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뻥카 아닌 펀카, 벨로스터 시승기 2018-05-04
뻥카 아닌 펀카벨로스터 시승기 사고 싶은 차 목록에 드디어 현대차가 이름을 올렸다. 2천만원대 예산으로 완벽한 차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벨로스터는 꽤 괜찮은 상품성을 갖고 있었다. 날쌘 움직임은 물론 호쾌한 엔진음을 내며 스포티 해치백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예상하지 못한 데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곤지암> 같은 공포영화 얘기가 아니다. 예전엔 별로 매력적이지 않던 친구가 몇 년 지나니 눈 비비고 볼 정도로 달라지는 류의 얘기다. 이번에 탄 현대 신형 벨로스터가 그랬다. 데뷔 초기에 스포티한 외모를 자랑했지만, 몸놀림이 뻣뻣했던 벨로스터는 패션카에 불과했다. 이후 나온 터보 모델은 동일 배기량의 자연흡기 모델보다야 나은 운동성능을 보였지만 마찬가지로 크게 각광받지는 못한 것이 사실. 스포츠카로 분류되며 인기를 끄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같은 준중형 체급의 아반떼 스포츠, i30 터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통에 제대로 자리 잡기도 어려웠다. 그랬던 벨로스터가 디자인 및 성능에서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뤄냈다.외모는 이미 스포츠카신형 벨로스터는 요즘 완성도를 높여가는 현대차의 캐스케이딩 그릴이 제대로 자릴 잡은 모습이다. 보다 각진 그릴과 범퍼 하단에 자리 잡은 독특한 공기흡입구도 매력을 더한다. 이에 비해 헤드램프 디자인은 무난한 편. 그래도 현대차는 이번 코드명 JS의 신형 벨로스터를 통해 장수 모델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 듯 보인다. 뒤로 가면 역동적인 이미지는 한층 더 부여된다. 디퓨저는 물론 테일램프가 큰 역할을 하는데, 이전과 달리 가로로 긴 디자인으로 차를 더욱 낮아 보이게 만들었다. 쏘나타 뉴라이즈에서 봤던 테일램프 패턴은 벨로스터와 더 괜찮은 궁합을 보인다. 얼핏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가 떠오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체커키 그림이 심심한 대시보드에 포인트가 된다구형 벨로스터 실내는 좌우 대칭으로 요즘 트렌드인 운전자 중심 설계에 한참 뒤처진 느낌이 강했다. 신형은 다르다. 대시보드와 센터 패시아에선 예전 흔적을 찾기 힘들다. 비대칭 구성의 스포티한 디자인에 운전석과 동반석에는 인테리어 컬러마저 달리 써 앞자리에서의 역할 구분을 확실히 한다. 스티어링 휠은 메르세데스-AMG를 떠올리는 3스포크 타입에 지름도 적당하다. 동반석 쪽 대시보드에는 체커기 패턴을 그려 넣는 등 재미 요소를 부각시켰다. 다만, 전체적으로 쓰인 내장재 질감이 그다지 고급스럽지는 않다. 저렴한 플라스틱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인테리어는 가능하면 눈으로 즐기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재미 요소를 더한 파워게이지를 화면에 띄울 수 있다움직이는 레이싱게임 버킷시트시동을 걸기 전에 시트 포지션을 조절해 본다. 전동 버튼으로 앞뒤 조절을 마치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려 더듬었더니 요추 조절 버튼만 만져진다. 설마 하고 위쪽으로 손을 휘저으니 등받이 조절 수동 레버가 만져진다. 그렇다. 운전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반자동 시트다. 사실 등받이 각도는 한번 만지면 더 만질 일이 없긴 하다. 아쉽지만 이 정도는 눈감고 넘어가기로 한다.어떤 재미있는 기능이 생겼나 찾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퍼포먼스 게이지. 터보 부스트 압력과 중력가속도, 실시간 토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재밌긴 하지만 굳이 운전하다 말고 곁눈질해 가면서까지 찾아볼 것 같진 않다는 게 함정. 그래도 펀카에 어울릴법한 기능을 꼼꼼히 마련한 개발진의 노력에 칭찬을 보낸다.도어 패널에 서로 다른 색이 적용된다  튀어나온 인포테인먼트 스크린과 대시보드 구성이 요즘 현대차스럽다  신형 벨로스터 들어간 JBL 오디오 시스템은 다양한 음역에서 풍성한 사운드를 낸다. 맑은 고음은 물론, 골이 울릴 정도로 저음을 빵빵 터뜨린다. 더불어 인상 깊었던 기능은 사운드 제너레이터다. 리파인드, 다이내믹, 익스트림까지 3단계로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최상위 단계인 익스트림을 선택하면 모든 음역이 강조된다. 과장이 좀 심하다 보니 마치 레이싱 게임을 하는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중간 단계인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니 실제보다 중저음역대가 듣기 좋게 강조된다. 차를 많이 안 타본 동승자에게 실제 배기음이라고 하면 깜빡 속겠다 싶은 정도. 사실 가장 좋은 건 최저 단계인 리파인드였다. 인위적인 소리를 최대한 덧붙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에 가까운 엔진 배기음이어서 가장 듣기 좋았다.신형 벨로스터에는 기존보다 크기를 키운 터빈이 들어간다  기존 쏘나타 테일램프 디자인이 벨로스터에 이식됐다  살살 밟아야 더 재밌는 중저속 강자하체는 아반떼 스포츠보다 단단하다. 그래서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는 툭 치는 듯한 첫 느낌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충격을 털어낸다. 시내 주행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받을 정도는 아니다. 적극적인 달리기를 위한 세팅과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세팅, 그 중간쯤으로 보면 맞겠다. 스티어링은 의도한 대로 꽂힌다. 다행히 이전부터 지적받아온 무거운 하체가 가볍게 바뀐 모양이다. 다소 빠른 속도로 급하게 코너를 돌아도 앞머리를 길 한가운데에 끈질기게 들이민다. 불안하지 않은 코너링 덕분에 운전 재미는 늘어난다. 스티어링 휠과 함께 돌아가는 패들 시프트도 만족스러운 부분. 와인딩 코스나 서킷도 소화 가능한 스포티 해치백임을 강하게 어필한다. 다만 빠른 시프트업에 비해 굼뜬 시프트다운은 아쉬운 부분. 회전수를 어지간히 내려야 시프트다운이 되니 박진감 있는 운전과는 다소 거리를 두게 된다.시승 모델인 1.6 스포츠 코어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지원한다. 급가속시에 순간적으로 더 많은 토크를 뽑아내는 기능이다. 민첩한 코너링이나 괜찮은 가속력에 비해 제동 실력은 아쉽다. 브레이크 페달을 깊숙이 밟아야 겨우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과 마찰음을 내기 시작한다. 발끝을 살짝만 대도 울컥거리며 뛰어난 가속성능을 보여준 데 비해 브레이크 답력은 지나치게 부드럽다. 고속 주행에서 급제동 시에는 뒷바퀴가 붕 뜬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무난한 헤드램프를 그릴과 하단 범퍼가 커버한다  개성있는 18인치 알로이 휠이 들어간다 촬영을 위해 포천 일대를 다녀오면서 열심히 밟고 돌아다닌 결과, 305km 주행에 평균 연비 9.4km/L를 찍었다. 벨로스터 오너라면 스포츠 모드에 두고 달릴 일이 많을 테니 대략 이 정도가 실제 연비에 가깝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반면 시승 마지막 날 출근길에는 12.4km/L를 기록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상황에서 에코 모드에 두고 달린 결과다. 에코 모드로 장거리를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면 공인연비(복합 기준 리터당 12.6km)보다는 높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이병주
KIA FORTE & KIA K3 , 10년 터울 2018-05-03
KIA FORTE & KIA K310년 터울 준중형 세단으로 살펴본 국산차 10년의 변화.많은 게 달라졌다. 10년 전 대통령은 이제 철창신세가 되었고, 우리네 손에 하나씩 들려있던 슬라이드폰은 모조리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변화는 어땠을까? 여러 키워드가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오르지만 직접 보는 게 가장 속 시원할 터. 국내 준중형 세단 10년을 가늠하기 위해 최신 K3와 정확히 10년 터울인 포르테(2008년 출시)를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빛을 다루다‘껍데기만 바꾼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역시 스타일. ‘신상’ 선호하는 시장 수요와 이전 차를 구닥다리로 만들어 판매를 늘리려는 자동차 업계 속셈이 맞물려 디자인은 내실보다 빠르게 바뀌었다. 포르테와 K3가 성능은 1세대 차이인데 스타일은 2세대나 차이 나는 이유다.덩치부터 다르다. 짤막한 포르테와 길쭉한 K3의 길이 차이는 무려 110mm. 포르테에서 K3로 바뀌며 30mm 늘고, K3 2세대에서 또 70mm나 늘어났다. 약 20년 전 등장한 세피아2가 4,430mm였으니 10년마다 약 100mm씩 길어지는 셈. 이런 식으로 가다간 2028년엔 중형 세단 수준으로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통통한 포르테와 길쭉한 K3  그런데 사진을 가만 보면 K3에 비해 포르테가 밋밋해 보일 거다. 이는 빛을 다루는 기술에 따른 차이다. 포르테 시절엔 빛의 맺힘 즉, 디자이너끼리 말하는 ‘리플렉션’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둥글게 만들었지만 K3는 다르다. 널찍한 옆면에도 철판 한 부분에 굴곡을 몰아 하늘과 땅의 경계를 디자이너가 원하는 위치에 맺히게 했다. 덕분에 어떤 사진을 보든 같은 위치에 음영이 또렷이 맺힌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K3가 탱글탱글 생동감 있게 보이는 이유다. 여기에 LED 헤드램프 같은 최신 스타일이 더해져 잘생긴 포르테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큰 소형차에서 작은 중형차로실내는 디자이너들이 큰 역할을 해냈다. 한 기아차 디자인 임원에 따르면 ‘시각적 가성비’를 추구했다고. 쉽게 말해 저렴한 소재로 있어 보이게 만들었단 얘기다. 그의 말처럼 K3 실내는 고급스럽다. 그리고 가성비라는 말이 무색하게 포르테에 비해 소재도 좋다. 요즘 소형차 고객들은 단지 저렴한 차가 아닌, 작지만 알찬 차를 원하기 때문이다. 포르테 실내는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다. 소재가 문제다  K3 실내는 그리 비싼 소재를 쓰지 않고도 고급스럽다.   품질은 문짝을 여는 순간 갈린다. 현대-기아차가 한창 원가절감에 열을 올리던 때 등장한 포르테는 군용 레토나 문짝만큼이나 가볍고 텅텅 빈 철판 소리가 난다. 반면 K3는 묵직하게 여닫힌다. 시트에 앉으면 또 한숨이 나올 거다. 비교를 위해 섭외한 포르테는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 모델. 그런데 스티어링 휠은 우레탄 소재다. 굳이 가죽 흉내를 내겠다고 재봉선 모양까지 넣었지만 특유의 미끌미끌한 질감은 감출 수 없다. 당시 ‘럭셔리 1.6’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내세웠던 게 하이패스 내장 ECM 미러와 스마트키, 수퍼비전 클러스터 정도이니, 이 시절 준중형 세단 편의사양 수준이 쉽게 짐작이 간다. 이랬던 실내가 10년 만에 일취월장했다. 일단 스티어링 림을 가죽으로 감쌌고, 플라스틱 범벅 센터패시아는 층층이 나뉜 스타일로 깔끔히 정리했다. 금속 장식도 똑같은 플라스틱이지만 마감 실력이 늘어 눈으로만 보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제트기 노즐 형태 송풍구는 높아진 감성 품질의 방점을 찍는다. 메모리 및 냉난방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크렐 오디오 등 편의사양도 최신 중형 세단을 넘본다.그런데 뒷좌석은 포르테가 더 쾌적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두 차에 번갈아 앉아보면 K3가 더 답답하다. 더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포르테는 머리가 여유롭고 K3는 머리가 닿을 둥 말 둥 하다. 멋진 실루엣을 위해 지붕을 낮춘 탓. 결국 준중형 세단 수요가 경제적인 패밀리 세단에서 젊은이들의 콤팩트 세단으로 이동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트렁크 공간은 포르테 415L에서 K3 502L로 상당히 커졌으나, 실제 체감은 거기서 거기다. K3보다 무릎 공간은 아주 조금 좁지만 머리 공간이 넉넉한 포르테 뒷좌석  앉기엔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천장이 낮아 답답한 게 흠이다  불안한 토끼와 차분한 거북이엔진 출력은 시대를 역행했다. 연료분사방식을 직분사에서 포트분사로 바꾸면서 최고출력이 123마력, 최대토크가 15.7kg·m로 낮아졌다. GDI 엔진을 얹은 140마력 포르테와 비교하면 12% 넘게 출력이 낮다. 무게도 포르테가 65kg 가벼워 구형이  최신 신차보다 빠른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현대-기아차가 그토록 자랑하던 직분사를 버리고 포트분사로 돌아왔다. 수치상 출력은 낮지만 일단 K3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고속에 한정된 얘기다. 시속 100km 이하 실용 구간에선 의외로 체감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 포르테는 수치상 출력에만 목매던 세팅이고, K3는 실용 영역 성능에 집중했기 때문. 힘을 효율적으로 쓰는 무단변속기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속도가 오르면 12% 출력 차가 여지없이 거리를 벌려놓지만 말이다.섀시 완성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노후된 포르테의 나이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안정감과 핸들링 모두 K3의 압승이다. 시대적으로 포르테는 현대-기아차가 전동 조향장치와 커플드 토션빔 리어 액슬 서스펜션을 도입하던 때라 완성도 차이가 상당하다. 특히 MDPS는 감각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디 그뿐이랴. 포르테는 급제동 시 뒤쪽이 물고기 꼬리처럼 흔들리는 피시 테일 현상으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댐퍼도 다소 무른 편. K3 뒤쪽 댐퍼가 특히 탄탄한 걸 보면 과거 피시테일로 홍역을 겪은 기아차가 이 문제만큼은 철저히 대비한 듯하다.  