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솔린 suvs, 사일런트 힐
2019-01-07  |   63,980 읽음

4 GASOLINE SUVs

사일런트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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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깊은 산속. 네 대의 SUV가 제각각 크랭크를 돌렸지만, 고요한 산세엔 막 잠에서 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적막한 언덕에서 만난 조용한 가솔린 SUV 4대. 


LINCOLN MKC

‘중후’와 ‘노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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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장의차, 고급, 미국, 어르신 차, 리무진 등 어딘가 묵직한 단어들이 떠오를 테다. 직접 만난 MKC가 딱 이랬다. 브랜드 막내 콤팩트 SUV임에도 놀랍도록 모든 구석이 링컨답다.


안팎 온도차

스타일부터 이미 귀티가 좔좔 흐른다. 링컨 엠블럼 패턴이 번쩍이는 크롬 그릴과 보닛 중심을 가르는 굴곡은 노골적으로 비싸 보이는 장식. 더욱이 은은한 그림자가 맺히는 캐릭터라인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풍긴다. 길이 4,550mm의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문짝을 열고는 시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이 몇 년도지?’ 분명 시계 한쪽엔 ‘2018’이 떠있는데, 실내는 5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지루하다. 은색과 쥐색 플라스틱이 센터패시아를 뒤덮었고 구성도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다. 얼굴을 최신으로 바꿨지만 실내는 여전히 출시 연도인 2014년에 머물러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면 그래도 소재는 고급차가 맞다. 16시간을 부드럽게 다듬었다는 브리지 오브 위어사 딥소프트 가죽을 덮은 시트는 부드러울 뿐 아니라 동급 최고라 해도 될 만큼 편안하며, 스티어링 휠에도 알프스 지방에서 생산한 볼스도프사 고급 가죽을 씌웠다. 급을 초월한 고급 소재가 묻혀버리는 부족한 포장 실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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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소재는 최고다. 센터패시아 플라스틱 소재는 과거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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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를 담은 디지털 계기판. 그런데 아래쪽 균일하지 못한 크롬 및 나무 무늬 장식이 거슬린다  


화려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차급 한계는 또렷하다. 키 177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공간은 적당하지만 머리가 닿을 듯 말 듯하다. 물론 시트는 앞좌석이 그랬듯 엉덩이가 미끄러질 만큼 부드럽고 편하지만. 조금 좁은 실내의 답답함은 머리 바로 위까지 통유리로 뒤덮은 ‘비스타 루프’가 해소한다. 다만 컵홀더가 한 가운데 박혀있는 팔걸이에선 인체공학이라곤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대륙의 호방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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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713L 용량 트렁크는 바닥이 살짝 뒤쪽으로 경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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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파노라마 선루프보다도 개방감이 좋은 비스타 루프


큰 차처럼

엔진 스타트 버튼이 어디 있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변속 버튼 맨 위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누가 링컨 아니랄까 봐 소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 공회전 진동은 가솔린 엔진치고 다소 있는 편이다. 디젤 엔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4기통답지 않게 운전대와과 머리받침에 가벼운 떨림을 전한다. 그래도 시동 직후를 빼고는 정차 시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적극적으로 시동을 꺼 진동을 느낄 새는 매우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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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예상외로 회전 질감이 좋다


움직임 역시 차분하다. 포드 쿠가와 같은 토대 위에 빚어졌으나, 한결 낭창낭창한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이 사뭇 다르다. 특히 이 차급에선 흔치 않는 전자제어댐퍼가 저속에서 꽤 세련된 움직임을 만든다.

그런데 파워트레인이 노쇠했다. 4기통 터보 엔진은 충분히 부드럽게 회전하는데 6단 자동 변속기가 문제다.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땠다 다시 밟으면 마치 감속과 가속 사이 큰 유격을 품은 듯 긴 무반응 끝에 ‘턱’하는 충격과 함께 동력이 연결된다. 과속방지턱을 넘은 후 재가속할 때, 또는 정체된 길에서 뒤차를 슬금슬금 쫓을 때 아무리 부드럽게 페달을 밟아도 동승자가 불쾌할 만큼의 충격이 생긴다. 

