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4 칵투스 시승기
2019-01-10  |   91,676 읽음

CITROEN C4 CA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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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투스가 달라졌다. 얼굴을 다듬고 측면 에어 범프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프랑스차 다운 개성이 옅어진 대신 신형 서스펜션과 최신 주행보조장비로 무장했다. 


오트쿠튀르 혹은 하이패션으로 분류되는 옷들은 디자이너의 개성이나 철학이 강하게 반영되는 반면 도저히 일반인이 입을 수 없는 물건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성복은 많은 고객에게 팔기 위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비교적 평범한 디자인이기 마련. 자동차 역시 기본적으로는 기성품의 범주에 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양산차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개성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남다름을 추구해 온 것이 바로 프랑스 메이커, 특히 시트로엥이다. 90년대 이후 시트로엥은 대중성을 추구하게 되지만 80년대 이전만 해도 독특한 차가 많았다. 2014년 등장한 C4 칵투스는 C3 플랫폼을 공유하는 크로스오버 모델로 오랜만에 옛 시트로엥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개성 넘치는 존재였다. 


하이드로뉴매틱의 승차감을 재현하라

선인장을 뜻하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눈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사실 주간주행등. 헤드램프는 범퍼 양쪽 아래에 자리 잡았다. 게다가 그릴마저 없는 얼굴은 만화 캐릭터를 보는 듯했다. 좌우 도어에는 에어 쿠션이 달렸는데, 부드러운 수지에 공기를 넣어 문콕 테러가 빈번한 곳에서는 무척이나 유용한 장비다. 다만 일반적인 취향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패션으로 치자면 오트쿠튀르처럼 전 세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외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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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와 그릴 디자인을 바꾸어 얼굴이 달라졌다


지난해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칵투스는 예상대로 개성을 덜어내고 평범함을 입었다. 헤드램프 아래 범퍼처럼 둘렀던 부분을 제거해 눈매를 부각시키는 한편 프론트 그릴을 새로 만들었다. 도어 측면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에어 범프 역시 면적을 줄여 도어 아래쪽에 조그맣게 남겼다. 나쁘게 말해 옆구리에 방석을 두른 것 같았던 모습이 한결 깔끔해졌다. 개성이 줄었다고 서운해 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제야 일반적인 취향의 고객에게도 어필할 만한 외모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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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를 줄여 도어 아래로 옮겨진 에어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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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레이아웃은 기본적으로 변함없다   


실내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다. 계기판 레이아웃과 대시보드 디자인 그대로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으며, 시트 디자인을 손보았다. 장거리 운전에 대비해 더 단단한 쿠션을 사용했다.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오르면서 주차 브레이크도 일반적인 레버 형태로 바뀌었다.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수납공간이 늘었다. 좁은 뒷좌석과 미니밴 3열처럼 빼꼼 열리는 뒷창문은 그대로다. 감성품질은 결코 칭찬할 수 없지만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보아줄 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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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급의 한계가 분명한 뒷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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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을 접으면 공간 활용성이 늘어난다


이번 변화에서 가장 큰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PHC(Progressive Hydraulic Cusion)이라 불리는 신형 댐퍼 말이다. 시트로엥은 한때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의 선구자였다. 에어 스프링, 유압 실린더와 유압 펌프로 구성된 일종의 에어 서스펜션이다. 이 방식은 높낮이 조절이 쉬울 뿐 아니라 직선 주행에서 ‘마법의 양탄자’라고 할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대신 롤링 제어, 즉 코너링에서 약점이 있었다. 시트로엥은 전자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이런 문제점을 차례로 개량했다. 하지만 푸조에 인수되어 PSA의 일원이 된 후 독자 기술을 계속 고집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C5 1세대(2001~2007)의 하이드랙티브를 마지막으로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PHC는 일반적인 코일오버식 댐퍼지만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목표는 예전 하이드로뉴매틱 시절의 부드러운 승차감. 피스톤이 눌림에 따라 오일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차례로 막혀 깊이 눌릴수록 감쇠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따라서 일반적인 크루징 상태에서는 출렁거리듯 부드럽지만 롤링이나 피칭이 커지면 단단하게 차체를 지탱한다. 시승에서도 신형 댐퍼의 실력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스트로크 마지막 단계에서는 꽤 단단해지면서 자세를 쉽게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유럽의 악명 높은 돌바닥 노면에서도 좋은 승차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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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댐퍼를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달리기를 제공한다 


개성 줄었지만 완성도는 높아져

구동계는 여전히 1.6L 99마력의 블루HDi와 6단 자동(ETG6) 조합. 싱글 클러치를 사용하는 자동화 수동 변속기는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변속 도중 울컥거리는 부분은 변속 타이밍에 맞추어 액셀 페달을 살짝 떼어주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타코미터가 없다 보니 대부분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99마력의 출력과 25.9kg·m의 토크는 결코 넘치지는 않아도 생각보다 활기차게 달린다. 1,240k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 덕분이다. 사실 전장 4.2m가 안되는 이 차는 높이를 제외하고는 폭스바겐 골프보다 작다. 변속기의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조향성이나 승차감, 주행 안정성은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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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마력 디젤 엔진에 6단 수동 기반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4WD 옵션이 없어 사실상 키 높은 해치백이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이 차를 끌고 오지를 탐험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반대로 주행보조 기능은 충실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앞차와의 상대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차를 세우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부터 차선이탈 경고와 운전자 주의 경고, 운전자 휴식 알림 등을 갖추고 있다. 

칵투스의 몰개성화는 아쉽지만 대신 승차감을 개선하고 최신 주행보조장비를 손에 넣는 등 착실하게 진화했다. 마이너체인지를 하면서 이름 뒤에 SUV도 붙였다. 라이벌 메이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옅은 SUV 색체를 조금이나마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C4 칵투스의 변화는 지나치게 튀는 취향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기 힘들다는 현실을 따르고 있다. 그런 시장 논리에 순응해야 하는 프랑스 메이커의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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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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