정속 주행 승차감 역시 K3가 낫다. 서스펜션이 전체적으로 단단한데도 초기 반응은 무르게 조율돼 자잘한 충격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반면 포르테는 서스펜션이 비교적 무르지만 잔 충격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물론 이는 각종 하부 부싱이 노후화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화여기까지 보면 그냥 만듦새가 좋아진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짜 세대 차이는 지금부터다. 바로 주행 보조 장치. K3는 고속도로 반 자율주행이 가능할 만큼 다양한 첨단 장치가 가득하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중앙으로 운전대를 조정하는 차선 이탈방지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능 등이 달려있다. 포르테는? 최고 트림 프레스티지에서도 별도 선택해야 하는 VDC(차체자세제어장치)가 당대 최고의 첨단 기능이었다. 시승차엔 그마저도 없었지만. 두 차 모두 17인치 휠이 달렸다. 당시 포르테의 17인치 휠은 파격이었다고  연비는 기아차가 강조한 대로다. K3로 총 365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3.4km/L. 다소 거친 운전에도 불구하고 11km~16km/L 수준의 높은 효율을 보였다. 비슷한 환경에서 포르테는 9~11km/L 정도였다. 큰 덩치, 낮아진 출력에도 불구하고 효율에 집중했다는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이 제 역할을 했다.10년 터울로 만난 포르테와 K3. 그 차이는 거창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하나하나 쌓여 이뤄낸 감성적인 만족감은 결코 적지 않았다. 원가 절감이 극에 달했던 포르테가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K3는 숨은 곳까지 제법 꼼꼼히 신경 쓴 모양새. 10년 전 포르테가 좋은 차라고 할 수 없었다면, 이제 K3는 당당히 좋은 차라고 얘기할 만 하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1999년 기사] A학점 스타일로 새 천년 이끌 크.. 2018-04-30
A학점 스타일로 새 천년 이끌 크로스오버카​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 국내 소형차시장은 지금까지 비슷한 시기에 경쟁차가 등장해 메이커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인 `전쟁터`였다. 12년 전인 87년 기아 프라이드가 등장하면서 현대 엑셀, 대우 르망과 함께 3파전이 벌어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94년에는 현대 엑센트, 기아 아벨라, 대우 씨에로가 나와 `2차대전`을 벌였다. 1차대전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양상이었지만 2차대전은 현대 엑센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버렸다. 96년 라노스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기는가 싶더니 뉴 엑센트의 인기를 누르는 데는 실패했다. 기아가 현대와 한 식구가 된 지금은 이전의 양상과 많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일단 현대 베르나와 차별화를 통해 라노스를 `공동의 적`으로 만들어 공략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 리오의 등장은 국내 소형차시장의 `3차대전`을 예고하고 있다.한눈에 주목을 끄는 외부 스타일 다목적 기능을 갖춘 크로스오버카 리오를 보며 기아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산차치고는 튀는 디자인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포드 카나 포커스와 닮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리오가 해외에서는 어떤 평을 얻을 지 궁금해진다. 리오는 포드 브랜드를 단 OEM방식으로 수출되면서 기아 독자 브랜드로도 수출된다고 한다.​리오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선과 선이 교차하지 않는 무교점의 라운드 디자인은 카디자이너의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 스타일을 과감히 적용한 것 같다. 차가 개발될 때 디자이너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지만, 막상 양산을 고려할 때는 그런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리오의 디자인은 과감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5도어 해치백이면서 왜건 같은 스타일을 지닌 RX-V를 기아는 `크로스오버카`라고 자랑했다. 크로스오버는 자동차뿐 아니라 문학이나 영상, 음악 등 문화적 현상에 두루 쓰이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분야를 혼합한 것을 말한다. 자동차에서는 스포츠카 같은 왜건, 왜건 분위기의 승용차 등이 크로스오버차다.​RX-V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짐차` 분위기의 왜건이 아니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뒷유리 때문에 일반적인 해치백처럼 보이지만 트렁크를 열어보면 넓은 화물공간이 나타난다. 시트를 접으면 화물공간을 아주 크게 만들 수가 있다. 편의성을 높이려면 뒷범퍼 위에 발판을 마련해 짐을 깊숙이 실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한눈에 주목을 끄는 외부 스타일에 비해 실내에 들어서면 감동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급스러운 베르나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인지 평범한 느낌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포드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머큐리 쿠거, 포드 카, 포커스 등 디자인팀의 일관성 있는 포드 이미지와 혁신적인 디자인은 포드가 GM을 추격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아쉽게도 포드 스타일의 리오는 외관의 좋은 이미지를 실내 디자인에 연결시키지 못했다.​​​​​프라이드, 아벨라에 비해서는 분명 좋아졌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컵홀더는 엑센트나 아벨라의 것과 너무 비슷하다. 크기 조절도 안되고 손으로 잡아 빼는 것도 그렇다. 단지 위로가 된다면 센터 콘솔에 두 개의 컵을 놓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베르나는 여기에 컵 하나를 놓을 수 있다).​이에 비해 선바이저의 질감은 천장 마감재와 같은 부드러운 천을 써 아주 고급스럽다.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에 화장거울 덮개까지 달려 있다. 실내를 꾸미는 투자의 우선 순위가 조금 이해가 안 된다.​아벨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조수석 레그룸이 좁다는 것인데, 리오에서도 이 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불룩 튀어나온 대시보드 안의 콘솔박스가 넓은 것도 아니다. 베르나 것은 훨씬 넓은데도 안쪽으로 곡선을 이루어 레그룸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되어 있다.​한층 좋아진 시트질감과 시트 오른쪽에 달린 암레스트는 베르나의 것과 비슷하다. 분명 이전의 기아차 시트와는 다르다. 그동안 기아차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리오의 시트를 보고 좋아진 품질을 느꼈다.​연비는 좋지만 소음이 거슬려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큰 장점 리오는 린번 엔진이 없지만 공인연비 1등급을 받았다(1.5 DOHC는 2등급). 나날이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좋은 연비는 분명 메리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능도 1등급일까? 이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분명 수치상으로 비교해보면 경쟁차보다 앞서지만 달려보면 느낌이 다르다.​시승차는 1.5 SOHC다. 5천500rpm에서 95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3천rpm에서 13.8kg·m가 나온다. 시동을 건 후 아이들링 상태의 소음은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3천rpm 부근으로 올라가면 소음이 귀청을 때린다. 특히 수동변속기는 변속할 때의 진동이 너무 심해 불쾌할 정도다. 엔진룸 안쪽에 흡음재를 단 리오가 흡음재를 달지 않은 베르나보다 시끄럽다. 기어의 연결감은 예전 기아차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1, 2단에서의 기어비가 낮은 편이어서 출발과 함께 바쁘게 변속을 해야 한다. 가속성능은 좋은 편이다. 원하는 시점에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베르나의 부드러운 가속보다 리오의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리오를 타본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서스펜션이다. 급격한 코너링을 할 때 차체 뒤쪽이 많이 흔들리는데, 이것은 뒤 서스펜션의 세팅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아측은 아직 완성이 덜 되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새차발표회를 하고 계약을 받는 단계에서 완성이 덜 되었다는 말은 이해가 안된다. 세계시장에 나갈 `새 천년 새 강차`라는 이름에 걸맞는 품질을 확인하지 못해 아쉽다.​디자인을 잠시 공부한 기자의 시각으로 볼 때 리오의 스타일은 A학점이다. 구석구석을 보아도 별로 흠잡을 곳이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금 허전한 것을 빼고는 말이다. 외모가 출중하면 일단 절반의 점수는 따고 시작하는 셈이다.​성능은 개선할 부분을 많이 남겨 두고 있다. 이제는 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아직 완성이 덜 되어서…` 또는 `이 차는 시승차이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차가 개방되어도 소형차시장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 소형차가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리오는 컨버터블이나 쿠페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좁은 국내시장에 컨버터블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3도어 쿠페를 만들면 베르나보다 더 예쁠 것 같다. 완성도를 조금만 더 높인다면 새차를 사려는 젊은 직장인, 대학생,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이다. 4도어와 5도어 두 모델 중에는 5도어가 더 매력적이다.​​​ 
메르세데스-AMG E 63 4매틱+ 시승기 2018-04-30
MERCEDES-AMG E63 4MATIC+쌍둥이 형의 그림자  E63은 쌍둥이 형 E63 S를 위해 여러 가지를 양보했다. 지금도 충분히 빠르지만 그보다 더 빠른 형의 존재는 가슴이 쓰리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성능 라인업마저 세분화하고 있다.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조사가 다임러다. E클래스를 예로 들자면 플래그십 퍼포먼스 모델인 E63을 기준으로 쌍둥이 형인 E63 S(이전 세대 W212부터 등장했다)와 동생 E43이 추가됐다. 숫자에 따른 AMG의 위계질서도 확실하다. 원맨-원엔진 고집을 버린 43시리즈는 형들과 확실한 출력 차이를 보이는 400마력 대 성능으로 더 넓은 고객층을 향했다. 문제는 같은 숫자를 사용하는 63시리즈다. E63과 E63 S는 엔진 출력만 조금 다를 뿐, 성격과 고객이 서로 겹친다. 물론 벤츠가 주먹구구식 라인업을 짜지는 않았을 터. 63시리즈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외관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세분화한 고성능 라인업 E63의 얼굴은 성능에 걸맞게 흉포하다. 고성능을 암시하는 대형 에어 인테이크 홀과 스플리터 같이 뻗은 범퍼 하단, 여기에 AMG 그릴과 울룩불룩한 보닛이 빚은 과격함이 분위기를 이끈다. 반면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수수하다. 트렁크리드 위에 달린 립 스포일러와 네 개의 테일 파이프만이 평범한 E클래스가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실내는 고성능 모델의 교과서적인 변화를 따랐다. 우드트림을 대체한 카본트림, 공기주머니로 신체를 잡아주는 다이내믹 시트가 대표적이다. 또한 E클래스의 최고급 트림에 걸맞게 인조 스웨이드 마감과 대시보드 가죽 덮기 등으로 시각적 만족감도 높였다. 카본트림과 대시보드 가죽덮기를 적용했다범퍼와 AMG 전용 그릴, 오버펜더와 보닛이 만든 흉포한 인상 엔진은 V8 4.0L 트윈 터보 M177이다. 뱅크 사이에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두 개를 넣은 구조가 특징(같은 M177 계열 C63, GLC 63은 싱글 스크롤)으로, 이를 통해 응답성이 빨라졌고 냉간시 촉매온도를 빠르게 올려 오염물질 배출도 적다. 4.0L의 배기량은 AMG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작지만, 성능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AMG 63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고성능 모델에 탑재되어 그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 AMG와 협력관계에 있는 애스턴 마틴 DB11과 밴티지에도 사용되며, 드라이섬프 윤활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낮춘 M178은 AMG GT의 심장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신 설계의 퍼포먼스 엔진은 연료효율도 신경 써야 한다. 컴포트 모드에서 3,250rpm 이하로 주행할 때 활성화되는 실린더 휴지기능(상황에 따라 2, 3, 5, 8 실린더 밸브를 닫는다)이 탑재된 이유다. 