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디젤, ‘믿거’ 마세라티 아닌가요? 응 아니야
2019-11-26  |   14,349 읽음

MASERATI QUATTROPORTE DIESEL

‘믿거’ 마세라티 아닌가요? 응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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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콰트로포르테 디젤을 시승했다. 멋진 배기 사운드는 웬만한 가솔린차 부럽지 않다. 배기 사운드가 가솔린보다 다소 약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마세라티는 과감히 아니라고 말한다. 뛰어난 연비 대비 단점이 분명한 디젤 엔진이지만 마세라티 디젤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할만한 장점으로 가득하다.


마세라티 앞에서는 다들 츤데레

고급 메이커인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메이커도 고객도 손해다. 개인적으로 마세라티를 좋아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사골처럼 우려먹는다 폄하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런 비판 대부분은 아마도 실제 타본 적 없는 사람들의 여론인 듯하다.


마세라티는 모든 이들의 드림카지만 막상 사려고 하면 주변의 만류로 독일 3사 차 중 하나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마음 한편에 삼지창이 자리 잡아 언젠가는 마세라티를 사게 되지 않을까. 특히 반골 기질 다분한 유복한 사람이라면 제격이다. 주변 의견은 결국 남의 의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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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에만 열광하는 이들에게 마세라티의 긴 모델 주기와 옵션의 부재는 단점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모델 교체 주기가 빠른 메이커는 자기 차가 쉽게 구형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옵션의 부재 역시 큰 문제가 안 된다. 고성능 차를 몰면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답시고 조잡한 인터페이스를 만지작거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스티어링 휠을 붙잡고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마세라티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콰트로포르테 디젤 역시 마찬가지다.


F 세그먼트 중 가장 아름다운 세단

시승차는 콰트로포르테 6세대 모델로 2013년에 출시됐다. 기존에는 이탈리안 메이커 특유의 단차 문제로 조립품질이 엉망이었던 반면에 신형은 이런 문제가 상당히 개선되었다. 이 차의 플랫폼은 코드네임이 다르지만 기블리의 것이다. 현재 마세라티 모델 전부 공통으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이플랫폼을 좋아하는 이유는 후륜 기반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프론트 미드십에 가까운 레이아웃으로 전통적인 고급차의 비율이라서 아름답다. 여기에 아가미를 형상화한 사이드 벤트까지 더해져 백미다. 이제 마세라티의 시그니처가 된 이 디자인은 콰트로포르테 5세대부터 쓰였다.


 마세라티는 한때 경영난 문제로 여러 기업을 옮겨 다니던 암울한 시기가 있어서 그런지 콰트로포르테 1세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멋이 없다. 5세대부터 비교적 괜찮아지더니 현행 모델에 와서 완성에 도달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이탈리안 특유의 미의식과 감성이 담겼다. 타 메이커는 구현할 수 없는 관능적인 선이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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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대형 세단은 위엄 있게 보이려 그릴을 상단에 배치하는데 콰트로포르테는 그보다 아래에 있다. 지면에 가까운 그릴과 볼륨감 있는 앞 팬더를 시작으로 후면 트렁크까지 이어진 미려한 선이 압권이다. 이러니 마세라티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


리어 범퍼 하단에서 트렁크 상단까지의 길이는 다소 짧아 F 세그먼트의 경쟁 모델 대비 꽁무니가 슬림하다. 기블리는 뒤 팬더 라인을 높게 잡았지만 콰트로포르테는 그보다 낮아 중후하다. 이쪽이 보수적이고 확실히 고급차답다. LED DRL이 더해진 후기형 헤드램프는 또렷한 눈매가 멋져 전기형 오너들이 개조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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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데리아팀 역대 최고의 미캐닉이 조율한 엔진

콰트로포르테의 디자인과 배기 사운드는 최고로 치지만 파워트레인 역시 수작이다. 당연하겠지만 페라리에는 디젤 엔진이 없다. 실질적으로는 이탈리아의 엔진 전문 기업 VM 모토리의 A630 DOHC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튜닝을 거쳐 마세라티의 심장으로 변모시켰다. 당시 마세라티 파워트레인을 이끌던 파올로 마르티넬리는 한때 슈마허와 함께 페라리에게 수많은 F1 우승을 안겨줬던 엔진계의 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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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죽 냄새 풀풀 나는 실내를 들어설 때 삼지창 엠블럼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가 뿌듯하다


지프와 크라이슬러 등 FCA 그룹에도 A630 계열 엔진이 많이 쓰이지만 마세라티 디젤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강력한 성능과 함께 매력 넘치는 사운드를 자랑한다. V6 3.0L 싱글 터보 구성으로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6.4초의 성능을 낸다. 노멀 모드로 약 1,000km를 달리면서 평균 연비가 13km/L대 수준이 나왔다.


