, 렉서스 LX 등 최고급 승용차에 버금가는 장비로 무장한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작년 가을에 미국에서 타본 뉴 그랜드 체로키는 이들 고급차종에 맞서도록 개발되어 구형과 완전히 다르게 변했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해 승용차에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새 모델이 발표되던 날 전세계에서 모인 저널리스트들은 뉴 그랜드 체로키의 변신을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체로키만의 색깔이 점점 없어진다는 걱정도 했다. 전통의 이미지 그대로 간직 세심하게 달라진 편의장비 99년형 체로키는 다행히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규어가 전통의 더블 헤드램프를 버리고 사각형 헤드램프를 썼다가 외면당하자 다시 구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거울삼은 듯 새 모델은 체로키 매니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모습이다.대신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달라졌다. 앞문의 삼각창이 없어져 시야가 넓어졌고 파이버 글라스 재질의 해치문을 강철로 바꿔 안전성을 높였다. 강철로 바뀌었지만 개스 리프트가 있어 들어올리기는 쉽다.4WD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크라이슬러의 기술력은 험한 길을 달려보면 그 진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굴곡이 많은 산길을 다닐 때 4WD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각과 이탈각이다. 앞 뒤 오버행이 지나치게 길 경우 이 성능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국산 4WD 중에도 오버행이 너무 길어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차가 있다. 반면 오버행을 너무 줄이면 충돌 안전성이 떨어진다. 체로키와 랭글러는 이런 면에서 우수한 설계다.좁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수동기어 모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체로키는 2.5와 4.0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국내에는 2.5 수동모델만 들어온다. 랭글러와 같은 배기량으로 덩치 큰 체로키를 움직이기에는 수동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변속기가 달린 랭글러 2.5를 이미 타본 터라 2.5 엔진과 수동기어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궁금해졌다.크라이슬러 코리아 직원이 “클러치의 유격이 조금 클 것”이라고 말했지만 확인해 보니 적당한 세팅이다. 시동을 거니 체로키와 랭글러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아이들링치고는 소리가 큰 편이다. 신형에 새로 쓰인 스마트키는 복사를 할 수 없는 전자장치를 갖고 있어 안심이다. 작은 배기량을 걱정했는데 기어를 넣고 차를 움직이니 가뿐하게 출발한다.차의 덩치가 큰 편이라 끼어드는 차가 거의 없다. 우리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SUV를 모는 즐거움이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은 운전하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속도를 높이면 갑자기 소리가 커지는 타입이 아니고 서서히 은은하게 엔진소리가 들린다.체로키의 시트 포지션은 레인지로버보다 낮고 스포티지보다 조금 높다. 하지만 몸놀림은 승용차 못지 않게 날렵하다. 시내에서 차선을 급히 바꾸어야 할 때 체로키는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준다. 앞 디스크, 뒤 드럼으로 구성된 브레이크 시스팀도 확실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시내주행이 많은 국내 현실에서 큰 장점이다.넓게 트인 국도로 들어서 액셀 페달을 밟으니 가속력이 기대 이상이다. 랭글러 AT는 조금 답답했는데 체로키는 5단에서 순식간에 시속 140km를 질주한다. 기어비를 손봐 구형보다 많이 좋아졌다. 3천6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한 5단 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주행성능이 시원스럽다.시승을 하면서 실내를 둘러보니 구형 체로키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선글라스를 보관할 수 있는 오버헤드 콘솔과 앞 뒤 네 개의 실내등, 원터치 파워윈도와 전동식 사이드 미러 등 필요한 편의장비는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오버헤드 콘솔에 달린 트립 컴퓨터에는 평균연비,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방향계 등이 표시된다.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오른팔을 편히 기댈 수 있는 센터 콘솔박스다. 기어변속을 하면서 팔을 올려놓기에 적당하고 CD 같은 물건을 많이 담을 수도 있다. 도어포켓이 없어 서류를 놓아두기 불편한 점이 옥의 티다.익숙하지 않아서일까. 클랙슨을 울리는데 힘이 너무 들어간다. 다른 차를 누르는 힘으로 누르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미국차의 특징도 몇 가지 있다. 헤드램프를 깜박이와 같이 두지 않고 따로 당겨 켜야 하는 것도 그렇고 비상등 스위치가 핸들 컬럼에 달린 것도 그렇다. 당겨서 켜는 헤드램프는 조금 익숙해지면 문제될 것이 없다.