단단한 쿠션감과 긴장감이 스민 시트 위로 몸을 맡겨 운전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배기음이 한껏 고조된 기분을 반감시킨다. 물론 성능은 강력하다. 571마력의 출력은 2t의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3.5초 만에 시속 100km로 가속시킨다. 출력 40마력이 높은 E63 S는 이보다 0.1초가 빠르다. 지금도 충분히 빠르지만 그보다 더 빠른 형의 존재는 가슴이 쓰리다.  쌍둥이 형을 위한 동생의 양보변속기는 9단 자동 9G트로닉 스피드시프트. 기존 AT에서 토크 컨버터를 습식 다판 클러치로 대체한 구조로 고성능과 편의성을 두루 아우른다. E63과 E63 S에 맞춰 변속 패턴과 설계 일부를 다듬어 기존 7단보다 무게도 가볍고 변속 시간도 더 빠르다. 급가속에서 가벼운 변속 충격으로 차체를 튕기는 느낌과 한 번에 여러 단수를 건너뛰는 다운시프트도 퍽 매력적이다. 한편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서스펜션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세 개의 에어 챔버가 서스펜션 용량을 늘려 포용력과 단단함의 폭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갑작스러운 하중 변화와 고속 코너링, 급가속과 급제동 등 차의 주행상황에 맞춰 시시각각 댐핑을 조절하여 롤링과 피칭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벤츠의 쿼드머플러는 고성능을 의미 한다기계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차명도 길어졌다 주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똑똑하게 진화한 4매틱+다. 그간 벤츠의 4매틱은 경쟁사보다 트랙션 배분 능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 조향축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특성상 스티어링이 잠기거나 조향 무게가 변하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신 설계의 4매틱+는 벤츠에서는 처음으로 뒷바퀴에 구동력을 100% 까지 몰아준다.  뱅크가운데 자리 잡은 두 개의 터빈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코너를 탈출하면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네 바퀴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구동력이 엉덩이로 느껴질 정도다. 덕분에 차체의 움직임이 매우 유연하며, 조향 감각도 깔끔하다. 트랙션 변화가 자연스러운 까닭에 운전 실력이 어설픈 사람이라면 쉬워진 스포츠 주행을 본인의 운전 실력이라 착각할 게 분명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후륜구동으로만 주행할 수 있는 ‘드리프트 모드’는 E63 S에서만 누릴 수 있어서다.  다이나미카 인조가죽과 12시 방향 표시가 추가된 스티어링 휠 단단한 쿠션감과 긴장감이 스민 시트는 다이나미카와 나파 가죽을 혼용했다 이 밖에도 E63과 E63 S는 몇 가지 차이가 난다. E63은 기계식 디퍼렌셜 록, E63 S는 전자식 디퍼렌셜 록을 사용한다. 아울러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 마운트의 감쇠력이 달라지는 전자식 엔진 마운트도 E63 S만 달린다. 쌍둥이 형의 존재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차이를 둔 셈이다. 물론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63은 뛰어난 퍼포먼스 세단 중 하나다. 아직 마땅한 경쟁자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 라이벌이 등장하는 내년까지는 가장 강력한 중형 퍼포먼스 세단으로 군림할 예정이다. E63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E63 S의 출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리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제품 전략은 얄미울 만큼 똑똑하다.  글 | 이인주 기자 사진 | 이병주   
SUV E-PACE , 작아도 재규어는 재규어 2018-04-26
JAGUAR E-PACE작아도 재규어는 재규어  짧고 통통한 몸매의 콤팩트 SUV E페이스는 강력한 인제니움 엔진과 날렵한 스티어링으로 코너를 야무지게 휘젓는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영국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모터스포츠, 고성능 스포츠카, F1팀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영국 왕실의 의전차량이자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였던 XJ220의 제조사 재규어, 그리고 사막의 롤스로이스이자 역시 영국 왕실 의전 차인 랜드로버는 특히나 의미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재규어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최신 재규어 중에서는 F-페이스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새 식구이자 젊은 재규어 E-페이스와 인연이 닿았다. 스포츠카 연상시키는 작고 탄탄한 외모E-페이스의 첫인상은 작지만 특징적인 라인이 들어간 보닛과 전면부에 개방감 있게 자리 잡은 프론트 그릴, 날렵하면서도 근육질을 연상시키며 뒤쪽까지 이어지는 보디라인 등 전체적으로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보디 곡면을 따라 자리 잡은 강한 인상의 헤드램프가 첫인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콤팩트 SUV에는 다소 과해 보이는 19인치의 휠과 초편평 타이어는 이 친구의 달리기 성능을 짐작케 한다. 보디 형상을 따라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자리 잡았다 19인치 휠에 굿이어 이글 F1 타이어를 끼웠다 외부 점검을 마치고 운전석에 앉으니 생각보다 공간이 여유로우면서도 스포츠카에 탄 듯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쿠페인 F-타입의 특징을 담은 인테리어는 달리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얌전한 느낌의 회전식 다이얼 대신 F-타입 스타일의 시프트 레버를 갖춘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거든다. 최신 차의 기본 장비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에어벤트와 다이얼식 공조 스위치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재규어 로고가 새겨진 스티어링 휠과 스포티한 디자인의 계기판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마무리한다.  SUV다운 공간을 지녔으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운전석 아기 맹수를 찾아보자 E-페이스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 같은 전지형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오프로드 보다는 온로드 성능에 주력한 이 차는 퍼포먼스와 컴포트, 에코, 스노우 모드만 제공한다.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계기판과 인테리어 무드등이 붉은색으로 바뀌며, G포스 미터,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조작 그래프가 표시된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세팅 조합도 가능하다.  간결하면서도 멋스러운 리어 램프 거주공간의 경우 4인 가족이 타기에 무리가 없다. 성인이 뒷자리에 타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수준. 다만 약간 좁은 뒷좌석 레그룸은 감수해야 한다. 콤팩트 SUV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심에서의 운용이 편하다는 점과 높은 지붕 덕분에 거주공간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차의 트렁크 공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차체 사이즈와 보디라인 때문에 충분한 적재공간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보디 형상 때문에 트렁크는 좁은 편이다 레그룸이 좁은 뒷좌석 한동안 디젤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가 최근에 다시금 가솔린의 매력에 눈을 뜬 필자에게 인제니움 2.0L 터보 엔진은 많은 기대감을 주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외부에서 소리를 들어봤다. 배기는 배압이 가득 찬 느낌이지만 엔진은 고압의 디젤 엔진을 연상시키는 듯 강한 소리를 뿜어낸다. 대신 249마력의 최고출력과 3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밸브와 리프트와 타이밍을 조절하며, 트윈 스크롤 터보가 저회전부터 빠르게 과급압을 올린다. 여담이지만 처음 이 차를 받았을 때 디젤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다. 반면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은 프리미엄 모델답게 잘 억제되어 있었다.  249마력을 내는 인제니움 엔진  날렵한 스티어링, 강력한 엔진포토그래퍼와 합류하기로 한 양평으로 향하면서 우선 컴포트 모드로 주행을 시작했다. 9단 변속기는 변속감이 부드럽고 급가속이나 정지 시에는 빠른 대응을 보여준다. 엔진과 변속기의 섬세한 매칭은 재규어만의 맛을 드러낸다. 퍼포먼스 모드로 바꾸자 액셀 페달의 응답성이 달라진다. 동시에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만 나오던 HUD에 엔진 회전수가 더해져 적극적인 운전을 돕는다. 기본으로 달린 굿이어 이글 F1 타이어는 아직 길이 덜 들었음에도 이 차의 퍼포먼스를 받아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코너에서 차선을 살짝 밟으니 스티어링에서 어색한 진동이 껴진다. 분명 스티어링은 떠는데 양쪽 타이어가 아니라 한쪽만 반응하는 느낌. 차선 감지 시스템이었다. 개인적으로 인텔리전트 기능은 아직 어색하니 끄고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스포티한 3스포크 스티어링 F타입 느낌의 시프트 레버가 달렸다  재규어에서 강조한 것처럼 E-페이스는 달리기 성능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약간 풍만해 보이지만 동급 차들 가운데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보디는 날렵한 반응의 스티어링, 파워풀한 엔진을 짝지어 경쾌한 달리기 성능을 제공한다. 게다가 고회전에서 울부짖는 듯한 사운드까지 재규어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었다. 최근 콤팩트 SUV는 패밀리카 수요 상당부분을 대체하면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심에서의 여유에 강력한 달리기 성능을 함께 지닌 E-페이스는 고급스러우면서 귀엽고, 달리는 재미까지 지니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모델이다.   글 손재연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1999년 기사] 벤츠 뉴 E240 2018-04-24
예리해진 스타일과 나는 듯한 쾌속감​​벤츠 뉴 E240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벤츠의 명성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자동차 생산업자로서의 기술축척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자동차라는 것을 발명한 주인공이란 뜻에서 이 회사의 존재가치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나는 특히 벤츠의 마크(Emblem)를 좋아한다. 이 마크가 붙으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딴 물건일지라도 초일류 같이 보이고 권위가 있는 느낌을 준다. 195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독특한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에 나는 그 얼마나 매료당했는지 모른다. 자동차의 페인트 도색도 일곱 번이나 한, 고장이 안 나고 엄청나게 부품값이 비싼 이 차의 뒤꽁무니를 나름대로 열심히 쫓아 다녔다. 새차는 돈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중고차 1972년형, 1979년형, 그리고 1985년형으로 바꾸어 왔다. 그러나 90년대에 이르자 모양이 이상하게 변신하는 바람에 나는 벤츠로부터 떠났다.​​​​지난 10년간 평론가로부터 비난받아 90년대 후반부터 획기적으로 탈바꿈지난 10년간의 벤츠는 엄청난 크기의 덩치에다 마치 시멘트를 싣고 나르는 화물열차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많은 평론가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자 99년의 새 모델은 이러한 비평을 밀어내기 위해 디자인 면에서 크게 탈바꿈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몇 달 전에 벤츠 S클래스를 시승했는데 이 차는 안팎으로 날씬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서 보면 그 램프가 뒷바퀴 펜더 쪽으로 `푹` 하니 보기 싫게 파고들기 때문이다.그런데 90년대 후반기에 내놓은 E클래스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전조등이 크고 작은 4개의 원형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그리고 이 디자인이 21세기의 벤츠의 주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벤츠의 새로운 감각은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일부에서는 대형차일 경우 박력이 없어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99년의 S클래스에는 4개의 전조등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E클래스에는, 다시 말해 자신이 손수 운전하는 클래스에 속하는 뉴 E240에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99년형 뉴 E클래스는 이 4개의 원형 헤드램프를 가진 차가 또 새로운 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앞에서 이 차를 보면 마치 기생서방의 차같이 매끈하게 잘 빠졌다.