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의 진화, FERRARI SF90 STRADALE
2019-07-02  |   58,630 읽음

페라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의 진화

FERRARI SF90 STRA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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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퍼카가 등장했다. 이름과 달리 F1 머신의 도로형은 아니지만 F1에서 유래된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1천 마력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네바퀴를 굴리며 피오라노 서킷에서 라페라리보다 빠른 랩타임으로 사상 최강 페라리에 등극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것은 페라리에도 해당되는 말인 듯하다. EV 시대로의 전환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수퍼카 브랜드조차 앞다투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페라리도 이런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강렬한 배기음과 가솔린 냄새 풍기는 수퍼카가 제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날로 까다로워지는 배출가스 규제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포르쉐와 코닉세그, 맥라렌에서는 이미 하이브리드를 출시했고, 람보르기니도 하이브리드 신차를 개발 중이다. 이미 라페라리를 선보인 페라리는 최근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를 공개하며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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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등장했던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 599 HY-KERS 


F1에서 축적된 하이브리드 기술

페라리는 2009년부터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라 불리는 회생제동 장치와 모터를 활용한 파워 어시스트, 그러니까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F1에 도입했다. 규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이미 10년 가까이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온 셈이다.

하이브리드 페라리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모터스포츠 기술을 꾸준히 양산차에 적용해 온 메이커이기에 자연스런 추측이었다. 페라리는 F1용 KERS 기술을 활용한 599 HY-KERS를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했다. 599GTB 피오라노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100마력 모터를 조합한 이 차는 프로토타입에 머물렀다. 진짜 도로용 하이브리드 페라리는 그로부터 3년 후인 2013년, 엔초 페라리의 뒤를 잇는 한정생산 수퍼카 라페라리가 첫 타자였다. V12 6.3L 엔진에 163마력의 HY-KERS를 조합해 시스템 출력 963마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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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0은 올 시즌 페라리 F1 머신의 이름이다 


라페라리에 이은 두 번째 도로형 하이브리드 페라리이자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되는 SF90 스트라달레는 올 시즌 F1 머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페라리팀(Scuderia Ferrari) 90주년을 뜻하는 SF90에 도로형(Street)을 뜻하는 이태리어 스트라달레를 붙였다. 이름대로 F1 머신의 도로형 버전은 아니지만 F1에 뿌리를 둔 다양한 기술이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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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식 계기판과 터치패드 등 첨단 이미지 속에 시프트 레버는 클래식 요소를 담았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

사이즈로 보면 얼마 전 공개된 F8 트리뷰토와 비슷해 488GTB의 후속처럼 보인다. 휠베이스도 F8 트리뷰토와 동일한 2,650mm. 하지만 구동계는 많이 다르다.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라는 점 말고도 모터를 3개나 갖추어 네 바퀴를 굴린다. 미드십 뒷바퀴 굴림이면서 변속기에 모터를 조합했던 라페라리와는 완전히 다른 구성이다. 앞바퀴 2개의 모터로 토크 벡터링을 구사하는 방식은 혼다 NSX와 닮았다. 지금까지의 페라리 전통에서 벗어나는, 상당히 이질적인 모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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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서는 J50과 SP38 등의 특징이 보인다 


디자인은 일본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던 스페셜 모델 J50을 쿠페로 개조한 듯한 느낌이다.

얇은 헤드램프와 측면 흡기구의 위치, 투명 엔진 커버의 형상 등이 닮았다. 그밖에 F8 트리뷰토와 원오프 모델인 SP38의 디테일도 발견할 수있다. 디자이너들은 지난 20년간 페라리 미드십 베를리네타의 형태를 새롭게 진화시켜 새로운 하이브리드 페라리를 빚어냈다.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신기술로 태어난 페라리 양산형 수퍼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했다. 짧아진 노즈와 곡면을 이루는 콤팩트한 콕핏, 사각형 브레이크 램프 등이이 차의 진화를 상징하는 특징들이다.

