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1999년 기사] 마세라티3200GT AT 2018-04-16
마세라티 3200GT AT포르쉐 911에 도전한 마세라티의 기함​​※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세계 각국의 이름난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이태리 포르테 델 마르미에 모였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완전 신형으로 새출발한 마세라티 3200GT의 새 버전 3200GT 오토매틱이었다. 우리는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 베르실리아-라스페지아를 잇는 고속도로, 그리고 포르토피노 남쪽 지중해안의 꼬부랑길에서 오토매틱을 마음껏 몰아보았다.​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 넘쳐 포르쉐 911 팁트로닉과 맞서는 4단  마세라티는 지난해 9월 페라리 산하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공개행사를 열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 3200GT 매뉴얼(MT)을 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때 필자는 마세라티가 페라리 산하에서 어떻게 탈바꿈할지 불안과 기대가 엇갈렸다.다행히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개성을 담아낸 3200GT를 자랑스럽게 우리 앞에 내놓았다. 세계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디자인)가 빚어낸 새 마세라티는 세계 저널리스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 담긴 품질과 성능은 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다.​​​​​페라리 전무이며 마세라티 3200GT의 대부인 파올로 마린세크는 그 사정을 이번에 털어놓았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페라리의 21세기형 모델 360 모데나를 내놓기 전에 서둘러 3200GT를 내놓았던 것이다.`페라리 360 모데나가 나오기 전에 3200GT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시판 시기에 몇 달의 간격이 생기고, 파리 모터쇼를 거쳐 겨울에 홍보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지난해 10월 파리 모터쇼를 통해 세계시장에 뛰어든 매뉴얼 버전은 성능이 설익었었다는 고백이다. 어쨌든 3200GT 매뉴얼은 시장을 착실히 파고들어 이미 250대가 나갔고, 1천여 명이 대기중이다.마세라티가 3200GT의 오토매틱 버전을 내면서 다시 국제적인 시승회를 연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오토매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장에 도전하려는 야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마린세크는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적어도 2 대 1, 또는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시승회장에는 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주지아로 디자인으로 몸을 감싼 3200GT의 겉모습은 작년 9월의 첫 시승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고속도로와 꼬부랑길을 달리는 오토매틱은 매뉴얼과는 차원이 달랐다. 장소를 바꿀 때마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 시승회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비로소 마세라티가 오토매틱과 매뉴얼의 판매비율을 2 대 1 이상으로 잡은 이유를 실감했다.3200GT의 라이벌 포르쉐 911, 벤츠 CLK55 AMG, 재규어 XKR은 유럽시장에서 AT의 비중이 아주 높다. 재규어는 AT 일색이고, 포르쉐 팁트로닉은 40%를 넘는다. 벤츠도 예외가 아니다. 오토매틱이 수동 6단보다 훨씬 편하고 운전의 재미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마세라티는 3200GT 개발 초기부터 전자식 AT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다만 V8 트윈터보 엔진의 엄청난 토크(49.7kg·m)를 소화할 수 있는 AT를 찾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마세라티는 멀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해답을 찾았다. 보그-워너 오스트레일리아를 바탕으로 태어난 BTR은 포드의 신형 팰컨 오스트레일리아에 정교한 개량형 트랜스미션을 공급하고 있다. 한해 1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AT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다. 기후와 도로조건이 나쁜 이 나라에서 입증된 기어박스의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 토마소 시대와 4WD 콰트로 포르테 초기에 겪은 신뢰성의 위기를 되풀이할 이유는 전혀 없다.3200 GT의 4단 기어는 5단인 포르쉐 911 팁트로닉이나 재규어 XKR보다 뒤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V8 터보 엔진의 토크대가 아주 넓어 문제가 없었다. 출력과 토크는 피크에 이를 때까지 매끈하게 올라갔다. 최고출력의 엔진회전대는 매뉴얼보다 250이 내려가 6천rpm이었다. 토크 컨버터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레드라인은 매뉴얼의 6천800rpm에서 300rpm 떨어진 6천500rpm으로 내렸다.3200GT의 매끄러운 성능과 힘찬 가속력은 엄청난 토크에서 우러나왔다. 2천700~5천500rpm에서 최대토크에 육박하는 44.8kg·m가 나왔다. 기어비가 넓은 4단 트랜스미션을 다루고 남을 힘이었다.​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스포츠 모드 조작 수동과 비슷한 값에 훨씬 편리하고 세련  AT의 셀렉터에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 대신 콘솔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이용해 서스펜션의 가변식 댐퍼와 센서를 조절한다. 정상모드에서는 기어를 내릴 때 시간이 걸리고, 액셀을 콱 밟아야만 킥다운이 가능하다. 전력질주할 때에는 5천rpm에서 시프트다운 한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가면 3200GT의 성능이 달라진다. 시프트다운이 훨씬 빨라지고, 중간 기어에서 오래 머물 수 있으며, 액셀을 한껏 밟았을 때에는 6천100rpm에서 기어 단수를 올릴 수 있다. 중간단계의 액셀 조작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V8은 터보의 잡음을 누르고 힘차고 상쾌한 음악을 들려주었다.​​​3200GT의 T형 손잡이가 너무 투박해 실망했다. 아울러 마세라티는 매니아 지향적인 모델인데 수동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팁트로닉을 달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기어박스를 공급하는 BTR은 포드를 위해 핸들 버튼식 기어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마세라티는 페라리 360 모데나형 페달이나 핸들 버튼형 AT를 3200 스파이더에 달려고 한다. 스파이더는 2000년 말 시장에 나온다.     드라이버가 정상모드와 스포츠 모드를 오갈 때 착각하지 않고 콘솔의 버튼을 조작한다면 3200GT 오토매틱은 다루기 쉬운 준마로 손색이 없다. 3200GT는 잠들어 있다가도 건드리기만 하면 얼른 깨어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6초가 느린 5.7초, 0→시속 1마일(약 1.609km) 도달시간은 13.8초여서 수동식보다 0.5초가 뒤진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전 F1 드라이버 이반 카펠리가 핸들을 잡고 급커브가 많은 바라노 서키트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수동식보다 0.8초 길었다고 한다.    액셀은 매뉴얼과 같은 모델이다. 오토매틱은 클러치가 없는 2 페달식이어서 매끈한 운전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드라이빙 매니아가 아닌 마세라티 팬들에게는 값이 비슷하면서 훨씬 편리하고 세련된 오토매틱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평하는 시승자들이 많았다.유럽에서 3200GT의 라이벌인 포르쉐 911은 6기통 3.4ℓ 296마력의 엔진을 얹고 값은 약 1억2천400만 원이다. 드라이버에게 인기 있는 차종이고 GT에서 스포츠카로의 변신이 자유자재다. 중형 고성능 쿠페인 벤츠 CLK55 AMG는 V8 5.4ℓ 349마력에 값은 1억1천330만 원으로 실내공간이 넓다. C클래스 섀시에 강력 버전인 E55 V8을 얹었다. 재규어 XKR은 V8 4.0ℓ 370마력에 차값은 1억1천400만 원으로 힘들이지 않고 느긋하게 고속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실내공간이 약간 좁지만 스포츠 드라이빙보다는 세련된 운전에 알맞다. 마세라티 3200GT 오토매틱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이들을 상대로 운명을 건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롱 텀 시리즈 2회] 내겐 너무 낯선 그대, 디젤 2018-04-16
내겐 너무 낯선 그대, 디젤   “우리집에 디젤차는 처음이네 ” 아버지의 무심한 한마디가 새삼 와 닿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털 나고 우리집에 디젤차가 들어온 건 처음이다. 줄어들지 않는 기름과 경쾌한 가속력은 대만족이지만, 생전 겪어보지 못한 낯선 부분도 적지 않다. 디젤과 친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고백컨대 나는 가솔린 예찬론자다. 아니, 예찬론자‘였’다. 태어나서 지금껏 우리집 차는 매번 가솔린이었다. 어렸을 때는 RV나 SUV라면 질색하는 아버지가 늘 가솔린차를 선택했고, 그 영향을 받은 나도 디젤에는 좀처럼 정이 붙지 않았던 까닭이다. 으레 대다수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우렁찬 배기음, 치솟는 회전수에 대한 로망을 늘품고 살았다.그런 내가 디젤차를 사겠다고 했으니 주변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리 터보가 득세해도 자연흡기 대배기량의 감성은 따라올 수 없다며 4리터가 넘는 8기통 차를 타던 녀석이 208 구매를 선언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디젤게이트 이후로 디젤차는 고등어구이와 함께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낙인까지 찍히지 않았던가  이틀이 멀다하고 전기차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에 디젤차라니, 철 지난 유행을 따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프랑스에 다녀온 후배가 샹젤리제 거리의 푸조 에버뉴에서 208 다이캐스트를 사다줬다. 꼭 닮아 앙증맞다. 클린 디젤 더티 디젤  제대로 알고 타기 흔히 디젤차의 배출가스에 관해 문제되는 부분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다. 언론에서는 뿌연 서울 하늘이 모두 디젤 탓인 것처럼 몰아가곤 하지만, 최신 디젤차들은 미세분진 필터가 탑재돼 있으니 그런 혐의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차를 살 때 마음에 걸렸던 건 질소산화물 쪽이었다. 1급 발암물질이, 그것도 가솔린차보다 몇 배나 많이 나온다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선뜻 208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SCR(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 덕분이다. SCR은 쉽게 이야기하면 질소산화물이 대기로 방출되기 전 질소와 산소를 분해해주는 장치다.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뛰어난 대신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주로 중대형 모델이나 상용차에서만 쓰여왔다. 하지만 푸조는 유로6 적용 이후 출시된 모든 모델에 SCR을 기본 장착했다. 1.6L급 디젤 엔진이 탑재된 소형차에 SCR이 달린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만큼 배출가스 저감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뜻이니 지구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덜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를 타야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그런 차를 불편 없이 탈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깨끗한 차를 타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디젤차를 산 데 후회는 없다.재미있게, 가끔은 엉뚱하게  거창한 환경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디젤차를 운전하는 건 썩 재미있는 일이다. 운전재미는 208을 살 때 고려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99마력짜리 차 갖고 무슨 운전재미냐고  천만의 말씀, 제한된 출력 내에서 나 혼자 재미있는 걸로도 충분하다.  주말에 종종 타는 540i는 이틀 만에 208의 2주치 기름을 들이마시는 대식가다 208의 최대토크는 25.9kg·m으로, 토크만 놓고 보자면 비슷한 배기량의 가솔린 터보 엔진이나 2.5L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다. 