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벤테이가, 코너링도 잘해요
2018-05-04  |   13,291 읽음

BENTLEY BENTAYGA

코너링도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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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벤테이가를 타고 왔다. 벤틀리가 우리를 서킷으로 안내한 의도는 명료하다. 벤테이가가 격한 주행도 너끈히 견디는 ‘전천후 SUV’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벤틀리는 지난 4월 10일, 벤테이가 출시 이후 1년 만에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패트릭 키슬링(Patrick Kiessling) 벤틀리 매니저의 프리뷰로 행사는 시작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엑스트라오디너리(Extraordinary, 비범한)를 강조했다. 벤테이가가 럭셔리와 퍼포먼스, 둘 모두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럭셔리로는 벤틀리를 절반 남짓 밖에 설명하지 못하며, 여기에 퍼포먼스까지 붙여야 벤테이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프리뷰는 마무리됐다.

이제 그가 말한 비범함을 확인할 시간. 결코, 자주 접하지 못할 W12기통 6.0L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공회전 시에도 잔 진동을 느낄 수 없다. 하이브리드에서 경험했던,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기운이 감돈다. 벤테이가는 잔 진동을 전하는 대신, 최고 수준의 실내 정숙성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서킷 주행에 앞서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했다. 산 타고 강 건너는 본격적인 오프로드는 아니었다. 개러지 뒤편에 울퉁불퉁한 노면, 측면이 기울어진 사면, 그리고 25° 기울어진 경사로까지 3개 코스를 구성, 유사 비포장도로 상황을 연출한 게 전부. 아쉽지만 이해는 된다. 3억 4,400만원에서 시작하는,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가격의 차 옆구리가 자칫 긁히기라도 했다간 소형차 한 대 값이 그냥 나가 버릴 테니까. 


먼저 울퉁불퉁한 노면에 올랐다. 심하게 웅덩이 진 길을 지날 때 네 바퀴의 높낮이가 일정하다면 타이어가 제대로 노면을 밟을 수 없을 것이다. 안티 롤바는 원래 롤링을 줄이기 위한 장비여서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제한하게 된다. 하지만 벤테이가의 능동식 롤바는 오프로드에서 여유 있는 휠 트래블을 확보, 본격적인 SUV의 모습을 연출하는 데 기여한다. 4WD 시스템은 헛도는 바퀴의 동력 배분을 차단, 나머지 바퀴에 힘을 나누며 주어진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사면 코스에 들어섰다. 보조석 쪽 바퀴를 비탈길에 얹으니 차가 급격히 기운다. 디스플레이에 뜬 실시간 차체 기울기는 15°였다. 벤틀리가 밝힌 사면 한계 각도는 35°. 아직 20도 가까이 여유 있었다. 진행요원은 그만 하면 됐으니 이제 얌전히 운전대를 꺾으라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별안간 벤테이가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어졌다. 스태프에겐 미안하지만, 핸들을 꺾는 대신 눈을 질끈 감고 비탈길을 더 올라 탔다. 그제야 디스플레이에는 차가 측면으로 30도 기울었다는 표시가 떴다. 더 기울이고 싶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차가 안 뒤집히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상황. 이럴 때를 대비해 보조석에 함께 탄 인스트럭터의 차분한 지도 아래 무탈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벤테이가의 낮은 무게중심 설계를 느끼라고 마련했을 측사면 코스는 내게 알량한 도전정신 따위 아무 때나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가르침을 줬다. 다음 경사로 코스는 윈드실드 너머로 하늘 밖에 안 보이는 아찔한 순간에도 어라운드뷰를 통해 안전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벤테이가의 안전 기능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서킷 주행이었다. 첫 바퀴는 컴포트 모드로 달렸다. 나머지 주행에서 스포츠 모드와의 차이를 확연히 느껴보라는 의도다. 코너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선 일반적인 SUV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육중한 무게와 높은 지상고로 인해 코너에서 롤링이 적지 않다. 그래도 급하게 쏠리지 않으면서 원심력에 저항하는 게 여느 SUV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두 번째 바퀴부터는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모드로 맞췄다. 12기통 치고는 다소 옹색하다고 느꼈던 배기음이 그제야 된 괴성을 내기 시작한다. 직진 가속 시에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SUV' 타이틀을 달았던 벤테이가답게 속도계 바늘이 무섭게 솟구쳤다. 나중에 다른 기자들이 탈 때 밖에서 들어보니 아닌 평일 중에 레이싱 경기라도 열린 듯한 굉음을 내고 있었다. 스포츠 모드의 벤테이가는 코너링 공략 시에도 아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연속된 코너를 좌우로 돌며 나갈 때도, 급하게 꺾인 헤어핀 구간을 지날 때도 마치 낮은 차체의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이었다. 능동식 안티 롤바와 48V 다이내믹라이드시스템의 조합이 빚어낸 주행감이다. 전기모터 방식 액추에이터를 이용한 안티롤바가 코너링 시 차체의 기울어짐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벤틀리의 전 라인업, 특히 벤테이가를 요약하는 한 단어인 ‘엑스트라오디너리’가 그제야 이해됐다. 럭셔리야 롤스로이스와 왕좌를 놓고 다투는 벤틀리니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얼추 짐작만 했던 퍼포먼스를 제대로 느꼈으니. 하기야 3억 원이 훌쩍 넘는 차에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안 될 일 아닐까. 어찌 보면 벤테이가는 잘 만든 차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높은 가격을 떠올렸을 때 그게 또 새삼 놀라울 건 없는 차였다. 벤틀리가 가격에 딱 어울리는, 훌륭한 본전치기 모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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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측사면 코스 , 낮은 무게중심 덕에 살았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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