운전석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시보드 레이아웃 자체는 F8 트리뷰토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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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F8 트리뷰토와 닮았다 


하지만 계기판을 풀 모니터 방식으로 바꾸었으며 공조 스위치와 오디오 등 조작계는 터치식으로 바꾸었다. 스티어링 휠에도 터치패드가 달려 보다 다양한 기능을 다룰 수 있다.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디자인 측면 뿐 아니라 운전에 보다 집중할 수있도록 돕기 위한 일환이다. 눈은 노면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 둔다는 레이싱카 설계 사상을 철저히 도입해 왔던 페라리다운 모습. 아날로그 타코미터는 사라졌지만 중앙에는 여전히 원형 타코미터가 있으며, 양쪽으로 내비게이션과 드라이브 모드 등 다양한 정보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이밖에 기존의 동그란 시프트 레버는 레버 3개로 바꾸었는데, 알루미늄 게이트에 은색 레버를 배치한 모습이 수동 변속기 시절의 시프트 게이트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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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의 새로운 회장으로 페라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존 엘칸. 피아트 창업자 가문 출신이다


1천 마력으로 네바퀴 굴려

최신 페라리에 널리 쓰이는 F154 계열의 V8 트윈터보 엔진은 F8 트리뷰토의 3902cc에서 3990cc로 배기량을 키워 페라리 V8 중 가장 강력한 780마력을 낸다. 350바 직분사 시스템과 전자제어식 웨이스트게이트, 완전히 새로 디자인한 흡배기 덕분에 L당 출력이 195마력에 이른다. 소규경 플라이휠과 인코넬 배기 파이프로 무게중심은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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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0 스트라달레에는 페라리의 과거와 미래가 담겼다 


신형 듀얼 클러치식 8단 변속기는 고성능과 연비를 모두 잡았다. 도로 주행에서 효율이 8% 좋아졌고 서킷 주행에서도 약간의 개선 효과가 있다. 후진 기어를 없앤 덕분에 구형 7단보다 콤팩트하고 7kg 가볍다. 후진은 모터를 역회전시켜 대신한다. 1200Nm(122.4kg·m)까지 견딜 수 있는 고성능 클러치는 새로운 유압 시스템으로 200ms만에(488 피스타는 300ms) 변속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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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SF90 스트라달레 


S90 스트라달레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를 3개나 갖추어 시스템 출력 1천 마력을 낸다. 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하나 배치해 F1의 MGUK(Motor Generator Unit, Kinetic)처럼 작동한다. 나머지 두 개는 좌우 앞바퀴를 독립적으로 구동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7.9kWh 용량으로 엔진 없이 25km 주행이 가능하다. 이 때는 앞쪽 모터만으로 달리며 최고시속 135km까지 가능하다. 네바퀴 굴림도 눈길을 끈다. 페라리 FF와 GTC4룻소의 4RM 시스템은 상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앞바퀴에 동력을 배분한다. 반면에 SF90 스트라달레는 모든 속도 영역에서 네바퀴 굴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토크 벡터링이 가능하다. 페라리에서는 이것을 RAC-e(Regolatore Assetto Curva Elettrico)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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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과 함께 사상 최강 페라리의 자리에 올라섰다


사상 최강의 양산형 페라리

주행관련 어시스트 장비들 역시 새로워졌다. 이제는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디퍼렌셜 뿐 아니라 배터리와 모터까지 통합 제어하기 위해서다. eSSC(electric Side Slip Control)와 트랙션 컨트롤(eTC)은 하이브리드 네바퀴 굴림용으로 개발되었다. ABS와 EBD는 모터에 의한 회생제동과 기존 기계식 브레이크를 통합 관리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를 회수하고, 급제동 시에는 기계식 브레이크가 제동력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특유의 브레이크 감각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토크 벡터링(RAC-e)은 좌우 브레이크 대신 앞바퀴 모터를 독립적으로 작동시켜 코너링 성능을 끌어올린다. 강력한 출력과 모터의 반응성, 네바퀴 굴림은 이차의 가속 능력을 높여준다. 스펙에 따르면 0→시속 100km 가속 2.5초, 시속 200km까지 6.7초로 라페라리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피오라노 스트 트랙 랩타임은 1분 19초로 라페라리에 0.7초 앞선다. 역대 양산 페라리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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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의 라인과 납작한 브레이크 램프 등 뒷모습도 매력적이다 