게다가 최대토크 발휘 지점은 1,750rpm.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약간 딜레이가 느껴지지만 조금만 회전수가 올라가면 힘껏 노면을 박차고 나간다. 덕분에 출력이 낮아도 전혀 답답함이 없다. 오히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도 경쾌하게 힘을 낼 수 있다. 고속주행 중 추월을 할 때도 힘이 부치지 않는 건 물론이다. 출퇴근에 최적화된 이 엔진은 4m도 되지 않는 208의 작은 차체, 수동 기반의 MCP 변속기와 궁합이 좋다. 제한속도 내에서도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는 건 매일 차로 출퇴근해야 하는 내겐 큰 메리트다.  평창에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사온 수호랑 인형. 차가 점점 소녀풍이 되어간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연비가 좋고 손맛이 나쁘지 않다 해도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키긴 어렵다. 덜덜거리는 소음과 진동은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가도 가끔은 엄청나게 거슬린다. 특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월에는 잡소리가 많이 났다. 시트, 암레스트, 유리창, 도어트림까지 한 번씩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당일치기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와서는 특히나 엔진 소리마저 약간 거칠어지고 진동도 커진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은 1만km 정기점검 때 제대로 진단을 의뢰할 생각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달아놓은 장치들이 간혹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루는 퇴근길에 문득 엔진 소리가 커졌다고 느꼈다. 신호대기 중에도 스톱 앤 스타트가 작동하지 않아 룸미러로 뒤를 보니,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하얀 연기가 나왔다. 말로만 듣던 ‘신차 뽑기’에 실패한 건가  깜짝 놀라 수소문을 해 보니 미세분진을 걸러주는 DPF가 일정 주기마다 재생 작업을 할 때 그럴 수 있단다. 디젤차는 처음 타 보니 그런 걸 본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출근길 기온이  19˚C까지 떨어진 날 아침에는 집을 나서자마자 트렁크 쪽에서 사이렌 소리 비슷한 요란한 소음이 났다. 요소수가  11˚C에 얼어버려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요소수 펌프로 추정되는 부위에서 굉음이 난 것. 조금 뒤 차에 온기가 돌면서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생전 처음 운행하는 디젤차에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음을 느꼈다.   심심한차에약간의포인트를주기위해안개등에PPF를붙여줬다.이제좀랠리카같나 그럼에도 디젤을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연비의 영향이 컸다. 고속주행이 90% 이상인 환경은 208의 효율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스테이지다. 날이 풀리면서 연비는 이전보다도 더 좋아졌다. 적당히 막히는 통근길 연비는 아무렇게나 운전해도 23km/L 정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집을 나서면서 트립컴퓨터를 리셋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27.7km/L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생전 본 적 없는 숫자다. 물론 막히는 시내에서 연비를 재면 15km/L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나의 주 무대는 고속도로인데. 내 필요에 맞으면 그만이다. 필요에 약간의 취향을 가미해 통근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쓸 수 있는 차가 바로 208이다.  별 생각 없이 주행한 출근길에 ‘인생연비’를 찍었다. 30km/L도 해볼 만하겠는데 동네 친구의 티코 옆에선 208이 대형차가 된다 글, 사진  이재욱
[2000년 기사] 볼보 S80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2018-04-13
볼보 S80 아폴로박사의 카리포트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볼보를 타보는 기회를 가졌다. 2000년형 볼보 S80은 대변신을 하고 있었다. 외형 디자인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처음 보는 순간 “이것이 정말 볼보냐?”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나의 볼보에 대한 생각도 꽤나 낡은 것이었음이 틀림없었다. 이 기회에 볼보의 역사를 약간만 소개하기로 한다. 볼보는 1926년 아사 가브리엘슨과 구스다브 라르슨에 의해 창설되었다. 볼보라는 이름은 그 이전에 볼 베어링을 만들고 있던 스웨덴의 SKF라는 회사가 사용하던 상표다. 볼보라는 말은 라전??어의 `volvere`에서 유래된 `돈다`는 뜻이다. SKF의 재정적인 도움으로 위의 두 사람은 1호차 1천 대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조업은 1927년 4월에 시작되었다. 볼보 1호차의 이름은 OV4였고 후에 자코브(Jacob)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4기통 엔진을 얹은 대형차로 최고시속 60km를 냈다. 이어서 PV4라는, 네바퀴 모두 브레이크가 달린 차가 1927∼1929년 동안 770대 만들어졌다. 6기통짜리 차도 내놓았는데 이것은 1950년까지 생산되었다. 1933년에 생산된 PV36은 카리오카라고도 불렀는데 처음으로 독립 서스펜션을 썼다. 1938년에 이르러 차 생산능력은 연간 3만5천 대로 늘어났다. 1944년에는 PV444가 나와 1958년까지 생산되고, 1956년에 등장한 아마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P121과 22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박스형 디자인, 상징으로 변해 견고한 차체에 내구성도 좋아 내가 처음 미국에서 본 볼보는 1961년에 소개된 소형승용차 P130과 1962년에 내놓은 P130V 스테이션 왜건이었다. 두 차 모두 4기통 1780cc 85마력 엔진을 썼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약간 둥그런 곡선을 가진 모습과 탁월한 실용성 때문에 스웨덴의 국민차 구실을 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크게 호평받았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66년부터 144라는 모델로 되면서 마치 4각형 성냥곽 모양으로 변신한다. 이 스타일은 악착같이 지켜지면서 볼보의 상징이 되었다.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계란을 억누른 것 같은 전세계의 자동차 디자인과는 달리 볼보는 고집스럽게 계속 자신의 상징을 내놓았다. 세계시장에서 볼보는 안전을 앞세운 성능 좋은 차를 내놓는 메이커로 유명하다. 볼보는 약진을 거듭해 스웨덴의 에너지, 식품가공, 각종 공학분야 및 항공산업에까지 참여해 명실 공히 스웨덴 최대의 기간산업체로 성장했다. 종업원수도 10만 명에 이르는 대가족을 거느리다 보니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자동차업계도 재정비를 해 400, 800 및 900 시리즈를 정돈했는데 특히 850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것은 다시 1998년에 S70으로 변신했다. 나는 900시리즈 중 940을 7∼8년 전에 시승한 적이 있고 오늘은 960이 변신한 S80을 시승하게 된 것이다. S80은 볼보 중에서는 제일 큰, 이른바 볼보의 기함이라 할 수 있다. 볼보의 가장 뛰어난 톡징은 견고한 차체의 안전성이다. 10년 전 볼보의 광고사진은 참으로 특이했다. 10대 정도의 볼보를 차례로 쌓아 올려놓고 튼튼한 모습을 자랑하던 장면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약 35년 전에 미국의 신문과 잡지에 실린 볼보의 광고문구는 다음과 같다. “스웨덴 도로의 80%가 비포장 도로인데 볼보는 그 위를 10년 동안 달려도 끄떡없이 진동을 이겨내는 차입니다”라는 구절까지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 만큼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볼보는 외부 모습은 그렇다 치고,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90년대 후반기의 최고모델이라는 960을 보더라도 너무나 검소하게 차려져 있다. 나에겐 볼보의 내부치장에 그리 정이 들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물론 이것은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기한다는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이 만든 것이겠지만 자동차가 세계적인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고급 모델인 960의 내부가 값에 비해 빈약하다는 사실은 더 많은 고객을 끌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1999년 모델부터 달라졌다. 그것도 아주 혁신적으로 달라졌다. 새롭고 독특한 스타일 돋보여 내용 면에서 다른 차보다 앞서 내 눈앞에 드디어 볼보 S80이 나타났다.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 날렵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실물은 육중한 인상이었다. 그 옛날 특유의 박스형과는 정반대로 달라진 모습이어서 나는 정말로 놀랬다.“이것이 정말로 볼보냐?”하고 한 번 더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앞 그릴도 헤드라이트도 각진 옛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주 자연스런 곡선으로 멋지게 다듬어졌다. 옆으로 흐르는 곡선이 멋지게 차체를 스치고 지나면서 뒤로 흘러가더니 트렁크에 와서 직선으로 끊어진다. 여기서는 다시 커다란 테일 라이트가 선을 가로막는다. 트렁크의 뚜껑도 90°로 예리하게 깎아 세워져 있는데 이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앞과 옆면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내가 이 차에서 받은 첫 인상은 마치 양쪽으로 커다란 로켓 분사구를 지닌 것 같은 느낌이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거기엔 깜짝 놀랄 만큼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차의 대항마인 BMW 5시리즈의 트렁크 용량은 460ℓ인데 이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인 1천106ℓ이니 말이다. 시승에 동행한 <자동차생활>의 기자인 K군이 “제 생각에는 이 차에서 볼보다운 맛은 없어진 것 같은데요”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야, 볼보의 새로운 스타일 감각이 아주 마음에 들어!”라고 즉시 반박했다. 차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도 옛 960 모델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미끈한 곡선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여러 편의장비가 효과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것 참, 위대한 변신인데...”하고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시동을 걸었는데 시동키를 돌리자마자 바로 움직이는 반응이 다른 차와 상대도 안 될 만큼 빨랐다. 시동 때 보여주는 즉각적인 반응은 정말로 이 차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임을 특기하고 싶다.    이 차는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와 경합한다. 값을 따져보면 오늘 내가 타보는 볼보 S80 2.4와 BMW 520ⅰ는 6천490만 원으로 똑같다. 이보다 약간 비싼 벤츠 E240은 7천260만 원이다. 서로간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S80의 2.4ℓ는 차체 길이가 4천822mm이고 5기통 2.4ℓ DOHC 엔진으로 170마력(최대토크 21.5kgㆍm)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15km이고 세 차종 중 유일하게 16인치 휠을 쓰고 있다. BMW 520ⅰ는 길이가 4천755mm이고 6기통 2.0ℓ DOHC 엔진에서 150마력(최대토크 19kgㆍm)의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20km다. 이 차는 15인치 휠을 달고 있다. 또 하나의 대항마인 벤츠 E240은 길이가 4천795mm로 V6 2.4ℓDOHC 엔진을 얹고 170마력을(최대토크 22.5kgㆍm)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23km다. 이 차의 휠도 15인치다. 이러한 숫자를 나열하고 보니 값이 거의 비슷한 차종에서 볼보가 벤츠보다 27mm 그리고 BMW보다는 47mm 더 길다. 요것이 아주 사소한 차이 같지만 실제로 보는 느낌에는 볼보가 훨씬 길어 보인다. 게다가 유일하게 16인치 휠을 쓰고 있어 차 전체가 아주 시원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 외관상의 우위를 자랑할 뿐 아니라 볼보는 같은 값의 BMW 520ⅰ보다는 출력에서 20마력이나 앞서고 최대토크에서 4.5kgㆍm나 더 강하다. BMW라는 브랜드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 한, 볼보가 외관이나 성능 면에서 한 수 앞선다는 뜻이다. 