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ugeot 307CC ‘날개 단’ 인기 차로 프랑스 남부 도로를 유린하다
2003-12-16  |   37,004 읽음
기자가 낯선 타국, 프랑스를 흠모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빛 바랜 도시 풍경 속을 종일 걷고 싶게 만드는 습하고 우울한 가을 날씨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인 특유의 예술혼과 실용주의가 잘 녹아든 자동차 구경이다. 푸조와 시트로앵, 르노 등 프랑스 차들은 이상하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배척당해 메인 스트림으로의 등극이 어려운 상태지만, 세계 어느 나라 차보다도 분명한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에 자국민들이 유난히 아끼며 탄다. 그 중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가 단연 푸조.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한불자동차가 프랑스 현지로 초청한 푸조 307CC 기자 시승회는 프랑스와 프랑스 차의 멋, 홈그라운드에서 푸조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 막 유럽 판매에 나선 307CC를 가을빛 완연한 남 프랑스에서 맘껏 몰아보았으니, 이제 더 이상 환상 품은 상사병이란 없다.

쿠페-카브리올레 시장 장악을 꿈꾸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름만 보고도 금방 눈치챘겠지만, 307CC는 지난해 ‘유럽 카 오브 더 이어’에 빛나는 푸조의 대표 소형차 307의 쿠페-카브리올레 버전이다. 206CC에 이은 푸조의 두 번째 쿠페-카브리올레 모델로 지난해 파리 오토살롱에서 3♡7CC 컨셉트카로 운을 뗀 뒤 올 봄 제네바에 양산형을 선보이고 가을이 다 되어서야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생산라인이 바빠 국내에 들어오려면 아직 두 계절을 더 나야 한다(빠르면 내년 봄, 늦으면 여름에 들어온다).
쿠페, 카브리올레, 혹은 쿠페-카브리올레 복합형을 포함한 유럽의 레저 비클 시장은 1995년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 말 유럽 전체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53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두 가지 욕구를 만족시키는 복합 버전에 메이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전동식 하드톱 사용의 원조 벤츠 SLK가 지붕 개폐 시스템을 개선하고 르노 메가느Ⅱ CC가 등장하는 등 시장이 점점 분주해지고 있다. 푸조가 307CC를 내놓은 것도 이런 시장 변화를 미리 읽어낸 결과. 인기작 307이 지닌 재능이나 4인승 카브리올레로서의 공간성, 무게 대 성능비 등을 고려할 때 206CC 이상의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푸조는 시승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나올 407에는 CC 버전을 만들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유는 307CC가 이미 4인승으로 충분한 공간을 지녔고, 차체가 더 커질 경우 우아한 디자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 기자들을 초청한 307CC 시승회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주무대로 펼쳐졌다. 파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날아가 도착한 곳은 지중해 연안 도시 뚤롱. 지도로 보면 올리브 산지로 유명한 마르세유 동쪽, 바닷가 끄트머리에 붙어 있다. 여기서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려 생 막시망이라는 작은 마을에 짐을 풀고 다음날 시승을 위해 몸을 뉘었다. 옛날 수도원을 개조했다는 호텔은 돌 바닥을 깐 작은 방이 소박하고, 아침에 본 안뜰 풍경이 마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서 본 듯 낯익다.
아침식사 후 간단한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니 호텔 안마당에 가지각색 307CC가 모여 있다. 해치백보다 길이 14cm가 늘어나고 높이 9cm가 낮아진 CC는 한결 날렵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지붕을 덮은 쿠페 스타일은 마치 동그란 반죽을 위에서 짓누르며 조심스레 다듬어낸 듯 완만한 굴곡의 덩어리진 보디라인이 탐스럽다. 고양이 눈을 번뜩이는 앞모습은 여전하고, CC만의 개성으로 다듬은 뒷모습이 볼수록 예술이다. 테일램프는 607 것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듯 가운데가 한껏 부푼 타원형. 브레이크를 밟아 불이 들어오면 양쪽에서 빗살무늬 같은 사선 두 줄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끝부분을 작은 윙처럼 두툼하게 말아 올리며 마무리한 트렁크리드가 일품인데, 달릴 때 뒤에서 보면 빛 반사에 따라 선명해지는 테일 라인이 매력적이다. 엉덩이가 약간 살져 보이지만 트렁크룸을 넓히기 위함이라면 탓할 수 없다.

