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기아 THE K9 3.3T, 더할 나위 없다 2018-05-29
KIA THE K9 3.3T더할 나위 없다완벽하다는 말이 아니다. 기아가 감히 넘어설 수 없는 현대라는 벽을 두고 완벽하진 않되, 절묘한 타협점을 만들었다.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프리미엄 메이커가 오버랩되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신형 K9이 공개되기 전, 공장에서 찍힌 저화질 사진 속 더 K9을 봤을 땐 솔직히 실패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아의 호랑이코 패밀리룩과 거리가 멀어보였고, 어딘지 모르게 어정쩡한 비율은 대륙에서 건너온 수입차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더 K9은 그러나, 실물이 사진보다 멋진 차였다. 직접 마주하니 역시 사람 눈이 제일 좋은 카메라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기함에서 느껴지는 기품 있는 아우라이번에 시승한 신형 K9은 3.3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엉덩이엔 MASTERS(마스터즈) 레터링을 박아넣은 네바퀴굴림 풀옵션 모델이었다. 도장 색은 오묘한 색감의 푸른빛이 도는 레이크 스톤 컬러. 색깔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우라 만큼은 제네시스 G80이나 EQ900 못지않다. 제네시스 기함 세단과 비슷한 구성의 레이아웃. 베이지 투톤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기함이라는 데서 오는 예의 중후한 감성은 더욱 진하다. 게다가 굴곡진 패턴의 주간주행등은 기존 헤드램프를 잊게 할 만큼 강렬하다. 쿼드릭 패턴 그릴(Quadric Pattern Grill)이라 이름 붙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테두리가 좀 더 확장됐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다. 새로운 패턴이 사용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옆모습은 기존 K9과 크게 다르지 않다. 휠베이스가 60mm 더 길어지며 보다 실내공간이 늘어난 점 정도만 체크하면 된다. 뒷모습에서는 예전 벤틀리 컨티넨탈 GT가 보인다. 그나마 자연스럽게 굴곡을 타고 올라가는 순차점등 방향지시등이 개성적이어서 다행으로 여겨진다.불 꺼진 테일램프는 벤틀리를 연상케 하지만 불이 켜지면 나름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그래픽이 보인다  운전대와 센터패시아 조작부 등은 전반적으로 EQ900과 다르지 않다. 팝업식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사용한 점이 다를 뿐이다. 센터패시아 정가운데에는 출시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모리스 라크로와(Maurice Lacroix)의 아날로그 시계가 달려 기함 세단임을 조용히 드러낸다. 모리스 라크로와는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급 시계 라인을 보유한 스위스 워치 메이커. 최상위 라인업인 ‘MASTERPIECE’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다. K9과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도어 트림부터 시트 각 부위 디테일에서는 벤츠 냄새가 진동한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의 금속 소재의 스피커 덮개는 벤츠에서 쓰는 부메스터 오디오와 비슷한 생김새다. 고급차라면 찾게되는 앰비언트 라이트 역시 들어갔다. 취향에 따라 64가지 색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대신 벤츠, BMW 등과 달리 대시보드에는 라이트를 생략했다. 야간 운전 시 시야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벤츠 못지않은 럭셔리한 도어 트림이다  이로써 탑승자를 챙긴다는 명목 하에 원가 절감은 물론,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를 베꼈다는 비난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효과도 거뒀다. 알칸타라와 비슷한 촉감의 인조가죽을 필러와 천장에 아낌없이 두른 건 꽤 인상적이다.뒷좌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없다. 이는 5.0L 엔진이 들어가는 최상위 모델 퀀텀도 마찬가지. 대신 앞좌석을 길게 앞으로 빼고 시트 포지션을 최대한 안락하게 만드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뒷좌석 듀얼 모니터(옵션 선택 가능)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DMB, 라디오 정도다. 더 K9이 어디까지나 오너드리븐 성향이라는 생각은 운전대를 잡고 나면 확신으로 바뀐다.뒷좌석에서 REST 모드를 취했을 때 모습. 2% 모자란 안락함을 선사한다기함, 아니 고속함인가?엔진 라인업은 V6 3.8L 자연흡기와 3.3L 터보, V8 5.0L 자연흡기 구성이다. 시승차의 3.3L 터보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는 52.0kg.m다. 초반 발진감은 주행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데, 스포츠 모드로 둬도 여전히 부드럽다. 일상 주행 속도에서는 다소 부드러운 서스펜션 감각이다. 낭창거리는 것과는 다르다. 수긍할 만큼의 안락함과 주행 안정감을 아우른다. 그런데 코너를 만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무거운 차체를 이끌면서도 경쾌하고 스포티하게 돌아 나간다. 하체가 탄탄하게 조여지고 불안감은 없어 지난달 탔던 7시리즈가 떠오른다. 이토록 스포티한 주행감을 K9에서 느낄 줄이야. 시승차에 끼워진 콘티넨탈 여름용 타이어를 보고 들었던 다소간의 의구심이 사라진다. 이중접합 유리 덕분에 수준급의 방음 실력도 갖췄다. 시동을 걸면 얼핏 하이브리드인가 싶을 정도로 엔진음 차폐가 잘되어 있고 진동도 아주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느끼기 힘들다.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는, 차로 변경 시 옆 차로를 비추는 후측방 모니터(BVM) 기능도 눈에 띈다. 짧은 시승기간 동안에는 미처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빠르고 안전한 차선 변경을 돕는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진화 이룬 주행 보조 기능신형 K9의 백미는 기아차 반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에 있다. 이달 반자율주행차 특집 기사에서 알 수 있듯 독일 프리미엄 세단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시승 중 차로 유지 보조,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했다. 직선이나 완만하게 꺾이는 구간에서는 좀처럼 차선을 물지 않는다. 그러면서 머뭇거리지 않고 우직하게 속도를 낸다. 과속 카메라 앞에선 힘껏 속도를 줄이며 운전자의 과태료 부담을 줄인다. 옆 차로에서 차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어도 여유롭고 손을 오랫동안 떼고 있어도 웬만해선 운전대를 잡으라는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차선을 이탈한 경우는 올림픽대로에서 마포대교 진입을 위해 급커브 구간에 들어섰을 때 뿐. 거의 성공할 뻔 했지만, 구간 탈출 즈음 차로를 탈출하려 하기에 휠을 강제로 잡아돌릴 수밖에 없었다.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계기판에는 후측방이 모니터링된다  이렇듯 더 K9은 한솥밥 먹는 EQ900의 심기는 건드리지 않을 정도의 상품성을 갖추고 G80과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 위한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의 중형 세단과 겹치는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좀 더 빠른 준대형 세단으로의 진입을 유혹한다. 점차 세분화되어가는 니즈 속에서 대형 세단은 부담스럽고 중형은 뭔가 아쉬운 이들의 가려움을 제대로 캐치했다. 딱 그 정도의 위치에서 더 K9은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이었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지프 체로키 2.4G AWD, 캘리포니아를 꿈꾸며 2018-05-28
Jeep Cherokee 2.4G AWD캘리포니아를 꿈꾸며여행 짐을 한가득 싣고선 무작정 도로를 내달렸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흥얼거리면서.패션 사진가 리차드 아베든이 1979년 발표한 ‘In The Western People’(서부의 사람들)는 과거 서부 지역을 업신여기던 동부 지역 주민의 지역감정을 표현한 예술 사진 작품이다. 인간 도감처럼 펼쳐진 사진 속 인물들은 유전 노동자, 도축장 직원, 트럭커 등 하나같이 가난하고 거친 일을 하는 사회 하층민이다. 이는 ‘서부 사람들은 가난하고 못 배웠다’는 편견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작품이 공개되자 큰 논란을 빚은 것은 당연했다.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인 동부 출신의 리차드 아베든(뉴욕 태생)이 다른 지역을 낮춰 바라보는 우월적인 시선을 통해 직업적 열등감(상업 사진가도 결국은 예술가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을 해소하려 한다는 비평이 뒤따랐다. 물론 이러한 인식도 모두 과거의 일. 이제 서부 지역은 미국에서도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서부의 사람들, 그리고 지프서부 발전의 중심에는 캘리포니아 주가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샐러드 보울(bowl)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태평양과 맞닿아있는 지리적 특성상 이민자의 정착이 많았고 이 때문에 백인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리차드 아베든의 사진 속에서 유색인종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문화적 리버럴리즘을 대표하는 히피 문화의 발원지로서 베트남 반전 시위와 대마초 합법화를 이끈 지역이기도 하다. 일부는 자유주의적 사고와 더불어 평화 속에서 안정적인 유토피아를 그리던 지역적 색채가 현재의 캘리포니아를 만들었다고도 이야기한다. 기자가 미국 서부 지역에 관한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체로키가 가진 다양한 매력이 미국 서부지역과 캘리포니아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중남부 지역에 살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따왔고 중동부 지역에서 만들어진 차가 어째서 캘리포니아를 연상케 했던 걸까? 지프가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단지 그 뿐만은 아니다. 기자는 체로키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함과 캘리포니아의 문화적 리버럴리즘이 맞닿아있다고 보았다. 60년대의 폭스바겐 Type2가 히피문화의 상징이었다면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어주는 크로스오버 SUV는 21세기형 히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큰폭의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디자인 완성도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를 분리한 이전 체로키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유행을 이끄는 데 성공했지만 이에 대한 호불호 역시 상당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프론트 펜더와 보닛, 테일게이트의 금형을 바꾸는 등 적잖은 비용을 들이며 외관을 다듬었다. 아마도 기존 디자인에 반감을 가진 소비자를 의식한 결과일 터. 전면부는 그랜드 체로키와 비슷한 얼굴로 성형을 거쳤고 후면부는 번호판 위치를 테일게이트로 옮겨서 디자인 밀도를 높였다. 물론 각진 형태로 빚은 지프 특유의 휠하우스 디자인은 여전하다.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플로팅 모니터 같은 최신 트렌드를 담진 못했지만, 대시보드 윤곽을 다듬고 송풍구 면적을 넓히는 등 품질감을 높여 나름의 성의를 보였다. 지프 특유의 사각형 휠하우스도 여전하다리어램프 디테일에도 변화가 생겼다대시보드 윤곽을 다듬은 덕분에 한결 깔끔한 인상을 자랑한다미국차에 관한 선입견, 이를 깨부순 체로키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차에 대한 편견을 부술 만큼 실내의 각 부분이 꽤 만족스럽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부 조립 마감이나 벤츠에서 가져온 스위치의 품질은 미국에서 조립하는 일본 브랜드 SUV보다 나아 보였다. 안락한 시트와 그럴듯한 운전 자세 역시 그간 실망감을 안겨준 FCA 모델을 생각하면 의외다. 실내 크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모델 싼타페보다 조금 작은 수준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충분한 사이즈임에는 틀림없다. 시트의 만듦새는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럽다2.4L 엔진을 탑재한 시승차는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3.4kg·m을 내며 ZF가 공급하는 9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체로키의 다단 변속기는 상품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 주행에서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일단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가 부족했고, 따라서 엔진 회전수를 낮춰 연비효율을 끌어올리는 다단 변속기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했기 때문. 또한 회전수를 먼저 띄우고 속도계가 뒤따라가는 특징으로 인해 CVT의 가속감과 유사한 이질감이 크게 증폭되었다. 시종일관 rpm을 높게 쓰는 엔진과 부족한 방음 성능이 맞물려 실내로의 엔진음 유입도 컸다. 어쩌면 기자 역시 저속 토크가 풍부한 터보 엔진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반기에 출시할 2.0L 디젤과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2.0L 터보, V6 3.2L가 간절할 다름이다. 캘리포니아를 꿈꾸는 체로키아쉬운 파워트레인 궁합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꽤 즐겁다. 나온 지 5년이나 지난 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무게중심도 낮고, 여느 세단보다 단단한 하체 세팅 덕분에 주행감이 날렵하다. 주행모드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지는 주행 분위기도 운전자의 감성을 돋운다. 스포트 모드로 설정하면 토크 배분이 40:60으로 전환되며 뒷바퀴 굴림차 같은 경쾌한 주행을 펼치는데, 이에 맞춰 TCS 기능이 일부 해제가 되고 변속 패턴도 바뀌어 저단 기어를 끈질기게 붙잡는다. 지프에서 가장 보편적인 성격의 도심형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하체 세팅과 차의 성격이 수긍이 가는 한편, 오프로더인 그랜드 체로키와 쏙 빼닮은 외모를 생각하면 반전매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울러 매력적인 주행 실력을 대중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마케팅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론지튜드 하이 트림인 시승차에는 정지 후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보, AEB, 차선이탈 방지 보조 및 경고 등 주행 보조 안전 장비가 만재되었다. 이들이 결합한 반자율주행 기능이 더 이상 특별하진 않지만 비슷한 가격대 수입차에서는 보기 드물다. 후진 시 장애물에 앞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는 모습은 운전자에게 든든함으로 다가온다. 반면 차선 이탈 방지 보조의 실력은 미흡했다. 코너에서 스스로 스티어링을 돌리지만 그 정확도가 무척이나 떨어져 운전에 방해만 되었고 차선 이탈을 쉽게 허용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비슷한 가격대 수입 SUV에서 보기 드문 장비물론 이런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만족스런 SUV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지프의 듬직한 외모가 도시형 SUV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체로키의 매력이다. 아울러 실용적인 실내, 뛰어난 주행 실력도 FCA 차라면 어딘가 헐겁고 뒤떨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선을 가볍게 비웃는다. 마치 다른 동네 사람들의 폄하에 아랑곳하지 않고 큰 발전을 이룬 캘리포니아처럼 말이다. 풍부한 주행 보조 장비에서조차 실리콘밸리가 생각난다 하면 억지일까? 이토록 미국적인 차가 피아트의 플랫폼에서 태어났단 점도 미국의 다양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곡 ‘California dreaming’을 흥얼거리며 여행 짐을 한가득 싣고선 무작정 도로를 내달리는 상상도 펼쳐본다. 이미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지붕 위 카고 캐리어에 한가득 짐을 싣고선 네바다 산맥과 캘리포니아 해변을 내달리는 체로키의 모습이 가득 차 있었다. 글 | 이인주 기자 사진 | 이병주