출력은 적당하다.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8.0kg·m 성능의 2.0L 엔진이 1,850kg 차체를 무난히 이끈다. 헐렁한 6단 자동변속기도 가감속을 제외하면 직결감이나 변속 패턴에 흠은 없다. 더욱이 패들시프트로 변속기를 맘껏 주무를 수 있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앞뒤 동력 배분을 나누는 것도 좋다.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답답함 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속도계 바늘이 130을 넘어설 무렵, 별안간 11인승 승합차 속도제한 걸린 듯 가속이 멈췄다. 계기판엔 ‘마이키 시스템’ 제한에 걸렸다는 문구가 뜬다. 그렇다. 포드가 10여 년 전 선보인 자녀 및 초보자에게 운전대 맡길 때를 대비한 보조키 제한 시스템이 켜진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선 참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당해보니 답답함에 오래전 잊었던 사춘기 반항심이 부활할 지경이다. 애초에 링컨으로 그 이상 달려볼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다.

덕분에 강제로 시속 100~110km로 안전하게 달리는데 승차감이 참 예스럽다. 마치 오래전 국산 SUV처럼 스프링이 흡수한 충격을 다시 내뱉으면서 끊임없이 꿀렁인다. 20밀리 초 이내에 반응한다는 민첩한 전자제어댐퍼도 부드러운 스프링 특성까진 다잡을 수 없는 모양. 아니, 이런 움직임이 링컨이 원하는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일명 ‘물침대’ 승차감은 이차가 겨냥하는 고객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토록 조용한 걸까? 방음 실력은 대형 세단에 버금간다. 옆에서 쌔근쌔근 자는 동승자 숨소리가 거슬릴 지경. 시승 땐 그저 조용하다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앞과 옆에 차음 유리를 둘렀을 뿐 아니라 역위상 파장으로 잡음을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켰다. MKC는 콤팩트 SUV 중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장치, 평행 주차 보조 장치 등을 모두 기본으로 갖춘 몇 안 되는 SUV 중 하나. 차선 인식 기능과 앞차를 인지하는 속도는 나무랄 데 없이 빠르고 정확하다. 단, 차선 이탈 방지 장치는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능동형’이 아닌 이탈 직전에 운전대만 꺾는 수준이기에 운전대를 꼭 붙들어야 한다.

시승 기간 총 10시간 50분, 324.6km를 달린 트립 컴퓨터 연비는 L당 8.5km로 찍혔다. MKC 공인연비 8.5km/L와 완전히 같은 결과다. 사륜구동과 무거운 덩치, 큰 타이어를 고려하면 이해는 가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 정도면 효율에서 ‘콤팩트 SUV’의 강점은 없다고 봐야겠다.

콤팩트 SUV 장르에서도 링컨은 여전했다. 그 무게감 가득한 이름처럼 MKC 역시 차분하고 중후하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감촉 좋은 소재는 미국 고급차다운 모습. 부족한 효율과 오래된 실내 역시 미국차답다. 값은 5,230만원. 미국 감성으로 독일 SUV 턱 밑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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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수 기자


KIA STONIC 

3기통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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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Sport Utility Vehicle)라는 말이 어떻게 시작되었건 오늘날 그 의미와 범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기아 스토닉을 SUV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SUV 중에서 트럭 플랫폼에 왜건 보디를 얹고, 네바퀴 굴림으로 오프로드 주파성을 자랑하는 모델이 몇이나 될까? 작은 차체에 지붕과 지상고를 높이고, SUV의 맛만 살렸다고 해도 요즘은 SUV로 인정해 주는 추세다.  

