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RARI GTC4 LUSSO, 4명이 행복해지는 페라리
2019-10-18  |   9,124 읽음

FERRARI GTC4 LUSSO

4명이 행복해지는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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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최초의 네바퀴 굴림이었던 FF의 후속 모델로 GTC4 루쏘가 등장한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12기통 심장이 탑재 된 이 차는 패밀리카를 원하는 페라리 오너의 염원을 담아 4WD와 4WS, 조절식 댐퍼 등 다양한 기술로 성능과 편의성, 승차감 등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250 GTO 브래드밴의 향수

뒷바퀴 굴림만 고집했던 보수적인 페라리는 2011년, 기존 후륜과 변속기의 위치는 그대로 두면서 전륜 구동계를 추가한 슈팅 브레이크 모델 FF를 내놓았다. FF는 Four Ferrari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 4인승 4륜 구동 페라리라는 뜻이다. 고성능 SUV 붐이 자동차 업계를 휩쓰는 가운데서도 절대로 SUV를 만들지 않겠다던 페라리가 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 차는 1960년대 경주차였던 250 GTO 브래드밴과 유사한 실루엣을 가지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브래드밴은 250 GTO의 공력성능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엔초 페라리의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코치빌더가 개조했다는 점과 르망에서 순정 250 GTO를 박살내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제작되었지만, 현재는 가장 비싼 클래식 페라리 중 하나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FF는 브래드밴과 형태만 닮았을 뿐 그 혈통은 아니다. 브래드밴은 페라리 정식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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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페라리만 가능한 슈팅브레이크 디자인


FF는 미드십 페라리보다 화려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페라리 엠블럼을 단전천후 수퍼카라는 점에서 수퍼리치들을 매료시켰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타고, 아이들이 등교할 때 태워다 줄 수 있는 페라리라니 가히 환상적이지 않는가. 다만 왜건 불모지인 국내 여건상 슈팅브레이크가 5억 이상 호가하는 점때문인지 판매는 다소 부진했다. 사실 페라리의 가치와 구동계 특성에서 나오는 디자인을 감안하면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차가 F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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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미터는 시인성이 뛰어나지만 스티어링 림에 달린 LED 인디케이터에 의존하게 된다


후속 GTC4 루쏘(이하 루쏘) 역시 이런 맥락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디자인을 계승시켰지만 곳곳에 클래식과 모던한 아름다움을 잘버무렸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트윈서클 램프로의 회귀와 수정된 사이드 벤트다.


루쏘는 전형적인 페라리의 프론트 미드십 디자인이다. 일반적인 왜건과 달리 패스트백 루프, 풍만한 리어 펜더, 후면의 모습은 C필러가 제거 된 812 수퍼패스트의 모습이다. 프론트 그릴은 기존 세로진 크롬 창살이 없어지는 대신에 가로 한 줄이 추가되었고 헤드램프는 488 GTB의 것을 부드럽게 다듬은듯하다. 후드는 가운데를 약간 U자로 움푹 파이게 하여 좀 더 와이드 한인상이지만 기존보다는 차분하면서 정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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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디스플레이는 주행 정보를 동승자도 공유하게 된다 


옆면은 캐릭터 라인이 차체 중앙에서 잘록하게 좁아졌다가 벌어져 마치 치타의 허리를 보는 듯하다. 게다가 FF보다 더욱 선 굵은 디자인으로 명암 구분이 확실해 투박했던 왜건의 패러다임을 깨버렸다. 현존하는 가장 아름답고 섹시한 왜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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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역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공개로, V12 엔진 존속을 보장할 수 없다 


