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시장의 리더가 말하는 프리미엄 SUV의 본질
2019-03-28  |   78,686 읽음

PORSCHE CAYENNE 

시장의 리더가 말하는 프리미엄 SUV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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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은 망해가던 집안을 살린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다. 출시 당시엔 혼외자 이상으로 하대를 받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불과 몇 년 만에 프리미엄 SUV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약간 늦어지긴 했지만, 3세대 카이엔이 최근 한국 땅을 밟았다. 2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높은 완성도와 상품성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SUV의 본질을 다시금 재정립하려 한다.


외관이 어디가 바뀌었나 물으신다면

‘뭐야? 이 차 풀모델 체인지 됐다면서.’ 시승차를 처음 접한 지인들 반응 중 과반수가 이랬다. 전 세대와 뭐가 달라졌는지 알아채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언뜻 봐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거의 모든 부분이 바뀌었다. 외관을 이야기하면서 2세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신형 카이엔에게 실례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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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 엠블럼 옆에 터보가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벌써부터 설렌다


전면부는 카이엔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더욱 강조됐다. 약간 넓어졌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는 사이즈 변화가 상당하다. 전장과 전폭이 75mm, 46mm 늘었다. 더욱 낮고 넓게 자리한 LED 헤드램프나 기존 2줄에서 3줄로 통일성을 갖춘 범퍼 에어 인테이크, 그 상단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LED 주간 주행등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2세대 카이엔의 외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단정함을 바탕으로 한층 강인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측면부는 루프 라인의 변화가 눈에 띈다. 비약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루프 라인 형상이 더 유려하게 바뀌었으며 그에 따른 시각적인 차이 역시 크다. 낮아진 라인만큼이나 그린하우스 주위 볼륨감이 강조되었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휠 & 타이어는 무려 21인치. 이 휠이 장착되지 않은 신형 카이엔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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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카이엔의 휠은 총 17가지. 그리고 그 중 가장 멋져 보이는 21인치 휠


후면부도 전면부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낮은 위치로 옮긴 LED 리어램프는 그 사이가 이어져 있다. 이는 최신 포르쉐의 대표적인 패밀리룩이다. 뒷 유리의 면적을 줄이면서 마감 처리에 신경 썼고, 테일 게이트에도 2세대에선 볼 수 없었던 볼륨감이 더해졌다. 빨간색 반사판이 플라스틱 부분 상단으로 옮겼으며, 리어 디퓨저는 과거 1.5세대 카이엔 터보에나 적용될 법한 공격적인 디테일이다. 


직관성 제외한 모든 면에서 좋아진 실내

실내는 신형 파나메라의 변화를 그대로 따른다. 이 변화를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향연과 절반 이상 줄어든 버튼이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달리면서 대시보드 형상도 그에 걸맞게 쭉 뻗은 수평 형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전방 시야 확보가 용이해진 것은 생각지도 못한 큰 장점이다. 그리고 헤드램프 조작 레버가 자취를 감췄다. 버튼으로 대체된 게 낯설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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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기능을 디스플레이에 집중한 결과, 버튼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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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버튼 간소화는 조명 점등 방식에도 이어진다. 바람직한 변화다


포르쉐만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계기판에는 엔진 회전계 겸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 각각 7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더해졌다. 평상시에는 기존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5원형 클러스터를 유지하지만, 우측에 네비게이션 지도를 띄울 경우에 한해 우측 2개의 원이 하나로 합쳐진다. 개인적으로 LCD 클러스터의 이점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정보 제공이라 생각했지만, 신형 카이엔은 포르쉐의 배려가 지나치다 못해 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과잉 친절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12.3인치 디스플레이다. 지금껏 경험한 터치 방식 디스플레이 중 가장 많은 정보와 기능을 제공한다. 각 기능을 하나씩 나열해 설명하는 데만도 하루 종일 걸릴 것이다. 약간 오버하자면, 볼보의 센서스와 르노삼성의 S-LINK를 하나의 시스템에 몰아넣은 것 같다. 기능상으로는 복잡해도,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세련되고 보기 좋았다. 폰트 역시 깔끔함이 돋보였고, 각 기능 작동에 따른 그래픽 역시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센터터널에 위치한 감압식 버튼은 조작감이 명확하다. 단 실내에 적용된 소재 중 상당수가 지문에 취약하다는 건 감안해야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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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마니아 입장에서 침이 줄줄 흐를 수밖에 없는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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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기능들을 조작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복잡하다