[응답하라 1984 ] 99년형 체로키 2.5 2018-05-25
 99년형 체로키 2.5 좋아진 품질, 믿음직한 주행성능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프랑스 영화 ‘파파라치’에서 두 명의 파파라치가 타고 다니는 차는 체로키다. 순간을 포착해 사진을 찍고 움직여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기동력은 필수. 그렇다면 이들이 스포츠카를 놔두고 체로키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답은 간단하다. 체로키가 그만큼 다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장비처럼 많은 짐도 거뜬히 싣고 험한 길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데다 기동력도 뛰어나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체로키와 랭글러가 MPV(Multi Purpose Vehicle)로 분류된다.이 시장에서 체로키의 적수는 많다. 도요다 랜드크루저, 이스즈 로데오, 미쓰비시 파제로, 포드 익스플로러, 시보레 타호/서버밴 등 쟁쟁한 차들이 버티고 있다. 경쟁은 고급화로 치달아 벤츠 M클래스, BMW X5, 렉서스 LX 등 최고급 승용차에 버금가는 장비로 무장한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작년 가을에 미국에서 타본 뉴 그랜드 체로키는 이들 고급차종에 맞서도록 개발되어 구형과 완전히 다르게 변했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해 승용차에 가까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새 모델이 발표되던 날 전세계에서 모인 저널리스트들은 뉴 그랜드 체로키의 변신을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체로키만의 색깔이 점점 없어진다는 걱정도 했다. 전통의 이미지 그대로 간직 세심하게 달라진 편의장비 99년형 체로키는 다행히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재규어가 전통의 더블 헤드램프를 버리고 사각형 헤드램프를 썼다가 외면당하자 다시 구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거울삼은 듯 새 모델은 체로키 매니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모습이다.대신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달라졌다. 앞문의 삼각창이 없어져 시야가 넓어졌고 파이버 글라스 재질의 해치문을 강철로 바꿔 안전성을 높였다. 강철로 바뀌었지만 개스 리프트가 있어 들어올리기는 쉽다.4WD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크라이슬러의 기술력은 험한 길을 달려보면 그 진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굴곡이 많은 산길을 다닐 때 4WD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각과 이탈각이다. 앞 뒤 오버행이 지나치게 길 경우 이 성능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국산 4WD 중에도 오버행이 너무 길어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차가 있다. 반면 오버행을 너무 줄이면 충돌 안전성이 떨어진다. 체로키와 랭글러는 이런 면에서 우수한 설계다.   좁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수동기어 모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체로키는 2.5와 4.0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국내에는 2.5 수동모델만 들어온다. 랭글러와 같은 배기량으로 덩치 큰 체로키를 움직이기에는 수동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변속기가 달린 랭글러 2.5를 이미 타본 터라 2.5 엔진과 수동기어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궁금해졌다.크라이슬러 코리아 직원이 “클러치의 유격이 조금 클 것”이라고 말했지만 확인해 보니 적당한 세팅이다. 시동을 거니 체로키와 랭글러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아이들링치고는 소리가 큰 편이다. 신형에 새로 쓰인 스마트키는 복사를 할 수 없는 전자장치를 갖고 있어 안심이다. 작은 배기량을 걱정했는데 기어를 넣고 차를 움직이니 가뿐하게 출발한다.   차의 덩치가 큰 편이라 끼어드는 차가 거의 없다. 우리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SUV를 모는 즐거움이다. 아이들링 때의 소음은 운전하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속도를 높이면 갑자기 소리가 커지는 타입이 아니고 서서히 은은하게 엔진소리가 들린다.체로키의 시트 포지션은 레인지로버보다 낮고 스포티지보다 조금 높다. 하지만 몸놀림은 승용차 못지 않게 날렵하다. 시내에서 차선을 급히 바꾸어야 할 때 체로키는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준다. 앞 디스크, 뒤 드럼으로 구성된 브레이크 시스팀도 확실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시내주행이 많은 국내 현실에서 큰 장점이다.넓게 트인 국도로 들어서 액셀 페달을 밟으니 가속력이 기대 이상이다. 랭글러 AT는 조금 답답했는데 체로키는 5단에서 순식간에 시속 140km를 질주한다. 기어비를 손봐 구형보다 많이 좋아졌다. 3천6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한 5단 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주행성능이 시원스럽다.   시승을 하면서 실내를 둘러보니 구형 체로키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선글라스를 보관할 수 있는 오버헤드 콘솔과 앞 뒤 네 개의 실내등, 원터치 파워윈도와 전동식 사이드 미러 등 필요한 편의장비는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오버헤드 콘솔에 달린 트립 컴퓨터에는 평균연비,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방향계 등이 표시된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오른팔을 편히 기댈 수 있는 센터 콘솔박스다. 기어변속을 하면서 팔을 올려놓기에 적당하고 CD 같은 물건을 많이 담을 수도 있다. 도어포켓이 없어 서류를 놓아두기 불편한 점이 옥의 티다.익숙하지 않아서일까. 클랙슨을 울리는데 힘이 너무 들어간다. 다른 차를 누르는 힘으로 누르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미국차의 특징도 몇 가지 있다. 헤드램프를 깜박이와 같이 두지 않고 따로 당겨 켜야 하는 것도 그렇고 비상등 스위치가 핸들 컬럼에 달린 것도 그렇다. 당겨서 켜는 헤드램프는 조금 익숙해지면 문제될 것이 없다.   신형 체로키에서 감탄한 부분은 시트다. 전동식 앞좌석 시트는 세 가지 모드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앞 뒤로 움직이고 등받이와 시트가 함께 뒤로 젖혀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앞쪽으로도 움직인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형에 비해 실내장비는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뒷시트를 젖히면 넓은 화물공간이 나타난다. 스페어 타이어를 트렁크로 옮겨 짐 싣는 공간이 조금 줄었지만 외관이 깔끔해지고 잡소리가 줄었다.   코멘트랙 시스팀 위력 발휘해 급코너의 조종성 뛰어난 수준 자, 이제는 산을 오르는 일만 남았다. 해발 2천500m 산을 오른 적도 있는데 해발 900m의 유명산쯤은 문제 없지 않겠는가. 차가 하도 많이 다녀서 오프로드라고도 할 수 없는 유명산 길은 오르기 쉬운 산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병이 숨어 있다. 늘 축축한 상태로 젖어 있는 진흙탕길이다.   체로키에 달린 네바퀴굴림 전환장치 ‘코맨트랙 시스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기술이다. 체로키를 믿어 보기로 하고 기어를 4H로 바꾼 채 액셀 페달을 밟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미끄러운 길에 잠깐 주춤하던 체로키는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앞차가 지나간 골을 따라 가고 고갯길은 옆으로 넘지 말고 위로 넘고….’ 지프 잼버리에서 배운 경험을 살려 차를 몰았다. 온통 돌산으로 뒤덮였던 잼버리 코스에 비하면 이 정도 길을 달리는 것은 체로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결례(?)일지도 모른다. 산에 올라 잠깐 쉬면서 하체를 보니 연료탱크가 강철판으로 덧대어져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쓴 정성. 많은 사람들이 명차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산을 내려와 비포장길을 달려 보았다. 곧게 뻗은 비포장길에서 직진안정성이 뛰어나다. 마음먹고 속도를 올려도 불안하지 않다. 차체가 높은 SUV의 특성상 급코너링은 무리지만 체로키는 급코너를 돌다가 방향을 바꾸어도 차체복원성이 놀랍도록 빠르다.   신형 체로키는 만족스러운 변신을 했다. 개인적으로 지프 잼버리의 추억을 되살려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5월에 선보일 뉴 그랜드 체로키는 또다른 매력으로 고객의 마음을 빼았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가격과 성능, 이 두 가지는 빼놓을 수 없는 기본요소다. 체로키는 이 기준에서 경쟁차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전화(02)516-4321.​​​ 99년형 체로키 2.5의 주요 제원 
[응답하라 1984] 2000년형 닛산 맥시마 GLE 2018-05-21
​2000년형 닛산 맥시마 GLE 최신 보디와 높은 성능, 합리적인 값으로 무장한 미드사이즈 세단​※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1999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지난 6월 말, 머큐리 컨티넨탈 LS를 시승하기 위해 알아보다가 `사우전 옥스 오토몰`의 미스터 윤으로부터 2000년형 닛산 맥시마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우전 옥스 오토몰은 LA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64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1년에 세 번쯤 내게 시승차를 제공해 준다. 전화를 받은 나는 1시간쯤 걸리는 거리를 막바로 달려갔다.  2000년형 맥시마의 출현은 기습적이었다. 올 1월에 열린 디트로이트와 LA 모터쇼에도 99년형 맥시마가 소개되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았겠는가. 전시장에 가서 물어보니 2000년형 모델은 시카고 오토쇼에서 단 한 차례 선을 보였다고 한다. 맥시마는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미국시장에 내놓고 있는 6종의 모델 라인업 가운데 가장 윗급에 속하는 차다(닛산은 승용차 알티마와 센트라, SUV 패스파인더, 미니밴 퀘스트, 픽업트럭 프론티어를 내놓았다). 차 이름에 `승용차로서 최상을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듯이, 맥시마는 1980년 데뷔한 후 20년 가까이 동급차 중 우수한 성능과 가치로 인정받아왔다. 경쟁차로는 혼다 어코드, 도요다 캠리,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이 꼽힌다. 참신한 외관에 성능 높이고 값도 합리적 넓고 안락한 실내에 고급 편의장비 갖춰 2000년형 맥시마는 99년형에 비해 성능이 30% 정도 높아졌고 외관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엔진 배기량은 3.0ℓ로 예전과 같지만 최고출력이 190에서 222마력으로 32마력 높아졌고, 최대토크도 14.5에서 30.0kg·m로 크게 향상되었다. 디자인에서는 차체크기를 키우고 미끈한 `볼드 스타일`(bold style)로 세련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   값도 합리적인 편이다. 기본형인 GXE와 앞뒤 스포일러를 강조해 스포티한 맛을 주는 SE, 최고급형인 GLE 세 가지가 나오는데, 시승차인 GLE는 2만6천 달러(약 3천100만 원)다. 미국에서는 차값이 3만6천 달러를 넘으면 럭셔리카로 구분해 별도의 세금을 물리는데, 맥시마는 승용차가 가질 수 있는 고급성을 극대화한 럭셔리 세단이면서 값이 싸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새 맥시마의 디자인은 LA 남서쪽 가디나시에 있는 `닛산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NDI, Nissan Design International)에서 맡았다. 무난한 4도어 세단 스타일로 차체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천839×1천786×1천435mm. 99년형보다 약간 커졌고 덕분에 휠베이스(2천751mm)도 5cm 늘어났다. 볼드 스타일을 지향했다고는 하지만 곡선을 절제하면서 군데군데 액센트를 줘 개성을 살렸다.​   앞은 긴 헤드램프와 가로줄이 들어간 그릴, 범퍼 양 끝에 박힌 원형 안개등이 어울려 야무지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준다. 옆모습은 펜더의 가는 곡선과 짧은 오버행 때문에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감싼 트렁크 리드의 곡선 처리가 신선하다. 또한 도어 중앙에 굵직한 몰딩을 대 좁은 공간에서 옆차에 부딪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 ​실내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안락하다. 