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 렉스턴, 쌍용의 쌍룡
2018-10-25  |   66,422 읽음

TIVOLI & G4 REXTON 

쌍용의 쌍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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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의 대내외적 얼굴 마담을 자처하는 티볼리와 G4 렉스턴이 2019년형으로 재단장을 마쳤다. 쌍용의 쌍룡(雙龍)은 내년 역시 필승의 해를 다짐하고 있었다.


SSANGYONG TIVOLI ARMOUR

우리 입맛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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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우리가 소형 SUV에 바라는 것? 일단 소형차니까 합리적인 가격이 먼저고 연비가 좋아야 한다. 작은 차의 톡톡 튀는 개성도 포인트. SUV니까 가족을 태울 만큼 넉넉하고 또 든든하면 더더욱 좋겠다. 바라는 걸 정리해보니 딱 한 차가 떠오른다. 쌍용 티볼리다.


푸짐한 SUV

‘이 색 어때? 신상이야~’라고 뽐내는 듯, 주황색 페인트를 뒤덮은 티볼리 앞에 섰다. 작은 덩치에 햇볕처럼 쨍한 주황색 페인트, 거기에 흰색 지붕까지 덮어놓으니 ‘오렌지 팝’이라는 색깔 이름답게 아기자기한 매력이 톡톡 튄다. 왠지 이 차와 함께라면 지난날 탔던 평범한 준중형 세단처럼 심심하진 않을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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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팝 색은 2019년형과 함께 추가된 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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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두 개의 배기 파이프가 연상되는 크롬 장식이 추가됐다


그러나 티볼리는 겉과 속이 달랐다. 개구쟁이 같은 겉모습 아래 진중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운전대 위 쌍용 엠블럼에서부터 각진 대시보드까지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더욱이 예상보다 널찍한 실내가 무게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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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 부럽지 않게 널찍한 실내. 다소 투박한 스타일은 흠이다


그렇다. 티볼리는 넓다. SUV라며 탔더니 경차 실내처럼 좁은 소형 SUV가 아니다. 두터운 센터 콘솔에서 엿볼 수 있듯, 좌우가 멀찍이 떨어져 동승자 옆구리 찌를 일 없고, 각을 잡은 앞 유리 덕분에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소형차지만 준중형 세단에 앉은 기분이랄까. 1,795mm 동급 최대 너비가 수치상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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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소형 SUV 맞아?


뒷좌석 역시 마찬가지다. 앞좌석을 키 177cm 기자에게 맞춘 후 뒤에 앉았더니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롭게 남는다. 놀랍게도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고 바닥까지 평평해 뒷좌석 승객의 볼멘소리 들을 일도 없겠다. 그 뒤 트렁크 공간은 423L. 소형차 주제에 좁은 걸 못 참는 우리나라 성향만큼은 제대로 해결한다.

이제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르간 타입 페달, D컷 운전대,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2열 열선, 퀼팅 시트, 운전대 열선, 좌우 독립 풀 오토 에어컨……. 인기를 끌 만한 사양은 아낌없이 넣어 놨다. ‘소형차는 소형차다워야지’라며 경쟁 SUV가 쭈뼛댈 때, 티볼리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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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바뀐 변속 레버. 복잡한 모습에서 디자이너의 고충이 느껴진다


이래 봬도 SUV

시동을 걸어, 1.6L 디젤 엔진을 깨운다. 잔잔한 진동과 함께 높은 시야 아래로 평평한 보닛이 펼쳐진다. 높이 1,600mm에 불과한 작은 차가 제법 SUV다운 감각이다. 튼튼한 근육처럼 굴곡진 독특한 D컷 운전대 또한 마찬가지다.

출발은 다른 쌍용차가 그렇듯 처음부터 힘차다. 1,500rpm부터 30.6kg∙m 최대토크를 뿜는 1.6L 엔진 이름이 괜히 LET(Low End Toque)가 아니다. 게다가 페달이 예민하게 조율돼, 그 특성이 더더욱 확실하다. 마치 ‘나 이만큼 힘 세!’라며 조그마한 알통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지만,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만큼은 스트레스 없이 달린다.

