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Life with MGB(4), 정식 번호판을 위해
2019-02-01  |   47,158 읽음

Car Life with MGB(4)

정식 번호판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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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번호판 유효 기간 20일이 모두 끝날 무렵, MGB 전기 계통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망가져 있던 비상등과 다른 전기적인 부분 점검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얼키설키 얽혀 있는 배선을 보고 있자니 깊은 한숨이 나왔지만, 능숙한 정비사 손을 만나니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수입차가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려면 인증을 통과해 정식 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올드카를 포함해 다양한 차종을 보기 힘든 이유가 이 복잡한 과정 때문이다. 서류 준비는 둘째 치더라도 까다로운(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배기가스 규제까지 맞추려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렵다. 현재 국내 법률상 자동차 수입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복잡한 과정은 물론 무턱대고 수입해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거나 그대로 폐차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생각보다 빈번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삿짐으로 들여오면 조금은 탄력적인데 MGB를 이렇게 들여왔다. 그러나 이삿짐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인증 과정이 쉽지는 않다. 기본적인 자동차 종합검사와 배출가스 검사까지 마치려면 빨라야 2주, 길면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도로를 주행하기 위한 기본 장치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 확인하는 종합검사는 그렇다 쳐도, 배출 가스 기준을 맞추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1960년대든 1950년대든 생산 연도에 상관없이 등록 기준 연도의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는 게 손쉬울 리 없고, 이것저것 손봐 어렵사리 인증을 통과해도 제 성능을 낼지 의문이다. 그나마 1980년대에 만들어진 MGB는 좀 나은 편이다. 그 이전에 만들어진 차에게 지금의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라는 법규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에 다름없다. 

일본의 경우 이런 모순을 막기 위해 일정 연식이 지나면 자동차 세금이 할증 된다. 미국이나 유럽 역시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규제는 하되 누구나 타당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책은 갖추고 있다. 도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오래됐다고 ‘무조건 금지, 내지는 불가능’을 깔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인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골치 아픈 전기 계통 원인을 찾다 

인증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비상등 수리였다. 방향지시등과 비상등 연결이 따로 되어 있어 배선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가장 먼저 확인한 곳은 자동차의 전기를 배분하는 퓨즈 박스. 퓨즈 박스 역시 찾기가 어려웠는데 의외로 간단한 구성 때문에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동반석 방향 보닛 안쪽에 자리 잡은 퓨즈 박스는 작은 크기에 덜렁 4개의 퓨즈와 2개의 예비 퓨즈만 품고 있었다. 게다가 전선도 요즘 차와 달리 얇고, 색깔도 일정치 않아 퓨즈 박스를 찾는 일이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찾은 뒤로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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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아서 지나치기를 몇 번. 요즘 차에 있는 퓨즈 박스의 6분의 1도 크기도 되지 않는 퓨즈 박스   


소닉모터스포트에 처음 작업을 의뢰했을 때 그쪽에서는 배선도를 먼저 찾아 놓았다. 인터넷에 있는 정비 매뉴얼 중 전기 부분을 따로 출력했는데 담당 정비사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배선도로 찾기보다 검사기로 찾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자동차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바로 배선과 하네스다. 요즘 차들은 배선 뭉치만 해도 만만치가 않다. 예전 차들이 간략하다고는 하지만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오히려 더 복잡하다. 더군다나 영국차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전기계통은 메두사의 머리만큼이나 난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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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배선은 연결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통전 테스트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덕에 다른 작업에 필요한 배선들도 찾아 표시해 둘 수 있었다. 다행인 점은 출고 때와 거의 변함없는 비교적 온전한 배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 오래된 차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자면 엉망인 배선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래 배선을 찾는 대신 작업자 편의대로 여기저기 배선을 연결했다가 나중에 전기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다. 대부분은 자연광 헤드램프나 오디오 같은 장치를 달면서 전기를 아무렇게 연결하는 게 원인이다. MGB는 배선을 찾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복잡하지 않은 곳에 릴레이가 있어 비상등과 방향지시등을 수리할 수 있었다. 고장 원인은 낡은 배선과 크고 작은 합선, 과전류로 인한 릴레이 손상이었다. 릴레이는 국내 부품 중에 맞는 것을 찾아 교체했다. 크기와 용량이 비슷하면 굳이 오리지날 부품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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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 상태가 좋지 못한 곳은 알맞게 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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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릴레이 연결 부위, 배선과 배선이 연결되는 부위의 노후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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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릴레이는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기존 릴레이는 대부분 접합 부위가 녹거나 손상되어 제 역할을 못했다


자동차 종합 검사에 필요한 전기 등화 장치가 모두 정상 작동하는 걸 확인한 후 전면 유리 균열을 수리하고 인증 전문 업체로 차를 옮겼다. 20일 동안 사용했던 임시 번호판은 구청에 반납하고 임시로 가입한 책임 보험도 끝냈다. 종합검사와 인증은 전문 업체에 의뢰했다. 개인이 직접 신청하기 번거롭고, 혹시나 불합격할 경우 정비나 후처리, 재인증 신청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여름을 함께 시작했던 MGB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잠시 떠나보냈다. 이제 인증 통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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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중 화물차에서 떨어진 돌에 맞아 균열이 생긴 유리도 고쳤다  


글, 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소닉모터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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