특히 앞좌석 레그룸이 스포츠카처럼 깊숙해 발을 뻗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 고급형인 시승차는 천연가죽 시트를 기본으로 달았는데 운전석은 8방향, 조수석은 4방향으로 자동조절된다. 스티어링 휠과 시프트 레버, 도어 트림도 가죽으로 씌웠다.​ 계기판은 중앙에 2개의 큰 원을 만들어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넣고 양쪽 가장자리에 연료계와 수온계를 곁들인 형태다. 단순하지만 운전자의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디자인으로 계기의 빛깔도 낮에는 검정색이다가 밤에는 흰색으로 바뀐다. 시계는 디지털 타입으로 대시보드 중앙에 유리창과 가깝게 배치해 뒷좌석 승객도 보기 좋도록 했다. 센터 페시아와 앞뒤 도어트림은 우드 그레인으로 장식했다. 보스제품인 오디오는 AM/FM 라디오와 카세트, CD를 원터치로 선택할 수 있고 200W 출력에 7방향 스피커가 기본이다. 오디오 밑에는 자동온도 조절장치가 달렸고 시프트 게이트에 크롬빛깔을 칠해 고급스럽다. 센터 페시아의 각도를 앞으로 기울여 운전자가 쓰기 편하게 하고 시프트 레버의 길이를 줄여 변속이 정확하게 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 콘솔은 수납공간도 넓고 암레스트의 높낮이를 2단으로 조절할 수 있어 쓰기 편하다.   V6 3.0ℓ 222마력 엔진으로 통쾌한 가속 코너에서의 몸놀림과 제동성능도 뛰어나 V6 3.0ℓ급으로 222마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지닌 맥시마는 가속력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서 급출발할 때 마치 스포츠카를 탄 것 같은 쾌속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실제로도 0→시속 60마일(약 96km)을 6.7초에 돌파할 만큼 빠르다. 맥시마의 3.0ℓ 엔진은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를 썼고, V형 6기통에 각 실린더마다 DOHC 4밸브를 배치했다.      시승은 먼저 사우전 옥스에 있는 조용한 전원주택가의 비탈길을 몇 차례 오르내리면서 했다. 작은 언덕을 낀 고갯길을 급커브로 지날 때는 타이어가 맹수의 발톱처럼 도로에 쫙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좀더 밟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국도로 접어들었지만 본선으로 합류할 때의 가속이 너무 쉽고 짧게 이루어져 이내 싱거워졌다. 한 번 가속력이 붙은 차는 곧바로 시속 70마일을 넘어 75, 80, 100마일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그러면서도 윈드실드의 바람소리나 엔진소음이 실내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제원을 살펴보니 이 차는 아이들링 상태의 실내소음이 43dBA로 현대 쏘나타 GLS V6의 44dBA와 비슷해 조용한 편에 속했다. 한편 앞 스트럿과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단 맥시마는 코너링과 급차선 변경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등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브레이크는 네 바퀴 모두 디스크 방식에 ABS를 기본으로 달아 예민하면서도 정확한 제동력을 자랑한다. 연비는 시가지 8.5, 고속도로 11.9km/ℓ로 적당한 수준이다. 잠깐 타는 동안 정이 들었는지 시승을 마치기가 못내 아쉬웠다. 필자의 시간과 시승차의 사정만 허락된다면 내친김에 고속도로를 타고 이 차와 단 둘이서 장거리 여행에라도 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에서 미드사이즈 럭셔리카인 맥시마는 한국에 수입된다면 중대형으로 구분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급의 승용차 가운데 성능과 기능에 비해 값이 합리적인, 몇 안되는 차로 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무지면서도 단정하고, 현대적인 감각에 스포티한 멋까지 겸비한 맥시마는 누가 타도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 또한 장점이다. 사실 그동안 맥시마는 진부한 디자인과 고급감이 떨어지는 인테리어 때문에 좋은 차면서도 미국에서 그리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지만 새로 나온 2000년형 맥시마를 타보면, 닛산이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자세로 이 차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응답하라 1984] 오프로드의 수퍼카 2018-05-18
오프로드의 수퍼카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야성※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스포츠카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개 포르쉐나 페라리, 람보르기니를 드림 카로 꼽는다. AM 제너럴 허머는 오프로더 매니아들이 첫손으로 꼽는 드림 카다. 넓고 낮은 차체가 주는 위풍당당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이 압권이다. 허머는 강인하고 당당한 외모뿐만 아니라 거친 지형에서 전차(戰車)와 보조를 맞추어 작전을 수행하는 군용차로서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걸프전 발발 전 민수용으로 등장79년 개발이 시작되어 85년 실전부대에 배치된 험비(HMMWV,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기동성 뛰어난 다목적차)는 걸프전을 통해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전장을 누비는 사막색 험비의 모습이 CNN 카메라를 통해 각국의 TV에 중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특이한 모양의 군용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험비를 민수용 시장에 투입하는 계획은 걸프전 발발보다 한해 이른 1990년 시작되었다. 지프와 달리 험비의 제작단가는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민수용 모델의 디자인은 비싼 값에 어울리도록 인테리어를 고급화하는 데 초점이 맞첩 달러(약 9천만 원), 몇 가지 옵션이 더해진 시승차는 9만 달러(약 1억 원)를 호가한다.​  ​​값을 생각하면 허머의 실질적인 장점은 그리 크지 않다. 군용으로는 여러 가지 작전에 어울리는 차지만 민수용으로는 비효율적이다. 비싸고 무거우며 큰 차체에 비해 실내공간이 작고, 시내운전과 주차도 어렵다. 연비는 5∼7km/X 수준이지만 95X 의 주 연료탱크와 64X 의 보조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800∼1천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내 취향으로는 10만 달러 정도의 차를 산다면 허머보다는 포르쉐911이나 BMW M5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두세 대 정도 차를 가질 수 있다면 틀림없이 허머도 포함시킬 것이다. 어쨌거나 허머는 타고 다닐 때보다 꿈꿀 때 더 매력적인 차다(다음 호에 군용 허머편 계속). ​​ 허머의 장점과 단점 장점 단 점운전이 재미있다(처음 한두 시간 동안)·뛰어난 험로 주파력운전이 힘들다(한두 시간 지난 뒤부터)·시야가대단히 나쁘다 다른 어떤 차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하고 강인한 스타일 (특히 오른쪽 뒤쪽)·민수용으로 비효율적이다 ​AM 제너럴 허머 소프트 톱의 주요 제원​
[롱텀 시승기 3회] 반자율주행의 효용성 ,BMW 53.. 2018-05-16
롱텀 시승기 3회BMW 530i반자율주행의 효용성5시리즈에 탑재된 반자율주행 기술은 주행 환경에 따라 극명한 성능 차이를 보인다. 신호 간격이 짧은 시내 주행에서는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제법 여유를 부릴 만큼 쓸모가 있다.5시리즈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탑재돼있다. 반자율주행은 단어 뜻처럼 주행을 보조하는 반쪽짜리 기능이다. 한편 도로 환경에 따라 반자율주행 수준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신호 간격이 짧은 시내 도로에서는 미숙한 운전 탓에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조향 보조는 앞차를 쫓고 때로는 차선을 따라가지만 시내 도로의 굴곡진 차선과 교차로에서 옆 차와 부딪히지 않고 달릴 만한 신뢰를 주지는 못한다. 주행 속도가 느릴수록 이들 장비의 운전 실력도 좋아지므로 차가 막힐 때는 제법 유용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가다 서다가 잦은 시내 도로에서는 출발할 때마다 빈번히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고, 정차 시 제어가 다소 어색하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편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장거리 운전 시 반자율주행을 활용하면 확실히 피로가 적다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유용한 반자율주행주요 기능으로는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조향 보조,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충돌 경고 및 비상제동이 있다. 필자는 5시리즈의 조향 보조 기능을 "아 몰라", "앞차 따라갈게", "차선을 따라 제대로 갈게" 등 세 가지 상태로 표현하고 싶다. "아 몰라"는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계기판과 HUD에 차선과 스티어링 그림이 흑백으로 표시된다. 선행 차량이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좀처럼 겪기 어렵다.  "앞차 따라갈게"는 차선은 잘 모르겠고 앞차는 보이니 얼추 그 움직임을 쫓는 상태다. 계기판과 HUD에 차선은 흑백, 스티어링은 녹색으로 표시된다. 시내 도로에서는 보통 이 상태다. 주행 속도가 빠를수록 자동차의 조향 보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앞 차 따라 갈게" 상태의 위의 사진, "차선을 따라 제대로 갈게" 상태의 아래 사진특히 차선 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지그재그로 달리는 앞차를 만나면 그마저도 똑같이 따라 한다. 재밌는 부분은 조향 보조 기능의 차선 인식 여부와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의 활성화 여부는 별개라는 점이다. 조향 보조 기능이 차선을 인식하지 못해도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은 활성화 돼 있는 경우도 꽤 있다. 이때 5시리즈의 바보 같은 행동을 종종 볼 수 있다. 조향 보조 기능이 앞차를 따라가다가 차선에 근접하면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이 활성화되며 핸들 진동과 함께 다시 차선 안쪽으로 차를 밀어 넣는다. 소위 말하는 ‘핑퐁 운전’이다. "차선을 따라 제대로 갈게" 상태에서는 차선을 따라 운전을 제법 잘 하고 계기판과 HUD에 차선과 스티어링 그림 모두가 녹색으로 표시된다.앞차 거리를 인식하는 레이더 센서는 범퍼 하단에 위치해 있다보니 도로에 떨어진 이물질이 근처에 묻는 경우가 잦다주행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반자율주행 수준한편 스티어링에서 손을 뗀 채로 조향 보조가 유지되는 시간은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다. 주변에 차량이 있다면 유지 시간이 짧고 한적한 도로에서는 유지 시간이 길어진다. 사실 조향 ‘보조’ 기능이므로 스티어링은 운전자가 항상 잡고 있는 게 맞지만 말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선행차를 인식하면 계기판에 구형 5시리즈의 뒷모습을 띄운다. 녹색 사각형은 차간 거리 설정 단계를 나타낸다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조향 보조보다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다른 차량이 코앞으로 끼어드는 상황에 주의해야 한다. 앞차가 차선에 진입한 뒤에야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는 급격히 좁아진 차간거리를 최대한 빠르게 벌리기 위해 브레이크를 강하게 건다. 앞차가 느리게 끼어들거나 감속하며 끼어드는 경우에는 아찔할 정도로 차간거리가 가까워진다. 이 때문에 코앞에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경우라면 운전자가 직접 감속하는 편이 좋다. 그 외에 상위 차선에서 주행 중 갑자기 출구로 나가기 위해 도로를 횡단하는 차, 도로 위를 종횡무진하는 차를 만났을 때도 속도를 줄였다가 차가 사라진 뒤에 다시 차간거리를 좁히기 위해 급가속을 한다. 앞차 간격은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차간 거리가 가장 좁은 단계를 1단계라 한다면 3, 4단계는 쓸 일이 없다. 차간 거리를 하염없이 벌리기 때문이다. 거리를 너무 벌리면 그 사이로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아 이때 다시금 차간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감속을 한다. 따라서 한국 도로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실제로 써보면 정말이지 답답하다. 신호 간격이 비교적 긴 시내 도로와 간선도로, 교통량이 많은 고속도로에서는 1단이 알맞고 한산한 고속도로라면 2단이 적당하다. 320d를 타다가 비슷한 시기에 530i를 구입한 친구도 생각보다 높은 반자율주행의 효용성에 만족하고 있다물론 어디까지나 반자율주행은 운전을 보조해주는 장치다. 운전자는 항상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반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의 피로를 크게 줄여준다. 운전은 그 자체를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목적지까지 이동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완벽한 자율주행이 아니라도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반자율주행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글, 사진 | 김준석
[롱텀 시승기 3회] “푸조 서비스센터, 제가 한 번 .. 2018-05-16