신형 체로키에서 감탄한 부분은 시트다. 전동식 앞좌석 시트는 세 가지 모드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앞 뒤로 움직이고 등받이와 시트가 함께 뒤로 젖혀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앞쪽으로도 움직인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형에 비해 실내장비는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뒷시트를 젖히면 넓은 화물공간이 나타난다. 스페어 타이어를 트렁크로 옮겨 짐 싣는 공간이 조금 줄었지만 외관이 깔끔해지고 잡소리가 줄었다. 코멘트랙 시스팀 위력 발휘해 급코너의 조종성 뛰어난 수준 자, 이제는 산을 오르는 일만 남았다. 해발 2천500m 산을 오른 적도 있는데 해발 900m의 유명산쯤은 문제 없지 않겠는가. 차가 하도 많이 다녀서 오프로드라고도 할 수 없는 유명산 길은 오르기 쉬운 산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병이 숨어 있다. 늘 축축한 상태로 젖어 있는 진흙탕길이다.체로키에 달린 네바퀴굴림 전환장치 ‘코맨트랙 시스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기술이다. 체로키를 믿어 보기로 하고 기어를 4H로 바꾼 채 액셀 페달을 밟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미끄러운 길에 잠깐 주춤하던 체로키는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앞차가 지나간 골을 따라 가고 고갯길은 옆으로 넘지 말고 위로 넘고….’ 지프 잼버리에서 배운 경험을 살려 차를 몰았다. 온통 돌산으로 뒤덮였던 잼버리 코스에 비하면 이 정도 길을 달리는 것은 체로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결례(?)일지도 모른다. 산에 올라 잠깐 쉬면서 하체를 보니 연료탱크가 강철판으로 덧대어져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쓴 정성. 많은 사람들이 명차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산을 내려와 비포장길을 달려 보았다. 곧게 뻗은 비포장길에서 직진안정성이 뛰어나다. 마음먹고 속도를 올려도 불안하지 않다. 차체가 높은 SUV의 특성상 급코너링은 무리지만 체로키는 급코너를 돌다가 방향을 바꾸어도 차체복원성이 놀랍도록 빠르다.신형 체로키는 만족스러운 변신을 했다. 개인적으로 지프 잼버리의 추억을 되살려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5월에 선보일 뉴 그랜드 체로키는 또다른 매력으로 고객의 마음을 빼았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가격과 성능, 이 두 가지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요소다. 체로키는 이 기준에서 경쟁차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전화(02)516-4321.  99년형 체로키 2.5의 주요 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4280*1770*1680 휠베이스(mm) 2575 트래드 앞/뒤 1470/1475mm 무게(kg) 1515 승차정원(명) 5 엔 진 형식 직렬 4기통 굴림방식 네바퀴굴림 4WD 보어*스트로크(mm) 98.4*81.0 배기량(cc) 2466 압축비 9.2 최고출력(마력/rpm) 118/6200 최대토크(kg m/rpm) 19.0/360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l) 75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 5단 기어비①/②/③ 3.930/2.330/1.450 기어비④/⑤/ⓡ 1.000/0.840/4.470 최총감속비 3.070 보디 와 새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파워) 서스펜션 앞 4링크 서스펜션 뒤 리자드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드럼 타이어 앞/뒤 225/75R 16 성 능 최고시속(km) 165 0→시속 100km가속(초) 13.0 시가지 주행연비(km/l) 6.9 값 3천 399만원
58년형 시보레 임팔라 - 큰 보디와 안락성 갖춘 미국인의 패밀리 세단 1999-03-24
화려한 차들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 시보레는 미국에서 가장 큰 메이커였다. 57년 한 해만 해도 150만 대 이상의 차를 팔아 전체 시장의 25%를 차지했다. 57년형 벨에어는 캐딜락의 화려함을 갖추고 크기와 값이 적당해 인기가 좋았던 모델로 50년대 미국차를 대표하는 차종이었다. 벨에어는 요즘도 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복원하고 싶은 클래식카로 사랑받는다. 낭비가 미덕이던 그 시절, 자동차 모양은 매년 변했다. 페이스 리프트가 아닌 풀 체인지였다. 시보레 임팔라는 58년 벨에어의 윗급 모델로 태어났다. 좀더 낮고 길고 넓은 차를 좋아하던 당시의 디자인 철학을 따랐다. 화려한 자동차의 유행이 50년대 초만 해도 평범한 대중차를 만들던 시보레를 컬트카 메이커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벨에어 윗급으로 드림카 지향하고 사치스러운 장식의 달리는 조각품 경기가 한참 좋던 시절인 1955~6년에 설계된 차는 화려했다. 드림카를 지향한 임팔라는 벨에어보다 나이가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형으로 2도어 하드톱 스포츠 쿠페와 컨버터블 두 종류로만 나와 여섯 가지 모델로 나뉜 벨에어보다 품위가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몰아친 불경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시보레의 58년 판매대수는 120만 대, 그 중 임팔라는 15%인 18만 대 정도 팔렸다. 