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S560 4매틱 넘버 560의 부활
2018-06-07  |   125,896 읽음

MERCEDES BENZ S560 4MATIC

넘버 560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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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데뷔한 S클래스가 라이프사이클 후반기를 맞아 마이너체인지를 거쳤다. 고위관료와 기업 임원들이나 탈법했던 정통 대형 세단의 딱딱함에서 벗어나, 전에 없던 호화로움과 최신기술까지 빠짐없이 담은 럭셔리 세단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30년 만에 부활한 S560이라는 이름도 뜻깊다. 최강의 플래그십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완성도다. 


30년 만에 부활한 숫자 ‘560’

560이라니, 참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숫자다. 500도 600도 아닌 이 애매한 숫자는 좀 나이가 든 매니아들에게는 알싸한 의미를 가진다. 1980년대를 풍미한 W126 S클래스의 최고급 모델의 넘버가 바로 560이였으니까. 당시 12기통 엔진을 만들지 않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함 자리는 V8 5.6L 엔진의 560SEL 이었다. 숫자가 바로 배기량이자 배기량이 바로 차의 위상을 뜻하던 시절. 560은 범접하기 힘든 재력과 권력을 상징하는 숫자였다. 시간이 흐르고 V12 6.0L도 모자라 터보까지 붙이는 세상임에도 각인(刻印)의 힘은 여전하다. 오랜만에 본 560이라는 숫자 앞에 여전히 멈칫하는 자신을 발견했으니.

그러나 다운사이징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560이 5.6L 엔진을 사용할 리는 없다. 구형인 W221 S550(S500의 미국 수출명)도 이미 4.7L 엔진을 쓰고 있었지만, 560은 이보다도 작은 4.0L 트윈 터보를 덧 붙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AMG GT를 필두로 63 라인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 엔진(M178/177)의 고급세단 사양(M176)이다. 광포한 출력을 뽐내는 대신 정숙성과 연비절감에 집중한 엔진은 나노슬라이드 저마찰 코팅에 실린더 휴지 기능을 비롯한 최신 기술의 수혜를 모조리 받았다. 신형 9단 변속기는 당연히 탑재했고 여기에 네바퀴 굴림이 들어간 롱휠베이스 모델에 560이라는 이름은 결코 빠질 것이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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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L터 트윈터보 엔진이지만 63AMG의 심장이기도 하다. 560이라는 이름에 조금도 손색없는 출력을 발휘한다.


다른 시대의 S560

안팎의 품질은 말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밖에서 보면 당당한 자태에 압도되며 좌석에 앉으면 호화로우면서도 기품이 깃든 공간이 몸을 감싼다. 현재의 벤츠 인테리어를 정립한 운전자 인터페이스 속에는 모든 최신 기능이 다 들어가 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다. 고속도로 정도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반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평소라면 분주히 움직일 오른발을 내려놓은 채 느긋하고 가볍게 스티어링휠을 잡았다. 완전 정지 후 재출발은 가속 페달을 툭 쳐주는 식으로 신호가 필요하긴 하지만, 운전의 부담은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적어졌다.

엔진은 AMG에서도 쓰는 V8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마치 남는 힘을 숨기는 것처럼 조용히 느긋하게 미끌어져 나간다. 하지만 가속페달 조작에는 빈틈없이 반응한다. 0→시속 100km 가속에 4.6초 걸리는 차가 느릴 리가 없지만, 그 가속감이 맹렬하지 않아 신기할 따름이다. 어찌 되었건 최고출력 469마력에 최대토크 71.0kg·m을 내뿜는 차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떤 속도에서도 자유자재로 그 커다란 몸집을 밀어붙이고 초고속에서조차 힘든 기색 없이 재가속을 이어간다. 

언제든 가속할 수 있는 거대한 차의 운전은 자연스레 여유로워진다.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는 듯한 엔진음만 없다면 전기차라 해도 믿을 정숙성이다. 9단 자동변속기는 나지막한 소리의 변화로 겨우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상상하던 ‘최신 S클래스’ 그대로의 주행이다. 시승차는 이른바 궁극의 서스펜션이라 불리우는 매직 바디 컨트롤(MBC)이 빠진 에어 서스펜션 사양. 그 안락한 승차감에서 불만을 느낄 일은 없다만 일반 코일 스프링을 달고나온 예전 S 클래스와 비교할 때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승차감만 놓고 본다면 S클래스는 댐퍼 종류에 상관없이 예전부터 완성형이었다. 


플래그십

뒷자리에 틀어박혀 한사코 움직이길 거부하는 동료를 억지로 운전대에 밀어 넣은 뒤 그 자리를 차지한다. 역시 할 수만 있다면 뒷자리에서 편안히 보내는 것이 S클래스를 제대로 타는 방법이다. 푹신한 시트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다리를 뻗고서 창밖을 바라본다. 내장재를 따듯하게 덥히는 패널 히팅 덕분에 도어와 팔걸이로 부터 따스함이 포근하게 전해온다. 새로운 기능을 체험하느라 분주한 동료 대신 운전의 대부분을 맡아 달리는 차는 능숙한 기사 마냥 가속과 감속을 이어갔고, 악천후 속에서도 다른 차와 차선을 또렷이 인식해 흔들림 없이 궤적을 그려갔다. 그런 차의 뒷좌석에 기대앉아 그만 몸도 마음도 푸근해져 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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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앞좌석을 최대한 밀어낸 뒤 다리를 펼칠 수도 있다. 화면과 시트가 세심하게 각도와 위치를 바꾼다. 당연히 버튼 하나로 이루어 진다


2013년 이 차가 선보이던 순간 향후 10년간 세계 최고의 대형 세단은 이미 판가름이 나버렸다. 5년간 경쟁자들이 이 차를 따라잡으려 맹추격해 왔지만 마이너체인지 한번으로 추격자들을 뿌리치며 S클래스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 이상이 있을까 싶은 세상을 잠시 맛보았지만 세상에는 이 이상이 물론 존재한다. V12 6.0L 엔진을 얹은 메르세데스의 끝, S650 마이바흐가 불현듯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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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지만 기품있는 실내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기술이 모조리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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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준 프리랜서 사진 |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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