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브롱코, 지프 저격 노리는 야생마
2020-07-31  |   33,526 읽음

포드 브롱코


지프 저격 노리는 야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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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가 사실상 독점해 온 미국 오프로더 시장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1996년 단종되었던 브롱코의 부활이다. 60년대 초대 브롱코의 디자인을 살리는 동시에 오프로더 성격에 집중해 지프 랭글러를 정조준했다. 루프와 도어를 탈착식으로 만들고 오프로드 전용 서스펜션에 디프록과 해제 가능한 스테빌라이저, 초저속 크루즈 컨트롤과 오프로드 전용 토크 벡터링 등 다양한 기능과 장비를 담았다.


2차 대전에 참전을 결정한 미군은 전장에서 사용할 다용도 전술 자동차 개발을 위해 135개 회사에 연락을 넣었다. 시일이 너무 촉박했기에 응답한 곳은 고작 2개, 아메리칸 반탐과 윌리스-오버랜드 뿐이었다. 양산차 부품을 많이 활용해 단순한 구조의 네바퀴 굴림을 실현한 반탐의 설계는 이후 지프의 뿌리가 되었다. 반탐은 매우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실제 생산은 윌리스와 포드가 맡았다. 윌리스 버전은 MB, 포드 버전은 GP로 불렸으며, 포드는 1951년에 M151 MUTT라는 후계형도 선보였다. 높은 상징성과 입증된 성능, 간결한 구조는 전쟁 후에도 사랑을 받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되었다. 윌리스-오벌랜드가 상표등록한 지프라는 이름은 카이저, AMC를 거쳐 크라이슬로 넘어가 현재는 FCA 그룹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윌리스 MB가 지프로 이어졌다면 포드 쪽은 어떨까? 우리에겐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1966년 태어나 1996년 단종되었던 브롱코가 오랜만에 부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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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GP로 시작해 브롱코로 이어진 혈통

포드는 종전 후 군용 지프의 민수버전이 아니라 1966년에 완전히 새로운 모델 브롱코를 선보였다. 야생마를 뜻하는 브롱코는 머스탱과도 의미가 통한다. 고성능 쿠페 머스탱의 로고가 야생마인데 반해 브롱코는 몸부림치는 로데오 말을 연상시킨다. 당시 포드의 트럭/SUV 라인업은 승용차 기반의 픽업인 란체로와 F시리즈 픽업 그리고 풀사이즈 밴인 이코노라인 뿐이었다. 포드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고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브롱코를 개발했다. 휠베이스 2.3m를 살짝 넘는 콤팩트한 차체에 보디 온 프레임을 사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네바퀴 굴림과 트랜스퍼 케이스, 로킹 허브가 기본으로 달린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브롱코는 오프로드 특화 모델이었다. 직선을 강조한 2박스 보디는 2도어뿐이었고 왜건과 픽업, 오픈카인 로드스터 세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1969년에는 바하1000 랠리(당시는 멕시칸 1000)에서 우승했는데, 양산차의 종합우승 기록은 무려 반세기 동안 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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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톱이라 불리는 탈착식 루프를 갖췄으며 도어도 떼어낼 수 있다 

1978년 등장한 2세대부터는 특징적인 원형 헤드램프가 사각형으로 바뀌고 성격도 달라졌다. 시보레 블레이저, 지프 체로키 등과 경쟁하기 위해 풀사이즈로 덩치를 키웠다. 그러면서도 2도어라는 특징은 고수했기 때문에 F-100 4X4 픽업의 숏휠베이스 버전에 가까워졌다. 이후 브롱코는 자연스레 F 시리즈 픽업의 2도어 숏 버전으로 자리를 잡아 F 시리즈와 함께 진화했다. 1994년 NFL 스타 OJ 심슨이 살인 혐의로 고속도로에서 벌인 추격전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을 때 사용한 차가 5세대 브롱코였다. 하지만 이런 깜짝 이벤트도 브롱코의 하락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포드는 익스플로러 기반의 고급 SUV 익스퍼디션을 선보이면서 1996년에 브롱코를 단종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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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거하면 뛰어난 개방감을 자랑한다