그러나 임팔라는 시보레의 최상급 차종으로 오늘에 이르는 주력 모델이 되었다. 58년형 시보레 임팔라를 찾아간 곳은 LA와 샌프란시스코의 중간지점인 작은 시골동네 리들리라는 곳이었다. 차주인 월터 리오씨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은퇴한 작곡가였다. 이름을 날리던 젊은 시절 어느 날 LA에서 이 차를 사온 그는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차를 갖고 있었다. 5.3m가 넘는 길이에 1.7톤의 무게를 지닌 임팔라는 효율보다 허세가 통하던 50년대의 자동차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크롬을 잔뜩 붙인 보디는 화려하게 번쩍거리고, 시보레 차에 처음 쓰인 듀얼 헤드램프와 좌우 2개씩 4개를 단 깜박이도 원없이 사치스러운 모습이다. 달리는 조각품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헤드램프 위에 달린 날개 모양 장식은 차폭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 옆 펜더에는 4개의 장식용 벤트구멍이 나 있다. 뷰익이 동그란 가짜 벤트구멍을 펜더에 붙였으니 시보레라고 못 붙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앞유리창은 가장자리가 말린 랩어라운드 형태로 50년대 미국차의 특징 그대로다. 그 옆의 삼각창은 거꾸로 달린 모양이다. 에어컨이 흔치 않던 시절 삼각창의 역할은 컸다. B필러가 없는 2도어 하드톱은 고급차가 지향하는 멋이었다. 당시 미국차 4분의 1이 하드톱 쿠페였다. 뒤창은 앞유리와 마찬가지로 모서리가 말린다. C필러 아래 보디의 굴곡은 날개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C필러 아래쪽과 지붕 끝에 달린 공기배출구는 기능 없이 보고 즐기는 용이다. 말썽 잦은 348cid 엔진 283cid로 바꿔 모난 스위치 등 안전에 대한 배려 없어 장식으로 달린 깃발모양 엠블럼은 이 차가 스포티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57년형 벨에어보다 무겁고 둔해진 차에 썩 어울리는 장식은 아니지만 기분이 중요했다. 깃발 사이로 아프리카 영양이 뛰고 있다. 바로 이 차의 이름인 임팔라다. 벨에어에 4개뿐이던 테일램프는 한쪽에 3개씩, 6개가 늘어섰다. 테일램프를 둘러싼 보디 곡선은 50년대 한창 유행하던 테일핀을 잠재웠다는 평가도 들었지만 임팔라는 59년형에 유명한 걸윙 타입 테일핀을 내세워 그런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차체 밖에 달린 스페어 타이어는 당시 고급옵션 품목이었다. 트렁크 공간을 크게 하지만 물건을 싣고 내릴 때 불편해 보인다. 폼을 내는데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보네트는 밖에서 열린다. 차를 샀을 때는 348cid (5.7X) 엔진이었으나 말썽이 잦아 리오씨가 283cid V8로 바꾸었다. 당시의 엔지니어 에드 콜이 설계한 스몰블럭 283 푸시로드 엔진은 약간 개선해 40년이 지난 오늘까지 GM차에 사용되는 명작이다. 당시에 벌써 옵션으로 연료분사장치를 갖춘 283 엔진은 10.5:1의 압축비로 283마력을 내 미국차 최초로 1큐빅인치당 1마력이라는 위세를 떨쳤다. 카뷰레이터 엔진의 시승차는 185마력형이다. 임팔라는 박스형 거더 프레임 위로 보디를 얹었다. 앞바퀴는 독립식, 뒤는 라이브 액슬로 네 바퀴 모두 코일 스프링을 갖추었다. 당시 에어 서스펜션이 옵션으로 나왔지만 고장이 잦아 인기는 별로 없었다. 코일 스프링은 무난한 승차감과 내구력으로 칭찬받았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는데 둥글게 말린 유리창 모서리가 배를 누르는 듯 부담스럽다. 멋을 위해서라면 차 타는 동작에도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반면에 다리는 텅 빈 공간을 지나듯 편하다. 둥글게 말린 유리창 모서리는 생각보다 왜곡현상이 없다. 커다랗고 가는 림의 스티어링 휠이 실제보다 커 보인다. 스키어링 휠 가운데는 역시 임팔라가 뛰놀고 있다. 틸팅이 안되는 핸들은 축이 배를 찌를 듯하다. 철판으로 된 대시보드나 모난 스위치들도 전면충돌 때는 위험한 흉기가 될 듯하다. 50년대에는 안전에 대한 의식이 요즘 같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커다란 휠과 벤치시트는 미국세단의 매력을 뭉클하게 전한다.2단 트랜스미션 못 느낄 정도로 부드러워 보수적 고객이 바라는 모든 것 만족시켜 옆창과 시트는 전동식이어서 에어컨도 없는 차에 무척 모던하게 느껴지지만 삼각창은 손으로 돌리게 되어 있다. 칼럼식 시프트 레버는 P-R-N-D-Gr로 표시된다. 계기판에는 120마일 속도계가 수평으로 자리잡았고, 조수석 앞으로 멀리 있는 시계가 독특하다. 글러브 박스는 거의 한가운데 있고, 환기구 조절은 노브를 잡아당겨야 한다. 서너 대의 차를 갖고 간단한 정비는 집에서 하는 리오씨는 임팔라 역시 특별한 정성을 들이기보다는 깨끗이 돌보기만 했다. 그의 멕시코 사위가 대시보드 중간에 황금색 테를 두르고 액셀 페달에 커다란 발바닥 장식을 덧붙여도 그는 불평하지 않는다. 임팔라의 시동키는 엔진이 돌고 있는 동안에도 빠진다. 원래 그렇다고 한다. 묵직한 페달로 힘차게 출발하는 감각은 요즘차와 다른 점이 별로 없다. 엔진의 반응이나 뛰쳐나가는 정도도 자연스러워 조금 낡은 기분만 아니라면 40년 전의 차라는 느낌이 없다. 리오씨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차가 2단 트랜스미션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그만큼 차가 부드럽다. 핸들은 손가락 하나로 돌아갈 듯 가볍지만 리오씨는 핸들을 꼭 두 손으로 잡으라고 부탁했다. 너무 가벼워 휘청이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브레이크는 네 바퀴 모두 드럼식이지만 그렇게 밀리는 기분은 아니다. 귀한 차를 무리하게 몰 수 없어 조심했기 때문인지 서스펜션이 조금 부드럽지만 운전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 임팔라 고객은 성능이나 핸들링을 따지지 않았다. 