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랭글러, 자연 위에 군림하다
2018-10-17  |   60,235 읽음

ALL NEW WRANGLER

자연 위에 군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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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진화한 신형 랭글러. 가벼운 차체에 힘과 효율을 갖춘 다운사이징 엔진, 여기에 독보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오프로더 아이코닉으로 거듭났다. 


서울에서 세 시간 걸려 도착한 이곳은 물 맑고 자연 좋기로 소문난 강원도 평창의 흥정계곡. 피서객이 붐비는 계곡 끝에 다다르자 신형 랭글러(JL)의 서식지인 ‘랭글러 밸리’가 나타났다. 관계자가 두 달간이나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찾아낸 곳이자, 자연 지형을 통해 신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게 FCA코리아 측 설명. 


FCA코리아가 신형 랭글러에 거는 기대감  

장소부터 색다른 이번 행사는 사파리처럼 꾸민 세트장과 지역 일대를 활용한 콘텐츠 등 FCA코리아가 적잖은 노력과 비용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행사장 가운데에는 윌리스 지프에서 출발한 역대 랭글러를 전시했다. 수십 년간 지켜온 정통 오프로더의 면모를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전쟁, 히피 아이콘, 80년대 대중문화, 캠핑 등 시대에 맞춘 다양한 소품을 함께 배치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A급 상태의 차를 구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들었을 터. FCA코리아가 신형 랭글러에 거는 기대감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신차 공개 퍼포먼스도 무척 신선했다. 물이 흐르는 계곡 한가운데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파블로 로쏘 사장. “신형 랭글러를 소개합니다”라는 사장의 말과 함께 계곡 옆에 숨어있던 랭글러가 바위와 물을 타고 넘으며 깜짝 등장했다. 자동차가 주행하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물과 돌밭을 가로질러 나타나 더욱 놀라웠다. 랭글러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곧바로 진행한 시승 프로그램은 흥정산을 오르내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포함하여 총 12km의 구간으로 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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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밭을 달려 나온 깜짝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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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역대 랭글러를 한 자리에 모았다


11년 만에 완전 신형으로 거듭난 랭글러(JL)

차에 오르기 전 외관부터 살폈다. 클래식한 외관이 아이코닉한 랭글러답게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는 이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11년 만에 완전 신형으로 거듭나며 달라진 점이 적지 않다. 얼굴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의 LED 헤드램프와 펜더에 자리 잡은 방향지시등으로 깔끔한 인상. 곧추섰던 전면 윈드실드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각도가 조금 누웠다. 고급스러운 실내는 투박함을 자랑하던 예전과 격이 다르다. 두툼한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대시보드 스티치 장식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했다.

여유로운 뒷좌석 레그룸과 센터콘솔 뒤편에 마련한 송풍구로 뒷좌석 편의성도 증가했다. 운전할 때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일단 운전 자세가 다르다. 푹신하고 안락한 착좌감의 시트가 신체를 밀착하고, 텔레스코픽을 지원하는 운전대의 도움으로 키가 작은 운전자도 알맞은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이전 세대는 틸트만 가능했다. 

주행을 시작하자 배기량을 줄인 2.0L 터보 엔진의 가뿐한 발진감에 마음을 빼앗겼다. V6 3.6L를 탑재한 이전 랭글러(JK)는 초기 발진시 묵직함을 넘어 약간 답답했던 게 사실. 하지만 신형은 큰 차체를 승용차처럼 다루기 쉬워 한결 편하다. 낮은 회전수에서 넉넉한 토크를 뿜는 엔진 덕분이다. 최고출력은 5,250rpm에서 272마력, 최대토크는 3,000rpm에서 40.8kg·m을 발휘한다. ZF제 8단 자동변속기와 ISG를 달았고, 알루미늄 소재로 차체 무게를 96kg 감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연료 효율이 36%(사하라 기준) 높아졌다. NVH도 개선했다. 탈착식 지붕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소리에 취약한 구조지만, 신형은 기밀성을 높여 이를 보완했다. 또한 프레임에서 발생한 진동이 객실로 전달되는 현상도 줄었다. 


오프로드 성능을 개선한 신형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올라가는 3km의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독보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의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운전한 사하라 모델은 2.72:1 기어비의 셀렉트 터레인을 탑재했다. 감속비를 최대 77:1(이전 랭글러JK는 73.1:1) 확보해 낮은 속도에서의 고부하 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이 덕분에 경사가 가파른 흙길 언덕을 거침없이 오를 수 있었다. 한편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루비콘은 순정 머드타이어, 4:1 기어비의 록트랙 사륜구동 시스템과 실내에서 간단히 스테빌라이저를 분리하는 기능(휠 트래블 성능향상)을 통해 락 크롤링 주행 능력이 더욱 뛰어나다. 계기판 LCD에는 사륜구동 모드, 피치와 롤 각도 등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띄운다. 스티어링 휠 기구는 리서큘레이팅 볼 타입. 고중량 차체에 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요즘 승용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비포장 노면에서 오는 충격으로 인해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킥백 현상이 적어 운전자의 손가락 부상 위험이 적다는 구조적인 장점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계곡에서 바위와 물을 타고 넘는 구간이었다. 다른 차라면 엄두도 못 낼 일. 하지만 랭글러는 성인 허벅지 높이의 물길을 아무렇지 않게 박차고 나가는 한편, 동력을 차분히 전달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의 도움으로 물이 묻어 미끄러운 바위를 차근차근 타고 넘었다. 최대 36°의 진입각, 20.8°의 램프각, 76.2cm에 달하는 수중 도하 능력을 갖춘 랭글러에 이 정도 험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프로드 주행의 짜릿함과 통쾌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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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돌과 물을 타고 넘는 구간에서의 주행이었다


이번 신차 행사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만한 구석이 많았다. 이채로운 방식으로 진행한 행사 면면에서 FCA코리아가 랭글러에 승부수를 던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내시장에서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가 철수한 가운데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프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델 랭글러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4도어 롱보디 모델이 먼저 출시되었으며, 편의사양을 세분화한 다양한 트림을 선보인다. 특히 기본형 스포츠는 저렴한 값으로 고객의 문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탑을 얹어 마니아틱한 감성에도 충실하다.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사륜구동 시스템 등 SUV 한계를 뛰어넘는 랭글러의 역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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