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아테온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019-01-28  |   37,065 읽음

VOLKSWAGEN ARTEON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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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톤이 사라진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CC 후속을 더욱 크고 고급스럽게 만들면서 이름까지 바꾸었다. 아테온은 과연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


CC가 아테온이 되었다. 그냥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커진 차체는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을 도입하고 고급스러워졌다. 페이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테온이 페이톤을 대체하는 모델은 아니다. 그렇다고 CC의 단순진화형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라인업 정책을 짐작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 아테온이다. 


페이톤 단종으로 달라지 입장

CC가 개발되던 때만 하더라도 파사트 가지치기 모델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6세대 파사트와 동일한 휠베이스에 약간 길고 낮고 넓었으며 사다리꼴의 그릴 디자인, 사각형과 원을 조합한 헤드램프 형태 등 디자인에서 유사점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그냥 CC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파사트 CC로 불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CLS가 유행시킨, 쿠페형 세단 보디를 아래 차급에 도입했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당시 폭스바겐은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의 주도 아래 브랜드 고급화에 힘쓰던 시기. 대중차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과 경쟁하는 최고급 세단 페이톤을 런칭했다. 따라서 기존 소형차 라인업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했다. 폭스바겐은 이 허전해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사트를 서둘러 고급화하는 한편, 새로운 성격의 CC를 투입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폭스바겐의 이 원대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그룹 내에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등 고급 브랜드가 즐비한 상황에서 이름 자체가 ‘국민차’인 폭스바겐의 무리한 고급화는 시장에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었다. 페이톤은 2002년 태어나 페이스리프트만을 거치며 2016년까지 연명했는데, 드레스덴에 건설했던 초호화 유리 공장에서 14년간 고작 8만4천여 대가 제작되었다. 드레스덴 공장은 이제 골프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기함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원래 니치카였던 CC 후속은 브랜드 기함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도입함은 물론 이름도 아테온으로 개명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차가 되었다. 물론 가격으로는 투아렉이 더 비싸지만 랜드로버라면 모를까, SUV를 기함이라 칭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아테온은 새로운 기함이라는 의미 외에도 디젤 게이트 이후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폭스바겐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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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진 차체에 새로운 디자인 

페이톤은 조금 보수적이기는 해도 고급스럽고, 잘 만들어진 차였다. 다만 폭스바겐 엠블럼을 단 고급차를 원하는 고객이 많지 않았을 뿐. 브랜드 이미지 바꾸기는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아테온은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가격에 CC보다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폭스바겐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아테온을 실제로 보면 낮고 넓은 덩치에 우선 놀라게 된다. 동급 차종에 비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CC나 파사트에 비해서는 상당히 커졌다. 길이, 너비, 높이 4860×1870×1450mm에 휠베이스 2840mm. 파사트보다 확실히 커져 휠베이스의 경우 페이튼과 비교해도 4cm(SWB 기준)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시장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키웠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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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낮아졌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앞모습


디자인은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등장한 스포츠 쿠페 컨셉트 GTE를 거의 그대로 살렸다. 헤드램프와 그릴을 일체화하면서 그릴 가로바와 주간주행등을 연결한 새로운 얼굴이 포인트. 신형 티구안이나 파사트가 새 디자인 요소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받아들인 데 비해 아테온은 컨셉트카의 과감한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도입했다. 대형 그릴과 5각형의 흡기구가 조합된 앞모습은 카리스마와 속도감이 넘친다. 

보디라인은 쿠페보다는 세단과 패스트백의 중간정도로 보인다. 이런 종류의 자동차는 매끈하고 스포티한 루프라인과 뒷좌석의 헤드룸 공간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겉보기만 아름답게 만들다가는 뒷좌석 승객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니 말이다. 아테온은 C필러를 최대한 뒤로 연장해 트렁크 끝단에 연결하고, 커다란 해치 게이트를 달았다. 비율로만 보자면 아우디 A7과 비슷하지만 세단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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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치 알메어 블랙 휠은 쿠페형 보디와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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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톤보다 화려함을 덜하지만 폭스바겐다운 고급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인테리어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와 장비들

