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E30 M3 EVO II
2020-08-11  |   64,889 읽음

BMW E30 M3 EVO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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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 그룹A가 남긴 '영광의 유산'

E30 M3 Evolution II(이하 ‘M3 에보 2’)는 BMW가 FIA 그룹 A의 황금기인 80~90년대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에 투입해 메르세데스 벤츠 W201 190E EVO II와 진검 승부를 펼쳤다. 레이스 출전을 위한 호몰로 게이션 모델인 M3 에보 2는 501대만이 만들어졌으며 이번에 만난 모델은 204번째로 생산된 차. 아시아에 단 한 대뿐인 가장 특별한 BMW M3가 바로 M3 에보 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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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01대, 아시아에 한 대뿐인 걸로 알려진 E30 M3 에보 2

BMW가 만든 E30 3시리즈 바탕의 고성능 버전 M3는 198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FIA가 규정한 레이싱 카테고리 ‘그룹 A’는 반드시 양산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BMW는 먼저 레이스카를 설계하고 승인받는데 필요한 모델을 도로용으로 제작했다. ‘그룹 A’ 출전을 위한 승인(호몰로게이션)용 스페셜 모델이었기 때문에 양산형 역시 레이스카와 거의 비슷했다. FIA가 규정한 그룹 A 양산차 승인 기준은 처음에 2만5,000대 중 2,500대를 1년 내에 판매하는 조건이었으나 전체 모델에 상관없이 5,000대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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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2의 특징 중 하나는 안개등 자리의 브레이크 쿨링 덕트와 공격적인 프론트 에어댐


1991년부터는 출전 자격을 대폭 완화해 500대만 제작해도 출전 자격이 주어졌다. 당시 호몰로게이션 버전은 사실상 ‘번호판이 달린 괴물’이라 불렸다. DTM의 M3, 190E 에볼루션 2, WRC의 랜서 에볼루션 같은 불세출의 역작이 모두 이때 탄생했다. 지금도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런 차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더구나 다시 오지 않을 낭만의 시대에 태어난 경주차라면 그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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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개방되는 후드와 흡기 박스가 눈에 띈다


501대만 생산된 호몰로게이션 모델

비범한 태생인 E30 M3 중에도 메이커 간 불꽃 튀는 경쟁의 절정기에 태어난 M3 에보 2는 그 특별함이 조금 남달랐다. 노멀 M3를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경주 참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엔진과 공기역학 등을 경주차처럼 개조했다. 에보 2는 1988년 봄부터 3개월간 501대가 생산됐다. 외장 컬러는 미사노 레드, 마카오 블루, 노가로 실버 등 세가지, 내장은 실버 패브릭과 가죽의 단일 조합이었다. 당시 환경규제가 엄격했던 미국과 일본에는 판매되지 않았던 덕분에 그 희소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E30 M3는 몇 번의 소폭의 변화가 있었지만 M3 에보 2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공격적인 프론트 에어댐, 안개등 위치에 달린 브레이크 쿨링 덕트, 트렁크 리드 스포일러에 리어 윙을 더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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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오버 펜더와 경량 범퍼, 노멀 버전보다 한 치수 큰 휠을 끼웠다


노멀 M3보다 잘록해진 허리, 리어 윈도, 트렁크와 범퍼를 감량한 덕분에 무게를 약 10kg 줄여 공차중량 1.2t(1,200kg)을 달성했다. 경량화와 강력한 엔진의 조합은 언제나 통하는 모터스포츠의 성공 공식이다. 때문에 BMW는 기존 M3 엔진(S14B23)을 섬세하게 튜닝했다. BMW의 삼색 스트라이프로 멋을 낸 흡기 박스, 밸브 커버를 달면서 신형 캠과 피스톤을 써 압축비를 10.5:1에서 11:1로 높였다. 또한 세팅 변화에 맞춰 개선된 ECU와 반응성을 높일 경량 플라이휠을 달아 유럽형(북미 버전은 출력이 다소 낮았음) 노멀 엔진과 같은 회전 영역에서 최고출력 220마력(7,500rpm)에 최대토크 23.9kg·m(4,750rpm)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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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뒷 좌석


