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60 CC, 시승기
2019-02-25  |   80,338 읽음

VOLVO V60 CC

스테이션 웨건의 방향을 제시한 볼보. 

이제는 대한민국에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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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모듈러 플랫폼으로 전천후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볼보. 집시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볼보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고유의 단단함

늦은 밤 조용한 지하 주차장에 서 있는 V60 크로스컨트리(이하 CC)를 만났다. 사진으로 이미 숱하게 보아 왔지만 실물을 보니 단아한 사자의 이미지다. 스테이션 웨건인 V60 보다 지상고를 75mm 높인 것만으로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문을 열어보니 도어 두께와 묵직함이 역시 볼보답다. 미들급 SUV보다 낮은 전고지만 승하차시 불편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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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임에도 각진 보디와 T자형 DRL로 존재감을 내뿜는다. 


기어노브 아래 있는 다이얼식 시동 크라운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자 거친 숨을 내뱉었다. 직렬 4기통 2.0L 싱글 터보 엔진은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이 거의 없다. 시트는 최대한 뒤로 밀고 엉덩이는 바닥끝까지 내렸다. 전동식보다 수동을 선호하는 기자는 V60 CC의 텔레스코픽 스티어링을 최대한 명치 쪽으로 밀착시켰다. 이제 몸에 딱 맞는 차가 되었다. 드라이빙 포지션은 여유가 있어 180cm 초반, 70kg 중반대인 기자의 몸을 잘 감싸주었다. 


가죽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V60 CC를 얘기하려면 가죽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북유럽 가죽이 대게 그렇듯이 V60 CC 역시 건조하지 않고 적당한 푹신함과 두께가 있는 멋진 소재를 사용했다. D세그먼트 세단, 왜건 중에서 최고의 가죽이 아닐까. 특히 손과 항상 접하는 스티어링 휠 및 기어 노브의 질감은 감동적일 정도다. 센터 콘솔 암 레스트는 시트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재질로 정차 시 계속 어루만지게 될 정도로 촉감이 좋았다. 다만 운전석, 조수석 암 레스트는 상대적으로 질이 약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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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을 담아낸 실내, 단연 D 세그먼트 최고의 가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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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도 아주 멋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베이지색 인테리어를 가장 먼저 고려하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어두운 색으로 마음을 바꾸곤 한다. 볼보 XC90을 타는 지인도 같은 이유로 베이지색을 포기했지만, 막상 이 차의 아름다운 실내를 보고 나니 후회가 막심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베이지 계열 가죽 관리는 어려울 것이 없다. 주기적으로 가죽용 고체 왁스를 발라주면 보습, 발색, 발수성이 좋아져 오랫동안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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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 우드 그레인, 스티치, 가죽은 고급차를 표방한다. A필러가 두꺼움에도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없다. 


V90 CC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작은 차체에서 담아낸 외모는 육중함은 잃지 않으면서도 미려함까지 갖추었다. 이 새로운 볼보는 기존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을 뿐 아니라 더 빠르고, 안전하고, 실용적이며 고급스러워 브랜드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게다가 적당한 크기로 도심과 자연을 아우를 수 있는 왜건이 얼마 만인가. 대한민국은 요즘 오토 캠핑, 라이트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캠핑의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 차는 거주지와 같다. 단순히 캠핑의 초점에 맞추는 진부함이 아니라 멋과 전천후까지 담았다.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시작은 90년대 후반 V70 왜건을 기반으로 했던 V70 XC에서 시작되었다. 말하자면 850 왜건형으로 만든 간이 SUV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SUV 바람이 불기 전이었고, 프리미엄 브랜드 SUV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BMW X5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다. 왜건 차체에서 지상고를 높이고 네바퀴를 굴리는 이 변종 모델은 많은 고정팬을 만들어 지금의 볼보 SUV 라인업의 뿌리가 되었다.  


직렬 4기통 2.0L에 정통한 볼보 

시승차는 V60 CC T5로 가솔린 모델이다.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 토크는 35.7kg·m로 디젤인 D4보다 토크는 5kg·m 정도 낮지만 출력 60마력 이상을 더 쓸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보다 넓은 회전수 영역이 가능하기에 꾸준하게 이어지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볼보의 파워트레인은 포드에 매각된 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예전 볼보는 혹한의 스웨덴산임에도 후륜구동이 주류였다. 하지만 포드에 인수된 후 플랫폼 공유를 통해 자연스레 전륜구동 기반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과거 볼보는 여러 가지 종류의 엔진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모듈 설계의 4기통 엔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과급기 및 밸브 타이밍, 압축비 등을 통해 차별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볼보의 단일 엔진 정책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단일 엔진의 장점은 수많은 가지치기와 개량을 거쳤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고가의 상위 모델에도 동일한 4기통 엔진이 탑재된다는 점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이미 시장에서 주류가 된지 오래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날로 강화되면서 다기통 고배기량 엔진이 점점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기통 숫자나 배기량이 주는 상징성은 점점 흐려질 수밖에 없다. 독일 브랜드 역시 모듈러 엔진을 쓴다. 하물며 포르쉐 911마저 4기통 라인이 출시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니 최근에는 저배기량 엔진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고성능인지가 메이커 기술의 척도가 된 셈이다. 고효율, 비용절감이 대세인 시대에 4기통 2.0L 엔진을 ‘심장병 엔진’이라 조롱하던 시선도 이제는 옛이야기일 뿐이다. 