보수적인 고객은 큰 보디와 안락성을 원했고, 임팔라는 그 고객이 바라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 임팔라는 모양 좋고 편안하고 꾸준한 맛에 오래 탈 차였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세단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크고 듬직한 58년형 임팔라를 몰다보니 다시는 못 누릴 사치, 이제는 불가능한 낭비가 새삼 그리워진다. 리들리에서 리오씨의 임팔라는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서자 모두들 반갑게 손을 흔든다. 임팔라는 시보레의 대중차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차로 얘기된다. 40년된 차 임팔라는 리오씨의 인기를 몇 단계 끌어올렸음이 분명하다. 58년형 시보레 임팔라의 주요제원 크 기 길이*너비 5309*1973mm 휠베이스(mm) 2985mm 트래드 앞/뒤(mm) - 무게 1674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OHV VB 굴림방식 뒷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104.8*82.5mm 배기량 5700cc 압축비 9.5:1 최고출력 250마력/4400rpm 최대토크 49.0kg-m/2800rpm 연료공급장치 싱글4배럴 카뷰레이터 연료탱크 크기 - 트미랜스션 형식 자동 2단 기어비①/② - 최종감속비 - 보섀디와시 보디형식 2도어 쿠페 스티어링 - 서스펜션 앞/뒤 모두 코일 스프링 브레이크 앞/뒤 모두 드럼 타이어 앞/뒤 - 성능 최고시속 160km 0 →시속96km 가속 10.1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 당시 2천693달러
캠리 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999-03-24
패밀리 세단의 기준이고 미국 패밀리 세단시장의 베스트셀러. 혼다 어코드와 포드 토러스를 누른 풍운아. 세계 최대인 북미 자동차시장을 휩쓴 일본차. 이런 환상적인 형용사가 따라 다니는 승용차가 바로 도요다 캠리다. 북미 오토쇼를 취재하러 디트로이트에 갔을 때 친분을 쌓은 현지 사진기자들과 지난해의 베스트셀러인 캠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캠리를 칭찬했다. 기자도 캠리에 대해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이 그렇게까지 칭찬하는 이유는 잘 몰랐었다. 직접 부딪쳐 보고 그 이유를 알고자 수입차 리뷰를 통해 캠리를 타보기로 했다. 미국은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이고 품질, 안전, 환경규제가 까다로워 이곳에서 판매에 성공하면 메이커 전체의 이미지가 올라간다. 현대자동차도 86년 국내 메이커로는 제일 먼저 진출해 엑셀신화를 이뤘지만 적절한 모델 체인지와 품질개선, AS에 실패해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고 그 후유증을 아직도 벗지 못했다. 3달 전에는 대우가 레간자, 누비라, 라노스로 미국에 상륙했지만 평범한 품질과 구매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는 비싼 값, 부족한 AS망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차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피아트는 지난해 볼보자동차를 합병, 볼보의 판매망을 이용해 다시 미국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볼보를 포드가 인수하는 바람에 포부가 꺾였다. 이렇듯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최근 10년간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이커가 혼다와 포드다. 혼다 어코드와 포드 토러스가 1, 2위를 독식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97년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도요다가 캠리를 30만대 이상 팔아치우며 수직상승한 것이다. 그해 10월 혼다는 98년형 어코드로 4만2천889대라는 최다판매기록(한 달간)을 세우며 반격에 나섰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98년 들어 선두자리는 다시 어코드로 넘어갔지만 캠리와 어코드의 경쟁이 치열해 계속 그 순위가 뒤바뀌는 등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어코드와 미국시장 선두자리 다퉈 철저한 현지화로 시장 파고들어 캠리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가장 합리적인 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질리지 않는 무난함, 합리적인 값, 뛰어난 품질과 AS.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요소들이 가장 평범한 차를 가장 비범한 차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다른 성공요인은 철저한 현지화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요다 디자인센터 ‘칼티’에서 디자인을 맡았고, 판매도 현지공장에서 한다. 현지에서 고객의 욕구를 확실하게 파악한 뒤 시장을 파고든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캠리의 디자인은 도요다의 차답지가 않다.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은 날카로운 인상이고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한 헤드램프와 그릴, 얇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눈길을 끈다. 