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 Rover 2004 Freelander V6 2.5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젊은 그대
2004-02-25  |   29,000 읽음
오프로드 매니아들 가운데 랜드로버 팬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축적된 기술과 앞선 장비들로 채워낸 고성능 SUV를 앞다퉈 내놓고 있으나, 산길에서 두어 번쯤 길을 잃고 헤매본 경험이 있는 골수 매니아들은 어지간하면 랜드로버를 첫손가락에 꼽곤 한다. 이들은 “온로드 고속주행 때는 다른 차에 밀릴지 모르지만, 한발 앞을 장담할 수 없는 험로에 접어들면 랜드로버를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4WD 첫 에어 서스펜션과 알루미늄 V8 엔진, 세계 최초의 4채널 ABS, 완벽한 차체 컨트롤을 자랑하는 HDC(Hill Decent Control) 등 지구촌 구석구석의 오프로드를 누비며 갈고 닦은 랜드로버의 기술력도 그렇거니와 세계대전의 포연과 곳곳의 정글 랠리를 꿰뚫어온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쟁쟁한 모델들도 랜드로버의 ‘오프로더다움’을 한껏 뒷받침해온 전통. 그러나 오지로 파고들수록 목에 힘을 주던 랜드로버도 시대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난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등장한 프리랜더는 정통을 벗어난 최초의 랜드로버였다.

예전의 모자람 덜어낸 스타일링 변신
2004년형 프리랜더 시승 스케줄이 잡힌 날은 하필이면 근 한 달만에 눈이 내린 추운 날씨였다. 오전부터 흩뿌리기 시작한 눈발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달리는 차의 윈드실드를 덮쳐오듯이 제법 굵어졌고, 도로에 내려앉은 눈은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반쯤 녹고 반쯤은 살얼음으로 변해갔다. 랜드로버 로고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시승 컨디션은 최악이다.
구형 프리랜더를 마지막으로 타본 것이 벌써 3년여 전. 묵직한 온로드 달리기와 가뿐한 오프로드 주파능력은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입력되어 있으나, 거친 플라스틱 질감만이 존재하던 대시보드와 심심하다 못해 무덤덤하기까지 했던 스타일링의 추억도 함께 남아 있다.
하얀 설경 속에서 새빨간 프리랜더를 다시 만났다. 3년 새 이뤄낸 변화는 눈 내린 세상과 보디컬러의 대비만큼이나 선명하다. 심심하던 앞모습은 현란할 지경으로 달라졌다. 패밀리룩을 이뤘음에도 윗급 형제 차들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헤드램프 구성은 아쉬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 라디에이터 그릴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앞 범퍼 타입은 변함없지만, 이 또한 달라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 디자인만큼이나 멋을 부렸다. 한껏 치장한 앞모습은 범퍼 양끝에 하나씩 단단히 박아둔 안개등으로 마무리.
오버펜더를 강조한 옆모습과 스페어타이어 위로 불쑥 솟은 브레이크등이 돋보이는 뒷모습 등 얼굴을 뺀 전체적인 스타일링은 구형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번호판 아래에 씌어 있는 차 이름 글자체 정도. 비록 몸매는 예전 그대로일지라도 헤어스타일 바꾸고 화장만 고치면 엄청난 변신을 할 수 있다. 3년 만에 만난 프리랜더가 딱 그랬다.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분명히 느껴져
랜드로버 차들의 공통점은 무게감. 장점도 단점도 되는 이 느낌은 도어 여닫는 데서부터 주행성능에 이르기까지 차의 안팎을 관통하고 있다. 막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프리랜더의 도어는 컴팩트 SUV라는 세그먼트가 무색할 만큼 묵직하다. 강철판처럼 무겁게 열리고 “철커덕” 소리를 내며 단호하게 닫힌다.
