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88년형 포르쉐944 터보 창업자 일가의 숨결이 느껴지.. 1999-09-29
포르쉐사―정식이름은 명예박사 F. 포르쉐 주식회사(Dr. Ing.hc. F. Porsche AG)다―의 창설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교수는 1875년 9월 3일, 아연판을 가공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 안톤 포르쉐의 셋째 아들로 체코의 알트 하르츠돌프에서 태어났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정식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릴 때부터 전기기기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만지는 것을 좋아해 야간기술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가 베라 엑가재단의 실습생이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18세. 베라 엑가제단은 전기기구와 큰 규모의 전기기계를 만들고 있었는데 페르디난트는 이곳에서 6년간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25세 때, 그는 자신이 설계한 `로나 포르쉐`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고 속도기록에 도전했다. 이 차는 당시로는 혁신적인 전기자동차였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도 출품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1906년 31세 때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스트로 다임러사에 기술부장으로 초빙되었다. 여기서 1.1ℓ의 소형차 삿샤, 5.7ℓ급의 프린츠 하인리히 트라이알 등을 설계했고 이것들을 몰고 직접 자동차경주에 출전했다. 다임러사 등에서 차 설계하다 30년에 독립 히틀러 요청으로 국민차 만들어 감금되기도 그후 그는 독일로 가서 다임러사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1926년 벤츠사와 합병해 다임러-벤츠사가 되었는데,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여기서도 여러 가지 작품을 남겼고 비엔나대학은 그의 공을 인정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페르디난트에게 이것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큰 영예였다. 다시 슈타이아사로 이적한 그는 여기서 아주 색다른 구조의 차들을 설계하다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 1930년 12월 1일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슈투트가르트에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연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포르쉐사의 전신으로 당시 직원 중에는 아우스트로 다임러사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칼 라베, 차체 디자이너 엘빈 코멘더가 있었고, 젊어서부터 자동차 설계에 재능을 보였던 그의 21살짜리 아들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포르쉐―애칭을 페리라고 불렀다―도 있었다. 이들은 2차대전 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포르쉐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1933년 1월, 나치 독일의 총통이란 권좌에 앉아 있던 아돌프 히틀러는 `1천 마르크 이하로 살 수 있는 국민차`를 개발해 달라고 포르쉐에 의뢰했다. 포르쉐는 기꺼이 이 요청에 응했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차가 훗날 폴크스바겐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생산차다.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는 화근이 되었다. 독일이 패하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국민차 개발이란 명목으로 히틀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감금당했다.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고자 아들인 페리가 이태리의 치시탈리아사를 위해 그랑프리 경주차를 설계해준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수평대향 12기통 1.5ℓ 엔진을 얹은 이 머신은 치시탈리아의 재정난 때문에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혁신적인 설계의 그랑프리카로 잘 알려져 있다. 부친을 보석으로 빼낸 아들은 점차 아버지를 대신해 포르쉐사를 경영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페리는 1948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인 그뮌트에서 최초로 자신이 설계한 차 포르쉐356을 탄생시켰다. 이 차는 2차대전 때 썼던 군용 폴크스바겐의 부품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인데 엔진을 차체 중심에 달았다. 폴크스바겐과 계약을 맺은 페리는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특허값을 받는 대신 다른 회사를 위해 이같은 대중차의 설계를 일체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페리는 이 차의 부품을 써서 스포츠카도 만들었다. 차체 뒤쪽에 엔진을 얹는 356 스포츠카는 1948년 겨울에 양산되었는데, 알루미늄 차체를 가진 50대가 만들어져 판매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포르쉐는 1950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로 공장을 옮겨 1952년 1월 30일 356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76세의 생애를 마감했다. 그가 죽기 직전에 포르쉐사는 356으로 처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356의 외형은 오늘날까지 거의 40년간이나 이어지고 있다. 55년 10월 이후 대폭 개량되어 356A가 되었고 다시 59년부터 356B로 진화했다. 엔진은 배기량 1천600cc 한 가지에 최대출력 60, 75, 90마력이 나오는 세 종류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많은 레플리카가 만들어지고 있다. 포르쉐 집안의 전통과 사상 3대째 이어지고 911과 928, 944를 중심으로 라인업 갖춰 페리의 장남인 알렉산더―애칭은 부치―도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가 되어 포르쉐904, 911, 914 등의 차체를 디자인했고 지금은 포르쉐 디자인사를 창설해 독립된 디자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현재 폴크스바겐/아우디 그룹 회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포르쉐 일가는 직접적인 경영에는 손을 떼고 이사회에만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3대에 이르는 집안의 전통과 사상은 충실하게 계승되어 왔다. 포르쉐의 라인업은 911계와 928 및 944의 흐름을 가진 세 기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함인 911은 초기모델부터 최신형까지 외형은 물론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악착같이 고수하고 있다. 실내도 앞 스크린의 각도와 크기, 대시보드의 조형, 각종 계기의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911의 특징이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911을 10년 전에 타보고 지난해에도 탔는데 드라이빙 느낌, 특히 가속 때의 인상이 똑같았다. 가속판을 밟으면 `팍`하며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을 덮치는 순간처럼 축적했던 힘을 한꺼번에 해방시키는 기분으로 가속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차의 매력이다. 엔진도 이른바 `포르쉐 사운드(노트)`라는 특유의 금속성 소리를 내는데, 포르쉐 매니아들은 그 소리에 영원히 사로잡히는 것 같다. 928은 911계의 후계차로서 77년에 등장한 새 세대 포르쉐다. 조정성, 안전성과 승차감의 세 요소를 철저히 조사해 만든 모델로 V형 수냉식 8기통 엔진을 앞에 놓고 뒷바퀴를 굴린다(FR). 결과적으로는 재규어 XJ-S, 애스턴마틴 V8, 벤츠 500SEC 등 라이벌과 엇비슷한 그랜드 투어링카 같이 되고 말아 포르쉐의 순수한 맛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연약해진 차라 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생산을 마쳤다. 차체 모양도 `순종 포르쉐`답지 않은 것이 탈이었다. 1964년에 등장한 911과 그 발전형은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1억 원이 넘는 차라 보통사람들의 손은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포르쉐 입문차`로 만들어진, 911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 팔릴 모델이 등장했는데 바로 81년에 나온 944다. FR인 포르쉐944는 `반값의 순종 포르쉐`를 표방하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한 뒤 1992년 968이라는 후계모델이 나올 때까지 10년간 생산된 차다. 나는 포르쉐 모델 중 이 944만은 타보지 못했다. 독일 포르쉐연구소에 갔을 때나 국내에서나 최신모델만 타게 되니 81∼91년에 만들어진 944를 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생활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양에 있는 한 중고차시장에 88년형 944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 말 않고 안양으로 달려가 보기로 했다. 확실히 944는 그곳에 있었다. 겉모양은 거의 새차다. 미국서 페인트를 수입해 보디를 새로 칠했다고 하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크림슨 레이크(crimson lake) 색으로 칠한 944는 수냉식 직렬 4기통 OHC 엔진을 얹은 터보형 모델이었다. 2천479cc 배기량에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3.6kg·m를 내고 새차인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6.3초에 끝낸다고 한다. 무게가 1천350kg으로 이런 종류의 스포츠카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강력한 토크 덕분에 다른 차가 감히 못 쫓아오는 힘을 갖고 최고시속이 245km까지 나온다. 911에 비하면 상대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는 갖춘 셈이다. 더구나 이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총알같이 달리는 차임에 틀림없다. 여름 햇살을 맞은 944의 실내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내장이 모두 검은색이어서 분위기도 어두웠다. 그러나 944를 한국에서 보았다는 감격 때문에 나는 서슴치 않고 더운 실내로 들어가 앉았다. 스티어링 휠이 포르쉐의 독특한 모습 그대로이고 10년 이상 된 모델이지만 내부도 제법 깨끗했다. 나는 944를 안양에서 인천 쪽으로 끌고 갔다. 경인고속도로는 평일에도 제법 차가 많은 편이지만 기동성과 가속성능을 시험해 보기에는 알맞은 코스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판을 밟아보니 역시 새차를 몰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우선 rpm이 올라가는 데 따르는 가속감에서 힘부족이 느껴진다. 가속판을 밟은 뒤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르쉐인지라 시간차만 약간 길 뿐 출력은 `액면 그대로` 나왔다. 중고차라 가속감 더디지만 출력은 충분해 시속 120km에서 터보 터지며 빠르게 가속 이 944도 포르쉐 특유의 금속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차들을 이리저리 추월해 보았다. 추월할 때 가속판을 힘껏 밟은 발바닥에 느껴지는 반응과 손으로 전해지는 스티어링 휠 감각의 일치감은 역시 포르쉐다웠다. 타이어도 땅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다. 직진성은 최고다. 터보 엔진을 단 시승차는 시속 120km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속판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시차 끝에 `붕∼` 하니 터보가 터지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시속 140, 160, 180km가 그야말로 직선적으로 가속된다. 바로 이 맛 때문에 포르쉐에 한 번 미치면 일생 동안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회전기능은 아직도 새차 그대로다. 인천 송도 로터리에서 다른 차들을 제끼면서 여러 번 커브를 돌아 봤는데 서스펜션의 안정감은 새차와 다름이 없었고 운전자의 중심을 잘 유지시켜 주었다. 좌석도 여유 있고 편안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냉방장치다. 냉방장치가 어떻게 세팅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속도가 늘어남에 따라 실내온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시속 180km에 이르면 거의 냉방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하기야 고속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치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다. 이 정도의 작은 차라면 브레이크를 밟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 944는 한 번 멈추려면 발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가 마모된 것 같은 인상이다. 왜냐면 힘껏 밟아도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10년 노장인 포르쉐944를 타보았다. 이 차는 약간 정비만 하면 한국의 유일한 944로 오랫동안 포르쉐의 진면목을 만끽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승차 협조:중앙자동차 ☎ 011-228-5295 *
64년형 벤츠 220S 화려한 클래식카의 추억 1999-08-29