​  뉴 E클래스는 이전의 모델과 비교해 보면 차체의 외형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앞 그릴의 모양이다. 이전의 것은 밑부분이 약간 짧은 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새 모델은 밑부분이 더 좁아져 전체적인 인상이 아주 예리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릴 아래 달린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이 약간 달라졌다. 차 앞면의 그릴과 4개의 전조등을 공기저항을 덜 받기 위해 이전의 모델보다 좀더 경사각을 늘렸다.차의 내부도 큰 차이가 없으나 컨트롤 패널에는 뒷좌석의 목받침을 자동으로 눕게 하는 버튼이 붙어 있고 온냉방장치 배열이 달라진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는 예전에 없던 여러 가지 편의장치가 새롭게 마련되어 있다. 이 차는 BMW의 주요한 경쟁상대가 되고 있는데, 뉴 E클래스와 맞대결할 수 있는 것이 BMW 5시리즈다.​​​​​라이벌 BMW 523i와 비슷한 성능 겉모습에서 품격과 세련미 돋보여벤츠는 BMW의 5시리즈를 뿌리치기 위해 우선 가격을 낮추었다. 예를 들어 오늘 시승해본 E240은 BMW 523i(최고출력이 모두 170마력)과 똑같은 7천260만 원이다. 이렇게 되면 두 차는 성능과 안전도, 승차감으로 맞대결을 해야만 한다. 제원과 성능을 비교해 보면 배기량은 뉴 E240과 BMW 523i는 큰 차이가 없는 2천400cc와 2천500cc다. 하지만 토크면에서는 23.0kg·m과 24.5kg·m 이어서 BMW 쪽이 조금 앞선다. 차체길이는 벤츠가 4.3cm 더 길고, 연료탱크 용량은 BMW가 70ℓ로 5ℓ를 더 넣을 수 있다. 0→시속 100km로 가속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뉴 E240이 9.6초, BMW 523i가 8.5초이고, 최고시속은 각각 223km와 228km이다. 연비는 각각 8.7km/ℓ와 9.4km/ℓ로 되어 있다.성능면에서 BMW 523i가 벤츠 뉴 E240를 조금 앞서는 대신 뉴 E240는 실내공간이 다소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보는 차이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면 무엇으로 대결해야 할까? 그것은 순전히 고객의 취향에 달려 있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BMW 523i, 벤츠라는 이름을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뉴 E240을 선호할 것이다.​​​오늘 나에게는 벤츠의 뉴 E240이 주어졌다. 이상의 사전지식을 갖고 나는 이 차를 맞이했다. 불행히도 신형 BMW 523i를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시승기는 쓸 수 없지만 현재 비록 낡은 모델이긴 하나 BMW 740iL과 벤츠 500SL을 갖고 있는 탓으로 편견 없는 시승기를 엮어 보련다.빗방울이 한두 방울 뿌리는 아침에 은색 뉴E240이 나를 찾아왔다. 4개의 원형 전조등이 달린 모델로써는 내가 보기에는 은색이 가장 걸맞다. 한두 번 차를 끼고 돌면서 스타일을 감상했다.`역시 벤츠구만…!` 하는 찬사가 저절로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끔 뉴 E240은 멋있었다. 특히 짜임새 있게 새로워진 그릴과 전조등의 조합이 차의 품격을 높여준다. 범퍼 디자인도 크롬선이 얇게 박혀 이전의 모델보다 세련미가 돋보인다. 좌우 사이드 미러에 새로 달린 방향지시등은 벤츠가 최초로 단 것으로 아는데 안전운전에 상당한 방어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다.​​​차문을 열었다. 벤츠는 필요 이상의 편의장치를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차 같이 쓸데없는 것까지 그럴싸하게 여기저기에 달면 고급감을 더해 줄지는 모르나 잔고장이 나고 정이 떨어지는 수가 더러 있는데 벤츠는 그 요령을 잘 알고 있다.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키의 디자인도 이색적이다. 키 구멍에 꽂을 쇠꽂이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키 전체를 하나의 나뭇잎같이 디자인했기 때문에 키 같이 생기지 않아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약간 튀어나온 부분을 이그니션 키홀더에 가져다 대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이 키의 기능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리모컨 조정으로 차의 문뿐 아니라 선루프까지도 열고 닫을 수 있다.​V6 엔진으로 경쾌하고 안정된 달리기 진동과 소음 거의 없고 손수운전에 어울려`자, 출발이다.` 스티어링 휠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가 왼쪽 문짝에 붙어 있어 편리했고, 벤츠 고유의 변속레버 이동장치가 `두다닥` 하니 구불거리는 홈구멍을 통해 D자로 이동했을 때 차는 소리 없이 구르기 시작했다. S클래스의 무겁고도 틀림없는 출발기분과 어쩌면 그리 다를까? D위치에 있는 변속레버를 좌우로 `탁탁` 치면 D1, D2, D3식으로 매끄럽게 변속하는 것 또한 재미가 있고 가속이 너무나도 경쾌하고 빠르다. 나는 옛 BMW 523i를 미국에서 몇 년 전에 타 보았는데,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벤츠의 E클래스보다 약간 웃도는 성능이 거짓말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로 이 뉴 E240은 치고 나간다.이것은 아마도 여기에 얹은 새로운 V6 엔진 덕이 아닌가 싶다. 이 엔진은 이전의 6기통 엔진보다 50kg 정도 가벼워졌고 한 개 실린더에 3개의 밸브와 2개의 스파크 플러그가 달려있다. 지금까지의 4개 밸브에 비해 배기밸브 한 개가 줄어 배기열의 손실이 적다. 그리고 2개의 스파크 플러그는 교대로 작동하면서 연료소비와 유해 배기개스를 줄인다. 유럽의 유해 배기개스 배출 기준량의 50%밖에 되지 않고 이전의 엔진에 비해 연료소비율도 13%나 줄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엔진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 이 엔진은 효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진동과 소음도 거의 없다. 이 기분은 뒷좌석에 앉는 것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아 봐야만 더욱 실감이 날 것 같다. 뉴 E240은 사장족이 타는 차가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무용차로 더욱 적합하리라 본다.길에 나서서 달릴 때의 경쾌함과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똑바로 길을 유지하고 틀림없는 접지감각을 느끼게 하는 특징은 다른 차와 비교가 안된다. 그 이유는 이 차에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이라는 전자식 주행 안전장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노면에서 미끄러지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 엔진의 출력까지 조정한다. 그리고 건조한 노면, 빗길, 자갈길 등에서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르는 적절한 대응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내 자신이 땅에 `찰싹` 붙어 다니는 기분이다.이 차를 끌고 나갈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뉴 E클래스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장비가 있다. 바로 `레인센서` 다. 이것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차가 스스로 비의 양을 감지해 적절하게 와이퍼의 속도를 자동 조절한다.​​​​`아차` 하는 순간에 시속 180km로 달려 완벽에 가까운 안전 보호장치 갖추고자유로에 들어섰다. 오늘은 다행히도 차가 많지 않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날이다. 가속기분도 BMW 523i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는 그대로 그야말로 나르는 것 같이 반응한다. 벤츠 S클래스보다 경쾌감에서 앞선다는 인상이다. 150, 160, 170, 그리고 시속 180km까지 `아차` 하는 순간에 도달했다. 엔진소리도 잠잠했고 시속 200km에 이르러도 요동 없이 더욱 안정감 있게 달린다.이 차에 달린 개스식 쇼크 업소버는 앞바퀴의 신형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과 어울려 작은 노면의 요철과 장애물 정도는 느낄 수 없이 지나간다. `안락성과 안전성은 과연 벤츠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게끔 해준다.​​​또 하나의 특색은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는 안전장치다. 벤츠의 충격흡수장치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앞뒤로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엔진이 밑으로 떨어져 바퀴를 돌리는 회전축이 운전자의 가슴에 충격을 가하지 않게 설계되었다. 뉴 E클래스 역시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에어백은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옆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보호하기 위한 사이드 에어백이 문짝 옆에 달려 있고, 문짝 위의 유리창문에까지 별도로 윈도 백이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다. 이것으로 차가 옆으로 충돌할 때 머리를 보호할 수 있으니 거의 완벽한 보호장치라고 할 수 있다.게다가 안전벨트에 프리텐셔너를 달아 아주 심한 충돌사고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더욱 팽팽하게 당겨주도록 했다. 여기에 ESP와 ABS를 더한 벤츠의 독특한 시스템이 노면 미끄럼방지를 도와준다.이렇게 잘 달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승객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차기 때문에 벤츠는 높은 평가를 받고 차값도 비싸다.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아 보았다. 이 정도의 차라면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여러 가지 있을 만도 한데 음료수 컵 두 개를 세우는 정도의 장치밖에 없어 아쉬웠다.​​​​또 단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옥의 티`가 있다. 차의 문짝 밑 모퉁이를 보니 문짝을 찍어낸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자칫 이 차에 타고내리는 사람의 다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 너무나도 예리한 채로 방치되어 있어 `천하의 벤츠`의 위상을 해칠 수도 있으니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벤츠는 영원하며 위대하다. 여러분은 평생에 한 번쯤은 중고차라도 좋으니 벤츠를 소유해 그 진가를 직접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1999년 기사]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18-04-20
매그너스, 개성과 가치를 말하다 2.0 DOHC 디럭스가 주력모델※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A Calmly Gliding Eagle in a Crystalline Sky`. `수정 같은 하늘 위를 조용히 활강하는 독수리`란 뜻의 매그너스 개발 슬로건이다. 여기에 정숙성(Calmly), 승차감(Gliding), 스타일(Eagle), 환경(Crystalline), 세계지향(Sky)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모두 담았다. 매그너스는 힘든 상황에 놓인 대우자동차의 살 길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 새차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연식이 되어버리는 불리한 상황인 연말에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새로운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시장은 특히 수익성이 높은 분야여서 대우가 매그너스에 거는 기대는 크고 절박하다. 12월 2일 일반공개를 앞두고 부평공장에서 열린 보도발표회를 통해 대우의 야심작 매그너스를 만났다.​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외모 개성적 형 최대의 실내는 고급감 넘쳐 매그너스는 애초 레간자 후속모델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아직 1.8 엔진이 없기 때문에 레간자는 1.8 모델만으로 계속 생산하고, 지금 르노와 개발중인 1.8, 엔진이 양산되면 매그너스에 얹을 계획이다. 그리고 대우가 독자개발중인 직렬 6기통 2.5 엔진(모델명 XS6)은 2001년부터 매그너스에 얹혀 북미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따라서 매그너스는 XS6가 나올 때까지 내수시장에 주력하며 레간자와 함께 중형차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그너스는 국내시장을 위해 차체 크기와 성능,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중형차급 최고로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고려해 도요다 캠리,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벤치마킹했다. 한편 내년 하반기에는 EF 쏘나타 플랫폼을 쓴 크레도스 후속모델에 대비해 7월쯤 스포츠팩 모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매그너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해 레간자와 뿌리가 다르다. 레간자가 중형이라면 매그너스는 준대형에 가깝다. 