롱텀 시승기 3회푸조 208 G Line“푸조 서비스센터,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푸조를 산다고 했을 때 만류했던 주변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A/S였다. 악명 높은 푸조·시트로엥의 A/S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서비스가 나빠 차를 안 산다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푸조를 타 보지 않은 사람들도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다. 그래서 직접 가봤다.자동차를 구입할 땐 정말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가격과 성능은 물론이요 편의사양,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 등도 따지게 된다. 좀 더 깊이 고민한다면 금융상품이나 중고차 감가도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A/S다. 더구나 국산차보다 서비스 인프라가 빈약한 수입차를 선택한다면, 자신의 생활권 내에 충분한 서비스망이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 연재에서 밝힌 대로 나 역시 208을 구입할 때 중요시 여겼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서비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푸조의 서비스센터는 말 그대로 악명 높다. 구매 전부터 ‘A/S 때문에 차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푸조에 관한 기사라도 찾아보면 댓글 창에는 온통 서비스에 대한 내용밖에 없었다. 보증기간이 끝난 구형 모델이라면 사설 정비소에서 관리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니 정식 서비스 품질이 어떻든 상관없지만, 새 차를 사는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푸조 오너들에게 물었을 때는 서비스에 관한 특별한 불만이 없다. 208 구입 전 푸조, 시트로엥을 타는 지인 두어 명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생각보다 서비스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였다. 동호회에서도 특정 서비스센터가 불친절하다느니 하는 불만은 종종 보였지만, 적어도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이 ‘명성’만큼 많지 않았다.물론 이미 208에 꽂힌 뒤에 관련 글을 찾아봐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차량 구매의 당위성도, 브랜드와 모델 선택의 당위성도 이미 다 ‘답정너’가 아니던가. 결국 진짜 서비스가 어떤지는 직접 부딪쳐보기 전까진 알 수가 없다.올해 벚꽃구경은 회사 앞 도로에서 하는 걸로 만족했다소문의 푸조 서비스센터를 가다그래서 결국 차를 사고 서비스센터를 직접 가 봤다. 새 차를 사면 뭔가 고장 날 때까진 서비스센터를 갈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구입 3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첫 번째 방문은 초기불량 확인을 위한 2,400km 정기점검이었다. 출고 후 일정 거리를 달린 뒤 차량에 특별한 초기불량이나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내가 찾은 곳은 양평동의 강서 서비스센터다. 5시리즈를 타고 종종 BMW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그려진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으리으리한 3층 건물에 깔끔한 상담공간이 마련돼 있고 커피를 마시며 통유리 너머로 내 차가 작업 중인 모습을 내려다보는 곳이었다. 그런데 강서 서비스센터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뜨악’이었다. 좁은 뒷골목에 불쑥 솟은 가건물 안에 리프트가 몇 대 놓여있었다. 수입차 정식 서비스센터라기보단 동네 카센터 같은 분위기였고, 그나마 외벽에 붙어있는 푸조 엠블럼이 서비스센터임을 알아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요소였다.누군가 운전석 뒷문에 깊은 ‘문콕’을 냈다. 동승자 하차 후 주차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단순한 점검 작업이니 반신반의하며 차를 입고시켰다. 그리고 강원도 여행을 다녀온 뒤로 시트에서 종종 삐걱대는 소리가 나 그 부분을 함께 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답변을 듣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정말 나는 차를 잘못 산걸까? 친구들의 만류를 들었어야 했나?낡은 안마의자에 30분가량 앉아있으니 점검이 끝났다는 전화가 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내가 들은 첫 마디는 예상을 깼다. “잡소리 되게 심하던데,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겠어요. 영상 촬영했으니 보증접수 해드릴게요.” 국산차 서비스센터를 가도 보증수리 한 번 받으려면 미케닉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기 마련인데, 별달리 묻지도 않고 선뜻 보증수리해 준다고? 조금 전까지 근심이 가득했던 스스로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모든 게 순조롭게 해결됐다.잡소리를 냈던 시트 프레임. 우려가 무색하게 곧바로 보증수리를 받았다점검을 받고, 이틀 뒤 보증접수가 완료돼 부품을 주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트 프레임 재고가 없어 프랑스에서 부품이 오는 데 2주가량 소요된단다. 당장 운행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니 기다리겠노라고 답했고, 2주가 조금 넘어 부품이 도착했다. 얼마 뒤 다시 한 번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3시간 정도 소요된다던 작업은 1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교체한 부품을 확인시켜주고, 새 부품에 문제가 없는 걸 체크한 뒤 바로 출고했다. 이렇게 208의 첫 보증수리는 아주 깔끔히 마무리됐다.폴란드(!)에서 리어 스포일러를 직구했다. 부품값보다 배송료가 비쌌지만, 밋밋했던 뒷모습에 근사한 포인트가 됐다출고 3개월 만에 주행거리가 8,000km를 돌파했다. 연말까지 3만km는 거뜬히 타겠다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 개선할 부분도 있어푸조 서비스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대기시간이다. BMW는 정기점검이라도 한 번 예약하려면 2~3주 정도 대기하는 건 기본이요, 예약한 시간에 방문해도 두어 시각 더 기다려야 했다. 점검 한 번 받는데 반나절은 훌쩍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반면 푸조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센터와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내가 방문한 강서 서비스센터는 통상 예약 시점에서 일주일 정도 뒤부터는 원하는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또 입고와 동시에 내 차를 손봐주니 일정에 차질도 없었다. 시간을 쪼개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기다림이 없다는 건 매우 큰 이점이다. 다만 주말에는 작업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괴담과는 달리 서비스는 친절하고 정확했다. 개인적으로는 신차의 보증 서비스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불량에 대해 곧장 보증수리를 해 준 점 역시 마음에 들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데, 서비스센터도 그런가 보다. 동호회나 장기 보유 오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지방 고객들로부터 제기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방은 딜러사나 제휴 공업사가 교체되면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에서도 성수동과 과천의 직영 서비스센터를 제외하면 딜러사 교체 등으로 수시로 서비스센터가 새로 생기고 사라진다. 이번에 방문한 곳도 오는 10월께 강서지역 신규 딜러사가 서비스센터를 오픈하면 사라질지 모른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노력이겠지만, 대다수 고객은 너무 잦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할아버지뻘인 206 해치백을 만났다. 다음 달에는 이 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할 테니 기대하시라 글, 사진 이재욱
파사트 GT VS 캠리 하이브리드 베스트셀러의 접점 2018-05-15
PASSAT GT VS CAMRY HYBRID베스트셀러의 접점미국과 유럽, 각기 다른 시장을 겨냥한 두 중형 세단이 우리나라 땅에서 만났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비록 두 맹수의 서식지가 달라 결과는 알 수 없었지만 자동차 세계에선 접점이 생기곤 한다. 이날 모인 파사트와 캠리가 그 주인공. 각각 유럽과 미국을 호령하는 베스트셀러 중형 세단이 우리나라에서 만났다. 같은 거라곤 오로지 체급뿐이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다. 다른 성격만큼 서로 특징이 더욱 또렷이 드러날 테니.(왼)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오) 폭스바겐 파사트 GT 극과 극 스타일솔직히 말해서 캠리는 기자가 원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평범한 전륜구동 세단 비율 위에 그려진 요란한 그래픽은 마치 ‘숲’은 못 본채 ‘나무’에만 공들인 내공 없는 그림 같다. 반면 파사트는 전륜구동 세단임에도 섬세하게 손본 비율 위에 간결한 스타일을 입혀 탄탄한 분위기다. 덕분에 파사트 덩치가 훨씬 작은데도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저 유럽 스타일이 좋아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새로움이 가득한 캠리 실내. 3층 인쇄로 입체적인 분위기를 낸 타이거 아이 장식이 들어갔다각설하고 객관적으로 하나씩 살펴보면, 파사트는 군더더기 없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 중형 세단이다. 공간을 위해 휠베이스는 2,786mm로 늘렸지만 앞뒤 오버행을 줄여 길이가 이전보다 4mm 줄었다. 하나의 조약돌처럼 차체 전체가 한 덩어리로 보이는 이유. 특히 프론트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여 후륜구동 비율을 탐냈다. 수평적인 선을 두루 쓴 정적인 그래픽을 둘렀음에도 비율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비교적 정통적이지만 정갈한 구성으로 멋을 낸 파사트 실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길쭉한 송풍구가 독특하다캠리는 여유로운 스타일에서 미국 취향이 엿보인다. 동급 최고 수준인 2,825mm 휠베이스 앞뒤로 오버행을 길쭉하게 늘려 전체 길이가 무려 4,880mm에 달한다. 더구나 저중심 TNGA 플랫폼으로 높이까지 낮추어 더더욱 길쭉해 보인다. 옆에 선 파사트를 준중형 세단으로 둔갑시킬 정도. 그러나 조금 납작한 걸 빼면 전형적인 중형 세단 비율을 벗어나지 않는다. 화려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마냥 신선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이런 기조는 실내로 이어진다. 스티어링 휠 중앙 엠블럼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두 차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역시 현란한 쪽이 캠리고 정갈한 쪽이 파사트다. 캠리는 화려한 스타일과 버튼 배치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냈고, 파사트는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캠리의 3층 인쇄된 입체적인 타이거아이 장식과 파사트의 전통적인 무광 나무 무늬 장식만 보아도 두 차의 성격이 쉽사리 짐작 간다.뒷좌석은 캠리가 더 여유롭다. 더 긴 휠베이스 탓도 있지만, 시트 각도와 쿠션을 더 아늑하게 다듬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 캠리는 마치 폭신한 소파 같고 파사트는 사무실 의자 같달까. 여기서도 폭신한 걸 좋아하는 미국 취향과 탱탱한 걸 좋아하는 유럽 취향이 갈린다. 공간은 두 차 모두 널찍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캠리 뒷좌석은 폭 파묻히는 느낌이다 파사트 뒷좌석은 사무실 의자처럼 앉는 느낌이 깔끔하다디젤과 하이브리드, 독일차와 일본차이 비교의 중요 관전 포인트. 하이브리드와 디젤 파워트레인 비교다. 대륙별로 선호하는 파워트레인 비교이자, 하이브리드를 선도하는 토요타와 디젤을 이끄는 (잠시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는 했지만) 폭스바겐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제원상 성능은 전체적으로 캠리가 우위에 있지만 파사트가 몸무게가 90kg가량 가벼워 장담할 순 없다.먼저 파사트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굵직한 숨을 내쉬며 깨어난다. 공회전 상태 진동은 독일 디젤이니 뭐니 해도 어쩔 수 없는 디젤이다. 잔진동이 나지막하게나마 차체를 흔든다. 그래도 스타트 & 스톱 기능이 매우 적극적으로 작동해 첫 시동 걸 때가 아니라면 시내 주행 땐 공회전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캠리와 디젤 엔진을 얹은 파사트(왼쪽부터)움직이기 시작하면 독일제 기계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디젤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고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매끄러운 변속으로 선형적인 가속을 이어간다. 특히 클러치가 맞물리는 변속기 특성상 가속페달을 떼면 심하게 감속했던 이전과 달리, 부드럽게 속도가 줄어 페달 조작이 자연스럽다. 다만 급가속은 한 박자 쉬고 이어진다. 주행 중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변속기가 저단 기어를 맞물리길 기다린 후 속도를 붙인다. 가속은 0→시속 100km 가속 시간 7.9초 제원에서 엿볼 수 있듯 부족함 없는 수준. 40.8kg·m의 최대토크가 1,900rpm부터 시작해 3,300rpm까지 나오기 때문에 고회전까지 꾸준한 가속이 이어진다. 시속 170km 정도는 거침없이 돌파하며, 꾸준히 페달을 밟으면 220km/h 까지도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 안정감은 아우토반 출신답다. 부드러운 스프링을 댐퍼가 든든하게 차체를 붙들어 좋은 승차감과 안정적인 성능 두 상반된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킨다. 사실 190마력 정도의 출력에 GT라고 이름 붙인 게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고성능 섀시를 맛보니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아쉬운 점도 있었다.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를 너무 믿기 때문인지 변속기가 저속 기어로 바꿔야 할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고속 기어를 물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 도로에 내려갔다 올라올 때 고단으로 바뀐 기어가 저단을 물지 않아 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없다가, 페달을 더 밟으면 그제야 단수를 낮춰 급하게 속도를 붙인다. 이럴 땐 페달을 더 밟기보단 패들시프트로 직접 변속하는 게 속 편하다. 이어 캠리로 자리를 옮겼다. 첫 느낌은 역시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 두 차의 길이 차이가 115mm에 달하고 앞 오버행도 긴 탓이다. 그래도 보닛을 이전보다 40mm 낮춘 덕분에 낮은 시트 높이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좋아 덩치에 대한 부담은 적다.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레디’ 글자만 켜질 뿐 어떤 진동도 없다. 하이브리드 답게 모터만이 준비를 마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돌아다니는 정도로는 엔진이 움직일 기미도 없기 때문에 공회전이나 저속에서의 정숙성은 디젤 파사트와 비교 불가다.하이브리드 강점은 시내 주행에서도 이어진다. 비교적 급한 우리나라 도로 흐름에 맞추려니 2.5L 가솔린엔진이 부지런히 켜지지만, 저속 토크 강한 전기모터가 힘을 붙인 덕분에 언제나 움직임이 민첩하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즉각 반응해 내연기관 특유의 저속 지연 현상이 없다. 