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포시의 성지에서 태어난 최강 파가니 PAGANI IMOLA
2020-03-02  |   8,015 읽음

티포시의 성지에서 태어난 최강 파가니

PAGANI IM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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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레드와 티포시의 성지 이몰라. 전설적인 서킷 이름을 붙인 파가니의 신작은 와이라를 바탕으로 한 서킷 전용 머신이다. 와이라 로드스터 BC의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개발했으며 AMG의 V12 6.0L 트윈터보 800마력 엔진을 카본-티타늄 차체에 얹어 마력당 하중 1.5kg을 실현했다. 최적의 다운포스와 냉각성능을 위해 매끈한 디자인은 포기했지만 이몰라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강력한 모델로 완성 되었다.


언젠가는 나와야 할 이름이었다. 이탈리안 레드의 성지 이몰라 말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페라리가 아니라 파가니라는 점은 조금 의외다. 이몰라 서킷은 빠르면서도 까다로운 테크니컬 서킷으로 티포시의 성지 중 하나다. 공식 명칭은 페라리 부자(父子)의 이름을 따 오토드로모 엔초 에 디노 페라리(Autodromo Enzo e Dino Ferrari). 티포시가 페라리 광팬을 일컫기는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알파로메오나 란치아 등 이탈리아 메이커 팬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파가니라고 해서 티포시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다. 파가니가 위치한 체사리오 술 파나로는 수퍼카의 성지인 모데나, 이몰라와 함께 에밀리아로마냐주에 속해 있다. 이탈리아 수퍼카의 메카와도 같은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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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머신으로 개발된 이몰라는 다양한 공력 부품을 더하느라 매끈했던 외형이 조금 난잡해졌다


우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파가니 이몰라는 와이라 BC를 바탕으로 개발한 서킷 전용 모델이다. 남미의 바람의 신와이라타타에서 이름을 딴 와이라는 2012년 존다 후속으로 등장한 수퍼카였다. 앞뒤에 달린 가동식 플랩이 운전 상황에 따라 다운포스를 조절하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이 그 이름과 맞아 떨어졌다. 이번 작품은 고출력 엔진과 신소재 등지난해 선보인 와이라 로드스터 BC의 기술 성과를

도입했다. 존다R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존다의 서킷 버전인 존다R이 15대 생산된 반면 이몰라는 5대만 만들어지며, 500만 유로(64억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전설적인 서킷의 이름을 사용한 것은 도로가 아니라 서킷 주행에 맞춘 모델이기 때문이다.

파가니는 실제 서킷 주행 테스트를 통해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했는데, 총 주행 거리가 르망 24시간의 3배에 달하는 1만6,000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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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다이어트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여전히 화려하다


가혹하고도 철저한 개발 프로세스는 존다R 개발 과정에서 확립된 것이다. 와이라의 서킷 버전은 이미 지난해 가을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사진과 스펙이 공개된 이몰라는 누가 보아도 와이라의 변형이다. 바닥에 딱 달라붙은 낮은 자세와 덕지덕지 더해진 공력 파츠만 제외하면 와이라 그대로다. 측면에 붙은 에어 스쿠프와 각종 에어로핀은 미학적인 면을 중시하는 기존 파가니에 비해서는 다소 난잡해 보인다. 창업자이자 치프 디자이너인 호라치오 파가니 역시 이런 점을 인정한다. “이 차를 우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효율적인 차를 원했고, F1을 닮은 공력 기능을 추가해 신차를 개발했다. 이런 부분이 차의 라인과 전체적인 미학을 해칠 수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랩타임 단축과 함께 쉬운 운전과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었다. 낮은 지상고와 평평한 바닥은 다운포스를 높여준다. 반면 이런 디자인은 평평하지 않은 도로에서 다운포스가 순식간에 수백kg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위험부담을 잘 알기에 우리는 상부 구조와 디테일을 세심하게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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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포시의 성지이자 전설적인 서킷 이몰라의 이름을 붙인 서킷 전용 머신이다


비싸지만 최고의 소재인 카본-티타늄

와이라의 독특한 능동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윙과 에어로파츠를 더했다. 보닛 앞 좌우와 뒤쪽 포함 4개의 가동식 플랩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다운포스를 조절한다. 코너링 중에는 윙을 세워 다운포스를 늘리는데, 좌우 각도를 달리해 최적의 밸런스를 잡는다. 예를 들어 우측 고속 코너에서는 우측 플랩을 조금 더 세워 롤때문에 그립이 줄어드는 우측 타이어를 눌러주는 식이다. 제동 시에는 플랩을 세워 에어 브레이크로 활용한다. 이몰라는 여기에 전체적인 다운포스를 높일 고정식 리어윙과 디퓨저, 자잘한 핀과 디플렉터 등을 추가했다. 또 하나 차이점은 루프 스쿠프에서 리어윙까지 이어지는 신형 수직핀. F1이나 르망 등 레이싱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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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와이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파가니는 값비싼 소재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는 카본-티타늄(카보타늄)이 있다. 일반적인 카본 복합소재 CFRP는 인장력이 뛰어난 탄소섬유를 천으로 직조한 후 합성수지와 함께 굳혀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물적 특성을 얻어낸다. 모터스포츠에서 보편화된 CFRP는 이제는 수퍼카와 하이퍼카를 넘어 양산차에서도 쓰인다. 파가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카본과 타티늄을 섞은 신소재를 존다R에서 처음 선보였다. 카본과 티타늄은 섬유와 금속 가운데 강성이 가장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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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고정식 윙을 달고 디퓨저 형태가 달라졌다. 머플러 아래에는 이몰라 서킷 레이아웃을 그려 넣었다


