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ugeot 307SW 하늘을 이고 달리는 프랑스산 소형RV
2004-02-19  |   33,011 읽음
요즘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독일 메이커들의 오랜 전성기를 위협하고 나선 프랑스의 대표주자는 푸조와 르노. 2001년 제네바 오토살롱을 통해 데뷔한 푸조 307은 지난해 유럽 카 오브 더 이어에 뽑혀 B세그먼트에서 폴크스바겐 골프의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 아랫급인 소형 해치백 206은 골프의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지난해 유럽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푸조의 2가지 소형차가 절대강자 골프의 협공에 성공한 셈. 르노 역시 유럽 언론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메가느Ⅱ 등 디자인 책임자 파트릭 르퀘망이 주도하는 앞선 스타일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르노는 올해 제네바 오토살롱에 화제작 메가느Ⅱ CC를 내놓았다.
본거지인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국내에서 푸조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디자인이나 성능 모두에서 절정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메이커의 경쟁력은 당연히 최고조에 달해 있을 테니 말이다. 기세 등등한 푸조의 대표주자와 만나기로 한 날은 봄기운이 완연한 3월 중순 어느 날이었다.

스타일링에서 탄탄한 기초실력 엿보여

화창한 봄 햇살 아래 시승팀을 기다리고 있는 차는 푸조 307의 가지치기 모델인 307SW. 307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에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소형 왜건이라는 점이 맞물린 덕인지, 엄청난 호기심이 일었다. 307SW의 차체 길이는 4천419mm로 현대 아반떼 XD 5도어보다 조금 짧은 정도인데, 왜건 타입인 데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307 해치백을 그리고 있어서인지 괜히 커 보인다.
탄탄한 겉모습에서는 빈틈을 찾아볼 수 없다. 경지에 오른 유럽 소형차의 경쟁력이 엿보일 정도. 요즘 TV 방송중인 모 학습지 CF 카피를 빌려 ‘기탄(기초 탄탄한) 소형차’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소형 해치백을 베이스로 뒷부분을 길게 뽑아낸 왜건임에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 스타일링의 비밀은 이 차를 빚은 영국 출신 디자이너 키스라이더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쐐기형 헤드램프는 여전히 앞 펜더 한쪽 귀퉁이를 파고들며 도발적인 인상을 그려낸다. 상대적으로 심심한 타입인 프론트 그릴은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 눈꼬리와 뜻밖의 조화를 이룬다. 가운데에 하나의 라인이 들어간 프론트 그릴과 속도감 있게 뻗어 있는 A필러 등 디테일은 이미 현대 클릭을 통해 눈에 익은 부분. 처음 만난 307SW의 얼굴이 괜히 낯익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보네트는 운전석 헤드룸까지 올라간 커다란 윈드실드(앞 유리창) 때문에 더 작아 보인다. 뒤 도어까지 이어진 보디라인은 307 해치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치 게이트 등 뒷모습은 극히 수수한 편. 짐을 부리기 쉽도록 양쪽 모서리로 바짝 내몰린 테일램프는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앞세우는 왜건의 성격을 대변한다. 도어 사이즈는 충분한 수준이고 해치 게이트 역시 번호판 위쪽에 달린 작은 버튼만으로 손쉽게 열 수 있다. 307SW 익스테리어의 포인트는 지붕 면적 3분의 2를 덮고 있는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차체 앞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윈드실드가 지붕 저 너머로 계속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정식 글라스 루프는 시원한 개방감을 주면서도 철제 루프 못지않은 안정감을 지니고 있다.