1959년은 자동차의 황금기였다. 이때는 내가 좋아하는 차가 많았다. 영국에서는 군침 흐르는 재규어 Mk II가 거리를 누볐다. 59년은 미니가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우주선 같은 시트로엥 DS19가 미래를 알렸다. 미국에서는 캐딜락 엘도라도가 하늘 높이 꽁지날개를 폈다. 오늘의 시승차 벤츠 220S는 그때 독일의 자존심을 알린 차였다. 독일차만의 품질로 최고급차의 위치를 다지던 때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독일은 빠른 경제회복을 이루고 있었다. 벤츠는 마샬 플랜의 주요한 수혜자였다. 50년대 말에는 구매력이 살아나 자동차에 수요가 커졌다. 테일핀 스타일의 벤츠로 유명해 직렬 6기통 124마력 엔진 얹어 품질 좋은 차 벤츠는 독일의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100명이 사면 95명이 다음에도 벤츠를 골랐다. 어떤 이는 벤츠를 산 뒤 아우토반을 60마일 달린 후에야 아내를 태우지 않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벤츠의 인기를 알리는 상징적인 농담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세계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는 얼마간 전쟁 전의 모델을 만들었다. 벤츠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쟁 후 금형이 남아 있던 170시리즈를 만들었다. 그후 여유를 갖게 되자 처음 만든 모델이 모노코크 보디의 180시리즈다. 59년 180시리즈의 둥근 보디에서 탈피해 각진 보디로 새로운 시대를 알린 것이 W111 보디의 오늘 시승차 220S이다. 어째 표현이 요즘 듣는 얘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 220S는 완전히 새로운 보디로 펜더가 둥근 30~40년대 스타일과 차별되는 밋밋한 측면을 내세웠다. 50년대 미국 자동차 디자인을 휩쓴 테일핀을 가진 벤츠로 유명했다. 오늘의 S시리즈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모델이다. 220은 같은 보디로 나중에 4기통의 190시리즈가 만들어지고, 크롬치장이 화려한 300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엔진과 러닝기어는 구형 220시리즈에 쓰던 것을 손질했다. 220S는 트윈 카뷰레터를 써서 124마력을 내고, 220 SE는 연료분사장치를 얹어 약 135마력을 낸다. S는 "수퍼"를, E는 연료분사를 뜻한다. 이때 벤츠의 모델 넘버는 앞의 숫자가 배기량을 뜻하고 뒤의 영어 이니셜은 뜻이 여러 가지다. 연도별 모델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 벤츠 부품을 청구할 때는 섀시 넘버를 쓰게 했다. 62년형부터 앞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다. 59년부터 65년까지 생산된 220S 중 오늘 시승한 차는 64년형이다. 시승차의 밝은 살색은 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컬러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때 르망이 이 색을 칠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 차는 몇 년 전 국내에 머물던 미국인의 것을 인수받았다. 우리 나라에서 버텨온 차가 아니라 미국에서 들여온 클래식카다. 어릴 적 본 듯한 이 차는 오래된 차라는 감각에 혼동이 생기게 한다. 35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70년대의 벤츠와 크게 차이나지 않아 언제나 벤츠는 그 모습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동그란 헤드램프가 위아래로 달린 것은 미국 수출형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법은 동그란 헤드램프만을 허용했다. 원래 독일차는 전체를 한 장의 타원형 유리로 덮는 개성적인 모습이었다. 벤츠만의 그릴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랑이다. 요즘 벤츠에 비교하면 훨씬 위아래로 크고 긴 모양이 공기저항을 염려하기보다는 권위를 내세웠다. 프론트 그릴이 보네트에 달린 차는 당시의 벤츠밖에 없을 것이다. 악어 입이라 불리던 보네트는 그후 세계의 모든 고급차들이 베꼈다. 그 결과 요즘은 소형차도 보네트에 그릴을 달고 있다. 라디에이터 캡 모양 위의 세 꼭지 별 벤츠 마크가 화려하다. 자랑스러운 세 꼭지 별은 휠 커버를 비롯해 얼른 눈에 띄는 것만도 8개나 된다. 보네트를 열면 정비가 쉬워 보이는 엔진룸이 반갑게 나타난다. 듀얼 카뷰레터는 6기통 엔진의 파워를 예감하게 한다. 보네트의 굴곡은 보네트와 펜더가 합쳐지는 모양으로 40년대 형태와의 이별을 고한다. 옆면이 밋밋한 차는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철판이 유난히 두터워 보이는 것도 벤츠만의 숨은 비결이다. 어릴 적 기억에 유난히 단단해 보이던 벤츠는 잔잔한 충격이었다. 두 겹의 범퍼가 단단한 감각을 더한다. 펜더 끝이 아니라 중간에 달린 백미러는 현실적이다. 앞창 모서리가 굴곡진 덕분에 가능한 위치였다. 옆창이 각진 것은 전체적인 인상을 날카롭게 한다. 넘치지 않지만 적지도 않은 크롬장식이 화려하다. 벤츠에 날개가 달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인지 220S는 "핀테일"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미국차를 닮았다는 사실이 독일차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W111(W110과 W112 포함)의 수명은 길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시승차는 더욱 귀한 존재다. 바퀴구멍의 곡선도 50년대 미국차의 라인을 따른다. 앞뒤 유리가 랩어라운드인 것이나, 뒤 번호판 뒤로 숨어 있는 연료주입구도 미국풍이다. 도어의 여닫힘이 벤츠 아니면 안될 감각이다. 어쩌면 요즘 벤츠보다 이 시절 차의 감각이 더 뚜렷했는지 모른다. 도어핸들의 자물쇠 뭉치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오차를 허용할 수 없는 설계다. 자동 4단의 칼럼식 기어 달아 조금 무겁지만 여유롭게 달려 220S의 실내는 낯설지만 곧 익숙해진다. 향수를 달래는 분위기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멀리 나간 앞유리가 시원하다. 앞 유리창을 휘감는 나무장식은 통나무로 만들었다. 검은색 대시보드 비닐과 어울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이룬다. 당시에는 대시보드를 덮은 비닐조차 사치였다. 손으로 빙빙 돌리는 삼각창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수직으로 선 속도계가 낯설다. 커다란 흰색 스티어링 휠은 안으로 크롬 링을 달아 옛 향기가 넘친다. 가는 림의 감촉이 너무 좋다. 벤츠는 스티어링 휠 지름이 큰 것으로 유명했다. 왜 그런가 하는 질문에 단순히 계기판을 보기 쉽도록 했다는 대답이었다. 2개의 링 사이로 계기판을 보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롬, 크롬, 크롬이 넘친다. 번쩍이는 장식이 화려한 클래식카다. 글로브 박스 위 크롬선이 50년대 다이너스 식당 테이블 장식을 떠올리게 한다. 헤드램프를 비롯해 와이퍼, 초크, 라이터가 모두 같은 모양의 스위치로 되었다. 네모난 아날로그 시계가 잘 어울린다. 워셔액과 상·하향등 조절은 바닥의 버튼으로 한다. 주차 브레이크는 케이블식이다. 클래식카에 복고풍은 당연하다. 비상등이 없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도어의 삼각창이나 윈도는 모두 수동식이다. 이 차에 전자식 편의장비는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달리는 데 필요한 기본장비만 있어 마음이 편하다. 전자장비가 아닌 기계적인 구성만으로 좋은 차를 만들던 시대였다. 가볍게 움직이는 수동식 윈도의 부드러움에서 벤츠의 저력이 느껴진다. 시트쿠션 아래에는 스프링을 달아 푸근한 기분이 그만이다. 배만 잠그는 시트벨트도 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벤츠는 오래 전부터 안전에 남달랐다. 이미 51년에 충돌 때 엔진이 밑으로 밀려나게 해 승객의 부상을 막고 53년에는 크럼플 존을 만들었다. 59년 안전벨트를 최초로 단 차도 벤츠다. 뒷자리는 시트쿠션이 높아 앉는 자세가 편하다. 헤드 레스트가 없는 앞자리 너머로 시야가 탁 트였다. 헤드룸과 무릎공간도 고급차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쏘나타에 견줄 만하다. 시동을 거는 손에 가벼운 전율이 느껴진다. 99년에 몰아보는 64년 차가 흥분을 일으킨다. 이래서 클래식카를 즐길 것이다. 엔진은 금방 걸리고, 에어컨은 상당히 센 바람을 불어댄다. 가운데로 모인 와이퍼는 요즘 미니밴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굴곡진 보네트의 개성과 세 꼭지별의 위풍이 당당하다. 트랜스미션은 자동 4단이다. 당시 미국차에는 자동 2단 기어가 많았으니 역시 벤츠는 그때도 남달랐다. 칼럼식 시프트 레버는 게이트식으로 움직여 처음에는 조작이 쉽지 않다. 레버를 당기고 밀며 굴곡진 길을 따라 오르내려야 한다. 조금 무거운 듯 하지만 220S는 여유롭게 달린다. 차는 손에 익을수록 속도를 더한다. 상아를 닮은 하얗고 커다란 스티어링 휠은 아주 매력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220S에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당시 모노코크 보디나 독립식 서스펜션은 흔치 않았다. 어릴 적에는 튼튼한 벤츠가 프레임도 없는 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었다. 이 차는 덩치가 크지만 한때 유럽과 아프리카 랠리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62년 유러피언 랠리 챔피언이다. 랠리에서 얻은 노하우로 리어 액슬(스윙 액슬) 가운데에 수평으로 스프링을 달아 코너링 성능을 좋게 했다. 문득 본지에 몇 해 전 벤츠 시승기를 썼던 가수 김창완씨의 추억이 생각난다. 어릴 때 벤츠를 얻어 탄 그는 승차감의 극치를 느껴보기 위해 목의 힘을 완전히 빼고 머리를 덜렁이던 경험을 얘기했다. 벤츠가 출발하고 정지할 때 얼마나 목이 흔들리나 실험해 본 것이다. 그와 나의 나이가 같다면 그때 그 차는 220S임에 틀림없다. 59년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련한 분위기가 좋았던 드라마 "은실이"의 장낙도 사장 차도 이 차였다. 시승차와 달리 헤드램프가 한 개였으니 아마 190이나 200 모델이었을 것이다. 벤츠를 시승하면서 은실이를 생각하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2000년형 닛산 맥시마 GLE 최신 보디와 높은 성능.. 1999-08-29
​​2000년형 닛산 맥시마 GLE 최신 보디와 높은 성능, 합리적인 값으로 무장한 미드사이즈 세단​​​지난 6월 말, 머큐리 컨티넨탈 LS를 시승하기 위해 알아보다가 `사우전 옥스 오토몰`의 미스터 윤으로부터 2000년형 닛산 맥시마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우전 옥스 오토몰은 LA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64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1년에 세 번쯤 내게 시승차를 제공해 준다. 전화를 받은 나는 1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막바로 달려갔다.  2000년형 맥시마의 출현은 기습적이었다. 올 1월에 열린 디트로이트와 LA 모터쇼에도 99년형 맥시마가 소개되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았겠는가. 전시장에 가서 물어보니 2000년형 모델은 시카고 오토쇼에서 단 한 차례 선을 보였다고 한다. 맥시마는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미국시장에 내놓고 있는 6종의 모델 라인업 가운데 가장 윗급에 속하는 차다(닛산은 승용차 알티마와 센트라, SUV 패스파인더, 미니밴 퀘스트, 픽업트럭 프론티어를 내놓았다). 차 이름에 `승용차로서 최상을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듯이, 맥시마는 1980년 데뷔한 후 20년 가까이 동급차 중 우수한 성능과 가치로 인정받아왔다. 경쟁차로는 혼다 어코드, 도요다 캠리,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이 꼽힌다. 참신한 외관에 성능 높이고 값도 합리적 넓고 안락한 실내에 고급 편의장비 갖춰 2000년형 맥시마는 99년형에 비해 성능이 30% 정도 높아졌고 외관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엔진 배기량은 3.0ℓ로 예전과 같지만 최고출력이 190에서 222마력으로 32마력 높아졌고, 최대토크도 14.5에서 30.0kg·m로 크게 향상되었다. 디자인에서는 차체크기를 키우고 미끈한 `볼드 스타일`(bold style)로 세련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   값도 합리적인 편이다. 기본형인 GXE와 앞뒤 스포일러를 강조해 스포티한 맛을 주는 SE, 최고급형인 GLE 세 가지가 나오는데, 시승차인 GLE는 2만6천 달러(약 3천100만 원)다. 미국에서는 차값이 3만6천 달러를 넘으면 럭셔리카로 구분해 별도의 세금을 물리는데, 맥시마는 승용차가 가질 수 있는 고급성을 극대화한 럭셔리 세단이면서 값이 싸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새 맥시마의 디자인은 LA 남서쪽 가디나시에 있는 `닛산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NDI, Nissan Design International)에서 맡았다. 무난한 4도어 세단 스타일로 차체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천839×1천786×1천435mm. 99년형보다 약간 커졌고 덕분에 휠베이스(2천751mm)도 5cm 늘어났다. 볼드 스타일을 지향했다고는 하지만 곡선을 절제하면서 군데군데 액센트를 줘 개성을 살렸다. ​   앞은 긴 헤드램프와 가로줄이 들어간 그릴, 범퍼 양 끝에 박힌 원형 안개등이 어울려 야무지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준다. 옆모습은 펜더의 가는 곡선과 짧은 오버행 때문에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감싼 트렁크 리드의 곡선 처리가 신선하다. 또한 도어 중앙에 굵직한 몰딩을 대 좁은 공간에서 옆차에 부딪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 ​​​ ​실내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안락하다. 특히 앞좌석 레그룸이 스포츠카처럼 깊숙해 발을 뻗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 고급형인 시승차는 천연가죽 시트를 기본으로 달았는데 운전석은 8방향, 조수석은 4방향으로 자동조절된다. 스티어링 휠과 시프트 레버, 도어 트림도 가죽으로 씌웠다. ​ 계기판은 중앙에 2개의 큰 원을 만들어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넣고 양쪽 가장자리에 연료계와 수온계를 곁들인 형태다. 단순하지만 운전자의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디자인으로 계기의 빛깔도 낮에는 검정색이다가 밤에는 흰색으로 바뀐다. 시계는 디지털 타입으로 대시보드 중앙에 유리창과 가깝게 배치해 뒷좌석 승객도 보기 좋도록 했다. 센터 페시아와 앞뒤 도어트림은 우드 그레인으로 장식했다. 보스제품인 오디오는 AM/FM 라디오와 카세트, CD를 원터치로 선택할 수 있고 200W 출력에 7방향 스피커가 기본이다. 오디오 밑에는 자동온도 조절장치가 달렸고 시프트 게이트에 크롬빛깔을 칠해 고급스럽다. 센터 페시아의 각도를 앞으로 기울여 운전자가 쓰기 편하게 하고 시프트 레버의 길이를 줄여 변속이 정확하게 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 콘솔은 수납공간도 넓고 암레스트의 높낮이를 2단으로 조절할 수 있어 쓰기 편하다.   V6 3.0ℓ 222마력 엔진으로 통쾌한 가속 코너에서의 몸놀림과 제동성능도 뛰어나 V6 3.0ℓ급으로 222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지닌 맥시마는 가속력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서 급출발할 때 마치 스포츠카를 탄 것 같은 쾌속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실제로도 0→시속 60마일(약 96km)을 6.7초에 돌파할 만큼 빠르다. 맥시마의 3.0ℓ 엔진은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를 썼고, V형 6기통에 각 실린더마다 DOHC 4밸브를 배치했다.     시승은 먼저 사우전 옥스에 있는 조용한 전원주택가의 비탈길을 몇 차례 오르내리면서 했다. 작은 언덕을 낀 고갯길을 급커브로 지날 때는 타이어가 맹수의 발톱처럼 도로에 쫙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좀더 밟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국도로 접어들었지만 본선으로 합류할 때의 가속이 너무 쉽고 짧게 이루어져 이내 싱거워졌다. 한 번 가속력이 붙은 차는 곧바로 시속 70마일을 넘어 75, 80, 100마일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그러면서도 윈드실드의 바람소리나 엔진소음이 실내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제원을 살펴보니 이 차는 아이들링 상태의 실내소음이 43dBA로 현대 쏘나타 GLS V6의 44dBA와 비슷해 조용한 편에 속했다. 한편 앞 스트럿과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단 맥시마는 코너링과 급차선 변경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등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브레이크는 네 바퀴 모두 디스크 방식에 ABS를 기본으로 달아 예민하면서도 정확한 제동력을 자랑한다. 연비는 시가지 8.5, 고속도로 11.9km/ℓ로 적당한 수준이다. 잠깐 타는 동안 정이 들었는지 시승을 마치기가 못내 아쉬웠다. 필자의 시간과 시승차의 사정만 허락된다면 내친김에 고속도로를 타고 이 차와 단 둘이서 장거리 여행에라도 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에서 미드사이즈 럭셔리카인 맥시마는 한국에 수입된다면 중대형으로 구분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급의 승용차 가운데 성능과 기능에 비해 값이 합리적인, 몇 안되는 차로 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무지면서도 단정하고, 현대적인 감각에 스포티한 멋까지 겸비한 맥시마는 누가 타도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 또한 장점이다. 사실 그동안 맥시마는 진부한 디자인과 고급감이 떨어지는 인테리어 때문에 좋은 차면서도 미국에서 그리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지만 새로 나온 2000년형 맥시마를 타보면, 닛산이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자세로 이 차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MCC 스마트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 벤츠가 개발한 .. 1999-08-29
