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 G90, 색을 내다
2019-01-03  |   66,186 읽음

GENESIS G90

색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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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였던 제네시스가 맛과 향을 내기 시작했다.


‘각쿠스’가 떠올랐다. 네모반듯한 실루엣에 번쩍이는 크롬이 어우러졌던 1세대 에쿠스. 비록 어설펐지만, 대형 세단에 바라는 우리네 과시욕을 누구보다 솔직히 드러낸 차였다. 지금 눈앞에 G90이 그렇다. 그때 그 에쿠스처럼 화려하기 그지없다. 유럽 대형 세단을 어설프게 흉내 냈던 EQ900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야 제 색이 난다.


수평으로 빚다

길이 5,205mm. 무진장 거대한 이 대형 세단은 이보다도 더 커 보이고 싶던 모양이다. 수평으로 그어진 캐릭터라인을 시작으로 크롬 장식 등 모든 그래픽을 가로로 길쭉하게 눕혔다. 이 여러 가닥 가로 선이 노골적으로 길어 보이는 착시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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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으로 얽힌 수많은 패턴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수평선은 인상도 바꿔놨다. 헤드램프 끝을 수평으로 끌어내려 이전 화나 있던 모습은 지우고 차분한 분위기를 끌어냈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방패 모양(비례가 슈퍼맨 문장에 더 가깝지만) 그릴에도 불구하고 중후해 보이는 이유. 세로형에서 가로로 바뀐 테일램프 역시 마찬가지다. 낮게 내리 깔려 안정적으로 보이는 건 물론, 2세대 그랜저를 닮아 과거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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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 뒤편 LED는 보조 방향지시등 역할이다. 디쉬 타입 휠에는 고급 세단의 로망이 담겨있다. 닦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여기에 디테일로 화려함을 더했다. 그 골자는 수많은 선이 교차하는 ‘지-매트릭스’ 패턴으로, 큼직한 그릴과 디쉬 타입 휠, 작게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까지 들어갔다. 다이아몬드의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처럼 빛이 여러 각도로 반사돼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 다소 과할 수 있는 장식이지만 램프 실루엣이나 차체 굴곡을 말끔히 정리한 덕분에 요란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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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할 것 같던 방패 모양 그릴은 차분한 주변 그래픽 덕분에 문제없이 녹아든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이걸로 끝. 실내로 들어서면 이 차가 세대교체가 아닌 부분변경 신차라는 걸 깨닫는다. 파격적인 외모에 비해 실내 변화는 그저 소소하다. 바뀐 센터패시아 버튼과 송풍구 모양, 퀼팅 패턴 시트 정도가 눈에 띌 뿐 전체 구성은 거의 그대로다. 그래도 이 조금의 변화가 다소 노티 나던 실내 분위기를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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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패시아 송풍구와 버튼 디자인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 작은 차이 덕분에 분위기가 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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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하게 정리한 센터패시아 버튼. 크롬 도금을 입혀 고급스럽다


뒷좌석도 큰 변화는 없다. 앉아보면 거의 똑같은 가운데 목과 머리가 폭신한 쿠션에 폭 파묻힌다. 머리받침 위에 이탈리아 디나미카사 스웨이드를 감싼 목베개를 추가한 덕분이다. 독일 허리건강 협회로부터 인증받았다는 모던 에르고 시트(앞좌석도 같음)나 버튼 하나로 시트가 편하게 눕는 휴식 모드 등은 여전히 흠잡을 데 없이 편하지만 EQ900에서도 이미 맛봤던 것들이다. 그리고 경쟁차 대비 약점으로 지적된 안마 기능은 이전처럼 들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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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미카 스웨이드로 감싼 뒷좌석 목베개. 말랑말랑한 쿠션이 폭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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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뒷좌석은 이미 경쟁차 LWB 모델과 맞먹는다. 시트는 높이가 높아 무릎이 편하다


최신을 입다

확연히 달라진 외모 때문에 헷갈리지만, 결국 ‘알맹이’는 EQ900이다. 이전에도 그랬듯 공회전 상태에서 시동 꺼진 듯 조용하고,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 2,165kg 묵직한 무게로 낭창한 서스펜션을 진득이 누른 채 3,160mm 길쭉한 휠베이스로 도로 위를 여유롭게 유영한다.

성능도 마찬가지다. 52.0kg·m 최대토크를 무려 1,300rpm부터 뿜어내 거대한 덩치가 잊힐 만큼 잽싸다. 시속 100km까지는 370마력 출력이 대변하듯 순식간이며, 어느새 속도계 바늘은 200을 돌파해 240까지도 문제없이 올라선다. 고속 안정감은 덩치를 생각하면 보통 수준. 거대한 대형 세단답게 큰 충격을 만난 후 앞머리가 부드럽게 위아래로 휘청인다. 역시 역동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는 결코 아니다. 그래도 스포츠 모드에서 운전대가 눈에 띄게 무거워지고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에 긴장을 불어넣는 건 물론, 버킷시트를 조이고 스피커로 엔진소리까지 더해 컴포트 모드와 체감 차이는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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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도 여전했다. 저속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던 승차감이 시속 100km를 넘어서면서 노면 진동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고요한 실내에 진동만이 유입돼 괜히 더 거슬린다. 아마 독일 작스와 함께 만들었다는 서스펜션이 고속주행 안정감을 위해 댐퍼를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전에 탔던 EQ900 3.3 터보도 똑같았다. 새삼 전자제어댐퍼가 들어가지 않은 3.8 모델 고속 승차감이 궁금하다.

그런데 이토록 완전히 똑같은 내실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달라졌다. 시승차 3.3 터보 공인 연비 기준 이전 7.8km/L에서 8.0km/L로 0.2km/L 소폭 올랐다. 이는 G70을 통해 선보였던 지능형 코스팅 중립제어가 들어간 효과다. 쉽게 말해 주행 중 페달을 때면 알아서 변속기를 중립으로 바꾸어 엔진과 타이어 사이 동력을 끊음으로서 주행 거리를 늘리는 기능이다. 다만, 원래도 페달을 땠을 때 파워트레인 저항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기능이 켜졌을 때 느낌이 확 와닿진 않는다. 실제 연비도 120km를 주행하는 동안 L당 5.5km로 효과를 느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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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G90은 EQ900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더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면 심한 회전 구간에서는 알아서 속도를 줄이고, 터널 앞에서 창문을 올리고 공조 장치를 내기 모드로 바꾸어 안 좋은 공기를 차단한다. 국내 최고가 승용차답게 최신 기술은 모두 심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운전자 보조 기능이 선택사양이었던 EQ900과 달리 G90에서는 모두 기본이다.

제네시스 G90은 EQ900이라는 국내 전용 이름을 버리면서 더욱 세계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비록 부분변경이기에 변화는 스타일에 집중됐지만, 제네시스만의 색채를 찾은 것만으로 존재감 차이는 또렷하다. 유럽 세단 아류 같던 모습을 벗어나 한결 당당하달까. 우리나라에서만 인기 있던 우물 안 개구리가 비로소 우물 밖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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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지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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