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떠난 4色 PHEV
2018-10-22  |   50,727 읽음

동해로 떠난 4色 PHEV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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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모터와 엔진을 함께 품은 PHEV. EV처럼 무공해로 달리다가도, 때때로 가솔린을 태워 시원스레 달리면서 배터리까지 채운다. 탐욕스레 손에 넣은 장거리 투어러 능력을 가늠키 위해 성격이 제각각인 네 대의 PHEV를 골라잡고 약 400km를 달렸다. 


BMW i8

속단은 금물


글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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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획한 시승 코스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대략 왕복 400km가량. 평소였다면 구경도 못 했을 스포츠카 키가 막내 기자의 손까지 밀려온 이유다. i8을 마주하자 역시 잔뜩 긴장 서린 외모에 덜컥 겁부터 집어먹었다. 그러나 제목에 적혀있지 않나. 속단은 금물이다.


전기만으로

맵시는 인정한다. 여느 수퍼카 앞에서도 기죽을 일 없을 역동적인 스타일은 도로 위에서 누구든 한 번씩 쳐다보지 않을 수 없을 테다. 날개 펴듯 올라가는 버터플라이 도어도 빼놓을 수 없는 시선 집중 포인트. 다만 그만큼 타는 건 불편하다. 고개를 숙이고 엉덩이를 들이민 후 미끄러지듯 시트 위에 올라야 한다. 성능과 스타일을 위해 편안함을 희생한 모습에 400km 시승 부담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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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 사람 태울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렇게 시트 눕힐 수 있으면 족한 공간이다  


우선 출발은 전기 모드다. 가득 찬 7.1kWh 배터리를 모두 쓸 때까지 전기로만 달려볼 계획이다. ‘컴포트’ 또는 ‘에코프로’ 주행 모드에서 변속기 아래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공인 주행거리 25km 동안은 온전히 전기차로 달릴 수 있다. 엔진의 심기를 건드릴 급가속만 삼간다면 말이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i8도 조용한 가운데 아무런 진동 없이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끼긱’ 거리는 바퀴 소리만 들으며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기분은 여전히 미래에 온 듯 좋다. 가파른 지하주차장 오르막길을 오를 때에도 엔진은 잠잠했다.

서울 중심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길. 꽉 막힌 길을 엉금엉금 기어가니 주행 가능 거리가 좀처럼 줄질 않는다. 도심에서 강한 전기 파워트레인답다. 출발할 때 주행 가능 거리가 24km였는데 꽤 오래 달렸음에도 겨우 1~2km가량 줄었을 뿐이다.

서울 끝자락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속도가 빨라졌다. 3년 전 등장한 PHEV라 이쯤 되면 엔진이 켜지리라 예상했건만, 모터 출력이 의외로 든든하다. 특히 페달을 밟는 순간 25.5kg∙m 모터 최대토크가 즉각 나와 1,485kg 차체를 가볍게 밀어붙인다. 시속 60~80km 구간 추월 가속도 문제없을 정도. 131마력 출력으로 시속 120km까지 전기만으로 달린다니 일상에서 엔진을 깨울 일은 거의 없다. 이날도 기름 한 방울 태우지 않고 서울을 탈출했다.

주행거리 약 25km를 넘어서 경기도 하남시에 접어들자 배터리 주행 가능 거리가 ‘--km’로 표시돼 더는 달릴 수 없음을 알려왔다. 아마 진짜 전기차였다면 가슴이 조마조마했을 비상상황. 물론 이 차는 든든한 기름통이 달려있으니 문제없다. ‘--’ 이후로도 3km를 더 달려 총 28km를 전기로 달린 후에야 가솔린 엔진이 깨어났다.


엔진과 함께 

엔진이 켜짐과 동시에 뒷바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앞바퀴는 모터만이, 뒷바퀴는 엔진만이 따로따로 굴리는 시스템이기 때문. 항속 중 구동계 변화의 위화감은 거의 없으며 3기통 1.5L 엔진소리도 크지 않은 편이다. 꺼져있던 트립컴퓨터 연비 게이지도 이제야 조금 움직였다. 1L/100km로. 아, 물론 그동안 전기 모터로 달려 놓은 거리 때문에 아주 잠깐 표시된 허황된 수치다.

