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 GT VS 캠리 하이브리드 베스트셀러의 접점
2018-05-15  |   104,906 읽음

PASSAT GT VS CAMRY HYBRID

베스트셀러의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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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각기 다른 시장을 겨냥한 두 중형 세단이 우리나라 땅에서 만났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질문이다. 비록 두 맹수의 서식지가 달라 결과는 알 수 없었지만 자동차 세계에선 접점이 생기곤 한다. 이날 모인 파사트와 캠리가 그 주인공. 각각 유럽과 미국을 호령하는 베스트셀러 중형 세단이 우리나라에서 만났다. 같은 거라곤 오로지 체급뿐이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다. 다른 성격만큼 서로 특징이 더욱 또렷이 드러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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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스타일

솔직히 말해서 캠리는 기자가 원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평범한 전륜구동 세단 비율 위에 그려진 요란한 그래픽은 마치 ‘숲’은 못 본채 ‘나무’에만 공들인 내공 없는 그림 같다. 반면 파사트는 전륜구동 세단임에도 섬세하게 손본 비율 위에 간결한 스타일을 입혀 탄탄한 분위기다. 덕분에 파사트 덩치가 훨씬 작은데도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저 유럽 스타일이 좋아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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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이 가득한 캠리 실내. 3층 인쇄로 입체적인 분위기를 낸 타이거 아이 장식이 들어갔다


각설하고 객관적으로 하나씩 살펴보면, 파사트는 군더더기 없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 중형 세단이다. 공간을 위해 휠베이스는 2,786mm로 늘렸지만 앞뒤 오버행을 줄여 길이가 이전보다 4mm 줄었다. 하나의 조약돌처럼 차체 전체가 한 덩어리로 보이는 이유. 특히 프론트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여 후륜구동 비율을 탐냈다. 수평적인 선을 두루 쓴 정적인 그래픽을 둘렀음에도 비율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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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정통적이지만 정갈한 구성으로 멋을 낸 파사트 실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길쭉한 송풍구가 독특하다


캠리는 여유로운 스타일에서 미국 취향이 엿보인다. 동급 최고 수준인 2,825mm 휠베이스 앞뒤로 오버행을 길쭉하게 늘려 전체 길이가 무려 4,880mm에 달한다. 더구나 저중심 TNGA 플랫폼으로 높이까지 낮추어 더더욱 길쭉해 보인다. 옆에 선 파사트를 준중형 세단으로 둔갑시킬 정도. 그러나 조금 납작한 걸 빼면 전형적인 중형 세단 비율을 벗어나지 않는다. 화려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마냥 신선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런 기조는 실내로 이어진다. 스티어링 휠 중앙 엠블럼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두 차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역시 현란한 쪽이 캠리고 정갈한 쪽이 파사트다. 캠리는 화려한 스타일과 버튼 배치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냈고, 파사트는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캠리의 3층 인쇄된 입체적인 타이거아이 장식과 파사트의 전통적인 무광 나무 무늬 장식만 보아도 두 차의 성격이 쉽사리 짐작 간다.

뒷좌석은 캠리가 더 여유롭다. 더 긴 휠베이스 탓도 있지만, 시트 각도와 쿠션을 더 아늑하게 다듬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 캠리는 마치 폭신한 소파 같고 파사트는 사무실 의자 같달까. 여기서도 폭신한 걸 좋아하는 미국 취향과 탱탱한 걸 좋아하는 유럽 취향이 갈린다. 공간은 두 차 모두 널찍하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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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 뒷좌석은 폭 파묻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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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뒷좌석은 사무실 의자처럼 앉는 느낌이 깔끔하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독일차와 일본차

이 비교의 중요 관전 포인트. 하이브리드와 디젤 파워트레인 비교다. 대륙별로 선호하는 파워트레인 비교이자, 하이브리드를 선도하는 토요타와 디젤을 이끄는 (잠시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는 했지만) 폭스바겐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제원상 성능은 전체적으로 캠리가 우위에 있지만 파사트가 몸무게가 90kg가량 가벼워 장담할 순 없다.

먼저 파사트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굵직한 숨을 내쉬며 깨어난다. 공회전 상태 진동은 독일 디젤이니 뭐니 해도 어쩔 수 없는 디젤이다. 잔진동이 나지막하게나마 차체를 흔든다. 그래도 스타트 & 스톱 기능이 매우 적극적으로 작동해 첫 시동 걸 때가 아니라면 시내 주행 땐 공회전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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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캠리와 디젤 엔진을 얹은 파사트(왼쪽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면 독일제 기계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디젤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고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매끄러운 변속으로 선형적인 가속을 이어간다. 특히 클러치가 맞물리는 변속기 특성상 가속페달을 떼면 심하게 감속했던 이전과 달리, 부드럽게 속도가 줄어 페달 조작이 자연스럽다. 

다만 급가속은 한 박자 쉬고 이어진다. 주행 중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변속기가 저단 기어를 맞물리길 기다린 후 속도를 붙인다. 가속은 0→시속 100km 가속 시간 7.9초 제원에서 엿볼 수 있듯 부족함 없는 수준. 40.8kg·m의 최대토크가 1,900rpm부터 시작해 3,300rpm까지 나오기 때문에 고회전까지 꾸준한 가속이 이어진다. 시속 170km 정도는 거침없이 돌파하며, 꾸준히 페달을 밟으면 220km/h 까지도 어렵지 않게 도달한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 안정감은 아우토반 출신답다. 부드러운 스프링을 댐퍼가 든든하게 차체를 붙들어 좋은 승차감과 안정적인 성능 두 상반된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킨다. 사실 190마력 정도의 출력에 GT라고 이름 붙인 게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고성능 섀시를 맛보니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를 너무 믿기 때문인지 변속기가 저속 기어로 바꿔야 할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고속 기어를 물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 도로에 내려갔다 올라올 때 고단으로 바뀐 기어가 저단을 물지 않아 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없다가, 페달을 더 밟으면 그제야 단수를 낮춰 급하게 속도를 붙인다. 이럴 땐 페달을 더 밟기보단 패들시프트로 직접 변속하는 게 속 편하다. 

