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 I-PACE 재규어, EV 시대로의 질주
2019-01-24  |   64,824 읽음

JAGUAR I-PACE 

재규어, EV 시대로의 질주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172_1414.jpg

재규어의 첫 EV 전용 모델 I-패이스가 한국 땅을 밟았다. 새로운 디자인과 플랫폼, 강력한 성능에 최첨단 안전기술로 무장한 미래형 재규어다. 400마력의 시스템 출력으로 막강한 성능을 뽐내면서도 90kWh 배터리팩으로 333km를 달린다. 


요즘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EV다. 최고의 화제성을 가졌지만 아직 보급까지 많은 문제가 남아있는 자율운전 자동차와 달리 제법 오랫동안 미래 자동차 동력원으로 주목받아 온 EV는 이제 완전히 현실의 세계로 내려왔다. 사진 속 컨셉트카가 아니라 직접 구입을 고민해야 하는 수준으로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메이커들의 발걸음 또한 빨라졌다. BMW는 친환경차를 위한 브랜드 i를 이미 운용중이며, 벤츠도 별도 브랜드 EQ의 첫 양산차가 될 EQC를 최근 공개했다. 얼마 전까지 EV는 엔진을 제거하고 트렁크에 배터리팩를 얹는 수준이었지만 요즘은 플랫폼 개발 단계부터 모터와 배터리 탑제를 고려해 설계된다. 이제 국내에서도 완전 EV 모델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204_7311.jpg


온전히 EV로 태어난 첫 번째 재규어

얼마 전 국내에서 런칭한 재규어 I-패이스는 프리미엄 EV 시장의 뜨거운 격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하이브리드 도입에 소극적이던 재규어는 전기차를 조기에 도입하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랜드로버에는 하이브리드가 있지만 재규어는 아예 이 과정을 건너 뛰어 EV 전용 모델을 개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I-패이스. 기존 모델의 EV화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전기차로 개발된 완전 신형 재규어다. 

심장부터 남다른 I-패이스는 브랜드의 전통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 결과 개성 넘치는 재규어가 탄생했다. 이 차는 EV이기에 엔진과 변속기 위치, 프로펠러 샤프트 자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단 엔진을 위한 넓은 공간이 필요가 없어 극단적인 캡포워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노즈에서 앞창까지 거의 일직선을 이루어 얼핏 원박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뒷부분은 더 특이하다. 거의 스포츠카라고 해도 될 만큼 뒤창을 눕히는 한편 끝부분을 높은 위치에서 수직으로 꺾어 내렸다.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 등 특징적인 측면 실루엣은 재규어 75주년을 기념해 선보였던 하이브리드 수퍼카 컨셉트 C-X75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이브리드 수퍼카 컨셉트와 전기 SUV는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펜더라인과 대구경 휠, 엉덩이 라인에서 유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223_4564.jpg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직관적인 인테리어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223_7653.jpg
2016년 등장했던 I-패이스 컨셉트 디자인은 거의 변화가 없다


I-패이스의 덩치는 결코 작지 않아 길이 4,700mm에 너비 1,895mm이고 휠베이스는 2,990mm. 그런데 1,560mm에 불과한 높이는 이 차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E-패이스보다도 무려 9cm가 낮아 전통적인 SUV 프로포션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면서도 J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과 E타입에서 물려받은 그릴 디자인, F-타입을 빼어 닮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현행 재규어의 디자인 특징을 철저하게 따른다. 

공기역학적으로 많은 공을 들어 0.29의 뛰어난 공기저항계수를 손에 넣었다. 낮은 지붕과 날렵한 루프라인이 한몫 거들었으며 타고 내릴 때만 튀어나왔다가 달릴 때 보디에 착 달라붙는 도어핸들로 돌출물을 최소화했다. 그릴 안에 여닫히는 액티브 베인은 필요에 따라 완전히 닫을 수도, 열어서 흡입된 공기를 보닛 후방을 통해 앞창 쪽으로 흘려보낼 수도 있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515_4861.jpg
액티브 베인은 앞에서 유입된 공기를 앞창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고급스럽고 미래적인 인테리어