전기모터로 구현한 무단변속기도 동력 끊김 없이 부드럽게 가속을 잇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전기모터가 먼저 반응한 후 뒤이어 엔진이 켜지면서 힘을 더한다. 전기 모터와 엔진 힘을 합친 시스템 최고 출력은 211마력. 1,655kg 덩치를 끌기엔 충분한 수치로 호쾌하게 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시속 150km 정도에 이르면 전기모터의 이점이 줄면서 가속이 점차 더뎌진다. 게다가 높은 rpm을 유지하는 무단변속기 탓에 가속 시 먹먹한 소리도 흠이다.시속 192km에 다다르면 속도계가 멈춘다. 토요타가 설정해놓은 안전 제한 속도다. 남아있는 힘에 비하면 속도제한이 다소 이른 편. 이때 안정감은 보통 수준으로 딱 패밀리 세단답다. 파사트와 비교하면 스프링에 비해 다소 댐퍼가 물러 조금 더 통통 튄다. 비교적 무게 중심이 낮아 불안한 기색은 적지만 전체적으로 이토록 빠른 속도를 겨냥한 차는 아닌 듯하다.캠리는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들어갔지만 트렁크 공간은 일반 중형 세단만큼 넉넉하다 파사트 트렁크 용량은 586L로 넉넉하며 뒷좌석을 접으면 1,152L까지 늘어난다적극적인 파사트, 소극적인 캠리첨단 주행 보조 기술은 파사트가 한 수 위다. 파사트는 다른 차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넣은 반면 캠리는 신차 치고는 첨단 기술에 인색하다. 동급 차에 이미 있는 기능들로만 꾸려졌다.가장 와닿는 차이는 차선 이탈 방지 장치다. 이름 그대로 차가 차선을 읽고 이탈하지 않도록 알아서 운전대를 조작하는 기능. 파사트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율주행 차처럼 차선 가운데를 쫓지만, 캠리는 이탈 직전 운전대를 살짝 꺾는 수준에 그친다. 말 그대로 진짜 ‘방지’만 해준다.캠리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은 체면치레 수준이다위급 시 안전 기술을 보면 그 차이는 더더욱 벌어진다. 파사트엔 도로변 보행자를 감지해 잠재적 사고를 예방하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충돌 후 알아서 속도를 줄여 2차 사고를 방지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충돌을 예상하면 미리 창문과 선루프를 닫고 안전벨트를 조이는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이 들어가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만을 갖춘 캠리를 멀리 따돌린다.파사트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다양하게 들어갔다환경에 따라두 차의 공인연비는 파사트 15.1km/L, 캠리 16.7km/L다. 실제로 도심 주행에서 캠리는 리터당 21km를 넘는 효율을 보이는 등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강점을 또렷이 드러냈다. 같은 주행에서 파사트가 보인 연비는 리터당 약 16km 정도. 고속 연비는 공인 고속연비(파사트 17.2km/L, 캠리 17.1km/L)에서 엿볼 수 있듯 두 차가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다소 격한 주행에서의 결과는 달랐다. 약 111km 고속 위주의 길(도심 20%, 고속 80%)을 1시간 20분 만에 빠르게 주행한 후 연비는 파사트가 리터당 16.3km, 캠리가 리터당 14.5km로 나타났다. 주행 환경에 영향을 적게 받는 디젤과 급가속시 연비 차가 큰 하이브리드 특성에 따른 결과. 평소 부드럽게 운전한다면 캠리가, 빠른 주행을 즐긴다면 파사트가 경제적인 셈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GT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답게 효율과 성능, 그리고 승차감까지 모든 게 준수했다. 굳이 우위를 가르자면 성능은 파사트 GT가, 안락함과 효율은 캠리가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였다. 가격은 파사트 GT가 4,320만~5,290만원이며 프레스티지 트림 시승차는 4,990만원, 캠리 하이브리드는 단일 트림으로 4,250만원이다. 원래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파사트 GT 인기가 더 높았겠지만, 지난날 불거진 여러 사건과 점차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 인기 때문에 쉽게 속단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무슨 차가 더 좋았냐고? 기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은 파사트다. 성능과 효율을 떠나 디자인 또한 매우 중요한 가치니까. 글 | 윤지수 기자 사진 | 최진호, 이병주
[응답하라 1984] 알파로메오 스파이더 2018-05-11
알파로메오 스파이더밀라노의 기술에 담긴 나폴리의 정열​※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알파로메오는 지난 6월초 토리노 모터쇼에서 새 모델 147을 발표하여 조촐하게 창사 90주년을 기렸다. 돌이켜보면 1910년 6월 24일 알파(ALFA) 엠블럼을 단 첫차가 세상에 나온 뒤 90년이 흘렀다. 자동차사 100년에 10년이 모자라는 긴 세월이다.​프랑스인 알렉상드르 다라크가 이태리 나폴리에 세운 자동차 회사 SIAD를 이어받은 프랑스와 이태리의 혼혈아 알파. 그러나 라틴계의 순수한 정열이 핏속에 흐르고 있다. 불타는 정열을 아련한 추억에 담은 알파로메오의 꽃은 스파이더다.​​​​​북방의 기술에 남방의 정열 담아  알파로메오는 정열과 추억을 한데 버무려 빚어냈다. 알파 스파이더 드라이버는 뜨거운 정열을 갈구한다. 스파이더는 적도의 무자비한 태양이 아니라 감미로운 지중해의 열기를 담고 있다. 어느 독일 시인은 말했다. 스파이더는 정열의 나폴리인 니콜라 로메오(1918년 2월 자동차 메이커 알파를 흡수하여 알파로메오를 만든 주인공)와 밀라노의 자동차 메이커 알파가 힘을 합쳐 만든 서정적인 작품이라고.​알파로메오를 상징하는 엠블럼도 독특하다. 알파와 로메오가 합쳐진 것처럼 알파로메오 방패도 중세부터 내려오는 두 개의 문장을 하나로 합쳤다. 세로로 나누어진 왼쪽은 밀라노 공국의 문장이 차지하고 있다. 그 오른쪽에는 귀족가문 비스콘티의 문장이 자리잡고 있다. 밀라노 문장은 흰 바탕에 붉은 십자가가 선명하고, 비스콘티 문장에는 소년을 삼키고 있는 용이 몸을 비틀고 있다.​ ​​세계 모터스포츠계의 거인들 타지오 누보랄리, 엔초 페라리, 니노 파리나와 후안 마누엘 판지오가 알파로메오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대의 영웅들은 오늘날의 프로 드라이버처럼 경기에서 거액을 노리지도 않았다. 정열의 나라 브라질 출신 판지오가 알파로메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저씨 때문이었다. 그를 아주 귀여워하던 아저씨는 그를 차에 태우고 돌아다녔다. 바로 2+2 스파이더였다. 어른 시트 2개에 어린이가 편안히 타고 다닐 수 있는 시트 2개를 곁들여 인기가 높았다. 스파이더와 함께 뛰놀던 장난꾸러기 후안 마누엘은 뒷날 알파로메오의 프로 드라이버로 변신했다. 그리고 세계 모터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는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2차대전 이후 알파로메오 오픈카는 모두 2600 스파이더의 뒤를 이어받았다. 2600은 투어링 밀라노로서는 보기 드물게 화려하고 당당한 보디를 뽐냈다. 1960년대 중반 2600 스파이더는 제2차 대전 이전의 우상이었던 프레치아 도르와 빌라 데스테를 화려하게 되살렸다. 직렬 6기통과 8기통 엔진을 얹어 무서운 힘을 자랑했다.​직렬 6기통 2.6ℓ는 145마력을 뿜어냈다. 62년에서 65년 사이에 2600 스파이더 투어링 2천255대가 나와 거리와 서키트를 누볐다. 최고 시속 200km는 주위를 놀라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거리를 달릴 때나 큰 명예가 걸린 서키트에서나 2600 스파이더는 언제나 선두 그룹을 지켰다.​​​암울한 시대 밝힌 빨간 스파이더 흑백 시대의 어느 영화에서 알파 스파이더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영화계의 거장, 알파로메오 매니아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가 만든 작품이었다. 도로, 서키트와 은막을 통해 알파 스파이더는 60년대의 선두주자로 힘차게 달렸다. 스파이더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휴일이면 정열을 불사르는 스피드의 화신이었다.​​세계 자동차계의 정상을 달리며 명성을 떨친 지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알파 스파이더를 다시 만났다. 알파의 핸들을 잡으면, 문득 그때의 기대가 지금도 헛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3개의 금속 스포크가 달린 고전적인 나르디-홀츠 핸들을 보라.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욱 빛난다. 핸들만 보고 있어도 틀어잡고 달려나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이태리 고속도로 아우토스트라다를 달리는 그란 투리스모로서의 스파이더 투어링은 부드럽게 물결치며 그 뛰어난 제작기술을 자랑했다. 문득 스파이더의 배기음이 투명한 얼음 조각처럼 내 목덜미와 등골을 오싹하게 타고 내렸다.​​​신좌파의 기수 바더 마인호프가 이끄는 반체제 학생운동이 서유럽을 휩쓸던 1968년. 그러나 알파로메오만은 암울한 시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열의 진홍색 스파이더를 세상에 내놓았다. 4기통 8밸브 엔진은 당대 최고의 듀엣 사이먼과 가펑클의 기타소리를 연상시키는 음악을 연주했다. 아울러 영화에 등장한 스파이더는 당대의 명배우 더스틴 호프먼과 인기를 겨루었다.​​​​배기량 높이면서도 순수 혈통 지켜  66년에서 91년까지 알파로메오 스파이더는 오쏘 데 세피아, 패스트백과 새로운 계보의 기함을 잇따라 내놓았다. 단종의 위험을 뛰어넘으며 파워를 앞세운 대형 쿠페에 맞서 검투사처럼 싸웠다. 스파이더는 1300 주니어에서 1600 두에토와 1750 벨로체로 배기량을 높이면서도 순수 혈통을 굳게 지켰다. 한편 드라이버들은 상쾌한 배기음과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몰아치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렸다.​​​​​스파이더는 우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했다. 디자인 거장 바티스타 피닌파리나가 빚은 클래식 스파이더는 지금도 점화키를 돌리자 시원스런 배기음을 내며 되살아났다. 한 손으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루프도 당대의 명물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잽싸게 빨간 광주리형 루프를 올리고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대시보드의 계기는 듬성듬성 떨어져 있지만 알아보기 쉬웠다. 두에밀라 패스트백 스파이더는 카사타-아이스베허제 회전계와 타코미터를 달아 차의 품위를 높였다. 센터 콘솔의 기어 레버도 가볍고 정확했다. 이태리의 뜨거운 정열을 담아내는 빨간 스파이더는 공력적으로도 뛰어났다. 시대를 앞지른 공력적 프론트로 공기를 가르고, 저항을 낮추는 테일 디자인으로 공기터널을 빠져나갔다.​줄리에타 스파이더, 투어링 스파이더와 패스백은 날씬한 허리선이 아름답고도 경제적이었다. 콕피트에 들어간 드라이버는 앉는 위치가 낮아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시야에 장애를 받지 않는 설계가 돋보였다. 더할 수 없이 아늑하고 몸에 착 들어맞는 시트 위치를 세 모델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왼쪽 팔굽을 도어 위에 얹고 오른 팔로 조수석의 연인을 감싸안는 기분은 정말 황홀하다.​​​​​​스포츠와 예술의 향기 아우른 명기 1930년 알파로메오는 운명을 건 대모험을 통해 모터스포츠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이태리에서 벌어진 제4회 밀레 밀리아는 거리 1천600km가 넘는 비포장도로에서 벌이는 역사적 랠리였다. 선두주자의 기록은 16시간 19분, 평균 시속 100km를 넘어섰다. 세계 모터 스포츠계의 영웅 타지오 누보랄리가 알파로메오 6C 1750 수퍼스포츠 자가토 스파이더를 몰고 올린 빛나는 기록이었다. 이로써 그는 모터 스포츠 사상 최고의 드라이버로 손꼽히는 영광의 길을 달렸다.​그 뒤 신사 드라이버들의 스파이더 경주가 등장했다. 누보랄리는 파트너인 미캐닉 지오반니 바티스타 귀도티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팔을 도어 위에 얹은 채 핸들을 잡았다. 한껏 멋을 부리던 누보랄리는 브레시아의 첫 급커브에서 핸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정상의 테크닉 덕택에 두 사람은 목숨을 건졌다.​그들이 몰고 달린 알파 6C 자가토는 서키트용 경주차였다. 휠이 큼직한 4스포크 핸들은 손잡이를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당대의 하이테크를 담았다.​​​​요즘은 어느 자동차나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누보랄리는 30년대에 이미 시트 조절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운전석 바닥판에 어떤 장치를 달아 시트를 조절하는 방안이었다.​그때 알파로메오 기술진이 조절형 시트를 개발했다면, 스파이더는 가장 안락한 조절형 좌석을 단 최초의 오픈카가 되었을 것이다. 알파로메오는 빛나는 대변혁을 살짝 비켜 오늘에 이르렀다.​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알파 스파이더는 알파로메오 90년 역사의 절정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이다. 기술에 정열을 담은 스파이더는 스피드 매니아만이 아니라 시인과 사상가에게도 어울리는 탈것이었다.​​ ​
[응답하라 1984] 렉서스 LS430 vs 벤츠 S4.. 2018-05-09
