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 시승기 2회] Rock 'N' Roll! 벨로스터 N과 영암 서킷을 누비다
2018-10-10  |   51,237 읽음

롱텀 시승기 2회


HYUNDAI VELOSTER N

Rock 'N' Roll! 벨로스터 N과 영암 서킷을 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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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벨로스터 N을 출고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누적 주행거리는 5,000km를 돌파했다. 서울 시내와 지방을 오가며 이 차의 대략적인 성격은 파악했다. 단 한 가지, ‘N'모드만 빼고 말이다. 에코와 노멀 혹은 커스텀 모드로 간간히 속력을 올려보긴 했지만, 이 차가 낼 수 있는 최대 성능은 아직 맛보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TCR 코리아 개막전이 열렸다. WTCR에서 전설로 통하는 가브리엘 타르퀴니가 방문하는 등 볼거리가 풍성하기도 했지만 나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날 영암 경기장은 다양한 클래스의 레이스가 펼쳐지는 등 일반인은 관전만 가능했지만 동호회를 통해 운 좋게 코스인 하는 기회가 생겼다. 물론 나 혼자는 아니고 몇 명의 회원들과 함께했다. 신호등도, 과속단속카메라도, 그리고 길을 막는 거북이 차도 없는 5.615km 코스를 내 맘껏 달려보기 위해 난생처음 영암 국제 자동차 경주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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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엠블럼 어디서 구입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꽤 있다.


시승기를 작성하는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며 입추(立秋)를 만끽하고 있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해 난리가 났었다. 출발 전 기상 예보를 보니 중형급 태풍 솔릭이 영암을 덮칠 예정이었다. 괜히 참가비를 냈나? 걱정이 들었다. 각종 행사를 통해 경주장을 달려본 적은 있지만 횟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인제스피디움 혹은 용인스피드웨이였다. 거기다 수동변속기도 처음이다. 이런저런 걱정과 함께 폭우를 헤치며 차머리를 남쪽으로 향했다. 

벨로스터 N의 19인치 휠에는 애스턴마틴, 페라리 등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애용하는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달린다. 물에 젖은 아스팔트와는 사이가 나쁘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필자가 코스 인하는 오후 시간엔 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일정표에 나온 모든 경기가 종료된 후 내 차례가 돌아왔고,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헬멧과 장갑을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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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인치 휠과 합을 맞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바닥을 든든히 붙든다


코스에 들어서기 전, 고급유를 가득 채웠다. 오늘만큼은 기름값 걱정 없이 가속 페달을 바닥끝까지 밟을 심산이다. 오른쪽 하늘색 버튼을 단 한 번만 누르고 주행에 나섰다. 이벤트 주행으로 라이센스 교육은 없었다. 따라서 첫 바퀴는 일단 코스를 익히기 위해 서행했다. 이내 실내에는 박진감 넘치는 배기음이 커졌다 줄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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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시간 시동을 걸면 민폐인 머플러. 순정이 이렇게 커도 되나?


안타깝게도 영암 서킷은 녹록지 않았다. 메인 스트레이트가 끝나는 첫 번째 코너부터 필자의 운전 실력을 짓밟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를 넘겨 본 적은 있어도 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온 힘 다해 밟아본 적은 없다. 타이어가 고성능이라 한 들 운전자가 그 한계치를 모르니 너무 이른 시점부터 감속이 진행됐다. 허둥지둥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로 오른발이 오갔고, 오른손은 3단을 넣기도, 2단을 넣기도 하며 진땀을 뺐다. 

뒤뚱뒤뚱 몇 번째인지도 까먹은 채 코너를 공략하는 가운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라인은 엉망진창에 스티어링 조작도 부드럽지 못했지만, 재가속이 너무나 쉽고 속도를 더 올려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영암 서킷은 인제스피디움처럼 고저차가 심하진 않지만, 앞바퀴 굴림 특성상 이상한 라인을 그리며 감속할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앞바퀴가 헛돌며 땅을 파, 가고 싶은 방향 반대편으로 차가 밀려난다. 그러면 보통 전자장비가 개입하며 페달을 밟아도 속력이 붙지 않는 등 운전자의 잘못을 지적한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침착했다. 일상 주행에도 쉽게 더러워지는 휠은 이유가 있었고 타이어는 괜히 한 짝당 40만원에 육박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스펜션은 적극적으로 네 바퀴를 고르게 땅에 붙여 접지력을 확보하고, 레브 매칭은 번개처럼 rpm과 현재 단수의 적정 속도를 계산했다.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는 코너를 진입하는 운전자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자동으로 rpm도 맞춰주기 때문에 수동변속기임에도 오른발로 묘기를 부릴 필요는 없다. 여기에 전자식 LSD가 운전자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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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있게 움직이는 변속 레버


이전에 타던 아반떼 스포츠는 횡력과 다투고 난 뒤에야 가속 페달에 발을 옮겼다. 차가 밖으로 밀려날 때 무작정 오른발에 힘을 주면 자칫 랩타임만 느려진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LSD의 도움으로 한 템포 빠르게 가속 페달을 전개할 수 있다. 코너링 시 일반적인 차동장치가 코너 바깥쪽 바퀴를 빨리 돌린다면 벨로스터 N은 다판클러치를 통해 좌우 토크 배분과 트랙션을 세심하게 제어한다. 덕분에 횡력을 받는 상황에서 앞바퀴가 차를 밀어붙이니 ‘안쪽으로 말려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카빙’스키처럼 말이다. 현대차가 벨로스터 N의 LSD 이름을 왜 ‘e-코너 카빙 디퍼렌셜’이라고 지었는지 이해가 갔다. 

엔진 힘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조하는 장치들의 도움으로 막무가내 초보인 필자는 안전하고 재밌게 영암 서킷을 공략해 나갔다. 보조석에 인스트럭터가 타지는 않았지만 차가 대신 운전자를 독려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운전하고 나니 아반떼 스포츠보다 1,000만원 웃돈 주고 산 보람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주행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다. 비 때문에 제대로 된 주행을 못 하는 건 아닌지, 혹여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닌지, 주행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차를 타봤지만 3,1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자동차 중에 이런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은 단연코 없었다. 소모품도 골프 GTI, 미니 JCW에 비하면 월등히 저렴하다. 이런 생각이 드니 입꼬리가 저절로 귀에 걸렸다. 그동안 나쁜 연비로 고통받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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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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