경사가 심한 쐐기형 앞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트렁크가 높아 스포티함을 살리면서 넓은 화물공간을 얻었다. 뒤쪽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컴팩트하게 만들어져 휠 하우스가 트렁크 안으로 파고들지 않으므로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립 스포일러처럼 끝부분이 튀어나온 트렁크는 캐딜락 세빌과 닮았다. 실내는 한마디로 심플하다. 커다란 계기가 눈에 쏙 들어오고, 에어컨 스위치는 조작하기 쉬운 로터리 타입이다. 유럽 고급차 같은 정교함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단순해서 쓰기 쉽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주위와 센터 페시아, 기어, 도어트림에 무늬목을 달아 고급스럽고, 시트와 스티어링 휠, 시프트 레버는 가죽으로 감쌌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호화장비다. 수입차는 고급스러워야 통하는 국내 고객의 취향을 알 수 있게 한다.주차 스위치 오른쪽에는 2개의 컵 홀더를 달았다. 커버를 앞쪽으로 여는 타입이어서 차가 갑자기 멈추어도 컵이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센터콘솔 뒤에는 뒷좌석용 컵 홀더가 달렸고, 시가 잭 아래에는 별도의 전원 소켓을 만들어 두 가지 이상의 전원을 쓸 수 있게 했다. 차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미국인들의 취향을 잘 파악한 전략이다. 현지인의 취향을 잘 파악한 차 요철을 통과할 때 출렁거리고 센터콘솔과 도어의 팔받침은 위치가 적당하고 스위치도 손이 가기 쉬운 곳에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파워시트는 전후, 상하이동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할 수 있다. 패밀리 세단답게 뒷시트 공간이 여유 있고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과 통한다. 시승차에는 2.2X DOHC 133마력 엔진을 얹었다. 미국에는 3.0X 엔진도 있지만 우리 실정에는 2.2X 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철저한 방음장치 덕분인지 시동을 걸 때 소음이나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음악이라도 틀어 놓았다면 시동이 걸렸는지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시승 전에는 큰 덩치 때문에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133마력짜리라고 얕보았으나 추월을 위해 가속하니 부드러우면서도 위력적인 파워를 낸다. 급가속 때 힘이 떨어질 법도 하건만 시종일관 여유가 있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뜻대로 움직인다. 자기 체급에 맞는 힘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뽑아내는 것이다. 조용한 엔진 때문인지 고속에서는 바람과 바퀴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지만 전체적으로 정숙하고 부드럽다. 특히 트랜스미션은 급가속이나 급감속 때 변속충격을 느끼기 힘들다. 미국과 다른 도로환경 때문에 노면의 요철을 통과할 때는 조금 출렁거린다.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노즈다이브 현상도 일어난다. 하지만 미국차의 출렁임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조금 더 단단하고, 기분 좋을 정도로 억제된 출렁임이다. 미국식과 유럽식을 섞고 거기에 부드러움을 가미한 수준의 승차감이라 표현하고 싶다. 시승을 해보니 미국인들이 이 차를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로드 앤 트랙>은 비단 같은 파워와 거침없는 변속, 넓고 안락한 실내를 캠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앞 디자인이 싸구려 같다는 비판과 함께 ‘개성 없는 고성능 차’라고 꾸짖기도 했다. 미국 패밀리 세단시장의 베스트셀러 캠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결코 높지 않은 출력이지만 아쉽지 않은 엔진, 일본차이면서 일본차 같지 않은 외모, 완벽한 AS. 캠리가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평범한 것들의 완벽한 조화였다. 사진·김홍래 사진차장 도요다 캠리의 주요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785*1785*1420mm 휠베이스 2670mm 트레드 앞/뒤 1545/1520mm 무게 1420kg 승차정원 5명 엔진 형식 직렬4기통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7.0*91.0mm 배기량 2164cc 압축비 9.8 최고출력 133마력/5200rpm 최대토크 20.0kg-m/42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L 트미랜스션 형식 자동 4단 기어비①/②/③ 2.810/1.550/1.000 ④/⑤/ⓡ 1.729/ - /2.831 최종감속비 3.940 보섀디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ABS) 타이어 앞/뒤 205/65R 16 성능 최고시속 205km 0 →시속100km 가속 10.4초 시가지 주행연비 18.8km/L 값 3천480만원
도요다 솔라라 SE V6 - 스포츠카로 변신한 베스트셀러 캠리 1999-02-23