완전 자동 톱 얹은 손색없는 4인승

잔뜩 기울인 윈드실드 덕에 톱을 연 모습이 한결 늘씬하고 속도감 있어 보인다. 307CC의 전동 하드톱은 206CC를 손본 울리에즈가 아니라 벤츠 SLK 것을 만든 CTS가 개발한 개선된 시스템. 보디와의 연결 부위까지 원터치로 풀어내는 완전 자동으로 유리창 여닫히는 시간까지 더해 25초가 걸린다. 시속 10km 이하로 달릴 때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점도 다르다. 지붕과 트렁크 윗면이 분리되어 유연하게 이뤄내는 동작이 우아하며 조용한데, 150개의 전자 유압 펌프가 작동 소음을 줄이고 보이는 부분 외에도 트렁크 안쪽의 많은 장치들이 이에 협력하고 있다. 트렁크룸은 중간에 걸쳐진 스크린이 지붕 수납용과 순수 짐칸을 구분해 쿠페일 때 350X, 카브리올레일 때 204X의 공간을 내준다. 스크린이 걷어져 있으면 오픈 불가.
실내에서 가장 신경 쓴 곳은 뒷좌석이다. 2+2로 거의 모양만 갖춘 206CC와 달리 완전한 구실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뒤 오버행을 늘렸을 뿐 해치백의 휠베이스를 그대로 물려받고 차체 높이까지 낮춘 306CC는 공간에서 유리할 것이 없었다. 이를 해치백보다 낮은 시트 포지션, 특히 뒷좌석의 경우 엉덩이 부분을 깊숙이 판 시트 형상으로 커버했다. 엉덩이가 푹 파묻히는 꼴이라 앞좌석에 무릎이 부딪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시트 만들기에 능한 푸조라 낯선 자세로도 불편함은 거의 없고, 사이드 패널에는 암레스트까지 달렸다. 마치 완전한 4인승 공간을 앞세우는 BMW 3시리즈 컨버터블을 보는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가죽시트 등 고급스럽고 색깔 예쁜 내장재를 쓴 것 외에는 다른 307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4cm 낮은 운전석과 크롬 계기판, 알루미늄 페달과 기어 노브 등이 스포티한 기분을 부추길 뿐. 림이 조금 가늘면 좋을 것 같은 가죽 스티어링 휠은 엄지손가락 자리에 알루미늄 트림을 넣었다. 변속 패들이 아니라 그냥 장식용이다. 이런 자잘한 변화보다는 국내 수입차에서는 볼 수 없는 장비들이 눈길을 끈다. 대시보드 중앙에 달린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중요한 지역마다 꼼꼼한 안내문구와 지도 표기로 초행길 운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성 안내도 아주 유용하다.
전복사고 때 위험이 큰 오픈카는 철저한 안전준비가 필수다. 307CC는 A필러와 루프 강성을 높이고 4개의 원도 및 뒤 스크린에 약 5mm 두께의 유리를 끼워 쿠페 상태의 안전성과 소음 차단에 힘쓴 한편, 뒷좌석 헤드레스트 안에 숨은 롤오버 바와 윈드실드 윗면에 특별 제작한 고강도 튜브를 끼웠다. 앞과 옆에 4개의 에어백을 준비하고 16~17인치 알로이 휠에 EBA 긴급 제동력 보조장치, ESP 전자식 주행안정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단 것도 믿음직하다.
시승차는 유럽에서 팔리는 세 가지. 2.0X DOHC 136마력 엔진에 각각 MT와 팁트로닉 AT를 얹은 모델과 이 엔진에 가변 밸브 기구(VVT-i)를 달아 177마력으로 높인 고급형 MT가 나왔다. 136마력은 모든 306 모델에 쓰이는 기본 엔진, 177마력은 올해 초 206RC에 얹혔다.