라페라리 엔진을 얹은 루쏘

이 차의 엔진은 F140 계열로 엔초 페라리를 시작으로 라페라리와 812 수퍼패스트까지 탑재된 페라리 최고의 유산이다. GTC4 루쏘는 V12 6.3L로 최고출력 690마력과 최대토크 71.4kg·m를 쏟아낸다. 여기에 기존보다 더욱 개선된 독특한 4륜 시스템 4RM(Quattro Route Motrici)에 후륜 조향을 더해 전장 5m에 육박하는 차체로 연속적인 타이트한 코너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터보 엔진이 전 영역 고르게 스포티함과 막강한 펀치력을 자랑한다면, 이 차의 자연흡기 엔진은 고 rpm에서 살아있는 매서운 회전 질감을 제공한다. 아울러 백프레셔 사운드를 최대한 억제하여 궁극의 배기음을 선사한다. 시동을 걸때마다 12개의 실린더가 빠르게 왕복운동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된다. 박진감 넘치는 고동은 웨버 독립식 스로틀을 갖춘 콜롬보 엔진을 연상케 하지만 요즘의 페라리는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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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도만 보더라도 프론트 미드십 차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윈터, 웨트, 컴포트, 스포츠, ESC OFF 총 5가지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컴포트와 스포츠. FF 후속으로 편안함을 지향해서인지 레이스 모드는 뺐다. 포르토피노 역시 레이스 버튼은 없다. 좀 더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고 싶으면 ESC를 끄면 된다. 그러나 이 차의 진가는 컴포트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가장 진보된 방식의 E-디프와 SCM-E 댐퍼 시스템이 악천후 속에서도 쾌적한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범피로드 모드를 활성화하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가족의 허리 건강을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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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티어링 휠. 기존보다 방향지시기 버튼이 더 튀어나와 조작이 편하다


문을 열어보니 근래에 탔던 하드코어 페라리와 달리 묵직한 무게감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전고가 다소 높은 편이라 편한 승하차를 제공한다. 시트 포지션은 페라리답게 낮은 편이다. 시트는 180cm 초반, 70kg대의 기자를 완벽하게 감싼다. 가죽은 늘 그랬던 것처럼 최고의 가죽으로 마감했다. 광활한 글라스 루프를 통과한 빛이 코발트 가죽을 마린 블루로 변색시켜 시원함은 배가 된다.


2열의 경우 1열과 같은 가죽 질감과 시트 착좌감을 제공하면서 포지션은 다소 높은 편이라 전방 상황을 볼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사실 수퍼카에서 2열 공간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이 차는 성인 4명이 온종일 타는 데무리가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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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백 루프라인과 과격한 디퓨저는 딱 봐도 수퍼카다 


곱상한 외모에 감춰진 폭발적인 성능

스티어링 휠을 최대한 명치 쪽으로 당기고 시트는 바닥으로 내려 자세를 잡은 후 칼럼식 패들시프터를 눌러 1단에 넣었다. 컴포트 오토에서는 7단 DCT가 2000rpm 부근에서 다음 단수로 변속한다. 변속기 로직이 똑똑한 탓에 빠른 체결과 부드러운 변속의 질감을 갖고 있다. 편하게 탈 때는 한없이 편해 수퍼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만 스티어링 휠과 패들 시프터를 보면 금세 질주본능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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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30을 끝으로 사라졌던 트윈서클 램프로 회귀 


수동 모드로 바꾸고 액셀 페달을 적당히 밟으니 타코미터 바늘이 금세 6000rpm을 넘는다. 고회전에서 변속을 하니 부드러운 자연흡기 사운드가 귀를 간지럽힌다. 스포츠 모드로 고정 하고 다시금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가변 배기 플랩이 열리면서 밀도 높은 사운드가 낮은 rpm에서도 귓속을 파고든다. 백프레셔 사운드까지 삭제되어 더욱 깨끗한 천상의 V12 사운드를 경험하게 된다. 터널 안에서 다운 시프트 재미도 재미지만, 고 rpm에서 켜지는 스티어링림 상단 LED 램프도 희열을 맛보게 해 준다. 레드존 접근을 알리는 인디케이터는 변속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장비로 경주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카본 패들 시프터의 조작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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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따라 코발트와 마린 색을 오가는 실내는 환상 그 자체다. 페라리를 사게 되면 무조건 이컬러를 선택할 것이다


존귀한 V12 페라리

엔초 페라리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은 V12 페라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차를 시승하는 시간 내내 축복 그 자체였다. 최근 SF90 스트라달레가 공개되면서 그간 플래그십의 상징이었던 V12 엔진은 존속을 보장받기가 어려워진 듯하다. 이 차의 후속 혹은 812 수퍼패스트의 다음 버전은 라페라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아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을 하니 그동안 페라리 자연흡기 엔진을 경험한 것이 기자 생활 최고의 추억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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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40 심장이 탑재된 페라리는 역시나 최고였다. 터보차저의 방해를 받지 않는 페라리의 자연흡기 배기 사운드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시켜야 할 정도로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주변에 자연흡기 페라리를 타는 이웃이 있다면 볼 때마다 축복을 해줄 것이다.


획일화되어가는 차들 사이에서 페라리는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소중하면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EV 시대가 찾아오기 전까지 그 매력을 마음껏 즐길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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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맹범수 기자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9-10-24 17:44:29 카라이프 - 뉴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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