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SDV8 & 레인지로버 스포츠 SDV6
2018-07-06  |   41,318 읽음

LAND ROVER RANGE ROVER SDV8 &  

RANGE ROVER SPORT SD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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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라인업의 상위 모델 두 가지가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새로워졌다. 기함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두 풀 모니터식 계기판과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더욱 고도화된 주행보조 장비들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른다.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이병주


LAND ROVER RANGE ROVER SDV8

잘난 친구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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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는데 잘 놀기까지 하는 친구가 있었다. 빈틈없이 완벽한 모습에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친구. 그런데 웬걸, 막상 친해져 보니 은근 푼수다. 그 완벽한 녀석이 신발 끈 묶을 줄 몰라 쩔쩔매더라. 레인지로버를 타면서 별안간 그 친구가 떠올랐다.


못하는 게 없는데

레인지로버는 다재다능 우등생이다. 도로 위에서든 밖에서든 제 역할을 다하는 건 물론 공간이면 공간, 승차감이면 승차감 모두 A+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생김새부터 우월하다. 학생이었다면 교실 뒷자리를 독차지했을 거대한 덩치가 우아하기까지 하다. 재규어 XJ가 그랬듯이 리어 오버행을 길쭉하게 늘어뜨려 비율을 여유롭게 다듬었기 때문. 게다가 레인지로버의 전매특허 바닥 선과 지붕 선, 벨트라인 세 개의 선이 뒤쪽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물방울 모양 실루엣으로 클래식한 분위기까지 탐했다. 유려한 스타일 덕분에 공기 저항 계수(Cd)는 0.34에 그친다.


실내는 감성으로 가득 찼다. 묵직한 문짝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한 감성이, 가죽 범벅 실내엔 재력을 뽐낼 화려한 감성이, 그리고 높직한 시야엔 다재다능한 오프로더 감성이 스몄다. 여기에 부분변경으로 첨단 감성이 더해졌다. 대시보드 위에 12인치 계기판, 10인치 모니터 두 개가 위아래로 붙은 센터패시아, 10인치 헤드업디스플레이까지 온갖 디스플레이가 덕지덕지 붙었다. 이를 모두 더하면 무려 42인치. 대부분의 버튼이 디스플레이로 통합돼 깔끔하면서도 미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 반갑지만, 쓰임새가 좋은지는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시승차를 처음 받았을 때 좀 실망했다. 오랜만에 8기통 가솔린 엔진의 여유로운 질감을 만끽하려 했건만, 디젤 모델 SDV8이 준비되어서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 디젤이라도 V8은 달랐다. 별 기대 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풍부한 회전질감에 절로 ‘오!’ 감탄이 터져 나왔다. 디젤 주제에 가솔린 V8처럼 바람 부는 듯한 소리까지 내니 괜히 대견하다.


오늘날 다운사이징 광풍이 불면서 이 엔진은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V8 디젤 엔진이 되어버렸다. 8기통의 질감과 4.4L 배기량의 넉넉한 힘, 그리고 디젤의 효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선택인 셈이다. 힘은 충분하다. 75.5kg·m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터져 나와 단 6.9초 만에 2,650kg 덩치를 시속 100km까지 끌어당긴다. 

회전 대역이 좁은 디젤 엔진은 고속에서 힘이 빠지기 마련이지만 고속에선 역시나 배기량이 ‘깡패’ 아니었던가. 4.4L 배기량이 만든 339마력 출력으로 시속 190km까지 여유로이 속도를 높이며, 계속 밟으면 시속 220km까지도 문제없다. 제원상 안전최고속도가 218km/h로 적혀있는데도 이후로 가속이 멈추진 않았다.      

시속 200km를 넘기는 고속에서 서스펜션은 탄탄하다. 속도가 오르면서 서스펜션이 굳어지는 건 물론, 약 시속 104km를 넘어서면서 높이를 15mm 낮추어 안정감이 세단 못지않다. 이러던 서스펜션이 속도가 느려지면 다시 부드럽게 풀어져 스트로크를 꾹꾹 눌러가며 충격을 거른다. 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문제없을 정도. 또 고갯길에서는 적극적으로 좌우 쏠림을 잡아낸다. 빠른 속도로 운전대를 꺾으면 조금 눌리는 듯하다가 든든히 버텨 자연스레 코너를 탈출한다. 선회 시 차체 쏠림을 막아주는 다이내믹 리스폰스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한 까닭. 여러모로 만능 서스펜션이라 불릴 만하다. 수리비가 어마어마한 것만 빼면 말이다.