가솔린을 태우자 배터리가 전기 주행 가능 거리 3km~6km 수준으로 채워질 때까지만 쉰 후 힘을 보탠다. 비로소 사륜구동이 된 셈. 엔진이 켜진 뒤로 연비 게이지는 계속 떨어지지만, 모터가 개입하자 그 속도가 줄어든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i8을 타기 전 승차감 걱정이 문득 떠올랐다. 이를 까맣게 잊을 만큼 승차감이 좋다는 소리. 분명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아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하지만, 눌리면서 팽팽하게 굳는 서스펜션이 초기 반응은 무르게 조율돼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른다. 더욱이 운전자 엉덩이가 정확히 휠베이스 한가운데 자리 잡아, 충격을 시소 타듯 넘어가기에 차체 흔들림이 불쾌하지 않다. 긴 시간 달렸어도 피로하지 않은 이유다. 생긴 건 본격 스포츠카인데, 섀시 감각은 무게중심 낮은 GT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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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L 트렁크 공간은 조금 큰 백팩 두 개 정도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시야도 예상외로 좋다. 보통 이토록 납작한 스포츠카는 사각지대가 곳곳에 생기는데 i8은 앞쪽과 옆은 물론 후방 시야까지 문제없다. 특히 룸미러로 바라본 뒤 시야는 웬만한 엉덩이 들어 올린 세단보다 좋다. 단지 시선 자체가 낮고 왼쪽 사이드미러가 평평한 것만 주의하면 일반 승용차 타듯 부담 없다.

가평 휴게소에서 딱 한 번 쉰 후 시속 80~120km로 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 한 주유소에 도착해 기름을 넣었다. 서울에서부터의 총주행거리는 197km.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19.2km/L로 표시됐다. 출발 전 기름을 가득 채우고 도착 후 다시 기름을 넣어 소모한 기름을 계산하는 풀-투-풀 측정 결과는 18.6km/L(10.58L 소모). 2015년 등장한 PHEV 실력은 지금도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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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km를 주행한 후 기록한 연비는 L당 18.6km. 


땅으로부터 460mm

그래도 명색이 스포츠카인데 서서히 달릴 수만은 없었다. 연비 측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페달을 힘껏 밟자 이제야 시속 100km까지 단 4.4초 만에 가속하는 성능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스템 최고출력 362마력을 쏟아내자 시속 100km를 순식간에 지나 240km/h까지 금세 도달한다. 그러나 이는 잠시다. 배터리 잔량이 거의 없던 까닭에 얼마 달리지 않아 배터리가 금방 동났다. 그래도 3기통 엔진이 내는 231마력의 출력으로 1.5t 언저리 덩치를 이끄는 데는 부족함 없다.

사실 파워트레인 성능은 스타일이 뿜는 아우라에 비하면 부족한 편. 그래도 섀시 성능만큼은 그 아우라를 한참 웃돈다. 바닥에 달라붙은 듯 최고속도로 항속하며, 코너에선 운전자 의도대로 정확한 궤적을 그린다. 비결은 엉덩이 즈음에서 느껴지는 무게중심이다. 변속레버 아래 품은 배터리와 미드십 엔진 배치로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모은 것도 모자라(앞뒤 무게 비율 50:50) 탄소 섬유 소재 캐빈을 씌워 무게중심을 지상으로부터 460mm 아래까지 끌어내렸다. BMW 양산차 사상 가장 낮은 수치. 게다가 드라이브 모듈 섀시를 알루미늄으로 짠 건 물론, 볼트와 나사까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 자체를 덜어냈다. 이 상식을 벗어난 차체 구성이 성능과 효율, 그리고 좋은 승차감까지 모두 아우르는 비결이다. 