그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도 스토닉의 외모는 미묘한 경계선에 있다. 따로 떼어 보면 귀여운 SUV 같다가도, 다른 SUV 옆에서는 해치백처럼 보인다. 요즘 소형 SUV는 대게 이런 모습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 코나나 메르세데스 벤츠 GLA, 토요타 C-HR 등을 떠올린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SUV답지는 않아도 매력 넘치는 외모

스토닉의 외모는 귀여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한다. 호랑이코 그릴은 기존 어떤 기아 모델보다도 입체적인 굴곡을 지녔다. 앞 범퍼는 상당히 낮게 뻗어 립스포일러로 이어지는데, 마치 온로드용 튜닝 범퍼를 단 것처럼 보인다. 뒷도어 아래에는 독특한 꺽음 선을 넣어 멋을 살렸고, 날렵한 각도의 C필러와 루프윙은 속도감이 넘친다. 층층이 겹쳐 입체적인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매력적이다. 휠하우스 둘레를 수지로 두르고 지붕에 루프랙을 얹어 분위기를 내기는 했지만 어디를 보아도 오프로드를 달릴 차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내는 해치백에 비해 높은 지붕 덕분에 헤드룸이 답답하지는 않아도 뒷좌석에 앉으면 차 크기에서 오는 한계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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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좁지만 디자인이나 감성품질에서는 흠잡을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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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폴딩으로 활용성이 좋은 화물칸. 뒷좌석은 소형차의 한계가 뚜렷하다


그것 말고는 디자인이나 감성품질에서 흠잡을 데 없다. 깔끔한 계기판과 단순하면서도 쓰기 편한 스위치 레이아웃을 갖추었으며, 터치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국내 여건에 잘 맞는다.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경우 해외에서 개발되어 국내용으로 개조되는 수입차보다 국산차 쪽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  

데뷔 초기에 차선이탈 경고뿐이던 스토닉은 최근 LKA 기능을 추가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할 수 있다. 여전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없지만 전방충돌방지 보조가 있으니 차급으로 보면 충분하고도 남을 안전장비를 갖춘 셈. 사실 1.0L 엔진과 스마트 내비게이션만 선택해도 찻값은 2천만원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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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이탈을 능동적으로 막는 LKA를 장비해 원하는 수준으로 어시스트를 설정할 수 있다  


4기통을 대체하는 3기통 1.0L 터보 엔진

이번 시승의 목적은 가솔린 엔진이다. 스토닉에 준비된 가솔린 엔진은 3기통 1.0L 터보, 4기통 1.2L와 1.4L MPI다. 그 중 국내에서 팔리는 것은 1.0L 카파Ⅱ와 1.4L 감마 엔진이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1.0 T-GDi를 골랐다. 가솔린 중 가장 비싸지만 최신형이고, 다운사이징 3기통 엔진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탄소 절감을 위한 다운사이징 유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찌 보면 소형차였다. 고급차는 덩치가 큰 대신 고급 소재와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소형차는 무게나 배기량을 더 이상 낮추기 어렵고, 가격 또한 비싸면 안된다. 이런 제약 속에서 적잖은 메이커에서 기존 4기통을 대체하는 3기통 터보 엔진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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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통 1.0L 터보 엔진에 7단 DCT를 조합한 구동계. 마음껏 밟았다가는 연비가 빠르게 떨어진다  


