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더 뉴 엑스트레일 4WD 테크 시승기
2019-02-28  |   129,266 읽음

닛산 더 뉴 엑스트레일 4WD 테크

본점을 압도하는 분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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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더 이미지를 버리고 안팎이 완전히 도심형으로 거듭난 엑스트레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현지화 등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편안한 시트와 똑똑한 4WD 시스템이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스럽다. 탄탄한 기본기는 평범한 차일거라는 선입견을 부수어 놓기에 충분했다. 도심형 SUV의 본점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가 되었다. 


지금 SUV시장의 맹렬한 팽창은 거의 폭발 수준이다. SUV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게 현실. 지금의 SUV는 승용차에 버금가는 편안함, 미니밴의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다목적성, 부족함 없는 힘을 갖춘 파워트레인 등 모든 장르의 특징과 장점을 두루 갖춘 승용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SUV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든 2000년만 하더라도 SUV는 어디까지나 틈새시장에 머무는 차였다. 험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덩치 큰 차는 쓰임세가 정해져 있다는 오래된 인식이 아직은 시장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SUV 시장은 온로드용과 오프로드용으로 분화가 이루어지며 본격적인 성공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두 차량의 컨셉트는 언뜻 보기엔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 구분이 명쾌하다. 온로드 SUV는 도심 내에서의 사용 및 실용성, 오프로드 SUV는 험로 주파 및 견인 능력에 중점을 둬 제작된다. 최초의 온로드형 SUV는 기아가 만든 스포티지가 맞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온로드형 SUV 시대의 막을 올린 차를 토요타 RAV4로 판단하고 있다. 토요타 RAV4는 출시 이후 공고하게 자신만의 자리를 잡았고, 이후 혼다 CR-V와 미쓰비시 아웃랜더 등의 참여를 이끌어 낸 SUV 시장의 기준(본점) 같은 존재다. 토요타 RAV4의 흥행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도심형 SUV가 출시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닛산의 도심형 중형 SUV 엑스트레일(미국 판매명 로그) 역시 이 시장 흐름에 편승하는 차다. 밀레니엄 시대의 막이 오른 2000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데뷔했고, 일본을 시작으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차가 남달랐던 점은 온로드이면서 오프로더를 연상시키는 다부진 외관이었다. 유려하면서 날렵한 외관을 자랑하던 경쟁자들 사이에서 선 굵은 남성미를 자랑하는 차는 대번에 고객의 주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큰 성공으로 이어졌고,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대수 600만 대를 돌파한 닛산 대표 베스트셀러로 자리 매김하기에 이른다. 

사실 닛산코리아는 공식 출범 이후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면서 꽤 오랫동안 엑스트레일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이번에야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더 뉴 엑스트레일(이하 엑스트레일)은 그동안 이어져온 닛산코리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한 차였다. 시승차는 국내 출시 사양 중 최고 트림인 4WD 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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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

엑스트레일의 역사를 인생에 비유한다면 3세대 출시가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형제 차였던 닛산 로그와 완벽히 같아진 시점도 이 때부터였다. 2013년 처음 공개된 3세대는 르노―닛산의 모듈 플랫폼 CMF-CD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CMF-CD 플랫폼은 캐시카이(미국 판매명 로그 스포츠)를 시작으로 르노 에스파스, 닛산 카자르, 르노 탈리스만(국내 판매명 르노삼성 SM6)에 이르기까지 르노 닛산 그룹 내에서도 중추에 해당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커먼(Common/공통) 플랫폼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차급과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 범용성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모듈러 플랫폼. 폭스바겐의 MQB라고 이야기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3세대는 출시 당시 이전 엑스트레일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면서 제법 큰 논란이 일었다. 2세대까지는 높은 완성도와 상품성을 갖춘 오프로더 이미지를 강조한 도심형 SUV였지만, 3세대를 기점으로 외관까지 다른 도심형 SUV처럼 매끈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디자인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수그러들었다.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3세대가 출시된 이후 판매량이 늘어나 누적 판매대수 600만대 달성 역시 이 무렵 이뤄졌다. 엑스트레일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쥔 시점은 3세대가 출시된 지 1년만인 2015년부터다. 당시 시장의 리더였던 CR-V보다 1,100대 가량 많은 약 697,700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나며 2016년에 79만대, 2017년 87만대, 2018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88만대를 판매하기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엑스트레일, 로그 판매량 포함 기준)’란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도 이 때 부터다.