신나게 내달린 구간을 포함해 시승이 끝날 때까지 총 8시간 45분 동안 555km를 달린 후 기록한 트립컴퓨터 연비는 10.8km/L. 격한 주행상황에 연비가 뚝뚝 떨어졌음에도 10km/L를 넘긴 준수한 결과가 나왔다.   

i8은 장거리 여행 동반자로 손색없었다. 높은 효율과 짜릿한 성능은 물론, 낮은 무게중심과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비롯된 안정된 승차감이 오랜 시간 운전을 즐거움으로 채운다. 어디서든 자부심을 높여줄 화려한 스타일도 마찬가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PHEV GT로서 합격점이다. 물론 양손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라는 가정 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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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OTA PRIUS PRIME 

세 개의 심장을 가진 PHEV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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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프리우스 프라임이었다. 프리우스는 최초의 상용 하이브리드카이지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아니다. 그런데도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워낙 오랫동안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온 탓일 것이다. 프리우스 3세대 기반의 구형(일본명 프리우스 PHV)이 일본에서 데뷔한 2009년만 해도 PHEV는 아직은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요즘에는 한국에서조차 꽤 다양한 PHEV 모델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발전용 모터까지 동력에 힘 보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플러그를 연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배터리를 외부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는 차다. 하이브리드는 엔진에서 남는 동력이나 제동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활용한다는 개념이라 운전자 직접 충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특성을 더한 PHEV는 직접 충전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하이브리드로도, 전기차로도 사용할 수 있는 대신 더 강한 모터와 대용량 배터리가 필수라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변종인 하이브리드를 다시금 전기차와 교배하다 보니 구동 방식이나 성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프리우스 프라임은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진화한 케이스이고 BMW i8은 르망 경주차처럼 앞바퀴는 모터로, 뒷바퀴는 엔진으로 구동한다. 한편 쉐보레 볼트와 닛산 노트 e-파워는 구동은 모터로 하고 엔진을 발전용으로만 쓰는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고 있다. 

프리우스 프라임에는 가솔린을 태우는 1.8L 미러 사이클 엔진과 구동용 모터(1NM형, 72마력), 발전용 모터(1SM형, 31마력)가 있다. 그런데 신형부터는 상황에 따라서는 이 발전용 모터조차도 구동력에 힘을 보태기 때문에 사실상 심장이 3개다. 토요타에서는 이를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엔진이 98마력, 모터 두 개가 72마력과 31마력을 내니 단순 합산으로 201마력이 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시스템 출력은 122마력. 일단 엔진과 모터가 힘을 내는 시점이 다르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목적인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선에서 조율했다. 폭발적인 출력을 뽑아내기보다는 엔진과 모터의 단점을 보완해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뽑아내기 위함이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프리우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든다. 현행 4세대 하이브리드가 전례 없이 괴이한 얼굴이라 상대적으로 잘생겨 보이는 것일까? 암살자의 무기처럼 흉악했던 헤드램프는 4점식 LED 램프로 한결 날렵하면서도 말끔해졌고, 스포티한 감각의 브레이크 램프로 뒤태를 다잡았다.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모노볼륨 스타일의 해치백 보디나 2단식 뒷창은 프리우스의 특징적 요소들. 여기에 해치 도어를 경량 카본 복합소재로 만들고 리어윙과 창문의 중앙 부분을 오목하게 디자인(더블 버블 백도어 윈도우)해 공력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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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적 감각이 느껴지는 운전석  