그러나 작은 알통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이미 초반에 대부분 힘을 끌어낸 탓에 소리만 요란할 뿐 기대만큼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 1.5t 덩치, 115마력 최고출력에서 엿보이듯 실질적인 달리기 성능은 무난한 수준. 최고속도 바늘도 시속 160km까지는 무탈하게 오르내리지만, 그 이후는 배기량 한계를 드러낸다.

초반에 힘을 몰아 쓰는 파워트레인은 정지/출발이 잦은 도심 주행에 알맞다. 서스펜션도 딱 도심형답다. 요철을 만나면 한번 눌렸다 펴진 후 흔들림을 남기지 않는 담백한 스타일로, 탄탄한 댐퍼가 스프링을 정확히 억제한다. 승차감만큼은 사다리꼴 골격 위에 빚어진 집안 형님들 부럽지 않다.

이토록 도심형 SUV를 지향하면서도 ‘키 높은 해치백’이라며 놀림당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4WD다. 사실 티볼리는 바닥 높이가 승용차에 가깝게 낮지만, 각진 스타일과 4WD 덕분에 괜히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소형 SUV들은 2륜 구동에 LSD도 없는 차들이 허다한데 말이다. 더욱이 2019년형으로 바뀌면서 경사로 저속주행장치(HDC)가 추가돼 비포장도로에서 심리적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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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해도 좋다. 나는 사륜이다!


똑똑한 SUV

티볼리는 쌍용차 막내답지 않게 가장 똑똑하다. 유일하게 직접 운전대를 조정해 차선 한가운데를 달릴 줄 안다. 물론 위급 시 긴급 제동 보조와 앞차를 파악해 알아서 상향등을 조절하는 기능도 빠짐없이 들었다. 사실 요즘 차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수준이지만, 티볼리의 강점은 이 모든 기능을 59만원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약 300km를 달리는 동안 트립 컴퓨터 연비는 리터당 14.5km를 기록했다. 디젤 엔진답게 사륜구동임에도 조금만 부드럽게 주행하니 연비가 쭉쭉 올랐다. 참고로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4km다.

티볼리는 올 상반기 2만여 대를 넘게 판매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놀라운 기술이 들어간 것도, 성능이 대단치도 않은 티볼리의 인기 비결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저 국내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이다. 널찍한 공간과 풍부한 편의 장비, 적당한 성능에 든든한 첨단 기능까지. 진입 가격도 1,626만원(가솔린, 수동)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티볼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성공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SSANGYONG 2019 G4 REXTON HERITAGE

WELL MADE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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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대한민국 1%’라는 타이틀을 달고 데뷔한 렉스턴. 지난 1998년 개발에 착수한 지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렉스턴은 무쏘를 뛰어넘는 우람한 체급으로 우리나라에 대형 SUV의 시대를 열고 그 존재 이유를 꾸준히 알린 모델이기도 했다. 현재 판매량을 봐도 G4 렉스턴은 바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쌍용의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2018.9월 기준 국산 대형 SUV 시장 점유율 85.6%). 이러한 렉스턴이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거쳐 2019년형으로 돌아왔다. 2019 G4 렉스턴 최상위 트림에 놓인 헤리티지 모델을 시승했다.


트렌디한 클래식

G4 렉스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외관에서 달라진 곳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기존의 단순 가로형 배치였던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유라시아 에디션에서 만날 수 있던 그물 타입의 그릴을 달아 직전의 렉스턴과는 다른 모델임을 어필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만큼 트림명 레터링은 우측 엉덩이에 자리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G4 렉스턴은 다르다. 우측 앞으로 가까이 가야 겨우 트림을 알 수 있게 했다. 보다 진중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G4 렉스턴 기본 모델인 럭셔리 트림에서는 신규 적용되는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연식을 바꾸면서 추가된 점이다. 보다 모던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바뀐 휠이 매력을 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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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는 상위 트림(헤리티지, 유라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메쉬 타입 그릴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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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엠블럼이 우측 도어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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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치 스퍼터링 휠. 다른 트림에서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만나볼 수 있다