이어 캠리로 자리를 옮겼다. 첫 느낌은 역시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 두 차의 길이 차이가 115mm에 달하고 앞 오버행도 긴 탓이다. 그래도 보닛을 이전보다 40mm 낮춘 덕분에 낮은 시트 높이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좋아 덩치에 대한 부담은 적다.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레디’ 글자만 켜질 뿐 어떤 진동도 없다. 하이브리드 답게 모터만이 준비를 마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돌아다니는 정도로는 엔진이 움직일 기미도 없기 때문에 공회전이나 저속에서의 정숙성은 디젤 파사트와 비교 불가다.

하이브리드 강점은 시내 주행에서도 이어진다. 비교적 급한 우리나라 도로 흐름에 맞추려니 2.5L 가솔린엔진이 부지런히 켜지지만, 저속 토크 강한 전기모터가 힘을 붙인 덕분에 언제나 움직임이 민첩하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즉각 반응해 내연기관 특유의 저속 지연 현상이 없다. 전기모터로 구현한 무단변속기도 동력 끊김 없이 부드럽게 가속을 잇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전기모터가 먼저 반응한 후 뒤이어 엔진이 켜지면서 힘을 더한다. 전기 모터와 엔진 힘을 합친 시스템 최고 출력은 211마력. 1,655kg 덩치를 끌기엔 충분한 수치로 호쾌하게 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시속 150km 정도에 이르면 전기모터의 이점이 줄면서 가속이 점차 더뎌진다. 게다가 높은 rpm을 유지하는 무단변속기 탓에 가속 시 먹먹한 소리도 흠이다.

시속 192km에 다다르면 속도계가 멈춘다. 토요타가 설정해놓은 안전 제한 속도다. 남아있는 힘에 비하면 속도제한이 다소 이른 편. 이때 안정감은 보통 수준으로 딱 패밀리 세단답다. 파사트와 비교하면 스프링에 비해 다소 댐퍼가 물러 조금 더 통통 튄다. 비교적 무게 중심이 낮아 불안한 기색은 적지만 전체적으로 이토록 빠른 속도를 겨냥한 차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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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는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들어갔지만 트렁크 공간은 일반 중형 세단만큼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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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트렁크 용량은 586L로 넉넉하며 뒷좌석을 접으면 1,152L까지 늘어난다


적극적인 파사트, 소극적인 캠리

첨단 주행 보조 기술은 파사트가 한 수 위다. 파사트는 다른 차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넣은 반면 캠리는 신차 치고는 첨단 기술에 인색하다. 동급 차에 이미 있는 기능들로만 꾸려졌다.

가장 와닿는 차이는 차선 이탈 방지 장치다. 이름 그대로 차가 차선을 읽고 이탈하지 않도록 알아서 운전대를 조작하는 기능. 파사트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율주행 차처럼 차선 가운데를 쫓지만, 캠리는 이탈 직전 운전대를 살짝 꺾는 수준에 그친다. 말 그대로 진짜 ‘방지’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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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은 체면치레 수준이다


위급 시 안전 기술을 보면 그 차이는 더더욱 벌어진다. 파사트엔 도로변 보행자를 감지해 잠재적 사고를 예방하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충돌 후 알아서 속도를 줄여 2차 사고를 방지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충돌을 예상하면 미리 창문과 선루프를 닫고 안전벨트를 조이는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이 들어가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만을 갖춘 캠리를 멀리 따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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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다양하게 들어갔다

환경에 따라

두 차의 공인연비는 파사트 15.1km/L, 캠리 16.7km/L다. 실제로 도심 주행에서 캠리는 리터당 21km를 넘는 효율을 보이는 등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강점을 또렷이 드러냈다. 같은 주행에서 파사트가 보인 연비는 리터당 약 16km 정도. 고속 연비는 공인 고속연비(파사트 17.2km/L, 캠리 17.1km/L)에서 엿볼 수 있듯 두 차가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다소 격한 주행에서의 결과는 달랐다. 약 111km 고속 위주의 길(도심 20%, 고속 80%)을 1시간 20분 만에 빠르게 주행한 후 연비는 파사트가 리터당 16.3km, 캠리가 리터당 14.5km로 나타났다. 주행 환경에 영향을 적게 받는 디젤과 급가속시 연비 차가 큰 하이브리드 특성에 따른 결과. 평소 부드럽게 운전한다면 캠리가, 빠른 주행을 즐긴다면 파사트가 경제적인 셈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GT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답게 효율과 성능, 그리고 승차감까지 모든 게 준수했다. 굳이 우위를 가르자면 성능은 파사트 GT가, 안락함과 효율은 캠리가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였다. 가격은 파사트 GT가 4,320만~5,290만원이며 프레스티지 트림 시승차는 4,990만원, 캠리 하이브리드는 단일 트림으로 4,250만원이다. 원래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파사트 GT 인기가 더 높았겠지만, 지난날 불거진 여러 사건과 점차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 인기 때문에 쉽게 속단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무슨 차가 더 좋았냐고? 기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은 파사트다. 성능과 효율을 떠나 디자인 또한 매우 중요한 가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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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지수 기자 사진 | 최진호,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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