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을 위해 태어난 도로용 스포츠카, BAC MONO
2020-05-26  |   11,859 읽음

서킷을 위해 태어난 도로용 스포츠카

BAC M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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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태생의 BAC 모노는 포뮬러카에 카울을 씌운 듯한 1인승 스포츠카. 오직 서킷 주행에 초점을 맞춘 극단적인 설계에도 불구하고 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그런 모노가 터보 엔진과 그래핀-카본, 3D 프린팅 등 신기술로 진화했다. 이제 코너링뿐 아니라 직선로에서도 수퍼카를 위협할 더욱 위력적인 존재가 되었다.


자동차 초창기에는 도로용, 경기용 자동차의 구분이 없었다. 스포츠카와 레이싱카가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되던 시절이다. 경쟁이 점차 격렬해지고, 모터스포츠에 규정과 세부 구분이 생겨나면서 점차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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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차 베이스의 경기도 많지만 포뮬러나 르망 프로토타입 등 도로 주행이 불가능한 경주차들이 생겨났다. 이제 레이싱카는 자연스레 도로주행이 불가능한 차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벽을 넘어서려는 욕구는 분명 존재한다. 레이싱카를 방불케 하는 외모와 고성능을 지녔으면서도 번호판을 달고 도로에 나설 수 있는 차 말이다. 영국에서 닐 브릭스, 이안 브릭스 형제가 2009년 창업한 BAC도 그런 메이커 중 하나. 2011년 첫 작품 모노를 선보이며 ‘서킷 토이’계의 라이징 스타가 된 BAC는 최근 터보 엔진을 얹은 신형 모노를 발표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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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모노포스토

모노라는 말은 ‘단일, 하나, 유일의’라는 뜻이다. 1인승을 뜻하는 모노포스토(monoposto)는 포뮬러카와 동의어로 쓰일 때가 많다. 마치 포뮬러카에 카울을 씌워놓은 것 같은 1인승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표한하기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다양한 자동차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을 쌓은 브릭스 형제는 양산차 메이커의 제품과 고객의 요구 사이에서 미세한 간극을 발견했다. 트랙 데이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도로 주행이 가능한, 달리기에 타협 없는 1인승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확신했다. 그때 함께 달렸던 친구 중에는 BAC의 치프 디자이너인 가이 하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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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모노는 모든 디테일에서 포뮬러카를 연상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최초의 모노는 양산차를 서킷용으로 개조한 것이 아니라 도로주행이 가능하도록 개조된 레이싱카의 모습이었다. 하나뿐인 시트를 차체 중앙에 배치하고, 카본 배스터브에 스틸 프레임을 더하고 포뮬러카 느낌의 인보드 방식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결합했다. 포드 듀라텍 기반의 4기통 2.3L 엔진은 출력이 289마력에 불과했지만 0.5t 남짓한 초경량 덕분에 그야말로 레이싱카였다.


정지상태에서 2.8초만에 시속 97km까지 가속하고 최고시속 274km가 가능했다. 반자동인 6단 시퀸셜 기어박스는 실제 레이싱카용 기어박스를 만드는 휴랜드에서 제공했다. 거주성을 논하기 힘들 만큼 운전석은 비좁고, 지붕이 없어 비가 들이치지만 달리는 맛은 최고다. 그런데도 번호판이 있어 도로 주행이 가능하다니 서킷 전용 장난감으로는 최고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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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즈 중앙에 새롭게 자리잡은 메인 램프 


비슷해 보여도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

9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된 신형 모노는 이전 세대와 같은 이름을 쓰고 외형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디 패널은 전부 새로 디자인되었다. 노즈 선단부가 가장 많이 달라졌다. 콧등처럼 위아래를 연결하던 기둥 부분이 없어지고 상어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다듬었다. 전면부 면적을 줄이기 위한 공력 디자인의 일환이다. 램프 개수를 줄이는 대신 전조등을 선단부 바로 아래쪽으로 옮겼다. 일부 경주차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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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트한 실내는 운전자 맞춤 제작이 필요하다