엔진을 켜지 않고 달린 44.8km 

차를 받자마자 EV 모드 스위치부터 찾았다. 연료탱크와 배터리를 모두 가득 채운 상태에서 EV 주행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스펙상 40km인 EV 주행거리는 전기차로는 짧지만 하이브리드 계열로는 뛰어난 수치. 구형에서 배터리 용량을 두 배로 키운 덕분이다. EV 주행거리는 일본 기준으로 구형이 26.4km, 신형은 68.2km(국내 기준으로는 40km). 차체는 더 무거워졌지만 시스템 효율이 높아졌고,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는 공조기도 특별히 개발한 덕분이다. 혹시라도 엔진을 깨우지 않을까 조심하기는 했지만 발끝으로 느껴지는 토크감은 절대 빈약하지 않다. 엔진이 잠자는 상황에서도 프리우스 프라임은 충분히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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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주행거리가 40km나 되기 때문에 상당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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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에 배터리를 추가했지만 트렁크 공간 손해는 없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사실 조금 불안했다. 모터 특성상 고회전으로 갈수록 토크가 약하기 때문. 하지만 모터 2개 모두를 동력을 쓸 수 있게 된 덕인지 시속 100km가 넘는 영역에서도 꽤 두툼한 토크감이 느껴진다. EV 모드로 낼 수 있는 최고시속은 135km. 이 속도를 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달리니 트립 미터는 어느새 40km를 넘기고 있다. 그런데도 엔진은 아직 깨어날 기미가 없다. 그 후로도 4.8km를 더 달려서야 드디어 엔진이 잠을 깼다.  

일단 엔진이 켜진 후에는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감각이다. 배터리를 많이 싣느라 일반 프리우스보다 130kg 이상 무거워졌지만 저중심의 TNGA 플랫폼이고, 배터리 위치도 낮아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다. 다만 구름 저항이 낮은 에코 타이어는 한계성능이 뚜렷한 편. 대신 조작에 대한 반응이 선명하고 빠릿빠릿해 의외로 운전에 재미가 있다. 저회전부터 즉각적으로 토크를 내는 모터도 한몫 거든다. 엔진 회전수와 가속감이 일치되지 않는 CVT와 하이브리드 특성은 있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놓으면 엔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페달 조작에 리니어하게 반응한다.  


충전의 불편함 없이 EV 주행 가능

시승 중간 기착지에서 연료탱크를 다시 가득 채우니 9.97L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틀간 425km를 달린 후에도 연료탱크는 2/3 가까이 남아 있었다. 시승 연비는 22.9km/L. 하이브리드에 불리한 고속주행이 많았지만 초반 EV 주행 덕을 본 모양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220V 16A로 완충하는데 2시간 30분, 가정용 전원으로는 4시간 30분이 걸린다. 이것만으로 40km 이상을 달리니 가까운 거리라면 휘발유를 전혀 쓰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충전이 어렵다 해도 여차하면 엔진을 가동하면 되니 길거리에 멈추어 설 걱정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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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V 16A 충전기로 완충하는데 2시간 30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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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용 모터까지도 동력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에 비해 높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실한 국내 여건상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집에 충전기 설치가 쉽지 않고, 장거리 운전이 잦은 사람이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매력적이다. 기자 역시 최근 완성도가 높아진 EV에 눈이 가면서도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친환경차를 실제 사야 한다면 프리우스 프라임에 가장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차피 대세는 EV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EV로 가는 과도기가 결코 그리 짧지는 않을 것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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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740e

e는 M과 함께 간다


김민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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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탔던 시승차를 또 타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시승회에 갔다가 한 번 더 시승기를 위해 빌려 타거나, 여러 기획에 묶일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의 시승차이거나. 이번엔 후자였다. 지난 여름에 이어 한 번 더, 740e는 우리의 부름에 응했다.


반짝 EV 모드

차를 받은 건 연비 비교 전날이었다. 이번 시승의 목적인 연료 효율과 각 차의 매력 포인트 점검을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배터리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 측정. 강원도로 출발하기 전에 배터리를 완충시켜야 했다.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를 쓰기 위해 카드까지 빌려놓은 상태였지만 다른 방식으로 충전을 시도했다. 740e는 배터리 컨트롤에서 배터리 충전 목표값을 100%로 설정하면 일반 주행 중에도 꾸준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서울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30km 남짓 거리를 달리고 야경도 즐길 겸 한강 도로변을 왕복했더니 배터리가 완충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야금야금 배터리를 다 까먹은 후에는 연료통의 기름을 태우기 시작할 터. 연료 비교를 위해 기름통 목까지 찰랑거릴 정도로 기름을 가득 채워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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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를 연결하면 배터리 게이지가 계기판에 뜬다