렉서스 LS430 vs 벤츠 S430 vs BMW 740IL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 한데 모였다. 사치스러울 만큼의 호화로움에 눈이 부시고 검증된 성능이 가슴을 두드린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차가 아닌 만큼 맞이하는 태도부터 조심스럽다. 이름 하나 하나에서 메이커의 자존심을 느껴본다. 어쩌면 명차로 기억되어질 작품일 수 있다.시승차 모두에 얹힌 V8 엔진은 V6 엔진을 단 일반 고급차와의 차별을 의미한다. 배기량 4.3ℓ는 고급 세단의 국제 표준인 듯한 기분마저 든다. 최고급차이니 만큼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나 메이커마다의 지향점도 고려해야 한다. BMW와 벤츠로 양분된 국내 고급차시장에 미칠 렉서스의 영향력도 관심거리다.​ 렉서스 LS430기름칠을 한 듯한 부드러움으로 정숙성의 극치 보여줘 ​  ​​렉서스에 대한 느낌은 호기심에 가까웠다. 장인의 경험 어린 감각보다는 전자장비로 꾸며지는 고급차의 추세를 만든 주인공. 유럽의 명차들을 긴장하게 한 매력은 무엇이고 국내에서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21세기 일본의 차 만들기 수준을 알고 싶었다. LS430은 11년만에 풀 모델 체인지된 새차다. LS400에 비해 배기량을 늘리고 덩치를 키웠다. 한결 부드럽게 둥글려진 모습이지만 최고급 세단다운 중후함은 오히려 향상되었다. 수백, 수천 번 컴퓨터로 검토한 디자인은 공기저항계수를 0.25로 낮추었다.​​렉서스가 LS430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그릴과 헤드램프의 조화를 이룬 곡선미다. 하지만 위쪽으로 부풀려진 헤드램프와 일자형 라디에이터 그릴, 두툼한 범퍼와 몸매가 이루어내는 모습에서 구형 벤츠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일본차를 비아냥거리는 말 중에 `모방은 있지만 카리스마는 없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 저것 다른 차들의 장점만을 흡수한 탓에 디자인이나 성능에서 색깔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차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요즘 미국시장의 분위기 앞에선 괜한 독설일 뿐이다. 실키 식스 엔진을 자랑하던 BMW가 8기통 DOHC 엔진을 개발한 것도 렉서스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LS430의 운전석은 전자왕국 일본의 느낌이 그대로 드러난다. 복제가 불가능한 전자식 키와 시동을 켜면 나타나는 계기판 바늘(빛을 발하는 붉은색 바늘이 너무 아름답다), 타고 내리기 편하게 스스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 등 렉서스가 최초로 도입, 혹은 발빠르게 대처한 전자장비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숙성은 명성 그대로다. 시동 여부의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다. 도요타의 NVH 정책이 얼마나 완벽한지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액셀 페달의 감각은 독일차와 조금 다르다. 페달의 유격이 깊고 초기 반응이 예민하다. 차는 부드럽게 출발하고 정확히 선다.​경쟁차에 비해 소프트한 서스펜션이 안락감을 더한다. 극도로 억제된 엔진음과 진동은 주행중에도 변함이 없다. 관절마다 잔뜩 기름칠을 한 것 같은 부드러움은 벤츠와 또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비포장길을 달릴 때 콕피트 어디선가 가끔씩 스프링 소리가 난다. 아 , 도요타와 잡음은 연결이 되질 않는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것이다.급가속을 시도하면 차는 무서울 만큼 빠르게 돌진한다. 시속 100km 도달시간 6.2초의 성능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 상황에서도 엔진음은 아련하기만 하다. 추월을 한 뒤에도 너무 빠르게 맞닥뜨리는 앞차 탓에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는다. 최고급차에 시속 200km는 무덤덤하기만 하다. 넘치는 자신감에 가슴이 뿌듯해진다.지나치게 조용한 차는 운전자를 주변과 격리시킨다. 창문을 여니 그제서야 들리는 소음이 반갑기까지 하다.​ 벤츠 S430완벽 그 자체, 벤츠를 알려면 최고급 차를 타라 ​  ​`벤츠가 만들면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답은 항상 `그렇다`였다. 벤츠가 재채기를 하면 다른 메이커들이 감기에 걸린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벤츠를 볼 때마다 늘 마음에 차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벤츠의 새 모델은 어색함으로 다가왔다. 구형 S클래스가 그랬고 새로워진 C클래스나 S클래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랬듯 시간이 흐르면 점점 익숙해지고 마침내는 유행을 리드한다. 벤츠만의 저력이다.​너무 크고 자원낭비적이라는 비판 때문이었을까? 신형 S클래스의 변화는 파격에 가깝다. 구형을 볼 때 탱크가 연상되었다면 지금의 모습은 물찬 제비다.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와 곡선이 지나친 프론트 그릴이 아쉽지만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우아하면서도 유연한 실루엣에서 단점을 찾기 어렵다. 차 전체가 한 덩어리의 무쇠같이 단단해 보이는 감각은 벤츠만의 재주로 보인다.비싼 차이기에 조심스레 문을 여닫는다. 너무 조심했던 걸까? 문이 완전히 닫히질 않았다. 그러나 힘들여 다시 닫을 필요가 없다. 마치 로보캅처럼 스르르 알아서 저절로 닫히기 때문이다. 눈이 동그래지는 순간이다.S430의 모든 전자장비는 광섬유로 연결되어 오작동과 고장을 예방한다. 시속 40∼160km에서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주며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디스트로닉 에어 서스펜션과 4단계 전자제어 가변 댐퍼를 조합시켜 감쇄력을 조절하는 에어메틱, ABS나 ESP로 부족해 설치한 제동력 보조장치인 BAS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첨단장비와 안전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다.​검은색 바탕에 반짝거리는 우드 그레인과 크롬 장식으로 멋을 살린 실내에서 화사함마저 느낀다. 벤츠의 매력은 무뚝뚝함에 있다던 얘기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벤츠 S430의 V8 4천266cc 엔진은 279마력짜리다. 새로 개발한 3밸브 트윈 스파크 시스템을 써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방식 4링크로 알루미늄과 단조강을 써서 반응이 뛰어나다. ​​​묵직한 출발이 고급스럽다. 그러나 발 끝에서 느껴지는 힘은 넘칠 만큼 강하다. 유혹을 이기지 못해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S430은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간다. 통쾌하면서도 응집된 가속력과 억제된 소음, 어느 순간에서도 잃지 않는 안정감에서 최고급차의 진수를 느낀다. 아무리 거칠게 몰아도 차는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운전 재미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스스로 알아서 해주는 코너링과 완벽에 가까운 브레이크, 흐트러짐 없는 핸들링과 쾌적한 실내공간까지 모든 것이 기대치를 넘어섰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만들어내는 충격흡수 능력 또한 경쟁차 중 최고다. C클래스를 두고 `작아도 벤츠`라는 말이 있지만 진정한 벤츠를 알기 위해선 최고급 모델을 타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BMW 740iL 호화+스포티 감각으로 세계 최고의 핸들링 뽐내 ​​BMW의 모든 차들은 스포티하다. 크기에 상관 없이 일관되어온 스포티함은 세계 최고의 핸들링이라는 평가와 함께 BMW의 모든 차들을 스포티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7시리즈의 스포티함은 독특하다. 호화스러움을 겸비한 스포티 감각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BMW는 세계 프레스티지카 시장에서 날렵한 이미지로 승부한다.7시리즈에는 리무진을 비롯해 다양한 배기량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740iL은 대표주자로 평가되어진다. 엔진 효율과 전체적인 밸런스, 경제성 등을 종합해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740iL과의 만남은 7시리즈 중 베스트카를 대하는 기분이다.이제는 전혀 콩팥을 닮지 않은 키드니 그릴과 4개의 원형 램프는 BMW만의 전유물이다.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BMW만의 강한 이미지는 변화를 소극적으로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BMW는 벤츠와 더불어 자신의 색깔보다 메이커의 색깔이 짙은 차다.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커 입장에서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하는 것보다 나은 디자인은 없기 때문이다.740iL의 운전석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맞춤옷처럼 완벽한 운전자세를 만든다. 암팡진 대시보드 덕에 운전자를 중심으로 꽉 짜인 느낌이 만족스럽다. 최고급차인 만큼 우리가 첨단이라고 생각하는 편의장비는 다 갖추었다고 보면 된다. 안 갖춘 것이 있다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첨단 소재로 만들어진 V8 4천398cc 286마력 엔진은 2톤에 가까운 차를 가볍게 움직인다. 0→100km 가속 7초 내외의 기록은 어느 스포츠카에 못지 않다. 가장 편안한 속도는 시속 120∼160km 사이이다. 시속 180km는 너무 쉽게 이르는 속도 영역이라 밍숭맹숭하고 200km를 넘기는 일 역시 예상대로 우습다. 어느 속도에서건 중간 가속이 수월하고 스텝트로닉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5단 자동기어는 속도 영역을 잘게 나눈 만큼 변속이 부드럽지만 시승차만의 문제일까,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갈 때 가끔씩 쿨럭거림이 느껴진다. 예전 운전자의 습관을 기억하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운전자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게다. 고속에서도 소음은 차의 상태를 느낄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벤츠나 렉서스에 비하면 시끄러운 편이다. 문제는 경쟁차가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다. 나에게 있어 BMW의 엔진음은 스포티함을 부추기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궁극적인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BMW의 매력은 핸들링에서 비롯된다. 핸들링은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기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행중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변화에 대응하는 조정능력을 말한다. 차의 무게중심 이동, 노면의 상태 등 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고 이에 대응하는 핸들링의 결정요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차의 무게중심 위치, 휠베이스의 길이와 너비, 타이어 등이 함께 이루어내는 몸놀림을 말한다. 결국 운전자와 얼마나 교감이 이루어지고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주는가가 핸들링의 평가 기준이다. BMW의 핸들링은 그런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에필로그 셋 중 하나를 고른다면 나머지 두 차가 아쉬울 것화려한 시간이었다. 자동차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핸들링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BMW740iL, 내리기 싫을 만큼 완벽했던 벤츠 S430, 정숙함의 극치를 보여준 렉서스 LS430 모두에게서 사치를 누리는 기쁨을 맛보았다. 모든 것이 기준치 이상인 차에서 단점을 끄집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경쟁차에 비해서 부족한 면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렉서스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과학적 호화로움이 넘치는 유럽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뒷좌석 편의시설은 값으로 상쇄시키기 어려운 렉서스의 과제다. 셋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겠지만 고르지 않은 나머지 두 차에 대한 아쉬움이 클 것이다.​​ ​ ​
제멋대로 나들이카 시승기 - 下 2018-05-08
제 멋 대 로나들이카 시승기  정답은 없다. 무난한 SUV, 함께 행복한 MPV, 내가 신나는 오픈카, 욕심쟁이 왜건, 짐이 행복한 트럭,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를 위해, 또는 우리를 위한 여행이니 각자 좋을 대로 떠나면 그만이다.글 |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 최진호, 이병주 SSANGYONG REXTON SPORTSActive Urban 최근에 본 자동차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렉스턴 스포츠의 ‘오픈형 렉스턴’이다. XX한 OOO라는 문장구조가 조금은 촌스럽고 상투적이지만,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이만한 표현이 없다. ‘오픈형’이라는 단어로 차의 성격과 특징을 생생하게 담았고, 렉스턴의 일원임을 강조하면서 상용차의 이미지를 지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 문구만으론 렉스턴 스포츠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바로 활용성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물건을 싣는데 제약이 없는 널찍한 적재함을 갖게 되면서 보통의 SUV가 할 수 없는 다양한 레저 활동 지원이 가능하다. 오늘 모인 차 중 가장 다양한 형태의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차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담백해진 렉스턴 이전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는 나온 지 10년이 넘은 액티언 스포츠에 기반을 두고 있어 가족과 함께 하는 차로 추천하기 어려웠다. 제한된 길이에서 적재면적을 확보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내는 비좁았고, 오래된 플랫폼에서 비롯된 부족한 주행 안전성과 운전 편의성이 문제였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는 다르다. 렉스턴의 파생 차종인 만큼 믿음직스런 덩치에 내실도 갖췄다. 디자인은 애써 고급스러워 보이려 노력한 렉스턴에서 적당히 힘을 뺐다. 크롬 장식을 덜어낸 라디에이터 그릴, 대시보드 언더 패널의 스티칭 삭제 등 느끼함이 줄고 담백해졌다. 아마도 고급 SUV로 포장된 렉스턴과 거리를 두고, 보다 젊은 고객층을 파고들려는 렉스턴 스포츠의 제품 성격을 감안했으리라. 대시보드 하단의 격자형 스티치도 단순화되었다약 10cm가량 늘어난 차체 길이의 대부분은 2열 공간 확대에 쓰였다. 덕분에 시트 각도가 조금 더 완만해졌고 무릎 공간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코란도 스포츠에서 그대로 갖고 온 2열 시트는 여전히 방석길이가 짧은 편. 어떻게 앉아도 불편하다. 따라서 뒷좌석 공간만 놓고 본다면 부모님이나 장성한 자녀와 함께 사는 가장보다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에게 더 어울린다. 적재공간은 이전(2.04m2)과 면적이 같지만 몇 가지 개선을 통해 활용도를 높였다. 우선 적재함을 침범했던 휠하우스 면적이 줄면서 실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다. 적재함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마감재도 물청소하기에 적합한 형태와 표면 처리로 달라졌다. 아울러 테일게이트 부근에는 파워아웃렛을 마련하여 외부에서도 차량용 전원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코란도 스포츠에서 그대로 가져온 2열 시트는 활용성이나 편의성에서 여전히 아쉽다넉넉한 적재함이 렉스턴 스포츠의 모든 단점을 커버한다시동을 걸면 충분히 억제된 엔진 진동과 소음이 이 차가 트럭이라는 사실을 깨끗이 잊게 만든다. 사실 렉스턴보다 차값이 저렴한 만큼 안 보이는 곳에서 원가절감이 이루어졌으면 어쩌나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보다. 파워트레인은 코란도 스포츠에 쓰였던 181마력의 2.2L 디젤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여 최대 토크 발생 시점을 1400rpm으로 낮추고 2800rpm까지 평탄하게 세팅한 결과, 같은 엔진을 쓰는 렉스턴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조금씩 줄었다. 물론 체감될 만큼이나 힘이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낮아진 최대토크 발생 시점 덕분에 렉스턴보다 초반 순발력이 좋다. 변속감은 여느 쌍용차와 마찬가지로 물 흐르듯 부드럽다. 전통적으로 쌍용차의 주요고객인 중장년층 취향에는 어울릴지 모르나 직결감을 강조하는 요즘 분위기와 동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기존 코란도 스포츠와 같은 2.2L 디젤전체 실내분위기는 렉스턴 보다 담백하다한편 저속에서의 응답성에 비해 고속에서는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일정하게 빠르거나 늦으면 예측이 가능할 텐데 때에 따라 다른 반응에 당황스럽다. 