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 시승기 1회] 현대 벨로스터 N, 뉴비인 나에게 N은 Nebulous다
2018-08-31  |   44,310 읽음

「롱텀 시승기 제1회」


HYUNDAI VELOSTER N

Newbie인 나에게 N은 Nebulou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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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벨로스터 N을 손에 넣었다. 현대차는 ‘랠리에서 일상으로’라며 연신 데일리카 성격을 강조한다. 마침 나도 이 차를 매일 탈 차로 샀다. 가끔 서킷을 누비고 대부분 시간은 일반 도로를 달리면서 느낄 데일리카로서의 벨로스터 N을 장기 연재를 통해 샅샅이 풀어볼 계획이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지난 6월 11일 사전예약 후 무려 51일이 지나서야 벨로스터 N을 받을 수 있었다. 과거 1세대 제네시스(현 G80), 최근 출시된 신형 싼타페 못지않은 대기일수다. 필자의 차는 팬텀 블랙 ‘풀-옵션’ 중 1순위, 사전 예약 전체 순위 49등이었다. 현대 담당자에 따르면 까다로운 검수 때문에 인도가 늦어졌다고. 그런데 웬걸, 출고장에서 차를 받았을 때 누적 주행거리가 37km다. 타이어 솜털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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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블루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빨간색 포인트 때문에 팬텀 블랙으로 결정했다


계약금을 걸고 신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의 시간과 버금간다. 51일간 도산대로와 고양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연일 방문하는가 하면 먼저 차를 타본 선수들의 시승기까지 빠짐없이 정보를 긁어모았다. 마침 시승행사도 마련돼 너무 타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신청했으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 차를 산 사람도 참석할 수 없는 행사엔 구입과는 무관해 보이는 블로거들이 초청돼 신나게 서킷을 누볐다.

6만 6천원 상당의 티셔츠까지 받아 가는 걸 보니 배가 안 아플 수 없었다. 아픈 배를 움켜잡고 쏟아져 나오는 시승 영상을 감상했다. 다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현대가 미쳤다’, ‘장난 아니다’, ‘팝콘 소리!’ 등등 똑같은 평가만 내렸다. 신나게 달릴 참이니 'N' 모드로 인제 서킷을 요리한 모양. 내가 찾는 정보는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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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N 로고가 숨어있다. 찻값 대비 만듦새가 나쁘지 않아 맘에 쏙 든다. 사진으론 다 못 담았지만, 
바깥에 4개, 실내에 5개 총 9개의 N 로고가 박혀있다. 기어가 중립일 때 계기판에 표시되는 N은 제외하고 말이다


벨로스터 N은 총 다섯 가지의 주행 모드가 있다. 데일리 주행을 위한 알버트 비어만 사장의 배려다. 평소에 출퇴근을 하다가 주말엔 서킷에서 신나게 기름을 태우라는 깊은 뜻. 운전대 양옆으로 파란색 버튼이 하나씩 있는데 왼쪽 버튼으로 노멀, 스포츠, 에코를, 오른쪽 버튼으로 N, 커스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단순히 주행 모드 가짓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모드별 주행 감각 차이도 매우 크다.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새로운 ECU로 전달돼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감쇠력을 조절하는 쇼크 업소버는 물론, 스티어링 휠과 LSD까지 모두 전자제어된다. 여기에 특제 소스 가변배기시스템이 추가된다. 후연소 배기음, 일명 ‘팝콘’ 소리는 작정하고 만들었다. 양산차 임에도 최고 110dB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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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벨로스터 터보만 못하다. 색상은 둘째 치고 HUD, 스마트폰 무선충전, ISG 등 편의장비가 대폭 빠졌다


여러 주행모드 중 필자는 현재 ‘에코’와 ‘커스텀’ 모드 위주로 주행 중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달리거나, 화끈하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거나 둘 중 하나다. 에코 모드는 기본적으로 가속페달에 고무줄 붙인 듯 스로틀 움직임을 제한한다. 바짝 긴장했던 서스펜션은 차체를 놓아주며, 배기음은 옆자리 승객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사그라든다. 그럼에도 N은 N이다. 아무리 긴장을 풀었다지만 여전히 튜익스 튠이 빠진 아반떼 스포츠보다 하체가 단단하며, 속력을 높이면 잠들었던 배기음이 다시 깨어난다. 여느 국산차보다 우렁차다. 

에코 모드라 해서 높은 연비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조금은 속도를 즐기는 필자의 트립컴퓨터 상 최고 연비는 12.8km/L. 고속도로서 적당히 1차선 추월과 2차선 복귀를 반복하며 주행하니 L당 13km조차 힘들다. 게다가 시내 주행 연비는 내가 ‘N’이 아닌 ‘M’을 산 게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온다. 출퇴근길 지독한 정체 구간 위에 서 있으면 L당 6km도 기대하기 힘들다. 주행가능거리가 말도 안 될 속도로 쭉쭉 떨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커스텀 모드로 기름 걱정은 접고 주행을 즐기고 있다. N 모드가 아닌 커스텀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반 도로에서 쓰기엔 서스펜션이 너무 딱딱해서다. N 모드는 일괄적으로 모든 파츠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노면이 말끔한 서킷에서는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출퇴근길에선 블랙박스만 요란하게 울릴 뿐이다. 커스텀 모드에서 서스펜션만 노멀로 바꾸면 적당한 승차감으로 스포츠 주행을 맛보기 좋다. 

필자의 경우 처음엔 경제적인 운전과 후연소 배기음을 듣고자 커스텀 모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파바박!’ 하는 소리는 엔진과 배기 시스템 모드가 ‘스포츠 플러스’로 선택돼야만 들을 수 있다. 결국 연비 운전과 후연소 배기음은 공존하기 힘들다. 팝콘 소리는 통상 4,000rpm 부근에서 크게 들리기 시작하며, 만약 레드존 근처에서 다운시프트를 했다면 가속 페달을 온/오프 하는 것만으로도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사실 고성능 해치백을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잖아 있다. 신진대사가 원활한 운동선수가 식사량이 많다고 지적할 수 없고, 락밴드 공연을 보고 시끄러웠다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단점을 감수해가며 데일리카로 써야 할까 의문이 들다가도 본격적으로 코너를 공략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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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밖에 못 앉는 뒷자리에 타본 동료 왈 “폐소공포증 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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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도어는 그만 포기하고 문짝 두 개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필자는 스포츠 주행에 있어선 ‘뉴비’, 즉 신입생과 다를 바 없다. 벨로스터 N까지 총 4대 째 수동변속기 차를 몰았기에 파워트레인에 대한 어색함은 없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정밀하게 밟으며 차량의 하중을 옮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초보자에게 이 차는 실력을 웃도는 코너링을 선사한다. 프로 선수라면 모를까 나와 같은 일반인은 아직까지 이 차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뉴비’인 나에게 ‘N은 어때?’라고 물으면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다음 주 TCR 개막전에 맞춰 영암 F1 서킷을 방문해 제대로 달려볼 예정이다. 다음 호에는 트랙 위에서의 벨로스터 N에 대해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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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뒷모습. 쏘나타 뉴라이즈 같은 테일램프 그래픽 빼곤 다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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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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