스토닉에 쓰이는 1.0L 직분사 터보 엔진은 스펙상 최고출력이 120마력. 17.5kg·m의 최대토크를 1,500~4,000rpm에서 발휘한다. 실제 가속시에 느껴지기로는 3,000rpm을 기점으로 출력과 소음이 두드러며 성격을 바꾼다. 저회전에서는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지지만 회전수를 높이면 금세 활기를 띈다. 듀얼클러치식 자동 변속기는 단수가 많아 최대토크 영역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운전 스타일에 따라 연비는 빠르게 요동을 친다. 고회전을 유지하며 와인딩을 즐기다 보면 순식간에 10km/L 아래로 떨어졌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액셀 페달을 부드럽게 다루면 12km/L까지 가파르게 회복한다. 다만 기자의 운전 스타일로는 13.5km/L의 공인 연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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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공유하는 코나와 달리 스토닉에는 4WD가 없다. 내부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 있지만 덕분에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도 잘 달리는 차가 되었다. 아울러 소형 SUV 구입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가격과 연비에서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연비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디젤 엔진의 강점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3기통 가솔린을 얹은 소형 SUV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조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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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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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SUV보다 아낀 찻값 차이를 주유비로 모두 까먹을 때 즈음, 디젤은 비싼 수리비로 한 걸음 더 멀어질 테다. 주행거리에 따라 계산기를 잘 두드릴 때다.


RENAULT SAMSUNG QM6

가솔린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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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꼴레오스)가 데뷔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실제로는 준중형이면서도 어정쩡하게 중형자리를 지켰던 QM5를 대신한 차는 크기와 내용에서 확실한 중형 D세그먼트 모델로 발돋움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지만 꼴레오스의 원래 포지션이였던 준중형 C세그먼트의 자리는 카자르라는 새 모델이 대체했다. 세계적인 SUV 활황을 르노라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르노가 새로 선보인 SUV만 3종이지만 그 알맹이는 한가지로 봐도 무방하다. 르노-닛산 모든 차가 공유하는 모듈형 플랫폼 CMF(Common Module Family)가 뼈대라 닛산 신형차종 또한 내용물은 같다. QM6는 이미 국내에서 스터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중형 SUV와는 뚜렷하게 다른 점이 보인다. 국내 판매의 상당수가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이다. 발매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누적판매량만 3만대에 육박한다. 이전에도 가솔린 엔진 SUV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판매량은 집계가 의미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무엇이 QM6 가솔린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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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공통 스타일을 유지한 실내. 검은색보다는 브라운이나 베이지톤으로 고급스럽게 꾸미는 것을 추천  


평범함을 끌어모은 특별함

파워트레인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터보나 수퍼차저 같은 추가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는 2.0L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SM6에도 사용 중인 바로 그것이다.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kg.m 성능은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숫자가 아니며, 실제로 디젤 SUV에 기대하는 왈칵 솟아나는 토크는 싹 사라졌다. 가솔린 엔진인 만큼 최대토크가 4,400rpm이나 되어야 나오기 때문에 저속 토크감은 더욱 낮다.

그럼에도 QM6는 숫자 이상으로 잘 움직인다. 적은 무게와 변속기 덕을 톡톡히 본 덕분이다. 사륜구동 장치와 무거운 디젤 엔진을 덜어낸 공차중량은 1,580kg으로, 보통의 중형 SUV보다 100kg은 족히 가볍다. 엔진의 회전수 변화가 머뭇거림 없이 바로 속도로 전환되는 효율 좋은 변속기는 7단으로 쪼개져 있다. 회전수를 올리며 착착 변속하는 느낌이 영락없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연상될 지경. 사실은 무단변속기(CVT)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대용량 무단 변속기에 유달리 집착하는 회사, 자트코가 만든 이 제품은 CVT 특유의 느슨한 동력전달도, 회전수는 고정된 채 속도만 올라가는 이질감도 없다. 실제로 변속을 하지 않는 만큼, 변속 충격이 없어 부드러운 주행감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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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보조시스템이 들어 있지만, 스티어링에 개입하는 능동주행옵션 LKAS는 빠져있다  