정말로 이 당당한 모습을 지닌 볼보 S80에 나는 반해 버렸다. 시속 200km에도 실내는 조용해 믿음직한 안전 보호장비 갖추고 자! 출발이다. 우선 의자에 앉았을 때 기분이 좋다. 넓은 실내와 안락한 의자, 그리고 아주 넓게 만든 앞뒤 유리 덕에 시야가 탁 트여서 심리적으로 안도감이 생긴다. 중요한 운전장치와 편의시설이 대부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트립 컴퓨터와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시스템의 강약까지도 운전대를 잡은 채 조절할 수 있다. 속도계 왼쪽 아래의 계기판 구석에 디스플레이가 달려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 보통 때는 남아있는 연료로 몇 km를 더 달릴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문이 잘 닫히지 않았을 경우에는 문이 열려 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게다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시끄러운 경고음이 계속 울린다. 다른 차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 소리가 끊기는데 이 차는 악착같이 벨트를 맬 때까지 울려대는 것이 특징이다. S80은 기동성과 접지감각이 최고다. 스티어링 휠에 전달되는 안정감은 역시 볼보 특유의 멋이었고 특히 접지감각이 좋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커브길을 도는 과정에서 특히 오른쪽으로 꺾이는 커브길을 따라갈 경우 초보자는 약간의 불안을 느낀다. 이것은 심리적인 현상이지만 자신이 몰고 있는 차의 접지능력이 부족한 차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차는 그러한 불안감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가속판을 밟는 그대로 참으로 잘 반응해 준다. 비록 배기량 2.4ℓ의 차지만 보통 시속 120km에서 더욱 가속하려고 힘껏 밟으면 엔진이 한숨 쉬었다가 힘을 내는 현상도 없이 그대로 미끄러지듯 가속된다. 120, 140, 160, 180 그리고 드디어 시속 200km까지 밟아 봤지만 엔진은 큰 고함소리도 내지 않고 그대로 속도를 올려 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방음장치가 잘 되어 그리 들리지 않아 고속으로 달려도 실내는 조용하기만 하다. 더욱이 놀란 것은 이 차의 서스펜션이다. 물론 앉은 의자가 안락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장애물을 넘어도 충격흡수가 잘되어 차 전체의 안정도가 마치 미국차를 탄 기분이다. 독일차는 일부러 서스펜션을 약간 딱딱하게 만들어 이른바 스포츠카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졸음이 오는 것을 막기도 한다지만 역시 서스펜션은 안락한 것이 나는 좋다.자동차의 우열을 가리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지난달에도 지적했듯이 기동성 가운데서 최소회전반경을 중요시한다. 도로상에서 급히 U턴을 하려고 할 때 회전반경이 긴 차는 참으로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S80은 큰 중형차인데도 최소회전반경이 불과 5.8m밖에 안 된다. 이것 하나만 하더라도 이 차는 돈값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회전반경이 짧을 뿐 아니라 급커브를 돌 때의 안정감도 월등하다. 안정된 서스펜션과 함께 가볍고 짧게 도는 이 차의 능력에 나는 찬사를 보낸다. `안전도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볼보지만 이 S80에는 다른 차에 없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가 있다. ABS, 운전석과 조수석에 달린 에어백은 상식이지만 여기에는 측면 충돌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SIPS(측면보호 시스팀)이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커튼형 에어백 IC(Impact Curtain)가 추가로 달려있다. 이것은 볼보만의 보호장치로써 차 천장의 모서리를 따라 눈에 보이지 않게 안쪽에 내장되어 있고 앞좌석과 뒷좌석 탑승자 모두를 보호해준다. 이 커튼은 옆면이 부딪히면 커튼형 에어백이 수천 분의 1초만에 팽창하게 되어 있다. 이 정도의 차라면 역시 수입차가 좋고, 볼보 S80이 더욱 좋겠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단 한 가지 S80에 불만이 있는데 브레이크를 밟으면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약간 깊숙이 빠진 다음에야 작동해서 초보자뿐 아니라 운전에 익숙한 사람도 약간 당황하게 된다. 나도 그랬으니 이 점은 수정해 줬으면 한다. 볼보 S80은 정말로 멋있는 차다. 나도 돈만 있으면 같은 클래스의 BMW나 벤츠 대신 이 차를 사겠다.   볼보 S80의 주요 제원크 기길이*너비*높이4822*1832*1434mm휠베이스2791mm트레드 앞/뒤1582/1560mm무게1580kg승차정원5명엔 진형식직렬 5기통 DOHC굴림방식앞바퀴굴림보어*스트로크83.0*90.0mm배기량2435cc압축비10.3 : 1최고출력170마력/5700rpm최대토크23.5kg*m/4500rpm연료공급장치전자식 연료분사연료탱크 크기70L트미랜스션형식자동5단기어비①/②/③4.69/2.94/1.92④/⑤/ⓡ1.30/1.00/3.18최종감속비4.25보새디와시보디형식4도어 세단스티어링랙 앤드 피니언서스펜션 앞/뒤멀티링크/5링크브레이크 앞/뒤V디스크/디스크타이어 앞/뒤모두 215/55R 16성 능최고시속215km0 →시속 100km 가속9.9초시가지 주행연비8.9km/L값6천490만원 
[1999년 기사] 누비라II, 다른 차원으로 변신한 .. 2018-04-13
 ​다른 차원으로 변신한 패밀리카 준중형차 값으로 고급차의 품질을 즐긴다※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대우는 요사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빅딜의 일환으로 자동차공업도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지만 대우측의 삼성자동차 인수문제도 거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쌍용도 합병한지라 명실공히 현대와 함께 한국 자동차산업의 쌍벽을 이루는 거두(巨頭)로 거듭나고 있다. 대우는 특히 경차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 티코로 한국시장을 잡은 뒤 마티즈의 성공으로 한때 총매출대수에서 현대를 누르고 제1위를 자랑했던 일도 있었다.   4년만에 대우차 시승할 기회 얻어 쭉 뻗은 외형, 널찍한 실내에 놀라 나도 티코가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자동차생활사가 기증해준 것을 8년째 굴리고 있는데 놀랍게도 아직 고장이 한 번도 나지 않고 있다. 와이퍼와 배터리, 그리고 타이어를 두 번씩 바꾼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니까 정말로 대단한 티코가 아닐 수 없다.나는 이 차를 끌고 국회에도 가고 큰 호텔 현관 앞에도 간다. 부산, 강릉처럼 긴 여행에도 이 차를 이용한다. 민첩한 기동성, 주차, 연비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점이 없어 친구에게도 많이 권했고 ‘경차를 탑시다’라는 TV 캠페인에도 티코를 끌고 3~4차례 출연했다.​페인트칠이 낡아 작년에(이 차의 시세는 지금 20~30만원도 안하겠지만) 60만원을 던져 새로 칠했을 정도로 나는 티코를 사랑한다. 티코 홍보를 위해 8년을 노력한 대공신(?)이기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우에서 차 한 대쯤 줍디까?” 하는 말을 여러 번 듣지만 나는 티코의 후속차인 마티즈의 신차발표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대우(待遇)를 대우(大宇)로부터 받았으니, 이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티코와의 인연과는 달리 대우차는 시승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다. 94년 아카디아와 95년 달라진 티코의 시승기를 쓴 뒤 4년만에 다시 대우차를 타게 되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차의 이름은 누비라Ⅱ, 오랜만에 대우차를 타고 도로를 누비라는 뜻인 것 같다. 누비라니까 누벼볼 수밖에 없어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누비라를 기아 세피아, 현대 아반떼급의 준중형차, 대학생이나 대학을 갓나온 사회인, 젊은 주부들이 타는 차로 알고 있던 나는 연구소 건물 앞으로 온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차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누비라가 아니었다. 시원하게 커진 헤드라이트며 쭉 뻗은 차체 뒤에 달린 테일 라이트가 눈부시게 커보였다. 차 전체의 폭과 길이도 아주 커진 인상이다. 대우 특유의 앞그릴 크롬도금이 이 누비라Ⅱ에게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와, 이것이 누비라야? 이전의 누비라하고는 완전히 다른걸” 하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언뜻 보기에는 이 차보다 한 급 위인 레간자와 혼동할 정도로 차체 크기와 앞 뒤 라이트 디자인이 비슷하다.​차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앉는 순간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실내공간이 대단히 넓다. 현대 아반떼나 기아 세피아Ⅱ보다 넓이가 5cm 가량 크고 높이도 아반떼보다 3cm나 더 높단 말이다. 실내공간에서는 길이보다 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차폭이 5cm나 넓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좌석을 옆으로 넓게 잡을 수 있어 널찍한 인상을 준다. 그러고 보니 이 차는 패밀리카로도 적당하다. 좌석이 넓고 높이도 충분하니 가족을 거느리고 여행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으리라.​​​​운전자를 배려한 레이아웃 돋보이고 경제적인 운전 돕는 이코노존 달아 운전자에게 세심한 배려는 여러 면에서 베풀어져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자신의 체구와 운전자세에 꼭 맞게 좌석을 조절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고급차 외에는, 특히 중소형차의 경우는 그저 좌석과 등받이를 앞 뒤로 조정하는 기능밖에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누비라Ⅱ에는 좌석의 높이를 그것도 앞 뒤쪽을 따로 오르내리게 하는 듀얼식 조절장치가 달려 있다.그것만이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파워일 뿐 아니라 좀더 완벽한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5단계로 조절되는 틸팅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것도 고급차에만 제공되는 장치다. 게다가 내부를 보면 인테리어 디자인이 참으로 잘 되어 있다. 운전자의 왼팔이 편안하게 놓여질 수 있게 암레스트가 딴 차보다 잘 되어 있고, 센터 콘솔은 우드 그레인으로 감싸 베이지색 실내와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스럽다.​​​​운전석 앞의 계기판은 한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정돈되었고, 특히 타코미터의 1천500∼2천500rpm 구간을 녹색으로 칠해(이코노존) 이 구간에서 차를 굴리면 연료절감은 물론 자동차에 무리가 안가는 쾌적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알려준다. 사소하지만 좋은 착안이다.​시동을 걸었다. 아주 미끄럽게 나간다. 백미러를 통해 보는 뒤쪽 시야도 넓어 좋다. 누비라Ⅱ에 쓴 전자식 ZF변속기는 독일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하는데 외형상으로는 제법 고성능장치 같았다.​특히 이 변속기에는 기어 변속을 강제로 늦춰 단번에 힘을 내게 하는 파워 모드가 있어 도로사정에 맞춰 아주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이 ZF변속기가 이른바 ‘파워노믹스(Power+Economy)엔진’이라는 대우가 개발한 고성능 엔진에 접속되어 엔진의 파워를 조화롭게 미션으로 전달한단다.​​​​파워노믹스 엔진에 대해서는 약간 더 설명이 필요하다. 현대가 개발한 자랑거리 엔진이 린번 엔진인데, 이 린번 엔진은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출력을 희생시켰고 린번기능도 일정한 구간에서만 발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파워노믹스는 가변흡기 시스팀으로 흡기관의 길이를 높은 rpm에서는 짧게, 낮은 rpm에서는 길게 해 공기를 안정되게 흡입시켜 고른 출력을 내게 한다.그뿐 아니라 녹 센서(knock sensor)를 엔진블럭에 더해 노킹을 방지하므로 이상폭발 없이 출력이 유지된다. 연비면에서도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개스 재순환장치) 밸브를 달아 휘발유 소모를 줄인다. 고른 출력 내는 파워노믹스 엔진 가속시간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 저속에서의 주행감각은 아주 좋다. 핸들의 굵기도 이 차의 성격에 맞는 것 같다. 약간 굵게 만들어져 있는데 고속으로 달릴 때도 놓칠 염려가 없어 좋다.올림픽도로를 거쳐 자유로로 빠져 보기로 했다. 그런데 올림픽도로로 진입하면서 가속하려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으나 엔진이 제대로 호응해 주질 않는다. 다시 말해 순발력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하기야 1천500㏄급 차에 남자 세 사람이 탔으니 힘은 들겠지만 약간 답답하다는 인상이다. 타코미터의 회전수는 올라갔는데 그것에 맞는 속도는 빨리 얻을 수가 없단 말이다.    
