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ERATI SPYDER 와인딩 로드 잠재우는 열정의 달리기
2004-01-13  |   31,571 읽음
신화가 살아 숨쉬던 옛 그리스. 사람들은 제우스 다음가는 권력의 소유자이며 바다를 지배하는 신 포세이돈을 숭배했다. 거의가 뱃사람이던 그리스인들에게 포세이돈은 다른 신들과 구별되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으리라. 그는 최초로 인간에게 말을 선사한 마신(馬神)인 동시에 무기인 삼지창 트라이아나로 폭풍우와 지진을 만드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 바다의 신화가 지상으로 발을 디뎠다. 주인공은 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라이아나를 앞세우고 메이커 재건을 외치는 마세라티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 바다 위를 질주하는 포세이돈의 황금 갈기 말과 마차처럼 주변을 숨죽이게 만드는 순수 혈통의 이탈리안 스포츠 컨버터블이다.

몬테제몰로의 야망과 쥬지아로의 감성

1926년 창업한 마세라티는 30년대 그랑프리에서의 전성기와 50년대 3500GT의 성공, 70년대 수퍼카 경쟁의 한 축을 이루며 활약했다. 80여 년의 역사 동안 끊임없는 어려움에 시달렸지만 명가로 칭송받기에 부족함 없는 전설적인 이름. 그 시작은 여섯 명의 마세라티 형제가 볼로냐에 설립한 작은 공방에서 싹텄다. 1926년 오피시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는 이름으로 첫 작품 티포 26을 만들어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볼로냐시의 문장 ‘트라이아나’를 회사 상징물로 쓴 것도 이 때부터.
70년대 수퍼카 붐을 타고 기블리, 캄신, 메라크 등을 선보이며 선전한 마세라티는 75년 데토마소를 거쳐 피아트의 식구가 되었지만 이후 지지부진했다. 90년대 들어서는 페라리와의 간섭 때문에 컨셉트카 추바스코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그룹 내에서의 위상 정립이 절실해졌다. 이 때 활로를 뚫어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페라리였다.
마세라티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페라리의 몬테제몰로 회장은 숨겨둔 야심을 드러냈다. 전설 속에 파묻혀 먼지가 쌓여가던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후광을 등에 업고 화려한 재기에 나섰다. 우선 마무리작업 중이던 3500GT에 페라리 기술을 이식해 99년 발표했다. 2년 뒤 등장한 스파이더부터는 좀더 큰 변화가 있었다. 페라리 기술을 본격적으로 쓴 최초의 마세라티인 셈.
메이커 재건의 무거운 짐을 지고 태어난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는 국내에 처음 공식 수입되는 마세라티다. 그저 만나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탈리안 스포츠의 상징적인 존재.
스파이더의 디자인은 99년 등장한 3500GT에서 파생되었다. 쥬지아로 디자인의 얼굴은 그대로지만 휠베이스를 줄여 2인승으로 만들고 보디라인을 따라 얇게 곡선을 그리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사이즈를 키워 뒷모습이 새로워졌다. 펜더와 보네트 경계선에 자리잡은 타원형 헤드램프는 깊숙이 야성을 품은 맹수의 그것처럼 조용히 빛을 내고 풍만한 듯 날렵한 보디라인은 4.3m의 짧은 여정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인 보디라인은 쥬지아로 디자인의 특징. 다만 뒷모습은 앞선 3500GT 쪽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감성을 흔드는 V8 사운드의 위력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인테리어는 마세라티의 오랜 전통. 보디라인만큼이나 고풍스런 색채로 가득하다. 반짝이는 무늬목은 없지만 실내 전체를 화사한 베이지 가죽으로 둘렀고 변속용 플리퍼 뒷부분까지 가죽으로 처리한 꼼꼼함에 할 말을 잃는다. 특히 대시보드의 화려함은 비교대상을 찾기 힘들다. 스포츠카라 부르기에 스티어링 림은 직경이 조금 큰 편. 세로 스티치가 고전적인 시트는 풍만한 겉보기와 달리 운전자의 엉덩이와 등을 옴짝달싹 못할 만큼 확실하게 고정시킨다. 스파이더는 글러브박스와 좌석 사이 위쪽의 작은 수납함을 제외하면 실내 수납공간이 충분치 않은 편. 강력한 히터를 켜고 전자동 소프트톱을 걷으면 넓은 하늘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스파이더의 가장 큰 변화는 심장에서 시작되었다. 80년대 마세라티의 상징이던 V8 트윈터보 대신 자리잡은 유닛은 자연흡기의 V8 4.2X DOHC 385마력. 마세라티 엔지니어들이 페라리의 기술지원과 테스트 설비를 이용해 개발했을 뿐 아니라 생산 역시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알루미늄 블록과 4개의 오일 펌프(흡입 3개, 송출 1개)를 갖춘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으로 경량화와 함께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췄고 가변식 흡기 밸브 타이밍 기구와 드로틀 바이 와이어, 보쉬의 ME 7.3.2 엔진제어 시스템으로 출력특성을 가다듬었다.