RV 역할까지 소화하는 만능 인테리어

307SW의 조금 딱딱한 듯한 시트는 엉덩이를 넉넉하게 감싸고 등받이 역시 타이트하면서도 푸근하게 등허리를 든든히 받쳐준다. 이 정도면 시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달린 암레스트의 위치도 좋은 편. 이 정도 급의 소형차에는 직물시트가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가죽시트 일색인 국내 수입모델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시트 포지션과 등받이 각도 조절 등은 모두 완전 수동식이라 유럽 소형차다운 맛이 느껴진다. 달리는 동안 머리 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뒷좌석 승객의 몫이라는 뜻인지, 글라스 루프 덮개 조작 스위치가 센터콘솔 조금 뒤쪽에 치우쳐 있다. 3단계로 조작되는 글라스 루프 덮개 덕에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은 마치 랠리카처럼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헤드룸이 넉넉하다. 대시보드 재질과 색상은 가볍지도, 너무 고급스럽지도 않고 3스포크 스티어링 휠 굵기와 사이즈는 적당하다. 이 차를 시승할 고객과 취재진을 위해 애프터마켓 제품인 AV 시스템을 따로 마련한 메이커의 성의는 고맙지만, 그 바람에 순정 오디오를 볼 수 없었다. 시승 내내 내비게이터를 켜놓고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307SW의 운전석 인테리어 디자인은 소형차의 표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완벽주의가 숨어 있는 골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이 골프의 라이벌다운 면모다.
307SW 인테리어의 진면목은 2열과 그 뒤 3열 시트 등 뒤쪽에서 찾을 수 있다. 3인승인 2열 시트는 3개의 시트가 모두 독립식으로, 각각 더블폴딩하거나 아예 떼어낼 수도 있다. 307SW의 2열 가운데 시트는 최근 탔던 차들 중 가장 편했다.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3열 시트 승객들을 위한 간이 테이블이 만들어진다. 이 작은 차에 무슨 3열 시트냐고? 모르시는 말씀. 307SW는 이래봬도 7인승 RV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떼어내면 미니밴 부럽지 않은 짐칸이 펼쳐진다. 애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아주머니도 옛날 여학교 시절 걸스카우트 활동을 떠올리며 마음대로 실내구조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시트를 떼고 붙이기 쉽다. 푸조가 크라이슬러 PT크루저의 영역까지 넘볼 줄은 미처 몰랐다.

트랙을 달리듯 정확한 움직임이 매력

지난해 호주에서 타본 푸조 206 해치백의 손맛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마치 경차를 보는 듯 조그만 차체와 달리 옆구리와 어깨까지 잡아주는 시트가 뜻밖이었고, 산 속의 좁은 와인딩 로드를 통통 튀듯 경쾌하게 달려나가는 성능은 운전석에 앉은 기자의 입을 헤벌어지게 만들었다. 하루종일 산 속을 돌아다니다가도 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가는 양떼처럼 착착 맞아 들어가는 5단 기어의 작동감은 긴 스트로크에 대한 불만을 한 방에 날려보냈다.
307SW의 시트는 206을 떠올릴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한층 더 편하다. 5단 MT 대신 자리잡은 ZF 4단 팁트로닉 트랜스미션은 포르쉐를 통해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시동을 걸자 보기와 달리 묵직한 엔진음이 귀를 울린다. 오감을 꿈틀거리게 하는 시동음을 들으며 액셀 페달을 밟자 차체가 천천히 움직인다. 예상보다 무거운 움직임. 연신 2천500~3천rpm까지 오르내리는 엔진회전수와 달리 시속 40~50km 이하의 저속구간에서는 계속해서 조금 느린 반응을 보인다. 2.0X DOHC 138마력 엔진은 예전 306 그대로인데 해치백만 하더라도 차체 무게가 100kg 이상 무거워졌으니 초기 가속반응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일단 가속이 붙으면 호주에서의 206에 이어 다시 한번 입이 딱 벌어지는 화려한 몸동작을 보여준다. 마음을 흔든 묵직한 시동음은 시속 100km를 넘어선 다음에도 여전히 은은한 중저음을 연주한다. 운전석에서 들으나 밖에서 들으나 잘 다듬어진 엔진음은 307SW의 운전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 시속 180km에 도달해도 매끄럽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여전하고, 소형차로는 보기 드문 역동적인 움직임이 와인딩 로드와 고속 코너링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계속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채 시속 110km 정도로 달려도 차체는 마치 정해진 트랙을 따라가듯 정확하게 반응한다. 바짝 붙어 있는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 덕에 운전재미가 큰 반면, 액셀 페달을 통해 발바닥이 간지러울 정도로 고스란히 전해오는 진동은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꽁무니가 긴 왜건임에도 뒷부분이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아 와인딩 로드 주파성능으로 이름난 푸조의 명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코너에 들어갈 때도 코너링 라인을 정확히 밟아나간다. 고속 코너링으로 언더스티어가 일어나는 순간 액셀 페달에서 살짝 발을 떼면 다시 오버스티어 성향으로 돌아서며 재빨리 코너를 파고든다. 초기에는 너무 부드러운 듯하다가 속도를 높여갈수록 딱딱해지는 서스펜션은 낯설다. 307SW는 출퇴근용으로 부담 없는 사이즈와 신나는 드라이브를 제공하는 성능, 휴가여행부터 이사까지 감당하는 짐칸 등 장점이 수두룩한 멀티 플레이어다. 바로 이 프랑스 용병의 한국 무대 데뷔전을 지켜보아야 할 이유다.
시승협조 : 한불 모터스 ☎ (02)545-5665