또한 두 소재는 항복강도와 탄성율이 동일하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물론 금속과 섬유를 결합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는 매우 값비싼 소재라는 뜻이다. 로드스터 BC에 사용된 최신 카본-티타늄 HP62 G2와 카보-트리악스 HP62 소재가 이몰라에도 투입되었다. 제작 단가 역시 엄청나게 상승하지만 비틀림 강성과 굽힘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밖에도 알루미늄과 티타늄, 크롬-몰리브덴 합금 등 물성이 뛰어난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강성 확보와 경량화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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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과 냉각 등 실전적인 부분은 철저하고 가혹한 테스트를 통해 완성했다


대부분의 메이커가 간과하기 쉬운 페인트조차도 감량 대상이었다. 아쿠아렐로 라이트(Acquarello Light)라 불리는 맞춤 도장 기술은 광택과 깊이 있는 발색을 유지하면서도 5kg 가량 무게를 덜어낼 수있었다. 경량화와 미적 요소 뿐 아니라 값비싼 카본 보디를 보호하는 피막 역할을 한다. 이후 차세대 파가니에 이용될 기술이다.


800마력 엔진과 서킷 전용 서스펜션

엔진은 로드스터 BC에 얹었던 V12 6.0L 트윈터보 버전. BC는 바이 터보의 이니셜이다. 출력은 로드스터 BC보다 더욱 높아져 최고출력 827마력, 최대토크는 2000~5600rpm에서 107.1kg·m를 발휘한다. 아팔터바허 공장에서 조립되는 메르세데스-AMG 엔진 가운에서 가장 강력한 심장이다. 차중은 1,246kg이기 때문에 마력 당하중이 1.5kg/HP에 불과하다. 전자제어식 트리플 클러치를 통해 X트랙의 7단 AMT(Automated Manual Transmission)에 전해진 동력은 전자제어되는 기계식 디퍼렌셜을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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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5대만 만들어진다. 가격은 500만 유로


서스펜션은 여전히 앞뒤 더블 위시본 구성이면서도 지오메트리가 달라졌다. 지상고가 매우 낮기 때문에 엄청난 토크로 인한 노즈 다이브 현상을 줄이는데 힘썼다. 덕분에 최후의 순간까지 제동한후 코너에 들어설 수 있다. 브레이크는 브램보와의 협력을 통해 카본-세라믹 디스크에 앞 6피스턴, 뒤 4피스턴의 모노블록 캘리퍼 조합이다. 전자제어식 액티브 댐퍼는 4개가 독립적이고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앞쪽에는 높낮이 조절 기능이 달렸다. 중앙 처리장치는 댐퍼와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파워 트레인과 디퍼렌셜까지 통합 제어한다. 공력 디자인은 다운포스나 드래그 감소뿐 아니라 엔진과 브레이크 시스템 냉각에도 세삼하게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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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은 827마력으로 높아졌으며 무게는 1,246kg에 불과하다


이는 실 주행 테스트를 통해 최적화시켰다. 타이어를 담당한 피렐리는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인 MIRS를 통해 이몰라에 딱 맞는 전용 타이어를 완성했다. 앞 265/30, 뒤 355/23의 21인치 트로페오R 타이어는 서킷에서 강력한 성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드라이버와의 소통을 통해 운전하기 쉽도록 완성했다.


이몰라 서킷 이야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40km 정도 거리에 위치한 작은 도시 이몰라에 1953년 들어선 이몰라 서킷은 모터사이클부터 포뮬러까지 다양한 경기가 열린다. 지명을 따 이몰라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공식 명칭은 Autodromo Internazionale Enzo e Dino Ferrari.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와 그의 아들인 디노 페라리를 기리는 이름이다. 처음에는 아우토드로모 디노 페라리였지만 1988년 엔초 서거에 따라 이듬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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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명칭은 엔초 페라리와 디노 페라리의 이름을 땄지만 지역명을 따라 이몰라로 부를 때가 많다


긴 직선로는 없지만 완만한 코너 덕분에 상당히 고속 서킷으로 유명하다. 1960~70년대에는 점수가 없는 비챔피언십이기는 해도 F1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 1980년에 처음으로 F1 이탈리아 그랑프리를 유치했는데, 당시 안전시설 문제로 몬자가 수리 중이었다. 터보 엔진의 르노팀 르네 아르누가 폴포지션에서 리타이어했고, 브라밤의 넬슨 피케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이탈리아 그랑프리는 곧바로 몬자로 돌아갔지만 이몰라는 이듬해부터 산마리노 그랑프리로 이름을 바꾸어 F1 개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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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부터 F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기가 열린 명소다


산마리노 공화국의 이름을 따기는 했는데, 사실상 제2의 이탈리아 그랑프리였다. 한 나라가 두 번의 F1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것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유럽 그랑프리라는 이름으로 독일, 스페인, 영국 등이 2번째 그랑프리를 유치했었고, 퍼시픽 그랑프리는 1960년대에 미국, 90년대는 일본이 무대였다. 1994년 F1 산마리노 그랑프리에서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역사상 최고의 드라이버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르톤 세나와 롤란드 라첸버거가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세나가 사고를 당한 탐부렐로는 이후 타이어 방호벽을 추가했으며 속도를 충분히 낮추도록 코스 레이아웃도 바꾸었다. 안전성을 강화한 이몰라는 2006년까지 산마리노 그랑프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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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서킷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비극적인 사고 때문에 레이아웃을 상당 부분 수정했다 


04681d70b36ebbf5c1d266142d887a63_1583129957_3309.jpg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파가니 


04681d70b36ebbf5c1d266142d887a63_1583129957_3627.jpg 자동차생활 TV 유튜브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0-03-05 13:04:13 카라이프 - 기획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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