노멀 대비 10% 이상 출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해 L당 95.5마력(PS), 마력당 하중은 요즘 200마력 후반 대 터보 핫해치에 필적하는 5.45kg를 찍는다. 무려 32년 전에 말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르망을 타고 맥콜을 마시며 머리숱이 풍성했던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를 극장에서볼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M3 에보 2의 성능수준이 섬뜩하게 와닿는다. 기어비를 촘촘히 설계한 5단 수동변속기(게트락 265)와 기계식 디퍼렌셜의 조합은 그대로지만 최종 감속비를 3.25:1보다 약간 낮춘 3.15:1로 세팅해 출력의 여유를 고속주행성능을 안정화하는 데 안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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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00, 고유번호를 새긴 명판이 에보 2의 특별함을 더했다


휠과 타이어는 일반형 M3에 선택사양이던 앞뒤 225/45R16 타이어와 7.5J×16인치 휠을 기본으로 달았다. 실내는 노멀 E30 M3와 큰 차이는 없다. M 로고가 새겨진 풋레스트와 키킹 플레이트, 그리고 FIA 로고와 ‘500대 중 204번째’ 일련번호가 새겨진 센터패시아 하단 명판이 아주 특별한 모델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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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한 크기에 각진 형태는 E30 M3의 시그니처


DTM에서 BMW M3 에보 2와 벤츠 190E 에보 2의 맞대결은 1987년부터 1992년 사이 절정을 이뤘다. 챔피언십 대결은 BMW의 우세승, 1987년 M3을 몬 에릭 반 데 폴, 1989년에는 로베르토 라바이야가, 1992년에는 벤츠 190E 에보 2를 몬 클라우스 루드비히가 각각 우승했다. 클라우스 루드비히가 M3 에보 2를 탄 조니 세코토와 벌인 초박빙 대결은 지금까지도 명승부로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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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디 블랙라인 스티어링 휠 외에는 거의 순정상태인 에보 2


타막 랠리카를 닮은 주행감각

정교한 1:1 다이캐스트 모델 느낌이 나는 M3 에보 2를 타고 스튜디오 이동을 위해 간선도로를 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경쾌하게 가속할 때도 주위의 뜨거운 시선이 자못 부담스러울 정도다. 시승차는 틴팅이 안되어 있어서 필자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덕분에 이 시국에 걸맞은 책임 있는 어른처럼 차 안에서 마스크를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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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그릴과 수동식 롤 블라인드, 제습용 에어벤트가 클래식한 느낌이다


다소 정체구간에서도 ‘찰찰찰찰’거리는 견고한 리프터의 금속 마찰음이 전투적인 엔진을 달랬다. 도로가 한산할 때 액셀을 밟으면 촘촘한 구성의 기어를 부지런히 변속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레이스카 구성의 클러치는 생각보다 답력이 쌔지는 않아 의외로 다루기가 편했다. 타막 랠리카를 닮은 단단한 보디와 나긋나긋한 댐퍼의 조합은 어지간한 포트 홀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 다닌다. 데일리로도 손색이 없다. 콤팩트함과 스포츠성, 편안함의 적절한 배합만 보면 요즘의 BMW M보다도 되려 안락해 32년 전 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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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레이스 우승을 위해 만든 에보 2는 진정한 시대 유산


보존을 목표로 잡은 오너의 정직한 복원 덕에 에보 2가 신차 출고 때의 느낌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단언컨대 단순히 애정과 열정만으로이 정도 수준의 컨디션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재정적으로 넉넉하더라도 말이다. 시간과 노력, 애정, 돈이 모두 어우러질때 비로소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 사실 완벽한 복원은 없고 복원에는 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마치 쾰른 대성당, 콜로세움 같은 인류의 유산들이 끊임없는 보수공사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BMW M3 에보 2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 차의 특성을 오너가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수리를 마칠 때마다 면밀히 진단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온전히 레이스카의 순수함과 낭만, 기계적인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M3 에보 2같은 차를 만난다면 분명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누구에게는 그저 그런 구형 BMW로 치부되겠지만, 이 차가 가진 풍성한 헤리티지를 이해한다면 역대 최고의 BMW M3는 누가뭐래도 E30 M3 에보 2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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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 심세종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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