이 역시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서스펜션은 최대 400kg 짐까지 실어 나르는 상황을 고려해 단단하게 매만졌다. 여기에 진동을 증폭시키는 프레임 보디 구조의 고질적인 단점과 차체를 각기 흔들어대는 캐빈과 적재함이 맞물려 승차감을 악화시킨다. 태생부터 보디 온 프레임 설계를 고수해온 쌍용의 역사를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물론 짐을 실으면 이 같은 문제는 확연히 줄어든다. 적재함 달린 SUV길이 5,095mm, 너비 1,950mm의 둔중한 차체를 담당하는 스티어링은 조작감이 둔한 편이다. 따라서 운전자가 조금만 정신을 팔면 차선을 넘어가기에 십상이다. 이 때문에 조심할 것 많은 도심에서는 운전하는데 적잖이 신경이 곤두선다. 역시 이 차는 한적한 교외에서 달리는 편이 더 맞나 보다. 아무래도 일반 SUV와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오프로드와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동시에 지원하는 능력은 다른 차가 흉내 내기 힘든 렉스턴 스포츠만의 장점이다. 캠핑, 낚시, 자전거,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레저 활동에서 높은 활용성이 입증되어 이제는 SUV 대체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화물차로 분류되므로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하고 개인사업자는 구매 비용과 유지비용을 비용처리로 인정받기 쉽다. 물론 몇 가지 단점이 또렷하지만 렉스턴보다 1,000만원이 저렴한 공격적인 가격정책 덕분에 상품성도 뛰어나다. 아마도 쌍용자동차 입장에서는 모델 수명을 다한 코란도C와 중형 SUV 역할까지 렉스턴 스포츠가 도맡아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가격대로 구성했으리라. 가성비와 쓰임새로는 따라올 차가 없지만 크게 떨어지는 주행성능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적재함에는 파워아웃렛이 장착됐다글 이인주 기자   HONDA ODYSSEY아빠의 미소식구가 늘면 그에 따른 기쁨도 잠시뿐. 시간적 여유에서 통장 잔고까지······ 가장이 포기해야 할 여건은 점차 늘어난다. 자동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싱글일 때는 2도어 스포츠카를 탔던 이들도 자녀가 생기고, 부모와 함께 살면 어쩔 수 없이 대형 세단과 SUV를 찾는다. 그래서 각 제조사들은 스타일이나 성능 등 아빠의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틈새 모델을 만들어 왔다. 뒷좌석 승객과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는 BMW M5와 쿠페의 멋을 간직한 메르세데스 벤츠 CLS, 주행성능이 뛰어난 포르쉐 카이엔이 바로 그런 결과물일 터. 그러나 한 대의 차에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담기 위해선 고가의 장비나 설계 노하우가 필요하고 덩달아 찻값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차들은 평범한 가장이 손에 넣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이 되고 만다. 하지만 혼다 오딧세이는 다르다. 여덟 명의 사람을 태우고 승용차와 비슷한 주행감각을 뽐내지만, 평범한 가장도 조금만 무리한다면 충분히 거머쥘 만큼 가격 접근성이 좋다. 물론 오딧세이가 앞서 말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퍼포먼스카와 비슷한 성능을 내진 않는다. 다만 가족을 위해 응당 양보해야했던 운전의 즐거움을 생각지 못한 장르에서 누릴 수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베스트셀링 미니밴의 노하우오딧세이는 1세대 데뷔 이후 미국에서만 총 2,30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로 현재는 5세대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밴 성격을 녹인 7인승 SUV가 범람하며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진 않다. 하지만 크로스오버가 오리지널을 능가할 순 없는 법. 뒷자리에 타는 가족들 입장에선 바지춤을 치켜 올려 멋을 낸 SUV보다는 넉넉한 공간과 승객 편의성을 확보한 미니밴이 확실히 낫다. 미니밴이 SUV보다 나은 이유는 낮은 플로어에 있다. 플로어가 낮아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오딧세이는 혼다 특유의 저중심 설계 사상을 반영해 동급 미니밴 중에서도 바닥을 가장 낮추었다. 그만큼 승하차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실내 높이도 넉넉하다. 여덟 명의 승객이 편하게 앉는 3열 시트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좌석을 억지로 추가한 국산 미니밴과 확실히 다르다. 또한 2열 시트 위치를 옆으로 이동시키면 3열로 드나들기 한결 수월하다. 3열 시트 역시 충분한 머리 공간과 전용 에어 밴트, 컵홀더를 갖춘 진짜배기다.2열 가운데 좌석을 탈거하면 시트를 좌우로 슬라이딩 할 수 있다가족 지향적인 편의 장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오딧세이만의 장점.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에 내장된 진공청소기는 과자를 흘리는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아빠가 될 수 있는 '잇 템'으로 가정용 못지않은 강력한 흡입력에 1열 매트까지 주둥이가 닿을 만큼 충분한 호스 길이를 자랑한다. 아울러 운전자와 3열 승객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마이크와 스피커를 결합한 캐빈 토크(Cabin Talk), 뒷좌석 상황을 대시보드 모니터에 비추는 캐빈 와치(Cabin Watch)는 사용자를 철저히 연구한 흔적들이다. 시거잭 전원을 사용하는 애프터마켓 차량용 청소기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2~3열에 앉은 자녀의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 할 수 있는 캐빈 와치위에 달린 모니터와 기본으로 제공하는 두 개의 무선 헤드셋은 장거리 나들이에서 아이들의 지루함을 달래줄 최고의 무기다 고급세단을 품은 미니밴오딧세이는 가족만 즐거운 나들이용 차가 아니다. 운전자까지 미소짓게 만드는 진짜 승용차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 역시 앞서 언급한 낮은 플로어와 저중심 설계 덕분이다. 세단과 다름없는 운전 감각은 2m에 육박하는 큰 키와 2톤의 덩치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하고, 기대하지 않던 운전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숨은 주역이 V6 3.5L 엔진이다. 계기판을 보고서야 시동이 켜진 것을 알아차릴 만큼 진동이 적고 조용하며, 회전수를 올려도 부드럽게 작동한다. 284마력의 힘이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미니밴치곤 강력한 가속임에는 틀림없다. 1열과 2열에 달린 이중접합 차음글라스가 만든 조용한 실내는 '내가 지금 고급 세단을 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기자가 오딧세이를 고급 세단이라 느낀 한 가지 이유는 또 있다. 여느 고급 세단 못지않은 먹성이다.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6.7~8km/L 사이 수준. 6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2톤의 차체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엔진 회전을 잘게 쪼개어 쓰는 10단 자동변속기와 실린더 휴지기능의 역할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시속 100km에 이르러서야 9단, 10단 기어를 사용하므로 일상 영역에서 사용하는 최대 단수는 7~8단 정도라 보면 된다. 이렇듯 부족한 경제성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수입 미니밴의 공통점이다. 국산 미니밴의 대체 차종으로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우리 가족이 편하게 탈 수 있는 고급 세단으로서 오딧세이를 바라본다면 이만한 차도 없다. 1열 열선 및 통풍 기능,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차로 이탈 보조,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등 고급 세단 못지않은 안전 및 편의 장비도 꼼꼼히 챙겼다(그러나 차선 유지 기능이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능력은 다른 회사보다 움직임이 거칠다). 고급 세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프리미엄 미니밴으로 오딧세이를 추천하는 이유다.사용하기에 편리한 조작부 배치와 버튼식 기어레버 글 이인주 기자 http://www.carlife.net/bbs/board.php?bo_table=cl_1_1&wr_id=3301 나들이카 - 상 바로가기
제멋대로 나들이카 시승기 -上 2018-05-08
제 멋 대 로나들이카 시승기 정답은 없다. 무난한 SUV, 함께 행복한 MPV, 내가 신나는 오픈카, 욕심쟁이 왜건, 짐이 행복한 트럭,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를 위해, 또는 우리를 위한 여행이니 각자 좋을 대로 떠나면 그만이다.글 |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 최진호, 이병주 HYUNDAI SANTAFE두루두루여행 갈 때마다 옆집 SUV가 부러웠다. 공간 때문이냐고? 아니다. 기자의 준대형 세단도 공간은 넉넉해 별 상관없었다. 오히려 시샘 났던 건 SUV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다. 세단은 캠핑을 가든 나들이를 가든 여행 가는 기분이 아무래도 덜하니 말이다. 그 부러움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나들이용 자동차’ 주제를 듣자마자 SUV, 그것도 옆집 차였던 (그 차는 구형이었지만) 싼타페가 떠올랐다.기분을 내다신형 싼타페는 그런 의미에서 참 반갑다. 1세대 이후 점차 희미해진 ‘여행’ 분위기가 4세대에서 다시 뚜렷해졌다. 우락부락했던 첫 모델처럼 과감한 볼륨의 근육질로 거듭났고, 1세대의 두툼한 사다리꼴 펜더를 이어받아 오프로더처럼 꾸몄다. 강인한 이미지 덕분에 천장에 루프박스, 꽁무니에 캠핑카를 붙여놓으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이다. 분위기는 안으로 이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층층이 쌓인 독특한 대시보드에 눈길이 가기 전, 창밖으로 먼저 시선을 뺏긴다. 옆 유리창 높이가 낮고 A필러에 쪽창이 붙는 등 주변이 시원스레 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 위에서 뒷좌석 끝까지 이어진 큼직한 선루프가 햇빛을 끌어오니 볕든 거실처럼 화사하다. 안팎으로 캐주얼한 분위기가 충분해, 이동 중 여행으로 들뜬 기분이 사그라질 일은 없을 듯하다.널찍한 뒷좌석. 큼직한 파노라마가 달려 쾌적하다 깃발 모양 사이드미러로 사각지대를 줄였다다양한 선택지생김새만큼 SUV 본질에도 충실하다. 예전이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그 본질이었겠지만, 요즘은 수요에 따라 수준 높은 온로드 성능과 넓은 공간, 안락한 승차감을 아우르면서 약간의 험지 주파 능력을 곁들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터프함을 조금 내려놓고 패밀리카에 걸맞게 진화한 셈이다.덕분에 싼타페는 마치 ‘맥가이버 칼’처럼 다양한 종류의 여행을 만족시킨다. 일단 편하고 쾌적해 장거리 여행이 문제없다. 유연한 모노코크 차체와 온로드 위주 서스펜션이 만든 승차감은 일반 중형 세단처럼 편하다. 꿀렁이는 승차감에 울상이 된 가족 눈치를 봐야 했던 옛 SUV와는 다른 모습. 특히 싼타페 뒷좌석 시트가 그랜저 못지않게 아늑해, SUV만의 높은 시야와 천장의 쾌적함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편안한 차도 장거리 운전은 부담스럽기 마련. 운전 부담은 첨단 주행 보조장치가 덜어준다. 내비게이션과 차로이탈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연계된 고속도로 주행 보조 장치(HDA)가 들어가 고속도로 위에서만큼은 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의 강점인  운전석 자세 메모리 기능과 냉난방 시트 등 화려한 편의사양도 편한 운전을 돕는다.현대차의 첨단 기능이 빠짐없이 들어갔다트렁크는 5인 캠핑을 넉넉히 소화한다. 개인적으로 SUV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이다. 나름 짐칸 넓은 기자의 준대형 세단도 5인용 캠핑 장비와 먹거리를 가득 실으면 뚜껑이 닫히질 않아 뒷좌석에 짐을 떠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싼타페 트렁크에 6인용 텐트와 타프, 그리고 아이스박스 등 캠핑 장비를 간단히 실어 봤더니 뒷좌석 등받이 높이까지도 차오르지 않는다. 5인승 시승차의 3열 시트 대신 마련된 깊숙한 수납공간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혹여 장비를 한가득 실어야 하는 글램핑 족이라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2열 시트를 슬라이딩 시켜 앞으로 당기면 된다. 최대한 끝까지 당길 경우 시트를 접지 않아도 트렁크 공간이 최대 625L까지 늘어난다. 5인승 시승차는 3열 시트 빈자리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4륜구동은 여행의 든든함을 심어준다. 가끔 캠핑이나 낚시를 위해 자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원치 않은 오프로드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 단지 네 바퀴 굴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다. 비록 그 길이 세단도 조심조심 지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도 부담을 덜었다면 그걸로 됐다. 어차피 오지 탐험할 오프로더가 아니니까. 바닥이 높고 평평해 돌부리에 걸릴 걱정이 적은 것도 SUV 다운 강점이다.2.2L 디젤 파워트레인은 장점이자 감점 요인이다. 약 1.9톤 차체를 시속 200km까지 여유로이 내모는 202마력 출력, 8단 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은 장거리 투어러로서 손색없다. 그러나 최신 신차 치고 진동이 적지 않고, 특히 약 1,500rpm 수준에서 하부 진동이 거칠게 올라오는 건 편안해야 할 가족용 차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이는 비교적 거친 주행 환경을 견뎌온 시승차만의 문제일수 있다. 인기의 이유총 454km를 주행하는 동안 누적 연비는 리터당 11.2km다. 다소 격한 주행 환경에서 연비 변화 적은 디젤답게 12.0km/L 공인 연비와 큰 차이 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효율은 아니지만 네 바퀴를 굴리는 중형 SUV인 걸 감안하면 수긍할만하다.여행용 차로 바라본 싼타페는 많은 가치를 두루두루 만족시켰다. 넉넉한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 풍부한 편의사양, 그리고 놀러 가는 기분을 고조시킬 모험심 가득한 스타일까지. 다재다능함이 미덕인 SUV답다. 여행이 끝나면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드니, 오늘날 SUV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그중에서도 싼타페는 합리적인 크기와 상품성을 내세운 베스트셀러. 여행용 차로서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 아닐까.동급을 뛰어넘는 풍부한 편의사양은 현대차 만의 강점이다 여행용 차로 무난한 SUV, 하지만 차가 높아 운전 재미는 부족하다. 납작한 왜건이라면? 