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페라리 포르토피노
2018-10-05  |   39,376 읽음

FERRARI PORTOFINO

기회의 땅, 포르토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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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영토 확장 최전선에 포르토피노가 나섰다.


자동차 회사는 언제나 더 많은 차를 팔고 싶어 한다. ‘회사’의 존립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으니까. 고급차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기존의 사업 방식으로 판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사업 저변을 넓혀왔다. 이를 위해 예전에 하지 않던 영역으로 뛰어들어 다양한 성격을 가진 모델을 만들어 냈다. 


캘리포니아를 잇는 포르토피노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브랜드가 쌓아온 자존심과 명성을 유지하는 한편, 충성 고객의 지지도 얻어야만 했다. 그 결과 과거 소량 생산 브랜드가 규모의 경제를 이룰 만큼 판매가 늘고, 회사의 수익이 더 탄탄해지기도 했다. 사람들 역시 스포츠카 회사의 볼륨모델이 세단과 SUV의 몫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더는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다 공격적으로 나섰던 건 아니다. 보수적인 브랜드일수록 그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페라리가 그렇다. 다른 차종에 욕심내지 않고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라는 성격을 고수해 왔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여유 넘치는 GT를 꾸준히 만들어 판매 볼륨을 유지해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전후로 등장한 365GT와 400, 1980년대를 장식한 몬디알, 2000년대 이후의 612 스칼리예티와 FF시리즈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더 많은 고객을 페라리 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매력적인 8기통 컨버터블 GT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8년 등장한 캘리포니아는 페라리 컨버터블 GT로는 처음으로 앞머리에 8기통 엔진을 얹었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겠다는 목표에 충실한 덕분인지 오너의 70%가 페라리를 처음 사는 이들이었고, 85%의 사람들이 데일리카로 굴렸다. 다른 페라리의 데일리카 사용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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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감을 준 리어램프는 박시한 뒷모습을 감추는 디자인 장치다


새로 등장한 포르토피노도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성격을 계승한다. 차 이름을 부유한 이탈리아 휴양지명으로 지은 것만 봐도, 차의 성격이 여유롭고 호화로울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겉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특징은 새로 설계한 하드톱 컨버터블 모듈.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쿠페에서 우아한 컨버터블로 극적인 변화를 만든다. 작동 속도도 빠르다. 시속 48km 이하의 속도로 주행하면서 14초 만에 열리거나 닫힌다. 보통 하드톱 컨버터블은 접었을 때 트렁크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까닭에 적재공간이 좁아지기 마련. 그러나 최신형 GT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겉보기에도 넓고 박시(Boxy)한 모양새의 트렁크 리드 아래로는 기내용 트롤리 가방이 최대 세 개(톱을 열면 두 개)나 들어간다. 데일리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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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모든 부분을 전부 가죽으로 마감했다. 당연하다. 이 차는 페라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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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하드톱 컨버터블 중 가장 넓은 트렁크 공간 


더욱 편하고 빠른 컨버터블 GT

성공작의 후속인 만큼 섀시와 엔진에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만 많은 개선이 따랐다. 차체는 16mm 길고, 28mm 넓어졌으며, 4mm 낮아졌다. 또한 비틀림 강성이 35% 증가한 반면, A필러 구조를 바꾸고 마그네슘 시트 프레임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거쳐 전체 무게가 80kg 감소했다. 쿠페의 강성감에는 못 미치나 강력한 출력을 뒷받침하고 스포츠 주행을 펼치기에 충분하다.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하체도 조련했다. 스프링 강성은 앞 15.5%, 뒤 19% 높였다. 더 단단한 스프링이 차체를 떠받든 덕분에 롤링과 피칭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한결 똑똑해진 전자식 유체자성 서스펜션 덕분이다. 주행정보를 판단하여 댐퍼의 단단함을 순식간에 조절한다. 새 시스템은 자기장의 정밀도와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수직으로 입력되는 노면 충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두뇌(gen3)를 탑재했다. 구조상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매우 높은 까닭에 이번 성능개선 효과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에어서스펜션을 비롯한 다른 시스템과 달리 위화감이 없다.

물론 페라리니까 안락한 GT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3.5초, 시속 200km까지는 10.8초가 걸리며 최고시속은 320km에 달한다. 이러한 성능은 스트럿 타워 뒤쪽(프론트 미드십)에 위치한 V8 3.9L 트윈 터보가 만든다. 캘리포니아T 엔진을 기반하여 새로운 피스톤, 커넥팅 로드, 흡기 시스템으로 출력이 40마력 늘었다. 출력은 늘었지만 연료 효율은 이전보다 10% 이상 좋아졌다. 부스트 압을 조절하는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가 현재 맞물린 기어에 맞춰 토크양을 적절히 조절해 성능과 효율을 개선한 덕분이다. 함께 맞물린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 번개같이 빠른 변속 속도가 스포츠 주행의 흥을 돋운다는 당연한 얘기도 빠질 수 없다. 또한 어느 속도에서건 원하는 기어로 즉각 바꾸는 능력과 카본 세라믹 디스크의 강력한 제동성능이 결합해 운전자 의지대로 도로에 군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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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세라믹 디스크가 기본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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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변환, 스타트 이그니션, 드라이브 모드를 통합한 스티어링 휠이 페라리다움을 만든다. 회전계는 10,000rpm까지 적혀있고, 레드존은 7,500rpm 이상부터


즉각적인 엔진 반응도 감탄할 만하다. 중간 회전영역에서 발휘되는 강력한 토크는 분명 터보 엔진의 특징이 분명하지만, 반응은 마치 자연흡기처럼 빠르다. 파이프 길이가 동일한 배기매니폴드가 유동저항을 감소시켜 터보랙 현상이 줄어든 것이다. 한편 톱을 열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8기통 엔진의 울음소리는 쿠페에선 경험 못할 매력이다. 배기 시스템에 탑재된 전자 제어 바이 패스 밸브가 주행 모드(컴포트, 스포츠)에 따라 소리의 크기와 울림을 조절한다. 스포츠 주행에서의 맹렬한 긴장감은 물론, 일상영역으로 파고 든 차의 성격을 고려해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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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八자형으로 뻗는 섀시에  강력하게 체결된 스트럿 타워. 그리고 스트럿 타워 뒤쪽에 자리 잡은 프론트 미드십 구성의 엔진


시대 변화를 충실히 따른 최신형 GT

파워 스티어링 기구는 812 슈퍼패스트에 이어 EPS(전자식 파워 스티어링)를 도입했다. 그동안 써오던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연비 성능을 떨어트려서다. 새로운 파워스티어링은 조향감이 깔끔할 뿐만 아니라 조향비가 7% 줄어 반응이 더 민첩하다. 때때로 가벼운 조향 무게와 조금은 무미건조한 피드백이 페라리 명성에 미치지 못하나, 환경 규제 대응과 더 넓은 고객층을 지향한 결과다. 또한 앞으로 장착할지 모를 ADAS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EPS는 필수다. 이렇듯 페라리의 새로운 컨버터블 GT는 시대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8기통 모델을 비롯한 매력적인 신형 페라리가 속속 등장하며 전체 판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 글로벌 판매는 지난 2015년 7,664대에서 작년엔 8,398대로 해마다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04년에 기록한 4,238대의 두 배에 가깝다. 여유로운 컨버터블 GT에 강력한 성능을 결합한 포르토피노 또한 페라리 영토 확장에 큰 힘을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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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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