조용하게, 더 조용하게

그리고 이 부드러운 주행감이야말로 사람들이 QM6 가솔린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회전, 일상적인 가속과 이어지는 항속 주행 중의 소음과 진동은 어지간한 고급 가솔린 세단에 견줄 수 있을 정도다. 가솔린임을 고려해도 의외일 정도의 정숙성은 알고 보니 별도의 흡음재와 앞쪽 차음 유리창 덕분이었다. 가솔린 엔진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음차단 튜닝을 더한 전략은 적중했다. 계측 결과 소음은 디젤에 비해 무려 15dB 낮다. (3dB 차이면, 체감 차이는 두 배 가까이 된다). 이런 정숙성의 대가로 보통은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나쁜 연비를 감수해야 하지만 QM6는 연비마저 괜찮다. 그다지 주의 깊게 몰지 않아도 공인연비를 넘어서는 숫자를 계기판에서 종종 보게 된다. 고속도로 연비는 정속 주행 시 14km/L를 넘고, 도심지에서도 10km/L 이상 계측연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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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은 넓지만 등받이는 고정이다. 각도를 조절하고 싶다면 애프터마켓 부품을 써야한다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노면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접지력을 유지하는데도 매우 충실하다. 순정 타이어 그립이 썩 훌륭한 편은 못되지만, 차는 비교적 빠른 스티어링 조작에 잘 반응하며, 예상 이상으로 바디롤이 적어 좀처럼 스티어링 보정을 할 일이 없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시트는 편안함에서 동급차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르노삼성의 역량으로 온전히 개발한 차지만 충실한 기본기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주행 질감은 프랑스에서 온 차라 해도 모자람 없다. 고가의 디젤 엔진을 걷어낸 덕분에 가격까지 저렴하다. 타사 준중형 디젤에 해당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전방 충돌 경고나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까지 충실히 달려 적시에 소리와 불빛으로 주의를 준다. 여러모로 기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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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L 트렁크 공간. 해치는 범퍼 아래 발길질만으로 열 수 있다  


힘을 빼니 차가 좋아졌다.

이미 SUV가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디젤 대신 평범한 가솔린 엔진을 쓴 SUV는 새삼 시장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평생 흙 한번 밟지 않는 SUV가 대부분인 세상. 용처와 고객을 생각한다면 사륜구동 옵션 자체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디젤에 얽매이게 할 유일한 이유였던 연비도 모듈화 플랫폼의 가벼운 차체와 무단변속기 조합으로 해결했다. 고가의 디젤 엔진을 제거한 대신 얻은 것은 저렴해진 찻값과 뛰어난 정숙성. 기존 부품과 추가 방음재를 더한 것만으로도 이런 부드러운 질감의 SUV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중형 SUV를 찾는 소비자에게 두말할 필요 없이 추천하고 싶은 차다.  

이 좋은 차에 흠이라면 단 한 가지, 르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Link다. 최신 태블릿의 인터페이스가 익숙한 대부분 사람에게 썩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두꺼운 베젤, 촌스러운 인터페이스 디자인, 떨어지는 터치 인식 등 모처럼 대형 모니터를 쓴 이유가 무색해진다. 무엇보다 조작의 복잡함은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풍량 조절같이 즉시 조작과 명확한 피드백이 필요한 기능을 굳이 화면을 눌러서 찾아 써야 하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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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L 가솔린 엔진이지만 중형 SUV에 어울린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은 물론이고 차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출력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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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준 객원기자


JEEP COMPASS

열정 담은 패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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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스는 정통 SUV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지프가 차종 간 경계를 허물며 최초로 내놓은 크로스오버 차다. 7개의 세로형 슬릿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로 지프의 시그니처를 잇되 스포티한 범퍼와 보디 형태를 콤팩트한 차체에 도입한 신선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완벽히 탈바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뉴 체로키 브라더

