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그랜드 체로키 2.7CRD 라레도 황소같은 차가 제비같이 달렸다
2004-03-05  |   42,791 읽음
지프차’란 말은 나처럼 나이가 많은 세대에게는 아마도 일반 승용차보다 더욱 친근한 느낌을 줄 것이다. 가혹했던 6·25 사변 당시, 그래도 용맹한 우리 국군의 지휘관이 이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승리의 희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차답게 웅장한 프론트 그릴 인상적
간결하게 디자인한 계기판과 콘솔패널


지프(Jeep)란 용어는 GP(General Purpose: 일반용)에서 유래된 것으로, 밴탐의 칼 프로브스트란 기사가 설계한 원형이 1940∼41년 사이에 2천675대가 만들어졌다. 이 모델은 제2차세계대전 때 미국의 군용차로 지정되어 윌리스가 36만 대, 포드가 29만 대를 전쟁 기간 동안 생산해서 연합군 승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윌리스는 이 지프란 브랜드 이름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다가 1954년에 카이저사와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윌리스 자동차회사로 개칭한 뒤 1956년까지 55만 대의 지프를 생산했고, 지프는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111개국에 뿌려졌다. 이 4×4 네바퀴굴림방식의 시조는 ‘go-anywhere, do-anything’(어디로도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이라는 표어 아래 전세계를 휩쓸었다.
1946∼65년에는 윌리스 지프 스테이션 왜건도 만들어졌고 1963년부터 91년까지는 이른바 SUV라는, 4×4 세계에 혁명을 일으킨 왜고니어(Wagoneer)가 출시되어 오늘날의 유행을 만든 원조가 된 셈이다.
아메리칸모터스(AMC)를 거쳐 이제는 크라이슬러 산하인 지프 디비전에는 3개 모델이 있다. 최초로 만들어진 지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랭글러(Wrangler), 약간 크기가 크며 4도어식으로 되어 있는 지프 체로키(Jeep Cherokee), 이보다 조금 더 큰 지프 그랜드 체로키(Jeep Grand Cherokee)다.
바로 이 그랜드 체로키가 미국을 대표하는 SUV로서, 호화판 SUV라는 새로운 판도를 개척한 모델이다. 물론 이보다도 더 호화판인 영국의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면 약간은 밀리는 인상이지만, 가격면에서 레인지로버는 1억 원대가 넘으니, 4천만 원대로 누른 그랜드 체로키를 생각할 때 나는 서슴지 않고 그랜드 체로키를 택할 것이다. 외견상으로 주는 인상이 결코 레인지로버에 비해 하나도 뒤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라레도(Laredo)라 부르는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리미티드(Limited)라고 이름이 붙은 휘발유 엔진을 쓴 모델이다. 오늘 내가 시승할 차는 디젤 엔진이 달린 라레도 모델이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차가 내 앞에 나타났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것은 크롬 도금을 한 프론트 그릴이다. 웅장하고도 힘을 과시하는 듯한 표정을 보니 곧 미국이란 나라의 위세를 상징하는 것 같다. 미국사람 취향에 걸맞게 차체는 아주 견고하게 꾸며져 있다. 전체적으로 주는 인상은 황소같은 힘에 넘치는 스타일이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앉았다. 역시 서양사람을 표준으로 꾸민 시트인지라 넉넉하고 편안하다. 주먹만한 동양인의 엉덩이를 올려놓은 시트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이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실내 공간이 또한 그만큼 넓고, 눈앞의 계기판은 물론 옆의 편의시설을 담은 콘솔패널이 너무나도 간편하게 꾸며져 있다는 점이다. 라디오와 온·냉풍을 조절하는 장치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타고 있는 티코와 똑같이 간편하고 단조롭다. 하기야 차값을 4천만 원대로 유지하려고 하니까 꼭 필요한 것밖에는 더할 여유가 없겠지만, 오히려 실용적이어서 호감이 간다.