과거 준대형을 기치로 나왔던 마르샤가 실패했던 원인은 쏘나타를 베이스로 해 중형차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그너스는 결국 중형차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형차급 차체가 다소 커지고 있어 흐름에 맞추는 한편 한 급 위의 품질력으로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커진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많이 썼으면서도 무게가 가볍다.​디자인은 쥬지아로 최초의 에지 디자인으로 보인다. 최근의 부가티까지 쥬지아로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했다. 대우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론트 그릴은 비로소 완숙된 느낌이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는 단면과 단면의 연결이 절묘하다. 앞모습은 그야말로 개성이 뭉쳐 있다. C필러에서 뒤로 이어지는 라인은 시원스럽게 뻗었다. 미쓰비시 디아망떼를 닮은 모습이다. 디아망떼는 일본차 중 가장 개성이 강한 차로 꼽힌다. 16인치 타이어를 감싼 두툼한 휠 아치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이드 캐릭터나 몰딩 등은 EF 쏘나타와 너무 흡사하다. 또 개성이 강한 스타일에 비해 휠 디자인이 밋밋하다.​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로 이어지는 대우차들은 키가 크다. 매그너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키 큰 차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쥬지아로의 디자인 철학이다. 키 큰 차는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성능 세단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실내크기는 중형급에서 최고다.​널찍한 실내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는 대우의 디자인 포럼에서 맡았는데 디자인이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대시 패널은 검정과 베이지색의 투톤 컬러로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고급차의 맥을 잇는다. 도어까지 연결된 패널은 주름이 깊어 고급스럽다. 옵션인 가죽시트는 바느질이나 마무리가 만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다. 3개의 구멍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페라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하다. 단순화시킨 스위치류도 돋보인다. ​​ 정확한 핸들링과 절제된 움직임 2.0ℓ 엔진에 스텝게이트식 기어 1차 시승장소는 대우 부평공장 내 간이 주행시험장이었다. 출고를 위한 마무리 테스트장으로 직선길이 1km 정도에 양쪽 끝에 선회로가 마련되어 있다. 폭이 좁고 규모도 작아 제한된 시승이 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직진가속과 제동, 선회성능 정도를 체크했다. 출발은 가볍고,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감각은 토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에 도달하면 바로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감각을 알기는 힘들었다.​​​​​헤어핀에 가까운 선회로에서는 탄탄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세차게 감아 나가도 몸의 쏠림이 거의 없다. 레간자와 마찬가지로 로터스가 손본 서스펜션은 하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브레이킹 감각이다. 묵직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이어서 매그너스의 `힘`을 느낄 수 있다.​일반도로를 달려보기 위해 송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승차는 2.0 DOHC 디럭스로 매그너스의 주력모델이다. 레간자용을 손본 엔진은 최고출력 148마력/5천400rpm, 최대토크 19.6kgm/4천rpm으로 경쟁차인 EF 쏘나타(147마력/6천rpm, 19.4kgm/4천500rpm)보다 수치에서 약간 앞선다. 예전에 닛산이 자사의 특징처럼 사용하던 진주색 펄 컬러는 매그너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색상이다.​​​ ​​도로로 올라서자 공장에서보다 훨씬 조용한 느낌이 전해진다. 용량을 키운 머플러는 3중 구조(보통 2중 구조) 시스템을 써 배기소음을 한 단계 더 걸러낸다. 배기음 또한 깊은 울림이 있다. 가볍게 움직이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차를 다루기 쉽게 하고 신뢰감도 준다. 스티어링 휠을 위 아래로 이동시키는 틸트 폭이 상당히 커 운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어쪽 윈도 라인이 높아 듬직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문득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외기(공기흡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매연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운전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될 것이다. 선바이저의 수납식 익스텐션은 햇볕 차단공간을 늘려 주는 것으로 국산차에는 처음 쓰였다. 2단 암레스트, 컵과 카드 홀더, 핸드폰 수납공간 등 편의장비가 많이 눈에 띈다.​​​​​ ​신호대기를 위해 차를 멈췄는데 옆 차선에 선 미니밴 오너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손짓한다. 길을 물으려나 했는데 대뜸 `그 차 얼마요?`하며 말을 툭 던진다. 한국사람다운 용건이다. 값을 말하자 별로 비싸지 않다며 `차가 멋있다`고 한다. 그 사람 외에도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시승차를 몰고 나가 이렇게 관심을 끌기는 처음이다.​달리는 차들 사이를 헤쳐가는 추월가속은 가볍게 이루어진다. 동작이 큰 추월 다음에 자세를 바로잡는 움직임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로터스 손길이 닿은 핸들링은 유럽차 감각의 정확성으로 운전재미를 더한다. 벤츠의 특허였던 스텝게이트식 자동기어는 이제 여러 차종에서 만날 수 있는데 매그너스 역시 체어맨에 썼던 ZF제 트랜스미션을 얹었다. 차이는 체어맨이 자동 5단이고, 매그너스는 4단이라는 점이다. 파워와 홀드 모드, TCS 버튼을 갖춘 기어박스는 조작감이나 품질감이 나무랄 데 없다. 스텝게이트 기어는 급발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시프트 록 장치를 달고, 오조작을 막기 위해 페달 간격을 넓혔다. 실제 페달 간격의 넓이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해 보인다.단단한 하체, 풀가속에는 아쉬움 중형차시장 다시 불붙을 전망 매그너스의 최대토크는 4천rpm에서 나와 중속에서부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차들의 흐름이 뜸한 틈을 타 속도를 높여 본다. rpm 바늘이 4천을 넘어 5천에서 비틀거린다. 계기판 바늘이 시속 150, 160km를 가리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배기음에 날카로움은 없다. 차체의 흔들림은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지 않고, 타이어는 노면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철봉대에 목을 올려 놓고 넘어서기 아슬아슬한 순간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살표를 그리면 수직상승 중간에 잠깐 머무르는, 그런 폭발력이 부족한 아쉬움이다. 아무래도 엔진의 한계로 보이는데. 2.5 엔진이라면 기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다.​매그너스는 여유있게 즐기는 차다. 개성으로 뭉친 디자인과 고급스런 실내, 정확한 핸들링까지 운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다. 매그너스 오너층을 40대로 잡은 대우는 타겟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과 제품 속성을 연계하는 `제너레이션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4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매그너스라는 상품으로 해소하는 감성적 마케팅`이란 설명이다.​  ​ ​​매그너스의 차값은 중형 경쟁차보다 30~50만 원 정도 비싸다. 그러나 준대형에 속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다. 레간자가 걱정될 정도로(레간자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 선보였던 스포츠 모델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매그너스의 가치는 커 보인다. 국내 중형차시장은 96~97년 30여만 대 규모에서 98년 이후 10여만 대로 줄었다. 2000년 예상규모가 17만 대라 해도 예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자동차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력 높은 새 모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과연 매그너스는 불안한 40대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을까?​​​ 
[1999년 기사] 85년형 포르쉐 911 2018-04-18
85년형 포르쉐 911 가장 매력적인 포르쉐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포르쉐 911은 언제나 나의 드림카였다.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한 꿈의 자동차였다. 너무 멋지고, 너무 비싸고, 가까이 하기에 너무 완벽했다. 내가 911을 타보기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드림카는 요즘 911이 아니다. 이제는 구형이 된, 공냉식 엔진의 오리지널 911이다. 97년 발표된 신형 911(코드네임 996)은 안전과 환경문제 등 어쩔 수 없는 시대변화에 따르기 위해 포르쉐 본래의 매력을 많이 포기해야 했다. 살찐 보디는 오리지널의 완벽한 균형에 비할 수 없다. 새로운 수냉식 엔진은 공냉식의 터프한 매력이 사라졌다. 64년 데뷔해 35년 동안 지켜온 모습 역대 최고 포르쉐 911은 84년형 모델 포르쉐는 35년 동안 생산한 911을 대신할 차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78년에 처음 나왔던 928이 911을 대신하는데 실패한 뒤에야 회사 경영진은 포르쉐는 911 모양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911을 건드릴 수 없었다. 신형 911은 구형의 모양을 따랐지만 진정한 911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금의 차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구형의 완벽한 모습은 결코 흐트러뜨릴 수 없다. 911의 헤드램프는 신형 같은 달걀 프라이(?)가 아니라 구형과 같은 동그란 모양이어야 한다는 골수 911 팬들의 냉혹한 지적이다. 911은 1964년 데뷔했다. F. 포르쉐의 주도 아래 356의 진화 모델로 선보인 911은 F. 피에히가 설계한 수평대향 공냉식 6기통 엔진을 얹었다. 보디 디자인은 부치 포르쉐의 손으로 그려졌다. 911은 포르쉐 가족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처음 2.0ℓ 130마력으로 시작된 차는 매년 배기량을 키우며 개선을 거듭해 84년에 이르러 3.2ℓ 200마력 엔진을 얹는다. 바로 오늘 시승한 차가 이 모델이다. 이때의 포르쉐가 역대 911 가운데 제일 좋았다. 다부진 보디는 마치 한 덩어리 무쇠조각 같고, 경쾌한 동력성능은 가장 빠른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911은 아무도 닮지 않고, 아무도 닮으려 하지 않는다. 겉모습을 보면 2도어 쿠페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911이다. 어느 곳 하나 손댈 곳 없는 보디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현재 포르쉐 디자인을 이끄는 부치 포르쉐는 911만을 설계해왔다. 911의 스타일이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너무나 완벽한 차를 그린 그가 더 나은 차를 디자인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퀴를 감싼 펜더는 동그란 헤드램프를 담으며 보네트 가장자리로 튀어 올라 차폭을 가늠하게 하고, 드라이버에게 분명한 진행방향을 알린다. 납작한 보네트는 충분한 다운포스를 이끌어낼 듯하다. 곧게 선 앞 유리창은 911만의 큰 매력이다. 수퍼카의 영역을 넘나드는 911은 비교적 키가 큰 편이다. 덕택에 운전자에게 안락한 운전자세를 제공하고, 어느 정도의 스릴을 더해준다. 911만의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 왼쪽의 시동키는 르망 통해 얻은 노하우 시승차는 터보가 아니지만 84년부터 911에 제공된 `터보 룩` 옵션으로 치장했다. 또 930 터보에서 시작된 911만의 유명한 고래꼬리 테일핀과 부푼 펜더를 가졌다. 나치 독일군의 휘장을 떠올리게 하는 5스포크 휠은 단단함과 완벽한 디자인을 돕는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포르쉐만의 메시지가 강하다. 눈으로 직접 대하는 시승차의 탄탄한 보디는 감동을 자아낸다. 911은 보기만 해도 좋다. 앞뒤가 다른 타이어 사이즈는 뒤에 엔진이 달린 911의 운동성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다. 911은 이때만 해도 극한 상황에 몰리면 오버스티어 해버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속도로를 돌아나가는 인터체인지마다 깨진 테일램프 조각은 모두 911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 정도다. 911은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었다. 911을 타기 위해서는 노련한 운전기술을 갖추어야 했으므로 운전자에게 프라이드를 더해주었다.  실내 역시 겉모습만큼 전설이 되었다. 64년에 디자인된 대시보드는 세월을 잊은 채 97년까지 계속되었다. 