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한 XC ELLENT LIFE
2018-12-03  |   43,494 읽음

마음 편한 XC ELLENT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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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를 타면 느긋해지는 이유를 찾았다.


볼보가 준비한 1박 2일 시승 행사. 요란하게 타이어 비비며 트랙 위를 달리지도, 흙먼지 흩뿌리며 험지를 누비지도 않았다. 그저 세 대의 XC를 번갈아 타며 여유로이 도로 위를 유영하듯 즐겼을 뿐이다. 그렇다. 볼보의 메시지는 ‘우리 차 이렇게 잘났다’가 아닌 ‘우리 차는 이런 차’였다. 


눈에 띄려 하지 않는다

강원도 정선 한 호텔에 앉아 볼보 SUV 3인방을 바라봤다. XC90, XC60, XC40. 정돈된 스타일이 말끔한 호텔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우러진다. 눈에 띄려 안달이 난 다른 차와 달리 배경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스타일이 바라보기 편하다. 남들보다 특별해지려고 기 쓰지 않는 북유럽 태생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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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바라본 XC 3인방


먼저 XC60에 올라타 강원도 산골 깊숙이 들어갔다. 때는 10월 말, 어느덧 붉게 물든 산과 계곡이 펼쳐진다. 회색 바위 사이를 흐르는 붉은 단풍을 품은 계곡은 절경이 따로 없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마치 거실에서 보듯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는 건, 베이지색 가죽과 차분한 색감의 유목(물 위를 떠다니는 회색빛 나무) 장식이 액자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만약 퍼런 무드등이 번쩍이는 차에서 봤다면, 노래방 모니터 화면 속 계곡 바라보듯 어색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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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색감의 유목 장식이 어우러진 XC60 실내


물론 여유로운 승차감도 한 몫 한다. SUV답게 짜릿함보다는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을 맞춰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로 잔진동을 둥글게 걸러낸다. 중형 세단 못지않게 긴 2,865mm 휠베이스도 마찬가지. 차분한 실내와 여유로운 승차감 덕분에 시승 전 ‘신나게 강원도 고갯길을 달려봐야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여유를 즐기다

산봉우리에서 집와이어를 타고 내려와 몸이 달아오른 상태로 XC90을 만났다. 90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결 더 여유롭다. 덩치가 큰 건 물론, 실내도 널찍하다. 그러나 큰 차 특유의 헐렁한 기색은 없다. 늘어난 공간만큼 더 두툼한 센터 터널과 도어 트림이 빈자리를 꼭꼭 채웠다. 크지만 쿠션은 탄탄한 북유럽식 소파에 앉은 기분이랄까. 

백미는 트렁크다. 왜건의 명가 핏줄이 흐르는 XC90은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트렁크 용량이 1,019L, 2열까지 접었을 때 1,868L에 달한다. 넓은 트렁크를 보며 스노보드를 넣을지, 자전거를 실을지, 또는 침낭 깔고 누워볼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2,160kg 거구는 노면 충격을 꾹꾹 눌러가며 차분하게 움직였다. 이 덩치에 4기통 2.0L 엔진이라니. 경차처럼 굉음을 내며 달릴 것 같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rpm은 굉장히 낮다. 트윈 터보의 도움으로 1,750rpm부터 2,250rpm까지 낮은 회전 영역대에서 48.9kg·m 최대토크를 내는 까닭이다. 볼보 SUV의 정점다운 진중한 움직임에 집와이어로 들떴던 기분이 나긋이 가라앉았다.


라곰

XC90을 타고 도착한 곳은 강원도 한 글램핑장. 여기서 유리관 안 작은 정원을 꾸미는 테라리엄을 체험했다. 이쯤 되면 취재가 아니라 여행 온 기분이지만, 이게 볼보 ‘엑설런트 라이프’라니 열심히 아기자기한 식물과 돌을 배치해본다. 그리고 다시 XC40을 타고 움직였다.

‘라곰’. XC40을 타며 떠오른 ‘딱 알맞은’이라는 뜻의 스웨덴어다. 부담 없는 덩치, 적당한 고급 소재, 실용적인 공간, 그리고 경쾌한 움직임까지 XC40은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아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어두워진 XC40 실내엔 주황빛 색감이 은은히 감돈다. 그냥 주황빛 무드등을 썼다면 요란한 분위기였겠지만, 일반 전구 빛을 주황색 펠트(털이나 수모 섬유를 두드리고 비벼 압축한 원단) 소재가 반사해 가벼운 색이 무겁게 느껴진다. 다이아몬드 커팅 공법으로 멋을 낸 금속 장식 역시 산뜻하면서도 묵직해 맥락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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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빛이 은은히 감도는 XC40 실내


숙소로 돌아오는 길, 피곤함을 덜고자 파일럿 어시스트를 켰다. 볼보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기술로, 곧바로 차선을 인식해 설정한 속도에 맞춰 달린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산속이었음에도 차선을 쫓는 실력은 어김없다. 심지어 적당한 코너도 손을 뗀 채 돌 수 있을 정도. 막내 SUV가 이런 첨단 기능을 기본으로 품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볼보의 안전과 감성을 모두 품은 이 작은 차가 바로 볼보의 테라리엄이 아닌가. 

XC90과 XC60, 그리고 XC40. 세 XC 시리즈는 편하고 실용적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눈에 띄려 안달 나지 않은 스타일이 오히려 세련됐다. 절제와 냉철함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철학이 깊숙이 녹아든 결과. 화려함에 도취한 우리네 도로 위에서 볼보가 ‘쉼표’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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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대의 XC는 모두 편안한 승차감을 지향했다


 윤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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