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컴패스 갈피 잃은 나침반
2018-08-10  |   112,963 읽음

JEEP COMPASS

갈피 잃은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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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SUV가 대세여도 경쟁력이 없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FCA는 세계적인 추세를 연구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SUV가 대세인 세상이다. 이제는 기사에서 SUV의 인기를 설명하는 게 민망한 일이 되었을 정도다. 저유가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대적으로 연료 소모가 많은 SUV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빅3는 이러한 상황에 맞춰 제품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들은 세단의 후속 모델 계획을 취소하거나 출시를 미루면서 승용차 라인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세단을 대체한 크로스오버

GM은 이미 대형세단 임팔라의 단종을 예고했고, 캐딜락을 포함한 전체 세단 라인업을 대폭 조정할 예정이다. 포드는 중형세단 퓨전의 후속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긴다. FCA 역시 마찬가지다. 중형세단 200을 출시 3년 만에 단종했으며 대형세단 300도 후속 모델 소식이 없다. 여기에는 앞으로 세단을 타던 기존 고객이 SUV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공고해질 거란 판단이 깔려있다. 세단의 빈자리를 채운 건 대부분 도심형 SUV다. 세단에 익숙한 고객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뱃바닥과 무게중심을 낮추는 한편, 차체 무게를 감량하여 효율을 높였던 게 인기의 비결이다. 오프로더로 명성을 쌓은 SUV 전문 브랜드 지프도 이를 지켜볼 수만 없었다. 그들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속속 출시했다. 

2006년 등장한 지프 컴패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작은 차체와 저렴한 찻값을 무기로 고객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지프의 특징적인 스타일은 고스란히 담아 브랜드 성격을 지켰다. 이 덕분에 레니게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지프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새로운 2세대 컴패스 역시 이러한 특징을 계승한다. 


자기복제에 머무른 패밀리룩

컴패스는 그랜드 체로키를 꼭 닮은 외관으로 시선을 끈다. 헤드램프 아랫면을 한번 꺾은 형태에서 지프 고유의 마름모꼴 휠하우스까지 전체적으로 형님의 체취가 짙게 스몄다. 차체는 1세대에 비해 길이는 같고 폭만 60mm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이전의 볼륨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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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한 차체 비율에 맞춰 그랜드 체로키의 얼굴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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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필러부터 지붕까지 검은색을 사용해 플로팅 루프처럼 보이도록 했다


실내에는 얼마 전 시승한 체로키 부분변경과 똑같은 디자인의 대시보드가 놓였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좌우 송풍구와 그 아래에 위치한 공조기, 다른 지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행설정 다이얼과 USB 포트까지 그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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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행 다이얼과 그 주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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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콘솔 뒤에는 230V 파워 아웃렛과 USB 포트를 마련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2018년에 나온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실내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점이다. 대시보드 윗면을 깎고 플로팅 타입 센터 모니터를 배치하는 요즘 유행과는 ‘최소’ 10년 이상의 격차가 있다. 컴패스 외관에 반해서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실내를 보자마자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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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와 비슷한 리어램프와 측면 윈도 크롬 몰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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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2018년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촌스럽다


그나마 전체적인 실내 품질이 동급 평균은 된다는 사실에 위안으로 삼는다. 표면이 고르지 못한 하이글로시 내장재를 제외하면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트렁크를 포함한 전체 실내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편이다. 뒷좌석은 충분한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을 확보했고, 기본 770L의 트렁크 용량은 2열 폴딩을 통해 최대 1,693L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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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공간은 비교적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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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용량은 기본 770L, 최대 1,693L


세대교체가 시급한 파워트레인

파워트레인도 체로키와 똑같은 최고출력 177마력의 2.4L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 조합이다. 덩치에 비교해 큰 배기량 덕분에 시원한 가속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한편 지난번 체로키 시승에서 드러났던 엔진과 변속기의 부조화는 컴패스에서도 여전했다. 문제의 원인도 똑같다.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가 부족하다 보니, 엔진 회전수를 낮춰 연비효율을 끌어올리는 다단 변속기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변속 동작이 느리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겹쳐진 결과, 평소보다 가속 페달을 한 박자 빠르게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밟으며 운전해야 한다. 이 탓에 연료 게이지 바늘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공인연비는 9.3km/L로 기어 단수가 3개나 적은 동급 토요타 RAV4(2.5L+6단 자동+AWD)보다 0.1km/L 낮다. 

사실 컴패스가 탑재한 타이거샤크 멀티에어 2.4L는 2004년 현대가 개발한 세타 블록에 기반하고 있다. 여기에 피아트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와 리프트를 더해서 개량했지만, 블록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최신 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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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가 현대 블록에 자사의 각종 기구를 덧붙여 만든 타이거샤크 멀티에어 2.4L 엔진


운전 감각은 일반적인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전형이다. 앞바퀴에 구동력을 더 많이 배분하는 AWD 시스템에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을 조합했다. 따라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승용차와 다를 바 없는 몸놀림을 보인다. 그러나 노면에서 오는 큰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리어 서스펜션과 급제동 할 때 차체 뒤가 가벼워지면서 자세가 불안해지는 모습은 최신 SUV 평균에 못 미치는 주행 품질과 완성도다. 그래도 같은 플랫폼에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레니게이드보다는 그 증상이 훨씬 덜하다. 


FCA의 현주소를 되짚는 지프 컴패스

컴패스는 FCA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게 한다. 모델 간 차별화가 또렷하지 않은 패밀리룩은 의미 없는 자기복제에 머물러있고, 시류에 뒤떨어진 인테리어는 풀모델 체인지를 거친 2018년 신차라 보기 어려웠다. 평균에 못 미치는 주행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예전 소비자는 높직한 운전석 하나만으로 부족한 주행성능을 눈감아 주었을지 몰라도, 평균 수준이 크게 오른 요즘 크로스오버 사이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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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4L 9단 자동 변속기 사양을 수입한 FCA코리아도 이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2.4L+9단 자동 변속기는 같은 사양의 체로키와 정비 부품과 인프라를 함께 공유하는 장점 외에 소비자에게 딱히 이득이랄 게 없다. 또한 9단 자동 변속기는 언덕이 많은 국내 도로 환경에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차라리 연비 성능이 좋은 2.0L 앞바퀴 굴림이나 2.4L 엔진에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앞바퀴 굴림 사양을 함께 들여왔으면 어땠을까? 이쪽이 고객의 실제 사용 환경에 더 알맞았을 게다. 

한국에서 레니게이드와 고객층이 겹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성격과 사이즈가 또렷하게 차이가 나는 두 차지만, 웬일인지 가격표 상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교한 상품 전략이 필요하다. 신형 컴패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저렴한 도심형 크로스오버, 그 장점 하나만으로 일정 이상의 고객 확보가 가능한 차다. 그러나 신차효과는 금방 사라진다. 또한 비슷한 가격에 더 나은 경쟁자가 등장한다면 컴패스를 찾는 고객은 빠르게 줄 것이다. 이제는 차 자체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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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인주 사진 |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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