신형 911의 대시보드는 구형보다 못하다. 가운데 타코미터를 크게 한 5개의 동그란 계기는 군용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멋이 넘친다. 속도계는 270km까지 표시되고, 맨 오른쪽에는 커다란 시계가 달렸다. 두 사람이 앉기에 넉넉한 공간은 충분한 헤드룸으로 편한 자세를 찾게 한다. 파워시트는 쿠션만 수동으로 움직인다. 누군가 앉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지닌 뒤쪽 시트는 트렁크가 좁은 911에 보조 화물공간의 의미가 크다. 911은 어린이를 뒤에 태우고 달릴 차는 아니다.  왼손으로 돌리는 시동키는 르망 경기를 통해 얻은 노하우다. 시동키를 돌리는 동시에 1단 기어를 넣어 빨리 출발할 수 있다. 공냉식 엔진의 깡마른 소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은, 911만의 매력적인 사운드다. 아, 나는 이 정도 큰 소리가 좋다. 신형에서 느낄 수 없는 오리지널 911의 사운드다. 911의 달리기는 많은 독일차들이 그랬듯 단단하고, 강하고, 조금은 조작이 힘겹다. 무쇠덩어리를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강하다.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움찔하는 반응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폭발적인 배기음과 함께 뛰쳐나가는 기세가 기대한 그대로다. 자연흡기 200마력 엔진의 911은 0→시속 100km 가속을 5초대에 해낸다. 차 바닥에서 튀어나온 페달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클러치 페달은 상당히 무겁다. 강한 스프링이 밀어내는 듯하다. 기어변속 역시 거친 편이라 조작에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차에 익숙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911만의 특성이다. 힘든 조작은 여성이 모는 911이 그려지지 않게 한다. 그래도 그게 좋다는 911이다. 15살 나이를 생각하면 시승차의 엔진은 쌩쌩하다. 포르쉐는 영원히 존재할 듯 하다. 조작 힘든 클러치와 기어는 911의 특성 시속 220km 넘게 달린 15년된 시승차 포르쉐는 천천히 달려도 과속하는 차로 오해받는다. 911로 천천히 달린다면 그 또한 못할 짓일 것이다. 그래서 911은 언제나 경찰의 표적이었다. 그나마 시승차가 눈에 안 띄는 검은색인 것은 다행이다. 가장 포르쉐다운 컬러이기도 하다. 섹시 포르쉐…. 변속감각을 익히며 가속을 더해 나간다. 아, 나는 911로 달리고 있다. 왠지 모를 감회가 크다. 자유로를 내달린 차는 최고속에 도전했다. 도로사정상 최선의 노력을 못했지만 시속 220km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차 15년된 차 맞아? RR차의 특성인지 시속 200km 부근에서 앞머리가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다루는 느낌이 조심스럽다. 바람소리? 소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시끄러울수록 나는 좋다. 포르쉐 사운드에 내 가슴은 터질 듯하다. 구불거리는 시골길로 들어섰다. 조금 밀리는 듯한 브레이크가 마음껏 내몰려는 기세를 꺾어 놓지만 911의 이름만큼 경쾌한 달리기다. 시승차는 파워 스티어링에 문제가 있어 조작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차를 극한까지 내몰지 못해 오버스티어를 느낄 기회는 없었다. 어차피 일반도로에서 모험할 이유는 없다. 코너마다 충분히 밀어주는 힘과 통쾌한 배기음이 스포츠카로 달린다는 궁극적인 희열을 전해준다. 변속하는 순간마다 터질 듯한 배기음 속에 가속을 더하는 박진감은 911로만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타보고 싶었던 오리지널 911이었다. 나는 이 차를 원한다.  
[1999년 기사] 88년형 포르쉐944 2018-04-18
88년형 포르쉐944 터보 창업자 일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차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포르쉐사―정식이름은 명예박사 F. 포르쉐 주식회사(Dr. Ing.hc. F. Porsche AG)다―의 창설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교수는 1875년 9월 3일, 아연판을 가공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 안톤 포르쉐의 셋째 아들로 체코의 알트 하르츠돌프에서 태어났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정식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릴 때부터 전기기기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만지는 것을 좋아해 야간기술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로 가 베라 엑가재단의 실습생이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18세. 베라 엑가제단은 전기기구와 큰 규모의 전기기계를 만들고 있었는데 페르디난트는 이곳에서 6년간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25세 때, 그는 자신이 설계한 `로나 포르쉐`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직접 몰고 속도기록에 도전했다. 이 차는 당시로는 혁신적인 전기자동차였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도 출품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1906년 31세 때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메이커인 아우스트로 다임러사에 기술부장으로 초빙되었다. 여기서 1.1ℓ의 소형차 삿샤, 5.7ℓ급의 프린츠 하인리히 트라이알 등을 설계했고 이것들을 몰고 직접 자동차경주에 출전했다.  다임러사 등에서 차 설계하다 30년에 독립 히틀러 요청으로 국민차 만들어 감금되기도 그후 그는 독일로 가서 다임러사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1926년 벤츠사와 합병해 다임러-벤츠사가 되었는데,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여기서도 여러 가지 작품을 남겼고 비엔나대학은 그의 공을 인정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페르디난트에게 이것은 일생동안 잊을 수 없는 큰 영예였다.  다시 슈타이아사로 이적한 그는 여기서 아주 색다른 구조의 차들을 설계하다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 1930년 12월 1일 독립하기로 결심하고 슈투트가르트에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연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포르쉐사의 전신으로 당시 직원 중에는 아우스트로 다임러사 때부터 같이 일했던 칼 라베, 차체 디자이너 엘빈 코멘더가 있었고, 젊어서부터 자동차 설계에 재능을 보였던 그의 21살짜리 아들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포르쉐―애칭을 페리라고 불렀다―도 있었다. 이들은 2차대전 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포르쉐의 원동력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1933년 1월, 나치 독일의 총통이란 권좌에 앉아 있던 아돌프 히틀러는 `1천 마르크 이하로 살 수 있는 국민차`를 개발해 달라고 포르쉐에 의뢰했다. 포르쉐는 기꺼이 이 요청에 응했고 이렇게 해서 개발된 차가 훗날 폴크스바겐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생산차다.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는 화근이 되었다. 독일이 패하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국민차 개발이란 명목으로 히틀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감금당했다. 그의 보석금을 마련하고자 아들인 페리가 이태리의 치시탈리아사를 위해 그랑프리 경주차를 설계해준 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수평대향 12기통 1.5ℓ 엔진을 얹은 이 머신은 치시탈리아의 재정난 때문에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혁신적인 설계의 그랑프리카로 잘 알려져 있다.  부친을 보석으로 빼낸 아들은 점차 아버지를 대신해 포르쉐사를 경영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페리는 1948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인 그뮌트에서 최초로 자신이 설계한 차 포르쉐356을 탄생시켰다. 이 차는 2차대전 때 썼던 군용 폴크스바겐의 부품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인데 엔진을 차체 중심에 달았다. 폴크스바겐과 계약을 맺은 페리는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특허값을 받는 대신 다른 회사를 위해 이같은 대중차의 설계를 일체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   페리는 이 차의 부품을 써서 스포츠카도 만들었다. 차체 뒤쪽에 엔진을 얹는 356 스포츠카는 1948년 겨울에 양산되었는데, 알루미늄 차체를 가진 50대가 만들어져 판매되자마자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포르쉐는 1950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로 공장을 옮겨 1952년 1월 30일 356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76세의 생애를 마감했다. 그가 죽기 직전에 포르쉐사는 356으로 처음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356의 외형은 오늘날까지 거의 40년간이나 이어지고 있다. 55년 10월 이후 대폭 개량되어 356A가 되었고 다시 59년부터 356B로 진화했다. 엔진은 배기량 1천600cc 한 가지에 최대출력 60, 75, 90마력이 나오는 세 종류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많은 레플리카가 만들어지고 있다. 포르쉐 집안의 전통과 사상 3대째 이어지고 911과 928, 944를 중심으로 라인업 갖춰 페리의 장남인 알렉산더―애칭은 부치―도 우수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가 되어 포르쉐904, 911, 914 등의 차체를 디자인했고 지금은 포르쉐 디자인사를 창설해 독립된 디자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현재 폴크스바겐/아우디 그룹 회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포르쉐 일가는 직접적인 경영에는 손을 떼고 이사회에만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3대에 이르는 집안의 전통과 사상은 충실하게 계승되어 왔다. 포르쉐의 라인업은 911계와 928 및 944의 흐름을 가진 세 기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함인 911은 초기모델부터 최신형까지 외형은 물론 공냉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뒤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악착같이 고수하고 있다. 실내도 앞 스크린의 각도와 크기, 대시보드의 조형, 각종 계기의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911의 특징이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911을 10년 전에 타보고 지난해에도 탔는데 드라이빙 느낌, 특히 가속 때의 인상이 똑같았다. 가속판을 밟으면 `팍`하며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을 덮치는 순간처럼 축적했던 힘을 한꺼번에 해방시키는 기분으로 가속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차의 매력이다. 엔진도 이른바 `포르쉐 사운드(노트)`라는 특유의 금속성 소리를 내는데, 포르쉐 매니아들은 그 소리에 영원히 사로잡히는 것 같다. 928은 911계의 후계차로서 77년에 등장한 새 세대 포르쉐다. 조정성, 안전성과 승차감의 세 요소를 철저히 조사해 만든 모델로 V형 수냉식 8기통 엔진을 앞에 놓고 뒷바퀴를 굴린다(FR). 결과적으로는 재규어 XJ-S, 애스턴마틴 V8, 벤츠 500SEC 등 라이벌과 엇비슷한 그랜드 투어링카 같이 되고 말아 포르쉐의 순수한 맛을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연약해진 차라 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생산을 마쳤다. 차체 모양도 `순종 포르쉐`답지 않은 것이 탈이었다.  1964년에 등장한 911과 그 발전형은 변함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1억 원이 넘는 차라 보통사람들의 손은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이른바 `포르쉐 입문차`로 만들어진, 911의 절반도 안되는 값에 팔릴 모델이 등장했는데 바로 81년에 나온 944다. FR인 포르쉐944는 `반값의 순종 포르쉐`를 표방하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데뷔한 뒤 1992년 968이라는 후계모델이 나올 때까지 10년간 생산된 차다.  나는 포르쉐 모델 중 이 944만은 타보지 못했다. 독일 포르쉐연구소에 갔을 때나 국내에서나 최신모델만 타게 되니 81∼91년에 만들어진 944를 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생활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양에 있는 한 중고차시장에 88년형 944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두 말 않고 안양으로 달려가 보기로 했다. 확실히 944는 그곳에 있었다. 겉모양은 거의 새차다. 미국서 페인트를 수입해 보디를 새로 칠했다고 하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크림슨 레이크(crimson lake) 색으로 칠한 944는 수냉식 직렬 4기통 OHC 엔진을 얹은 터보형 모델이었다. 2천479cc 배기량에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3.6kg·m를 내고 새차인 경우 0→시속 100km 가속을 6.3초에 끝낸다고 한다. 