고출력형 더해 성능 업그레이드

하루종일 짜인 시승 일정은 생각 외로 빡빡하고, 왕복 거리가 420km나 되니 가혹하기까지 했다. 아침 일찍 호텔에서 출발해 로드북을 보며 열심히 달린 뒤 유명한 포도주 저장소 깨란(Cairanne’s cellar)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른 길로 되돌아오는 코스인데, 프랑스 내 도로 규정 속도를 다 위반(?)하고도 정해진 시간에 도저히 도착할 수 없어 20여 대의 시승차가 떼로 지각을 해야 했다. 운전하는 사람이나 지도 보는 사람이나 시간에 쫓기고, 틈틈이 좋은 위치 찾아 사진촬영에 허덕인 통에 그 하루에 스쳐 지난 여정을 머릿속에 꼭꼭 담아두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그 바쁜 와중에도 307CC가 훑고 지난 남부 프랑스의 풍경들이 순서 없이 가슴에 쌓여 서울에 와서도 몇 날을 출렁거렸다. 깎아지른 절벽이 하늘까지 가로막는가 하면 저 앞의 산은 브로콜리처럼 다정다감하게도 생겼고, 옆에서 초록빛 계곡이 물결치는가 하면 느닷없이 밀레의 그림처럼 안개 자욱한 전원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지독히도 멋진 풍광에 차 맛(?)을 잊을 뻔했던 위험천만한 시승. 그러나 307CC의 내공도 여간 아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바꾸고, 고속도로에서 좁은 들길로, 랠리 코스처럼 험준한 산길과 커브 큰 와인딩 로드로 노면이 바뀔 때마다 독소처럼 가슴을 찌르는 그 짜릿함이라니…….
해치백보다 150kg 무겁고 왜건형 SW보다는 오히려 50kg 가벼운 307CC에게 2.0X 136마력 기본 엔진은 그리 부족함 없는 상대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를 넘어서면 엔진이 터져나갈 듯하지만 이 차를 갖고 그런 짓을 할 일이 어디 있을까. 대부분의 운전자가 즐기는 150km 이하의 전 영역에서는 경쾌한 엔진 반응과 함께 날아갈 듯 재미난 운전을 할 수 있다. 밋밋한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최대토크가 나오는 4천rpm대를 유지하며 와인딩을 파고드는 것이 이 차를 즐기는 요령. 힘차고 자신 있게 몰아댈수록 접지력이 더욱 끈끈해지고 브레이크도 확실하게 응답한다.
손에 착 달라붙는 기어 노브가 운전 재미를 더하는 5단 MT는 연결감이 아주 뛰어나다. 기자는 클러치 페달을 밟고 뗄 때 발 위쪽이 자꾸 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동승한 이는 3, 5단으로 넣을 때의 기어 작동감이 조금 어색하다니 운전자에 따라 불편한 점도 조금씩 달라지는모양이다. 그런 불편이나 수동 조작이 귀찮다면 손맛은 덜하지만 자동 4단 팁트로닉 모델이 최선의 선택. 국내 수입 예정인 이 기어는 ZF 제품으로 힘 전달력이 좋고 변속 충격도 없지만 자동 모드에서는 아무래도 답답함이 빨리 온다.
307CC의 엔진음은 일부러 걸러내지 않은 듯 조금 크지만 듣기 좋은 톤이다. 타코미터 바늘과 함께 힘차게 치고 올랐다가 잦아들곤 하는 엔진 소리는 VVT-i 모델에서 더욱 격정적이고 음색도 더 훌륭하다. 177마력의 고급형은 역시 순발력이 더 좋고, 특히 고속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최고시속 225km를 정말 넘기고 말 태세. 136마력형을 몰고도 웬만한 와인딩 로드는 뒤쫓을 수 있었으나 곧게 뻗은 직선로나 무섭게 높은 고갯길을 오를 때 체력의 차이가 금세 드러난다. 기본 엔진이 약골이어서가 아니라 VVT-i가 너무 과분해서다. 때로 넘치는 엔진 맛에 취하고 싶은 자, 유럽산 핫해치를 꿈꾸는 카 매니아라면 이 차를 노려볼 만하다. 그러나 MT 버전만 있어 국내에 수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07의 정확하면서도 부드러운 핸들링 실력은 CC에서도 여전했다. 스포츠성이 부여된 쿠페-카브리올레 모델이지만 디자인만 달리 했을 뿐, 서스펜션은 해치백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그 때문에 같은 4인승의 BMW 325Ci나 벤츠 CLK 320 카브리올레처럼 노면과 치열하게 싸워대는 스포티함은 덜하지만 오히려 세단이나 해치백 등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의 운전 스타일에 편안하게 어울리고 오래 운전해도 불편함이 없다. 그렇다고 307 서스펜션이 국산 세단처럼 무르기나 한가. 해치백에서도 날개를 단 듯 역동적인 움직임이 눈부셨고 단단한 네 발로 와인딩을 감아 도는 맛이 기막혔다. CC는 뒤 오버행을 늘이고 전동 톱을 싣느라 테일 쪽 무게 부담이 커졌을 텐데 어떻게 균형을 이뤄냈는지, 좁은 골목과 급 코너가 많은 시내 및 지방도로에서 절정의 움직임을 뽐냈다. 마치 푸조 406으로 질주하던 영화 ‘택시’의 주인공이 된 느낌. 307CC와 함께 하루만에 400km 이상의 프랑스 국도 탐사를 마치고 나니, 푸조를 비롯한 유럽차들의 ‘핸들링 빚기’는 그저 그런 선택이 아닌, 그들 도로의 요구에 맞춰 절실하게 이뤄낸 의무사항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푸조 307CC의주요 제원




