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FCHV닛산 X-트레일 FCV다이하쓰 무브 FCV-K-2 모터쇼 시승장에서 만난 연료전지차
2004-01-26  |   24,561 읽음
저공해차 시승 행사는 도쿄 모터쇼의 단골 이벤트다. 저공해차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전기차만으로도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모터쇼에 나온 차들은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정식으로 번호판이 달린 모델이다.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개발실에서 굴러 나온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몰고 나갈 수 있는 실용적인 차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승 행사에 나온 차는 모두 12대. 하이브리드카로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양산과 판매에 성공한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 3대, 미쓰비시와 후소(Fuso)가 내놓은 버스 등 모두 5대였다. 승용 AWD에 저공해 CNG 엔진을 얹은 스바루 B4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6대는 수소연료를 쓰는 연료전지차였다. 너비 10m, 길이 250m의 코스를 왕복으로 달리면서 저공해차의 특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최고시속은 40km로 제한되었다.

도요타 FCHV
도요타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저공해차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양산과 판매단계에 와 있다. 도요타는 1992년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소재와 부품, 제어기술 등 전반적인 개발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97년 9월 소형 SUV인 RAV4를 베이스로 한 첫 연료전지자동차(Fuel Cell Hydrogen Vehicle)를 발표했다. 이듬해는 에탄올을 개질해 수소를 만드는 FCHV-2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았고, 2001년 3월 중형급 SUV인 크루거V를 베이스로 바탕으로 한 FCHV-3를 선보였다.

이때까지는 수소를 금속분자 구조 사이에 저장하는 방법을 썼지만 같은 해 6월에 나온 FCHV-4는 자체 개발한 고압 수소탱크와 연료전지 스탁(stack)을 이용했다. 이 차로 일반도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미국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1년 10월 휘발유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FCHV-5가 발표되었다. 2002년 12월에는 FCHV-4를 바탕으로 만든 차를 미국에 2대, 일본에 4대 판매했다. 모터쇼장에서 만난 차는 이렇게 팔린 FCHV-4 중의 한 대였다.

도요타 FCHV는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길이×너비×높이가 4천735×1천815×1천685mm로 현대 테라칸에 맞먹는 크기다. 연료전지와 전기모터, 2차 전지 등 무거운 부품이 많아 무게는 1천860kg으로 조금 많이 나가는 편.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보네트와 지붕, 앞 펜더, 도어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공기저항을 덜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를 달았다. 덕분에 SUV로는 낮은 공기저항(Cd 0.326)을 얻었다. 실내는 5명의 성인이 타기에 넉넉한 공간과 잘 짜여진 계기판 등이 돋보인다.

차에 오르면 에어컨 소리만 들릴 뿐, 시동이 걸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액셀 페달을 밟는 대로 차가 움직이지만 엔진룸 쪽에서 약한 전기모터 소리만 들릴 뿐이다. FCHV는 앞바퀴굴림으로 교류동기식 모터가 달렸다. 최고출력이 80kW(102마력)으로 부족한 느낌이지만, 최대토크가 26.5kg·m여서 힘 부족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게 달리고 멈추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원상의 최고시속은 155km로 충분한 편.

연료전지의 출력은 90kW. 이것을 전기로 바꾸어 컨트롤러를 거쳐 모터에 전달한다. 연료전지는 발전기 역할을 하는데,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2차 전지(니켈-수소 전지)에서 큰 힘을 끌어오고 정속주행 때는 연료전지의 전기를 이용한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연료전지에서 만든 전기 가운데 구동에 쓰고 남은 에너지는 다시 2차 전지로 보내져 비축된다.

연료전지를 비롯해 2차 전지까지 모든 전기계통을 한꺼번에 컨트롤하므로 휘발유차에 비해서는 2배 이상의 효율을 낸다. 그 덕분에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00km. 35MPa의 수소를 채워 일본의 공인연비 측정법인 10·15모드로 달렸을 때의 수치다. 현재까지 13만km 이상을 달리며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도요타 FCHV는 넉넉한 중형급 SUV와 연료전지의 만남은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닛산 X-트레일 FCV
닛산이 내놓은 FCV는 소형 SUV인 X-트레일(X-trail)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길이×너비×높이가 4천465×1천765×1천790mm로 현대 싼타페보다 조금 작다. 일반 X-트레일과는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가 조금 다를 뿐이다. 닛산은 도요타보다 늦은 1996년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99년 5월 중형 왜건인 르네사를 바탕으로 에탄올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의 연료전지차를 만들어 주행시험을 시작했다.