도심형 SUV 사이에서 부활한 오프로더

이후 브로코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04년 북미오토쇼. 원형 헤드램프와 2박스 2도어 보디 등 1세대 브롱코의 특징을 재해석한 컨셉트카였다. 도심형 모델의 인기로 빠르게 성장하던 SUV 시장은 레드오션화 역시 심화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 브롱코의 오프로더 이미지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차의 양산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이 남아있던 시기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맥시코 공장으로 일자리가 옮겨가는 것에 대해 포드를 압박했다. 때문에 미시건 공장에서 앞으로 어떤 차를 생산할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여기에서 거론된 이름이 레인저와 브롱코였다. 소문만 무성했던 브롱코 부활이 비로소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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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를 정조준한 브롱코 패밀리. 가장 오른쪽의 브롱코 스포츠는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별도 모델.

2도어와 4도어 브롱코에 비해 작고 마일드한 성격을 지녔다 


지난 7월, 2021년형 브롱코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세대 레인저 픽업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고강성 스틸 프레임은 오늘날 도심형 SUV와는 다른 접근법이다. 온로드에 최적화된 요즘 SUV는 대부분 승용차와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객의 취향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포드는 선택권을 다양화했다. 오프로더 성격이 강한 2도어 모델을 기본으로 브롱코 최초로 4도어 모델을 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일드한 성격을 지닌 동생, 브롱코 스포츠를 함께 선보였다. 같은 이름을 쓰지만 사실 이스케이프 플랫폼을 활용한 별개 모델이다. 브롱코는 단순 모델명이 아니라 서브 브랜드처럼 운용될 예정이라 포드 엠블럼은 최대한 숨기고 야생마 엠블럼과 브롱코 로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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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구성의 인테리어. 하지만 디지털 클러스터와 싱크4등 첨단 기능도 충실히 담아냈다


험로에 최적화된 디자인

브롱코는 간결한 2박스 보디에 전면을 꽉 채우는 직사각형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 그리고 거기에 자리 잡은 BRONCO 로고까지, 누가 보아도 초대브롱코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외형이다. 모듈러 톱이라 불리는 루프는 분할 탈착이 가능하며, 도어는 프레임리스 타입으로 이 역시 간단히 떼어내 험로 주행에서 최대한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탈거 상황을 의식해 사이드 미러는 A필러 뿌리 부근에 따로 달았다. 아래에 쪽창이 달린 도어도 있다. 극단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은 진입각과 탈출각을 확보하고, 차체 밖으로 툭 튀어나온 타이어와 펜더가 극한 지형에서 보디 손상을 최소화한다.


직사각형으로 최대한 단순화된 대시보드 역시 초대 브롱코에서 영감을 얻었다. 반면 디지털 클러스터와 12인치 센터 모니터 등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담아냈다. 대시보드 위에 달린 레일에는 스마트폰이나 고프로 등 다양한 장비를 간편하게 고정한다. 싱크4 시스템은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하는데, 일반 내비게이션은 도로 정보가 없는 지역에서 무용지물이지만 트레일 전용 맵을 활용하면 험로 탐험과 락 크롤링에 큰 도움이 된다. 이밖에 실내 바닥은 고무 코팅 처리가 가능하다. 배수구도 달리기 때문에 진창을 달린 후 손쉽게 물청소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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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위에는 다목적 레일을 달았다 