​MCC 스마트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벤츠가 개발한 초미니카​​독일의 벤츠 하면 커다란 고급차가 떠올라 보통사람들은 `구름 위의 차` 같은 위압감을 받게 된다. 사실 그런 분위기 맛에 벤츠는 누구나 한 번쯤 소유해 보고 싶어하는 차가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불황에 21세기는 소형차와 경차가 이끌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벤츠도 하는 수 없이 지난해에 A클래스를 내놓았다. A클래스는 <자동차생활>에도 여러 번 소개된 바와 같이 우리 나라의 현대 아토스급 차다. 하지만 길이 3천537mm에 배기량이 1천600cc나 되니 아토스의 800cc에 비하면 두 배나 된다. 최고출력도 102마력으로 아토스의 51마력에 비해 2배이고, 무게는 1천30kg으로 아토스의 800kg보다 230kg이 더 무겁다. 벤츠 A클래스는 발매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의 어떤 시험과정에서 옆으로 잘 넘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우리 나라에는 수입이 아주 늦어졌다. 값도 만만치 않아 한국에 들어오면 3천만 원 정도는 될 것이라 해서 시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난감 같은 구조에 장난기 넘쳐 특징적인 팁트로닉식 AT 갖춰 그런데 벤츠는 한 수 더 떴다. 작년에 제네바 모터쇼에 엄청나게 작은 차를 선보였고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양산체제에 들어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벤츠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스워치(Swatch)라는 시계 메이커인 SMH와 공동으로 설립한 자동차 제조회사 MCC사(지금은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로 하여금 이 차를 만들게 했는데 디자인은 SMH에서 하고 자동차로서의 기본부분은 벤츠가 만들어 98년 가을에 유럽에서 데뷔시켰다. ​​​마치 장난감세계에서 온 것 같은 구조와 색상이 길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특히 실내의 여러 장치는 장난기가 넘쳐 흐르는 데다 무엇보다도 크기가 상상을 초월하게 작다. 게나 개구리 눈 같이 툭 튀어나온 두 개의 타코미터와 시계는 애교가 있고 바로 그 밑에 달린 통풍구과 라디오도 어느 장난감을 떼어다 붙여놓은 것 같은 인상이다. ​​ ​뒷좌석은 없고 앞좌석 두 개만(2인승) 놨으니까 차 전체의 길이가 A클래스보다 1m 이상 짧고 아토스나 마티즈보다도 1m 가량 짧다. 그러나 두 개의 좌석은 엄청난 호화판이다. 특히 등받이는 땀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망사포로 덮혀 있고 그 포지 뒤에는 큰 공간이 있어 통풍구와 쿠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운전석 앞은 속도계가 반원 모양으로 아주 크게 차지하고 있는데 최고속의 눈금은 시속 140km까지 적혀 있다. 그리고 속도 표시눈금이 적혀 있는 바로 밑의 중심에 연료, 변속표시, 달린 거리와 수온계 등이 한 자리에 사각형으로 모여 있는 액정반이 자리잡고 있다. 이 차의 특징은 트랜스미션이다. AT식의 변속기가 달려 있지만 보통 AT차와는 달리 P, R, N, D, 3, 2식이 아니라 이른바 팁트로닉식으로 변속 레버를 앞으로 한 번 툭 치면 1단, 한 번 더 치면 2단, 다시 한 번 치면 3단식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뒤로 돌려서 치면 후진이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하기 쉽다. 그리고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키는 이 팁트로닉 변속레버 뒤에 달려 있다. ​​​​​나는 이 차를 일본에서 지난달에 시승했다. 일본 수도인 동경에서부터 항구도시인 요꼬하마까지 하루 종일 끌고 다녔다. 앞에서 말한대로 이 차의 길이는 2.5m다. 이런 길이게 어떻게 자동차의 기능을 모두 얹었을까. 우선 3.45m의 앞바퀴굴림 소형차를 가상하고 뒷좌석(67cm)을 깎아냈다. 앞좌석의 높이를 올려 휠베이스를 15cm 줄이고 엔진을 앞 대신 뒤에 얹고 연료탱크를 차의 마루 밑에 놓고 보니 원하는 2.5m 길이가 되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벤츠의 안전기준에 합격하기 위해 개발한 트리디온(Tridion)이라는 이름의 강철로 만든 가대를 썼다. 샌드위치 구조를 가진 판 위에 만든 트리디온은 앞부분에 크러시 박스(crush box)라는 완충부가 만들어져 있다. 시속 15km 정도의 속도로 충돌할 때면 이 부분이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한다. 그리고 승객으로부터 50cm 정도의 위치에 있는 리어엔드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구조물이 있어 뒤로부터 받는 충격을 흡수한다. ​브레이크 페달 바닥에서 튀어나와 추월 때 답답하지만 안전성은 좋아 노랑색 차체는 100% 재사용할 수 있는 수지로 되어 있다. 고객이 취향에 따라 흰색, 붉은색 또는 검은색을 고를 수 있는데, 앞과 옆에서 시속 15km 정도로 치고드는 충격을 받아도 다시 원형으로 복원되는 신축성이 있다. 이 차에는 지나치게 커 보이는 15인치 타이어가 그야말로 차의 네 모퉁이에 달려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앞타이어는 135/65R 15, 뒷타이어는 155/60R 15로 서로 사이즈가 다르다. 타이어를 덮는 펜더가 길이 2.5m인 미니카에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고 있다. ​좌석이 약간 높고 도어가 커서 타고 내리기는 참으로 편리하다. 좁은 장소에 주차했을 때는 도어가 너무나 커서 여는데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벤츠 맛이 난다. 실내외 어느 장치를 봐도 하나 하나 정성껏 만들어져 있어 이른바 싸구려 같은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벤츠 C클래스의 부품보다도 고급스러워서 감탄하게 된다. 스티어링 휠 속에 마치 빵 하나가 박혀 있는 것 같은 에어백이 애교 있어 보인다. 조수석 에어백은 사각형으로 윈도 패널 아래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것도 하나의 멋으로 보인다. ​ ​​또 하나의 특징은 브레이크 페달이다. 보통의 브레이크 페달은 위에 매달린 형상인데 이 차의 것은 오르갠식으로 밑 마루에서부터 위로 튀어나와 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각이 든든해서 좋았다. ​​​​이 차는 꼬마차지만 풍부한 표준장비가 마련되어 있어 카센터에 가서 무엇인가를 추가로 달 필요가 없다. ABS뿐만 아니라 사이드 에어백도 달려 있고 파워 윈도, 원격조정을 할 수 있는 집중식 도어록, 유리 루프 등의 쾌적장비까지 표준장비로 되어 있으니 말이다. ​운전석은 앞 패널 디자인이 교묘하게 되어 있고 뒷좌석이 없으므로 앞공간이 넓어 차안에 앉으면 다른 큰 차들보다 더 여유가 있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차의 운전대를 잡고 뒤를 보면 처음에는 깜짝 놀란다. 앞과 옆은 이렇게도 여유가 많은데 바로 뒷면 50cm 떨어진 곳에 뒷창문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때 비로소 `아이구, 나는 꼬마차를 타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뒷창문 바로 아래 짐을 실을 공간이 있는데 용량이 150l나 된다. 골프백을 두 개나 넣을 수 있는 크기여서 이 차가 외형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짐칸 밑바닥에 엔진룸이 있다. 참으로 너무나도 잘 정돈된 차라 아니할 수 없다. ​​​​자 출발이다. 복잡한 고속도로를 타고 요꼬하마로 향했다. 최고시속 135km로는 불편하지 않게 추월할 수 있었지만 역시 45마력의 힘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국산차인 아토스나 마티즈가 7~10마력 정도 우세하니 고속도로에서는 국산 경차가 오히려 추월하기는 쉬울 것 같다. 스마트와 마티즈의 엔진출력 45마력과 52마력의 7마력 차이가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 나를 밀어주는 인상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스마트가 밤낮 고속도로에서 추월만 하면서 다녀야 할까? 안전성과 접지감각이 마티즈보다 우수하니 좀 답답하지만 여성용으로는 오히려 더욱 안심하고 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욱이 파워를 보완한 55마력 엔진을 얹은 차도 나왔다. 배기량 600cc인 이 엔진은 0 -> 시속 60km 가속을 6.5초만에 해낸다고 한다. 시내운전에서 택시 기사와 맞대결할 만한 가속력을 가진 차라 할 수 있다. 스마트의 무게가 680kg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다. ​서스펜션 딱딱하고 피칭 거세 회전반경 커서 U턴할 때 불편 딱딱한 서스펜션은 산길에서나 꼬불꼬불한 도로를 탈 때 운전자에게 확실한 안정감을 안겨준다. 다시 말해 코너링이 너무나도 우수한 차다. 또 한번 스피드가 붙으면 시속 100~120km에서의 주행감각이 정말로 쾌적하다. 방음장치도 우수하다. 시속 100km 부근에서 너무도 조용해 고급차와 맞먹는 정숙함을 느낄 수 있다. 요꼬하마로 들어오니 해변의 호텔과 놀이터가 있는 곳을 연결한 순환도로가 길게 뻗어 있다. 이 도로를 몇 번이나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순발력은 나의 성미에 차지 않았다. 내가 시승했던 차들의 거의 모두 수퍼카 아니면 대형 수입차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꼬마차에게 그러한 성능을 기대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딱딱하게 설정된 서스펜션은 결코 일반 드라이브에서 안락한 승차감을 기대하기는 힘들겠다. ​​​​​이 차는 독일 사람에게 걸맞는 실용성 위주의 시티 커뮤터로 설계된 것이니 평탄한 도로에서는 괜찮겠지만 노면이 거친 도로에서는 엉덩이가 좀 아플 것으로 보인다. 길이가 2.5m밖에 되지 않으니 제아무리 휠베이스를 길게 잡는다 해도 절대수치가 짧아 피칭이 거세다. 게다가 눈길 드라이브 시험에서 뒤집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약간은 걱정도 된다. 다시 말해 시중운전 위주로 만들었다는 이 차는 시중운전에서는 그리 안락한 기분을 맛볼 수 없고 오히려 고속도로 주행에서 스마트한 진가가 나타난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는 말이다. 이곳저곳 서두르며 다닐 사람에게는 그리 적합하지가 않다. 어디까지나 점잖게 슬슬 몰아 보겠다는 여성이나 노인들에게 나는 이 차를 권하고 싶다. 여기 요꼬하마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 모두가 웃는 낯으로 손을 흔들어 주니 자기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청년들에게도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 차를 주차시키는 데는 너무나 작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다르다. 앞창 너머 차 노즈가 거의 없어 앞차와의 거리감각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보는 뒷시야가 좁은 것도 문제인 데다가 느린 속도의 미묘한 감각이 둔해 종렬주차를 하려고 두 차 사이에 끼어들 때 초보자라면 땀깨나 흘려야 한다. 또 회전반경은 4.25m나 되니 차 크기에 비하면 작은 수치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폭을 가진 도로라 해도 U턴 때 애를 먹을 수 있다. 장난감 같은 모습으로 자동차가 갖추어야 할 사항을 거의 다 갖춘 차지만 스마트는 21세기형 차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직은 한 가족이 가져야 할 유일의 차보다는 세컨드카로서의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한 뜻에서 스마트는 애교가 넘치는, 또 안정감 있는 화제의 차라고 할 수 있다.​​​
도요다 시에나 수수하지만 강한 힘이 넘친다 1999-07-29
도요다가 만든 본격 미니밴 시에나는 크라이슬러가 독점(크라이슬러 캐러밴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GM과 포드가 그 나머지를 양분하고 있다)하다시피 한 미국 미니밴시장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기모델이다. 미니밴시장에서 시에나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97년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프로토타입으로 선을 보인 시에나는 세단을 베이스 한 캡포워드 형태의 보디, 7인승에 앞바퀴굴림, 운전석쪽 뒷문의 슬라이딩 도어 등 정통 미니밴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갖췄다. 83년 등장한 크라이슬러 캐러밴이 제시한, 미니밴의 공식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겉모습은 크라이슬러 캐러밴 닮아 슬라이딩 도어 트랙 눈에 거슬려 도요다는 91년 데뷔한 뒷바퀴굴림 원박스카인 프레비아(일본명 에스티마) 대신 중형 세단 캠리의 섀시를 이용해 시에나를 만들었다. 제작과정에서 정통 미니밴의 기준에 따라 캐러밴의 스타일과 장점을 도입했다. 포드가 에어로스타를 버리고 캐러밴을 닮은 윈드스타를 내놓은 것과 같은 경로다. 캐러밴을 참조하다 보니 개성이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시에나는 97년에 7만5천 대가 팔렸다. 독주하는 크라이슬러(같은 해 57만여 대 판매)에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도요다가 미니밴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에는 충분한 반응이었다. 이후 캐러밴 군단(타운 앤드 컨트리, 다지 캐러밴, 플리머드 보이저), 포드 윈드스타와 경쟁하는 모델로 자리잡게 된다. 시승차는 미국에서 개인이 들여온 시에나 LE다. 시에나는 기본형 CE와 최고급형 XLE가 있고, LE는 그 중간급이다. 7인승에 V6 3.0ℓ 엔진과 메커니즘이 같고 편의장비에 따라 차급이 구분된다. CE는 운전석 뒤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갖춘 4도어고 LE는 2개의 슬라이딩 도어, XLE는 슬라이딩 도어가 전동식이란 점이 다르다. 시에나는 미국 켄터키주 조지아스톤 캠리 라인에서 만든다. 여기서 캠리의 형제차인 렉서스 ES300과 아발론, 그리고 왜건형 렉서스 RX300이 생산된다. 이 라인에서 나오는 차들은 V6 3.0ℓ DOHC 휘발유 엔진을 같이 쓰고, 4개의 캠샤프트에 24밸브인 V6는 흡배기 모양에 따라 출력이 조금씩 다르다. 시에나는 194마력으로 캠리보다 4마력 높고, 렉서스보다는 19∼29마력 낮다. 경쟁차인 캐러밴이나 윈드스타보다는 45마력 높다. 시에나는 캠리의 섀시를 248mm 늘려 길이×너비×높이가 4천910×1천860×1천710mm로 그랜드 캐러밴보다 길이 160mm, 휠베이스 130mm가 짧지만 엔진성능이 뛰어나 미국에서는 그랜드 캐러밴과 같은 급으로 친다. 전체적인 모습도 캐러밴과 비슷하다. 프론트 그릴에 도요다 엠블럼이 없다면 캐러밴으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유선형 보디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B필러 뒤쪽으로 기둥이 보이지 않게 두 장의 유리를 이어 붙인 옆모습도 깨끗하다. 