SUV치고 낮은 차체는 승하차시에 이점이 된다. 일부 대형 SUV처럼 기어오른다는 느낌이 아니라 딱 적당한 위치에 시트가 있다. 실내는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와 넓은 폭 덕분에 넉넉한 거주성을 자랑한다. 캡포워드 디자인으로 보닛이 거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기본으로 달려 개방감이 좋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537_5477.jpg
3m에 근접하는 휠베이스가 여유로운 뒷좌석을 제공한다


계기판은 완전 모니터식. 대시보드 중앙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외에 그 아래쪽에 별도로 또 하나의 터치식 모니터를 마련했다. 시승차의 경우 중앙에 원형 미터를 두고 좌우에 운전관련 보조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맵을 설정해 놓았는데, 인포테인먼트용 모니터에 맵을 띄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였다. 좌우에 원형 미터를 갖춘 전통적인 레이아웃도 가능하다.   

센터 페시아는 볼보의 센터스택 디자인처럼 뒷부분이 비어있는 구조. 시프트 레버가 필요 없는 전기차의 이점을 살려 컨트롤 패널 뒤쪽으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공조 스위치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조작이 간편하다. 회전식 노브는 중앙에 LCD 모니터가 달려 직관적이다. 이 노브를 누르거나 당겨 올리면 가운데 있는 모니터가 설정 온도/팬/통풍과 히팅 시트 메뉴를 순차적으로 띄우는 방식. 주요 조작은 이것만으로도 가능하며 바람 방향이나 히터 위치(등받이, 쿠션) 등 더 세부적인 세팅은 두 개의 노브 사이에 있는 터치식 모니터를 사용한다. 간결함과 직관성의 밸런스를 잘 잡아냈을 뿐 아니라 노브 둘레에 재규어 특유의 로젠지 패턴을 넣어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562_7795.jpg

터치식 모니터에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562_8647.jpg
시프트 레버가 사라진 자리에 수납공간이 생겼다


HSE 트림에 제공되는 윈저 가죽 시트는 로젠지 패턴을 레이저 커팅했으며 등받이는 문스톤 알칸타라로 제작했다. 날렵한 루프라인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헤드룸은 여유가 있다. 또한 날카로운 각도로 깍인 뒤창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공간 656L를 확보했는데,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 덕분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453L까지 늘어난다. 엔진과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달리기 때문에 보닛 아래에도 27L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좌우 앞좌석 사이에 마련된 10.5L 공간은 컵홀더와 작은 선반을 조립식으로 짜 맞추어 용도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693_323.jpg

400마력을 내는 트윈 모터 구동계

이 차에 쓰인 D7e 플랫폼은 재규어 XE와 F-패이스, 랜드로버 밸러 등과 공통부분이 있지만 전기차 버전이기에 뒤에 e가 붙는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LG 리튬이온 배터리 셀 432개는 36개의 모듈로 묶어 바닥에 평평하게 깔았다. 대부분의 EV 전용 모델이 이 레이아웃을 선호하는 것은 실내 공간 확보가 쉽고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기 때문. 동력은 개당 200마력을 내는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 2개를 앞뒤 중앙에 배치해 네바퀴를 굴린다. 시스템 출력 400마력에 시스템 토크는 71kg·m. 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2,285kg에 달하는 차체를 4.8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로 가속시킨다. 강력한 모터 구동 시스템은 독자 개발했는데, 재규어는 포뮬러 E의 세 번째 시즌(2016-17)부터 워크스팀으로 참전하며 다양한 EV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717_4543.jpg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717_5072.jpg
리튬이온 배터리를 모듈화시켜 바닥에 깔고 세심하게 관리한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717_6339.jpg
2개의 모터로 400마력을 발휘하는 I-패이스는 강력한 달리기 성능을 자랑한다


400마력+4WD라는 단일 구동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차는 고성능 SUV를 표방한다. 재빠른 응답성의 알루미늄제 앞 더블 위시본, 뒤 일테그랄 링크 서스펜션은 물론 높낮이와 감쇄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HSE)이 승차감과 고성능의 균형을 잡는다. 재규어 드라이브 컨트롤은 에코, 노말, 다이내믹 모드를 제공하며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액셀 조작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아울러 코너링 때 좌우 바퀴 브레이크를 독립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기본으로 달렸다. 