[1999년 기사] 고성능, 실용성, 경제성 특징인 삼.. 2018-04-12
고성능, 실용성, 경제성 특징인 삼색 4WD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아우디 A8 콰트로 성공의 바탕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승용 4WD의 대명사인 콰트로는 아우디의 개척정신이 잘 담겨 있는 모델이다. 승용차에 과연 4WD는 필요한가 라는 의문에 대해 콰트로는 두바퀴굴림으로는 가기 힘든 길을 갈 수 있다는 매력, 눈길을 달릴 때 미끄러질 걱정보다는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운동성능이나 승차감 등이 지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얘기한다. 콰트로의 가치는 랠리용 버전이나 한때의 시도로 그치지 않고 아우디의 대표차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콰트로의 무대는 랠리를 벗어나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94년 봄에 등장한 아우디 A8은 그 해 판매목표였던 5천대를 불과 4개월만에 모두 팔아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르고, 세계시장에 적극 나섰다. A8의 라인업은 2.5 TDI 디젤 터보 2.8, 2.8 콰트로, 3.7, 3.7 콰트로 4.2 콰트로로 나뉘며 알루미늄 보디를 통한 차체 경량화로 연료소모를 줄인 고성능 프레스티지 세단을 추구한다.V6 2.8ℓ 174마력 엔진, 강한 토크 내 미끄러짐 없는 달리기, 제동력 뛰어나 A8 2.8은 `경제적 고성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V6 2.8ℓ174마력 엔진은 동급 경쟁차들보다 출력 면에서는 약간 떨어지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앞바퀴굴림(FF)인 A8 2.8은 수동기어로 최고시속 228km와 0→시속 100km 가속 9.1초의 성능을 낸다. 또한 시속 120km 정속주행 때 11.24km/X 로 연비가 좋다. 풀타임 4WD 방식인 2.8 콰트로도 주행성능은 똑같고, 연비만 10.53km/X 로 조금 떨어진다.​​​ ​​시승차로 나온 A8 2.8 콰트로는 다이내믹 변속 프로그램(DSP, Digital Shift Program)이 달린 4단 AT를 얹고 있다. A8의 스타일은 A6나 A4에 비해 아우디의 보수적인 이미지 그대로지만, 공기저항계수 0.28의 매끄러운 보디를 지녔다. 실내는 독일차 특유의 다소 딱딱한 분위기로 고급장비는 빠짐이 없다. 선루프와 뒷좌석 선블라인드, 시트, 미러 등은 모두 전동식으로 간단히 조절되고 B필러쪽 환풍기, 수납식 옷걸이 등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시동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계기판 가운데 자리한 주행정보계기의 붉은 활자가 OK 사인을 내며 강력한 출발을 이끈다. 엔진 반응은 부드럽지만 조금 예민하다. 액셀을 깊숙이 밟지 않아도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놓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튕겨 나간다. 3천rpm에서 최대토크(25.5kg·m)가 나와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순간가속력이 강력하다.​2.8 콰트로는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완전 자동식 다판 클러치 방식을 쓴 4.2 콰트로와 달리 아우디 고유의 토센(torsen) 센터 디퍼렌셜을 쓴다. `토센`은 토크감지(torque-sensing)를 뜻하고 과도한 토크가 한쪽 휠에 전달될 때 이를 다른 액슬에 나눠 휠 스핀을 막는 장치다. 또한 까다로운 노면에서 출발할 경우를 대비해 전자제어 차동장치(EDS)를 기본장비로 달았다. 한쪽 바퀴가 미끄러운 노면에서 헛돌기 시작하는 순간 EDS는 ABS를 이용해 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건다.​네바퀴에 항상 구동력이 걸려 있다는 느낌은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4WD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빙판길을 찾았다. 슬라럼을 하듯 S자 모양으로 차를 몰았지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되게 달린다. 특히 돋보인 것은 제동력이다. 눈길이나 빙판에서 두바퀴굴림의 약점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콰트로는 일반도로에서처럼 정확한 제동력을 보여 주었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승용 4WD의 매력이다.​ ​​볼보 V70 X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왜건으로 꼽히는 볼보 에스테이트가 오프로더로 변신했다. 단지 예뻐 보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실용적인 왜건 보디에 정평이 난 안전성, 여기에 험로주파성까지 보완한다면 레저카로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볼보는 차이름도 크로스컨트리(XC)라고 붙였다. V70 XC의 전신인 850 에스테이트는 95년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단을 능가하는 스포츠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이제 V70 XC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실용성 바탕으로 한 오프로더 왜건 고속 및 험로에서 뛰어난 안정감 보여 V70 XC는 850의 각진 모서리를 둥글려 부드러워졌지만 견고한 인상은 그대로다. 험로주행을 고려해 지상고를 50mm 높였고, 튀어나온 범퍼와 보디 옆면의 고무몰딩으로 차체손상을 막았다. 루프 캐리어는 크로스바를 대 스키 등 레저용품을 싣기 좋게 했다.​실내는 호두나무 장식으로 고급스럽게 꾸몄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추운 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열선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커 보이는 뒷좌석 암레스트는 가운데를 열어 젖히면 어린이 시트가 된다. 또 뒷시트를 앞으로 젖히고 안전그물을 치면 상당히 넓은 짐칸이 마련된다. 적재함 덮개가 있어 짐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도 있다.​​​​V70 XC는 직렬 5기통 DOHC 터보 2.5ℓ193마력 엔진을 얹었다. 작은 출력은 아니지만 1천720kg의 둔중한 무게를 이끌기에 그리 넉넉한 힘도 아니다. 직렬 5기통 엔진은 V6처럼 부드럽게 돌아가지만 차체의 움직임은 다소 둔중한 느낌이다. V70 XC는 세단보다 260kg이나 늘어난 무게가 부담이 된다.​​​​그러나 속도를 높이자 금세 탄력적인 몸놀림을 보인다. 저압터보를 달아 1천800에서 5천rpm까지 넓은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차들 사이를 헤치고 쭉 뻗어 나가는 가속력은 처음의 기우를 말끔히 지우게 만든다. 터보가 터지는 배기음과 함께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치솟는다.​차체의 흔들림은 상당히 억제되어 속도감이 그리 크지 않다. 고속주행은 폭발적이기보다 안정감이 큰 데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 지상고가 높아진 덕에 차에 오르내기기는 쉬워졌지만 무게중심의 이동이 커 급한 코너링에서는 강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비포장도로로 들어서자 V70 XC는 곧 오프로더가 된다. 차체의 휘청거림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고, 속도를 높여도 불안하지 않다. 비스커스 커플링식 센터 디퍼렌셜은 앞 뒤 토크를 95:5에서 50:50까지 자동으로 나눠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 준다. 웬만큼 몰아쳐도 타이어는 어느 한 쪽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경사진 둔덕을 오르는 데도 거침이 없다. 충격흡수력이 커 거친 노면에서도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한몫 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팀은 시속 40km 미만에서 작동하고, 뒷바퀴에는 디퍼렌셜 록과 함께 하중을 감지해 높이를 자동조절하는 셀프 레벨링 시스팀을 썼다.​오프로드 주행을 통해 크로스컨트리라는 이름값을 확인했다. 볼보 V70 XC의 가치는 왜건의 가치를 실용성에 한정시키지 않고 스포츠성과 험로주행성능을 모두 담아낸 RV로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장거리 가족여행의 듬직한 동반자라는 매력이 크게 다가오는 차다.​​​​피아트 판다 4×4 간소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으로 현대판 시트로엥 2CV로 불리는 피아트 판다는 4WD가 고성능차에만 어울리는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모델이다. 79년 데뷔 때의 판다는 2기통 652cc의 `판다30`과 4기통 903cc의 `판다45` 두 차종이었다. 83년에 파트타임 4WD를 얹은 4×4가 추가되었는데 FF 베이스의 4WD 시판차로는 세계최초였다.​86년에는 2기통 엔진이 없어지고, 4기통도 새로운 설계의 769cc, 999cc FIRE(Fully Integreted Robotized Engine, 완전 로봇 조립 엔진) 엔진으로 바뀌었다. 삼각창을 없애고 일반적인 시트를 쓰며 계기와 패널의 대형화 등 각 부분이 현대화되었다. 현재의 판다는 이 때쯤 거의 완성되었다. 91년 후지중공업의 무단자동변속기(ECVT)를 추가하는 등 부분적인 변경이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판다의 생산량은 약 350만 대에 달한다.​​​파트타임 4WD, ㄱ자 레버로 전환 경쾌한 달리기, 험로도 문제 없어 국내에서 판다는 89년 소개되어 93년까지 50대 정도가 팔렸고, 그 이후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흔치 않은 판다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시승차는 90년식으로 9만5천km를 뛴 상태지만 판다의 특성을 체험하기에 충분할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판다라는 이름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그 귀여운 판다를 뜻한다. 초기의 판다는 범퍼 아래가 검은 색이고, 그 위는 아이보리색이었는데 이 조화가 동물 판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승한 판다의 보디컬러는 이름도 아름다운 모나코 블루다.​프라이드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차체는 쥬지아로 디자인의 특징이 느껴지는 직선이 기조를 이룬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단순화시켜 실내공간을 넓혔다. 계기판은 타코미터가 없는 대신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그래픽 모니터가 달린 점이 특징이다. 또 대시 패널 위에 지프처럼 경사계를 마련해 4WD 모델임을 알려준다.​​​​듀얼 선루프처럼 앞 뒤 따로 열 수 있는 캔버스톱이 또하나의 특징이다. 간단히 접어 수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수동식 윈도와 백미러 등은 옛날차 그대로고, 스페어 타이어가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판다 4×4는 직렬 4기통 999cc 45마력 엔진을 얹고, 수동 5단 기어를 쓴다. 카뷰레터 엔진의 투박한 시동음을 오랜만에 듣는다. 시트는 보기보다 편하지만 페달류가 너무 조밀하게 붙어 있어 발놀림은 불편하다. 클러치를 밟을 때 브레이크가 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액셀을 건드리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기어도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 힘주지 않고 살짝 넣어야 제 위치에 정확하게 들어간다.​​​​역시 주행소음은 크다. 타코미터가 없어 rpm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하다. 기어비가 높게 설정되어 있어 조금 낮은 속도에서 기어를 바꿔 주어야 한다. 시속 70km를 넘으면 5단으로 올려야 엔진이 안정을 찾는다. 가속은 꾸준하게 이루어진다. 가속력은 아토스와 비슷한데 시속 80km 주변에서 멈칫거림이 없는 점은 더 낫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125km지만 130km를 넘을 수 있었다.​판다 4×4의 진가는 눈길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승날은 날씨가 쾌청해 비포장길 주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트타임 4WD는 기어레버 아래 있는 ㄱ자 레버로 간단히 구동바퀴를 바꾼다. 시속 80km까지 달리는 중에도 레버를 살짝 올리기만 하면 바꿀 수 있다. 이때 액셀에서 발을 떼야 한다. 험로 달리기는 지프와 비슷한 감각을 보여준다. 거친 노면을 따라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판다 4×4는 승용 4WD보다 경지프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렇게 작은 체구에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재미를 가진 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싼 유지비와 연료비 등 경제성이 좋아 우리 실정에도 잘 맞는 차다.​​​ 
기아 K3 G1.6 , 차가운 선택 2018-04-12