그러나 슬라이딩 도어의 트랙홈이 현대 스타렉스나 포드 윈드스타처럼 보디 옆면으로 노출되어 눈에 거슬린다. 기아 카니발이나 캐러밴이 유리창과 보디 틈에 교묘히 트랙을 숨겨놓은 것과 비교된다. 전체적으로는 매끈한 선이 살아 있고, 차체가 낮아 포드 윈드스타처럼 부풀어 보이지 않고 수수하면서 단단해 보인다. 앞방향 시계 좋고 실내는 아늑해 뗄 수 있는 2, 3열 시트 활용성 커 앞바퀴굴림의 시에나는 차체가 낮아 올라타기 편한 차라는 생각이 든다. 차에 오를 때 승용차처럼 허리를 숙이거나 원박스카처럼 다리를 들 필요도 없이 가볍게 의자에 앉을 수 있다. 구동축이 하체 아래로 지나가는 뒷바퀴굴림차에서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다. 대시보드 위에 넓은 공간을 두는 캠포워드 스타일 때문에 운전석은 낮지만 전방 시야가 넓다. 대시보드의 폭이 줄면 앞유리창이 운전석쪽으로 밀려 들어오고 시야도 좁아진다. 실내는 플라스틱으로 감싸 부드러운 분위기다. 은은한 실내등은 아늑함을 더한다. 대시보드는 운전자가 보기 좋게 얼굴쪽으로 향해 있어 스위치를 조작하기가 쉽다. 천장에는 오버헤드 콘솔함이 있어 선글라스를 넣을 수 있다. 수동기어차가 없는 시에나는 기아 카렌스처럼 칼럼식 기어를 쓴다. 카렌스의 것보다 세련된 모양이고, 윈도 브러시 레버가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혼동할 염려도 없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조절 스위치와 크루즈 컨트롤러가 달려 이어 쓰기 편하다. 칼럼식 기어를 써 앞좌석의 레그룸이 넓어졌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 생겼다. 서류가방이나 쇼핑백을 두기에 적당할 듯하다. 운전석 시트 옆면에는 작은 그물망 수납함이 있어 작은 물건을 보관하기 편하다. 그물망 옆의 팝업식 컵홀더를 접으면 뒤쪽으로 이동하는데 불편이 없다. 시트는 편안하고 푹신하다. 앞좌석과 3열은 쿠션이 달린 캡틴형이고, 3명이 앉는 2열은 벤치형이다. 벤치시트는 앞으로 접으면 테이블이 된다. 승객석은 성인이 타도 레그룸과 헤드룸에 여유가 있어 넉넉하다. 2열 천장과 3열 양 옆에도 에어컨 송풍구를 달아 어느 자리에 앉아도 덥지 않게 했고, 3열 창문 아래에는 12V 파워잭이 있어 핸드폰 잭을 꽂거나 전자게임을 즐길 수 있다. 컵홀더와 병 수납함도 16개나 되어 뒷좌석 승객에 대한 꼼꼼한 배려가 돋보인다. 3열 뒤칸에도 골프백 2개 정도가 들어가는 화물공간이 있어 짐을 넣기도 넉넉하다. 시에나는 풀플랫이 안된다. 짐을 실을 때 시트를 접기보다는 아예 떼어내 버리는 미국인들의 습관에 맞춘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다. 3열을 떼면 5인승 밴이 되고, 2인승 화물밴으로 만들려면 2열 벤치시트까지 몽땅 들어내면 된다. 2열 벤치시트를 3열과 바꾸거나 옵션으로 캡틴형 시트를 달 수도 있다. 시트에 바퀴가 달려 자리를 옮기기는 어렵지 않지만 벤치형은 무게 13.5kg에 부피도 커 두 명이 힘을 합해야 한다. 직진 주행성과 가속성이 뛰어나고 코너에서 언더스티어와 롤링 일어나 도로에서 시에나는 부드러운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V6 엔진은 800~5천900rpm 사이를 매끈하게 오르내린다. 힘에 여유가 있고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조금 과장하면 대형 세단에 버금간다. 미니밴이지만 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주행성능은 실키 V6 엔진에서 나온다. 정숙성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도요다의 엔진은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돌아가고, 같은 배기량의 미니밴 중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로 캐러밴(170km)을 훌쩍 따돌리고 윈드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0→시속 100km 가속은 10초로 경쟁차보다 2∼3.5초 앞선다. 초기 가속은 좀 더디지만 3천500∼4천500rpm에 이르면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서스펜션은 안티 롤바로 보강한 스트럿형과 토션바가 달린 트레일링암형이다. 하체가 단단해 직진주행 때 불안감이 없다. 또한 노면의 잔진동을 모두 잡아내 안락한 승차감까지 보장한다. 그러나 코너링에서는 차체 앞부분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언더스티어와 차체가 흔들리는 롤링이 일어난다. 앞바퀴굴림 미니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반응이고, 과속으로 코너를 도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시에나는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이 길고, 차체 측면에 사이드 임팩트 바를 달아 안전성에 합격점수를 줄 만하다. 국제도로교통안전협의회(NHTSA)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도 최고점수인 별 다섯을 받았다. 여기에 ABS 센서와 함께 타이어 공기압 변화에 따른 휠 속도를 측정, 계기판에 알려주는 공기압 경고 시스템이 작은 불안감까지 없앤다. 시에나와의 한나절 열애는 끝났다. 매끄러운 모습에 반하고, 안락한 승차감에 빠진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편안하고 안락하다가 가속할 때는 본성을 드러내며 운전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는, 친구 같고 애인 같은 모습이 세단 같은 정통 미니밴 시에나의 성공비결인 듯하다.
벤츠 뉴 S500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1999-07-29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벤츠 뉴 S500 ​​​ ​​돈도 없는 처지에 벤츠에 집착하며 살아온 나의 반평생은 미국 유학시절 1957년형 벤츠를 본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무렵이 내게는 하루의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던 시절이었는데도 검은색의 위풍 있는 벤츠가 큰 덩치의 미국차보다도 단연 멋있어 보였다.벤츠는 캐딜락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고 했지만 `나도 기어코 저 벤츠를 언젠가는 소유해 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늘날까지 분투해온 것이었다. 생활에 약간 여유가 생긴 30년 후인 1987년, 비록 아직도 벤츠를 살 능력은 없었지만 드디어 1972년형 벤츠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감격은 제대로 여기에 표현하기 힘들다. 한국에서 대학교수가 벤츠를 처음 갖게 된 감회는 남다른 점이 있었다. 그 이후 79년형, 85년형으로 S클래스만 골라 진급해 왔다. 대형화에 집착한 구형 S클래스 혹평 과거의 실수 인정하고 신형 개발해 벤츠는 외형이 주는 위엄뿐 아니라 운전해 봐야만 진가를 알 수가 있었지만 90년대 들어와 큰 실수를 범했다. 마치 성냥갑을 그대로 키워 놓은 것 같은 초대형화(엔진도 12기통 6.0l 395마력)가 되어 나는 벤츠에 대한 애착심을 잃었고, 그것으로 나와 벤츠와의 인연은 끊어졌다. 90년대 벤츠는 전세계 카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벤츠 애호가로부터도 혹평을 받았다. 때마침 일어난 환경보호문제까지 무시한, 산덩어리 같은 크기의 추한 모습으로 위엄만을 고집했던 벤츠는 매스컴으로부터 비난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았다. 이것은 시대착오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 틈을 타서 항상 라이벌의식을 불태웠던 BMW는 크기에 집착하지 않는 매끈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운전감각을 내세워 대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나도 BMW 740iL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벤츠 뉴 S클래스는 과거의 실수를 반성한 기반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 벤츠의 개발담당책임자인 U.푸베르트 박사는 신차 발표회에서 `바로 이전 모델을 타고 있을 때는 비판적인 눈총을 받았었겠지만 이제 여러분은 안심해도 좋습니다. 새로운 S클래스를 타고 달리면 사람들이 선망의 시선을 보내올 것이니까요`라고 했다. 자동차에 관해서는 세계 제1을 자랑하는 벤츠가 이렇게 공식석상에서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새로 내놓은 차에 대한 자신감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우선 크기로 보자면 S500L의 경우 5천158×1천855×1천444mm로 구형보다 길이가 55mm 짧아지고 넓이가 31mm 좁아지고 높이가 41mm 낮아졌다. 휠베이스도 55mm 짧아졌다. 물론 5m 넘는 거구가 5cm쯤 짧아졌다 해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지만 바로 전 모델까지 그저 호화롭고 크게만 만들어 오던 벤츠가 이제부터 군살을 빼기 시작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호화롭던 구형에서 군살 없앤 모습 인생의 여유를 즐기도록 돕는 차 사실 나도 이 차 앞에 섰을 때 실제 크기보다 휠씬 작아 보여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산더미 같은 크기로 군림해온 90년대 모델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이 뉴 S클래스는 자기자신의 성공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던 구형 모델과는 달리, 이제는 인생에 여유를 즐기게끔 하는 디자인으로 바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날렵하게 앞으로 뻗은 펜더 끝에 달린 라이트와 앞그릴의 모습이 경쾌한 리듬을 준다. 운전대 유리창이 뒤로 크게 누워 있어 공기저항계수(Cd) 0.27이라는, 양산차로는 최저값을 자랑하게 만들었다. 이것만 해도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효과를 더욱 올리기 위해 차 전체의 경량화에도 힘썼다. V6 3.2ℓ엔진을 쓴 S320은 구형보다 300kg 이상 가벼워졌고 전 모델의 평균값을 보아도 210kg의 군살빼기에 성공했다. 이런 군살빼기는 차체의 소형화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것이다. 구형의 이중유리를 없애고 알루미늄을 엔진 덮개, 앞뒤의 서브 프레임 그리고 차체 앞의 충격을 흡수하는 크래시 박스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연비를 13~17% 정도 높이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오늘 타본 뉴 S500L은 306마력/5천600rpm 엔진을 얹은 모델로 최대토크는 46.9kg.m/2천625rpm이다. 엔진의 스트로크는 84.0mm 그대로지만 보어를 97mm로 늘렸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전 모델에 비해 너무나도 조용했다. 배기개스의 온도를 높이 유지해 촉매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기통당 3밸브의 레이아웃, 그리고 엔진에 걸리는 부담과 회전수에 따라 두 개의 스파크 플러그에 미묘한 시간차를 두면서 점화해 연소효과를 높이는 이중점화 시스템은 벤츠 특유의 장점이다. 그밖에 S500에만 옵션으로 마련된 새로운 장비가 하나 있다. 이른바 실린더 컷아웃(Cylinder Cut-Out)이라는 장치로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는 엔진의 8기통 가운데 4기통은 연료분사가 멈춘다. 그래서 시속 120km에서는 13%, 시속 90km에서는 15%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어 앞서 소개한 경량화로 인한 연료개선과 합치면 무려 30%나 연료가 절약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와 같이 휘발유값이 비싼 곳에서 30% 절감은 1년에 2만km를 달린다고 하면 12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는 효과다. 트랜스미션은 5단 AT로 AT 셀렉터는 D의 위치에서 좌우로 흔들면 D1, D2, D3으로 변속된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승차감 뛰어나고 직접 운전해야 즐거움 느낄 수 있어 이 차의 빼어난 특징 중 하나는 앞서 말한 조용한 엔진과 함께 새로 설계한 AIR(Adaptive Intelligent Ride Control) 매틱(matic) 시스템이다. 에어 서스펜션과 4단계 전자제어 가변댐퍼를 조합시킨 것인데, 스트럿에 달린 고무통 속에 있는 공기가 스프링 작용을 한다. 이것이 핸들을 꺾는 각도, 차의 속도, 앞뒤 액슬에 작용하는 차체의 흔들림에 미묘하게 대응, 조정된다. 실제로 차를 타본 사람 외에는 느끼기 힘든,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승차감이다. 튀어나온 장애물을 뛰어 넘거나, 웅덩이를 통과하거나, 급커브를 꺾을 때 언제나 승객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주었다. 동행한 <자동차생활> 김사장과는 이 차의 우수성에 대해 첫 번째로 승차감, 두 번째로 조용한 엔진을 꼽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을 정도니 말이다. 뉴 S클래스는 벤츠의 기함이다. 없는 것이 없는 장비에 놀랬다. 우선 가죽시트의 앉는 부분에는 무수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을 통해 겨울에는 가열장치로 엉덩이를 따스하게 해준다. 또한 에어컨 스위치를 누르면 서늘한 바람이 치고 올라온다. 김사장이 `겨울에는 좋지만 여름에 방귀라도 한방 뀌면 그 냄새가 콧구멍으로 곧바로 올라올 터이니 조심해야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 ​  계기판의 숫자들이 환하게 보인다. 너무나도 밝게 보여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정말로 값진 것이다. ABS, ESP와 ASR 같은 능동적인 안전장치는 물론이고 앞에는 두 개의 에어백, 전후에 4개의 사이드 에어백에다 승차한 사람의 머리를 보호하는 창문 에어백까지 달려 있다. 컵홀더가 곳곳에 달렸고 뒷좌석 사람들을 위해 조명되는 화장용 거울 두 개가 천장에 달려 있다. 에어컨은 네 개의 좌석 모두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천장에 달린 선루프도 이중으로 되어 있고, 유리판으로 된 부분은 뒷면만 올릴 수 있다. 채광과 통풍을 위해 소리 안나게 루프를 열 수 있다. ​ ​​앞좌석은 이전 모델과는 아주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마치 운전자와 조수석의 사람을 에워싸는 듯한 프론트 패널은 과거의 비즈니스 타입 분위기하고는 전혀 다른 친화감을 느끼게 해준다. ​ ​​이 차에는 스피드 트로닉(Speedtronic)이라는 주행 조정장치가 표준장비로 달려 있다. 옵션으로 달린 데이스트로닉(DTR)은 아주 재미가 있는 장치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그냥 유지한 채로 달릴 수 있는 장치로 앞 그릴 안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에서 발신된 밀리미터파가 앞차와의 상대속도를 계산하고, 동시에 앞차와의 거리도 계산한다. 계산된 거리 이내로 내 차가 접근하면 필요에 따라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어 있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설정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40~160km다. 그 이하 또는 이상의 속도로 달리면 이 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벤츠 S클래스라고 하면 큰 회사 사장이 뒷좌석에 않아 달리는 차라는 인상이 짙지만, 뉴 S클래스는 그와 반대로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로 변신했다. 너무나도 미끄럽게 나가는 차다. 이 미끄러움도 구형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출발부터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다. 