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FORTE & KIA K3 , 10년 터울
2018-05-03  |   31,894 읽음

KIA FORTE & KIA K3

10년 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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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 세단으로 살펴본 국산차 10년의 변화.

많은 게 달라졌다. 10년 전 대통령은 이제 철창신세가 되었고, 우리네 손에 하나씩 들려있던 슬라이드폰은 모조리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변화는 어땠을까? 여러 키워드가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오르지만 직접 보는 게 가장 속 시원할 터. 국내 준중형 세단 10년을 가늠하기 위해 최신 K3와 정확히 10년 터울인 포르테(2008년 출시)를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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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다루다

‘껍데기만 바꾼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역시 스타일. ‘신상’ 선호하는 시장 수요와 이전 차를 구닥다리로 만들어 판매를 늘리려는 자동차 업계 속셈이 맞물려 디자인은 내실보다 빠르게 바뀌었다. 포르테와 K3가 성능은 1세대 차이인데 스타일은 2세대나 차이 나는 이유다.

덩치부터 다르다. 짤막한 포르테와 길쭉한 K3의 길이 차이는 무려 110mm. 포르테에서 K3로 바뀌며 30mm 늘고, K3 2세대에서 또 70mm나 늘어났다. 약 20년 전 등장한 세피아2가 4,430mm였으니 10년마다 약 100mm씩 길어지는 셈. 이런 식으로 가다간 2028년엔 중형 세단 수준으로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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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포르테와 길쭉한 K3 

 그런데 사진을 가만 보면 K3에 비해 포르테가 밋밋해 보일 거다. 이는 빛을 다루는 기술에 따른 차이다. 포르테 시절엔 빛의 맺힘 즉, 디자이너끼리 말하는 ‘리플렉션’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둥글게 만들었지만 K3는 다르다. 널찍한 옆면에도 철판 한 부분에 굴곡을 몰아 하늘과 땅의 경계를 디자이너가 원하는 위치에 맺히게 했다. 덕분에 어떤 사진을 보든 같은 위치에 음영이 또렷이 맺힌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K3가 탱글탱글 생동감 있게 보이는 이유다. 여기에 LED 헤드램프 같은 최신 스타일이 더해져 잘생긴 포르테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큰 소형차에서 작은 중형차로

실내는 디자이너들이 큰 역할을 해냈다. 한 기아차 디자인 임원에 따르면 ‘시각적 가성비’를 추구했다고. 쉽게 말해 저렴한 소재로 있어 보이게 만들었단 얘기다. 그의 말처럼 K3 실내는 고급스럽다. 그리고 가성비라는 말이 무색하게 포르테에 비해 소재도 좋다. 요즘 소형차 고객들은 단지 저렴한 차가 아닌, 작지만 알찬 차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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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실내는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다. 소재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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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실내는 그리 비싼 소재를 쓰지 않고도 고급스럽다. 

 

 

품질은 문짝을 여는 순간 갈린다. 현대-기아차가 한창 원가절감에 열을 올리던 때 등장한 포르테는 군용 레토나 문짝만큼이나 가볍고 텅텅 빈 철판 소리가 난다. 반면 K3는 묵직하게 여닫힌다. 시트에 앉으면 또 한숨이 나올 거다. 비교를 위해 섭외한 포르테는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 모델. 그런데 스티어링 휠은 우레탄 소재다. 굳이 가죽 흉내를 내겠다고 재봉선 모양까지 넣었지만 특유의 미끌미끌한 질감은 감출 수 없다. 당시 ‘럭셔리 1.6’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내세웠던 게 하이패스 내장 ECM 미러와 스마트키, 수퍼비전 클러스터 정도이니, 이 시절 준중형 세단 편의사양 수준이 쉽게 짐작이 간다. 

이랬던 실내가 10년 만에 일취월장했다. 일단 스티어링 림을 가죽으로 감쌌고, 플라스틱 범벅 센터패시아는 층층이 나뉜 스타일로 깔끔히 정리했다. 금속 장식도 똑같은 플라스틱이지만 마감 실력이 늘어 눈으로만 보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제트기 노즐 형태 송풍구는 높아진 감성 품질의 방점을 찍는다. 메모리 및 냉난방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크렐 오디오 등 편의사양도 최신 중형 세단을 넘본다.