2.0 DOHC


2.0 VVT-i

크기
길이×너비×높이(mm) 4347×1759×1424
휠베이스(mm) 2605
트레드 앞/뒤(mm) 1497/1506
무게(kg) 1488 1490
승차정원(명) 4
엔진
형식 직렬 4기통 DOHC 직렬 4기통 DOHC VVT-i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보어×스트로크(mm) 85.0×88.0
배기량(cc) 1997
압축비 10.8 11.0
최고출력(마력/rpm) 136/6000 177/7000
최대토크(kg·m/rpm) 19.4/4100 20.6/4750
연료공급장치 전자식 연료분사
연료탱크 크기(ℓ) 60
트랜스미션
형식 자동 4단 수동 5단
기어비 ①/②/③ 2.720/1.500/1.000 2.920/1.870/1.360
④/⑤/R 0.710/ㅡ/2.450 1.050/0.860/3.330
최종감속비 3.480 4.270
보디와 섀시
보디형식 2도어 쿠페/카브리올레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바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V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 205/55 R16 모두 205/50 R17
성 능
최고시속(km) 204 225
0→시속 100km가속(초) 12.7 10
시가지 주행연비(km/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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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대 속에 올 가을 유럽 판매를 시작한 인기차 307의 쿠페-카브리올레 버전. 고양이 눈을 번뜩이는 앞모습에서 푸조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난다아랫급 206cc와 달리 완전한 4인승 실내를 갖췄다ZF의 자동 4단 팁트로닉좀더 적극적인 운전을 돕는 수동 5단 기어박스. 고출력형인 2.0VVT-i모델에는 수동 기어만 단다해치백보다 14cm길고 9cm낮아진 CC는 톱을 덮거나 벗긴 보디라인이 모두 탐스럽다해치백의 운동 메커니즘을 그대로 이어받은 307CC는 편안하면서도 역동적인 주행특성이 여전하다잔뜩 이울인 윈도실드 덕에 톱을 연 모습이 한결 늘씬하고 속도가 있어 보인다307CC는 2.0ℓ136마력 기본형(왼쪽)외에 가변 밸브 기구를 단 177마력 엔진도 더했다두툼하게 말아 올린 트렁크리드가 매혹적인 테일 라인을 만들어낸다중앙 스크린으로 지붕 수납용과 순수 짐칸을 구분한 트렁크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