KIA K3 G1.6 NOBLESSE차가운 선택 기아차가 위기의 돌파구를 준중형 세단 본질에서 찾았다.  소형 SUV 인기에 직격탄을 맞은 건 다름 아닌 준중형 세단 시장이다. 아반떼는 여전히 굳건했지만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한 K3와 그 시기가 한참 지난 SM3, 그리고 못난 가격 크루즈는 떠나는 고객을 잡지 못했다. 아니 오는 고객도 밀어냈다고 봐야 할 만큼 매력이 부족했다. 결국 준중형 세단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5%에서 2016년 이후 1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신형 K3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세단 진영의 첫 반격. K3는 진지하다. 소형 SUV가 작은 SUV라는 흥미로운 감성으로 어필했다면, 계산기를 두드린 차가운 이성으로 이에 맞선다.      준중형 세단이란K3는 주특기에 집중했다. 중형차를 넘보는 거주성과 소형차급 경제성이 준중형 세단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길이를 무려 4,640mm로 이전보다 80mm 늘려 중형차의 여유를 품었고, 효율에 집중한 파워트레인으로 경제성까지 챙겼다. 덕분에 K3는 ‘아반떼 아류’라는 오명을 벗은 모양이다. 이전 세대는 아반떼(MD)가 겹쳐 보일 만큼 비슷했는데 신형은 실루엣부터 딴판이다. 보닛과 트렁크가 길쭉하게 늘어나 세단 특유의 시원스런 맛이 살아났다. 더욱이 좌우를 이은 테일램프와 납작하게 내리 깔린 헤드램프를 통해 보다 넓어 보이도록 유도한 건 물론, 검은 장식으로 범벅 진 앞뒤 범퍼로 시각적 무게중심까지 끌어내렸다. 풀 LED 헤드램프. X자로 퍼진 디테일은 K3만의 특징이다화살 모양을 본뜬 테일램프 다만 늘어난 크기의 혜택이 실내에 미치진 않았다. 기자도 당연히 ‘커진 차체만큼 실내도 넓어졌겠군’ 하고 기대하며 문짝을 열었건만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 모두 아반떼(AD)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하다. 그 이유는 숫자로 짐작할 수 있다. K3의 휠베이스와 너비는 아반떼와 같은 2,700mm와 1,800mm. 늘어난 길이는 모두 앞뒤 오버행에 집중돼 실내공간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신 트렁크용량이 동급 최대인 502L로 늘어나 기껏해야 400L 수준인 소형 SUV를 큰 차이로 앞선다.아반떼보다 나은 건 차라리 공간보단 스타일이다. 최신 기아차의 흐름을 따라 가로로 길쭉한 모양 대시보드가 달렸고, 층층이 나뉜 스타일로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했다. 좌우 끝에 달린 항공기 터빈 모양 송풍구도 눈길을 끄는 특징. 쓰기 편하지만 지루한 아반떼와는 달리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입체적인 스타일의 송풍구좌우로 길쭉한 스타일 대시보드는 실내를 널찍해 보이도록 한다   출력을 낮추다눈으로 보는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키를 받아 시승차에 올랐다. 신형 K3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새로이 얹은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 연료분사 방식을 기존 직분사(GDI) 대신 실린더당 두 개의 인젝터를 흡기 포트에 붙인 듀얼포트 분사(DPFI)로 바꾼 엔진과 무단변속기 IVT를 맞물린 현대-기아차 차세대 파워트레인이다. GDI를 버리면서 123마력(기존 132마력)으로 낮아진 출력, 오랜만에 현대-기아차가 다시 내놓은 무단변속기 완성도 등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의 성능을 낸다 시동을 걸자 나긋하게 엔진이 깨어난다. 실내에서 조용한 건 물론 보닛을 열어도 ‘틱틱’ 소리 없이 조용한 게 MPI(*DPFI는 기본적으로 MPI 구조) 엔진답다. 무단변속기지만 일반 변속기처럼 토크컨버터로 동력을 연결하는 덕분에 출발도 매끄럽다. 그런데 변속이 특이하다. 보통 무단변속기는 부드러운 가속 상황에서는 단수를 나누지 않고 끊임없이 변속을 이어가는데, K3는 이런 상황에서도 rpm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한다. rpm 게이지를 안 보면 모를 만큼 변속 충격은 거의 없지만, 저속에서까지 단계적으로 변속하는 건 의외다.하체는 젊은 취향을 따랐다. 노면의 충격을 둥글리되 솔직하게 전달한다. 무른 초기 반응을 지나면 팽팽하게 굳는 담백한 스타일로,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떠받든다. 대중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행 성능을 쫓은 모양새다.본격적으로 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았다. 무단변속기가 재빨리 기어비를 조정해 회전수를 끌어올려 힘을 짜낸다. 가속력은 제원표에서 엿볼 수 있듯 그저 평범한 수준. 오감으로 느끼는 가속감은 이보단 낫다. rpm을 높이면 좋지 않은 소리를 냈던 이전과 달리 새 엔진은 높은 rpm에서도 안정된 소리를 들려준다. 게다가 무단변속기가 일반 변속기처럼 절도 있게 기어비를 바꾸는 덕분에 약간의 변속 충격이 더해져 체감 가속이 더 빠르다. 동승한 다른 기자는 “이전 세대보다 출력이 낮아진지 모를 정도로 가속감이 나쁘지 않다”고 감상을 표했다.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회전수는 1,750rpm 정도를 유지했다. 1.6L급 준중형차로서는 꽤 낮은 수준으로, 무단변속기 강점이 오롯이 드러난다. 수동 모드로 조작할 때 가상 기어는 8단. 잘게 쪼갠 기어비도 강점이지만, 조작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해 제법 운전 재미를 돋운다. 아마 사전에 무단변속기란 걸 몰랐다면 일반 변속기로 착각했을 만큼 자연스럽다.아반떼가 그랬듯 빠른 속도에서의 안정감은 흠잡을 데 없다. 무난한 서스펜션과 차체가 작은 충격은 잘 걸러내고 너울에서 허둥대지 않게 중심을 잡는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게중심을 낮출 때도 된 게 아닌가 싶다.총 82km를 시승한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5.8km였다. 고속도로 위주로 코스가 짜였지만 서서히 달리지도 않았고 때때로 최고속도로 내달렸던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다. 참고로 17인치 휠이 달린 시승차의 공인연비는 14.2km/L. 덩치가 커졌음에도 이전과 같은 무게와 효율 좋은 무단변속기가 맞물린 파워트레인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신형 K3는 위기의 돌파구를 준중형 세단 본질에서 찾았다. 준중형 클래스가 내걸었던 ‘중형차만큼 넓은 차체와 소형차 수준의 경제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차체를 키우고 효율을 높였다. 혹자는 2.0L급 성능을 냈던 GDI 엔진이 그리울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준중형 구매층에겐 정비성 좋고 효율 높으며 값싼 신형 엔진이 더 매력적일 터다. 게다가 세련된 외모와 차선유지 보조장치까지 갖추는 등 최신 유행도 착실히 따랐다. 차값은 소형 SUV보다 저렴한 1,590만~2,220만원. 과연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K3는 감성적인 SUV를 이길 수 있을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기아자동차
[1999년 기사] 볼보S80 2018-04-11
​​볼보 S80 T6조종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자동차 기술은 성능, 안전, 연비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시대변천과 함께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호황일 때는 성능이, 불황일 때는 연비가 중요하게 취급되었고, 안전이라는 목표는 차가 고성능화되어감에 따라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 왔다. 안전이 전제된 고성능만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 하면 떠올리게 되는 볼보는 다른 메이커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왔다. 출고되는 생산라인에서 매주 2대씩을 충돌시험에 사용하고, 자체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차에 대한 원인분석 결과를 설계에 재반영하기 때문이다. 튼튼한 반면 디자인이 투박하고 시대감각도 조금 뒤떨어지는 스타일, 그것이 그동안의 볼보 이미지였다. 파격적으로 변신한 디자인 통합 에어백 시스팀 돋보여 그러나 새 모델 S80은 볼보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보수적인 박스형의 각진 차체를 과감하게 벗고 볼보로는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변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개념의 창조라 할 만하다. 납작한 헤드램프, 앞으로 튀어나온 프론트 그릴과 옆창 아래로 튀어나온 사이드 보디라인, 독특한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조화로 차를 위에서 보면 뒤끝이 일자인 유선형 보트를 연상케 한다.​ ​실내공간은 상당히 여유롭다. 엔진이 직렬 6기통이면 성능이 좋은 반면 공간활용이 불리한데 볼보는 가로배치로 실내공간을 넓혔다. 볼보 전통의 뒷바퀴굴림 방식을 버리고 앞바퀴굴림을 택했고, 멀티링크 방식 뒷 서스펜션도 차체가 안정되고 조종하기 쉽도록 세팅했다. 또한 엔진과 트랜스미션, 에어백 시스팀의 센싱과 컨트롤 기능을 한데 합친 멀티플렉스 전자장비로 한 발 앞선 시스팀 통합을 이루었다.​ ​ ​볼보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라는 신형 S80은 경추보호시스팀 WHIPS(whiplash protection system), 측면보호시스팀(SIPS;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커튼형 에어백(IC;inflatable curtain) 등의 충돌안전 메커니즘이 만일의 사고를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에어백에 대한 아이디어는 1958년 최초로 특허를 땄는데 당시의 기술로는 시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 80년대에 비로소 자동차에 달게 되었는데 특허 획득 당시의 자료를 보면 에어백에 대한 발명자의 의도에 가장 충실하게 현실화시킨 것이 지금 볼보 S80에 달리는 통합 에어백 시스팀이라고 한다.상품의 완성도는 의외로 작은 것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S80의 에스코트 라이팅은 운전자가 차로 접근하거나 차에서 떠날 때 30초간 길을 밝혀준다. 시동키 리모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실내등, 차폭등, 미등과 사이드 미러 아래쪽의 조명등이 켜진다. 어두운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걸어갈 때 도움되는 서비스 기능으로 섬세한 배려다.여의도에서 S80의 키를 건네받아 시승장소인 자유로로 향했다. 운전자세는 최적의 위치와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계기판의 트립 컴퓨터는 평균속도, 주행거리, 순간연비, 평균연비,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등을 알려준다.​ ​​트윈 터보로 여유 있는 파워 내 핸들가볍지만 고속에서 묵직해 시원한 직선구간에서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힘의 여유로움이 충분한 가속감으로 다가온다.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이 멈춘 곳은 230km를 넘어선 지점, 새차 특유의 뻣뻣함 때문에 속도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카탈로그에 나타난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250km, 벨로드롬 주행시험장에서는 충분히 낼 수 있는 속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승은 235km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다.​  사실 아우토반도 아닌 국내 도로에서 최고속도, 최대출력이 큰 의미가 있겠는가. 제원비교에는 필요할 지 모르나 실제 달리기에는 모든 운전상황에서 폭넓게 적용되는 효율적인 출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시승차인 S80은 T6형으로 2.8X 에 터보가 2개인 트윈 터보 방식, 272마력의 고출력이고 2천~5천rpm의 넓은 영역에서 39.8kg·m의 높은 토크를 낸다. 스포츠카에 쓰는 소형 트윈 터보방식을 채택해 터보 래그를 최소화한 덕분에 달릴 때 배기량보다 여유 있는 구동파워를 느낄 수 있다.​​​순간가속력을 알아보기 위해 0→시속 100km 도달시간을 테스트했다. 여러 차례 시도해 평균으로 측정한 결과 8.3초를 기록했다(카탈로그엔 7.2초). 중형급 이상의 세단으로는 빠른 편이지만 급출발 때 잠시 시간지연이 생긴다. 스핀방지 시스팀(STC, stability and traction control)이 그 이유인 듯하다.구동바퀴가 도로의 접지력을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힘만을 전달하기 때문에 정지에서 급출발, 급가속 때 바퀴가 제자리에서 스핀하면 일시적으로 엔진 토크가 감소되고 바퀴가 접지력을 회복한 후 출발되기 때문에 운전자 감성으로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핸들링을 평가해 본다. 좋은 핸들링이란 차의 움직임이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안정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것은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 조타력, 조타복원력, 센터 포인트 필링 등의 조향감각에서 출발해 차의 운동 즉 피칭, 롤링, 요잉의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운전자의 통제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는 다소 추상적 감각 특성이다.S80은 이전의 볼보와 같이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가벼운 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BMW와 같은 묵직함에 길들여져 있어 그 가벼움이 불만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이 가볍다고 고속주행에서 꼭 불안한 것은 아니다. 속도가 붙을수록 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함이 신뢰를 느끼게 해준다. 볼보의 속도감응식 파워 스티어링 휠은 정속주행 때 노면의 상태를 즉시 전달해 주므로 주차 때의 조작도 쉽다. 조종성과 안정성 동시에 만족 전자식 컨트롤, 운전재미 줄여 또 다른 재미는 4단 기어트로닉(geartronic) 자동변속 레버. 수동과 자동 두 가지 변속기가 하나로 조합된, 운전의 편리성과 경제성 모두를 고려한 스마트한 변속기다.​ ​​조종성과 안정성이라는 상대적인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급코너링(Step steering 일명 J-Turn)과 슬라럼(slalom), 연속 이중차선변경(double lane change)을 시도했다. S80은 조종하기 쉬운 조향특성과 변속시스팀, 이를 뒷받침하는 탄력 있는 동력으로 뛰어난 주행안정성을 보여준다.​급코너링과 같은 동적인 상태에서는 앤티스키드 시스팀인 DSTC(dynamic stability & traction control)가 바로 작동한다. 또 비스커스 커플링으로 접지력이 가장 좋은 구동바퀴에 동력이 가장 많이 전달되어 주행안정성이 좋다.무엇보다 17인치 휠에 폭 225mm, 50시리즈 광폭, 속도지수 Z인 미쉐린 타이어는 볼보 S80을 위한 절묘한 매칭이다. 로드홀딩과 그립이라는 타이어의 기본 소임 외에 코너링 파워와 코너링 포스도 탁월하다.​ ​​차가 미끄러지는 경향을 보이면 브레이크가 각 바퀴에 필요한 만큼 작동해 조종성을 유지시켜 주고, 급제동 때는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EBD(electronic brake distribution)의 도움으로 각 바퀴의 제동력을 최적 분배한다. 또한 전자동 레벨링 기능은 차를 수평으로 유지시켜 부하가 많이 걸린 상태에서도 핸들링이 안정되도록 돕는다. 이 기능은 변함없는 지상고를 유지시키기 위해 급제동 때 차 앞쪽이 인사하듯 숙여지는 다이브 현상이나 반대로 급출발 때 차 앞쪽이 들려지고 뒤쪽이 가라앉는 스쿼트 현상을 최대한 억제한다.최근에는 동역학적인 안정범위내의 전자 컨트롤로 운전이 쉬워지고 있지만 그만큼 다이내믹함이 줄어 운전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종합적으로는 최고시속 250km를 내고, 연비 또한 동급 중 좋은 편이어서 가격 경쟁력과 제품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된다.S80의 경쟁상대는 BMW 5시리즈와 이를 벤치마킹한 사브 9-5,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정도다. 각기 취향과 개성이 다양하지만 볼보 S80은 안전이라는 전통과 뛰어난 성능, 디자인 변신의 성공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1999년기사] 99년형 카니발 2018-04-09