시속 150km에서도 조용한 엔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쉬는 기분 시승하던 날은 비가 많이 쏟아졌지만 와이퍼도 조용하고 엔진도 조용하고 방음장치도 잘되어 있어서 차바퀴가 빗물을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틀어 놓은 에어컨도 조용해 시속 150km로 달리는데도 옆에 앉은 김사장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어 다른 차로 시속 70km 정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차 길이는 짧아졌지만 실내 크기는 구형보다 37mm나 길어져 뒷좌석에 앉아보니 발을 놓는 공간이 마치 운동장 같은 기분이다. 구형 S클래스는 실내 분위기가 품질 좋은 사무실 가구처럼 차가운 맛을 주었다. 그와 달리 뉴 S클래스는 어깨의 힘을 빼고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쉬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뒷좌석에 앉아 권위를 자랑하기보다는 운전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으로 변신한 뉴 S클래스는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 ​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좌석과 암레스트에 사용된 가죽의 촉감이 이 차의 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플라스틱 재료로 만든 것 같은 질감이 옥의 티같이 아쉬웠다.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그저 편안하다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고급 국산차도 뒷좌석 중간의 암레스트 뚜껑을 열면 라디오, 이동전화, 심지어 안마장치까지 달려 있는데 몇 억대의 이 차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앞좌석 뒤에 신문을 꽂아두는 주머니 하나가(이것은 딴 싸구려차에도 모두 있는 것이다) 덜렁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런 불만 말고는 편안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달렸다. 빗길이어서 고속시험은 못해 보았지만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의 안정감과 쾌적성은 딴 차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우수하다. 시속 220km로 달리면서도 시내를 달릴 때와 똑같은 오디오 볼륨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빗길의 접지감각도 최고였다. 이 뉴 S클래스 때문에 BMW로 떠난 내 마음이 다시 벤츠로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 1999-07-29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이생진의 시(詩)가 생각나는 유월의 제주도, 옥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끝간 데 없는 지평선과 함께 기자를 아득함에 취하게 했다. 해안 일주도로를 함께 달린 캐딜락 세빌 STS는 멋진 풍광만큼 기막힌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출렁이는 것은 바다뿐 세빌 STS는 미국차답지 않은 단단한 하체로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휘몰아쳤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 진가가 더 빛났다. GM 코리아의 선봉으로 국내 상륙 제주에서 시승 겸한 보도발표회 열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처럼 죽기 전에 꼭 한번 타고 싶다 는 미국인들의 열망을 담아온 차도 드물다. 최근에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록킹 온 헤븐스 도어 를 보면 시한부 생을 남겨 놓은 주인공이 마피아의 돈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자 마지막 소원의 하나로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주는 장면이 나온다. 캐딜락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GM 코리아는 캐딜락 세빌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세빌은 전통 세단인 드빌과 달리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강하다. 날렵하고 컴팩트한 스타일이 덩치만 큰 대형차가 아님을 보여준다. 차체길이는 4천995mm로 에쿠스(5065mm)보다 작다.  시승을 겸한 보도발표회가 열리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세빌은 예전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면을 깊게 파고든 헤드램프와 각진 뒷모습은 사브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화려한 치장은 사라졌지만 웅장한 그릴과 전통의 엠블럼이 여전한 캐딜락의 권위를 말해준다. ​ ​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이다.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고대 프랑스 궁정에서 쓰이던 것으로 귀족을 상징한다. 4등분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의 전통을 말한다. 한편 컴비내이션 헤드램프는 각기 5개의 램프가 작동하지만 국내용은 코너링 램프를 뺀 4개다. 트렁크 리드에 스톱 램프를 달았고, 크롬 도금 알루미늄 휠이 스포티하다. ​ 실내는 고급스러우면서 담백하고 제블라 우드 그레인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일체형 대시보드에서는 미국차의 특징이 드러나지만 센터 페시아에서는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그만큼 마무리가 깔끔하다. 2도어 쿠페인 엘도라도와 같은 섀시를 쓰기 때문에 실내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전용 에어컨과 컵홀더를 갖춘 뒷좌석 공간은 쇼퍼 브리븐에 부족하지 않게 널찍하다. 넉넉한 트렁크 룸은 크게 열리고, 스키 구멍이 버튼으로 작동되는 점이 특이하다. ​   차에 올라 시동키를 꽂자 미리 입력된 메모리로 시트와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내릴 때는 시트가 완전히 물러나고, 풋 브레이크에는 별도의 해제버튼이 없다. P에서 다른 레인지로 이동하는 순간 풋 브레이크가 해제되고 주행 후 다시 P에 넣으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지는 방식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이채롭다. 디지털 모드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 위로 아날로그 계기가 나타나는 모양이 하이테크 감각이다. 미국차 특징에 유럽차 감각 응용해 편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 즐겨 세빌 STS는 1.8톤이 넘는 차체를 아주 가뿐하게 내몬다. 여유로운 힘은 미국차의 특징이다. 그런데 하체가 단단하고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은 유럽차 감각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차와 유럽차의 장점을 두루 응용한 인상이다. 세계시장에 나서는 신세대 캐딜락의 변모를 느낀다. 핸들은 적당한 무게로 움직인다. 캐딜락이 개발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인 매그나스티어(Magnasteer™)는 유압, 전자, 자기 제어방식을 독특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차의 속도와 핸들에 가해지는 힘에 관계없이 늘 최적의 핸들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차로가 많은 도로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승합차나 트럭 등을 추월할 일이 많아진다.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재빠른 추월을 시도해 보니 추월가속성능이 놀랍게 민첩하다. 치고 들어가는 각도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V8 DOHC 4.6ℓ 304마력 엔진으로 최고시속 240km를 내는 세빌 STS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7초대로 가속성이 뛰어나다. ​  앞바퀴굴림은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해 준다. 시속 160km를 넘는 고속주행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다. 가볍게 뻗어나가는 차체가 탄력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해 운전자는 안정된 핸들링을 즐긴다. 브레이크 감각은 무거운 편이다. 급제동을 걸자 ABS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스태빌리트랙이 있어 코너가 이어지는 길도 자신있게 내몰 수 있다. 과격한 코너링에서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는다. 스태빌리트랙은 스티어링의 각과 요잉, 횡가속도를 감지하는 센서에서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저속회전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작동을 줄여준다. ​ ​​세빌 STS의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으로 서브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으며 CVRSS라 불리는 액티브 제어방식을 썼다. 또한 알루미늄 블록 엔진이 비스커스 컨버터 클러치(VCC)를 통해 4단 AT에 연결되어 있다. VCC는 토크 컨버터의 엔진토크 변화를 감지, 엔진작동을 부드럽게 해주고 구동계의 소음을 줄여준다. 따라서 AT의 변속감각이 상당히 매끄럽다. 세빌 STS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고급차시장에는 7천만 원대라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현대 에쿠스가 7천만 원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대우 아카디아가 국내 최고인 4천만 원대로 수입차와의 가격격차를 줄이더니, 이번에는 재규어 S타입, 캐딜락 세빌 등이 에쿠스와의 가격격차를 줄이고 있다. 가격 대비 가치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잴 수 없는 것도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이다.  
마세라티 222 4V 럭셔리함과 레이싱 필드의 야성이 .. 1999-07-29
이태리차 하면 스포츠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알파로메오, 란치아, 데토마소, 치제타 모로도 등 이태리차들은 하나같이 라틴의 열정을 담고 있다. 대중적인 차에 주력해왔던 피아트조차 쿠페 피아트, 바르케타 등 경쾌한 성능을 가진 스포츠 모델을 내놓는 나라가 이태리다. 그런 이태리 명문 중 우리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메이커가 마세라티일 것이다. 레이싱 컨스트럭터로 출발해 레이스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성능 스포츠카와 그란투리스모(GT)만을 만들어왔던 마세라티는 1926년 이태리 스포츠카의 본고장 모데나에서 마세라티 형제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페라리 역시 마세라티의 역사를 뒤쫓은 것이다. 이태리 명문으로 페라리의 경쟁자 강력한 성능, 고급스런 분위기 지녀 마세라티의 상징은 고향인 모데나의 수호신 넵튠(그리스신화의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 trident, 삼지창)를 형상화했다. 쥬피터(제우스)의 번개와 더불어 가장 강한 신의 무기였던 트라이던트를 상징으로 삼은 것은 마세라티의 강함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세라티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고성능 스포츠카들을 만들어왔다. 60년대 초반까지 그랑프리를 중심으로 하는 레이스에서 페라리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60년대 이후부터는 레이스를 떠나 로드카 분야에서 페라리의 경쟁자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강력한 성능의 엔진과 고급스런 분위기로 독자적인 세계를 지켜왔던 마세라티의 역사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마세라티는 2차 세계대전 뒤 창업자 형제의 손을 떠나 20여 년의 침체기를 거쳐 1968년에 프랑스 시트로엥의 품으로 넘어갔다. 이 시기에 마세라티는 시트로엥의 최고급 고성능 쿠페였던 SM의 심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8년 뒤 마세라티는 다시 이태리로 돌아와 아르헨티나 레이서 출신인 알레한드로 데 토마소가 세운 데토마소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다시 93년 5월 피아트그룹으로 넘겨졌고, 피아트그룹에서도 왕년의 라이벌이었던 페라리의 산하로 들어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6년 전 스위스에서 84년식 콰트로포르테를 잠시 타보았고, 4년 전 마세라티 스파이더를 몰고 이태리 토리노와 밀라노를 오간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벤츠 S클래스에 버금가는 고성능 고급차였던 콰트로포르테는 시승 당시 10년이나 된 84년식 낡은 모델이어서 벤츠보다 더 고급스럽구나하는 느낌뿐이었다. 마세라티 스파이더는 이태리 스포츠카로는 너무도 평범한 스타일링이었지만 엄청난 파워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마세라티를 시승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무척이나 마음이 설레었다. 2도어 중고차라는 말만 듣고 어떤 모델을 시승하게 될지 추측해보는 시간이 즐거웠다. 일본에서 등록된 차라니 85년 이후에 나온 모델일 것 같았지만 2도어로 비투르보 2.5부터 222, 228, 카리프, 샤말과 기블리까지 6종류의 모델이 있고, 엔진에 따라 E, ES, SR, 4V 등이 더 있었으니 어떤 모델일지 궁금했다. 시승 전날 <자동차생활>에서 시승차가 마세라티의 주력모델이었던 222라고 알려주었다. 파워 스티어링 고장나 핸들 무거워 비투르보의 최종형이자 최고모델 자유로에서 만난 마세라티는 93년형 마세라티 222 4V 수동기어 모델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222 4V의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파워 스티어링 펌프가 고장나 파워 스티어링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파워 스티어링이 작동하지 않는 차의 스티어링 휠은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진다. 게다가 마호가니로 된 마세라티의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손에서 자주 미끄러지기 때문에 무척 신경 쓰였다. 80년대 초까지 세계적인 수퍼카 붐을 타고 이른바 이그조틱카를 내놓았던 마세라티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섀시와 엔진을 바탕으로 만든 차가 81년 등장한 비투르보(Biturbo)였다. 양산차로는 최초로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데토마소그룹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비투르보는 그간의 마세라티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2도어 노치백 쿠페 보디는 당시 유행하던 웨지 스타일이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마세라티답지 않게 평범한 스탕일링이었다. 당시 비투르보는 V6 2.0ℓ SOHC 엔진에 트윈 터보를 달아 정지->시속 100km 가속시간 8초, 최고시속 200km를 넘는 고성능을 자랑했다. 이 비투르보는 83년 2.5ℓ로 배기량을 키워 비투르보 2.5가 되었고, 84년에는 2천515mm였던 휠베이스를 2천600mm로 늘인 4도어 모델 425가 등장했으며, 85년에는 인테리어를 더욱 고급스럽게 꾸미고 서스펜션을 보다 단단하게 세팅한 비투르보 E가 등장했다. 87년에는 인터쿨러를 더하고 인테리어를 더욱 고급스럽게 꾸민 비투르보 ES로 바뀌었고 휠베이스를 2천400mm로 줄인 2인승 오픈모델 스파이더가 더해졌다. 