하루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현대인은 더 나은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런데 차 문을 여닫을 때 일일이 리모컨 키를 눌러야 한다면? 표정이 금세 굳고 말 거다. 이번 G4 렉스턴에는 2채널 터치 센싱 도어 핸들이 새롭게 적용됐다.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다. 이는 실제 카 라이프에서 작지만 큰 만족감을 준다. 이젠 쌍용차도 클래식을 고수해야 할 때, 그리고 트렌드를 적용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움에 편의성을 더하다

실내의 고급감은 여전하다. 전체적인 소재와 컬러가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 차가 쌍용의 프리미엄급 SUV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수 없게 한다. 나파가죽시트가 전하는 부드러운 착좌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도어트림에 적용되며 시각적으로 한층 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퀼팅 패턴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엠블럼이 추가로 박힌 기어 노브는 쌍용이 G4 렉스턴을 브랜드 내에서 어떤 위치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아마도 배려심 많은 운전자라면 동승석에 앉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싶을 거다. 이를 간파한 쌍용은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포지션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워크 인(Walk-In) 디바이스를 추가했다. 쌍용이 배려하는 건 동승자뿐만이 아니다. 운전석에는 오너를 위한 4Way 전동식 허리받침대가 새로 달렸다. 운전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보다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편의성 업데이트 내역은 뒷좌석에서도 이어진다. 뒷자리 팔 받침대에 트레이가 추가됐으며, 컵홀더 사이에는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홀더를 추가해 편리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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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석에 추가된 워크인 디바이스. 도어트림 퀼팅과 시트 뒷면의 G4 렉스턴 엠블럼이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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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노브를 장식한 쌍용 엠블럼은 G4 렉스턴에 걸맞는 코스메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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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프리미엄급 SUV에 걸맞는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는 실내


플래그십에 걸맞는 묵직한 주행감

최근에 몰아본 덩치 큰 SUV는 수입차 위주였던 터라 오랜만에 타보는 국산 대형 SUV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먼저 체크한 건 스티어링 휠의 감각. 초반부터 묵직한 조작감을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느낌이다. 유압식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휠(SSPS)은 스티어링 유압 라인에 별도의 장치를 달아 압력을 조절한다. 적은 힘으로도 잘 돌아가고 운전대와 실제 방향 사이에 이질감이 없다. 고속 주행에서도 크게 묵직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출발 가속 시 반응은 약간 늦은 편. 2.2t에 육박하는 중량 탓인지, 아니면 길들이기가 덜 된 탓인지 몰라도 이 정도 체급의 SUV라면 반응이 민감한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반 박자 여유 부리는 덕에 차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쫓을 시간을 벌었다. 출발 가속 이후의 주행성능은 2.2L 엔진이 이끄는 2.2t 차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벤츠 E-트로닉 7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변속감은 마냥 부드럽다. 이질감 없이 치밀하고, 부지런히 속도를 밀어 올린다. 이 가운데 실내 정숙성은 가히 플래그십 SUV라 부를 만할 만큼 조용하다. 

시속 12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 충분히 만족스런 주행감을 전했다. 다만 시속 130km대 이후에서 가속감이 서서히 줄어들긴 한다. 차체 중량과 효율 사이에서 엔진 선택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커브에서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특유의 프레임바디 형식을 감안했을 때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날렵한 편이다. 차체 비틀림에 강한 만큼 안정적인 코너링을 해내는 건 덤이다. 타이어는 주행 중 접지력 약화와 편마모 현상을 개선한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HP2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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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수납이 가능한 트렁크는 최대 1,977L의 적재용량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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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었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엔진룸 하부의 부실했던 언더커버도 보강됐다. 만듦새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신경 쓴 모습은 실제로 차를 몰게 될 예비 오너를 흡족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여기에 더해 배기가스 처리방식에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사용함으로써 유해물질을 적극적으로 줄인 것 역시 고객은 물론,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내실 있게 다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2019년형 G4 렉스턴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웰 메이드’ SUV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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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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