​​99년형 카니발  새로운 자동차 생활의 첨병※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기아자동차회사는 김선홍(金善弘)이라는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일으켜졌고, 그의 손에 의해 망해 버렸다. 그는 재벌이나 세습의 배경 없이 당시로서는 유일한 기술자 출신 전문 기업인으로서, 기아를 미국의 크라이슬러사가 한때 자랑했던 품질의 우월성과 비견할 만한 평가를 받게 하는 데 성공했었다. `믿을 수 있는 차`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던 그는 특히 프라이드와 봉고를 만들어 큰 히트를 쳤으나 결국은 그도 역시 `믿을 수 없는 경영인`이 되어 문어발식 경영에 손을 대면서 기아제국이 몰락해 버린 것이었다. 그 실태의 책임으로 국가경제마저 어지럽게 했다 해서 지금 형류의 몸이 된 그의 심경은 어떠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었던 터인지라 `아차`하는 순간적인 판단착오가 이러한 결과를 몰고 온 것에 대해 무한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2의 봉고신화 노린 기아의 회심작 현대로 흡수된 뒤 99년형 내놓아 현재 기아는 현대그룹에 편입되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운이 언제 어떻게 바뀔런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아의 생산라인이 꾸준히 움직이며 여러 가지 우수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 중의 하나가 지난해 등장한 미니밴 카니발이다.​이 차는 내가 알기로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라이슬러사의 캐러밴이란 차에 착안해 만들었기 때문에 이름도 비슷한 것을 택한 것 같다. 캐러밴은 몇 년 전 나도 시승기를 써서 <자동차 생활>에 실었었다. 미국에서 두 자식놈들의 이삿짐을 나르는 데 여러 번 도움을 주었던 캐러밴은 차체가 작으면서도 짐과 사람을 태울 공간이 컸고, 도어가 크고 출입문턱이 낮아 참으로 편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기아는 그 옛날, 다른 메이커들이 크라운, 포드 M20, 그라나다 등을 외국회사와 합작투자해 만들어 재미를 보고 있던 대형차 생산의 요람시절에 6기통짜리 푸조 604를 대량 수입했다가 팔리지 않아 파산직전까지 몰렸었다. 그러다 `봉고`라는, 그 당시로서는 이색적인 밴을 만들어 기사회생한 적이 있다.​이번에도 기아는 이 새로운 형태의 밴으로 제2의 기사회생을 노렸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 그것이 현대의 손으로 넘어가서 현대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하는 꼴이 되었다니, 정말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카니발은 여전히 살아 있고 올해 신선한 모습으로 재등장하면서 더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에게도 이 차의 시승기회가 주어져 오랜만에 <자동차생활>의 김회장과 함께 드라이브했다.​하루는 김회장이 전화로 문의해 왔다. `이번엔 무슨 차를 타십니까?” `기아의 카니발이야요.` `아니 그거 널찍해서 좋겠는데, 나도 한 자리 끼워줄 수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김회장하고 드라이브하다니 내가 오히려 영광이지요.` 이렇게 해서 한 차를 둘이서 시승하게 되었다. 우리 앞에 나타난 카니발은 보디를 검은색으로 칠해 탄탄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 몇 년 동안 RV(Recreation Vehicle)라고 해서 묵직한 차체에 어마어마하게 생긴 범퍼와 바퀴를 달고 산과 들판 그리고 각종 도로망을 누비며, 어떤 때는 승용 오너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도로 망나니`를 잇는 차세대 다용도차라는 느낌이다.​​​​ 연예인, 레저 즐기는 사람한테 인기 싼타모, 스타렉스 제치고 1위 지켜 요새 IMF 한파를 슬기롭게 넘기는 듯하면서 한때 20%나 줄었던 교통량이 원상복귀해 도로가 다시 차로 꽉 막히기 시작했다. 특히 고속도로는 1차로에 푸른 줄을 긋고 체증이 심할 때는 7인승 이상의 밴과 버스만 다니게 하는 바람에, 공연시간에 쫓기는 연예인들이 이제는 고급 승용차 대신 밴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박세리 때문에 우리 나라에도 골프붐이 일어났는데, 밴을 타고 1차로를 달리는 골퍼들이 승차정원 6명이 넘지 않을 때는 골프백에다 모자를 씌워 사람처럼 위장해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밴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아 카니발은 앞서 말한 크라이슬러 캐러밴을 진화시켰다기보다 일본의 혼다가 미국에서 현지생산하고 있는 `US 오딧세이`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지난해 카니발이 나오자마자 같은 또래의 국내 미니밴인 싼타모와 스타렉스 RV는 판매량이 30~60%나 줄었고, 명실공히 카니발이 미니밴시장의 1위 자리를 굳혔다.​​​​​특히 이번에 시승한 99년형 카니발은 주고객층을 30~50대로 늘려잡은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운전뿐 아니라 승객의 안락도에 더욱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하기야 외형으로만 보자면 98년형과 99년형의 차이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실내도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또한 98년형 카니발은 상업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주로 자영업자들의 업무용이나 레저목적에 비중을 두었지만 99년형은 중소기업의 사장이나 대기업 부장, 또는 연예인들의 업무·출퇴근과 레저용으로 활용범위를 넓혔다. 다시 말해 새 카니발은 짐을 나르는 용도와 함께 사람을 실어나르는 데도 부족함이 없도록 승용차 감각을 강조한 차로 변신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암레스트 재질을 PVC에서 시트와 같은 직물로 바꾸었고, 바닥에 매트도 깔고, 연료주입구 잠금장치도 달고, 여기 저기에 간단한 탈부착식 재떨이와 조명등, 동전함을 추가했으며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어 간이 테이블로 쓸 수 있게 했다.​​​  ​내가 오늘 타본 차는 2천 902cc 디젤 엔진을 얹은 고급형(파크) 모델이다. `자, 출발할까요.` 김회장한테 말을 건네고 시동을 걸었다. 디젤차 특유의 `괄괄`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아이들링을 하고 있으려니까 역시 휘발유 엔진보다는 시끄럽다. 이 차는 1, 2열 시트 중간에 조그마한 보조석을 한 개씩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했다. 전체적으로는 9인승 같은 모양이다.​​​​​​승용감각의 실내는 고급스럽고 편해 달릴수록 조용하고 힘찬 성능 과시 운전석에 앉으니 마치 어떤 호화로운 대형 승용차에 앉아 있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실내가 고급스럽다. 세련된 라운딩형의 계기판에는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반월 모양으로 크게 자리해 너무나도 보기가 쉽다. 변속기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달려 있어서 오른손 놀림도 자연스럽고 대시보드가 고급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장미목 무늬로 감싸여 기분도 좋다. 이밖에 스티어링 휠도 가죽으로 덮여 있는데, 디자인이 고급 승용차형 그대로다.​ ​​김회장은 차 안에 들어앉자마자 실내의 좌석부터 도어트림까지 꼼꼼히 살펴보더니, “으와, 봉고 시절과는 다르게 정말로 눈부시게 발전했구먼”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차의 2열 시트는 180° 회전해 3열 시트와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회의 때나 가족끼리 여행할 때 실내 분위기를 화목하게 해 줄 것이다. 한편 업무적인 목적에도 신경써 2, 3열 시트 모두를 운전석 뒤까지 밀어놓을 수 있는 센터 슬라이딩 레일을 갖추었다. 이 덕분에 간단하게 뒷문을 열고 깊이 1.2m까지 큰 짐을 실을 공간이 있다.​ ​​​​  자, 실내장치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본격적인 시승소감을 털어놓자. 먼저 우리는 자유로를 통해 임진각까지 가보기로 했다. 카니발은 국내 디젤차 중에서 가장 조용한 엔진이라고 하지만 역시 그냥 서 있을 때의 소음은 컸다. 타이밍 기어 대신에 벨트를 썼다는데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엔진블록 아래에 밸런스 샤프트를 달아 중고속으로 달릴 때는 소음이 정말로 크게 줄어들고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큰 특징이라 하겠다. 정지하고 있을 때 `괄괄`하던 소음은 차가 출발하면서 없어지고 시속 50km 이상으로 올라설 무렵이면 너무나도 가볍게 달린다. 달릴수록 휘발유 엔진처럼 조용해지면서 힘은 더욱 강해진다. 하기야 휘발유 엔진을 얹은 카니발은 2천497cc에다 최대토크가 22.5kg·m/4천rpm이지만, 디젤 엔진은 토크가 31.5kg·m/2천rpm으로 50%나 더 강하단 말이다. 운전석도 제법 높아서 달릴 때 다른 차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좋다.​​​최고시속 170km로 안정되게 달리고 네바퀴 ABS로 브레이크 성능 높여 속도를 더 내 보았다. 시승날 자유로는 비교적 한산해서 끝까지 가속판을 밟을 기회가 많았다. 내가 알기로 스타렉스 RV는 최고시속이 135km밖에 안되는데, 카니발은 170km까지 나왔다. 좀더 긴 직선도로가 있으면 175km까지도 나올 것 같다. 그럼에도 땅에 달라붙는 접지력과 직진성이 아주 우수해 하등의 불안감이 없다. 특히 방음장치가 아주 잘 되어 고속으로 달릴 때는 고급 승용차를 끄는 기분 그대로다.​기분좋게 달리면서 밖을 내다보는 여유가 생겼다. 눈 앞에는 넓게 북으로 뻗은 자유로…! “이대로 북으로 자유로이 갈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어요.” 김회장은 혼자 푸념한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도 자유로의 주변풍경이 아름다운가 말이다. 이 차는 또한 컴퓨터가 변속시점을 자동조절해 적절한 시기에 조용하게 변속하면서도 수동기어 수준의 힘찬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그리고 도로, 지형에 따라 3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코노` 모드는 보통 때 일반도로에서 쓰고 `파워`는 오르막이나 거친 도로 또는 파워풀한 고속주행을 원할 때, `홀드`는 눈길이나 빗길 같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할 때나 엔진 브레이크를 걸 때 쓰게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의 홀드 모드는 초보운전자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카니발은 전체적인 스타일 설계도 아주 뛰어나다. 공기저항계수가 승용차 수준 이상의 0.32나 된다고 하니 놀랍기 짝이 없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릴 때 엔진소리나 차 바퀴가 땅을 긁은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승차감도 우수하다. 거친 길을 갈 때도, 급커브를 고속으로 돌 때도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며 진동이 적다. 이것도 역시 고급 승용차에만 다는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앞 서스펜션을 썼기 때문이다. 뒷바퀴에는 차의 하중을 적절하게 분산시키면서 노면충격을 잘 흡수하는 5링크 코일 서스펜션을 달았다. 게다가 앞, 뒤 바퀴에는 고강성 스테빌라이저를 달아 급커브와 험로 주행 때의 기울림,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최대한 수평으로 잡게 했고 개스식 쇼크 업소버로 안정감을 높여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었다.​​​ 차는 잘 달림과 동시에 잘 멈추기도 해야 한다. 카니발은 앞바퀴에 방열효과가 좋고 밀리지 않는 V디스크 브레이크, 뒷바퀴에 대형 드럼 브레이크를 달았고 네바퀴 ABS로 미끄러운 비와 눈길 운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브레크 시스팀의 조화는 직접 발로 밟아 보지 않고는 실감이 나지 않는 법이다. 이 차는 호흡하듯이 발의 압력과 브레이크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의 압력과 차가 멎는 감각이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신나게 달리다 보니 판문점에 다 왔다. 지난번에 소들이 북쪽으로 넘어간 다리는 아직도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아 김회장하고 그 앞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다. 소는 넘어가도 사람은 건널 수 없는 다리. `이 다리를 자유롭게 건널 날이 언제나 올까`생각하면서 등을 돌렸다. 새로운 자동차 생활의 문을 여는 이 승용차와 업무 겸용 미니밴은 IMF시대에만 유행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생활을 위해 좀더 광범위하게 보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카니발을 사랑한다.​      
마세라티 이태리 음악의 성찬 2018-04-06