SUV치고 경사각이 큰 A필러는 좋은 스타일을 만들어낸 대신 운전석 헤드룸을 조금 갑갑하게 했다. 계기판 양옆을 둘러친 메탈그레인 장식은 인테리어의 주요 포인트. 인대시 타입 CD 체인저 내장 오디오와 한결 풍성해진 센터페시아도 “나 업그레이드했어요!” 라며 고개를 들이민다. 대시보드 상단의 컵홀더는 보기에 재미있고 쓰기도 편하나 오프로드에서 음료수가 쏟아졌을 때의 ‘초대형사고’를 자꾸만 상상하게 한다. 속도계와 rpm 게이지를 양옆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 온도계와 연료계를 끼워 넣은 계기판 구성은 이전보다 나아졌어도 시인성은 그저 그런 정도. 연녹색 계기판 조명은 무난하다. 계기 게이지를 둘러싼 크롬 테두리는 새로 마련한 스텝트로닉 5단 AT 아래 원형 테두리와의 통일성을 염두에 둔 설정. 아우디 TT보다 앞서 했으면 참신할 뻔했다. 올려둔 왼발에 힘을 실어준 독특한 풋레스트에서는 흙냄새가 물씬하고, 장식인 줄만 알았던 오디오 옆 메탈그레인 바는 훌륭한 무릎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오프로더 유전자는 이렇게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흔한 전동식 시트조절 버튼도 찾아볼 수 없고, 손끝만 닿으면 스르르 작동하는 전자장비도 남의 일이다. 등받이 각도는 시트 아래의 다이얼을 돌려 조절해야 하고, 공조장치의 외부공기 유입/차단 버튼을 누르면 ‘기기깅’거리는 거친 작동음이 들려온다. 전자장비 천국인 요즘, 프리랜더의 기계적인 느낌이 역설적으로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2열 시트는 생각보다 넓고 승차감도 좋은 편. 짐칸을 넓힐 때 시트를 2단으로 접어 올리기도 무척 쉽다. 다만, 짐칸 바닥에 우퍼와 함께 내장된 공구상자 잠금장치를 열기가 만만찮다. 상자 뚜껑의 잠금·열림 표지마저 반대로 되어 있어 잭 등의 공구를 구경하기도 전에 팔 힘이 모두 빠져버리는 줄 알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 것 아닌 디테일이 차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V6 엔진과 스텝트로닉 5단 AT의 듬직한 성능
운전석 포지션은 아주 높다. 반면에 시트와 마주한 대시보드는 일반적인 SUV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무척 낮은 탓에 운전석에 앉으면 오디오와 공조장치 등 온갖 계기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자세가 된다. 자칫 시야가 흐트러질 수도 있을 듯.
곱살한 외모와 달리 V6 2.5X 177마력 엔진의 굵직한 아이들링에서 남성미가 느껴진다. 기어를 수동 모드로 옮겨 1단에 놓고 출발하니 액셀 페달이 여간 무겁지 않다. 종아리에 힘줄이 솟을 만큼 무거운 액셀 페달은 흙길이나 빙판길 스타트 때 스핀 가능성을 줄인다. 이 또한 ‘필드’에서 연마해온 랜드로버의 경험과 내공.
롱 스트로크 엔진답게 저회전 영역에서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직진가속력이 꽤 매력적이다. 시속 140km쯤은 문제없다. 무거운 액셀에 비하면 5단 AT의 응답성은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편. 기어비 간격이 넉넉해 바쁜 변속 없이도 편안한 달리기를 이끌어낼 수 있으나 변속 충격이 조금 느껴진다. 빙판길임에도, 무겁게만 느껴지던 발걸음은 한순간 믿음직한 뜀박질로 돌변한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순환도로는 상당한 와인딩 코스로 이름난 시승 장소. 스포츠카나 고성능 세단을 몰고 헤어핀과 S자 커브가 산재한 이 곳을 내달린 적은 몇 차례 있었어도 SUV로 달린 기억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 덮인 와인딩 로드를 ‘접수’한 프리랜더의 달리기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가 높을 뿐 아니라 시트 포지션마저 높은데도 시속 60~90km의 속도로 커브를 파고들 때의 안정감이 제법이다.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코일 스프링 방식인 서스펜션과 사이즈를 키운 225/55 R17 미쉐린 싱크론 4×4 대칭형 타이어로 완성한 접지력은 운전자에게 상당한 성취감을 선사한다. 생각보다 하드한 롱 스트로크 서스펜션은 웬만한 도로조건을 소화해낸 요소. 루프랙과 사이드미러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이 조금 거슬리지만 3천500rpm을 넘어서면서 엔진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몸이 앞으로 쏠릴 만큼 강하게 걸리는 엔진 브레이크와 해질 무렵 빙판으로 변한 서울 강남의 청계산 급경사에서 확인한 HDC 실력도 좋았다. 시프트레버를 1단에 놓고 HDC 스위치를 누르면 차는 시속 7km 안팎의 속도를 유지해 브레이크나 액셀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스티어링에만 집중할 수 있다. 후진 기어를 넣자 눈에 젖은 유리창을 감지해 절로 움직이는 뒤쪽 와이퍼가 뿌듯한 즐거움을 더한다.