신형 디자인은 지난해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공개된 모노R에서 먼저 채용했다. 차세대 모노의 디자인 요소를 미리 도입한 구형 베이스의 하드코어 모델이다. 터보 엔진에 맞추어 트윈 머플러팁을 갖춘 신형과 달린 모노R은 자연흡기 엔진이어서 여전히 싱글팁이다. 새로운 디자인 덕분에 신형 모노는 노즈 위치가 20mm 낮아지고 전장은 25mm 늘어났다. BAC만의 외형적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기역학적으로 더욱 다듬었다.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량한 측면 흡기구와 라디에이터, 신형 리어윙과 지지대가 2개가 된 사이드 미러 역시 달라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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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드 타입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포뮬러카 그 자체다


경주차 수준으로 타이트한 실내는 디자인 요소가 풍부하지 않다. 대신 운전자에 맞춤 제작이 필요하다. 포뮬러 경주차 제작 과정과 마찬가지다. 시트 형상과 페달 포지션, 스티어링 휠 그립 형태까지 운전자에 맞추어 성형된다. 스티어링 휠은 아래로 납작한 디자인으로, LED 디스플레이와 필요 최소한의 조작 스위치를 전부 모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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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휠과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함께 사용하면 구형보다 스프링 하중량을 2.55kg 줄일 수 있다


약점 덜어줄 2.3L 터보 332마력 엔진

최신 EU6D 규제를 만족시키는 신형 모노는 BAC 모델로는 처음으로 터보 엔진을 얹었다. 포커스RS에도 쓰이는 직렬 4기통 2.3L 직분사 터보 엔진을 마운튠(Mountune)에서 튜닝했다. 1세대 모노 후기형의 듀라텍 기반 2.5L 자연흡기 엔진 역시 마운튠 튜닝으로 305마력을 냈다. 모노R에서는 출력을 34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신형 모노의 332마력이 평범해 보이지만 대신 40.8kg·m의 강력한 토크를 넓은 범위에서 발휘한다. 구형 모노는 엄청난 코너링 성능에 비해 출력부족으로 인해 긴 직선로에서 약점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신형 모노는 최고시속 275km, 0→시속 97km 가속 2.7초의 성능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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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과 매우 닮았지만 보디 패널은 전부 새로 디자인하고 소재도 달라졌다


톤당 출력은 585마력. 출력 증가와 동시에 570kg까지 감량한 결과다. 여기에는 혁신적인 소재 활용이 있었다. 모노R부터 도입한 그래핀 강화 카본 파이버는 기계적 특성과 내열성이 뛰어나면서도 더욱 가볍다. 신형 휠도 눈에 띈다. 림 부분이 카본, 센터 피스는 알루미늄인 복합 구조다. 마치 꽃잎 같은 5스포크 디자인으로 무게를 최대한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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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엔진을 얹으면서 배기관이 트윈으로 바뀌고 차체는 약간 길어졌다


17인치 휠 가운데 최경량으로 구형 대비 1.22kg 가볍다. 옵션인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선택할 경우 구형 대비 스프링 하중량을 2.55kg씩 덜 수있다. 아울러 연료탱크 위치를 낮추고 배터리는 운전석 밑 차체 중앙으로 옮겨 무게중심을 최대한 끌어내렸다. 3D 프린팅 기술도 적극 활용했다.

개발과정의 단순화와 함께 부품의 직접 제조가 가능해졌다. 신형 모노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부품이 약 40개 들어간다. 사이드 미러 하우징과 암, 프론트 해치 힌지는 물론 엔진 부품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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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머신이면서 도로 주행이 가능한 모노는 일반적인 형태의 자동차는 아니다


최고의 트랙 토이, 진화하다

BAC는 실내공간이 매우 비좁고 개방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 어페럴도 준비했다. 드라이버 자켓은 방수와 방풍이 되는 고어텍스 소재에 수납공간 부족을 해결해 줄 다양한 주머니를 달았다. 비좁은 좌석에 앉아서도 접근이 쉽도록 주머니 위치와 방향에 신경을 썼다. 스키나 트래킹 등에 어울리는 전용 스포츠 웨어가 있듯이 BAC 모노를 운전하는데 적합한 복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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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디자인과 그래핀-카본 소재를 먼저 도입했던 구형 기반의 모노R


모노는 등장과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최고의 트랙용 장난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킷에서 즐겁게 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오직 이 목표만을 위해 최적의 설계를 시도했다. 매우 비좁고 딱딱하고 불편한 이 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모습은 아니다. 모노의 존재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게다가 신형을 통해 확실하게 진화했다. 서킷에서의 실력이 궁금해진다.


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B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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