액셀 페달을 떼었을 때 회생제동 강도는 2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거의 원 페달처럼 운전이 가능하다. 모터가 발전기로 바뀌며 엔진 브레이크처럼 작동하게 되는데, 이쪽을 많이 사용할수록 에너지 효율면에서 유리하다. 기계식 브레이크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은 오른발 움직임에 따라 울컥거리는 감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모두가 익숙해져야 하는 EV의 특성 중 하나다.

이밖에 눈길이나 진흙, 풀밭, 얼음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ASPC)과 EV400 퍼스트 에디션에 달리는 어댑티브 지형반응(AdSR)은 그립이 불안정하거나 극도로 낮은 환경에서도 안정성과 트랙션을 제공한다. 처음 봤을 때는 온로드 전용 고성능 SUV라는 인상이었지만 50cm의 도하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다재다능함에 놀라게 된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90kWh 대용량 배터리

충전은 I-패이스를 운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재규어는 이 차를 구매할 오너들이 전기차를 처음 소유할 것으로 판단해 운용상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선택된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는 금속 케이스로 철저하게 봉인한 후 액체 냉각 시스템으로 온도를 관리한다. 히터가 배터리를 혹사시키지 않도록 히트펌프를 사용해 외부에서 열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줄였다. 

WLTP 기준으로는 1회 충전 주행거리 470km인데 어째서인지 국내 기준으로는 333km로 많이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넉넉한 용량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I-패이스는 일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할 경우 1시간 충전해 11km 정도를 달린다. 밤새 충전하면 평균 통근거리 60km는 커버할 수준. 재규어 공인 월 박스를 설치하면 시간당 35km가 가능하다. 2시간 충전으로 70km를 달린다는 말이다. 50kW 급속 충전기에서는 90분 만에, 100kW 급속충전기에서는 40분 만에 배터리 용량 80%를 채울 수 있다. 아직은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충전소 문제 역시 차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있었던 국내 시승 행사에서는 짧고 평이한 코스 구성이라 I-패이스의 성능을 제대로 맛보기는 힘들었다. 사실 코스가 좋았다고 해도 윈터 타이어(금호 윈터크라프트 WS71) 낀 상태라 제 성능을 끌어내기는 힘든 상황. 다만 지난해 8월 미국 라구나 세카 서킷에서 양산 전기차 최고속 랩타임인 1분 48초 18을 기록한데서 퍼포먼스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1분 47초 62를 기록했던 테슬라 모델S P100D가 브레이크 개조를 받은 것과 달리 이 차는 양산형 그대로였다. 스바루 WRX STi에 근접하고, 포르쉐 911 카레라S(997)에 앞서는 기록이다. 이 강력한 성능을 매끈한 노면이나 서킷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I-패이스의 큰 강점이자 매력이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6990_092.jpg
재규어는 포뮬러E 활동 외에도 EV 양산차 원메이크인 I-패이스 트로피를 기획중이다  


차와 승객을 지키는 다양한 첨단 기능

다양한 편의 기능과 첨단 주행보조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어댑티브 크루크 컨트롤과 차선유지 어시스트를 활성화시키면 짧은 시간이지만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달리도 코너를 돈다.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차를 세우고, 사각지대를 섬세하게 모니터링 한다. 스스로 주차하며, 정차 상태에서 문을 열 때는 오토바이 등의 접근을 알려 승객의 안전을 지킨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와 연동시키면 충전과 플러그 상태 등도 원격으로 확인할 수도 있는데, 인터넷 연결과 앱 설치를 통해 다양한 확장이 가능한 이 차는 별도 심카드를 설치할 경우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항상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한다. IT 기기 비중이 늘어나는 요즘,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가격은 특소세 인하 미적용 상태에서 기본 SE가 1억1,040만원, HSE가 1억2,470만원이고 퍼스트 에디션은 1억2,800만원이다.


d4e7aa09ce4d55a479e7447c2733441b_1548297004_6198.jpg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재규어 코리아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