정체구간에서는 12km/L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을 정도로 효율이 뛰어났다. 2,0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와 도심지에서도 쾌적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300km를 가혹하게 다뤘지만 10km/L 대의 연비를 유지했다. 공인 연비보다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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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에서 마이클 슈마허와 전성기를 보냈던 미캐닉이 조율한 심장


사운드를 위해서는 마세라티 액티브 사운드 테크놀로지를 개발했다. 테일 파이프 근처에 더해진 2개의 액추에이터가 상황에 따라 작동하며 소리를 조율하는데, 일반적인 디젤 엔진에서 느껴보기 힘든 매력적인 배기음이 드라이빙의 감동을 제공한다.


디젤마저 환상의 사운드

도어를 열고 콰트로포르테에 올랐다. 이 차는 그란루쏘 트림으로 곳곳에 고급 패브릭이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가죽을 더 선호하지만 좋은 패브릭은 좋은 가죽 못지않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마세라티 가운데 가장 예쁘다.


클래식하면서 화려함을 놓치지 않은 구성이다. 의외로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어서 헤드룸이 좁지만 180cm 초반 70kg대 기자에게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우드 그레인은 다소 호불호가 있으나 실제로는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었다. 기존에는 터치스크린의 두꺼운 베젤에 은색으로 조화롭지 못했는데, 신형은 얇고 검은 이너 베젤에 큰 화면으로 깔끔해졌다. 2열은 풀사이즈 세단답게 레그룸이 여유롭고 시트는 몸을 잘 고정시켜 와인딩은 물론 쇼퍼 드리븐으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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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화려함 모두 충족시키는 대시보드 레이아웃 


시동을 거니 새차라 그런지 진동이 거의 없다. 노멀 모드에서는 소음이 없어서 가솔린차인지 헷갈릴 정도다. 스포츠 모드로 하니 걸걸한 소리가 실내로 유입된다. 두 개의 액츄에이터가 작동하며 배기 사운드가 증폭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 메이커는 인위적인 느낌이 많이 나지만 마세라티는 디젤임에도 기가 막힌 사운드다. 최근 마세라티의 로드맵은 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향한다. 다들 마세라티에서 배기 사운드 빼면 뭐가 있냐고 하지만 걱정이 안 된다. 앞으로는 스피커를 사용해 오히려 다양한 소리를 낼수 있으니 특히 마세라티라면 환상적인 사운드를 제공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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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두툼한 알루미늄제 패들 시프터의 조작감은 독일 메이커에서 느껴볼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다시 노멀로 고정하고 액셀 페달을 밟았다. 폭이 2m에 육박하는 차체는 신기하게도 중형차를 다루는 느낌이다. 큰 차를 탈 때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게다가 2t 이하의 무게로 콰트로포르테 중 가장 가볍다. 잘 조율된 대배기량 엔진과 훌륭한 섀시는 연속된 타이트 코너를 매끄럽게 탈출한다. 아울러 롤 제어까지 뛰어나 강원도의 와인딩 로드를 2시간 넘게 타는데도 편안하다. 2열 승객 역시 몸이 잘 고정되어 멀미가 나지 않아 온 가족의 컨디션을 쾌적하게 유지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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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레어한 후륜구동 세단

현재 국내에서 이 차의 라이벌은 S클래스 350d 4매틱과 BMW 730Ld X 드라이브로 모두 디젤에 네바퀴굴림이다. AWD 시스템이 장점이라지만 미끄러운 길이 아니라면 굳이 네바퀴굴림이 필요치 않을 출력이다. AWD 시스템은 복잡하고 무거운 데다 구동계 저항도 늘어나 연비와 운동성, 정비성에서 감점이다. 후륜 구동이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가벼운 구동계로 연비와 운동성에서 명백한 장점이 있다. 기자가 콰트로포르테 디젤을 마세라티 최고의 차로 꼽는 이유 역시 아름다운 디자인과 파올로 마르티넬리가 손본 파워트레인 그리고 후륜구동이라는 점 때문이다.


제아무리 차가 훌륭하더라도 마세라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선입견과 선민의식으로 비판만 한다면 소용이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우선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주변인 중마세라티 안티(한 번도 안 타본 카더라 맹신자)를 위해 이좋은 차를 조만간 시승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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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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