신형 컴패스는 윗급에 포진한 그랜드 체로키와 체로키를 쏙 빼닮았다. 현대차가 코나부터 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에서 캐스케이딩 그릴을 앞세워 디자인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든든한 막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레니게이드, 그리고 성향을 달리하는 100% 오프로더 랭글러를 빼면 지프 SUV 라인업에 패밀리룩이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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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체로키 형들과 닮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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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스’ 대신 ‘스몰 체로키’ 레터링이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전면부의 세븐 슬롯 그릴부터 측면을 지나는 굵직한 캐릭터 라인 그리고 사다리꼴의 앞뒤 펜더를 감싸는 플라스틱 몰딩 처리까지. 과거에 혼자서만 튀려 애쓰는 경향이 강했던 컴패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충성 고객 입장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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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를 까맣게 칠해 보다 날렵한 듯 보인다


저렴한 체로키 인테리어

실내 역시 통일감이 느껴진다. 체로키와 그랜드체로키에서 보였던 인테리어 디테일들이 그대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운전자 중심 설계가 아닌, 좌우 대칭형으로 꾸민 대시보드와 센터패시아의 구성이 그렇다. 다만, 디자인이 비슷한 체로키 형제 중에서는 가장 아랫급에 위치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디자인 기조를 따르기 위해서라지만 최신 모델임에도 전혀 독창적인 부분이 없다. 세련된 디테일은 전혀 없고 그저 투박할 뿐이다. 소재와 마감에서도 고급스러움을 찾아보기 힘들다. 껑충 높이 자리한 시트포지션과 셀렉터레인 스위치를 통해 컴패스가 본격적인 SUV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데서 위안을 얻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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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키 형제 특유의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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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과 사람이 공존하기에 이상적인 공간이다  


진화 거듭한 파워트레인

1세대 컴패스는 현대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한 2.4L 엔진이 들어갔다. 2011년에 부분 변경을 단행하면서는 원래 CVT였던 트랜스미션을 6단 자동으로 바꿔 달았다. 2016년 등장한 2세대 컴패스는 엔진 블록은 유지한 채 많은 부분을 바꾸어 신형으로 재단장했다. 변속기는 ZF 9단 자동변속기가 사용됐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SUV라면 디젤 엔진과 비교해 두 가지 큰 단점을 꼽을 수 있다. 바로 연비와 토크다. 그래서 가솔린 SUV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도심형’이란 수식어가 필요하다.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평평한 도로를 주로 달린다면 이런 단점이 상당부분 상쇄되기 때문이다. 컴패스는 이런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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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분주히 일하는 탓에 기름을 많이 먹는다  


조화 아닌 부조화 택한 파워트레인

타이거 샤크 멀티에어2라 이름 붙인 2.4L 엔진은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1.6t을 넘는 차체 무게를 생각하면 충분한 힘이다. 힘을 느껴보고자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본다. 엔진이 서서히 굉음을 내며 회전수를 높인다. 그런데 웬걸, 변속(정확히는 킥다운)이 이루어질 거라고 짐작했던 타이밍보다 한참 뒤에서야 마지못해 기어를 바꿔 문다. 그렇다 보니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9단 자동 변속기에 기대했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일상 주행에서 느긋하게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특성인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부족한 토크감을 만회하기 위해 끝까지 기어를 물고 늘어지는 기분이다. 연료 소비 효율을 고려했다면 재빠른 변속으로 영리하게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기어를 바꾸어야 한다. 굳이 추월을 위한 가속이 아니더라도 시승 내내 액셀 페달을 꾹꾹 깊게 밟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엔진과 변속기의 매칭이 역대급으로 부조화를 이룬 결과다. 자연히 엔진 힘은 물론 연비 경쟁에서도 디젤 SUV에 밀려난다. 그래도 높은 차체에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롤링이 심하지 않다. 험로의 예기치 않은 지형에도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지프의 색깔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폭스바겐 티구안이라는 이 구역 절대 강자가 자리한 준중형 SUV 대결에서 컴패스는 열정을 한 데 담은 패션카로 포지셔닝 중이었다. 그 열정이 다소 엉성하게 엉기며 Passion카가 아닌 Fashion카의 색이 강하다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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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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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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