불교에서는 윤회와 인과관계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도요다의 솔라라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생소한 차종이다. 물찬 제비처럼 미끈하면서도 다부진 인상을 주는 솔라라는 1998년 늦가을부터 한 대씩 눈에 띄더니 이제는 제법 유행을 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형 스포츠카다. 캠리 베이스로 강성 높여 핸들링 좋아져 실내소음 렉서스 ES300 수준으로 낮춰 솔라라는 일본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도요다에서 만들어내는 대중 세단 캠리 시리즈의 쿠페형으로 개발된 차다. 200마력의 파워와 고급스러움, 편안함을 갖추고도 2만5천 달러 이하라는 매력적인 값을 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캠리 솔라라는 LA 남쪽 뉴포트 비치에 있는 도요다의 칼티(CALTY)에서 설계하고 미시간주 앤 아버(미시간 주립대가 있는 곳으로 학교가 많은 교육도시다)에 있는 도요다 테크니컬 센터와 일본의 도요다자동차가 공동으로 기술을 제공했다. 솔라라는 캠리 세단의 섀시를 썼지만 세단보다 강성이 높아 승차감과 핸들링이 좋아졌다. 서스펜션의 마운트를 강화해 기능성을 높였고, 파워 스티어링의 밸브 어셈블리를 다시 디자인해 조향성능이 좋아졌다. 캠리의 섀시라고는 하지만 매끈한 유선형 흐름이 느껴지는 지붕과 미려한 기둥 패널이 캠리와는 다른 차 같이 보인다. 유연한 차체가 달릴 때 바람 가르는 소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실내소음을 렉서스 ES300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고 한다. 차체 앞쪽 디자인은 대단히 개성적이지만 뒤쪽은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빈약하게 느껴지는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트렁크 리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이 풀 세단에 못지 않게 넓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는다. 실내도 눈에 보이지 않게 안전성이 높아졌다. 앞좌석과 뒷자리는 충격이 각각 다르게 흡수되도록 설계했고 차체 옆면에 방사형 임팩트 바를 달았다. 최고급 모델인 SLE에는 사이드 에어백을 기본으로 달아 준다. 엔진은 6기통 3.0ℓ200마력과 4기통 2.2ℓ135마력이 있다. 2.2ℓ의 엔진 블록에는 주물을 썼지만 3.0ℓ엔진에는 블록과 캠 헤드를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처리했다. 시승한 V6 3.0은 5천200rpm에서 200마력의 최고출력, 4천400rpm에서 29.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7천500마일마다 엔진 오일과 필터를 교환하게 만들어 일반 차들의 3천∼5천 마일 수준을 훨씬 능가하지만 튠업은 매 3만 마일마다 하도록 되어 있어 10만 마일이 일반화된 현대의 메커니즘과는 차이가 있다.1위인 도요다 캠리, 판매량 더욱 늘 듯 시승하러 가는 사이 시승차 팔려 버려 솔라라는 도요다 디비전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제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팀을 달아 색다르게 느껴진다. 200W의 출력에 8스피커 시스팀을 갖춰 도요다 모델 가운데 최고의 음질을 자랑한다. 또 최고급 모델인 SLE에는 엔진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기능을 갖춘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가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모두 1천560만 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12년만의 최고기록이고 자동차역사상 3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픽업트럭을 제외하면 도요다 캠리가 판매 1위다. 캠리를 새롭게 꾸민 솔라라까지 등장했으니 99년에는 캠리 시리즈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 그 징후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LA 부근의 모든 도요다 딜러에서 솔라라는 배정되기가 무섭게 매진사태를 빚고 있다. 이번 시승은 LA 코리아타운 VIP 자동차의 안영현 사장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샌 버나디노에 있는 도요다 딜러와 시승이 약속되어 있었다. 샌 버나디노는 LA 다운타운에서 프리웨이 10호를 동쪽으로 달려 1시간쯤 걸리는 거리다. 딜러는 라스베이거스로 갈라지는 프리웨이 15호와 교차되는 인터체인지에서 남쪽으로 휘어져 첫 번째 출구에 있어 쉽게 찾았다. 솔라라를 탄다는 기쁨에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단숨에 달려왔지만, 이게 웬일인가? 시승하기로 했던 단 한 대의 솔라라가 필자가 달려오고 있는 동안 팔려 버렸다는 것이다. 왕복 2시간, 거리로 120마일을 허비하고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안사장이 다시 LA 다운타운 컨벤션센터 북쪽에 자리한 `센트럴 도요다`를 소개해주어 가까스로 성사되었다. 그러나 시승차를 받으러 가니 몇 시간 후 주인이 차를 찾아갈 참이어서 단 50분만 시승할 수 있다고 한다. 시승과 사진촬영을 50분 안에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마침 딜러 바로 옆에 프리웨이가 있어 번잡한 거리를 피해 차를 타볼 수 있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거니 비단결 같은 엔진음이 렉서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엔진의 소음에서도 느꼈지만 달리기 시작하자 렉서스 ES300과 버금가는 주행감각과 주행성능을 보였다. 