유러피언 서스펜션으로 노면충격 줄이고
안전주행 도와주는 콰드라 트랙Ⅱ 달아


엔진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게 발동한다. ‘이것이 디젤 엔진인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다.
1998년에 크라이슬러는 벤츠와 합병했다. 곧이어 체로키에 얹은 것이 제3세대 커먼레일(CRD, Common Rail Direct injection) 엔진이다. 이것은 두 회사의 기술력이 접목된 새로운 엔진으로, 보통 휘발유 엔진보다도 조용하고 매끄럽다. 크라이슬러가 써온 디젤(Tdi) 엔진보다도 연료소비가 16%나 줄었으면서 힘은 그대로이며 보통주행 때의 연비는 9.3km/X라고 한다.
이 차를 끌고 자유로를 향하여 달렸다. 가속판을 밟는 감각이 너무나 가벼워서 ‘이거 외제 SUV차 맞나?’ 하고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 감각이 나의 14년 된 티코를 밟는 기분보다도 더 가벼워서 하는 말이다.
좀더 속력을 내보았다. 어느새 시속 100km에 도달해서 자료를 뒤져보니 벤츠의 기존 ML270 모델 엔진의 초기 가속능력을 크게 개선하여, 휘발유 엔진의 가속능력에도 뒤지지 않게 0→시속 100km 가속을 10.5초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정말로 황소같이 가속하는 것이 아니라 제비같이 나는 기분이었다.
가속이 붙으니 꽤나 빨리 달린다. 이 5기통 2.7X 커먼레일 디젤 터보 163마력 엔진은 소리 없이 가속한다. 아직 젖어 있는 노면을 아무런 요동 없이 직진하며 순시간에 시속 150km에 도달했다. 더 이상 속력을 내지 못했으나 이 차는 시속 190km를 낼 수가 있다고 한다.

자유로를 지나 지방도로에 이르니 바닥에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속력을 내면서 커브를 돌자마자 자동적으로 ABS가 예민하게 작동한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이 차에 얹은 컴퓨터는 참으로 부지런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체로키의 주행안전성에 대하여, 특히 눈길이나 젖은 노면을 달릴 때 더욱 안전하게 달리는 차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콰드라 트랙Ⅱ(Quadra-TracⅡ)가 바로 그러한 안전주행을 도와주는 장치이다. 바퀴의 앞축이나 뒤축 한 축으로 차의 모든 동력을 몰아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순간적인 미끄럼 구간에서 차의 직진, 회전주행을 보장해주고, 눈길이나 빗길에서도 4-로(low) 기어로 변속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고속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면서도 미끄러운 도로상황에 알맞게 가변적으로 동력을 배분하는 안정장치이다.
이 차는 승용차에 버금가는 승차감도 제공한다. 앞서 말한 대로 시트의 크기가 넉넉하거니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생산한 이른바 유러피언 서스펜션을 써서 거친 노면 주행 때의 쇼크를 대폭 줄였다. 그래서 한두 번 큰 돌덩어리를 밟고 지나갔는데도 작은 웅덩이를 지나는 기분이었다.
브레이크 감각도 좋다. 가속판을 밟을 때 느꼈던 가벼운 기분과는 달리 제동을 걸 때 브레이크를 밟는 촉감은 부드럽기만 하다. 마치 테니스 공을 밟는 기분이지만 차는 지체 없이 제동에 반응한다.
안전장치에도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점이 많다. 우선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행하면 이 차의 벨트 경고 시스템이 작동해 일정 기간마다 차임과 경보장치가 작동한다. 그리고 운전석과 옆자리에 충돌 때의 충격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작동하는 이른바 멀티 스테이지 에어백이 기본장비로 달려 있어서 딴 차의 에어백과 차별화된 차원의 도움을 준다.
또 한가지, 타이어 압력 체크 시스템도 특징의 하나이다. 네 타이어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가 타이어 압력이 낮거나 높을 경우에는 오버헤드 콘솔에 경고를 보낸다. 참으로 편리한 시스템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그랜드 체로키는 외견상으로나 실질면에서나 그야말로 돈값을 하는 SUV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Z

지프 그랜드 체로키 2.7CRD 라레도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615×1860×1710
휠베이스(mm) 2690
트레드(mm)(앞/뒤) 1510/1510
무게(kg) 2040
승차정원(명) 5
Drive train
엔진형식 직렬 5기통 커먼레일 디젤 터보
최고출력(마력/rpm) 163/4000
최대토크(kg·m/rpm) 40.8/1800~2600
구동계 네바퀴굴림
배기량(cc) 2685
보어×스트로크(mm) 88.0×88.3
압축비 10.3
연료공급/과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크기(L) 78
Chassis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리서큘레이팅 볼(파워)
서스펜션 앞/뒤 트레일링 암/3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모두 225/75 R16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
3.590/2.190/1.410
1.000/0.830/3.160
최종감속비 3.550
변속기 자동5단
Performance
최고시속(km) 190
0→시속 100km 가속(초) 10.5
연비(km/L) 9.3
Price 4,98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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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2.7CRD는 오스트리아 그란츠에서 생산한 유러피언 서스펜션을 써서 거친 노면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보인다뒷문 손잡이를 한번 당기면 플립업 글라스가, 한번 더 당기면 스윙도어가 열린다직렬 5기통 2.7X 커먼레일 디젤 터보 163마력 엔진전체적인 인상은 황소처럼 힘이 넘치는 스타일이다계기판과 대시보드도 단순하면서 간결한 이미지로 디자인했다그랜드 체로키 2.7CRD는 콰드라 트랙Ⅱ의 뒷받침에 힘입어 미끄러운 도로에서도 안정감 있게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