명색이 랜드로버인데 오프로드 성능도 빠질 수 없다. 에어서스펜션을 최대한 높이면 평소 높이보다 75mm 올라간다. 일반 상태 최저지상고가 220mm이니 295mm로 올라가는 셈. 웬만한 길에선 바닥 닿을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돌길에서 신경질적으로 튀는 다른 오프로더에 비해 차분한 승차감이 가장 인상 깊으며, 마지막 사진(굴착기 옆 사진)을 찍으러 바닥이 푹푹 파이는 흙탕길을 오를 때도 조금씩 헛바퀴가 돌긴 하지만 멈추는 일은 없었다.


완벽하진 않다

이런 완벽에 가까운 레인지로버도 신발 끈 못 매 쩔쩔매던 기자의 완벽해 ‘보였던’ 친구처럼 푼수기가 있다. 일단 진동이 적지 않다. 4기통 디젤이 가솔린 버금갈 만큼 진동을 잡아내는 오늘날, 레인지로버 8기통 엔진은 공회전시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론 8기통인 만큼 그 진동이 심하지 않고, 움직이자마자 사그라들긴 하지만, ‘사막의 롤스로이스’의 명성엔 못 미쳤다. 게다가 이따금 들려오는 공명음도 거슬린다. 

주행 중 뜬금없이 안마 기능이 켜지기도 했다. 처음엔 잘못 눌렀겠거니 하고 껐는데, 두 번째 켜질 땐 마치 장난치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 따로 버튼이 없어 터치스크린 메뉴를 눌러 꺼야 하므로 운전 중 끄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아직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이는 아마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

마지막 불만은 운전대 위에 붙은 버튼이다. 상황에 따라 모양이 바뀌고 터치 위치를 파악해 반응하는 첨단 버튼이 새로이 들어갔는데, 반응이 시원찮다. 눌러도 묵묵부답이어서 두 번씩 누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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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패시아에 버튼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두 개의 디스플레이로 통합됐다


욕심의 결과

작은 문제는 아무래도 첨단 기능을 발 빠르게 욱여넣다가 생긴 사소한 실수다. 그만큼 레인지로버는 첨단이 가득하다는 의미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52개의 LED를 조절해 앞차가 있는 곳만 제외한 채 빛을 밝히는 걸 보면 미래에 온 듯 신기하고, 개선된 레이더가 들어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정확히 작동해 든든하다. 비록 국내 판매되는 레인지로버 중 가장 저렴한 시승차엔 차선이탈 방지 장치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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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밖에서 볼 때 멋질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52LED가 자유자재로 조작돼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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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되는 레인지로버 중 가장 저렴한 보그 SE 모델이지만 시트만큼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총 383.8km를 주행하면서 연비는 리터당 7.87km를 기록했다. 공인연비 8.0km/L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결코 높은 효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2.6톤을 넘는 거구와 4륜구동을 고려하면 그나마 디젤이어서 이 정도라도 나온 거다. 다소 가혹했던 시승 환경보다 더 부드럽게 주행한다면 리터당 10km까지는 도전해볼 만하겠다.

레인지로버는 완벽하진 않다. 그러나 그 빈틈을 사소하게 만들 매력이 가득하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호사스러운 분위기와 여유로운 승차감, 다재다능한 공간과 성능까지. 게다가 레인지로버는 ‘SUV의 S클래스’로 비견될 만큼 최고를 상징한다. 신발 끈 못 묶고 달걀부침도 제대로 부칠 줄 모르지만, 밖에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잘난 친구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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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ROVER RANGE ROVER SPORT

스포츠에서 새 길을 찾다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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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 왠지 초록색 타원 랜드로버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여기에는 브랜드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물론 스포츠(Sport)는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명칭. 강력한 엔진과 서스펜션 튜닝만 했다면 어떤 모델이라도 붙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차는 레인지로버의 스포츠 버전이 아니다. 모델명 자체에 대놓고 스포츠를 붙이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최소한의 플랫폼에 다양한 모델을 파생시켜야 하는 랜드로버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첨단 기능을 꼼꼼하게 챙기다

이 차의 뿌리는 2004년 디트로이트에서 공개했던 레인지 스토머 컨셉트다. 디스커버리3를 납작하게 누르고 오버펜더를 더한 듯한 컨셉트카의 외모는 발표 당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브랜드 역사상 첫 컨셉트카였을 뿐 아니라 역사상 전례가 없던 스포츠 지향 랜드로버였으니 말이다. 직선을 강조한 2박스의 전형적인 보디 형태임에도 지붕을 납작하게 누르고 걸윙 도어를 달아 멋을 낸 이 차는 기존 랜드로버와 다른 매력을 추구하는 시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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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을 살린 새로운 헤드램프와 범퍼 디자인이 구형과 확실히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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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램프 발광면도 달라졌다

 

같은 해 등장한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컨셉트카에 비해 다소 디자인이 평범하지만 강력한 V8 수퍼차저 엔진을 얹고,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반에 짧은 휠베이스와 액티브 롤바로 달리기 성능을 다듬었다. 포르쉐 카이엔, BMW X5 등을 의식한 고성능 랜드로버의 출현이었다.