달리기는 부드럽지만 순간가속력이 좀 무딘 느낌이다. 달리는 중간에 계기판을 보니 2천500rpm이 넘었는데도 속도는 시속 56km를 겨우 넘고 있었다. 차선바꾸기와 교차로 회전에서의 스티어링 감각은 부드럽지만 선회할 때의 움직임이 조금 둔탁하다. 휠 베이스가 긴 탓도 있겠고, 스포츠카의 기동성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프리웨이에서의 가속성능은 생각보다 민첩하지 않았지만 가속 응답성은 명쾌했다. 가속 소음이 생각보다 큰 것은 좀 실망스러웠다. 캠리 솔라라는 심플하면서 날렵하고, 스포티하면서 풀 사이즈 승용차 분위기를 갖고 있다. 또 차의 성능은 유럽 수입차들과 맞먹을 정도면서 값은 그 절반이다. 미국에서 중형 쿠페, 한국에서는 대형 쿠페에 해당하는 솔라라는 확실히 매력 있는 차다. 어큐라 CL, 혼다 어코드 2도어, 세브링 등 경쟁차에 비해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성능과 승차감이다. 일반적으로 2도어차를 사는 사람들은 4도어 스타일에 문짝만 바꾼 모델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 이런 시도를 했던 여러 차들이 판매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나온 어코드 2도어는 그런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한 인기를 끌었다. 4도어 어코드와는 판이하게 다른 새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도요다가 캠리 시리즈의 2도어 쿠페 솔라라를 내놓은 데는 어코드처럼 4도어 이미지와 전혀 다르게 꾸며 2도어 고객들을 끌어 모으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50대 이상 실버 커플들이 솔라라를 즐겨 찾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도요다 솔라라의 주요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 4826×1803×1397mm 휠베이스 2669.5mm 트래드 앞/뒤 1544/1521mm 무게 1447kg 승차정원 5명 엔 진 형식 V6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7.4×83.1mm 배기량 2995cc 압축비 10.5 최고출력 200마력/5200rpm 최대토크 29.6kg.m/44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7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4단 기어비①/②/③ 2.290/1.550/1.000 ④/⑤/ⓡ 0.730/-/2300 총종감속비 - 보디 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쿠페 스티어링 랙&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뒤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모두디스크 타이어 205/60R 16 성 능 최고시속 - 0→시속 100km가속 7.9초 시가지 주행연비 - 값 약3천만원
다른 차원으로 변신한 패밀리카 준중형차 값으로 고급차의 품질을 즐긴다 1999-03-24
 ​다른 차원으로 변신한 패밀리카 준중형차 값으로 고급차의 품질을 즐긴다​​​대우는 요사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빅딜의 일환으로 자동차공업도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지만 대우측의 삼성자동차 인수문제도 거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쌍용도 합병한지라 명실공히 현대와 함께 한국 자동차산업의 쌍벽을 이루는 거두(巨頭)로 거듭나고 있다. 대우는 특히 경차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 티코로 한국시장을 잡은 뒤 마티즈의 성공으로 한때 총매출대수에서 현대를 누르고 제1위를 자랑했던 일도 있었다.   4년만에 대우차 시승할 기회 얻어 쭉 뻗은 외형, 널찍한 실내에 놀라 나도 티코가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자동차생활사가 기증해준 것을 8년째 굴리고 있는데 놀랍게도 아직 고장이 한 번도 나지 않고 있다. 와이퍼와 배터리, 그리고 타이어를 두 번씩 바꾼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니까 정말로 대단한 티코가 아닐 수 없다.나는 이 차를 끌고 국회에도 가고 큰 호텔 현관 앞에도 간다. 부산, 강릉처럼 긴 여행에도 이 차를 이용한다. 민첩한 기동성, 주차, 연비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점이 없어 친구에게도 많이 권했고 ‘경차를 탑시다’라는 TV 캠페인에도 티코를 끌고 3~4차례 출연했다.​페인트칠이 낡아 작년에(이 차의 시세는 지금 20~30만원도 안하겠지만) 60만원을 던져 새로 칠했을 정도로 나는 티코를 사랑한다. 티코 홍보를 위해 8년을 노력한 대공신(?)이기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우에서 차 한 대쯤 줍디까?” 하는 말을 여러 번 듣지만 나는 티코의 후속차인 마티즈의 신차발표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대우(待遇)를 대우(大宇)로부터 받았으니, 이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티코와의 인연과는 달리 대우차는 시승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다. 94년 아카디아와 95년 달라진 티코의 시승기를 쓴 뒤 4년만에 다시 대우차를 타게 되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차의 이름은 누비라Ⅱ, 오랜만에 대우차를 타고 도로를 누비라는 뜻인 것 같다. 