무게가 1천350kg으로 이런 종류의 스포츠카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강력한 토크 덕분에 다른 차가 감히 못 쫓아오는 힘을 갖고 최고시속이 245km까지 나온다. 911에 비하면 상대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는 갖춘 셈이다. 더구나 이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총알같이 달리는 차임에 틀림없다.  여름 햇살을 맞은 944의 실내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내장이 모두 검은색이어서 분위기도 어두웠다. 그러나 944를 한국에서 보았다는 감격 때문에 나는 서슴치 않고 더운 실내로 들어가 앉았다. 스티어링 휠이 포르쉐의 독특한 모습 그대로이고 10년 이상 된 모델이지만 내부도 제법 깨끗했다.  나는 944를 안양에서 인천 쪽으로 끌고 갔다. 경인고속도로는 평일에도 제법 차가 많은 편이지만 기동성과 가속성능을 시험해 보기에는 알맞은 코스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판을 밟아보니 역시 새차를 몰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우선 rpm이 올라가는 데 따르는 가속감에서 힘부족이 느껴진다. 가속판을 밟은 뒤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르쉐인지라 시간차만 약간 길 뿐 출력은 `액면 그대로` 나왔다. 중고차라 가속감 더디지만 출력은 충분해 시속 120km에서 터보 터지며 빠르게 가속 이 944도 포르쉐 특유의 금속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차들을 이리저리 추월해 보았다. 추월할 때 가속판을 힘껏 밟은 발바닥에 느껴지는 반응과 손으로 전해지는 스티어링 휠 감각의 일치감은 역시 포르쉐다웠다. 타이어도 땅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다. 직진성은 최고다.  터보 엔진을 단 시승차는 시속 120km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속판을 깊게 밟으면 약간의 시차 끝에 `붕∼` 하니 터보가 터지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시속 140, 160, 180km가 그야말로 직선적으로 가속된다. 바로 이 맛 때문에 포르쉐에 한 번 미치면 일생 동안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회전기능은 아직도 새차 그대로다. 인천 송도 로터리에서 다른 차들을 제끼면서 여러 번 커브를 돌아 봤는데 서스펜션의 안정감은 새차와 다름이 없었고 운전자의 중심을 잘 유지시켜 주었다. 좌석도 여유 있고 편안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냉방장치다. 냉방장치가 어떻게 세팅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속도가 늘어남에 따라 실내온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시속 180km에 이르면 거의 냉방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하기야 고속으로 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장치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다. 이 정도의 작은 차라면 브레이크를 밟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터인데, 이 944는 한 번 멈추려면 발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가 마모된 것 같은 인상이다. 왜냐면 힘껏 밟아도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10년 노장인 포르쉐944를 타보았다. 이 차는 약간 정비만 하면 한국의 유일한 944로 오랫동안 포르쉐의 진면목을 만끽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랜드 로버 디스커버리 SD4 SE, 본질을 향하다 2018-04-17
DISCOVERY SD4 SE본질을 향하다4기통 디스커버리를 탔다. 6기통 모델과 비교해 엔진 크기뿐 아니라 편의사양과 안전기능 등에서 많은 부분을 덜어냈다. 좋게 말하면 좀 더 본질에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랜드로버는 지난해 5세대 디스커버리를 선보였다. 랜드로버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했던 각진 보디를 벗어 던지고 지난 4세대에서 그러했듯, 레인지로버와 유사한 생김새로 패밀리룩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굴곡이 생긴 건 마냥 오프로더의 성격만 추구할 수 없었기 때문. 레인지로버 라인업이 점점 치열해지는 럭셔리 SUV 경쟁에 집중하게 되면서 브랜드의 살림살이를 도맡을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전반적인 5세대 디스커버리의 인상을 다루는 대신, 4기통 모델 SD4와 6기통 모델 TD6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역시 파워트레인만 달라진 건 아니었다.  TD6 범퍼 하단에서 밝게 빛나던 안개등을 SD4에서는 볼 수 없다. 까만 플라스틱 조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4기통 디스커버리에 없는 몇 가지SD4의 운전석에 앉았다. 랜드로버가 요즘 선보이고 있는 깔끔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구성은 여전했다. 그런데 왠지 센터패널 버튼 조작부와 센터콘솔이 휑하다 싶을 정도로 단출해 보인다.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6기통 디스커버리 TD6는 센터패널 위에 있는 공조버튼부가 통째로 회전하도록 한 것. 동시에 숨어 있던 수납공간이 ‘짠’ 하고 나타난다. 4기통 모델에서까지 그런 기능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심지어 품격 있는 랜드로버가의 일원이라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센터콘솔, 컵홀더 덮개마저 과감히 생략했다. 있어야 할 게 있어야 할 자리에 없어서인지 습관처럼 센터콘솔 쪽으로 뻗은 손은 허공을 헤매게 된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BMW처럼 제스처 컨트롤이라도 있는 줄 알 거다.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랜드로버의 디자인 언어를 따른 무난한 모습이다기능성과 고급감을 쏙 뺀 센터콘솔 랜드로버의 과감한 원가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D6에서는 질 좋은 가죽으로 혼 버튼(스티어링 휠 중앙부)을 부드럽게 감싸며 중후한 멋을 풍기지만, SD4는 플라스틱 덮개만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신형 디스커버리의 장점으로 내세운 대화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빠졌다. SD4에 달린 아날로그 다이얼은 TD6의 풀 TFT 디스플레이에 비해 예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는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운전석과 보조석 헤드레스트에 달려 2열 탑승객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엔터테인먼트 모니터가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플라스틱 플레이트가 들어가 고급감은 다소 떨어진다.  풀 TFT 디스플레이 대신 아날로그 다이얼이 양쪽에 배치된 계기판의 모습 친절하게도 랜드로버는 외관에서 6기통 디스커버리와 구분지을 수 있는 힌트를 마련했다. TD6는 테일램프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들어오는 데 반해, SD4는 방향지시등이 들어오는 부위를 기점으로 윗부분만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테일램프로서 최소한의 기능만 남긴 것이다. 6기통 모델에 기본 탑재되던 루프레일도 빠졌다. 또한 스티어링 방향에 따라 갈 곳을 미리 비춰주던 어댑티브 헤드램프 대신 일반 LED 헤드램프로 교체되었다.  테일램프가 반쪽짜리로 변했다 본질을 이야기하다그렇다면 4기통 디스커버리, SD4는 사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이것저것 빠진 게 많긴 하지만 랜드로버답게 힘찬 질주본능은 여전하다. SD4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TD6 대비 1L 가량 배기량이 줄었음에도 출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레인지로버 벨라에도 들어가는 인제니움 2.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는 61.2kg·m로 TD6보다 불과 18마력, 10kg·m 남짓 낮은 수치를 보인다.  SD4에 들어간 인제니움 2.0 터보 디젤 엔진 초반 가속시에는 엔진회전수를 넉넉하게 가져가며 풍채 좋은 2.4톤 SUV를 힘 있게 끌어준다. 그러다 어느 정도 중속 구간에 접어들면 꾸준히 1,000~1,200 rpm 사이의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며 차체를 부드럽게 이끈다. 안정감 있고 야무지게 속도를 올리는 디스커버리를 보니 더 이상 아쉬움이란 단어를 입에 담긴 힘들었다. 물론 6기통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4기통으로 이 정도 넉넉한 힘과 주행질감을 뽑아낸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지난달 소형 SUV 특집 촬영 당시 구난용으로 탔던 6기통 디스커버리의 부드러운 주행감이 벌써부터 잊혀져가고 있었다. 지나간 옛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기보단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에 열중하는 게 백번 옳은 것처럼. 촬영을 위해 해안가의 다소 거친 모래자갈길에 올랐다. 서서히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디스커버리인 만큼 댐핑 스트로크가 그다지 넉넉해 보이진 않는다.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노면 상황을 몸으로 읽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포장도로를 주로 달릴 신형 디스커버리에 적합한 설계다. 실내 정숙성은 어떨까? 아이들링, 가속, 정속 주행 상황에서 체크한 결과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의 소음과 진동을 보였다. 혹시나 내가 디젤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스마트폰으로 제원을 다시 찾아볼 정도였다. 아주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충분히 아늑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주행성능 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SD4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배기량 엔진답게 연비절감 효과까지 누린다. 6기통과 비교해 연료소비량이 약 27% 가까이 줄어들었다(복합연비 기준 SD4 12.8km/L, TD6 9.4km/L).1,000만원 남짓 싸다지만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안전 관련 주요 편의기능이 많이 빠진 데 대해선 어찌 변론할 도리가 없다. 실제 판매량을 봐도 SD4가 차지하는 볼륨은 전체 디스커버리 판매량 중 1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2018년 1월 판매량 기준). 그렇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본질에 가까워진 ‘진짜’ 디스커버리를 저렴하게 탈 기회가 왔다고 말이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1999년 기사] 캐딜락 세빌 STS 2018-04-16
캐딜락 세빌 STS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이생진의 시(詩)가 생각나는 유월의 제주도, 옥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는 끝간 데 없는 지평선과 함께 기자를 아득함에 취하게 했다. 해안 일주도로를 함께 달린 캐딜락 세빌 STS는 멋진 풍광만큼 기막힌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었다. 출렁이는 것은 바다뿐 세빌 STS는 미국차답지 않은 단단한 하체로 와인딩 로드를 탄탄하게 휘몰아쳤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보다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 진가가 더 빛났다. GM 코리아의 선봉으로 국내 상륙 제주에서 시승 겸한 보도발표회 열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처럼 죽기 전에 꼭 한번 타고 싶다 는 미국인들의 열망을 담아온 차도 드물다. 최근에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록킹 온 헤븐스 도어 를 보면 시한부 생을 남겨 놓은 주인공이 마피아의 돈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자 마지막 소원의 하나로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주는 장면이 나온다. 캐딜락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GM 코리아는 캐딜락 세빌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세빌은 전통 세단인 드빌과 달리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강하다. 날렵하고 컴팩트한 스타일이 덩치만 큰 대형차가 아님을 보여준다. 차체길이는 4천995mm로 에쿠스(5065mm)보다 작다. 시승을 겸한 보도발표회가 열리는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세빌은 예전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면을 깊게 파고든 헤드램프와 각진 뒷모습은 사브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의 화려한 치장은 사라졌지만 웅장한 그릴과 전통의 엠블럼이 여전한 캐딜락의 권위를 말해준다.​ ​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이다. 7개의 진주가 박힌 왕관은 고대 프랑스 궁정에서 쓰이던 것으로 귀족을 상징한다. 4등분된 방패는 십자군 원정에서 수훈을 세운 가문의 전통을 말한다. 