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스] 르노삼성 SM5
2019-04-26  |   79,104 읽음

르노삼성 S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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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마무리, 뛰어난 내구성 

나와 SM5의 인연은 2년 전 매형이 차를 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차를 바꿀 때가 되자 매형은 내게 SM5를 사려고 하는데 어떨지 조언을 구해 왔다. 물론 나는 적극 추천했고, 내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곧 매형은 SM520V를 계약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꼭 써보고 싶다던 매형은 200만 원이 넘는 AV패키지3까지 옵션으로 선택했다. 멀티 AV시스템과 CD 체인저가 들어 있는 최고급 옵션이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 직접 몰아보지는 못했지만, 매형을 졸라 몇 번 얻어 타본 SM5는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급의 다른 중형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한 승차감, 다리를 쭉 펴도 불편하지 않은 긴 휠베이스와 차체, 일본차 특유의 정숙성 등 모든 면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SM5의 베이스 모델이라고 하는 닛산 맥시마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SM5가 데뷔한 지도 오래 되어 초기 모델은 이제 구형이 되어버렸지만 아직까지도 국산 중형차 중에 SM5보다 확실히 낫다는 느낌을 주는 차는 아직 없다. 현대나 기아의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십 년도 더 된 일본차에 뒤지는 형편이니 아직 자만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데뷔 때부터 SM5의 위치는 매우 어정쩡했다. 처음 나왔을 때는 고급스런 중형차급이었는데, 뒤이어 1.8X 엔진을 얹은 SM518이 등장해 준중형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고, 요즘 들어서는 그랜저 XG 등 준대형 차와 어깨를 나란히 한 듯한 모습이다. 다양한 라인업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클래스에 놓느냐에 따라 그 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살아나기도 하고 어색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SM518을 내놓은 것은 조금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들어서는 별로 인기도 없고 앞으로 나오게 될 준중형차에 대한 기대를 반감시키기까지 하는 것 같다. 


매형의 SM5는 최근까지 3만km를 달렸다. 그리 긴 주행거리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잔고장 한번 없이 잘 달려주었다. 주위의 다른 SM5 운전자들에게 얘기를 들어봐도 이 차가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깔끔한 마무리만큼이나 뛰어난 내구성도 SM5의 큰 장점으로 꼽고 싶다. 


물론 단점도 있다. 나온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전자동 에어컨과 전동식 시트 등 중요한 편의장비가 옵션으로 되어 있다는 점과 출력이 동급차종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지만, 한적한 고속도로에 오르면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는 비교적 정확했지만, 2년쯤 지나니 도로가 많이 생기고 신호체계가 바뀐 곳이 많아 요즘에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루 빨리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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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로도 빛나는 차 

1995년 삼성자동차가 설립되고 3년만인 1998년 3월 IMF 한파가 매섭게 몰아친 그때 SM5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SM5의 첫 인상은 그저 심플한 디자인의 로버600이나 인피니티Q45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조금씩 SM5를 뜯어보자 로버의 이미지를 뛰어넘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중형세단임을 알 수 있었다. 네모반듯한 차체 디자인에 어울리는 사각형 헤드램프와 그릴은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된 크롬장식과 함께 단정하면서 개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삼성자동차는 SM5를 내놓기 오래 전부터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차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자동차를 처음 만든 회사의 작품이라고 믿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SM5는 삼성의 기술제휴선인 닛산의 중형세단 세피로(수출명 맥시마)를 기본으로 앞뒤 모습을 바꿔 내놓은 차여서 그다지 긍정적인 평은 얻지 못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높은 품질을 이뤄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가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말을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차의 성능 부분이 아니라 메이커의 성의 있는 자세였다. 차를 사고 한 달 안에 파워 트레인 등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면 새 차로 바꿔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아무리 큰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힘없는 소비자가 늘 당하기만 하던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과연 몇 명의 사람이 교환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자신감만으로도 SM5는 충분히 믿을만한 차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마케팅 전략과 더불어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앞세운 SM5는 IMF라는 불황 속에서도 98년 당시 전 차종 판매 4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되자 생산 및 판매가 뚝 떨어져 길고 긴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성자동차의 도산으로 SM5의 품질마저 평가절하 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여기저기서 SM5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SM5의 판매는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르노와 합병이 성사되자 SM5는 긴 고난의 세월을 마감하고 수요의 수직상승을 체험하며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내가 볼 때 SM5의 진정한 가치는 승용 모델뿐 아니라 택시에서 더욱 빛나는 것 같다. 현재 SM5 택시는 주문이 밀려 6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끔 택시를 탈 때마다 일부러 SM5가 어떤지 물어보고는 하는데, SM5를 몰고 있는 기사들은 대단히 만족하며 칭찬했고, 다른 차를 모는 기사들도 대부분 “SM5가 좋다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교환이 필요 없는 체인벨트와 오랜 시간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는 승차감인 듯하다. 분명히 이런 택시기사들의 ‘입 선전’도 SM5가 지금처럼 인기를 누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 아쉬운 점은 베이스모델인 닛산 세피로가 너무 오래된 차라 그런지, 요즘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이 쏟아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너무 심심한 외모다. 조금 더 세련미를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새로 나올 삼성의 자동차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는 디자인과 뛰어난 편의장비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휩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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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개성 있게 바뀌었으면 

자동차 매니아라고 널리 알려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그것도 일본 내수 2위인 메이커 닛산과 합작을 해서 벌인 일이다. 자동차 메이커의 총수가 자동차 매니아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정말 새로운 차’를 기대하지 않을까. 닛산은 또 어떤 회사인가? ‘스포츠카는 왜 2도어 쿠페여야만 하는가’라고 처음 반문한 메이커가 아닌가. 누구나 인정하는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 최고주의 회사가 바로 닛산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로 소문난 삼성이 일본 2위 닛산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삼성은 3년의 준비 끝에 첫 주자로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차를 만들어 냈다. 닛산의 기술력과 삼성의 마케팅 능력을 집중시킨 SM5는 어떤 난공불락의 요새라도 뚫을 듯한 모습으로 데뷔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형차 시장만 제패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IMF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연이은 삼성자동차의 부도로 SM5는 제대로 날아보기도 전에 날개를 접어야 했다.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사라질 뻔한 SM5가 요즘 들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SM5에 대해 그 동안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몇 가지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 


승차감과 성능 면에서 SM5는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디자인이다. 삼성은 깔끔한 신사의 이미지, 품격 높은 분위기를 끌어내려 고심한 것 같지만, 헤드램프와 그릴, 리어램프 등에서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띈다. 차라리 세피로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체적인 모습은 깔끔하고 단정해 보일지 몰라도 지금 세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 고객들의 취향은 얌전하고 조용한 차보다는 어딘가 실험정신이 느껴지는 차 쪽으로 기울어져 왔다는 사실을 삼성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무슨 일을 하든 1위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삼성 특유의 기업 정신이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좀 살아나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곧 SM5도 페이스리프트 될 텐데 조금 더 과감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택해서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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