누비라니까 누벼볼 수밖에 없어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누비라를 기아 세피아, 현대 아반떼급의 준중형차, 대학생이나 대학을 갓나온 사회인, 젊은 주부들이 타는 차로 알고 있던 나는 연구소 건물 앞으로 온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차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누비라가 아니었다. 시원하게 커진 헤드라이트며 쭉 뻗은 차체 뒤에 달린 테일 라이트가 눈부시게 커보였다. 차 전체의 폭과 길이도 아주 커진 인상이다. 대우 특유의 앞그릴 크롬도금이 이 누비라Ⅱ에게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와, 이것이 누비라야? 이전의 누비라하고는 완전히 다른걸” 하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언뜻 보기에는 이 차보다 한 급 위인 레간자와 혼동할 정도로 차체 크기와 앞 뒤 라이트 디자인이 비슷하다.​차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앉는 순간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실내공간이 대단히 넓다. 현대 아반떼나 기아 세피아Ⅱ보다 넓이가 5cm 가량 크고 높이도 아반떼보다 3cm나 더 높단 말이다. 실내공간에서는 길이보다 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차폭이 5cm나 넓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좌석을 옆으로 넓게 잡을 수 있어 널찍한 인상을 준다. 그러고 보니 이 차는 패밀리카로도 적당하다. 좌석이 넓고 높이도 충분하니 가족을 거느리고 여행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으리라.​​​​운전자를 배려한 레이아웃 돋보이고 경제적인 운전 돕는 이코노존 달아 운전자에게 세심한 배려는 여러 면에서 베풀어져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자신의 체구와 운전자세에 꼭 맞게 좌석을 조절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고급차 외에는, 특히 중소형차의 경우는 그저 좌석과 등받이를 앞 뒤로 조정하는 기능밖에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누비라Ⅱ에는 좌석의 높이를 그것도 앞 뒤쪽을 따로 오르내리게 하는 듀얼식 조절장치가 달려 있다.그것만이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파워일 뿐 아니라 좀더 완벽한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5단계로 조절되는 틸팅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것도 고급차에만 제공되는 장치다. 게다가 내부를 보면 인테리어 디자인이 참으로 잘 되어 있다. 운전자의 왼팔이 편안하게 놓여질 수 있게 암레스트가 딴 차보다 잘 되어 있고, 센터 콘솔은 우드 그레인으로 감싸 베이지색 실내와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스럽다.​​​​운전석 앞의 계기판은 한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정돈되었고, 특히 타코미터의 1천500∼2천500rpm 구간을 녹색으로 칠해(이코노존) 이 구간에서 차를 굴리면 연료절감은 물론 자동차에 무리가 안가는 쾌적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사소하지만 좋은 착안이다.​시동을 걸었다. 아주 미끄럽게 나간다. 백미러를 통해 보는 뒤쪽 시야도 넓어 좋다. 누비라Ⅱ에 쓴 전자식 ZF변속기는 독일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하는데 외형상으로는 제법 고성능장치 같았다.​특히 이 변속기에는 기어 변속을 강제로 늦춰 단번에 힘을 내게 하는 파워 모드가 있어 도로사정에 맞춰 아주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이 ZF변속기가 이른바 ‘파워노믹스(Power+Economy)엔진’이라는 대우가 개발한 고성능 엔진에 접속되어 엔진의 파워를 조화롭게 미션으로 전달한단다.​​​​파워노믹스 엔진에 대해서는 약간 더 설명이 필요하다. 현대가 개발한 자랑거리 엔진이 린번 엔진인데, 이 린번 엔진은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출력을 희생시켰고 린번기능도 일정한 구간에서만 발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파워노믹스는 가변흡기 시스팀으로 흡기관의 길이를 높은 rpm에서는 짧게, 낮은 rpm에서는 길게 해 공기를 안정되게 흡입시켜 고른 출력을 내게 한다.그뿐 아니라 녹 센서(knock sensor)를 엔진블럭에 더해 노킹을 방지하므로 이상폭발 없이 출력이 유지된다. 연비면에서도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개스 재순환장치) 밸브를 달아 휘발유 소모를 줄인다.  고른 출력 내는 파워노믹스 엔진 가속시간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 저속에서의 주행감각은 아주 좋다. 핸들의 굵기도 이 차의 성격에 맞는 것 같다. 약간 굵게 만들어져 있는데 고속으로 달릴 때도 놓칠 염려가 없어 좋다.올림픽도로를 거쳐 자유로로 빠져 보기로 했다. 그런데 올림픽도로로 진입하면서 가속하려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으나 엔진이 제대로 호응해 주질 않는다. 다시 말해 순발력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하기야 1천500㏄급 차에 남자 세 사람이 탔으니 힘은 들겠지만 약간 답답하다는 인상이다. 타코미터의 회전수는 올라갔는데 그것에 맞는 속도는 빨리 얻을 수가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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