비투르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더한 마세라티는 89년 배기량을 2.8ℓ로 키워 250마력을 냈다. 이때부터 2도어 모델은 222 E, 4도어 모델은 430, 그리고 스파이더는 스파이더 자가토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이와 함께 430의 섀시에 2도어 보디를 얹은 228이 추가되었고 스파이더 자가토에 하트톱 모델인 카리프가 더해졌다. 222 E는 다시 여러 가지 장비를 더해 90년에 222 SE로 발전했고 92년에는 에어로파츠를 더한 222 SR로 발전했다. 한편 배기량 2.0ℓ를 고비로 세금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이태리 국내시장을 겨누어 V6 2.0ℓ DOHC 엔진으로 245마력을 내는 224V를 내놓기도 했다. 222 4V는 마세라티 비투르보의 최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94년 새로운 보디를 얹은 기블리가 등장하고 비투르보의 숏 휠베이스(2천400mm) 섀시에 326마력의 V8 3.2ℓ엔진을 얹은 샤말 등도 있지만 비투르보의 섀시와 기본 보디를 그대로 쓴 모델로는 222 4V가 최종형이자 최고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너는 일본인 스포츠카 매니아 실내는 고급스러움으로 넘쳐흘러 시승차의 오너는 도쿄에서 정밀 전자기기의 플라스틱 몰드를 생산하는 50대의 기타무라 시게타다(北村重忠)씨였다. 캐주얼한 차림의 군살 없는 그의 몸매에서는 젠틀한 이미지가 풍겼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자동차와 친숙한 분위기에서 자랐다고 한다. 시승차는 그의 세 번째 마세라티이고, 이 차를 처분하는 대로 마세라티 3200GT를 살 예정이라고 했다. 시간만 나면 스즈카 서키트를 찾는다는 그는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스포츠카 매니아 같았다. 그의 222 4V는 서스펜션이 낮은 이태리 내수모델이어서 유난히 차체가 낮았다. 키를 받아 차를 살펴보았다. 쥬지아로의 간결하고 균형 잡힌 스타일링에 레이싱카에 달릴 법한 거친 에어로파츠가 융화를 이룬 222 4V의 실루엣은 평범한 3박스 쿠페같이 보인다.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해 휠과 센터 페시아, 사이드 스텝, 시프트 노브 등 많은 부분에 달린 트라이던트가 마세라티임을 강조하고 있다. 보네트를 열자 드러나는 엔진룸은 예술품의 자태다. 빨간 헤드커버에는 메탈 컬러의 트라이던트가 빛나고 트윈터보에서 이어지는 크롬광택의 에어 인테이크 파이프가 대칭으로 자리잡아 280마력의 고성능과 마세라티라는 카리스마를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222 4V는 최고출력 280마력/5천500rpm, 최대토크 43.9kg·m/3천750rpm라는 엄청난 수치를 자랑한다. 이처럼 고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좌우 두 개의 터빈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모아 상호유도효과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비범함은 인테리어에서도 드러난다. 가죽과 우드라는 같은 소재로 치장되었지만 여유와 고급스러움이 배어나는 영국차와 달리 마세라티에서는 스포츠카의 긴장감 넘치는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온다. 센터 페시아 가운데 자리한 금장시계는 명문 라 살(La Salle)의 것이고, 가죽 내장은 피혁제품으로 이름 높은 미소니가 손보았다. 바느질 한 뜸 한 뜸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세미 버켓 타입 시트가 안정된 자세를 만들어 준다. 계기판이나 센터 페시아의 디자인이 고급스런 대신 스위치의 배열은 약간 혼란스럽다. 이태리 디자인의 특기처럼 같은 모양의 스위치를 길게 늘어놓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트윈터보 엔진이 빚어내는 그르렁거림은 레이싱 머신이 내는 불규칙한 아이들링음과 흡사하다. 시동을 건 후 약 3분 동안은 엔진회전이 안정되지 못하고 흔들린다. 엔진반응을 높이기 위해 얇고 가벼운 플라이 휠을 쓴 스포츠 엔진에서는 가끔 일어나는 반응이다. 일반 승용차처럼 엔진회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무거운 플라이 휠을 쓰면 순발력이 떨어진다. 28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감당해야 하는 클러치여서 상당히 무거울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가볍다. 출발하기 전에 댐퍼의 강도를 조절했다. 222 4V의 댐퍼 감쇄력은 4단계로 조절된다. 이른바 메커니컬 액티브 서스펜션으로 222 모델 중 222 4V에만 갖춰져 있다. 8기통 2.8ℓ트윈터보 엔진 280마력 내 엄청난 성능과 환상적인 핸들링 지녀 엔진도 워밍업 시킬 겸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달려보았다. 부드럽게 달려간다. 워낙 큰 토크를 가진 차여서 낮은 회전영역에서도 여유롭고 부드러운 달리기를 할 수 있다. 조용히 달릴 때까지 222 4V는 단지 고급스런 승용차일 뿐이다. 이 고급스런 차가 스포츠카로 변신하는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액셀 페달을 힘껏 밟기만 하면 280마력의 힘과 43.9kg·m라는 엄청난 토크가 분출되면서 로켓이 되어버린다. 급가속은 그리 오래 할 수 없다. 순식간에 터보 부스터가 레드존을 가리키기 때문에 빠르게 시프트업을 계속해야 한다. 0→시속 100km 가속에 6.5초라는 믿기 힘든 실력을 보여준다. 최고속도는 시속 260km라지만 시승중에는 시속 210km 정도만 낼 수 있었다. 이런 엄청난 동력성능은 환상적인 핸들링과 이어진다. 파워 스티어링이 고장난 상태였지만 고속 코너링에서는 레일 위를 달리듯 드라이버가 그린 궤적대로 움직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상태를 운전자가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93년이라면 ABS나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이 대중화되었을 시점이지만 222 4V에는 이같은 장비들이 없다. 그래서 고속 코너에서 트랙션을 잃으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222 4V는 운전자가 차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어 안전하다. 그러나 마세라티 222 4V는 운전자의 실수를 너그러이 눈감아 주는 차는 아니다. 요즘 스포츠카들은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지만 마세라티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이 드라이버를 가린다. 자신을 다룰 줄 아는 드라이버는 멋진 스피드의 세계로 인도하지만 어설픈 드라이버에게는 엄청난 출력과 토크가 버겁게만 느껴질 뿐이다. 222 4V는 페라리에 버금가는 운동성능과 중형차에 가까운 공간, 그리고 애스턴 마틴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움을 가진 독특한 스포츠카다. 만약 제임스 본드가 이태리인이었다면 엄청나게 비싼 애스턴 마틴 대신 마세라티를 탔을 것이다. 세련된 무드로 거친 야성을 감추고 있는 마세라티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차 중 하나다. 지난해 마세라티의 판매대수는 800대에도 못 미쳤다. 그만큼 마세라티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다. 마세라티는 비싼 차다. BMW M5처럼 실용성과 스포츠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M5의 메카트로닉스 대신 귀족주의와 멋을 지닌 매력적인 존재다.
현대 베르나 SV - 소형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1999-07-29
현대 베르나 SV - 소형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엑센트 후속모델의 코드네임이 LC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올랐다. 요즘 현대차의 이름이 EF 쏘나타, 그랜저 XG로 이어지고 있으니 엑센트 LC가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엑센트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베르나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외국에서는 잘 팔리는 차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 흔치 않다. 새차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은 우리만의 강박관념이기도 하다. 베르나를 대할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고급스러움, 소형차의 한계 넘어서 세계적 추세에 따르는 직선 디자인 베르나는 포니Ⅰ과 포니2, 엑셀, 엑센트로 이어지는 현대의 소형차 계보에 오를 새 이름이다. 앞선 모델이 모두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베르나 개발팀은 부담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차를 처음 대하는 순간 이전에 갖고 있던 소형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크롬장식을 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경쟁차 라노스의 것보다 한 차원 높은 품격을 나타낸다. 뒷모습은 쏘나타Ⅲ와 닮았지만 누비라Ⅱ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테일램프 윗부분이 꺾어진 모습은 크라이슬러 300M과도 비슷하다. ​​​​소형차를 이 정도로 고급스럽게 꾸민 것은 현대가 치밀한 시장분석을 한 결과다. 아토스, 마티즈의 등장과 경제난이 겹치면서 소형차 수요자가 경차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많아졌다. 반면 소형차의 주 수요층이 되어야 할 20대 후반~30대 초반 운전자들은 준중형차와 중형차를 선호했다. 그 사이에서 소형차는 갈 곳을 잃고 판매량이 떨어지는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엑센트는 처음 등장할 때 신세대를 위한 차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를 경차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후속모델은 고급화가 개발 컨셉트가 되었다. 그래서 프리미엄 세단임을 주장한다. ​​그랜저 XG를 닮은 차체의 옆주름은 직선을 살리는 세계적 추세를 따랐다. 획일적으로 통일시키기보다는 차종마다 부분적으로 변형시켜 일치감을 주는 현대의 디자인은 디자인을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숨은그림 찾기 같은 방식이다. 실내 분위기도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시트의 질감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어설펐던 엑센트의 컵홀더는 크기에 맞게 조절되는 타입으로 바뀌었다. 커진 도어포켓, 센터콘솔에 마련한 동전함, 그리고 운전석 쪽에도 있는 글로브 박스 등 수납공간이 많아진 것도 마음에 든다. 운전석 암레스트와 좋은 질감의 도어 핸들은 국산 소형차 중 최초다. ​​  ​ ​ ​​하지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암레스트보다 콘솔박스를 더 좋아한다. 운전하면서 암레스트에 팔을 기대보니 기어변속하기가 불편하다. 수동이나 자동변속기 모두 마찬가지다. 소형차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부분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도어트림에 달린 도어핸들은 부드러운 질감이 고급차 수준이다.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손을 잡는 듯한 기분을 주어 자꾸만 잡고 싶어진다. 가족을 생각하는 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뒷좌석에 분리형 헤드레스트를 달았다. 이 차의 수요층을 중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으로까지 넓혔다는 의미다. 반면 이전 모델에 달려 있던 뒷좌석 접힘장치는 없어졌다. 공간활용보다는 안전을 택한 것이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은 것은 옥의 티다. 도어스텝을 플라스틱으로 덮은 부분이 들떠 있고 트렁크 안쪽의 철판이 날카롭게 드러나 있다. 짐을 안쪽으로 싣다가 손을 벨 수도 있겠다.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불만 가속력과 핸들링 뛰어난 수준 시승차는 베르나의 주력모델인 SV로 1.5 SOHC 3밸브 96마력 엔진을 얹었다. 엑센트에 얹었던 α엔진은 고회전에서의 소음과 진동이 문제였다. 베르나에는 새 엔진이 아니라 이것을 개량해 얹었다고 해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예감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과 진동이 확실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여도 엔진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이 차 SOHC 엔진 맞아? 할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나다.​​​더 놀란 것은 베르나의 핸들링이다. 슬라럼 주행을 해보니 준중형차보다 나은 수준이다. 시속 70km로 코너링할 때도 타이어 소음만 귀에 거슬릴 뿐이다. 코너링은 같은 급에서는 비교할 차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차의 성능을 감안하면 175/70R 13 사이즈는 어울리지 않는다. 185/60R 14 정도는 되어야 제 성능을 충분히 낼 것이다. 잘 튜닝하면 참가자가 적어 존폐위기에 놓인 국내 자동차경주 투어링 B카로도 인기를 끌 듯하다.​시승차로 수동과 자동, 두 가지를 준비한 일은 잘한 것 같다. 자동변속기의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음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일 때 울컥 하던 변속충격이 많이 줄었고 4→2단, 3→1단으로 직접 변속되는 스킵 시프트 기능이 더해져 동력성능과 연비를 함께 높였다. 좋아진 차를 타고나니 기분도 좋다. 베르나는 성능만 보자면 아주 기분을 좋게 해주는 차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베르나에게 특별한 느낌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엑셀보다 크기를 줄이고 신세대라는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 만들었던 엑센트와 달리, 베르나는 아버지와 아들이 번갈아 타도 어색하지 않게 누구나 좋아하는 차가 되고자 했다. 따라서 개성이 강하지 않아 일정한 계층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게다가 우연히 본 베르나 3도어와 5도어는 이런 걱정을 더 크게 했다. 유로/프로 엑센트에 비해 디자인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분위기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세단의 꽁무니를 잘라 놓은 듯해 누비라 D5를 보는 느낌이었다. ​​일본차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새삼 놀란 것은 뛰어난 성능 못지 않게 다양한 차종이었다. 그들은 소수를 위한 모델도 빠짐없이 내놓고 간혹 선보이는 스페셜 모델까지 더해 선택을 자유롭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실정에서는 지금 엑센트나 아벨라를 타던 사람들이 고를 차가 마땅치 않다. 경차는 싫고 준중형차를 살 능력은 안되는 사람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족을 생각해 베르나를 사야 한다. 수요가 많은 시장을 목표로 한 현대의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요즘 같은 개인주의시대에 가족이라니. 혼자 탈 차를 찾는 사람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베르나가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벨라 후속모델인 B-Ⅲ는 베르나의 아랫급으로 나온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베르나가 가족을 생각 하고 만든 차라면 앞으로 나올 소형차는 나와 애인을 위한 차이길 바란다. 