낮은 으르렁거림으로 잠을 깨는 V8 엔진은 예상외로 부드러운 첫인상을 남긴다. GT 성격이 강한 마세라티 이미지를 반영했기 때문일까. 페라리의 날카로운 고회전형 엔진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시승차는 360 모데나 F1과 같은 6단 세미 AT를 얹은 캄비오코르사 버전. 기본 메커니즘이 그대로지만 새 파트너(V8 4.2X)를 위해 제어 알고리즘을 다듬었다.
오토 모드로 놓고 출발하자 반 클러치가 걸리며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엔진은 저회전에서 매끄러우면서도 조용하고 어느 회전수에서나 토크가 풍부하다. 가변식 밸브 기술로 다듬은 매끄러운 토크 곡선은 편안하게 고성능을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아 급가속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1.6톤을 조금 넘는 차체가 맹렬하게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3천pm 부근부터 시작되는 배기음은 저회전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정렬적인 사운드로 돌변한다. 가슴 깊이 울려 퍼지는 낮은 고동소리는 단숨에 드라이버를 피끓게 만드는 마력으로 끊임없이 스피드 욕구를 부채질한다.
캄비오코르사는 세미 AT 특유의 변속충격이 적어 인상적이다. 오토와 노멀, 패들을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스포츠 모드와 눈길을 위한 스노 모드를 포함해 모두 4가지 프로그램을 갖췄다. 출발할 때 클러치 연결은 매끄럽지만 반 클러치 상태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급경사나 주차장 등 좁은 공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맹렬하게 공략하는 와인딩 로드
스파이더 달리기의 기본기는 바로 전통적인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에 의한 메커니컬 그립과 광폭 타이어에서 나온다. 여기에 스카이훅 제어되는 전자식 댐퍼를 더해 승차감과 스포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앞 235, 뒤 265mm에 이르는 피렐리의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는 저속에서 뻑뻑하지만 속도를 높이면 진가를 드러낸다.
안정적인 속도로 시승 코스를 완주한 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높여 다시 한번 테스트에 들어갔다. 조금 전에도 상당한 스피드였지만 그것이 본 실력이 아니라는 듯 맹렬한 자세로 코너를 파고드는 모습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의 실체를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해진 댐퍼가 롤링을 억제하고 오버 스피드라는 생각으로 코너에 진입해도 타이어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는다. 짧은 휠베이스와 트랜스 액슬 구조에 의한 완벽한 무게배분, 강력한 접지력이 완성하는 코너링 성능에 취해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무아지경에서 차와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끓어오르는 피를 간신히 가라앉히며 시승을 마무리할 즈음 스피드에 대한 갈증과 아쉬움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시동을 끈 모습은 단정하고 우아하지만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열정은 와인딩 로드를 잠재울 만큼 카리스마 넘친다. 마세라티 스파이더는 드라이버의 요구에 완벽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밟으면 밟을수록 더 빨리 달리기를 요구하는 뜨거운 심장의 소유자다.
시승 협조: 쿠즈 코퍼레이션 ☎ (02)3445-5822

마세라티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의 장단점
장점
·완벽에 가까운 코너링
·감성을 흔드는 배기음

단점
· 국내에서 낮은 메이커 지명도
· 집 팔아도 감당하기 힘든 값


마세라티 스파이더 캄비오코르사
Dimension
길이X너비X높이(mm) 4303×1822×1305
휠베이스(mm) 2440
트레드(mm)(앞/뒤) -
무게(kg) 1720
승차정원(명) 2
Drive train
엔진형식 V8 DOHC
최고출력(마력/rpm) 385/7000
최대토크(kg·m/rpm) 46.0/4500
구동계 앞바퀴굴림
배기량(cc) 4244
보어×스트로크(mm) 92.0×80.0
압축비 11.1
연료공급/과급장치 -
연료탱크크기(L) 84
Chassis
보디형식 2도어 컨버터블
스티어링 랙 앤드 피니언(파워)
서스펜션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ABS)
타이어(앞, 뒤) 235/40 ZR18, 265/35 ZR18
Transmission
기어비 ①/②/③
④/⑤/⑥/?
3.290/2.160/1.610
1.270/1.030/0.850/2.560
최종감속비 3.730
변속기 6단 세미 AT
Performance
최고시속(km) 285
0→시속 100km 가속(초) 4.8
연비(km/L) -
Price 1억8천7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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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으로 승객을 압도하는 마세라티 특유의 인테리어3200GT의 보디라인을 바탕으로 뒷모습을 많이 다듬었다강력한 V8 엔진과 짧은 휠베이스, 완벽에 가까운 서스펜션 세팅이 
어우러져 와인딩 로드를 가볍게 평정한다다루기 편한 플리퍼 스위치. 페라리에서 옮겨온 6단 세미 AT 캄비오코르사는 빠른 반응과 매끄러운 변속 동작을 자랑한다3천rpm 부근부터 격정적인 사운드를 뿜어내는 V8 4.2X DOHC 엔진