다음 날 아침, 익숙한 디젤 해치백이 아닌 커다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세단에 올라탄다. 무소음의 영역에서 타이어가 구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도 생경한 순간이다. 그리고 기어노브 좌측의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고 MAX e-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한다. 배터리가 웬만큼 충전되어 있을 때라야지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계기판에 뜬 순수 배터리 모드 주행 가능 거리는 26km. 집에서 500m만 움직이면 바로 서울양양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이점을 활용, 제한 속도를 지켜가며 배터리 모드를 시험해 본다. 그 결과는? 확실한 건 계기판 숫자보다 적게 달릴 때도, 많게 달릴 때도 있다는 것. 시속 100~110km 남짓을 정속으로 주행하면 남은 주행 거리 숫자가 실제보다 적게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기름이 바닥났을 때 연비 주행을 하면 확 늘어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완급 조절을 잘해서 달린다면 30km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평소 기자의 통근 거리 36km를 아주 약간의 기름만 쓰고 달릴 수 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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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주행은 공인 연비를 훨씬 웃도는 결과를 낳았다  


SILKY FOUR

배터리가 바닥났다. 기세 좋게 부풀렸던 연비 수치는 점차 현실적인 영역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공조하는 영역이다. 어제부터 계속 배터리 충전과 정속 주행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주행감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스마트폰 충전에 맞먹는 스트레스를 주는 전기차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서 배터리 충전은 어디까지나 취사선택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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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펜더 상단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긴장을 풀고 740e가 전하는 승차감에 집중해 본다. 지난 여름 시승 때만 하더라도 바로 이전에 탔던 M760Li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그만큼 높은 기준으로 7시리즈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바라봤던 것. 이번엔 그런 기대감이 없던 건 물론, 긴장을 풀자 만족감이 높아졌다. 동승한 포토그래퍼는 승차감 좋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이런 표현은 진부하기 이를 데 없지만, 방금 깐 따끈따끈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부드럽고 푹신하다. 4기통 엔진이라는 실린더 숫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기모터와 함께 고배기량의 회전질감을 바짝 쫓는다. 740e의 뒷자리 숫자를 보지 않았다면 6기통 엔진이라 해도 믿을 뻔했다.

아쉬운 점은 숏바디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는 뒷좌석이다. 얼핏 5시리즈와도 헷갈리는 외양을 하고 있는 740e의 뒷좌석 승차감은 대형세단에 기대하는 수준에 모자란다. 암레스트에 박힌 태블릿 PC로 뒷좌석에서 기본적 편의 장비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나 이건 다른 대형 세단도 마찬가지. 효율과 퍼포먼스는 잡는 대신, 쇼퍼드리븐 성향은 놓아버린 740e의 의도가 다분히 내비치는 부분이다. 아쉽게도 롱보디 버전인 740Le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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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수입 대형 세단에서 기대하는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경유지인 강원도 주유소에서 확인한 트립 컴퓨터 상 주행거리는 170km, 연비는 L당 16.1km를 기록했다. 소비한 연료를 계산해보니 총 10.2L.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실제 연비는 16.7km/L. 고속 주행 시 공인 연비인 12.7km/L를 훨씬 상회하는 숫자다.


e는 M과 함께 간다

연료 효율에만 주목하던 비교 테스트가 끝났다. 운전대를 잡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는 듯한 착각을 주던 파란색 스크린을 붉게 물들여 본다.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스포츠 모드가 발동을 건다. 안색을 바꾸는 속도만큼이나 연료 소모 성향 역시 돌변한다. 페달을 밟아도 어떻게 하면 전기모터를 같이 쓸지 궁리하며 반 박자 느리게 가던 조금 전과 달리 출력을 우선시하며 빠른 답력을 보인다. 달라진 운전 성향에 맞춰 하체는 쫀득하게, 스티어링 휠은 단단하게 조인다. M스포츠패키지 레터링은 결코 장식이 아니었다.