온로드부터 록 크롤링까지 커버한다

서스펜션은 험지를 겨냥해 앞 더블 위시본, 뒤는 리지드 액슬+5링크 구성에 코일오버 스프링 조합이다. 빌슈타인 댐퍼에는 스트로크에 따라 감쇠력이 달라지는 위치 감응 기술을 담았다. 뒤에는 다나(Dana)의 44 어드밴텍 액슬을 사용했고 앞쪽 역시 다나 디퍼렌셜. 양쪽 모두 전자식 로킹 디프를 선택할 수 있다. 트레일 툴박스는 오프로드 도전들을 위한 포드의 선물이다. 여기에는 트레일 컨트롤과 원페달 드라이버, 트레일 턴 어시스트 등의 기능이 포함된다. 트레일 컨트롤은 일종의 초저속 크루즈 컨트롤. 세팅된 속도에 맞추어 액셀과 브레이크를 스스로 제어한다. 트레일 턴 어시스트는 오프로드 전용의 토크 벡터링. 바퀴 하나를 완전히 잠궈 이를 꼭짓점으로 회전반경을 줄인다.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전환할 때 유용하다. 원 페달 드라이브는말 그대로 액셀 페달만으로 속도제어가 가능한 락크롤링 전용 기능. 브레이크 페달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조작이 간편해진다. 유압식 스테빌라이저에는 연결 해제 기능이 달렸다. 몇몇 최고급 SUV에 장착 가능한 장비로 록 크롤링에서 스테빌라이저 좌우연결을 끊어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온로드에서의 안정감과 오프로드 성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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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바닥에 수납되는 연장식 선반. 캠핑에서 무척이나 유용하다


엔진은 에코부스트 두 가지가 준비됐다. 직렬 4기통 2.3L 직분사 터보 엔진은 270마력의 최고출력과 42.9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더 강력한 성능을 원한다면 310마력, 55.3kg·m의 V6 2.7L 트윈터보를 고르면 된다. 변속기는 7단 수동과 10단 자동 두 가지. 2.3L 전용인 게트락 7단 수동은 전진 6단에 크라울 기어 구성. 10단 자동은 두 엔진 모두 선택이 가능하다. 트랜스퍼 케이스는 전자식 시프트 온더 플라이의 파트타임이 기본. 옵션인 어드밴스드 4X4 전기기계식 트랜스퍼 케이스를 고르면 4H 모드와 함께 더 낮은 저속 기어비가 제공된다. 크라울 기어비는 구동계와 옵션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데, 자동 변속기+기본 트랜스퍼 조합이 57.19:1이고 수동에 옵션 트랜스퍼와 사스콰치 패키지를 더하면 94.75:1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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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보다는 브롱코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프 위협하는 새로운 오프로더 강자

구동계를 제어하는 주행 모드에는 G.O.A.T라는 명칭을 붙였다. 초대 브롱코의 별명인 ‘염소’(goat)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Go Over Any Terrain’을 뜻한다. Normal, Eco, Slippery, Sand, Baja, Mud/Rats, Rock Crawl의 8가지 모드가 제공되는데, 뒤쪽 3가지는 하드코어 오프로드용이다. 트림은 기본형 외에 빅 밴드, 블랙 다이아몬드, 아우터 뱅크스, 와일드 트랙, 배드랜즈가 있으며, 출시를 기념하는 퍼스트 에디션이 준비되었다. 와일드 트랙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스콰치(Sasquatch) 패키지의 경우 앞뒤 전자식 디프록과 4.7:1의 최종감속비, 하이 클리어런스 서스펜션, 높이 감응식 빌슈타인 댐퍼, 블랙 알루미늄 비드록 휠에 315/70R 사이즈의 머드 터레인 타이어가 포함된다. 


오프로더로 부활한 브롱코는 지프 랭글러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프는 너무 강력한 상대지만 브롱코 역시 오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만큼 준비되어 있다. 추억을 자극하는 외모 안에 거친 야생에 최적화된 DNA와 첨단 기능을 꾹꾹 눌러 담아냈다. 도심형 SUV 홍수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이다. 거기까지는 부담스럽다는 고객층을 위해서는 브롱코 스포츠라는 마일드 버전도 준비했다. 포드의 야심이 과연 지프의 아성에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라이벌이 없었던 미국 오프로더 시장에서 지프에게 무척이나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음이 분명해 보인다.


74e723ed3822b2083ccc2dbc82bc9fcb_1584331995_5924.jpg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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