푸조 307SW의 장단점


장점


·정확한 핸들링·절제된 엔진음·쓰임새 만점 인테리어


단점


·차체 무게가 버거운 엔진·액셀 페달 진동




푸조 307SW의 주요 제원

크기
길이×너비×높이
4419×1757×1544mm

휠베이스
2708mm

트레드 앞/뒤
1505/1510mm

무게
1466kg

승차정원
7명

엔진
형식
직렬4기통 DOHC

굴림방식
앞바퀴굴림

보어×스트로크
85.0×88.0mm

배기량
1997cc

압축비
10.8

최고출력
138마력/6000rpm

최대토크
19.4kg·m/4100rpm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
60ℓ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팁트로닉

기어비 ①/②/③
2.720/1.490/1.000

④/⑤/ⓡ
0.710/ ―/ㅡ

최종감속비
4.4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5도어 왜건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바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EBD/ABS)

타이어 앞/뒤
모두 205/55 R16

성능
최고시속
196km

0→시속 100km 가속
12.0

시가지 주행연비
13.1km/ℓ


3,7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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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 만들기에 이골이 난 프랑스 메이커의 실력을 보여주는 307SW의 인테리어주차 브레이크 뒤쪽에 자리잡은 글라스 루프의 3단계 조작 스위치비슷한 높이의 액셀 및 브레이크 페달이 바짝 붙어 있어 운전재미를 더하지만 발바닥 진동은 심한 편이다ZF 4단 팁트로닉 트랜스미션은 포르쉐를 통해 이미 성능을 검증받았다해치 게이트 윈도에 붙어 있는 `2002 유럽 카 오브더 이어` 스티커글라스 루프로 시원한 개방감을 자랑하는 307SW치고 나가는 맛이 역동적인 307SW의 주행성능에서 와인딩 로드 주파성이 뛰어난 푸조의 명성을 재확인했다간결한 해치 게이트가 돋보이는 뒷모습. 테일램프를 양옆으로 밀어 짐을 부리기 쉽도록 했다좁은 엔진룸을 가득 메운 2.0ℓDOHC 138마력 엔진3개의 시트를 모두 독립식으로 만들어 활용도를 높인 2열 시트작은 차체에 3열 시트까지 갖췄고, 2열 시트는 접으면 간이 테이블로 변신한다시트에 달린 작은 고리를 잡아당겨 손쉽게 배열을 바꿀 수 있다글라수 루프를 통해 보이는 하늘이 307SW의 또 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