MASERATI 2018 GRANCABRIO SPORT이태리 음악의 성찬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가 부분변경을 거쳤다. 자연흡기 V8 4.7L 엔진의 환상적인 즉흥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럭셔리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일반인이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값이 비쌀수록, 수요가 한정적일수록 더욱 그렇다. 마세라티 그란쿠페와 그란카브리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시간에 무심한 듯 은근한 변화로 내실을 다져왔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을 고친 2018년형은 마세라티 그랜드 투어러의 마지막 완성형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마세라티가 고집해야 할 유산은 지키고 응당 따라야 할 부분만 다듬었기 때문이다. 전체 외관은 알피에리 컨셉트카와 분위기를 맞춰 진화했다. 뒤를 이어 등장할 후속모델과 디자인 흐름이 이어지도록 중간 과정을 만든 셈이다. 특징적인 변화는 마세라티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모서리마다 예리한 각을 넣어 날렵하고 단정한 맛을 더했다. 삼지창 엠블럼을 묘사했다는 프론트 스플리터와 범퍼의 형상도 브랜드 헤리티지에 부합한다.  삼지창 엠블럼을 묘사했다는 프론트 스플리터와 범퍼 디자인 아울러 공기저항계수는 0.32로 낮아졌다. 실내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변화의 중심에 섰다. 더욱 넓어진 8.4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또한 변속레버 근처에 다이얼식 컨트롤러를 달아 조작성도 높였다. 송풍구 가운데 자리잡은 아날로그 시계는 외곽을 둥글리고 시계 다이얼을 하나 더 추가하며 소소한 변화를 추구했다. 내장재는 질 좋은 가죽을 덮고 박음질을 더해 최신 유행에 편승했다. 예전부터 보아온 익숙한 인테리어에 신선함이 묻어나오는 이유다.  고급스러운 아날로그 시계8.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진작에 탑재되었어야 할 장비다 매력의 8할, V8 4.7L 엔진변하지 않은 매력도 있다. 바로 엔진이다. 이전과 같은 페라리 출신 V8 4.7L(F136)는 마세라티의 마지막 자연흡기다. 대중적인 마세라티에 장착되는 크라이슬러 펜타스타 개량형 V6 트윈터보와 달리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공장에서 장인이 직접 만든 오리지널이다. 배기량은 4.2~4.7L 사이이며 페라리 F430, 458 시리즈, 알파 로메오 8C와 공유해왔다. 1L당 출력이 100마력에 가깝지만 실린더 휴지 기능이나 ISG(Idle Stop and Go) 같은 최신 유행에는 둔감하다. 다만 회전을 높일수록 마세라티 고유의 오케스트라를 더 풍부하게 연주할 뿐이다. 웨트섬프 방식이어서 엔진의 장착 높이를 더 낮추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환상적인 연주의 비결인 크랭크샤프트 설계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니 수긍이 간다. 지붕을 젖히고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이태리 음악의 성찬을 가장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 오랜만에 느껴본 고성능 자연흡기는 터보 엔진이 범람하는 요즘 세상에서 잊고 있던 감성을 자극한다. 엔진회전수에 따라 자연스레 상승하는 출력과 두터운 타이어를 무시할 만큼의 민감한 꼬리의 반응은 잊고 있던 첫사랑의 재회와도 같다. 460마력에 달하는 위압적인 힘이 우아하게 전해지는 이유도 첫사랑의 환상일까? 큼지막한 시프트패들과 각도를 치켜세운 스티어링 휠이 어디 한번 달려보라 운전자를 자극하지만 느긋한 반응의 ZF 6단 자동변속기는 이 차가 그랜드 투어러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마세라티의 자연흡기 V8 엔진은 아마도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부분변경에서는 스티칭을 더해 질감을 높였다 그랜드 투어러로 즐기는 고성능 감성시내에 들어서자 그란카브리오에 내리 꽂히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시끄럽고 자극적인 차라 바라볼 법도 하건만,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의 교과서적인 비율과 우아한 볼륨감이 모두를 미소짓게 만든다. 차가 아니라 아트라고 치켜세우는 행인의 혼잣말도 창문 너머로 나지막이 들려온다. 버건디 소프트톱을 적시는 빗방울은 평소와 다름없지만, 첫 사랑의 여운과 이탈리아 감성에 물든 기자의 마음은 오늘따라 여운이 남는다. 자동차를 옭아매는 다양한 환경규제는 내연기관의 발전 속도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최근 1년 간의 발전 내용이 과거 5년치에 맞먹을 만큼이다. 다운사이징 터보가 당연한 요즘 세상에서 그란쿠페/그란카브리오의 자연흡기 V8 엔진은 아마도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가장 완성도 높은 그랜드 투어러의 환상적인 즉흥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흰색 보디를 덮은 버건디 컨버터블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이병주  
[롱텀 시승기 2회] 다사한 겨울나기 ,BMW 530i 2018-04-06
다사(多事)한 겨울나기BMW 530i   새차로 첫 겨울을 맞이했다. 겨울용 타이어와 함께 하면 후륜구동차도 안전하다. 한파와 폭설이 내리는 도로 위에서도 나의 530i는 큰 문제없이 든든한 발이 되어주었다. 다만 지난달은 차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긴 다사(多事)한 겨울이었다. 청명한 하늘과 단풍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가을이 가고 추위와 눈의 계절인 겨울을 보냈다. 전륜구동을 탈 때는 겨울이 오건 말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후륜구동을 타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겨울나기 준비를 하게 됐다. 12월이 되면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굴러준 여름용 타이어는 동면에 들게 하고, 겨울 주행에 특화된 겨울용 타이어의 잠을 깨운다.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후륜구동은 전륜구동과 사륜구동보다 눈길 주행성능이 취약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구동륜에 실리는 하중이 비교적 낮아 구동하는 타이어 접지면에 작용하는 수직력이 작아 최대 정지 마찰력이 작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조향륜과 구동륜이 독립되어 있어 마찰력이 낮은 상황에서 가속 페달을 과도하게 밟은 경우 스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마찰계수가 충분히 높은, 맑고 온화한 날에는 장점으로 작용하던 요소들이 마찰계수가 낮은 날에는 단점으로 바뀐다. 더구나 수입차들은 여름용 타이어를 출고용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용 타이어는 날씨가 추워지면 타이어 컴파운드가 딱딱해지는데 트레드 패턴과 깊이마저 겨울철 노면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눈이 내리면 주행이 불가능해지기 쉽다. 이러한 문제는 겨울용 타이어로 바꾸면 간단하게 해결되므로 가급적 안전을 위해서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로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전에 타던 528i(F10)와 현재 타는 530i(G30)는 순정 타이어 사이즈가 똑같다. 그래서 이전 차에 쓰던 겨울용 타이어를 그대로 쓸까 고민했다. 하지만 사용한 지 3년차부터 성능이 떨어지기 시작해 5년차에는 제 역할을 못할 수준이 되었다. 차를 새로 바꾼 마당에 타이어마저 같은 회사 제품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다. 겨울용 타이어와 함께라면 후륜구동이라도 평온하다. 평범한 노면에서 안전할 뿐더러 눈이 내려도 잘 가고, 잘 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잘 선다는 것이다. 물론 온화한 날씨 속 여름용 타이어 성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새로 구입한 알파인 계열 겨울용 타이어의 트레드 구성. 부드러움에서 느껴지는 다른 감각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니 이전 차와 차이점도 크게 느껴진다. F10 528i의 경우 기본 서스펜션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출고 타이어인 여름용 런플랫을 장착한 경우 특유의 단단한 승차감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겨울용 일반 타이어는 승차감이 부드러워 불안할 정도다. 나중에 서스펜션을 순정 M스포츠 패키지용으로 교환하니 이러한 문제는 사라졌다. 반면 현재의 G30 530i는 M스포츠 서스펜션이 달리지 않았음에도 겨울용 일반 타이어에서 불안하지 않다. 딱 기분 좋은 수준의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가끔은 조금 더 단단했으면 하는 생각에 M스포츠 서스펜션을 바라게 되지만 서스펜션을 교환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이 차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아 대부분의 소비자는 일반 서스펜션의 승차감을 선호할 듯하다. 이전 차와 현재 차, 겨울용 타이어와 함께라면 후륜구동 자동차의 겨울나기는 큰 무리가 없다. 다사(多事)한 겨울, 외장 수난시대자주 가는 건물의 지하주차장은 비교적 신축임에도 천장에서 종종 시멘트 물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전 차 또한 같은 주차장에서 시멘트 물에 시달렸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차의 전면부에 폭격을 당한 적은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난에 당황했다.  시멘트 물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맞아보긴 처음이다. 사진은 시멘트 물을 맞은 모습(위)과 제거 후 모습(아래). 시멘트 물은 오래 방치하면 도장에 큰 손상을 주기에 가급적 빨리 닦아야 한다. 시멘트 물은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식초나 묽은 염산과 같은 약산성 물질로 닦아낼 수 있지만 이번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 전문 업체에 맡겼다. 다행히도 라디에이터 그릴에 남은 약간의 얼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졌다.작업을 마치고 보닛을 살펴보니 그간 주행하며 생긴 스톤칩들이 보였다. 이전 차의 경우 도장품질이 좋아 스톤칩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G30은 도장면이 약한지 스톤칩이 너무 쉽게 생긴다. 보닛만 봤을 때는 5년 탔던 이전 5시리즈와 불과 몇 달 안 된 신차의 스톤칩 개수가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G30은 보닛이 그릴 위쪽까지 덮고 있어 구조적으로 취약한 형상이다. 필자는 더 많은 스톤칩이 생길 것을 우려해 겸사겸사 보닛까지 PPF 시공을 맡기기로 했다. 필름을 두르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시멘트 물 덕분에 겸사겸사 보닛 광택을 냈다.스톤칩이 너무 잘 생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고 직후 생활보호 PPF 시공을 받을 때 보닛도 받을 걸 그랬다. 시공 직후라 필름의 점착면이 건조되기 전이지만 생각보다 티도 덜 나고 만족스럽다. 글, 사진  김준석   
[2000년기사] 닛산 피가로 2018-04-05
닛산 피가로가을과 어울리는 고풍스런 스타일​자동차라는 것도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에, 풍경과 어울리는 차는 밖에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차 안에 앉아서도 실내공간이 액자처럼 창 밖의 가을 풍경을 보듬고 그것이 `그림`같은 조화를 이룬다면 이 가을에 더더욱 푹 빠지고 말 것이다. 역시 가을은 클래식한 분위기의 차가 어울리는 계절이 아닐까.​※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글쎄, 10년 된 차를 나이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클래시컬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디 국산차가 그런 차가 있었나. 하지만 10년 전 거품경제로 마냥 잘 나가던 풍요로운 일본은 상상도 못할 독특한 차들을 쏟아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기묘한 스타일을 가진 현대적인 클래식카 `피가로(Figaro)`다.​기본이 좋은 마치를 베이스로 만들어 닛산이 선보인 여러 복고모델 중 하나 피가로라는 차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거품경제로 인한 일본의 넉넉한 소비풍조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차의 뼈대가 된 마치(March)라는 차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마치는 닛산의 막내 모델로 수명이 상당히 긴 편이어서, 피가로의 베이스가 된 이전 세대의 마치는 1983년에 데뷔했다. 각진 모양의 단순한 모습으로 데뷔했던 마치는 제법 튼튼하고 실용적이며 내구성도 우수한 편이어서 닛산의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팔렸지만 거품경제가 한참이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모델의 생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이즈음 닛산은 1987년 도쿄 모터쇼에 마치를 베이스로 만든 첫 스페셜 모델인 Be-1을 선보였다. 영국산 미니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을 가진 Be-1은 애당초 컨셉트카로 그칠 차였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고 완성도도 높았기 때문에 닛산은 서둘러 라인을 재정비해 1만 대 한정생산에 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가능성이 엿보이자 닛산은 마치를 스페셜 모델의 뼈대로 삼기로 결정했다. 개발비가 적게 드는 것은 물론 기본이 잘 되어있는 차라서 변형모델을 만들기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닛산에게는 매력적인 점이었다.​이어서 `복고`를 소재로 한 닛산의 레트로 모델들이 차례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Be-1 성공의 뒤를 이은 것은 파격적으로 화물차인 에스카르고였다. 도쿄 모터쇼에서 Be-1과 나란히 자리했던 에스카르고 역시 마치를 베이스로 한 차로, 한정판이 아닌 양산모델로 만들어졌다. 시트로엥 2CV를 연상케 하는 반원형의 단순한 디자인을 평론가들은 `제도판에서 튀어나온 괴상한 차`라고도 했지만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 89년 도쿄 모터쇼에는 60년대 프랑스의 베스트셀러였던 르노4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미니 왜건 파오를 선보였고, 91년에는 드디어 60년대 이태리 차를 연상시키는 피가로를 내놓았다. 이 모든 스페셜 모델들이 모두 마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마치는 경차와 소형차 사이에 자리한, 1ℓ 엔진을 얹은 `리터카` 급의 차다. 일본의 자동차 평론가들은 경차는 법규 때문에 억지로 만든 차라서 실제로 자동차다운 차는 리터카부터라고 얘기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안정적인 달리기를 하려면 적당한 서스펜션 구성이나 휠베이스와 트레드 비율을 갖추어야 하는데 리터카 수준의 크기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을 밑바탕으로 생각해 본다면 피가로라는 차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차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기한 차다. 정통 클래식카도 아니고, 그렇다고 옛날 옛적의 `그 차`를 그대로 옮겨놓은 레플리카도 아니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디자인을 사용해 현대적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그렇다고 최신 유행처럼 선을 강조한 스타일도 아니다.​지독하게 복고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한 것이, 베이식카 마치의 단순한 뼈대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나 할까. 복잡한 전자장비들을 사용하지 않은 마치의 뼈대가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겉은 클래식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안에 숨겨놓은 현대적인 구성을 엿볼 수 있다.