국내에 출시된 엑스트레일은 3세대 출시 이후 3년 6개월 만에 안팎을 다듬은 부분변경 모델이다. 2017년 이뤄진 부분변경의 주안점은 소소한 디자인 리터칭과 상품성, 완성도 보완이다. 외관과 실내는 닛산의 색채를 더 진하게 만들었다. 편의사양의 보강 및 능동형 안전 사양 도입은 최신 모델에 요구되는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딱 필요한 시점에 이뤄진 변화다.


강인함과 묵직함 돋보이는 외관

소소한 디자인 변화는 전면부에 집중됐다. 큰 틀은 3세대의 것을 유지하되 최신 닛산에서 볼 수 있는 패밀리룩을 충실히 재현했다. 특히 3세대 대비 각진 디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제일 먼저 그릴 크기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닛산을 대표하는 V 모션 그릴을 헤드램프 하단부와 넘버 플레이트까지 이어지도록 크기를 키우고, 블랙 하이그로시를 더해 세련되게 마무리했다. 그릴 크기가 커지면서 닛산 엠블럼 주위를 감싸는 크롬 몰딩도 두꺼워졌다. LED 주간주행등의 위치나 점등 방식은 3세대와 같지만 헤드램프가 할로겐에서 LED로 바뀌면서 눈매가 한층 또렷해진 점 또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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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하다. 밖에서 보면 커 보이는데 운전하며 느끼는 차폭은 생각보다 훨씬 작게 느껴진다


그리고 능동형 안전 사양 도입에 따라 전방감지 레이더가 닛산 엠블럼 위로 포개어졌다. 이전의 엠블럼을 생각하면 마치 폰트의 굵기를 확 키운 것 마냥 생동감이 느껴진다. 안개등은 크롬 몰딩으로 마감된 원형에서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사각형으로 바뀌었고, 벌집 모양의 상하 그릴 패턴은 상단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하단을 직선으로 마무리하면서 단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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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형 안전 사양의 핵심인 레이더를 센스있게 엠블럼에 녹여냈다. 위화감 없는 모습이 꽤 보기 좋다


차이가 두드러지는 전면부와 달리 측면부와 후면부의 디자인 차이는 숨은그림찾기 최고 난이도에 수준의 변별력을 요구한다. 측면부 변화 단 한 가지, 사이드 스커트에 추가된 크롬 몰딩이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휠 디자인이 바뀌지 않은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물론 3세대 측면부를 돋보이게 만드는 필러와 휠 아치를 감싸는 굴곡진 라인은 부분변경 모델에도 그대로 적용됐으며, 이 차의 무뚝뚝한 측면부를 제법 유려하게 장식한다. 후면부 변화는 디테일이 강조된 LED 테일램프와 범퍼 하단에 더해진 긴 크롬 몰딩 딱 두 가지다. 그러나 이런 작은 변화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과거 엑스트레일 외관의 특징이었던 강인함, 묵직한 덩어리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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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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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변경이 이뤄졌음에도 휠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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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겐에서 LED 램프로 바뀌면서 눈매가 한층 또렸해졌다


도심형 SUV의 본질 알려주는 실내

실내는 매우 단순하다. 디자인이나 구성만 놓고 봐서는 좀 지루하다 싶을 정도니까. 2019년 신형 모델에 비해 화려함이 덜하고 편의사양 구성에 있어서도 특별함을 느끼긴 어렵다. 앞좌석만 달린 열선시트나 2개 슬롯을 마련해둔 운전석 메모리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 등의 구성은 정말 요즘 나오는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 단출한 실내의 장점은 조금 시간을 지나야만 알 수 있다. 

실내 품질 자체는 높다. 소재라고는 소프트 터치 방식의 대시보드 및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과 시트 등에 사용된 가죽, 센터 페시아와 기어 노브에 데코레이션 개념으로 더해진 블랙 하이그로시가 전부다. 좋은 점은 그 감촉이다. 소프트 터치, 가죽 소재의 질감이 훌륭하다.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두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럭셔리의 지표가 되는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없으며, 한 단계 윗 급인 무라노와도 다르지 않다. 화려한 디자인에 비해 소재의 품질이 형편없는 경쟁 차들에게 교훈을 안겨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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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차를 타며 실내 품질을 칭찬하게 될 줄 몰랐다. 소재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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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좌측에 핵심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을 빼곡히 배치해 뒀다


기본기 또한 훌륭하다. SUV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투박한 차의 측면부는 고스란히 실내와 적재 공간 확보로 이어졌다. 특히 승객석과 적재 공간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많은 공간을 뽑아낸 것은 현대-기아에 버금갈 정도다. 국내에서는 5인승만 판매되지만 해외에서는 7인승 선택도 가능하다. 실차를 접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7인승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만한 크기다. 한국에서 판매가 꾸준하게 이뤄진다면 7인승 사양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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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공간과 적재 공간의 구분이 상당히 명쾌하다. 적재 공간은 기본 565리터이며, 시트를 접으면 1996리터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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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 공간에 마련된 수납함의 활용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진심으로 라이벌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시트의 편안함에 있어서 엑스트레일은 동급 차종 중 가장 뛰어나다. 닛산에서 이야기하는 무중력 시트(Zero Gravity Inspired Seat)는 명칭만 놓고 보면 일본 마케팅 특유의 오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반감은 30분 이상 앉아보면 금세 뒤집어진다. 편안함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등을 움켜쥐기 보다는 푹신한 착좌감을 갖춘 쇼파처럼 몸 전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고루 분산시킨다. 

