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어떻든 포르쉐
2018-10-12  |   13,561 읽음

PORSCHE PANAMERA 4 E-HYBRID

어떻든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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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포르쉐다’ 새로운 포르쉐가 나올 때마다 늘 했던 소리지만 한 번만 더 해보자. 전동화 시대에도 포르쉐는 포르쉐다.


파나메라 책자를 베개 밑에 넣어놓고 설레는 맘으로 누웠는데 별안간 문자가 날아왔다. ‘강원지역 호우주의보 발령으로 내일 트랙 주행이 취소될 예정입니다.’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를 퍼붓던 8월 말, 결국 손꼽아 기다렸던 포르쉐 트랙 주행 기회가 빗물에 휩쓸려버렸다.


효율과 함께

다음날, 비가 그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역시 허사였다. 포르쉐가 애써 빌린 인제 스피디움은 빗물막 광택이라도 낸 듯 반짝였고, 취소는 예정에서 확정이 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폭우 속 ‘안전한’ 도로주행뿐.

빗방울이 유리 지붕을 요란하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파나메라에 올랐다. 비 오는 강원도 드라이빙을 함께할 주인공은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지난 8월 6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차로, 유럽서 파나메라 전체 판매 60%를 견인하는 주력 모델이다.

역시 포르쉐다. 분명 5m가 넘는 대형차인데, 운전 자세는 영락없는 스포츠카다. 바닥에 폭 파묻힌 높이와 든든한 볼스터(시트 좌우 쿠션), 거의 수평으로 튀어나온 운전대까지. 스포츠카다운 안정된 자세 덕분에 폭우 속 주행의 두려움이 그나마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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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도 포르쉐라는 듯 실내엔 스포츠카 느낌이 물씬하다


출발은 전기 모드부터. 운전대 아래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다이얼을 돌려 ‘E-파워’로 맞추면 이 차는 지금부터 전기차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아무런 소리나 진동 없이 고요히 나아간다. 단지 세차게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만이 엔진 소리의 빈자리를 채울 뿐이다.

잠잠한 모터와 2,950mm 휠베이스가 어우러진 여유로운 승차감을 즐기는 것도 잠시, 페달을 밟자 예상외로 경쾌하게 나아간다. 136마력 모터 출력을 보고 기대도 안 했건만, 전기모터의 두툼한 40.8kg·m 최대토크가 페달을 밟자마자 나와 2,240kg 차체가 가뿐하다. 심지어 고갯길을 오를 때도 엔진은 감감무소식이고, 가속 또한 교통 흐름을 앞설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제원상 시속 140km까지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전기 모드 공인 주행거리 33km 동안은 완전히 전기차로 달릴 수 있는 셈. 다만 가속 페달을 대략 60% 정도 밟으면 저항이 한번 ‘턱’ 걸리는데, 그 저항을 무시하고 더 밟으면 엔진이 깨어난다. 전기 모드에서 급작스레 힘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 장치다.

그렇게 배터리를 절반쯤 소모했을 즈음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모드 다이얼을 돌렸다. 사실 배터리를 다 쓸 때까지 전기로만 달려보고 싶었는데, 폭우에 도로 주행 코스마저 계획보다 줄어 다 달려볼 순 없었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E-파워 모드에서는 배터리가 0%가 될 때까지 오로지 전기만으로 달린다고. 심지어 0%에서도 (0%를 실제보다 다소 일찍이 표시하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전기 모드를 유지한다. 출퇴근 등 짧은 주행에서는 오로지 전기차로 쓰기 위한 PHEV다운 설정이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세 가지 세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알아서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오토’,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는 ‘E-홀드’, 마지막으로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E-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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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아래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다이얼. 전기차 모드인 E-파워로 선택된 상태다 


일단 하이브리드 오토부터. 오토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주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파워트레인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처럼 달린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충전 량이 상당해 계속 달려도 배터리 잔량이 절반쯤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다. 연비도 L당 14km를 넘어 쭉쭉 오른다.

그래서 E-홀드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아마 전기 없이 가속을 마음껏 즐기고 싶을 때, 또는 필요한 상황에서 전기 모드를 쓰고 싶을 때쯤 필요하겠다. E-차지는 배터리 충전에만 집중한다. 공회전 상태는 물론 내리막길에서도 엔진을 계속 깨워 끊임없이 배터리를 충전한다. 마치 콘센트를 꽂아놓은 것 마냥 충전 속도가 빨라 다른 PHEV 충전 모드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 이전 9.4kWh에서 14.1kWh로 커진 용량이 버겁지 않은 모양이다. 참고로 배터리 완충 시간은 3.6kW 충전기로 5.8시간, 7.2kW 충전기(선택사양) 3.6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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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차, 하이브리드 등 지루한 수식이 붙었음에도 파나메라는 정교하고 빨랐다

  

성능이 공존한다

빗방울은 쉴 틈 없이 쏟아졌지만, 포르쉐를 타고 얌전히 달려볼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르망 24시를 3연패로 휘어잡은 포르쉐 하이브리드 기술이 녹아든 차가 아닌가. 짧은 시승인 만큼 주행 모드 ‘스포츠’를 건너뛰어 바로 ‘스포츠 플러스’에 놓고 폭우 속 강원도 고갯길을 달렸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PDK)가 저속 기어를 물고 섀시에 힘을 불어넣자 포근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물론 분위기뿐만 아니다. 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911이 된 듯 힘차게 뛰쳐나간다. 페달을 밟자마자 모터가 최대토크를 분출하고, PDK 변속기가 번개같이 저단 변속을 끝낸 까닭. 0⟶100km/h 가속 시간 4.6초 제원에서 엿보이듯 시속 100km까지는 순식간이며 이후로도 330마력 V6 2.9L 엔진 덕분에 하이브리드 특유의 고속 힘 빠짐 현상은 느낄 수 없다. 무거운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품었음에도 462마력, 71.4kg∙m 시스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덕분에 여전히 강렬했다. 특히 우렁찬 6기통 터보 엔진 소리와 높은 rpm에서 뒤통수를 툭 때리는 변속 충격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2세대부터 추가된 스포츠 배기가 더해지면 쾌감은 배가된다.

고갯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이라면 2.2t 넘는 차가 어찌 코너를 빠르게 달리겠나 싶겠지만, 파나메라는 다르다.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달린다. 포르쉐가 독자적으로 빚은 차세대 MSB 플랫폼과 선회 시 스태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억제하는 PSM, 3 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어우러진 결과. 덕분에 네 바퀴에 균일하게 실리는 무게를 느끼며, 빗길에서도 부담 없이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어떻든 포르쉐였다. 전기차의 효율을 품었음에도 여전히 정교하고 빨랐으며, 와이퍼를 최고속도로 돌리는 폭우조차 아랑곳없었다. 포르쉐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르쉐다움을 지키겠다는 것.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내연기관과 함께 차에 대한 열정도 사라진다는 예견이 나오고 있지만, 포르쉐가 있다면 다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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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포르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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