기아 카렌스 - 작고 귀여운 외모에 큰 실속 갖추어 1999-07-29
기아의 카니발을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지난해 초 카니발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운전석은 어찌 그리 넓은지 답답한 느낌이 하나도 없어 마음까지 편했고, 좌석수가 많아 두세 가족이 함께 놀러 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액셀 페달을 밟을 때는 감동이 물밀듯했다. 디젤에다 자동기어(AT)였는데 밟으면 밟는 대로 신나게 내달렸고, 연비는 소형차보다 좋게 나왔다. 그렇게 쓸모 있고 경제적인 차를 중형차 값 정도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첫눈에 반했던 기자는 아직도 카니발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차값도 값이지만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카니발의 덩치가 너무 컸다. 크기가 조금만 작아도 타고 다니기 좋고 주차하기 편할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카니발에 대한 관심을 접어야 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소형 미니밴 뛰어난 실용성 지녀 유럽에서 인기 카스타와 카렌스. 최근 나온 기아의 새 RV들은 그렇게 접어 두었던 RV 소유욕에 불을 당기는 차들이다. 특히 지난달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카렌스는 기자가 바라던 크기와 똑같은 덩치를 지녀 몇 번이고 설레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카렌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소형 미니밴이다. 카니발은 물론 싼타모나 카스타보다 작고, 준중형차인 세피아를 베이스로 만들어 차체 길이가 중형 세단보다 짧다. 이 같은 소형 미니밴이 등장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96년 나온 르노 메가느 세닉을 시작으로 피아트 물티플라, 오펠 자피라, 도요다 입섬, 미쓰비시 스페이스 스타 등 여러 모델이 선보였다. 유럽시장에서 태어나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형 미니밴의 가장 큰 미덕은 합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실용성과 경제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렌스의 국내 등장은 한 단계 성숙된 모터리제이션의 확인으로 보여 반갑다. 시승차는 LPG 기본형(GX)과 고급형(LX) 두 가지가 준비되었다. 모두 1.8ℓ 108마력 엔진을 얹었고, 고급형은 네바퀴 ABS와 뒷바퀴 디스크 브레이크, CD 플레이어, 알루미늄 휠, 안개등, 열선내장형 백미러, 트렁크 콘솔박스, 보조 브레이크등, 투톤 보디컬러 등이 더해져 있다. 앞모습은 카니발과 비슷해 낯이 익지만 크기가 작아 다부져 보이고 헤드램프가 커 귀여운 느낌도 든다. 옆모습은 D필러의 디자인이 튄다. 도요다 입섬, 벤츠 A클래스 등에서 보았던 역방향 디자인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고, 개방감도 더하는 효과를 낸다. 사이드 미러는 고급형과 기본형 모두 실용적인 검은색을 썼고 고급형에 달린 알루미늄 휠 디자인은 슈마의 것과 같다. 카렌스가 세피아를 베이스로 한 차이긴 하지만 준중형차용인 195/65R 14 타이어는 늘어난 몸무게와 커진 차체를 받치기에 작다는 생각이다. 휠하우스 공간이 좁아 보여 인치업에도 한계가 있을 듯하다. 도어는 앞 뒤 모두 여닫이다. 미닫이 도어는 주차하고 내릴 때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여닫이 도어는 힘들이지 않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승용 감각의 여닫이 도어가 마음에 든다. 뒷모습은 유리창이 크고 양 옆 기둥이 보이지 않아 시원시원하다. 깔끔한 아우트 라인에 단정한 콤비램프가 포인트다. 뒷문은 크고 넓게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며 여닫기 좋도록 문 안쪽에 손잡이도 달려 있다. 카렌스의 겉모습은 새롭기보다 친근하다. 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이미지를 지녔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게 느껴지는 모습은 새로운 차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준다. 밝은 색 시트로 화사한 느낌 주는 실내 센터 페시아는 카본 그레인으로 치장해 실내는 밝은 색 시트가 화사한 느낌이다.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지만 불편하지 않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걸친 다음 발만 옮겨 놓으면 되므로 승용차보다 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시보드 역시 미적인 감각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한 것 같다. 오디오가 센터 페시아 맨 위쪽에 달려 있어 조작하기 편하고 로터리식 공조장치 스위치는 기아차에서 많이 보던 모양이다. 시승차 중 고급형 모델에는 옵션인 AV 시스템이 달려 있었다. AV 시스템에는 햇빛이 비출 때도 시야를 방해받지 않도록 3단계로 기울일 수 있는 화면과 CD 플레이어, 이퀄라이저, 속도감응형 자동볼륨조절기능, 글라스 내장형 안테나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160만 원이나 내고 이 옵션을 선택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센터 페시아는 흔한 우드 그레인 장식 대신 카본 그레인으로 치장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차의 성격을 고급스러움보다는 개성에 맞추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에어백을 달지 않은 모델은 조수석 에어백 공간에 넓은 사물함이 서비스된다. 조수석 대시보드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놓은 형상이다. 구멍을 뚫기보다는 글로브 박스의 크기를 더 키우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쓰기는 편하겠지만 먼지가 많이 쌓일 것이고, 흔치 않은 모양이어서 우습기도 하다. 공조장치 바로 밑에 있는 두 개짜리 컵홀더는 수납되어 있다가 누르면 튀어나오므로 쓰임새가 좋다. 자동변속기는 칼럼 시프트 타입으로 국산차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시프트 레버가 핸들 옆에 달려 있어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2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수동변속기는 플로어식이어서 워크스루가 안 된다. 이래저래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고객이 많을 것 같다. 2열에 3명, 3열에 2명이 탈 좌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3열 시트는 어른 두 명이 타기에 비좁다. 시트와 바닥의 거리가 가까워 발 뻗을 공간이 거의 없고 별도의 에어덕트가 마련되지 않아 여름과 겨울에는 특히 괴로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세금혜택을 위한 형식적인 좌석에 가깝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트의 활용도는 뛰어나다. 특히 3열 시트를 두 번 접어 2열 시트의 등받이에 붙이면 아주 넓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또 트렁크 바닥에 별도로 마련해 놓은 보조 트렁크(고급형)는 자투리 공간을 쓸모 있게 변화시킨 좋은 아이디어다. 카렌스는 폭이 좁지만 실내 앞 뒤 길이는 넉넉한 편이다. 5명 정도가 여행을 떠난다면 많은 짐을 싣고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7인승이지만 5명 정도 타면 적당해 고속주행 때는 부족한 출력 아쉬워 카렌스의 시승은 여의도와 자유로를 오가며 진행되었다. 액셀 페달의 감각은 부드럽고 AT의 셀렉트 레버는 조작하기 편하다. 와이퍼 조작 레버와 헷갈려 두어 번쯤 실수했지만 오너가 되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아이들링은 조용하고 출발은 여유롭다. 차가 많은 시가지를 달리는 동안 불편한 점을 찾기 힘들다. 중형차가 부럽지 않은 승차감과 정숙성이 돋보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출렁이는 느낌이 거의 없고 제동성능도 깨끗하다. 조금 커 보였던 스티어링 휠은 조작하기에 알맞고, 기름을 바른 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유로에 들어서서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았다. 차체가 조금 움찔하는 듯하다가 튀어나간다. 변속이 될 때마다 약간의 충격이 전해지고,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는 기대치보다 약한 편이다. 고속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진다. 한적한 코스에서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 보았는데 5천rpm에서 시속 150km 정도를 기록하고는 바늘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rpm을 많이 쓸수록 엔진음도 거칠게 들려온다. 기자는 곧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지 말자 고 생각을 바꾼다. 카렌스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출퇴근용으로 쓰거나 여가를 함께 하기에 좋은 소형 미니밴일 뿐이다. 카렌스 LPG는 윗급인 카스타보다 배기량이 200cc 작지만 최고출력은 108마력으로 오히려 높다(카스타 82마력). 이 정도면 몸무게를 감당하기에도 충분하고, 일상적인 주행 때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성능이다. 카렌스는 코너링 실력도 뛰어나다. 작은 타이어가 불안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시속 60∼70km 정도로 급코너를 돌아나가도 몸쏠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넓은 트레드와 개스식 쇼크 업소버, 든든한 서스펜션이 믿음을 준다. 카렌스는 카스타에 비해 200만 원 이상 싸다. 차체가 크고 값이 비싸 미니밴 사기를 망설이던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할 수 있는 모델인 셈이다. 바로 기자 같은 잠재고객을 향해 날리는 직격탄이다. 휘발유차만큼 조용하고 디젤만큼 연료비가 적게 드는 차, 휘발유차에 버금가게 잘 달리고, 이제는 1차로도 마음대로 누빌 수 있는 차. 좌석을 일곱 개나 갖췄지만 출퇴근용으로 써도 될 만큼 아담한 미니밴. 직격탄에 맞은 기자 마음은 또다시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브 9-3 컨버터블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진짜 맛을.. 1999-02-23
30년만의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는 미국은 기자에게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북미 오토쇼 취재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디트로이트까지 직항편이 없어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시카고에 내려보니 폭설 때문에 디트로이트행 비행기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소식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 보라”는 공항 관계자 말에 10시간이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은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진짜 맛 체험 200마력을 내는 고출력 터보 엔진 얹어 철도와 대중교통수단까지 완전히 끊긴 가운데 고속도로에는 간간이 차들이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뷰익 리갈을 빌려타고 디트로이트로 달렸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눈발이 휘몰아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히터를 가장 세게 틀어도 얼어붙은 유리창은 녹지 않았고, 차는 눈바람의 방향을 따라 예측불허로 휘청거리며 이리저리 미끄러졌다. 장장 8시간의 목숨을 건 야간주행 끝에 디트로이트에 도착했다. 바쁘게 오토쇼를 취재하고 프레스 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프레스 센터에는 수많은 차들이 시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단연 눈길을 끄는 차는 사브 9-3 컨버터블이었다. 이런 추위에 왜 하필 컨버터블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현듯 “컨버터블은 겨울에 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혹한 속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차를 끌고 시내로 나섰다. 경비원은 이런 날씨에 뚜껑을 벗기고 차를 타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말렸지만 `컨버터블의 제 맛`을 알기 위해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나섰다. 3마일 남짓한 거리에 공원이 있고 차로 달리면 10분 정도 걸린다는 말에 용감히 차를 몰고 복잡한 길로 나섰다. 하지만 길을 나선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이 제 맛이라고 말한 선배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은 `얼어죽을 맛`이었다. 사브 9-3은 지난해 사브900의 후계차로 태어났다. 쿠페, 5도어, 컨버터블의 세 가지 모델이 있고 에코파워 터보와 고출력 터보 두 가지 엔진이 있다. 에코파워 엔진이 기본이고 5도어와 컨버터블은 고출력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사브에서 새로 개발했다는 푸른색 미카 메탈릭(mica-metallic)으로 칠한 보디는 신선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보인다. 프론트 그릴을 약간 다듬고 안개등, 립 스포일러를 범퍼에 달아 젊은 느낌을 준다. 뒤쪽 범퍼도 디자인을 바꾸고 새로운 브레이크등을 달았다. 휠은 3스포크 15인치(기본형)와 5스포크 16인치의 밝은색 알루미늄을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15인치 휠이 달려 있지만 오히려 16인치보다 사브의 스포티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듯하다. 시승차인 9-3 SE 컨버터블은 2.0ℓ고출력 엔진을 얹었다. 5천500rpm에서 2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2천300부터 4천600rpm까지 28.9kg·m의 최대토크를 꾸준히 내도록 만들어졌다. 트랜스미션의 기어비도 바꿔 중간속도에서의 액셀 반응과 가속력이 좋아졌다. 메이커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5단 65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데 5.9초, 80에서 120km까지는 9.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터보가 움직이기까지는 약간의 타임래그가 느껴지지만 터보가 작동한 후의 가속력은 한마디로 일품이다. 실내에는 `겨울의 나라`에서 온 차답게 열선이 내장된 전동식 시트가 달려 있다. 시트는 쿠션과 사이드 서포트를 손봐 장거리여행을 할 때도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만들었다. 컨버터블에는 없지만 5도어 모델에는 운전석 옆으로 접을 수 있는 암레스트도 달려 있다.나이트 패널이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사이드 에어백과 SAHR 시스팀 달아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나이트 패널로 되어 있어 속도계를 제외한 모든 계기판의 불빛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눈의 피로를 덜어 준다. 속도계는 비대칭형으로 만들어 운전자가 시속 140km 이하에서의 속도상황을 쉽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실내에는 자동온도 조절장치(ACC, Automatic Climate Control)가 달려 항상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시켜 준다. 앞좌석에는 요즘 미국에서 한창 유행하는 사이드 에어백이 달려 있다. 듀얼 사이드 에어백(25X)은 옆에서 충격을 받으면 0.005초만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 0.015초만에 완전히 펼쳐진다. 뒤에서 충격을 받았을 때는 사람의 무게와 움직임에 의해 동작하는 적극적 머리보호받침대(SAHR, Saab Active Head Restraint)가 움직여 목의 충격을 덜어준다. 소프트톱은 앞유리 위에 달린 고리를 풀고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고리는 다른 컨버터블과 달리 손잡이 하나만 움직이면 되므로 편리하다. 두께 6mm의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소프트톱은 바람 가르는 소리와 외부소음을 잘 막아내 실내를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톱의 뒷유리는 구형보다 커져 뒤쪽을 살피기 쉽고 후진할 때 편하다. 시승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사건이 하나 생겼다. 차가 미끄러져 눈구덩이 속 으로 밀려들어간 것이다. 차를 꺼내기 위해 기어를 2단에 넣고 서서히 출발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힘이 넘치는 엔진 때문에 바퀴가 헛돌고 있었다. 넘치는 힘이 좋아 선택한 차 때문에 이런 곤경을 겪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십여 분을 고생한 끝에 지나가는 트럭으로 끌어당겨 겨우 차를 빼냈다. 겨울에 타는 컨버터블의 맛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겠지만, 윈드 디플렉터를 달고 옷을 잘 갖춰 입으면 나름대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폭설 속에서 타본 사브 9-3 컨버터블은 기자의 `갖고싶은 차 리스트` 한 칸을 채울 만큼 매력적이었다. 서버 9-3E 컨버터블의 주요제원 크 기 길이×너비×높이 4630×1712×1423mm 휠베이스 2606mm 트래드 앞/뒤 1452.9/1442.7mm 무게 1474kg 승차정원 4명 엔 진 형식 4기통 DOHC 터보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90.0×78.0mm 배기량 1985cc 압축비 9.2 최고출력 200마력/5500rpm 최대토크 28.9kg.m/2300~46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4ℓ 트랜스미션 형식 수동5단 기어비①/②/③ 3.380/1.760/1.180 ④/⑤/ⓡ 0.890/0.660/- 총종감속비 4.05 보디 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 스트럿 서스펜션 뒤 리지드 브레이크 앞/뒤 모두디스크(ABS) 타이어 205/50ZR 16 성 능 최고시속 - 0→시속 100km가속 - 시가지 주행연비 - 값 -
