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디젤 2.2D H-TRAC, 럭셔리 디젤을 탄다는 것
2018-07-05  |   51,423 읽음

GENESIS G80 DIESEL 2.2D H-TRAC

럭셔리 디젤을 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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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로 향하는 길, 차 한 대에 다 큰 남자 넷이서 복작거렸다. 다들 멀쩡한 자기 차 놔두고 한 차에 올라탄 데엔 까닭이 있다. 저마다 일일 사장님을 자처하며 오른편 뒷자리에 엉덩이 좀 붙여보기 위해서다. 과연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을까?



A.M. 06:40

휴일 이른 아침, 서울 외곽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 한눈에도 묵직한 남자 넷이 모여 있다. 그 옆엔 더욱 묵직한 잿빛 세단이 한 대 서 있다. G80 디젤을 바라보는 사내 넷 모두 안면에 흡족한 미소를 띤다. 저마다 머릿속에는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준대형 세단의 상석에 앉은 모습이 떠다닌다. 외관상으로는 가솔린 모델과 전혀 구분이 안 가는 쌍둥이 외모다. 범현대家 자제답게 귀티가 흐른다. 혹 헷갈릴까 싶어 부모가 붙였을 은색 2.2D 이름표 정도만 다를 뿐. 해가 머리 위에 오기 전, 부산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라 서둘러 G80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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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가솔린과 디젤을 구분하긴 어렵다


A.M. 08:00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떠느라 잠이 부족했던 게 분명하다.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은 쇼퍼 역의 동료 기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단잠에 빠졌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하나, 둘씩 잠에서 깬다. “어라, 내비게이션 컨트롤러가 없네?” 잠에서 깬 포토그래퍼가 실내를 뒤져보던 중 중대한 차이점 하나를 발견했다. 가솔린 모델에서 기어 노브 뒤편에 있던 다이얼식 내비게이션 컨트롤러와 자동주차 보조 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 주행 중 일일이 손을 뻗어 스크린을 터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실로 굉장히 유용한 편의기능이다. 또한 전방 시야를 놓칠 일도 없기에 안전한 주행을 돕기도 한다. 일단 한번 아쉬운 점이 발견되자 봇물 터지듯 간증이 이어진다. 묵묵히 전방을 보던 동료 기자는 “잠깐씩 차가 멈춰 서 있을 땐 영락없는 디젤차라는 게 와 닿는다”며 거들었다. 아이들링 시 소음과 진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그런 불만 요소는 점차 사그라든다. 실내 소음 저감장치(Active Noise Cancelation, ANC)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음과 반대되는 위상의 음파를 쏨아내 실내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가솔린에 비하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크다. 이 때문인지 원래 있던 렉시콘 프리미엄 오디오(17 스피커) 대신, 스피커 7개의 단출한 오디오가 달렸다. 디젤 모델에서 동급 가솔린 모델의 실내 감성을 바라는 건 욕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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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모델과 같은 듯 다른 실내. 우드 트림이 이젠 약간의 촌티를 풍긴다


A.M. 10:30

운전자 교대 시간이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제 역할을 다한 동료 기자와 자리를 바꿔 앉는다. 뒷자리에 앉아 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실내 감성을 빼앗아 간 건 그렇다 치자. 그래도 운전 재미는 챙겨줬겠지 싶어 가속성능을 확인해 본다. 2.2L 디젤 엔진의 토크를 이용한 초반 가속이 나쁘지 않다. 다만 무게 탓인지, 아니면 다소 힘이 부족한 엔진 때문인지 시원한 가속이 힘들다. 그래도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부지런히 속도계 바늘을 올려주긴 한다.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G80 디젤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인 듯 하다. 또 하나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승차감. 물론 시트 품질은 나무랄 데 없다. 그런데도 만족스러운 착좌감이 달리기 시작하면 이내 원인 모를 불편함으로 바뀌어 계속 몸을 비틀게 된다. 운전이 금방 질려서 몸이 더 빨리 피로를 느낀 것 같다.


P.M. 12:10

휴일인데도 생각보다 고속도로 흐름이 원활해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촬영지를 찾기 위해 좀 더 돌아다니니 총 459.3km를 달렸다는 정보가 계기반에 떴다. 트립 연비는 L당 13.4km. 대부분 고속도로를 달린 가운데 시내 주행은 전체 거리의 10% 남짓이었다. 실내에는 넉넉한 성인 남자 넷(몸무게로 치면 다섯에 육박)과 트렁크에 온갖 촬영장비와 짐까지 실려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수시로 스포츠모드에 두고 달렸다는 사실도 함께. 이를 고려한다면 공인 연비(고속도로 기준) 14.1km/L과 비교해 꽤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3.3 가솔린의 고속도로 공인 연비 10km/L를 떠올린다면, 2.2 디젤은 연료 효율 측면에서 확실한 메리트를 가진다.


P.M. 03:45

숙소에 짐을 풀고 택시를 잡아 행사장으로 향한다. 머릿속으로 가솔린 3.3 H-TRAC 프리미엄 럭셔리(프레스티지 트림 바로 아래)와 비교해 본다. 가격은 2.2D가 150만원 더 높지만 저렴한 연료비에 50% 가까이 월등한 연비를 고려했을 때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다고 봐야 할까? 그래도 준대형 세단 덩치에 최고출력 202마력의 2.2L 엔진이 달린 건 뭔가 부족하다. 이왕 디젤 엔진을 달 거였다면 좀 더 강력한 엔진을 달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친다.


P.S. G80 DIESEL IS...

G80 디젤은 작년 출시한 G70 디젤 이후 제네시스의 두 번째 럭셔리 디젤 모델이다. 제네시스가 G80 가솔린이 잘 팔리는 가운데 꾸역꾸역 디젤 모델을 내놓은 데엔 여러 이유가 있을 거다. 우선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디젤의 기특한 연료 효율이다. 여기에 요즘 독일 프리미엄 차들이 가솔린에 밀리지 않는 디젤 라인업을 충실히 갖춰 놓은 것도 한몫한다. 한마디로 ‘가성비 좋은 수입 럭셔리 세단’에 지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취지는 좋았다. 다만 연비 빼곤 가솔린 모델보다 모든 게 아쉬웠다. 그래도 준대형 세단으로서 필요한, 달리고 서고 도는 기본기에 ‘있어빌리티’(있어보이는 능력)까지 기본 장착된 차를 찾는 실속파라면 이 차가 꽤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이왕이면 신형을 기다리는 걸 추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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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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