그 외 실내 주요 구성은 정말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은 포르쉐답게 손에 착 감기는 맛이 훌륭했고, 버튼 역시 간결하게 구성되었다. 시승차에 달린 18웨이 어댑티브 스포츠 시트는 몸을 정말 편안하게 지지해주는데, 2세대 대비 그립감이 배 이상은 나아졌다. 사이드 볼스터는 물론 허벅지를 좌우를 조이는 기능까지 별도로 갖추고 있어 스포츠 드라이빙 시에도 어지간한 버킷 시트보다 만족스러웠다. 착좌감에 대한 만족감은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1.5세대 카이엔 GTS에 최초로 적용되었던, 허벅지 지지부를 부각시킨 뒷좌석이 신형에도 그대로 달렸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GTS급 고성능 모델을 타는 것처럼 느껴져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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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으로 제공되는 어댑티브 스포츠 시트. 60만원이니 안 넣을 이유가 없다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어느 좌석에 앉던지 말이다. 크기가 늘어난 만큼 실내 공간은 더욱 풍요롭게 느껴진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리면 실내 공간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 정도 크기가 되면 그런 문제는 사소하게 느껴진다. 적재 공간 역시 늘었다. 신형 카이엔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2세대 대비 100L 늘어난 770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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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적인 배치가 아닐 수 없다. 변속기의 P 버튼 위치 빼고


정말 출중해진 상품성, 옵션질은 여전

필자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이래 포르쉐의 상품성을 칭찬하게 될 날이 올 줄 정말 몰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포르쉐는 발 아래 깔리는 매트를 옵션으로 따로 선택해야 할 정도로 기본 상품성이 바닥이었다. 그러나 신형 카이엔은 포르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좋아졌다. 3세대로 바뀌며 개선된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옵션 선택에 있어 상당히 신중하고 민감한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어 포르쉐 코리아가 기본 상품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미형과 단순 비교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북미형에서 옵션으로 제공되는 컴포트 액세스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 오토 디밍 미러, 전 좌석 열선 시트 등이 한국형에는 전부 기본으로 달린다. 물론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2세대 한국형과 비교하면 칭찬받아 마땅한 변화다.

물론 그렇다고 포르쉐 특유의 사악한 옵션질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건 아니다. 신형의 기본 가격은 1억 20만원, 시승차 가격은 1억 4,160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시승차 선택 사양 중 앞 유리 열선이 눈에 띈다. 옵션 가격은 70만원. 해당 옵션을 선택해야만 변속기 좌측에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따로 적용된다. 그 외에도 슬레이트 그레이, 모하비 베이지 투톤 실내 및 고급 가죽 마감(550만원), PASM(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 기능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520만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21인치 휠 & 타이어(530만원), 헤드업 디스플레이(210만원), 리어 액슬 조향 기능을 지원하는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290만원) 등 각 옵션 비용이 상당히 묵직하다. 그런데 한 편으론 정말 얄미운 것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옵션들이라는 점이다. 

막장 드라마를 ‘저게 말이 되냐’고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심정이 이럴까 싶다. 욕은 하지만, 수긍하게 되는 것 말이다. 포르쉐라는 브랜드의 막강한 인지도, 그 이름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완벽하게 정제된 주행 성능

이밖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우디 Q7,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과 폭스바겐 MLB 에보 플랫폼을 공유하고, 차체를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만들면서 2세대 대비 65kg을 덜어냈다. 엔진 라인업도 새로워졌다. 뛰어난 효율과 경제성을 갖췄지만 수많은 구설수 및 논란이 제기되는 디젤 엔진은 아예 제거하고, E-하이브리드로 대체한다. 2세대에도 E-하이브리드가 있었지만 당시는 디젤을 대체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시대적인 흐름상 자연흡기 엔진 역시 사라졌다. 2세대까지만 해도 기본형과 고성능 GTS에 자연흡기 엔진이 있었다. 마니아 입장에서는 씁쓸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그 결과 신형 카이엔은 카이엔과 카이엔 E-하이브리드, 카이엔 S, 카이엔 터보,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로 구성된다. 변속기는 2세대와 같은 아이신제 8단 팁트로닉 S다.

