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카 아닌 펀카, 벨로스터 시승기
2018-05-04  |   41,840 읽음

뻥카 아닌 펀카

벨로스터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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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은 차 목록에 드디어 현대차가 이름을 올렸다. 2천만원대 예산으로 완벽한 차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벨로스터는 꽤 괜찮은 상품성을 갖고 있었다. 날쌘 움직임은 물론 호쾌한 엔진음을 내며 스포티 해치백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예상하지 못한 데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곤지암> 같은 공포영화 얘기가 아니다. 예전엔 별로 매력적이지 않던 친구가 몇 년 지나니 눈 비비고 볼 정도로 달라지는 류의 얘기다. 이번에 탄 현대 신형 벨로스터가 그랬다. 데뷔 초기에 스포티한 외모를 자랑했지만, 몸놀림이 뻣뻣했던 벨로스터는 패션카에 불과했다. 이후 나온 터보 모델은 동일 배기량의 자연흡기 모델보다야 나은 운동성능을 보였지만 마찬가지로 크게 각광받지는 못한 것이 사실. 스포츠카로 분류되며 인기를 끄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같은 준중형 체급의 아반떼 스포츠, i30 터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통에 제대로 자리 잡기도 어려웠다. 그랬던 벨로스터가 디자인 및 성능에서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뤄냈다.


외모는 이미 스포츠카

신형 벨로스터는 요즘 완성도를 높여가는 현대차의 캐스케이딩 그릴이 제대로 자릴 잡은 모습이다. 보다 각진 그릴과 범퍼 하단에 자리 잡은 독특한 공기흡입구도 매력을 더한다. 이에 비해 헤드램프 디자인은 무난한 편. 그래도 현대차는 이번 코드명 JS의 신형 벨로스터를 통해 장수 모델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 듯 보인다. 뒤로 가면 역동적인 이미지는 한층 더 부여된다. 디퓨저는 물론 테일램프가 큰 역할을 하는데, 이전과 달리 가로로 긴 디자인으로 차를 더욱 낮아 보이게 만들었다. 쏘나타 뉴라이즈에서 봤던 테일램프 패턴은 벨로스터와 더 괜찮은 궁합을 보인다. 얼핏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가 떠오르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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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커키 그림이 심심한 대시보드에 포인트가 된다

구형 벨로스터 실내는 좌우 대칭으로 요즘 트렌드인 운전자 중심 설계에 한참 뒤처진 느낌이 강했다. 신형은 다르다. 대시보드와 센터 패시아에선 예전 흔적을 찾기 힘들다. 비대칭 구성의 스포티한 디자인에 운전석과 동반석에는 인테리어 컬러마저 달리 써 앞자리에서의 역할 구분을 확실히 한다. 스티어링 휠은 메르세데스-AMG를 떠올리는 3스포크 타입에 지름도 적당하다. 동반석 쪽 대시보드에는 체커기 패턴을 그려 넣는 등 재미 요소를 부각시켰다. 다만, 전체적으로 쓰인 내장재 질감이 그다지 고급스럽지는 않다. 저렴한 플라스틱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인테리어는 가능하면 눈으로 즐기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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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요소를 더한 파워게이지를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움직이는 레이싱게임 버킷시트

시동을 걸기 전에 시트 포지션을 조절해 본다. 전동 버튼으로 앞뒤 조절을 마치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려 더듬었더니 요추 조절 버튼만 만져진다. 설마 하고 위쪽으로 손을 휘저으니 등받이 조절 수동 레버가 만져진다. 그렇다. 운전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반자동 시트다. 사실 등받이 각도는 한번 만지면 더 만질 일이 없긴 하다. 아쉽지만 이 정도는 눈감고 넘어가기로 한다.

어떤 재미있는 기능이 생겼나 찾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퍼포먼스 게이지. 터보 부스트 압력과 중력가속도, 실시간 토크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재밌긴 하지만 굳이 운전하다 말고 곁눈질해 가면서까지 찾아볼 것 같진 않다는 게 함정. 그래도 펀카에 어울릴법한 기능을 꼼꼼히 마련한 개발진의 노력에 칭찬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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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패널에 서로 다른 색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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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나온 인포테인먼트 스크린과 대시보드 구성이 요즘 현대차스럽다  

신형 벨로스터 들어간 JBL 오디오 시스템은 다양한 음역에서 풍성한 사운드를 낸다. 맑은 고음은 물론, 골이 울릴 정도로 저음을 빵빵 터뜨린다. 더불어 인상 깊었던 기능은 사운드 제너레이터다. 리파인드, 다이내믹, 익스트림까지 3단계로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는데, 최상위 단계인 익스트림을 선택하면 모든 음역이 강조된다. 과장이 좀 심하다 보니 마치 레이싱 게임을 하는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중간 단계인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니 실제보다 중저음역대가 듣기 좋게 강조된다. 차를 많이 안 타본 동승자에게 실제 배기음이라고 하면 깜빡 속겠다 싶은 정도. 사실 가장 좋은 건 최저 단계인 리파인드였다. 인위적인 소리를 최대한 덧붙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에 가까운 엔진 배기음이어서 가장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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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벨로스터에는 기존보다 크기를 키운 터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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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쏘나타 테일램프 디자인이 벨로스터에 이식됐다  

살살 밟아야 더 재밌는 중저속 강자

하체는 아반떼 스포츠보다 단단하다. 그래서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에는 툭 치는 듯한 첫 느낌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충격을 털어낸다. 시내 주행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 받을 정도는 아니다. 적극적인 달리기를 위한 세팅과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세팅, 그 중간쯤으로 보면 맞겠다. 스티어링은 의도한 대로 꽂힌다. 다행히 이전부터 지적받아온 무거운 하체가 가볍게 바뀐 모양이다. 다소 빠른 속도로 급하게 코너를 돌아도 앞머리를 길 한가운데에 끈질기게 들이민다. 불안하지 않은 코너링 덕분에 운전 재미는 늘어난다. 스티어링 휠과 함께 돌아가는 패들 시프트도 만족스러운 부분. 와인딩 코스나 서킷도 소화 가능한 스포티 해치백임을 강하게 어필한다. 다만 빠른 시프트업에 비해 굼뜬 시프트다운은 아쉬운 부분. 회전수를 어지간히 내려야 시프트다운이 되니 박진감 있는 운전과는 다소 거리를 두게 된다.

시승 모델인 1.6 스포츠 코어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지원한다. 급가속시에 순간적으로 더 많은 토크를 뽑아내는 기능이다. 민첩한 코너링이나 괜찮은 가속력에 비해 제동 실력은 아쉽다. 브레이크 페달을 깊숙이 밟아야 겨우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과 마찰음을 내기 시작한다. 발끝을 살짝만 대도 울컥거리며 뛰어난 가속성능을 보여준 데 비해 브레이크 답력은 지나치게 부드럽다. 고속 주행에서 급제동 시에는 뒷바퀴가 붕 뜬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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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헤드램프를 그릴과 하단 범퍼가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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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18인치 알로이 휠이 들어간다 

촬영을 위해 포천 일대를 다녀오면서 열심히 밟고 돌아다닌 결과, 305km 주행에 평균 연비 9.4km/L를 찍었다. 벨로스터 오너라면 스포츠 모드에 두고 달릴 일이 많을 테니 대략 이 정도가 실제 연비에 가깝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반면 시승 마지막 날 출근길에는 12.4km/L를 기록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상황에서 에코 모드에 두고 달린 결과다. 에코 모드로 장거리를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면 공인연비(복합 기준 리터당 12.6km)보다는 높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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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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