프리랜더의 숨은 특징 중 하나는 앞 타이어 너머로 랙과 피니언의 접합점이 훤히 보일 만큼 높이 달린 조향축. 일반적으로는 조향축이 차체 아래쪽에 내려가 있게 마련인데, 프리랜더의 너클 암은 상당히 위쪽에 올라붙어 타이로드와 릴레이로드 등 조향축 전체가 가로로 놓인 엔진 헤드부 바로 뒤를 지나가게 되어 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오프로드에 시달려도 조향축이 망가질 위험은 없겠다.
3년 만에 만난 프리랜더는 랜드로버 집안의 전통과 요즘의 시대적 요구를 버무릴 줄 아는 센스를 ‘드디어’ 보여주었다. 구형의 모자란 2%를 빠짐없이 메우고 나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또 다른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2004년형 프리랜더는 충분히 진보했으나 2005년형에 대한 기다림을 여운처럼 남겨두었다. 랜드로버 매니아들이 당분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다.

랜드로버 프리랜더 V6 2.5의 장단점
장점 ·한결 나아진 스타일 ·쓰기 좋은 인테리어
·주행안정감
단점 ·2% 모자란 흡인력 ·무거운 발걸음
  ·손끝이 아쉬운 디테일


랜드로버 프리랜더 V6 2.5 5도어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450×1800×1800
휠베이스(mm) 2555
트레드(mm)(앞/뒤) 1535/1545
무게(kg) 1895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V6 DOHC
최고출력(마력/rpm) 177/6250
최대토크(kg·m/rpm) 24.4/40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497
보어×스트로크(mm) 80.0×82.8
압축비 10.5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분사
연료탱크크기(L) 64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드럼(ABS)
타이어(앞, 뒤) 모두 225/6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474/1.948/1.247
0.854/0.685/2.714
최종감속비 3.66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82
0→시속 100km 가속(초) 10.1
연비(km/L) 7.7
Price 5,29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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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에 비해 세련미와 기능성을 고루 더한 2004년형 프리랜더의 운전석 인테리어높은 포지션에만 적응하고 나면 프리랜더의 운전석 시트는 제법 단단히 몸을 받쳐준다예쁜 디자인에 비해 시인성은 조금 떨어지는 프리랜더의 미래형 계기판대시보드 위쪽에 자리잡은 컵홀더. 여태껏 볼 수 없던 위치 선정이 재미있다묵직한 출발가속에 이어 믿음직한 크루징을 보여준 프리랜더의 달리기 성능앞 타이어 너머로 훤히 보일 만큼 높이 달린 조향축에서 오프로드 실전경험이 묻어난다얼어붙은 도로조건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은 프리랜더의 코너링 실력서스펜션과 조화를 이뤄 탄탄한 접지력을 끌어낸 225/55 R17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잠금장치(노란색 다이얼)가 뻑뻑해 여닫기 힘들었던 짐칸 바닥의 공구함2열 시트를 2단으로 접어 올려 만들어낸 널찍한 짐칸에랜드로버의 전통을 담아냈다보네트를 차지한 V6 2.7X 177마력 엔진. 실내로 전해오는소음은 제법 큰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