2000년 3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연료전지 단체인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lifornia Fuel Cell Partnership)에 참가했고, 2001년부터는 850억 엔을 5년 동안 투자해 연료전지를 공동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형 SUV X-테라를 바탕으로 한 고압수소 연료차 FCV를 선보였다. 닛산이 연료전지 파트너로 삼은 UTCFC(United Technologies Corp. Fuel Cells)는 현대자동차와도 연료전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2년 12월에 X-트레일로 만든 FCV를 내놓으면서 일본에서 도로주행 시험에 들어갔고, 2003년 몇 대를 리스 형태로 내보냈다.

닛산 FCV는 감속기가 붙어 있는 모터를 쓰고 그 위에 인버터를 얹었다. 연료전지는 미국 UTCFC사의 것으로 최고출력은 58kW다. 주목할 것은 잉여 전기를 저장하는 2차 전지다. 닛산이 자체 개발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얇은 패드 모양이다. 연료전지의 출력이 작은 편이지만 효율이 뛰어나 달리는 느낌은 더 당차다. 모터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약간 크고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힘이 넉넉하다.

역시 앞바퀴굴림으로 연료전지가 차 바닥에 있고, 연료탱크가 휠베이스 안쪽에 달렸다. 무거운 부품이 대부분 휠베이스 안쪽에 있어 앞뒤로 끄덕이는 피칭이 적다. 최고충전압력은 35MPa로 도요타 FCHV와 같지만 최고시속은 125km, 최대 주행거리 200km 정도다.

다이하쓰 무브 FCV-K-2
다이하쓰는 세계 최초로 경차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썼다. 1993년 1월 인증을 받고 2월 주행시험을 시작했다. 다이하쓰가 자체 개발한 니켈-메탈 하이브리드 2차 전지와 도요타에서 가져온 연료전지 스탁을 이용한다. 톨보이 타입의 경차 무브의 차체를 그대로 이용했다.

값이 비싸지 않은 영구자석식 모터(32kW)에 CVT(무단변속기)를 연결해 앞바퀴를 굴린다. 고압 수소탱크, 연료전지, 컨버터가 하나의 모듈을 이루어 차 뒤쪽에 있고, 바닥에는 2차 전지를 넣었다. 4명이 탈 수 있는 실내는 검소하다. 시가지 주행이 편한 경차에 연료전지 시스템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만 659cc의 배기량으로 30km/X 가까운 연비를 내는 만큼 연료전지 개발은 연비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저공해 기술에 동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달리기 성능은 부족하지 않은 편. 경차여서 소음이 조금 더 들어오고, 승차인원이 많을 때는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연료전지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까?
‘Fuel Cell’은 우리말로 연료전지라고 해석되지만, 일반적인 배터리와는 개념이 다르다. 전지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 전기를 만들며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와 충전해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2차 전지로 나뉜다. 한편 연료전지는 수소를 계속 공급하면 끊임없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발전기에 더 가깝다.

연료전지는 우주개발이 한창이던 6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켓 연료로 쓰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면 전기와 물, 열이 발생해 우주선에서 사람이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동차에 쓰기 위해서는 수소의 저장 방법이 문제였다. 현재는 특수 고압가스 봄베, 분자결합으로 수소를 가두는 수소저장합금, 에탄올이나 휘발유를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드는 과정은 물을 전기분해 하는 것의 역순이다. 그림처럼 수소가 촉매를 지나면서 전자(e-)와 수소이온(H+)로 나뉘고, 가운데 있는 전해질이 수소이온만 통과시켜 전지 좌우에 전해차가 생겨 전기가 발생한다. 얇은 막 형태의 고분자 전해질은 안정성이 높고 작게 만들 수 있다. 연료전지 하나에 0.6V 정도의 전압이 나오기 때문에 여러 장을 겹쳐 만든다. 완성된 하나의 모듈을 연료전지 스탁(Fuel Cell Stack)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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