740e는 4기통 2.0L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쓰며 총 326마력의 합산 출력을 뽑는다. 전기모터의 위치도 8단 자동변속기 내부에 단단하게 자리 잡으며 엔진과 동등한 위치에서 신나게 바퀴를 굴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5.4초. 6기통 엔진을 얹어 같은 최고출력을 내는 740Li와 비교해 0.2초밖에 뒤지지 않는다.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이 넘게 줄고 공인연비는 L당 1.5km 앞선다. i퍼포먼스를 덧댄 결과다.

파워트레인 구성의 과도기에서 BMW 740e는 전기차 ‘i'퍼포먼스와 고성능 ’M'패키지를 한 데 안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것처럼 불안하지 않은 ‘2인 3각’ 경기를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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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edes Benz GLC350e 4Matic

엔진차와 전기차 사이를 잇는 영악한 징검다리 


김현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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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에너지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PHEV는 그 복잡한 속내만큼이나 각 차의 특징도 제각각이다. 모터가 전적으로 달리기를 담당하되 엔진은 일정한 회전으로 발전만 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레인지 익스텐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배터리만 키워 놓은 차도 있다. 첫 번째 방식은 파워트레인을 몽땅 새로 만드는 대규모 개발이 필요한 반면, 두 번째 방식은 전자에 비해 개발 난이도가 낮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끼워 넣고 이걸 배터리에 연결한 물건이라 말할 수도 있을 테니까. 구조만 놓고 본다면 GLC350e는 후자에 훨씬 가까운 차다.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는 GLC350e

순수 전기차 EQC의 생산을 예고하고 있는 마당에, 벤츠가 기술이 없어서 그랬을 리는 만무하다. 전동화가 마치 첨단 기술인냥 포장되어 온 지난 5년.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벤츠가 보인 반응은 “그거 뭐 그리 어렵다고”에 가까웠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적다고 판단한 그들은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때가 되자 몰아치듯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전동화 브랜드 EQ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차가 GLC350e다. 

말없이 탄다면 보통의 GLC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팎으로 친환경차 특유의 유난스러움이 없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EV ready 정도가 다를 뿐. 계기판에는 충전량과 EV 주행 가능 거리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구동력과 전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능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시승차가 완충이 된 상태라면 좋았으련만, 기자가 받았을 때 배터리는 10%에 불과했다. 근처 마트에서 완속 충전기를 찾아 물려 보았지만 충전 속도가 더디다. 대부분의 PHEV가 그렇듯 이 차 역시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의 최대치는 3.6kW다. 가정용 전원 수준에 일부러 맞추어 놓은 것이므로 7kW급의 완속충전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 빨라지지는 않는다. 여느 PHEV와 마찬가지로 급속 충전기로는 아예 충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8.7kWh 용량의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데 두시간 반이나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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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만큼, 주행거리는 연료로 주행한 거리와 전기로 달린 거리를 별도로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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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속충전커넥터는 뒷범퍼의 오른쪽 구석에 숨어 있다. 완속충전기의 7kW를 연결해도 그 절반가량인 3.6kW의 전류만 받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일반 가정용 전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 차다. 배터리가 10% 남은 상황에서 실제 충전에는 약 두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주행모드는 총 4가지.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며 달리는 하이브리드, 전기모터만 의존해 달리는 E모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 상태를 유지하는 E모드, 그리고 엔진이 계속 돌며 달리기와 충전까지 다 하는 충전(CHARGE) 모드다. 모드 전환은 커맨드 컨트롤 노브 옆 스위치로 쉽게 할 수 있다. 운전자의 선택을 우선하지만, 남은 배터리와 운행 패턴에 따라 어느새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뀌어 있을 때가 많다. 