1열과 2열 모두 편안한데, 2열은 뒤로 젖혀지는 각도가 꽤 커서 어느 좌석에 앉건 편안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요즘 자동차 실내를 보면 차급을 막론하고 사이드 볼스터를 과하게 키운 버킷 시트 형상이 나오는 분위기다. 보기에 만족스럽고 시선을 끌지만, 정작 앉았을 때 편안함과 거리가 먼 시트가 많다. 엑스트레일은 그런 허세 충만한 시트와는 격이 다르다. 공간의 넉넉함, 시트의 편안함에서 자동차의 본질 그리고 도심형 SUV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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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이 이야기하는 무중력 시트는 직접 앉아봤을 때 그 진가를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에 충실한 차라도 현지화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은 계기판 디스플레이나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부재가 그렇다. 엑스트레일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에 판매된 캐시카이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순정 시스템에 화면을 추가한 매립 방식이다. 마감 자체는 순정과 다를 바 없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국산 애프터마켓 제품과 유사한 물건이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직관적인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디오 조작은 터치스크린을 써야 하지만 매립 관련 기능은 물리버튼이 있는 식이다. 과거 오디오 튜닝카에서 보았음직한 조잡한 UI도 거슬린다. 계기판의 한글화나 완성도 높은 순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도입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닛산코리아가 엑스트레일 출시를 계기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후에나 가능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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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UI, 호환성에 있어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큰 차체에서 느끼는 작은 차의 기쁨

파워트레인은 전 세계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당히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직렬 4기통 1.6L MR16DDT(유럽 한정)와 2.0L MR20DD 하이브리드 엔진, 직렬 4기통 2.5L QR25DE 엔진 외에 1.6L & 2.0L의 디젤 엔진에 이르기까지 엔진 라인업만 5가지. 함께 결합되는 변속기도 6단 수동, 6단 자동, X트로닉 CVT(무단변속기)까지 총 3가지에 이른다. 다만 국내에는 직렬 4기통 2.5L QR25DE에 CVT 단일 구성만 판매된다. 이미 알티마 2.에 소개된 바로 그 조합이다. 이 엔진은 제원상 172마력/6,000rpm, 24.2kg.m/4,400rpm의 성능을 발휘하는데 이는 알티마 대비 8마력, 0.3kg.m가 감소한 수치다. 

수치상 성능은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실제로 타보면 숫자는 까맣게 잊게 된다. 생각 이상으로 여유롭게 느껴지고 속도를 곧잘 끌어 올린다. 무엇보다 발놀림이 가볍게 느껴진다. 엑스트레일 4WD 테크의 공차중량은 1,670kg로, 차급과 크기에 비해 가벼운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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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알티마에서 보던 것과 동일하지만 엑스트레일의 성격과 무게 등에 맞추어 다듬었다


가벼움은 빠른 반응과 경쾌한 운동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운전하면서 느껴지는 크기나 차폭이 실제에 비해 작게 느껴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장점이다. 대시보드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넓은 시야까지 가세하니 처음 타는 차임에도 오래 운전한 듯 편안하다. 제원상 현대 싼타페에 육박하는 덩치지만, 체감되는 크기는 투싼에 비견될 정도였다.

과거의 무단변속기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 뛰어난 효율 등 장점이 분명하지만, 반응이 늦고 엔진회전수와 따로 노는 이질적인 가속감 등 단점 또한 너무 뚜렷한 것이 한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닛산에 탑재된 자토코의 엑스트로닉 CVT는 이런 단점을 대부분 극복했다. 무단변속기처럼 반응하는 시점은 D 모드에서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뿐. 수동 모드를 활성화하면 7단의 가상 기어를 갖춘 자동변속기로 탈바꿈해 빠른 반응은 물론, 적극적인 엔진 브레이크까지 가능하다. 특히 수동 모드 시에 살짝 변속 충격을 더하는 ‘연출’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와 구분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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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로닉 CVT는 이게 무단변속기인지 일반 자동변속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작동특성을 가졌다