인테리어 역시 컨셉트카 디자인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요즘 고급차에 유행하는 모니터식 계기판은 폭스바겐에서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라 부르는데, 깔끔한 디자인과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좌우 에어벤트를 이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장식선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3개의 로터리식 공조장치 스위치 디자인과 시프트 레버는 폭스바겐에서 매우 익숙한 모습. 센터패시아의 8인치 모니터는 좌우에 터치식 스위치로 깔끔함을 살렸다. 다만 터치식의 특성상 조작감은 좋지 않다. 최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Discover Media Infortainment System)은 음성인식 내비게이션과 TPEG 교통정보는 물론 앱 추가나 스마트폰 미러링을 통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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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식 계기판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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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트림에는 다인오디오 스피커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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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서 조절식 댐퍼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차폭이 충분한 만큼 거주공간은 넉넉하다. 시트는 타이트하게 조이지는 않고 적당히 안락하게 운전자를 감싼다. 뒷좌석은 레그룸이 넉넉해 175cm인 기자가 충분히 다리를 뻗어 앉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옆이나 앞뒤로는 충분한 반면 헤드룸은 여유롭지 못한 편. 뒷좌석의 경우 등을 꼿꼿이 새우면 정수리가 천장에 살짝 닿는다. 쿠페형 루프라인을 추구하는 거의 대부분의 모델이 가진 문제점이다. 해치 게이트는 화물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동식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다. 발로 차는 듯한 동작으로 열 수 있다. 화물공간은 기본 563L에 시트를 접으면 1,557L까지 늘어난다. 


디젤 엔진 하나뿐인 아쉬움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디젤 한 가지.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둥글고 휠하우스까지 덮는 보닛은 열었을 때 엔진룸을 온전히 드러낸다. 요즘 디젤 엔진에 대한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은데, 가솔린 선택권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아테온의 덩치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힘을 내 7.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고 239km/h가 가능하다. 다만 초반의 굼뜬 반응은 날렵한 외관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꽤 답답하다. 2.0 TSI 엔진 버전을 꼭 한번 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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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은 좋은 연비와 충분한 성능을 내지만 초반 반응이 조금 아쉽다


구동계는 듀얼 클러치식 7단 DSG와 앞바퀴굴림 단일 구성. FF에 롱 휠베이스라면 운동성능의 한계가 분명하다. 다만 전자식 디퍼렌셜록(EDL)과 XDS(Cross Differential System)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준다. 스티어링 각도와 차체 움직임을 실시간 감시해 좌우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XDS는 액티브 디퍼렌셜의 FF 버전. 코너 곡률과 진입 속도를 보고 ‘이 정도면 언더스티어가 나겠구나’하는 상황에서도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것처럼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코너 안쪽 브레이크만 잡아 인위적으로 요잉을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스펜션이었다. 충격 흡수 능력이 최고급 세단에 필적할 만큼 나긋나긋하면서도 물렁거리거나 휘청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특히 속도 방지턱을 넘을 때는 어지간한 고급차들도 ‘턱’ 걸리는 느낌이 나기 마련이지만 아테온은 신기하리만큼 이런 느낌을 잘 억눌러 버린다. 드라이브 모드에서 기본 제공되는 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츠 모드 외에 댐퍼와 조향, 구동계, ACC와 코너링 라이트까지 커스텀 설정도 가능한데, 이때 댐퍼(DCC)는 슬라이드바 방식으로 감쇄력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최고 수치로 설정해도 롤링이 약간 줄고 노면 정보다 조금 더 세심하게 전할 뿐 스포츠 모델 수준으로 단단해지지는 않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전반적으로 고급차 느낌에 주력했다.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는 사이드 미러 안팎에 경고용 LED를 달았다. 단순히 불을 키는데 그치지 않고 충돌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더 강하게 깜빡거려 운전자에게 확실하게 경고한다. 이밖에도 시속 30~160km 속도 영역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장치인 레인 어시스트 등 다양한 주행보조장비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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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새로운 고급차 실험

실제로 타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CC의 후속 모델로 짐작했지만 의외로 다른 차였다. 다소 무리했던 페이톤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새롭게 정의한 폭스바겐 고급차다. 그렇기에 덩치를 무리하게 키우지 않고, 근엄한 대형 세단보다는 세련되고 날렵한 쿠페형 이미지를 씌웠다. CC의 차급을 키우는 형태가 되었지만 굳이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도 이해가 된다. 니치 모델이었던 CC와는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차는 새로운 폭스바겐 패밀리룩과 뛰어난 승차감을 갖춘 완전히 새로운 폭스바겐 고급차로 완성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5천만원 대 중반에 너무나 강력한 라이벌이 즐비하다는 사실. BMW 3시리즈를 위시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모델들은 덩치는 작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 반면 더 큰 차체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토요타 아발론은 가격이 천만원 가까이 싸다. 폭스바겐의 고급차 실험, 혹은 도전이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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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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