일단은 가득 찬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모드로 출발했다. 소리 없이 스르륵 전진하는 모습은 완벽한 전기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이어지는 부드러운 가속감이 훌륭하다. 계속 이렇게 달리고 싶지만,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0km 남짓. 빠르게 닳아 없어지는 배터리 잔량을 보면 마냥 전기모드를 고집할 수는 없게 된다. 충전 모드로 전환하면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채운다. 물론 그다지 효율 좋은 충전 방법은 아니다. 전기의 힘만으로 가속하면 시속 130km까지 가능하며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잠에서 깬다. 가속페달에는 햅틱 기능이 진동과 저항으로 효율적인 운전 시점을 알려준다. 엔진이 개입하게 될 때면, 나지막이 무거워지며 페달을 더 밟으면 엔진이 켜진다는 신호를 준다. 엔진을 끌 수 있는 시점이 오면 두 번 살짝 진동하는 식이다. 영리하고 직관적인 방법이다.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꾸어 본다. 혼잡한 도시 가운데를 달리고 있으면 엔진이 쉼 없이 개입과 해제를 반복한다. 충전량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EV모드로 바뀌면서 가능한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애를 쓴다. 제동시에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하며, 배터리의 충전 수준을 눈에 띄게 올려놓기까지 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특히 효과를 보는 시점은 직접 운전할 때 보다는 드라이빙 어시스트를 작동할 때다. 레이더 센서의 정보에 따라 감속이 필요할 경우 회생제동 토크만을 조절하며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 부드럽게 감속을 해낸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회수한 감속 에너지는 다시 배터리를 채우는데 사용된다. 

모터와 배터리로 인해 늘어간 중량은 약 250kg 남짓으로 공차중량은 2.1t이다. 보통의 GLC와 비교하면 확실히 무겁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 정도의 무게증가를 아주 손쉽게 이겨낸다. 엔진과 모터가 전력을 다해 발휘하는 320마력의 시스템 출력과 57kg·m가 넘는 토크의 도움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5.9초 만에 해낸다. 스포츠 모드 같은 드라이브 모드 선택도 가능하다. 최고단계인 스포츠 플러스 상태에서는 SUV답지 않은 주행 감각을 보여줄 정도다.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답게 연비 성능은 준수하다. 217km를 달린 뒤 연비 측정을 위해 다시 가득 채운 연료량은 17.9L. L당 평균 12.12km를 주행한 것이다. 충전으로 이득 본 거리 20km를 제외하더라도 연비는 11km/L에 달한다. 2L 가솔린 엔진을 얹은 몸무게 1.8t SUV였다면 달성하기 힘든 수치다. 도심 정체 구간과 고속주행 모두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뒤에는 공인 연비보다도 훨씬 좋은 효율을 보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효용성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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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의 용량은 8.7kWh. 이것을 트렁크 공간에 얇게 배치하는 것으로 공간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자세히 보면 턱이 아주 약간 올라온 정도다  


보조금은 못 받지만, 경쟁력은 충분하다. 

정부에서는 전기차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때 보조금 500만원을 따로 보조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차는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2L 미만 배기량의 엔진이지만, 보조금을 받는 기준(이산화탄소 배출량 50g/km 이하, 1회 충전거리 30km)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큰 배터리를 달았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로 인한 차체 무게 증가도 무시할 수 없어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PHEV로는 이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들고 나온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가장 낮은 트림은 6,790만원으로 이 차에 투입된 기술과 부품을 생각하면 염가 세일이 아닐까? 특히 직접비교대상인 GLC220d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놀랍다. 안 살 이유가 없는 차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디젤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잘 달리며, 연비까지 괜찮은 GLC350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GLC 판매량의 10%를 넘게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사실 이 차를 샀다고 해서 굳이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주행거리가 짧다 한들, 이차는 하이브리드로서도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가정용 콘센트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GLC350e는 매우 좋은 선택이 되어 줄 것이다. 외부전원을 통해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준비된 차를 타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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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국내 PHEV


 윤지수 기자


아직 전기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우리에게 전동화의 비전을 슬쩍 제시하는 PHEV.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모델을 모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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