시승차에 탑재된 인텔리전트 4×4i는 명칭에 걸맞은 빠른 반응을 자랑한다. 구동력 배분 여부는 계기판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평상시에는 거의 전륜 구동에 가깝게 동력을 배분한다. 사실 도심형 SUV 중 상당수가 험로 주파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 차 역시 ‘4WD 코스프레’ 수준의 전륜구동일 것이라 섣부르게 넘겨짚었다. 그런데 실제 시승을 하면서 인텔리전트 4×4i의 기민함에 크게 감동하게 된 일이 있었다. 기온이 낮아 노면 상태가 좋지 않 을 때, 감속이 충분치 않아 코너에서 네 바퀴가 쭉 밀려나기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이 반대로 돌아갈 정도로 거동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찰나의 순간, 뒷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너를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 차는 필요한 순간에 어떻게 구동력을 배분해야 할지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꼭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나서주는 차가 더욱 믿음직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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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트 4X4i는 이름에 걸맞게 구동력 배분을 할 줄 안다


또렷이 느껴지는 닛산 특유의 운전 재미

편안하다 못해 나긋나긋한 반응을 보이는 서스펜션 셋업은 다분히 이 차의 컨셉트를 짐작하게 해준다. 말랑한 하체가 편안한 시트, 넉넉한 실내 공간과 맞물리니 경쟁 차종을 타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득한 안락함에 빠지게 된다. 운전자 입장에서 타기에도 편안하지만, 운전대를 맡기고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앉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배 이상으로 높다. 주행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롤링도 상당히 커지지만, 그게 거동 변화나 주행 안정성 저하로 연결되진 않는다. 평상시엔 한없이 무른 것 같아도, 막상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잘 버텨낸다. 주행성능을 비유한다면 정말 뛰어난 탄성을 갖춘 푸딩처럼 느껴진다.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훌륭하게 양립시킨 닛산의 기술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한편,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은 상당히 가볍다. 한때는 맷돌을 돌리는 듯 무거움이 특징이던 닛산차지만, 엑스트레일은 과거 국산차를 떠올릴 만큼 가볍다. 가벼운 조향감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도심이나 골목,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데는 좋지만 고속 주행 시엔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엑스트레일은 저속과 고속에서의 조향 차이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불안함의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 특히 조향 조작에 따른 반응이 빠르고 극적이다. 그리고 이 점 역시 차 크기를 컴팩트하다고 느끼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라는 명칭 아래 적용된 다양한 능동형 안전사양은 요즘 나온 신차에 걸맞은 구성이다.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비상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차간 거리 제어 기능을 갖춘 크루즈 컨트롤, 섀시 컨트롤에 이르는 각 기능에 인텔리전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능동 안전 사양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갖춘 점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른 일본 SUV와 비교되는 엑스트레일만의 강점이다. 다만 기민한 반응을 보여준 4×4i에 비해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기술은 그렇게까지 영리하진 않다. 차간 거리 제어 기능은 앞 차의 차선 변경 혹은 설정 주행 속도 차이가 클 경우 급작스레 속도를 올렸고, 차선 이탈 방지는 말 그대로 차선 이탈 방지를 막는 시스템일 뿐으로, 스티어링이 느슨해지면 마치 핀볼처럼 양차선 사이를 튕기듯이 달린다. 차선의 정중앙을 물고 달리는 최신 사양 차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다. 주행 시 탑승자가 느끼는 N.V.H 성능이 그러하다. 운전자, 동승자가 판단하는 속도와 실제 주행하는 속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적어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깔끔하게 차단해 내진 못했다. 다만 이는 다른 가솔린 사양 SUV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로, 디젤 SUV와는 비교할 수 없이 조용하다. 나지막한 소음을 깔고 달리는 항속주행의 매력은 가솔린 SUV인 이 차가 가지고 있는 특권이다. 


기본기를 갖춘 좋은 차

자동차는 직접 보거나 타보기 전에는 섣부른 판단을 지양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가끔씩 그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여러 자동차를 경험하는 입장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질 여지가 많다. 뒤늦은 양심고백을 하자면, 엑스트레일에 대한 필자의 생각 역시 그랬다. 정말 타기 전에는 몰랐다.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튀는 것 싫어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한없이 평범한 차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넘겨짚었기에 시승하며 느낀 만족감과 마음 속 울림은 더 크게 다가왔다. 

엑스트레일은 경쟁력 있는 신차 도입을 간절히 염원해왔던 닛산 코리아와 소비자들을 위해 마련된 깜짝 선물 같은 존재다. 이제는 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순항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이제 닻을 올리고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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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하림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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