그런데 뒷좌석은 포르테가 더 쾌적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두 차에 번갈아 앉아보면 K3가 더 답답하다. 더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포르테는 머리가 여유롭고 K3는 머리가 닿을 둥 말 둥 하다. 멋진 실루엣을 위해 지붕을 낮춘 탓. 결국 준중형 세단 수요가 경제적인 패밀리 세단에서 젊은이들의 콤팩트 세단으로 이동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트렁크 공간은 포르테 415L에서 K3 502L로 상당히 커졌으나, 실제 체감은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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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보다 무릎 공간은 아주 조금 좁지만 머리 공간이 넉넉한 포르테 뒷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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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기엔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천장이 낮아 답답한 게 흠이다 

 

불안한 토끼와 차분한 거북이

엔진 출력은 시대를 역행했다. 연료분사방식을 직분사에서 포트분사로 바꾸면서 최고출력이 123마력, 최대토크가 15.7kg·m로 낮아졌다. GDI 엔진을 얹은 140마력 포르테와 비교하면 12% 넘게 출력이 낮다. 무게도 포르테가 65kg 가벼워 구형이  최신 신차보다 빠른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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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그토록 자랑하던 직분사를 버리고 포트분사로 돌아왔다. 수치상 출력은 낮지만 일단 K3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고속에 한정된 얘기다. 시속 100km 이하 실용 구간에선 의외로 체감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 포르테는 수치상 출력에만 목매던 세팅이고, K3는 실용 영역 성능에 집중했기 때문. 힘을 효율적으로 쓰는 무단변속기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속도가 오르면 12% 출력 차가 여지없이 거리를 벌려놓지만 말이다.

섀시 완성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노후된 포르테의 나이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안정감과 핸들링 모두 K3의 압승이다. 시대적으로 포르테는 현대-기아차가 전동 조향장치와 커플드 토션빔 리어 액슬 서스펜션을 도입하던 때라 완성도 차이가 상당하다. 특히 MDPS는 감각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디 그뿐이랴. 포르테는 급제동 시 뒤쪽이 물고기 꼬리처럼 흔들리는 피시 테일 현상으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댐퍼도 다소 무른 편. K3 뒤쪽 댐퍼가 특히 탄탄한 걸 보면 과거 피시테일로 홍역을 겪은 기아차가 이 문제만큼은 철저히 대비한 듯하다.  

정속 주행 승차감 역시 K3가 낫다. 서스펜션이 전체적으로 단단한데도 초기 반응은 무르게 조율돼 자잘한 충격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반면 포르테는 서스펜션이 비교적 무르지만 잔 충격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물론 이는 각종 하부 부싱이 노후화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화

여기까지 보면 그냥 만듦새가 좋아진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짜 세대 차이는 지금부터다. 바로 주행 보조 장치. K3는 고속도로 반 자율주행이 가능할 만큼 다양한 첨단 장치가 가득하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중앙으로 운전대를 조정하는 차선 이탈방지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능 등이 달려있다. 포르테는? 최고 트림 프레스티지에서도 별도 선택해야 하는 VDC(차체자세제어장치)가 당대 최고의 첨단 기능이었다. 시승차엔 그마저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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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 모두 17인치 휠이 달렸다. 당시 포르테의 17인치 휠은 파격이었다고 

 

연비는 기아차가 강조한 대로다. K3로 총 365km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3.4km/L. 다소 거친 운전에도 불구하고 11km~16km/L 수준의 높은 효율을 보였다. 비슷한 환경에서 포르테는 9~11km/L 정도였다. 큰 덩치, 낮아진 출력에도 불구하고 효율에 집중했다는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이 제 역할을 했다.

10년 터울로 만난 포르테와 K3. 그 차이는 거창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하나하나 쌓여 이뤄낸 감성적인 만족감은 결코 적지 않았다. 원가 절감이 극에 달했던 포르테가 보이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K3는 숨은 곳까지 제법 꼼꼼히 신경 쓴 모양새. 10년 전 포르테가 좋은 차라고 할 수 없었다면, 이제 K3는 당당히 좋은 차라고 얘기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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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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