​​마치의 단순함이 복고 분위기에 한몫 실용적인 면보다 멋스러움을 강조해 보디는 `라피스 그레이(Lapis grey)`라는 이름의 파란빛이 감도는 은은한 회색이다. 피가로는 몇 가지 다른 색들을 갖고 있지만 모두 차분한 분위기를 지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뭉툭한 앞쪽에서 부드럽게 가라앉은 뒤쪽까지 가늘게 뻗어나간 크롬 라인의 은은함으로 차의 실루엣을 강조하고 있다. 헤드램프를 둘러싸고 있는 크롬장식은 광대를 연상케 하는 모양이다. 아래쪽으로는 넓게 열린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합세해 약간은 멍한 인상을 풍긴다. 보네트는 앞쪽으로 들어 여는 타입으로 요즘은 보기 힘든 모양이다. 둥근 보디를 따라 넓게 퍼진 보네트를 들어올리면 `터보`라고 쓰여진 빨간색 실린더 헤드가 눈에 띄고, 복잡한 각종 배선들이 엔진 주변을 휘감고 있다.​​​​옆에서 보는 피가로는 단순한 모양이다. 특징 없는 곡선에 넓게 자리잡은 도어, 그리고 커 보이는 차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타이어와 휠은 둔한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웨이스트 라인 위쪽으로는 아이보리색의 톱이 얹혀 있는데, 컨버터블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고 캔버스톱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하게 지붕과 뒷유리만 접히게 되어 있다. 수동식임에도 제법 정확히 잘 들어맞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뒤쪽으로 돌아가 보면 원형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이 위 아래로 자리잡고 있다. 방향지시등을 바깥쪽으로 완전히 빼지 않고 적당히 안쪽으로 밀어넣은 것에서 실용적인 면보다 멋을 살리는데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범퍼 역시 차를 보호하기 위한 것보다는 차의 선과 멋을 살리기 위해 장식품같이 달아 놓았다.​​​​자세히 살펴보면 외관을 살리면서 적당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요모조모 궁리를 많이 한 흔적이 많다. 얼핏 트렁크처럼 생긴 것은 열어보면 깊이가 얕다. 알고 보니 캔버스톱을 접어넣는 공간이었다. 지붕을 씌워놓은 상태라면 트렁크 대용으로도 쓸 수 있겠지만, 넣을 수 있는 짐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진짜 트렁크는 뒤 번호판이 있는 패널을 들어야 나타난다. 캔버스톱 수납공간 아래에 있어 크기도 작고, 스페어타이어와 공구들이 자리잡고 있어 트렁크가 마치 동굴처럼 느껴진다.​​​​​​실내공간은 포근한 느낌이다. 원과 타원, 반경이 큰 곡선이 적당히 버무려진 단순한 구성이고, 상아빛으로 장식된 실내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장식들 때문에 심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름이 큰 스티어링 휠 뒤로는 옛날 사발시계처럼 생긴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계기의 글꼴도 멋을 부린 고전적인 모양이다. 역사책 속에서 나올 만한 스타일의 차에 파워 윈도와 CD 플레이어는 조금 어색해 보인다. 다른 스위치들과 마찬가지로 크롬으로 통일시킨 조개껍질 모양의 스위치가 그나마 어색함을 줄여주기는 하지만. ​​​​​2+2의 실내구성이지만 뒷좌석은 어린이가 앉기에도 비좁은 느낌이다. 안전벨트까지 갖춰놓았지만 여행용 가방을 고정시키는 정도가 고작일 것 같다. 시트는 낮게 꾸민 레이아웃에 맞게 앉는 위치가 낮고, 모양도 세로줄을 넣어 옛날 차처럼 꾸며놓았다. 얼핏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앉으면 포근한 느낌을 준다.​​​​운전 편하고, 승차감은 가벼운 맛 일본의 한정모델 접하는 기쁨 커 시동은 바로 걸린다. 머플러를 독특하게 설계한 탓인지 옛날 차를 연상케 하는 `통통통` 소리가 이어지고, 가속을 하면 회전수가 점점 빨라지면서 `바라랑` 하는 더욱 고풍스러운 소리를 낸다. 987cc 4기통 엔진에 터보를 달아 76마력의 힘을 내지만 3단 자동변속기가 물려있어 힘이 넉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터보래그가 느껴지지만 출력에서의 큰 차이는 없다. 그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느낌만 조금 약하냐, 강하냐 뿐이다. 부드러운 달리기를 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10년 된 저배기량 차에 3단 자동변속기로 무리하게 달리는 것은 이 차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의미 없는 일이라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렸다. 편평비 70의 12인치 타이어에서 스포츠카같은 접지력을 기대할 일은 아니다. 세워 놓은 차를 밑바닥에서 올려다보면 가느다란 서스펜션 암이 앙상해 보인다. 서스펜션도 스포티하게 달리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막상 차를 타고 있으면 편안하다.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부담스러운 것은 없다. 키가 큰 마치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무게중심을 낮춘 피가로는 여성용 패션카라는 컨셉트에 맞게 급하지도, 그렇다고 둔하지도 않게 움직여 준다. 운전도 편하고, 통통 튀기는 승차감이 세련미보다는 가벼운 맛을 준다. 그래도 이 차의 기초가 된 마치는 일본에서는 레이스 입문자용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말이다.고속에서는 적당히 무게가 실리고, 스티어링 휠도 파워지만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빠른 속도로 달릴 차가 아니기 때문에 도어 위로 뻗어나온 아이보리색 백미러가 만들어내는 바람소리를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높은 웨이스트 라인에 맞게 대시보드가 높게 자리해 있어 차 안에 파묻히는 느낌도 여유롭다. 겉보기와는 다른 고급스러운 차를 타고 있는 느낌을 준다. 무게중심이 낮고 묵직하지만 액셀 페달을 조금 세게 밟아주면 꾸준히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적당히 가벼운 차는 적당히 들뜬 기분을 만들어준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오드리 햅번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그레고리 펙이 베스파 스쿠터에 공주님을 모시고 로마 시내를 유람다닐 때 같은 기분. 생긴 것도 귀엽고 움직임도 귀여운 차는 귀여운 사람이 몰아야 어울릴 것 같다. 나이보다 겉늙어 보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거저 줘도 차에게 미안해 몰고 다니기 힘들겠다. 수수한 듯하면서도 귀엽고 조금은 세련된 멋을 풍기는 전지현 같은 사람에게 한 번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처음 닛산이 피가로를 한정판매를 한다고 8천 대의 주문을 받았을 때 21만 명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다음 6천 대에는 13만 명이 신청을 해 추가로 6천 대를 더 생산했다고 한다. 1년 동안 2만 대만 만들었으니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이 차를 샀다는 것만으로도 피가로의 오너들은 뿌듯했을 것이다. 한정생산되어 일본에서도 찾기 힘든 차를 국내에서 접하게 되었으니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생각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그때의 기술이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낼 수는 없는 법. 뭔가 부족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닛산의 파이크 카들이 다들 그렇듯이 이 차는 분위기를 즐기는 차고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내 생전 이런 신기한 분위기의 차는 다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테슬라 모델 S P100D 시승기 2018-04-05
TESLA MODEL S P100DFollow Me If You Dare 처음이었다. 운전하면서 멀미가 날 것 같다고 느낀 건.  테슬라 모델S(90D)를 타 본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하나같이 예외 없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언어가 개개인의 다양한 표현을 담기에는 그 그릇이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시승을 마치고 나니 기자 역시 똑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모델S가 보여주는 초반 가속력은 롤러코스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최신 롤러코스터를 한 대 더 선보였다. 테슬라 코리아가 새로이 공개하며 모델S 라인업 중 최상위 트림을 차지하게 된 P100D가 바로 그 주인공. 그간 우리나라에선 팔지 않았던 100D에서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초고성능 맞춤 수트 입다외관에서 딱히 두드러진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군데군데 자그마한 변화가 눈에 띈다. P100D는 기존 모델S에는 없던 리어 스포일러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그냥 리어 스포일러가 아니다. 수퍼카에서 주로 쓰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제다. 차체 무게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동시에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을 더한다.  P100D에서 'P'는 performace를 뜻한다고속주행에서 차체 거동의 안정성을 돕는 리어스포일러. 탄소섬유로 만들어 경량화도 신경 썼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빠르고 격한 주행을 하게 될 P100D는 이에 맞추어 타이어도 갈아 끼웠다. 기존 90D가 신고 있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택트 대신, 미쉐린 파일럿슈퍼스포트를 짝지었다. 콘티스포트콘택트 역시 모자란 스펙은 아니지만 노면 접지 성능이 보다 우수한 파일럿수퍼스포트를 끼움으로써 다양한 노면 상황에서의 안전 주행을 보장한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내뿜는 P100D는 슬립 제어가 핵심이다. P100D에는 기본으로 네 바퀴를 굴리면서 파일럿수퍼스포트 타이어로 접지력 자체도 높였다.미쉐린에 따르면 파일럿수퍼스포트에는 아라미드 섬유의 일종인 트와론 벨트가 들어간다. 이는 초고속 주행에서 원심력으로 인해 타이어 접지면 한가운데가 부풀어 오르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언제나 접지면을 최대한 유지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파일럿수퍼스포트는 포르쉐와 페라리 주요 모델에 순정으로 달리는 타이어다.  퍼포먼스를 위해 접지력 좋은 미쉐린 타이어를 넣었다 수퍼 롤러코스터, P100DP100D에는 주행 모드가 하나 더 추가된다. 배터리 출력을 최대로 뽑아내는 루디크러스 모드 외에 루디크러스 플러스(Ludicrous Plus) 모드를 얹은 것. 일반 루디크러스 모드는 단어 뜻 그대로 ‘터무니없는’ 가속 성능을 보이며 0→시속 100km 가속이 불과 2.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시간이 무려 2.28초로 줄어든다. 기존 모델S와 비교했을 때 2초 이상 줄어든 것이다(90D 4.4초. 100D 4.3초).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내연기관차인 부가티 시론의 2.3초보다도 0.02초 빠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차이이긴 하지만, 수많은 내연기관차가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차근차근 줄여온 가속 시간을 불과 십수 년 역사의 테슬라가 따라잡은 셈이다.  P100D에 새로 추가된 루디크러스 주행 모드. 이걸로도 성이 안 찬다면 추가 예열을 통해 더욱 출력을 높일 수 있다 기자가 P100D를 시승한 날은 기온이 영상 10도 남짓. 제원표에 쓰인 숫자 2.7초를 체험하기에 완벽한 조건은 아니었다. 날씨를 바꿀 재간은 없으니 최대한 더 나은 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를 가동, 배터리 예열을 시작했다. 큼지막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예열 시간을 1분이라 말하고 있었지만, 추운 날씨를 고려해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며 급가속 체험 장소를 찾았다. 배터리 예열을 마칠 즈음, 마침 한적한 도로를 발견했다. 남은 일은 가속 페달을 지르밟는 것뿐이었다.그 기분 알는지 모르겠다. 롤러코스터가 레일 꼭대기에서 잠시 멈췄다가 급강하할 때 느껴지는 기분 말이다. 일찍이 90D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P100D의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계기판의 숫자를 확인할 새도 없이 멍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이 기분 나쁜 메슥거림은 대체 어디서 온 거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는 트랜스미션의 변속 타이밍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급가속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감당할 여지를 준다. 반면 순수 전기차 P100D는 사정이 다르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 90kg·m를 뿜어낸다. 90D의 67.1kg·m를 크게 앞서는 막대한 토크가 변속도 없이 몸을 밀어붙인다. 미처 준비가 안 된 엄청난 가속력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한 듯하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이번엔 굽이진 도로를 달렸다. 다른 모델S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P100D 역시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있어 이상적인 무게중심을 구현한다. 급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P100D가 수퍼 롤러코스터인 이유다.P100D는 짜릿함을 넘어, 생경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아직은 기자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의 움직임에 익숙한 탓일 게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미래를 보여주려는 엘론 머스크에겐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P100D는 조금 일찍 찾아온 미래였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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