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련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MGB
2018-10-08  |   30,932 읽음

클래식 롱텀시승기


첫 시련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Car Life with MG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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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는 아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만으로 즐거운 생각이 가득했다. 더군다나 차키를 처음 넘겨받은 날이 생일 바로 전날이어서 나름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이 됐다. 그러나 개인적인 징크스는 올해도 피해 가지 못했다. 생일엔 생각지도 못 한 일이 생긴다는 징크스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왔다. 이번에는 MGB가 연루되면서 더욱 의미 있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새로운 차가 생기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관리다. 이전 정비 기록을 알 수 있다면 한층 손쉽겠지만, 없다면 새로운 정비 기록을 만들고 매뉴얼을 구해 체계적인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래된 차라 부품 수급이 어려워 보이겠지만 아직 해외에 개체 수가 많은 모델은 부품 수급이 그리 어렵진 않다. 다만 문제는 부품 수급이 아니다. 과연 오래된 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비소가 국내에 있느냐가 더 큰 문제다. 더군다나 카뷰레터 엔진에 전기 계통이 복잡한 구식차는 정비 업체 측면에서 보면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받아 몇 군데 정비 업체를 돌았지만,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다. 분위기상 부족한 실력보다는 단지 귀찮고 돈이 되지 않는 작업은 피하는 것 같았다. 

부품 수급은 미국 부품 전문 사이트 모스 모터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MGB 뿐 아니라 이들이 다루는 차종은 7개 브랜드 35개 차종에 이른다. MG나 트라이엄프, 오스틴, 재규어 등 클래식 영국 차를 중심으로 마쓰다 미아타와 피아트 124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취급하는 부품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야말로 별천지를 만난 것이다. MGB 부품 가격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푸조 207 RC의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며 약 90% 이상의 부품이 아직도 생산된다고 한다. 1차 주문 부품 리스트는 차를 처음 받았을 때 고장 났던 클러치 실린더 세트와 주유구 뚜껑, 스위치 몇 개로 전체 부품 가격은 약 150달러(9월 15일 기준 한화 약 16만 8천원) 정도였다. 배송비를 포함해도 170달러(한화 약 19만원) 정도 나왔고 배송까지는 2주 정도 걸렸다. 

     

생일날 밥도 못 먹고 차는 견인 되고

MGB는 별 탈 없이 움직였다. 부실하기로 유명한 영국 차의 냉각 계통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우리나라 상륙 이후 과열이나 엔진 부조화는 없었다. 그러나 김주용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 관장과 함께 참석할 공식 행사가 있어 MGB를 이용했는데 이때부터 이상 조짐이 시작됐다. 38℃를 넘는 무더운 낮에도 별문제 없던 MGB가 오후 5시 무렵 과열됐다. 급한 대로 행사장에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열이 점점 심해져 엔진룸을 열어보니 냉각수 보조 탱크 이음부가 터져버린 것이다. 엔진을 식히고 여기저기 응급처치 할 방법을 수소문했으나 견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어렵사리 연락된 지인의 정비소로 일단 차를 보냈다. 생애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건만, 그 선물이 생일날 온갖 고생만 시켜주는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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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황동 소재 냉각수 보조 탱크. 알고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쓸 수 없었다


다음 날 정비소에 도착해 본격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냉각수 보조 탱크는 재질이 황동이라 근처에서 수리가 어려웠다. 담당 정비사와 의논 끝에 일단 비슷한 크기의 보조 탱크를 달기로 결정했으며 부품 주문과 수리 완료까지 약 일주일 정도를 잡았다. 수리하다 보니 냉각수 호스 상태도 좋지 않았다. 특히 세 갈래로 나눠진 호스에서도 누수가 있어 이 부분도 급한 대로 개조한 후 곧장 원래 부품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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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 호스는 세 갈래로 나뉜다. 원래 고무호스지만, 이 부분도 문제가 생겨 급하게 개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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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모터스에서 부품을 수급하기로 했다. 여기는 그야말로 별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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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크기의 냉각수 보조 탱크를 달았다. 물론 임시방편이다 


차를 받은 후 일주일 만에 정비소만 두 번 들어갔지만, 이 과정 자체는 필자에게 유익한 경험이었다. 주행거리가 긴 차도 아니고 늘 운행하던 차도 아니었으며 환경까지 바뀌니 문제가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 과정 하나하나가 새롭기도 하고 즐겁다. 더욱이 지붕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온갖 스트레스를 쉽게 잊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 정도 고생은 즐거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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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도착한 용품들. 방풍 고글과 글러브, 가죽 재킷 등 다가올 계절을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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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문한 부품들이 단 2주 만에 도착했다. 배송비를 포함해도 상당히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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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생일 징크스는 MGB와 함께였다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류장헌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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