한편 컴비내이션 헤드램프는 각기 5개의 램프가 작동하지만 국내용은 코너링 램프를 뺀 4개다. 트렁크 리드에 스톱 램프를 달았고, 크롬 도금 알루미늄 휠이 스포티하다.​ 실내는 고급스러우면서 담백하고 제블라 우드 그레인이 은은한 분위기를 낸다. 일체형 대시보드에서는 미국차의 특징이 드러나지만 센터 페시아에서는 렉서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그만큼 마무리가 깔끔하다. 2도어 쿠페인 엘도라도와 같은 섀시를 쓰기 때문에 실내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전용 에어컨과 컵홀더를 갖춘 뒷좌석 공간은 쇼퍼 브리븐에 부족하지 않게 널찍하다. 넉넉한 트렁크 룸은 크게 열리고, 스키 구멍이 버튼으로 작동되는 점이 특이하다.​   차에 올라 시동키를 꽂자 미리 입력된 메모리로 시트와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내릴 때는 시트가 완전히 물러나고, 풋 브레이크에는 별도의 해제버튼이 없다. P에서 다른 레인지로 이동하는 순간 풋 브레이크가 해제되고 주행 후 다시 P에 넣으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지는 방식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이채롭다. 디지털 모드에서 버튼을 누르면 그 위로 아날로그 계기가 나타나는 모양이 하이테크 감각이다. 미국차 특징에 유럽차 감각 응용해 편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 즐겨 세빌 STS는 1.8톤이 넘는 차체를 아주 가뿐하게 내몬다. 여유로운 힘은 미국차의 특징이다. 그런데 하체가 단단하고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은 유럽차 감각이다. 그러고 보니 일본차와 유럽차의 장점을 두루 응용한 인상이다. 세계시장에 나서는 신세대 캐딜락의 변모를 느낀다. 핸들은 적당한 무게로 움직인다. 캐딜락이 개발한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인 매그나스티어(Magnasteer™)는 유압, 전자, 자기 제어방식을 독특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차의 속도와 핸들에 가해지는 힘에 관계없이 늘 최적의 핸들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차로가 많은 도로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승합차나 트럭 등을 추월할 일이 많아진다.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재빠른 추월을 시도해 보니 추월가속성능이 놀랍게 민첩하다. 치고 들어가는 각도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V8 DOHC 4.6ℓ 304마력 엔진으로 최고시속 240km를 내는 세빌 STS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7초대로 가속성이 뛰어나다.​  앞바퀴굴림은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해 준다. 시속 160km를 넘는 고속주행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다. 가볍게 뻗어나가는 차체가 탄력적인 무게중심을 유지해 운전자는 안정된 핸들링을 즐긴다. 브레이크 감각은 무거운 편이다. 급제동을 걸자 ABS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스태빌리트랙이 있어 코너가 이어지는 길도 자신있게 내몰 수 있다. 과격한 코너링에서 오버스티어를 억제하는 느낌을 분명하게 받는다. 스태빌리트랙은 스티어링의 각과 요잉, 횡가속도를 감지하는 센서에서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저속회전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작동을 줄여준다.​ ​​세빌 STS의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으로 서브 프레임에 고정되어 있으며 CVRSS라 불리는 액티브 제어방식을 썼다. 또한 알루미늄 블록 엔진이 비스커스 컨버터 클러치(VCC)를 통해 4단 AT에 연결되어 있다. VCC는 토크 컨버터의 엔진토크 변화를 감지, 엔진작동을 부드럽게 해주고 구동계의 소음을 줄여준다. 따라서 AT의 변속감각이 상당히 매끄럽다. 세빌 STS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고급차시장에는 7천만 원대라는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현대 에쿠스가 7천만 원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대우 아카디아가 국내 최고인 4천만 원대로 수입차와의 가격격차를 줄이더니, 이번에는 재규어 S타입, 캐딜락 세빌 등이 에쿠스와의 가격격차를 줄이고 있다. 가격 대비 가치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잴 수 없는 것도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이다.  
[1999년 기사] 마세라티3200GT AT 2018-04-16
마세라티 3200GT AT포르쉐 911에 도전한 마세라티의 기함​​※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세계 각국의 이름난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이태리 포르테 델 마르미에 모였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완전 신형으로 새출발한 마세라티 3200GT의 새 버전 3200GT 오토매틱이었다. 우리는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 베르실리아-라스페지아를 잇는 고속도로, 그리고 포르토피노 남쪽 지중해안의 꼬부랑길에서 오토매틱을 마음껏 몰아보았다.​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 넘쳐 포르쉐 911 팁트로닉과 맞서는 4단  마세라티는 지난해 9월 페라리 산하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공개행사를 열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 3200GT 매뉴얼(MT)을 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때 필자는 마세라티가 페라리 산하에서 어떻게 탈바꿈할지 불안과 기대가 엇갈렸다.다행히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개성을 담아낸 3200GT를 자랑스럽게 우리 앞에 내놓았다. 세계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디자인)가 빚어낸 새 마세라티는 세계 저널리스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 담긴 품질과 성능은 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다.​​​​​페라리 전무이며 마세라티 3200GT의 대부인 파올로 마린세크는 그 사정을 이번에 털어놓았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페라리의 21세기형 모델 360 모데나를 내놓기 전에 서둘러 3200GT를 내놓았던 것이다.`페라리 360 모데나가 나오기 전에 3200GT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시판 시기에 몇 달의 간격이 생기고, 파리 모터쇼를 거쳐 겨울에 홍보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를 통해 세계시장에 뛰어든 매뉴얼 버전은 성능이 설익었었다는 고백이다. 어쨌든 3200GT 매뉴얼은 시장을 착실히 파고들어 이미 250대가 나갔고, 1천여 명이 대기중이다.마세라티가 3200GT의 오토매틱 버전을 내면서 다시 국제적인 시승회를 연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오토매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장에 도전하려는 야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마린세크는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적어도 2 대 1, 또는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시승회장에는 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주지아로 디자인으로 몸을 감싼 3200GT의 겉모습은 작년 9월의 첫 시승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꼬부랑길을 달리는 오토매틱은 매뉴얼과는 차원이 달랐다. 장소를 바꿀 때마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 시승회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비로소 마세라티가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2 대 1 이상으로 잡은 이유를 실감했다.3200GT의 라이벌 포르쉐 911, 벤츠 CLK55 AMG, 재규어 XKR은 유럽시장에서 AT의 비중이 아주 높다. 재규어는 AT 일색이고, 포르쉐 팁트로닉은 40%를 넘는다. 벤츠도 예외가 아니다. 오토매틱이 수동 6단보다 훨씬 편하고 운전의 재미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마세라티는 3200GT 개발 초기부터 전자식 AT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다만 V8 트윈터보 엔진의 엄청난 토크(49.7kg·m)를 소화할 수 있는 AT를 찾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마세라티는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해답을 찾았다. 보그-워너 오스트레일리아를 바탕으로 태어난 BTR은 포드의 신형 팰컨 오스트레일리아에 정교한 개량형 트랜스미션을 공급하고 있다. 한해 1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AT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다. 기후와 도로조건이 나쁜 이 나라에서 입증된 기어박스의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 토마소 시대와 4WD 콰트로 포르테 초기에 겪은 신뢰성의 위기를 되풀이할 이유는 전혀 없다.3200 GT의 4단 기어는 5단인 포르쉐 911 팁트로닉이나 재규어 XKR보다 뒤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V8 터보 엔진의 토크대가 아주 넓어 문제가 없었다. 출력과 토크는 피크에 이를 때까지 매끈하게 올라갔다. 최고출력의 엔진회전대는 매뉴얼보다 250이 내려가 6천rpm이었다. 토크 컨버터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레드라인은 매뉴얼의 6천800rpm에서 300rpm 떨어진 6천500rpm으로 내렸다.3200GT의 매끄러운 성능과 힘찬 가속력은 엄청난 토크에서 우러나왔다. 2천700~5천500rpm에서 최대토크에 육박하는 44.8kg·m가 나왔다. 기어비가 넓은 4단 트랜스미션을 다루고 남을 힘이었다.​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스포츠 모드 조작 수동과 비슷한 값에 훨씬 편리하고 세련  AT의 셀렉터에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 대신 콘솔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이용해 서스펜션의 가변식 댐퍼와 센서를 조절한다. 정상모드에서는 기어를 내릴 때 시간이 걸리고, 액셀을 콱 밟아야만 킥다운이 가능하다. 전력질주할 때에는 5천rpm에서 시프트다운 한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가면 3200GT의 성능이 달라진다. 시프트다운이 훨씬 빨라지고, 중간 기어에서 오래 머물 수 있으며, 액셀을 한껏 밟았을 때에는 6천100rpm에서 기어 단수를 올릴 수 있다. 중간단계의 액셀 조작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V8은 터보의 잡음을 누르고 힘차고 상쾌한 음악을 들려주었다.​​​3200GT의 T형 손잡이가 너무 투박해 실망했다. 아울러 마세라티는 매니아 지향적인 모델인데 수동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팁트로닉을 달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기어박스를 공급하는 BTR은 포드를 위해 핸들 버튼식 기어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마세라티는 페라리 360 모데나형 페달이나 핸들 버튼형 AT를 3200 스파이더에 달려고 한다. 스파이더는 2000년 말 시장에 나온다.     드라이버가 정상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오갈 때 착각하지 않고 콘솔의 버튼을 조작한다면 3200GT 오토매틱은 다루기 쉬운 준마로 손색이 없다. 3200GT는 잠들어 있다가도 건드리기만 하면 얼른 깨어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6초가 느린 5.7초, 0→시속 1마일(약 1.609km) 도달시간은 13.8초여서 수동식보다 0.5초가 뒤진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전 F1 드라이버 이반 카펠리가 핸들을 잡고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8초 길었다고 한다.    액셀은 매뉴얼과 같은 모델이다. 오토매틱은 클러치가 없는 2 페달식이어서 매끈한 운전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드라이빙 매니아가 아닌 마세라티 팬들에게는 값이 비슷하면서 훨씬 편리하고 세련된 오토매틱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평하는 시승자들이 많았다.유럽에서 3200GT의 라이벌인 포르쉐 911은 6기통 3.4ℓ 296마력의 엔진을 얹고 값은 약 1억2천400만 원이다. 드라이버에게 인기 있는 차종이고 GT에서 스포츠카로의 변신이 자유자재다. 중형 고성능 쿠페인 벤츠 CLK55 AMG는 V8 5.4ℓ 349마력에 값은 1억1천330만 원으로 실내공간이 넓다. C클래스 섀시에 강력 버전인 E55 V8을 얹었다. 재규어 XKR은 V8 4.0ℓ 370마력에 차값은 1억1천400만 원으로 힘들이지 않고 느긋하게 고속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실내공간이 약간 좁지만 스포츠 드라이빙보다는 세련된 운전에 알맞다. 마세라티 3200GT 오토매틱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이들을 상대로 운명을 건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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