현재 국내에는 기본형 카이엔만 출시됐다. 아우디에 두루 쓰이는 V6 3.0L 직분사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준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 6.2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적용 시 5.9초), 최고속도는 245km/h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준수한 성능이라고 말한 데에는 요즘 이에 버금가거나 높은 성능을 내는 엔진이 정말 많고, 더욱이 이 차가 포르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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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카이엔에 탑재된 엔진은 말 그대로 적당한 성능을 갖췄다


솔직히 시승 직후, 성능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정말 딱 예상한 수준이다. 주행 모드 설정에 따라 반응성이 조절되며, 특히 스포츠 플러스에서 보여주는 엔진의 즉답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수동 변속 시의 반응도 훌륭하다. 그렇다고 해도 시원스럽다거나 호쾌하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대신 엔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속도를 쉽사리 올리고,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200km/h를 간단히 넘길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첫인상은 그리 좋진 않았지만, 타면 탈수록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성능 대비 밋밋한 사운드 때문에 체감 성능이 낮게 느껴진 점도 분명 있었다. 상위급 트림이라면 이런 아쉬움은 덜할 것이라 생각한다.

신형 카이엔을 타면서 느껴지는 2세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완벽하게 정제된 주행 성능에 있었다. 2세대에서 느껴지던 불규칙함 혹은 신경질적인 반응이 전혀 없었다. 속도에 관계없이 정말 매끈하게 달린다. 묵직하단 표현보다는 노면을 완벽하게 다스리면서 달린다고 말하고 싶다. 주행 속도와 주행 모드 관계없이 완전히 네 바퀴가 노면과 일체화되어 달리는 느낌은 자칭 또는 타칭 프리미엄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형 카이엔만의 고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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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정제됐다. 속도 관계없이 매끄럽고 부드럽게 때론 역동적으로 달린다


운전자가 과격하게 채찍질 했을 때에도 포르쉐라는 태생을 여실히 드러낸다. 빠른 속도로 선회 시 뒤가 흐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적극적인 구동력 배분과 그에 따른 반응을 보여줬다. 절대로 가벼운 차가 아님에도 코너에서의 반응은 영락없이 가벼운 차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제어조차도 이런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제동은 의전 운전에 도가 튼 운전자처럼 반응하면서도 가속할 때는 킥 다운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운전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건 맞지만, 때론 깨방정을 떠는 것처럼 느껴져 다소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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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제동은 정말 완벽하게 해내지만, 가속 시 서툰 티를 낸다


생각보다 좋은 실주행 연비

생각지도 못한 장점 중 하나는 예상을 웃도는 실연비였다. 공인연비는 복합 7.3km/L(도심 6.9km/L, 고속도로 8km/L)로 처참한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운전하며 확인한 실연비는 도심 7km/L 중반, 고속도로 12km/L로 편차가 컸다. 가벼워졌다고는 해도 공차중량이 2,135kg에 달하고, 시승차에는 21인치 타이어가 달려 있기에 쉽사리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무엇일지 곰곰히 따져 봐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니 타이어 사이즈가 무려 285/35 ZR22였다. 이건 앞 타이어이고 뒷 타이어는 315/30 ZR22였을 것이다. 덕분에 운전하는 입장에선 괜히 기름값 아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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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카이엔은 정말 좋은 차다. 굳이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타본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족이 높을수록 마음 속 공허함도 커졌다. 시승 당시엔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시승차를 반납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카이엔을 타면 포르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건 필연이다. 다만 이게 본편이라기보다는 데모 버전처럼 느껴지는 게 문제였다. ‘상위 트림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승차를 반납하고 나면 이 차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허함과 소유욕, 물욕은 완전히 별개라는 사실을 이번에 뼈저리게 알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갖고 싶어졌다. 만약 하늘이 그런 행운을 내려준다면 이번에 타본 카이엔보다는 경험해보지도 못한 카이엔 터보를 망설임 없이 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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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하림(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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