고성능, 실용성, 경제성 특징인 삼색 4WD 1999-02-23
아우디 A8 콰트로 성공의 바탕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승용 4WD의 대명사인 콰트로는 아우디의 개척정신이 잘 담겨 있는 모델이다. 승용차에 과연 4WD는 필요한가 라는 의문에 대해 콰트로는 두바퀴굴림으로는 가기 힘든 길을 갈 수 있다는 매력, 눈길을 달릴 때 미끄러질 걱정보다는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운동성능이나 승차감 등이 지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얘기한다. 콰트로의 가치는 랠리용 버전이나 한때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아우디의 대표차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콰트로의 무대는 랠리를 벗어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94년 봄에 등장한 아우디 A8은 그 해 판매목표였던 5천대를 불과 4개월만에 모두 팔아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르고, 세계시장에 적극 나섰다. A8의 라인업은 2.5 TDI 디젤 터보 2.8, 2.8 콰트로, 3.7, 3.7 콰트로 4.2 콰트로로 나뉘며 알루미늄 보디를 통한 차체 경량화로 연료소모를 줄인 고성능 프레스티지 세단을 추구한다. V6 2.8ℓ 174마력 엔진, 강한 토크 내 미끄러짐 없는 달리기, 제동력 뛰어나 A8 2.8은 `경제적 고성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V6 2.8ℓ174마력 엔진은 동급 경쟁차들보다 출력 면에서는 약간 떨어지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앞바퀴굴림(FF)인 A8 2.8은 수동기어로 최고시속 228km와 0→시속 100km 가속 9.1초의 성능을 낸다. 또한 시속 120km 정속주행 때 11.24km/X 로 연비가 좋다. 풀타임 4WD 방식인 2.8 콰트로도 주행성능은 똑같고, 연비만 10.53km/X 로 조금 떨어진다. 시승차로 나온 A8 2.8 콰트로는 다이내믹 변속 프로그램(DSP, Digital Shift Program)이 달린 4단 AT를 얹고 있다. A8의 스타일은 A6나 A4에 비해 아우디의 보수적인 이미지 그대로지만, 공기저항계수 0.28의 매끄러운 보디를 지녔다. 실내는 독일차 특유의 다소 딱딱한 분위기로 고급장비는 빠짐이 없다. 선루프와 뒷좌석 선블라인드, 시트, 미러 등은 모두 전동식으로 간단히 조절되고 B필러쪽 환풍기, 수납식 옷걸이 등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시동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계기판 가운데 자리한 주행정보계기의 붉은 활자가 OK 사인을 내며 강력한 출발을 이끈다. 엔진 반응은 부드럽지만 조금 예민하다. 액셀을 깊숙이 밟지 않아도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놓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튕겨 나간다. 3천rpm에서 최대토크(25.5kg·m)가 나와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순간가속력이 강력하다. 2.8 콰트로는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완전 자동식 다판 클러치 방식을 쓴 4.2 콰트로와 달리 아우디 고유의 토센(torsen) 센터 디퍼렌셜을 쓴다. `토센`은 토크감지(torque-sensing)를 뜻하고 과도한 토크가 한쪽 휠에 전달될 때 이를 다른 액슬에 나눠 휠 스핀을 막는 장치다. 또한 까다로운 노면에서 출발할 경우를 대비해 전자제어 차동장치(EDS)를 기본장비로 달았다. 한쪽 바퀴가 미끄러운 노면에서 헛돌기 시작하는 순간 EDS는 ABS를 이용해 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건다. 네바퀴에 항상 구동력이 걸려 있다는 느낌은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4WD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빙판길을 찾았다. 슬라럼을 하듯 S자 모양으로 차를 몰았지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되게 달린다. 특히 돋보인 것은 제동력이다. 눈길이나 빙판에서 두바퀴굴림의 약점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콰트로는 일반도로에서처럼 정확한 제동력을 보여 주었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승용 4WD의 매력이다.볼보 V70 X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왜건으로 꼽히는 볼보 에스테이트가 오프로더로 변신했다. 단지 예뻐 보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실용적인 왜건 보디에 정평이 난 안전성, 여기에 험로주파성까지 보완한다면 레저카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볼보는 차이름도 크로스컨트리(XC)라고 붙였다. V70 XC의 전신인 850 에스테이트는 95년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단을 능가하는 스포츠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이제 V70 XC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실용성 바탕으로 한 오프로더 왜건 고속 및 험로에서 뛰어난 안정감 보여 V70 XC는 850의 각진 모서리를 둥글려 부드러워졌지만 견고한 인상은 그대로다. 험로주행을 고려해 지상고를 50mm 높였고, 튀어나온 범퍼와 보디 옆면의 고무몰딩으로 차체손상을 막았다. 루프 캐리어는 크로스바를 대 스키 등 레저용품을 싣기 좋게 했다. 실내는 호두나무 장식으로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추운 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열선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커 보이는 뒷좌석 암레스트는 가운데를 열어 젖히면 어린이 시트가 된다. 또 뒷시트를 앞으로 젖히고 안전그물을 치면 상당히 넓은 짐칸이 마련된다. 적재함 덮개가 있어 짐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도 있다. V70 XC는 직렬 5기통 DOHC 터보 2.5ℓ193마력 엔진을 얹었다. 작은 출력은 아니지만 1천720kg의 둔중한 무게를 이끌기에 그리 넉넉한 힘도 아니다. 직렬 5기통 엔진은 V6처럼 부드럽게 돌아가지만 차체의 움직임은 다소 둔중한 느낌이다. V70 XC는 세단보다 260kg이나 늘어난 무게가 부담이 된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자 금세 탄력적인 몸놀림을 보인다. 저압터보를 달아 1천800에서 5천rpm까지 넓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차들 사이를 헤치고 쭉 뻗어 나가는 가속력은 처음의 기우를 말끔히 지우게 만든다. 터보가 터지는 배기음과 함께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치솟는다. 차체의 흔들림은 상당히 억제되어 속도감이 그리 크지 않다. 고속주행은 폭발적이기보다 안정감이 큰 데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지상고가 높아진 덕에 차에 오르내기기는 쉬워졌지만 무게중심의 이동이 커 급한 코너링에서는 강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 비포장도로로 들어서자 V70 XC는 곧 오프로더가 된다. 차체의 휘청거림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고, 속도를 높여도 불안하지 않다. 비스커스 커플링식 센터 디퍼렌셜은 앞 뒤 토크를 95:5에서 50:50까지 자동으로 나눠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 준다. 웬만큼 몰아쳐도 타이어는 어느 한 쪽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경사진 둔덕을 오르는 데도 거침이 없다. 충격흡수력이 커 거친 노면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한몫 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팀은 시속 40km 미만에서 작동하고, 뒷바퀴에는 디퍼렌셜 록과 함께 하중을 감지해 높이를 자동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시스팀을 썼다. 오프로드 주행을 통해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값을 확인했다. 볼보 V70 XC의 가치는 왜건의 가치를 실용성에 한정시키지 않고 스포츠성과 험로주행성능을 모두 담아낸 RV로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장거리 가족여행의 듬직한 동반자라는 매력이 크게 다가오는 차다.피아트 판다 4×4 간소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으로 현대판 시트로엥 2CV로 불리는 피아트 판다는 4WD가 고성능차에만 어울리는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모델이다. 79년 데뷔 때의 판다는 2기통 652cc의 `판다30`과 4기통 903cc의 `판다45` 두 차종이었다. 83년에 파트타임 4WD를 얹은 4×4가 추가되었는데 FF 베이스의 4WD 시판차로는 세계최초였다. 86년에는 2기통 엔진이 없어지고, 4기통도 새로운 설계의 769cc, 999cc FIRE(Fully Integreted Robotized Engine, 완전 로봇 조립 엔진) 엔진으로 바뀌었다. 삼각창을 없애고 일반적인 시트를 쓰며 계기와 패널의 대형화 등 각 부분이 현대화되었다. 현재의 판다는 이 때쯤 거의 완성되었다. 91년 후지중공업의 무단자동변속기(ECVT)를 추가하는 등 부분적인 변경이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판다의 생산량은 약 350만 대에 달한다. 파트타임 4WD, ㄱ자 레버로 전환 경쾌한 달리기, 험로도 문제 없어 국내에서 판다는 89년 소개되어 93년까지 50대 정도가 팔렸고, 그 이후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흔치 않은 판다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시승차는 90년식으로 9만5천km를 뛴 상태지만 판다의 특성을 체험하기에 충분할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판다라는 이름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그 귀여운 판다를 뜻한다. 초기의 판다는 범퍼 아래가 검은 색이고, 그 위는 아이보리색이었는데 이 조화가 동물 판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승한 판다의 보디컬러는 이름도 아름다운 모나코 블루다. 프라이드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차체는 쥬지아로 디자인의 특징이 느껴지는 직선이 기조를 이룬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화시켜 실내공간을 넓혔다. 계기판은 타코미터가 없는 대신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그래픽 모니터가 달린 점이 특징이다. 또 대시 패널 위에 지프처럼 경사계를 마련해 4WD 모델임을 알려준다. 듀얼 선루프처럼 앞 뒤 따로 열 수 있는 캔버스톱이 또하나의 특징이다. 간단히 접어 수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수동식 윈도와 백미러 등은 옛날차 그대로고, 스페어 타이어가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판다 4×4는 직렬 4기통 999cc 45마력 엔진을 얹고, 수동 5단 기어를 쓴다. 카뷰레터 엔진의 투박한 시동음을 오랜만에 듣는다. 시트는 보기보다 편하지만 페달류가 너무 조밀하게 붙어 있어 발놀림은 불편하다. 클러치를 밟을 때 브레이크가 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액셀을 건드리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기어도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 힘주지 않고 살짝 넣어야 제 위치에 정확하게 들어간다. 역시 주행소음은 크다. 타코미터가 없어 rpm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하다. 기어비가 높게 설정되어 있어 조금 낮은 속도에서 기어를 바꿔 주어야 한다. 시속 70km를 넘으면 5단으로 올려야 엔진이 안정을 찾는다. 가속은 꾸준하게 이루어진다. 가속력은 아토스와 비슷한데 시속 80km 주변에서 멈칫거림이 없는 점은 더 낫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125km지만 130km를 넘을 수 있었다. 판다 4×4의 진가는 눈길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승날은 날씨가 쾌청해 비포장길 주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트타임 4WD는 기어레버 아래 있는 ㄱ자 레버로 간단히 구동바퀴를 바꾼다. 시속 80km까지 달리는 중에도 레버를 살짝 올리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 이때 액셀에서 발을 떼야 한다. 험로 달리기는 지프와 비슷한 감각을 보여준다. 거친 노면을 따라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판다 4×4는 승용 4WD보다 경지프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렇게 작은 체구에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재미를 가진 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싼 유지비와 연료비 등 경제성이 좋아 우리 실정에도 잘 맞는 차다. 아우디 A8 2.8 콰트로, 볼보 V70 XC, 피아트 판다 4×4의 주요 제원 구분 차 종 아우디 A8 2.8 콰트로 볼보 V70 XC 피아트 판다 4×4 크 기 길이×너비×높이(mm) 5034×1880×1440 4720×1760×1500 3435×1500×1468 휠베이스(mm) 2882 2650 2159 트레이드 앞/뒤(mm) 1579/1586 1520/1470 1254/1258 무게(kg) 1570 1720 805 승차정원(명) 5 ← ← 엔 진 형식 V6 직렬 5기통 DOHC 터보 직렬 4기통 굴림방식 4WD ← ← 보어×스트로크(mm) 82.5×86.4 83.0×90.0 70.0×64.9 배기량(cc) 2771 2435 999 압축비 10.3 9.0 ← 최고출력(마력/rpm) 174/5500 193/5100 45/5250 최대토크(kg m/rpm) 25.5/3000 27.5/1800~5000 7.4/325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 ← 연료탱크 크기(ℓ) 80 73 30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 수동5단 기어비①/②/③ 2.580/1.407/1.000 3.610/2.060/1.370 3.902/2.056/1.344 ④/⑤/ⓡ 1.742/-/2.882 0.890/-/3.950 0.978/0.780/3.727 최종감속비 4.330 2.556 - 보디 와 섀시 보디형식 4도어 세단 4도어 왜건 4도어 해치백 스티어링 랙 & 피니언(파워) ← 랙 & 피니언 서스펜션 앞 4링크 스트럿 ← 뒤 멀티링크 ← 리프 스프링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 디스크/드럼 타이어 앞/뒤 225/55R 17 205/55R 16 145/R13(겨울용) 성 능 최고시속(km) 225 210 125 0→시속 100km가속(초) 10.2 9.1 17.5 시속 60km정속 주행연비 6.9 8.1 12.7 값 (만원) 9천350 6천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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