경박하지 않고 날선 다이내믹

에코 드라이브 모드에서 주차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골목마다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엉덩이에 부담이 없다. 댐퍼 세팅이 안 좋으면 불안정한 노면에서 몸이 계속 긴장하게 되어 쉽게 피로를 느낀다. 볼보는 그런 부분에서 훌륭한 세팅 값을 찾아낸 듯하다.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차라서 그런지 한밤중에도 강서구-양천구-구로구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무채색이지만 화려한 눈매와 각진 보디 탓인지 더 눈에 띈다. 중국 지리 자동차 산하로 들어가면서 볼보만의 느낌이 퇴색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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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정체가 어느 정도 풀려서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었다. 스티어링과 댐퍼의 반응이 한결 앙칼지게 바뀐다. 서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차의 잠재성을 관찰했다. 2.0L 엔진에서 무슨 잠재성을 논하느냐 반문하겠지만 저배기량 과급 엔진을 몇 해 동안 다듬으면서 거의 완성형에 도달했음을 실감했다. 스로틀을 개방하자 카랑카랑한 배기 사운드가 뿜어져 나온다. 휠베이스가 2,874mm로 긴 편이지만 코너링에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고저가 있는 코너를 제동 없이 시속 110km-130km로 파고들었다. 후륜 조향을 지원하지 않음에도 5도어 웨건 보디로 이런 운동성능을 보여준다는 게 놀라웠다. 어째서인지 포르쉐가 튜닝했던 아우디 RS2와 자웅을 겨루어 보고 싶어진다. 이 차가 특별히 퍼포먼스 모델은 아니지만 254마력의 T5 엔진은 공도에서 차고 넘치는 성능이다. 거침없이 질주할 때면 유럽차 특유의 탄탄한 하체 질감이 질주 본능을 부채질한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일관된 반응과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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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0 CC의 서스펜션 자체도 훌륭하지만 여유 있는 편평비 타이어와의 조합은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아스팔트 요철이나 푹 파인 맨홀 뚜껑에서 댐퍼는 움직임의 여진을 충분히 잡아낸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 MBC(Magic Body Control) 같은 느낌은 아니다. 기자는 MBC 시스템이 존중받아야 하고 모든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증기간이 종료와 함께 악몽 같은 수리비 청구서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 복잡한 고급 기술이 가진 양날의 검이다. 그런 점에서 볼보는 유지 보수 측면에서 타 프리미엄 브랜드 보다 유리하다. 

V60에서 지상고를 75mm의 높인 댐퍼는 스트로크 또한 길어져서 충격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 타이어는 235/45 R19로 요즘 추세에 비해서는 편평비가 꽤 있는 편이다. 이 차의 뿌리는 볼보가 아직 SUV를 만들기 이전, 왜건인 V70을 바탕으로 오프로드 성격을 더한 V70 XC를 선보인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타이어 역시도 완전 온로드보다는 비포장 주행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다. V60 CC의 서스펜션 자체도 훌륭하지만 여유 있는 편평비 타이어와의 조합은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V60 CC는 큰 차체와 광활한 실내 공간을 갖췄음에도 단단한 최신 SPA 플랫폼을 사용해 가속력, 제동력, 직진 안전성, 민첩성 모두 기본 이상을 제공하는 전천후 왜건이다. 주행하면서 생기는 단점들을 찾고 싶지만 2,000km를 운행하는 동안 아쉬운 점이라곤 다이내믹 모드에서의 식성이 좋다는 점뿐이었다. 그럼에도 다이내믹 모드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5도어 스테이션 왜건이 이토록 올라운더 기질에 다이내믹한 운동 성능까지 선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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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저배기량 엔진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고성능인지가 메이커 기술의 척도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다면

보통 스테이션 왜건의 이미지는 둔탁하고 달리기 능력은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이 차는 달리기 능력이 매우 뛰어나 운전하는 동안 심심할 틈이 없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와도 같다. 과격한 전면 스플리터도 없는 곱상한 외모에서는 이차가 가진 잠재성을 알아채기가 힘들다. 그런데 그게 정말 큰 매력이다. 

반면 에코 모드에서는 철저하게 낭비를 줄여 유류비 압박을 덜어준다. 적당한 가격대에서 가족용, 달리기용 2대를 운용하는 사람이라면 V60 CC 1대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단, 왜건을 좋아해야 한다는 전재가 있지만 말이다. 국내에서 왜건의 낮은 인기를 생각하면 조금은 걱정스러운 부분이지만 놀랍게도 V60 CC는 디자인마저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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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머플러라서 맘에 든다. 볼보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게 아니라 기능을 우선으로 버무린 디자인이다. 스칸디나비아 정신을 잘 담고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4가지가 있다.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하면서 도심만 달리기는 아쉬웠다. 오프로드 모드로 바꾸고 초원으로 들어갔다. 우기 때 빗물에 쓸려 유실된 땅에서도 V60 CC는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최신 모듈러 플랫폼은 노면 상황에 맞는 단단함과 유연성을 보여줬다. 스마트하면서도 든든한 하체는 아웃도어 라이프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든든함을 줄 수 있다. 싱크 홀을 만나지 않는 이상 불안정한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린다. 돌이 마구 튀는 상황에서도 앞뒤 범퍼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가 차체를 보호해줘서 듬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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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리다 보니 허기가 들었다. 적당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있는 타프를 쳐 햇빛을 가렸다. 미리 준비한 보온병을 사용해 불을 피우지 않고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모카포트로 바로 내린 따듯하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문득 노곤함이 몰려왔다. 이국적이고도 광활한 초원 속에서 2열 시트를 눕혀 1,411L의 드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완전한 수평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평한 축에 해당한다. 차를 호텔 삼아 드러누웠더니 또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탁 트인 파노라마 루프로 빛이 쏟아진다. 아주 기분 좋은 눈부심이다. 언젠가 북유럽을 가게 되면 반드시 이 차를 렌트해서 오늘과 같은 자세로 오로라를 만끽하겠노라고 다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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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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