사상 유래 없이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동력원을 손에 넣은 SF90 스트라달레는 이를 적절히 활용할수 있도록 다양한 드라이브 모드를 준비했다. e드라이브 모드는 말 그대로 EV 모드다. 앞쪽 2개 모터만 작동하기 때문에 최초의 앞바퀴 굴림 페라리가 되는 셈이다. 주택가 골목을 은밀하게 빠져나갈 때 유용할 뿐 아니라 PHEV이기 때문에 외부 충전을 통해 엔진을 켜지 않고 최대 25km 거리를 움직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엔진과 모터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한다. 일상적인 주행상황을 위한 모드이기 때문에 효율 우선으로 작동하며 상황에 따라 엔진을 자동으로 꺼 연료 소모를 줄인다. 물론 운전자가 액셀 페달을 깊게 밟으면 자동으로 최대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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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 개발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랫폼. 엔진과 3모터로 네바퀴를 굴린다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와 달리 V8 엔진을 최대한 사용하며 배터리를 언제든 활용할수 있도록 최대한 충전해 둔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한 모드다. 마지막으로 퀄리파이 모드가 있다. 서킷 주행 등에 사용하기 좋은 이 모드는 엔진과 3개의 모터가 가진 능력까지 최대한 쥐어짜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상황에 따라 공기 흐름 제어하는 리어윙

차중은 1,570kg로 F8 트리뷰토에 비해 135kg 무겁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늘어난 무게만 270kg에 달하기 때문에 엄청난 경량화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시스템 출력이 1천 마력에 달해 마력당 하중은 1.57kg에

불과하다. 카본 파이버 벌크헤드, 고강성의 7000 시리즈 알루미늄 합금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섀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4WD 구동계를 고려해 전용 설계되어 구형 플랫폼 대비 휨 강성 20%, 비틀림 강성 40%를 개선하면서도 무게는 줄였다. 다운포스와 공기저항을 양립시키는 문제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로 해결했다. 최신 페라리는 다양한 방식의 능동형 공력장비를 도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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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파워트레인은 무려 100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SF90 스트라달레의 경우 셧오프 거니(Shut-off Gurney)라 불리는 리어윙이 눈길을 끈다. 고정식 윙처럼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날개 아래로 흐르는 공기를 막을 수 있다. 코너링이나 제동 때는 윙앞부분이 밑으로 내려가며 중간 통로를 막으면 공기를 위쪽으로 밀어내 다운포스가 늘어난다. 통로를 막았을 때 거니 플랩(미국 출신 드라이버댄 거니가 개발한 것으로 윙 끝단에 수직으로 작은립 스포일러를 붙인 형태)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평평한 차체 바닥에는 공기를 차체 양옆으로 밀어내는 에어로핀이 앞뒤로 달려 다운포스 증가와 함께 공력 밸런스를 조절한다. 아울러 동력계의 효율적인 냉각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시스템 출력 1천 마력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V8 엔진 냉각용 라디에이터 외에도 모터 전용 라디에이터를 갖추었으며 브렘보와 협력한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전용 공기 통로를 갖고 있다. 앞쪽 브레이크를 위한 공기는 헤드램프 아래에서, 뒷바퀴용은 차체 바닥에서 흡입한다. 5스포크 단조휠은 회전하면서 공기를 뿜어내도록 디자인해 프론트 디퓨저의 효과를 증가시키고 공기저항은 낮추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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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는 원오프 모델인 SP38이 보인다


고성능 옵션 아세토 피오라노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페라리 처음으로 준비된 고성능 옵션이다. 아세토 피오라노(Assetto Fiorano)라는 옵션은 GT 레이싱카에 쓰이는 멀티매틱 댐퍼와 경량화 패키지, 전용 스포일러 등으로 구성된다. 도어와 언더 패널을 카본으로 바꾸고 배기관과 스프링을 티타늄으로 교체해 무게를 30kg 덜어낸다. 카본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250km에서 39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아울러 서킷과 마른 노면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2 타이어가 달린다. SF90 스트라달레는 F8 트리뷰토와 라페라리 사이에 위치한다. 덩치는 F8 트리뷰토와 비슷하지만 성능은 라페라리를 위협한다. 점점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을 고집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F1에서 배양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해 강력한 성능을 확보했다. 지금까지의 페라리와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지극히 페라리다운 모델임을 부정할수 없다. 엔진과 모터를 갖추고, 네 바퀴를 굴리는 페라리가 왠지 SF90 스트라달레 한 대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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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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