2013년 풀 모델 체인지를 통해 2세대로 진화한 랜드로버 스포츠는 더욱 날렵한 외형을 손에 넣었다. 이보크를 통해 시도된 차세대 디자인은 2012년 레인지로버를 거쳐 레인지로버 스포츠에도 이어졌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레인지로버와 공통되는데, 알루미늄 차체를 받아들인 덕분에 구형보다 무게를 180kg이나 줄일 수 있었다.

2세대로 진화를 통해 많은 것이 바뀌었음에도 시장의 빠른 흐름은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기계적인 부분의 완성도야 더할 나위 없음에도 각종 전자장비의 진화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관련 소프트웨어, 스마트폰과의 연결성 등은 차를 쉽게 구식으로 보이게 만든다. 차선보조장치, 스마트 크루즈 같은 운전보조 장비들이 엮어내는 반자율 운전 장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고급차를 지향하는 메이커라면 많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마이너 체인지에 열심인 모양세다.

레인지 로버 스포츠의 이번 업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시승차에 오르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디지털 방식의 신형 계기판과 트윈 모니터를 갖춘 센터 페시아다. LCD 계기판은 평소에 아날로그 미터를 그래픽으로 구현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정보를 화면에 띄운다. 대시보드에 자리 잡은 10.2인치 와이드 모니터는 터치 조작에 각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래쪽에 모니터 하나를 더했다.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디자인을 깔끔하게 만들 수 있는 대신 직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독립된 모니터가 있으면 공조장치나 시트 등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외형적인 변화는 크지는 않지만 구형과 확실하게 구별된다. 범퍼와 흡기구 형태를 다듬는 것은 마이너 체인지의 기본 레퍼토리. 헤드램프에서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약간 타원형에 가까웠던 구형에 비해 직선적이고 납작한 주간주행등이 날렵하고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보기에도 멋질 뿐 아니라 야간주행에서는 전방 차 유무나 코너링에 따라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V8 엔진을 얹은 SVR에는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픽셀 레이저 LED 램프가 달린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형태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발광면의 형상을 새롭게 다듬었고, 배기관을 납작하게 만들어 앞뒤 이미지를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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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과 고급스러움, 기능성을 겸비한 인테리어

 

시승차는 V6 3.0L 직분사 디젤 터보 엔진을 얹은 SDV6 오토바이오그래프 다이내믹.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비슷한 배기량의 가솔린 V6 3.0L 수퍼차저(340마력)에 비해 출력은 살짝 낮지만 강력한 토크를 앞세워 성능면에서는 오히려 앞선다. 0시속 100km 가속 7.3초로 0.1초밖에 뒤지지 않으면서 최고시속이 255km로 한참 앞서고, 연비나 환경성능에서는 당연히 비교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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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토크를 자랑하는 V6 직분사 디젤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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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AT와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이 다양한 주행환경에 대비한다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은 달리기 성능

요즘 랜드로버의 주행감각에서는 털털거리고 휘청거리던 옛 오프로더 냄새를 찾아보기 힘들다. 온로드를 더 잘 달린다는 말은 아니다. 비포장 돌파능력이 여전히 클래스 최강이면서도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잘 달릴뿐더러 매끄러운 승차감까지 아우른다. 평소에는 그저 조용하고 안락한 고급 SUV일 뿐. 하지만 터레인 리스폰스를 켜고 비포장길에 들어서면 잠시 접어두었던 본 실력을 금세 드러낸다. 그런데 이 차는 이름부터가 스포츠. 산허리를 타고 도는 구불거리는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면 새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라는 태생적 한계는 지울 수 없지만 1세대보다 가벼워진 덕분에 한결 경쾌하다. 브레이크 조작에 재빠르게 속도를 줄이고 코너에서는 끈끈하게 그립을 유지하는 모습에서는 큰 덩치와 2.4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무색하게 한다. 이렇게 높은 운전석 위치에서 즐기는 코너링이 조금 어색하지만 바닥에 손닿을 듯 낮은 일반 고성능차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선다.

단점도 있다. 터치식으로 바꾼 스티어링휠 스위치는 디자인이 깔끔한 대신 조작감이 확실치 않아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IT 장비를 자동차에 매끄럽게 통합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차선 유지 같은 운전보조 시스템의 작동도 동급에서는 평범한 수준.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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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공유하는 레인지로버에 비해 리어 오버행이 짧고 뒤창이 더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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