글 | 윤지수 기자 VOLVO V60 POLSTAR 푸르도록 시린 왜건을 만나다왜건이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다. 물론 SUV들이 산간오지에 틀어박혀 있던 세월 이야기다. 세단의 뒷부분을 연장해 화물공간을 확보한 이 자동차 형태는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왜건이라는 말은 자동차가 탄생하기 이전, 가축의 힘으로 끌던 마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쉽게 말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서의 자동차로서 가장 원시적인 형태다. 상용차 혹은 승용차의 뒷부분을 연장한 왜건은 유독 국내에서는 짐차 취급을 받으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게다가 패밀리카 수요 상당 부분을 SUV가 잠식함에 따라 왜건의 국내시장 정착은 더욱 요원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왜건 전문가가 만든 제대로 된 왜건왜건으로 사랑받는 메이커는 여럿 있지만 볼보를 첫손에 꼽는 데는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왜건 시장에서도 볼보는 독보적인 존재다.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에 실용성 넘치는 화물칸은 격식을 차려할 자리부터 출퇴근, 레저 활동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하기에 좋다. 게다가 볼보는 90년대 TWR과 손잡고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왜건 경주차를 투입했는가 하면 850R 에스테이트 같은 고성능 왜건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런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델이 바로 V60 폴스타다. 올해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3세대 V60이 신형이 공개되는 바람에 더욱 구식이 되어버렸지만, 신형 V60 폴스타가 2020년은 되어야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 아직은 가장 강력한 볼보 왜건이다. 2000년대 포드 산하에서 대규모의 라인업 개편을 단행한 볼보는 모델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이때 나온 S60은 850의 후속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차였고 작아진 크기에 세단 한 가지만 팔았다. 당시에는 850 왜건에서 이름을 바꾼 V70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0년 2세대 S60과 함께 등장한 왜건형은 V60이라는 이름으로는 첫 번째 모델이었다.   850에 비해 작아졌다 해도 V60의 적재능력은 동급 세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살짝 아래로 처진 루프라인으로 날렵함을 추구하면서도 넉넉한 화물공간을 마련했다. 접어 올릴 수 있는 바닥 칸막이나 바닥 아래 수납공간, 등받이와 헤드레스트를 한 번에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은 왜건 전문 메이커로서 노하우가 느껴지는 부분. 폼생폼사 외치는 동급 세단들과 달리 뒷좌석 헤드룸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차체 강성과 충격흡수구조, 각종 안전 관련 장비는 볼보의 특기 분야. 소중한 가족을 태울 차로 볼보 왜건을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시승차는 폴스타 버전이지만 일반형 인테리어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로고가 들어간 시프트 레버와 모니터 그래픽, 승객을 조금 더 잘 잡아주는 시트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다. 이 차의 고성능을 증명하는, 홀드성이 뛰어난 시트왜건은 뒷좌석 헤드룸에 손해를 전혀 볼 필요가 없다4~5명의 가족이 짐을 잔뜩 가지고 여행을 떠나보면 V60의 장점을 쉽게 깨닫게 된다. 물론 SUV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왜건만의 장점은 있다. 바로 차체 사이즈와 승용 감각의 운전특성이다. 좁은 공간, 입체 주차장에 차를 넣을 때나 조금 과하게 코너를 공략할 때 두드러지는 장점이다. 게다가 시승차는 폴스타 버전. 기획 포인트가 고성능은 아니었지만, 굴러 들어온 폴스타를 마다할 이유 또한 없다. 짐을 세워 보관할 때 좋은 가림막서킷에서 다듬어진 폴스타폴스타 브랜드는 서킷에 뿌리를 두고 태어났다. 스웨덴 투어링카 챔피언십(STCC)에서 볼보 파트너팀이었던 얀 닐슨의 플래시 엔지니링을 사들여 폴스타 레이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기원이다. 레이싱팀을 인수해 모터스포츠 활동이나 고성능차 담당 부서로 삼은 예는 자동차 역사에서 흔하다. 볼보가 특기로 삼는 왜건에 고성능을 결합한 V60이야말로 폴스타의 개성과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도록 푸른 보닛을 열어젖히면 너무나 볼품없는 플라스틱 커버에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정교하고도 강력한 심장이 자리잡고 있다. 직렬 6기통 3.0L 터보를 대체한 4기통 2.0L 트윈차저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의 트윈차저 과급으로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47.9kg·m를 뽑아낸다. 토크는 줄었지만 출력은 더 높고, 가벼우면서 효율과 배출가스 면에서 더 뛰어나다. 변속기는 8단 자동. 아이들링부터 터보렉 없이 꾸준히 뿜어내는 토크는 4WD 시스템을 통해 네바퀴에 분배된다. 볼 품 없는 커버 속에는 367마력을 내는 트윈차저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조절식 올린즈 댐퍼는 노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 가족들의 단잠을 방해하지만 대신 파일럿 수퍼스포츠 타이어, 브렘보 브레이크와 힘을 합쳐 평범한 왜건을 스포츠카로 바꾸어 준다. 온 가족과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0→시속 100km 가속에 5초가 걸리지 않고, 강렬한 코너링과 안정적인 크루징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는 그리 흔치 않다. SUV보다 낮은, 승용차 수준의 운전 포지션도 스포츠 주행에서 큰 장점이 된다. 브램보 브레이크에 파일럿 수퍼스포츠 타이어를 끼웠다이 차의 가장 큰 단점은 세월에서 기인한다. 꾸준히 업데이트했음에도 세월의 흔적을 씻어낼 수는 없었다. 특히나 답답했던 것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구식 조작계. 터치 모니터가 일반화된 요즘, 회전식 노브와 버튼 몇 개로 글자를 입력하려면 짜증부터 밀려온다. 차를 세우고 몇 분을 끙끙대고 나서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었다. 또한 외모에서 점수가 깍인 것은 신형 V60이 워낙 멋지게 잘 나왔기 때문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볼보 브랜드로 보아서는 잘된 일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왜건, 게다가 300마력이 넘는 퍼포먼스 왜건은 소수파 중에서도 소수파에 속한다. 왜건이 국내에서 비인기 장르이기는 하지만 그 매력을 눈치 챈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리라 믿는다. 혹시 시리도록 푸른 하늘빛 왜건을 도로에서 만난다면 조용히 비켜나길 추천한다. 소중한 가족이 타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지간하면 따를 수 없을 테니 말이다.트렁크와 뒷좌석에는 오랜 왜건 만들기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글 이수진 편집장BMW 430i CONVERTIBLE행복은 크기순이 아니잖아요편견(偏見). 한쪽으로 치우쳐서 본다는 뜻으로 고정관념, 선입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부정적 사고의 지휘관을 자처한다. 이 편견은 가족 나들이 차를 고를 때도 어김없이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기에 이른다.가족끼리 탈 차라고 하면 우리는 크기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강박증에 사로잡힌 결과다. 컨버터블은 아예 후보에도 들지 못한다. 크기 말고도 가족용 차에서 논해야 할 가치는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적어도 나들이에서만큼은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나들이를 가는 건 행복하기 위함과 동시에 일탈이 될 만한 자극을 받기 위함이다. BMW 430i 컨버터블은 이들 목적을 충분히, 아니 너무나도 훌륭히 제공한다.지붕을 열어야만 한다나들이 차로 가장 먼저 430i 컨버터블을 떠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적당한 온기를 머금은 5월의 공기가 언제 갑자기 후끈하고 끈적한 여름 공기로 바뀔지 모를 일. 평균 기온 영상 17~20℃를 기록하며 얇은 자켓 하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 수 있는 요즘 날씨가 지붕 열고 달리는,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에 딱이다. 1년 열두 달 중 다른 대안을 꼽기도 힘들 정도로 최적의 시기인 셈. 지붕 열리는 차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위에서 내려다본 실내 공간BMW 430i 컨버터블은 작년 부분변경을 거쳐 출시된 모델이다. 이름도 기존 428i에서 430i로 바꾸었다.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을 조금 더 높였기 때문이다. 모델명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오르는 감성 튜닝을 거치며 가격 역시 살짝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금 무리한다면 현실 드림카로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가격이다.외관은 교과서적이다. 좋게 보면 컨버터블의 정석이요, 안 좋게 보면 다소 심심한 생김새다. 이미 신형 BMW의 생김새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터라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분명 예쁘게 잘 다듬었고 달라진 주간주행등 역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이마저도 눈에 익은 변화다. 실내도 기존 4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재빨리 엔진 스타트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 본다. 시동 걸리는 소리는 2.0L 터보 엔진 치고 꽤 우렁차다. 외관으로도 끌기 힘들었던 사람들 눈길을 비로소 끌 수 있게 됐다.뒷좌석에 와류를 막아주는 디플렉터를 설치할 수 있다일교차 큰 봄철, 야간 주행 시 쓰면 좋을 넥 워머컨버터블로서의 430i접이식 하드톱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5초 내외. 지붕 개폐가 가능한 주행 속도는 소프트톱 모델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다. 시속 20km 정도가 아닐까 했지만, 테스트 결과 시속 17, 18km에서도 경고음을 내며 쉽게 열리지 않았다. 430i는 속도계 바늘이 15km/h 이하를 가리키자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보길 허락한다. 이 정도면 거의 주차장을 배회할 때나 꽉 막힌 정체 상황 수준. 진작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이 사실을 깨달은 건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지방 국도에서였다. 신호 대기 중에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430i는 어정쩡한 자세로 1km 가량을 더 달려야 했다. 시속 15km 넘었다고 대뜸 변신까지 멈출 줄이야. 지붕을 덜 열고 달리는 건 자칫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시속 30km 정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기어갔다. 왕복 2차로의 비좁은 도로였던 탓에 뒤에 차라도 있었다면 민폐도 보통 민폐가 아니었을 것이다.당황스러웠던 순간도 잠시, 이내 찾아온 평온 속에서 룸미러를 슬쩍 봤다. 상상 속 아이들이 보인다. 내 애가 저렇게 생겼었나? 아이들의 안전 생각에 스포츠 대신 컴포트에 주행 모드 설정을 맞추고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엔진 반응에 이질감이 없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을 필요도 없이 발이 닿으면 그대로 민첩한 가속이 이뤄진다. 1,450rpm의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내뿜는 탓도 있겠지만 엔진의 역할도 크다. 엔진룸 속 2.0L 엔진에는 터보차저가 하나 달렸지만 배기 통로를 둘로 나눈 트윈스크롤 기술로 터보랙을 최소화했다. 흡족한 달리기 실력을 확인하니 마음이 놓인다. 실내를 다시 한번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선뜻 투어러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지만,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자리 아이들이 오랜 시간 타기에 비좁지 않다. 오히려 지붕이 없어 자연이 선사하는 풍광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요즘 한창 말썽인 미세먼지 농도가 짙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쿠페로서의 430i컨버터블이라고 해서 마냥 지붕을 걷어내고 다닐 수는 없는 법. 부끄럼을 타는 성격 탓에 사람 반, 자동차 반인 도심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지붕을 닫아본다. 아까 실내로 바람이 들이치는 바람에 제대로 달려보지 못한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룸미러를 쓱 한번 들여다본다. 아까는 보이던 룸미러 속 아이들이 이젠 눈에 뵈지 않는다. 바로 손가락을 스포츠 모드 버튼으로 가져다 댔다. 지붕은 닫았지만 화끈한 배기 사운드가 느껴진다. 이대로 달려도 되는 걸까? 물론 된다. 430i 컨버터블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3시리즈 대비 무게중심을 20mm 낮춘 데다 바퀴 사이 거리마저 넓어져 코너링 시 롤링도 줄였다. 과감한 드라이빙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졌다. 속도를 덜 늦춘 채 코너를 돌아나가 본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진다.트렁크 적재 공간이 여유롭진 않다지붕 닫고 뒷좌석도 당기면 꽤 넉넉한 공간이 생긴다지붕을 닫았을 때 트렁크 공간은 370L, 열었을 때는 220L다. 겹겹이 접어 넣은 지붕 조각이 트렁크 높이의 반 가까이 잡아먹는다. 그렇다고 텐트와 각종 캠핑 장비마저 소화할 미니밴이나 SUV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냥 다른 종류의 나들이를 즐기면 된다. 굳이 밖에 나가서 자고 요리해 먹는 건 퍽 귀찮은 일 아닌가. 우리같이 컨버터블 타는 사람들은 나들이 짐으로 캐치볼 정도만 챙기면 된다. 음식은 사서, 잠은 집 가서 해결하면 된다.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http://www.carlife.net/bbs/board.php?bo_table=cl_1_1&wr_id=3302 나들이카 시승기 -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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